blanca님의 페소아 글 읽다가 다시 생각난 포르투갈

벌써 1년 전인 작년 1월에 다녀온 곳이지만 여행기는 쓰다 만....(내 여행기가 다 그렇다)

그래도 페소아 글 보니 하나는 쓰야지 싶어 부랴 부랴 사진첩을 뒤졌다.


포르투갈은 정말 페소아의 나라다. 포르투갈의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이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이 시인을 사랑하는지가 눈에 보인다. 그게 길거리에 널린 어느 기념품 가게를 들어가도 페소아를 형상화한 온갖 기념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마그넷과 머그컵과 수건과 그 외의 기타 등등..... 포르투갈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은 페소아 그리고 두 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탄 주제 사라마구다. 노벨 문학상은 탄건 주제 사라마구인데 정말로 사랑하는건 페소아인듯....특히 리스본은 그야말로 페소아의 도시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우리나라도 김소월이나 윤동주, 백석같은 시인이 남한 출신이었다면 시인을 좋아하는데서 그치지않고 생활속에서 그들을 기념하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했었다. 국민시인이라고 할만한 이들이 모두 북한과 간도 출신이다보니 남한에는 그들을 기릴 도시도 없고 문화상품도 그리 만들어지지 못했던거 아닐까 뭐 그런.....


페소아의 도시 리스본 이야기는 잠시 뒤로 돌리고 그래도 포르투갈에서 제일 유명한 서점은 포르투의 랠루 서점이니까 잠시 사진 투척한다.(랠루 서점은 해리포터때문에 유명해졌는데, 정작 작가인 롤링은 포르투에 살면서 랠루서점을 한번도 가 본적이 없단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 서점이 해리포터의 배경이 이 서점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하는것 같지만.... 내가 정작 생각한건 포르투갈의 특이한 교복문화다. 이 나라는 중고등학교는 교복이 없는데 특이하게도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는다. 그런데 포르투갈의 대학도시인 코임브라에서 본 바 이 대학생들의 교복 망토가 호그와트의 교복망토와 거의 비슷하더라는..... 


랠루 서점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시간대에 따라 입장인원이 정해져있다. 심지어 일인당 8유로의 입장료까지 있다. 물론 이 입장료는 이곳에서 책 구매비용으로 쓸 수 있는데 책을 사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냥 입장료다. 굿즈라도 살 수 있을까 했던 사람들에게는 안타깝게도 안된다. 오로지 책을 살 때만 입장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랠루 서점은 언제나 이렇게 줄을 서 있다. 앞에 가면 시간대별 팻말이 있고 10분 전쯤에 도착해 줄을 서면 된다.




랠루 서점이 유명한건 말했다시피 해리 포터때문인데 서점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있는 계단이 호그와트의 계단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얘기 때문이다. 이 계단이 진짜 예쁘긴한데 내 사진으로는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오르내리는 사람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벼서 도저히 각도도 안 나오고 사진도 안 예쁘고... 그래서 아래 계단 사진은 내 입장 티켓에 있던 사진을 스캔했다. 이 사진이 제일 멋져하면서...




서점 내부





서점 천정의 스테인드 글라스인데 여기서 또 포르투갈이 다른 유럽지역과 다른게 보통 이 정도 건물이고 하면 천정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종교화인게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데 포르투갈에서는 유럽의 다른 지역에 비해 종교의 힘이 약하다는 것을 좀 많이 느꼈었다. 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노동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놓은 것처럼 상공업에 대한 존중이 다른 유럽보다는 강하다는 느낌이었다. 노동하는 인간의 스테인드 글라스 나는 참 좋았다. 








해리포터 코너도 있다. 그리고 호그와트의 마법모자도.... 저 모자 사고싶었는데 비매품이다. ㅠ.ㅠ





나는 해리포터도 좋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주제 사라마구 관이다. 서점 2층 한 켠이 주제 사라마구에게 바쳐져 있다. 역시 주제 사라마구 관의 전체 모습 사진은 없다. 정말 사람이 끊이지 않아서..... 그냥 책만 찍자.

렐루 서점 띠지를 두른 주제 사라마구의 책들. 저 책들 중에서 가운데 눈알 무서운 책이 <눈먼자들의 도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니까 꼭 포르투갈어판으로 사고 싶었다. 구매 성공. ㅎㅎ





서점의 1층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진짜 예쁜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 있는 책들 진짜 너무 예뻐서 다 사오고 싶었다는..... 표지도 예쁘지만 책등이 금박이다. 역시 금은 좋다. 어디에다 갖다놔도 고급지다. 하지만 나는 여행객이니까 하고 페소아의 영문판 시집 한권만 샀다. 정말 너무 예뻐서 안 살수가 없다는..... 그리고 페소아는 왜 영문판이냐고? 페소아는 포르투갈인이지만 어릴 때 남아공으로 이주해서 남아공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러므로 그는 글을 쓸 때 포르투갈어가 아닌 영어로 글을 썼단다. 시는 거의 대부분이 영어였고, 산문인 <불안의 서>가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로 쓰여진 글이란다. 그러니까 페소아의 시집은 영문판으로.... 영언 포르투갈어가 내가 못읽는건 똑같으니까 이왕이면 원래의 언어로..... ^^





그리고 이제 리스본, 페소아의 도시 리스본이다.

