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고 벗는 일조차 혼자서는 불가능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 여성들은 순종적이고 의존적인 여성상을 자연스레 학습할수밖에 없었으리라.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우리가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옷이 우리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부장제가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 P21

하지만 남성에게는 ‘남자의 적은 남자‘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는 마법 거울이 없다는 게 중요하다. 마법 거울은 여자들 사이에만 숨어들어 가부장제 속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여자끼리 경쟁하라고 부추겨왔다. 그과정에서 여성들은 연대하지 못했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재능을 낭비해야 했다. 이제 여성들은벽에 걸린 거울에게 질문하는 걸 그만둬야 할 것이다. ‘여자의적이 여자‘라고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여자의 적이기 때문이다.
비제 르브링과 라비유 기아르가 몸소 증명하지 않았던가. - P33

호주의 코미디언이자 희귀 유전병 ‘불완전 골형성증‘을않은 장애인 스텔라 영 (Stella Young)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장애인의고군분투가 비장애인들에게 동기부여 휴먼스토리로 소비되는 현상을 ‘감동 포르노‘라고 비판하며 한 말이다. 이 일침은 예술가의 그림에도 유효하다. "나의 가난, 내 삶의 비참함, 내몸에 새겨진 고통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도구가 아니다"라고 그것은 피해자의 대상화이며, 대의를 가장한 관음이며, ‘고통 포르노‘일 뿐이라고 말이다. - P117

이처럼 고갱이나 앵그르 같은 서구 남성들에게 비유럽은 철저히 미개한 곳이었다. 거기에 사는 여성들은 ‘새장 속의새‘ 이거나 유아적이고 원시적인 존재였다. 이런 타자화를 통해유럽 남성들은 자기네 문화의 우월성을 확인하곤 했다. 하지만한편으로 그들은 비유럽 문화에 매료됐고 갖고 싶지만 가질 수없는 것에서 느끼는 갈증을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내 투사하기도 했다. 원시를 추구했지만 원시를 열등한 것으로 보고 한편으로는 원시에 매혹되는 서구 남성들의 모습에서, 여성을 혐오하지만 여성 없이 못 살며 여성을 숭배한다고 하면서 착취하는 가부장 남성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건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 P146

세상은 남편 돈 쓰는 아내에겐 무자비할 정도로 가혹하다. 반면 아내의 시간을 가로채는 남편에겐 너무나 관대하다.
아내의 삶과 시간을 많이 착취한 남편일수록 더 성공하게 되기에, 가부장 사회는 아내의 헌신을 더 독려하기도 한다. 가부장제 속 여성의 삶은 ‘뱀과 사다리 게임‘과 같다. 열심히 인생의 사다리를 올라가도 아내가 되는 순간 뱀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갈확률이 높다. 바로 이것이 비혼 여성에게 ‘이기적‘이라고 결코손가락질 할 수 없는 이유다. 어느 누가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하겠는가. - P154

붓과 팔레트를 든 젠틸레스키가 캔버스 앞에 서있다.
곧 그녀가 창조한 형상들이 캔버스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여성은 재현의 대상일 뿐‘이라는 생각이 만연했던 시대에 젠틸레스키는 이처럼 자신을 그림 그리는 주체로 표현했다. 그녀는 <자화상>을 통해 세상에 대고 "나는 불쌍한 성폭행 피해자만은 아니다. 나는 화가다!"라고 천명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이러한 그녀의 생각은 고객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나는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입니다. 당신은 카이사르(Julius Caesar)의 용기를 가진 한 여자의 영혼을 볼 수 있을것입니다" - P188

국감장에서 리얼돌을 직접 가지고 나오고 공적인 자리에서 룸살롱 이야기를 하는 것이, 페미니즘을 말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사회를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연 21세기 한국사회는 19세기 영국, 20세기 중국에서얼마나 나아갔을까. - P231

이러한 사회의 악평과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여성들은 ‘쿠션어‘를 사용한다. 쿠션어란 틀린 내용 하나 없는 얘기를 하는데도 조심스러워하고, 자신의 주장이 단정적으로 들릴까봐 애교와 이모티콘 같은 ‘쿠션‘을이어붙여 문장을 맺는 어법을 말한다. 쿠션어를 쓰면 적어도 드세 보인다‘ ‘싸가지 없다‘는 비난은 받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어법이 오히려 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듣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힘들어 결과적으로 발화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 P239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나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여자가 차렸다! 만일 남자 요리사가 차렸다면 즉각 이름이성경에 남았을 테고, 그는 그리스도교 성인이 되어 길이길이 존경받았을 테니 말이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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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제인 오스틴의 책이 이렇게 재미있을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제인 오스틴의 책이 내 취향이 아닐것이라는 게 나의 '오만한 편견'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인 오스틴은 정말로 뛰어난 위대한 작가님이시다.

스토리상으로 볼 때 별볼일 없는 이 소설이 왜 고전으로 추앙받고 오래도록 회자되는지 깨달았닸고나 할까?


이 소설의 어떤 점이 나를 이렇게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이 소설의 배경은 19세기 초반쯤의 영국 지방 사회쯤으로 예상된다.

1689년의 명예혁명으로 영국사회는 가장 일찍 구세력인 국왕, 귀족 세력과 신흥세력인 부르조아 세력의 타협이 이루어진다.

솔직히 명예혁명은 혁명이라기 보다는 명예타협으로 읽어줘야 맞지 않을까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그러나 아직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기 전이다보니 이 신흥 부르조아 세력 역시 상공업이 주가 되기 보다는 땅을 주요 재산으로 하는 지주계층이 주를 이루게 된다.(이들이 귀족과 다른 점은 자신이 직접 토지의 경영을 관리하고 운영한다는데 있다)

이 신흥 지주계층이 바로 영국의 신사계층이라고 불리는 젠트리들이다.

이 책에서 나오다시피 젠트리 역시 동질적인 집단은 아니라서 다아시처럼 대지주이면서 귀족에 살짝 한 발을 걸친 경우도 있고, 빙리처럼 그냥 중상규모의 지주라든가, 베넷씨네처럼 소규모의 지주계층인 경우 등 다양하다. 

아직은 상업이나 산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부르조아,젠트리들은 지주계층에 비해 미약하고 사회적 대우 역시 낮은 편이다.


이렇게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는데 양측의 정치적 타협에 의해서 균형이 어느정도 이루어지며 서로를 인정하고는 있으나 서로 감정이 좋을리가 없다.

귀족은 당연히 젠트리들을 무시하고 싶어하고, 젠트리들 역시 귀족에 대한 동경은 있으나 자신들이 가진 부에 대한 자신감 역시 만만치 않아 기죽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걸 잘 보여주는게 바로 이 책에 잠시 등장하는 제임스 포다이스 목사가 쓴 <포다이스 설교집>같은 품행지침서의 등장이다. 

교양있는 행동 , 교육, 살림등 전방에서 여성의 미덕을 가르치는 생활교본인데 이 시대의이런 지침서는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의 것도 당연히 있었다.

귀족들은 자신들의 우아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드높임으로서 젠트리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싶어했을 테고 따라서 이런