리스본에는 페소아가 자주 갔던 카페가 몇군데 있다. 그 중에 카페 A Brasileira 에는 그가 즐겨 앉았던 자리에 그의 조각상을 만들어놓아서 누구나가 페소아의 친구처럼 앉아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나는 같이 간 친구한테 마음데 들때까지 찍어달라고 요구해서 인생샷을 건지기도 했다. 페소아 이름도 처음 들었다면서 그래도 열심히 사진 찍어준 친구들에게 밥 샀다. (물론 별로 안 비싸서 샀지만..... ㅎㅎ) 





그리고 리스본에는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베르트랑 서점이 있다.

입구에서부터 인증마크가 딱하니 붙어 있다. 1732년부터니까 진짜 얼마 안 있으면 300년이 되는 서점이다.






양쪽이 책으로 가득찬 동굴같은 공간을 들어가면 페소아에 헌정된 공간이 있다. 그리고 페소아의 책들도...






리스본의 모든 곳이 아름답고 정겹지만 서점 말고 정말 좋았던 곳 하나만 쓰련다.

상 조르제성으로 일몰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다른 일몰명소와 다르게 입장료가 12유로나 했던 곳인데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처음 이곳에 갈때는 성도 구경하고 일몰도 구경하고 그러자 하면서 들어갔는데....

아 우리는 아래의 공간을 들어서자마자 발견해버린 것이다.





상 조르제 성 안에 있는 노천카페

같이 간 친구가 성 한바퀴 돌고 나중에 와서 여기서 커피 한잔 하면 되겠다라고 했으나 내가 말했다.

"성? 별거 없어. 원래 이런 성 그냥 구멍 뚫린 데 대포 몇개 갖다놓은게 다야. 하지만 우리가 성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저기 저 명당자리는 없어져. 무조건 자리 사수해야 해. 내가 여기 자리 맡아놓을테니까 성 보고싶은 사람은 갖다오자"라고..... 하지만 원래 성에 관심 없던 친구들이 갈 리가 없다. 일단 앉아보고 결정하겠다더니

처음엔 커피로 시작해서 그 다음엔 맥주, 그리고 와인까지 안주도 없이 술만 진탕 마시면서 술에 취한건지 석양에 취한건지 야경까지 보고 알딸딸해져서 상조르제성을 내려온 우리들이었다. 

어쨌든 상조르제성에 간다면 저 카페의 제일 앞 자리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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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5-02-28 0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리스본! 불안의 서를 읽기 전에 가서...페소아를 알지 못했어요. 리스본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음울한 도시로 기억하고 있어요.

바람돌이 2025-02-28 23:20   좋아요 0 | URL
어디든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음울하죠. 다행히 제가 갔을 땐 우기인데도 리스본에서는 한번도 비를 안 만났어요. 여행은 날씨빨이 반을 넘는거 같아요. ㅎㅎ 저는 가기 전에 불안서 읽겠다고 책만 사놓고 안읽고 갔다죠.

페넬로페 2025-02-28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저 가고 싶네요.
모든 것이 좋아 보여요^^

바람돌이 2025-02-28 23:22   좋아요 0 | URL
그죠 전 다음에는 또 언제 갈 수 있을까 맨날 그 생각만.... ㅎㅎ

blanca 2025-02-28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랠루 서점. 그리고 마지막 사진. 압권이네요. 지금 당장 짐 꾸려 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바람돌이 2025-02-28 23:24   좋아요 0 | URL
랠루 서점도 리스본 상 조르제 성도 다 좋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건 유럽 중 가장 음식이 맛있어요. 한국인 입맛에 딱입니다. ^^

망고 2025-02-28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서점 얼마전에 tv에 나온걸 보고 가보고 싶다 했어요 바람돌이님은 직접 가보셨군요😄 목조계단이 정말 예쁘네요

바람돌이 2025-02-28 23:24   좋아요 1 | URL
서점 자체가 정말 멋지긴하더라구요. 근데 저 계단은 서점측에서 제일 좋은 각도로 찍은 사진이고요. 실제로 보면 저 정도로 예쁘지는 않아요. ^^

희선 2025-03-04 0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소아 조각상 옆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군요 포르투갈 사람은 페소아를 좋아하는군요 시집을 사 오셨군요 책방이 삼백년이 다 되어가다니 정말 오래됐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5-03-04 21:50   좋아요 0 | URL
페소아 조각상이 의외로 사진빨을 받아요. 저 옆에 앉아 사진찍고 인생샷이라며 좋아하고 있답니다. 사온 시집을 읽을 수는 없고 그냥 보면서 좋아라하고 있습니다. ^^

레삭매냐 2025-03-05 1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의 석양과 와인...

기가 멕히는 샷입니다.

바람돌이 2025-03-05 15:58   좋아요 1 | URL
역시 경치좋은 곳에서 마시는 술이 제일 맛있습니다. ㅎㅎ

모나리자 2025-03-0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전 여행기군요..ㅎ
와, 서점이 박물관이나 미술관 마냥 웅장하네요. 300년이나 된 서점이 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 유서깊은 곳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이 들 것 같네요.
저녁 노을 사진도 예술적으로 예쁘네요.^^
 

대학생이던 큰 딸이 이제 졸업을 하면서 취준생으로 신분을 바꿨습니다. 

지난 주 졸업식 때는 아이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모시고 갔던지라 가족 식사도 어른들에게 맞춰 먹었어요.

한편으로 졸업식은 딸의 날인데 그 날 일정을 어른들에게 맞췄던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오늘 딸애의 취향에 맞춰 해운대쪽에 가서 맛있는 것 먹고 배가 너무 불러서 오랫만에 미포 철길을 2시간 좀 넘게 걸려 걸었네요. 

걷다보니 역시 해운대 바다는 예쁩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방에 들리는 말은 반이 중국어.

중국 사람들이 이쪽으로 정말 여행을 많이 오는구나 했네요. 


오늘 날은 역시 미세먼지가 많은 날. 하늘이 그렇게 맑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날이 많이 풀려서 걷기에 딱 좋은 온도였네요. 

산책길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언제나 예쁘고요.






옛 철길에는 이제 관광열차와 케이블이 다닙니다. 

한 쪽에는 빛나는 바다가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기차길과 오래된 동네의 오래된 집들이 멀리 마천루를 배경으로 옹기조기 남아있는 곳이 미포철길이에요. 







미포 ~ 청사포 ~ 구덕포 구간이 4km정도 되는데 더 갔다간 버스타고 와야겠다 싶어 발길을 돌립니다. 

돌아오는 길에 해가 바다쪽으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정말로 반짝이는 바다가 나타나네요.

사실 이 사진 올리고 싶어서 오늘 포스팅한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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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7 0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7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7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7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살과함께 2025-02-27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산 가고 싶어요~ 올해도 한번 다녀와야겠네요!

바람돌이 2025-02-27 21:36   좋아요 0 | URL
부산 살고있는 저도 부산은 늘 좋은 곳이에요. 올해도라니 자주 오시나봐요?

햇살과함께 2025-02-27 22:44   좋아요 1 | URL
부산은 코로나 전에 출장도 자주 갔고요. 1-2년에 한번씩 여행도 가고요. 작년 4월에 저 해운대 해변열차 탔어요. 산책하기도 좋더라고요~

바람돌이 2025-02-27 23:05   좋아요 1 | URL
아 이정도면 부산 찐사랑인걸요. 어디든 1년에 1~2번 가기 쉽지 않잖아요. 다음에 혹시 혼자 부산 오시면 부산을 사랑하는 저랑 술이라도.... ^^

햇살과함께 2025-02-28 21:11   좋아요 1 | URL
부산 사랑하죠~ 순천도 사랑하고요~ 제가 2-3년 전에 혼자 갔을 때 바람돌이님 아마 제주도 가셨던 것 같은데요? 혼자 갈 기회를 만들어야 겠네요 ㅎ

바람돌이 2025-02-28 23:17   좋아요 1 | URL
아!!! 에고 그랬었군요. 이놈의 기억이란.... 다음엔 꼭 부산을 지키겠습니다. ^^

페크pek0501 2025-03-01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번째 사진은 미세먼지가 있는 게 표나지 않고 파아란 바다가 그대로 보여 멋집니다.
시간 되고 기회 될 때 가족 여행을 많이 하는 게 좋습니다. 애들이 각자 직장을 다니게 되면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바람돌이 2025-03-01 13:52   좋아요 2 | URL
미세먼지 속에서도 잠깐잠깐은 맑기도.... ㅠㅠ 애들이 다달 독립하기전까지 시간되면 자주 가까운데라도 같이 다니고싶어요. 뭐 점점 어려워지겠죠. 그게 인생이죠 뭐 ㅎㅎ
 

비행기에서는 책이 잘 안 읽어진다. 책을 읽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 이건 육체적 고통이다.

기차는 가장 책 읽기 좋은 공간인데 같은 이동수단이면서도 비행기는 그게 힘들다. 

나만 그런가? 

그래서 비행기를 탈 때면 그동안 안보던 영화나 드라마를 다운받아 간다.

너무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한 시간 활용이랄까? ㅠ.ㅠ

이번 여행에서는 떠나기직전 올라왔던 오징어게임2를 다운받아 갔었다.

그런데 재미가 없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1편의 컨셉의 반복과 힘이 너무 들어간 배우들의 연기가 몰입을 자꾸 방해하는 것이다. 3편쯤 보다가 때려치고 비행기 화면에 있는 영화를 이것저것 둘러보다 졸다 깨다 했다.

돌아올 때는 딸에게 추천받은 요즘 핫한 드라마를 다운받아 탔는데 이것도 4편쯤 보니 아 도대체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납득이 안가 결국 때려치고 말았다. 


딸이 "엄마 나는 재밌던데....:라고 묻는다.

"몰라, 책만큼 자극적이거나 짜릿하지가 않아."

"보통은 영상이 훨씬 자극적이고 짜릿하다고 하지 않나?"

"음 그렇긴 하네.... 근데 난 왜 그렇지. 늙어서 그런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걸 나는 안다. 

영상을 볼 때 내가 충분히 부지런하지 않아서 그렇다는걸말이다.

내게 영상은 휴식 이상의 의미가 없기에 그럴뿐....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것이 있고, 내게는 그게 영상이 아닐뿐이고....


하여튼 내게는 재미없는 드라마 보기는 포기하고 다시 책으로 돌아왔다.


최근에 읽은 가장 짜릿한 책은 클레어 데더러의 <괴물들>이다.
















사람들이 묻는다. 그 책은 제목이 어느 나라 글자냐고? ㅋㅋ

영어의 Monster와 한글 괴물들이 겹쳐졌다. 참신하다.

이 책이 짜릿한 이유는 정해진 결론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고민, 그러니까 널리 알려진 범죄자의 아주 뛰어난 예술, 문학, 영화 작품들을 우리가 기꺼이 소비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질문이다. 아동성애자이자 성범죄자였던 로만폴란스키나 자신의 배우자의 의붓딸과 결혼한 우디 앨런의 예를 들면서....

예상되는 답이 있지 않나? 그 예상되는 답으로 나아갔다면 아마 이 책은 짜릿함은 없는 그냥 음 그렇구나라는 책이 되어버렸을테다.

그런데 작가는 그 답을 넘어선다. 그리고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자식을 버리고 자신의 문학적 성취를 위해 떠난 도리스 레싱이나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오븐에 머리를 넣어 자살한 실비아 플라스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렇게 말해버리면 또 그게 어떻게 같냐는 물음에 직면하겠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책 읽기의 짜릿함은 이런 데서 등장한다.

이전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을 만나는 것.

범죄자의 작품을 소비할 것인가 말것인가라는 질문에 매달리는 순간 우리는 피해자에 대해서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 고통에 대해서 침묵하게 된다는걸 알고있나?

이 대목에서는 머리 한쪽이 쾅 울린다.

저자의 마지막 결론을 내가 아직 제대로 소화를 못해서 리뷰를 못쓰고 있지만 새로운 질문이나 다른 방향에서의 질문이 주어졌을 때 책읽기의 짜릿함은 내 머리를 한 번 리셋하는 느김이다.


이 책의 질문과 대답들을 곱씹으면서 또 지금 시작한 책은 류츠 신의 <삼체>다.













1부를 읽으면서 현실 세계와 게임의 세계가 도대체 무슨 관련이며 그 정체가 뭔지, 삼체는 뭔지(아 그리고 끝도 없이 나오는 과학지식들은 그냥 흐린 눈으로 읽는다. 어차피 읽어도 모른다.) 헤롱거리며 읽다가 1부 마지막에 그 정체와 연결이 쪽 한번에 이해될 때 아 또 하나의 책읽기의 짜릿함이란 이런 것이지 하면서 황홀해진다.

2부에서는 삼체에 대항한 온 지구인의 반격을 위한 노력이 전개되는데 이 역시 온갖 인간 군상들이 각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움직여 나가는 모습들이 거대한 흥미를 준다.

이 책에서는 부분적인 발상들도 기가 막힌 것들이 많은데 1부에서는 외계 세계의 삼체인들이 혹독한 자연환경을 견디기 위해 자연환경이 생존에 불리할 때는 온몸을 수분을 빼서 가죽만 남겨 그 시절을 견딘다는 것이다.

그럼 자연환경이 좋아지면 어떡하냐고?

그냥 물에 들어가서 몸을 불리면 된다. 

아 진짜 이렇게 말하면 너무 웃긴데 작가가 글을 잘 쓰니 그럴수도 있지 싶은 거다.

2부에서 삼체인과 지구인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발화의 차이점으로 얘기되는 것도 기발하다.

삼체인은 입으로 말하지 않고 일종의 텔레파시랄까 그냥 생각하면 그게 저절로 전달되는 구조다.

지구인처럼 생각다르고 말 다르고에서 나오는 계략이나 음모가 불가능하다는...

이 차이점에서 지구인이 삼체인과 싸울 수 있는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아직 다 못봐서 모르겠고....

어쨌든 책 속에서 발상의 기발함을 볼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 것이다. 역시 짜릿하다.

그보다 더 짜릿한건 이 거대한 서사가 어떻게 결말을 이룰까를 내내 두근거리며 보게 된다는 것.

전체가 1,900페이지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이제 겨우 700페이지 정도 봤다.

앞으로 1,200페이지를 더 봐야 결론에 도달할텐데 빨리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면서 한편으로는 아끼고 아끼며 읽고 싶은 마음도 드는 것이다. 


역시 책이 좋다. 이렇게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다음 읽을 책을 고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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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5-02-10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웰컴!!!

바람돌이 2025-02-10 21:50   좋아요 1 | URL
돌아온지는 좀 됐습니다. 다만 설 지내고 다시 출근하고 뭐 그렇죠. ㅎㅎ

수이 2025-02-10 22:29   좋아요 1 | URL
저도 올해는 북플 꾸준히 하려구요. 자주 봐요, 언니. 🐬

바람돌이 2025-02-10 22:34   좋아요 1 | URL
언니??? 언니가 맞죠. 이젠 어딜가나 언니죠. 아 갑자기 책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나될까? 50년밖에 못보는거 아냐 하면서 막 슬퍼진다는.... ㅎㅎ
매년 하는 결심이지만 넵 저도 올해 꾸준히 읽고 쓰려구요. 자주 봐요 수이 동생님!

수이 2025-02-10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랏 바람돌이님, 언니 아닌 건가요? 제가 갑자기 실수를;;;;;; 저 77인데;;;; 제가 혹시 다른 분이랑 착각하는 걸까요;;;;;;;;

바람돌이 2025-02-10 22:37   좋아요 1 | URL
슬프게도 맞아요. 저는 68. ㅠㅠ 몸무게 아님

수이 2025-02-10 22:46   좋아요 1 | URL
다 같이 나이드는데 나이가 뭔 상관일까요. 얼마 전에 열일곱 제 딸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우리 마리(반려묘) 이제 열두살인데 저렇게 나이들면 어째, 가슴 아파, 했더니 열일곱 왈, 엄마, 인간은 동물은 모두 유한적인 존재야, 그러니까 마리만 늙는 게 아니라 엄마도 늙어가고 있고 나도 늙어가고 있어. 생명체의 숙명이야. 그러니까 괜찮아, 우린 다 늙어가고 있어. 그러니 슬퍼 말아요. (몸무게 갑자기 궁금해지는........)

바람돌이 2025-02-10 22:44   좋아요 1 | URL
수이님 따님 수준이 저보다 위입니다. 너무 성숙한거 아닙니까? 우리집 딸들이랑은 맨날 농담만 따먹는데... 그래 다같이 늙고 다같이 죽는거지. 가볍게 살아야지 해요. 몸무게요. 저 언저리일걸요. ㅋㅋ

수이 2025-02-10 22:47   좋아요 1 | URL
언니 곧 봄입니다. 저랑 같이 다이어트 하시죠. 저 와인 마셔서 알딸딸 ㅋㅋ 씨유투마로우. 굿나잇!

바람돌이 2025-02-10 22:49   좋아요 1 | URL
다이어트는 없습니다. 어떻게 찌운 살인데... ㅋㅋ 푹 주무시고 내일도 북플에서 만나요.

희선 2025-02-11 0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더 짜릿함을 주는군요 드라마도 자신이 좋아해야 재미가 있기는 하죠 다른 사람이 재미있다고 해도 자신은 재미없으면 재미없는 거겠습니다 1권 끝까지 읽으면 한번에 이해가 되다니... 그럴 때 신기하고 즐겁겠네요 바람돌이 님 마지막까지 즐겁게 읽으시기 바랍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5-02-11 08:46   좋아요 1 | URL
1권 마지막에서 주는 짜릿함을 2권과 3권에서도 기대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

독서괭 2025-02-11 0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괴물들 추천받았는데 바람돌이님이 짜릿하게 읽으셨다니 더욱 궁금해지네요!! 삼체도 관심 없었는데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바람돌이 2025-02-11 08:51   좋아요 1 | URL
괴물들은 같은 질문의 방향을 바꿨을 때, 보는 프레임 자체를 바꿨을 때의 짜릿함이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눈을 뜬 기분이예요. 삼체는 재밌습니다. 그냥 엄청 재밌습니다. ㅎㅎ

공쟝쟝 2025-02-11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괴물들 너므 너므 좋지 않나요? 지적이며 문화적인 산문의 맛!!ㅋㅋㅋ 질문 수준도 치열하고 무엇보다 독자로서 관객으로서 또 비평가로서 읽고 쓰는 이의 위치성을 스스로 심문하는 모습이… 너므 인상적인데… 종잡을 수 없어, 즐겁죠! 저도 다 읽으면 독후감을 쓸텐데 클레어데더러의 독후감과 함께 책에서 나오는 다른 책도 한권 보고 싶어서 어쩔까 하며 견주는 중입니다 ㅋㅋㅋ

바람돌이 2025-02-11 09:57   좋아요 1 | URL
괴물들 너무 좋은데 결론이 너무 평화로워요. 조금 더 매운 맛을 원했는데 말이죠. 뭔가 번쩍하는.... 그래서 제가 혹시 오독을 한건 아닌가 싶어 다시 곱씹으며 마지막 부분만 다시 보고 있어요.
하지만 글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공쟝쟝님 말씀대로 진짜 좋아요. 저는 특히 우리라는 말로 숨지 않는 당당함이 좋았어요. 이 책에 나오는 책 중에 저는 나브코프의 롤리타랑 도리스 레싱의 금색공책을 읽고 싶어졌어요. 특히 롤리타는 소재때문에 절대 안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괴물들 보다 보니 막 궁금해지더라구요. ^^ 공쟝쟝님은 무슨 책이 궁금해지셨을까요?

공쟝쟝 2025-02-11 17:01   좋아요 0 | URL
저두요!!! 레싱이랑 나보코프!!! 데더러의 평이 너무 인상적이었기에 그가 느낀 것을 느껴버릴까봐 문제긴 한데요, 저도 똑같아요 바람돌이님이랑 ㅋㅋㅋ 우리 통했어요!!! 사실 금색 공책을 오래 전에 좀 읽다가 말았는데 애나랑 레싱을 분리하지 못하는 모습이 제 읽기랑 겹치기도 했고요, ㅋㅋㅋ 자꾸 작가랑 작중인물이랑 겹쳐서 소설 읽는 저의 못된 습관 ㅋㅋㅋ

다락방 2025-02-11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페이퍼 좋네요. 저도 드라마를 잘 못보는 편인데 일단 보더라도 완결까지 못가겠더라고요. 그런데 책은 그렇지 않죠. 책이 훨씬 더 재미있다는 말씀에 완전 동의합니다. 이 재미있는 책을 읽어라, 사람들이여!! ㅎㅎ
[괴물들]은 저만의 개인적인 이유로 읽지 않으려고 생각했던 책인데, 흐음, 이 페이퍼 읽어보니 역시 괴물들 읽어볼까.. 싶네요.

바람돌이 2025-02-11 10:00   좋아요 0 | URL
드라마 왠만해서는 완결보기 힘들죠. 나중에 결말만 궁금하면 빨리 돌리기를 하기도..... ㅠ.ㅠ
다른데서 책이 더 재밌다 얘기하면 아무도 안 알아줘요. 그래서 소심해서 눈에 안 띄고 싶은 저는 그냥 안 그런척만.... ㅎㅎ 근데 세상에 책은 널려 있는데 읽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을 때는 그냥 안 읽어도 될거같아요. 보고싶고 봐야하고 하는 책들은 정말 많잖아요. ^^

페크pek0501 2025-02-11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보다가 끝내주는 괴물들, 이란 책을 완독하지 못한 게 생각났어요.ㅋㅋ
완독하고 싶은 책은 많고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할일은 많고 그러네요.
그럼에도 매일 조금이라도 책을 읽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책도 읽고 필사도 하고 제 느낌도 쓰면서 한 해를 보내려 합니다. 2천 쪽에 가까운 삼체를 읽으시는 바람돌이 님, 함께 파이팅!!!

바람돌이 2025-02-12 21:56   좋아요 0 | URL
끝내주는 괴물들의 캐릭터 해석이 저는 참 멋졌어요. 다만 모르는 캐릭터가 3분의 1이나 되는건 좀 슬펐고요. 진짜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시간이 참..... 저도 오늘은 집에 와서 푹 퍼졌어요. 직장에서 뭔가 신경을 많이 쓰고 온 날은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일이 많네요. 저는 필사는 진짜 못하겠던데 - 손가락이 너무 아파요. ㅠ.ㅠ, 결정적으로 제 글씨를 보는게 너무 괴로워서.... ㅎㅎ - 필사 꾸준히 하시는 분들 존경스러워요.

단발머리 2025-02-11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괴물들도 삼체도 읽고 싶은 책들인데, 다른 책들이 줄을... 그 책들한테 옆으로 좀 비키라고 말한 뒤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괴물들 읽으신 후 <롤리타> 읽고 싶으시다해서 더 궁금해요. 안 되겠어요, 괴물들 먼저!

즐거운 여행 잘 마치시고 돌아오신거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저도 캐리어 밀고 어디든 가고 싶네요^^

바람돌이 2025-02-12 21:57   좋아요 1 | URL
괴물들은 내용의 무게에 비해서 책장이 잘 넘어갔습니다. 단발머리님 빨리 읽고 그 멋진 생각을 나눠주세요. 저 아직 생각 다 정리 못했어요. 단발머리님 글 써주시면 컨닝할래요. ㅎㅎ
여행은 잘 마치고 가족들과 진짜 신나게 잘 놀다 왔는데 중간에 눈썰매 타다가 넘어진거 허리디스크로 악화돼서 병원다니고 있습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5-02-12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괴물들…끌리네요.^^
삼체는 다들 좋다고들 하셔서 2권까지 사다 놓긴 했어요. 아직 시작을 못한지라 3권은 다 읽고 나면 사야지! 무한대기 중이구요.
근데 작년 말쯤 딸 하나가 친구집에서 삼체 드라마를 보고 와선 넘 재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드라마 먼저 보고 책 읽을까? 책 읽고 드라마 볼까? 고민 하다가 잠깐 까먹고 있었는데 바람돌이 님 페이퍼 읽으니 책이 먼저인 것같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책 읽기의 짜릿함!
그거 저도 느껴보고 싶네요.ㅋㅋㅋ

바람돌이 2025-02-12 22:00   좋아요 1 | URL
삼체 오늘 2권 완독했는데 너무너무 재밌습니다. 한창 보고있는데 카톡 연락오는거 짜증날 정도로....
근데 2권까지가 일단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3부는 뭔가 외전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2권까지 보면서 제가 뒷부분을 추리하면 맞는게 하나도 없어요. ㅎㅎ 아 작가 진짜 대단해요.
드라마랑 책이랑 둘 다 보신분이 압도적으로 책에 손드시더라구요. 저는 3편까지 다 보고 나면 책에서 설명한 부분이 화면으로 어떻게 재현되는지 궁금해서 한번 보려구요. 그러니까 책 먼저.... ^^

psyche 2025-02-13 0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행기에서 책을 못 읽어요. 팟캐스트나 오디오북도 잘 안 들리더라고요.
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졸다 깨다 하게 되네요.
저도 삼체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넷플릭스에 있는 삼체 드라마는 과연 재미있을까 의심하면서, 그래도 어떻게 영상화 했는지 궁금해서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아직 시즌 1만 나와서 뒤에도 계속 괜찮을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요

바람돌이 2025-02-25 20:33   좋아요 0 | URL
비행기는 그냥 비몽사몽간에 볼 수 있는걸 보는걸로요. ㅎㅎ 삼체 드라마도 보셨네요. 제 친구가 제가 삼체 재밋다고 했더니 일단 드라마부터 본다하더라구요. 그러더니 너무 재밌다고 책 본다고.... ㅎㅎ 요거 시즌 다 나오려면 꽤 오래 걸릴거 같던데요. 책의 그 광활한 배경을 어떻게 구현할지 너무 궁금해요. ^^
 

인스부르크에서 1시간 정도 시외로 가면 악사머 리줌이라는 스키 리조트가 있다.
물론 우리가 스키를 탈건 아니고 장장 6km의 거리를 터보건이라는 눈썰매를 타고 신나게인지 죽을동 살동인지 내려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걸 타러 가는거다

어쩌다 얻어걸린 정보로 가는지라 될지 안될지도 모르고 일단 가보자해서 가는 것.

이곳으로 가는 완행 버스는 꽉차서 가는데 재빠르게 탄 덕분에 앉아서 가긴했다.
근데 진짜 우리 가족 빼고 올 스키어들이다
꿋꿋이 가서 무사히 터보건을 대여했다.
전날 잃어버린 내 장갑때문에 스키 장갑을 대여했더니 무려 8유로. 아까비...


뭐 표지판도 없고 대여소 직원도 대충 가르쳐주는데 그냥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가라는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하여튼 무진장 헤메다가 가긴갔다.
사실 나는 쫄보라서 끝까지 탈까말까 고민했는데 물귀신같은 남편이 무조건 할수 있다고 꼬드겨서 또 귀얇은 나는 예전의 온갖 사고들을 잊고 일단 도전!
여기서 참았어야 했다.

처음엔 좋았다
눈이 폭신하고 속도가 점점 붙지만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해 즐겨가며 탔다.
하지만 약 4km지점부터는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이 되어 있는거다
점점 속도 제어 불가능해지고 이 속도로 계속 가다가는 방행 못잡아서 옆의 바위무더기 계곡으로 튕겨나갈수도 있겠구나라는 위기감이....
결국 무리하게 발로 속도 줄이다가 썰매와 함께 날아갔다.
나의 육중한 몸이.... ㅠㅠ

머리 박고 별이 뱅글뱅글
팔꿈치와 엉덩이 대차게 박음.
엉청나게 아팠음
그래도 못걸을 정도는 아닌지라 다시 탈것인가 어쩔것인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아 더 타면 진짜 엠블런스에 실려갈지도 몰라라는 위기감에 포기했다.
문제는 그래도 남은 1km는 어쨌든 가야 한다는 것.
할수 없이 썰매를 끌고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딱 썰매 산책시키는 꼴이다.

좀 더 가니 큰 딸이 날 기다리고 있다.
넘어졌는데 썰매가 튀어오르면서 맞았단다

그래 우리 같이 썰매 산책시키자

좀 더가니 웬수같은 남편이 기다리고 있다.
둘째 딸은 어디 있냐니 말릴 새도 없이 비명을 지르면서 지나갔단다. ㅋㅋ

그 다음은 계속 썰매 산책이다
원래 재밌으면 여러번 타자였는데 남편 외에는 모두 포기.
불쌍한 남편은 나 혼자서 무슨 재미로 하면서 포기.

이곳 경치는 또 눈물나게 좋아서 카페에 가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근사하고 벽난로 장작불이 뜨뜻하게 좋다. 따뜻한 커피마시면서 상처받은 마음을 달랬다. 몸은 안 달래졌다.
젊은 두 딸래미의 몸은 이후 2,3일만에 다친 곳을 회복했으나 나의 비루한 몸은 지금도 걸을 때마다 엉덩이꼬리뼈가 욱신거리고 있다.
귀가 얇아서 항상 뭐 하자고하면 하긴 하는데 결과가 좋은적이 없네....ㅠㅠ

인스부르크로 돌아와 밥먹고 잠시 거리 산책 하다가 저녁 기차로 다음 행선지인 잘츠부르크로 간다.
가장 웃기고 가장 힘들었으며 나의 몸은 푸르딩딩 멍으로 얼룩진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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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18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썰매 너무 신날 것 같은데(전 스키를 못 타요) 그래도 6키로면 엄청 긴 코스라....
얼른 아프신 곳 회복되시구요~~~ 남은 기간도 행복한 여행 되소서!
근데..... 사진은... 정말 고생할만큼 잘 나왔어요. 저렇게 큰 나무를 뒤로 하고 달리는 기분이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nine 2025-01-18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마지막 사진 정말 잘 찍으셨네요. 두 따님이 손인가요?
스키 못타신다면서 가는 곳 마다 다 스키장 ㅋㅋ
저도 스키 타본 적 없지만 저런 곳에 가면 스키든 터보건이든 안타고 못배길 것 같네요.
다음은 짤즈부르그...여기 독자가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멍든 곳이 많이 욱신거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노르드케테에서 내려와 크리스탈월드로 간다.
스와로브스키 본사가 여기에 있다.
여긴 인스부르크 외곽에 있지만 인스부르크 시내에서 셔틀버스가 다닌다

사실 딱히 가고싶은 곳은 아니었는데 인스부르크 카드 48시간권 끊은거 본전뽑기 좋은 장소라 흔히들 선택한다.
도착하자 약간 괴기스럽기도 하고 우리 나라에서는 아침드라마 오렌지쥬스 흘리는걸로 유명한 짤과 비슷하다고 놀림받는 입구가 등장한다.

전시관으로 들어갔는데 입구부터 심상찮다.
크리스탈로 만들수 있는건 다 만들어놓은 듯.
또한 작품마다 최고의 분위기와 음악이 어우려져서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우리나라 이불 작가와 호주 작가인 제임스 터렐, 달리,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의외의 즐거움이었다.
사전 조사할 때 다들 시큰둥해서 별 기대안했다가 오히려 즐거움이 커졌던 곳이다.

마지막 사진은 야외 정원에 시무룩한 루돌프가 재밌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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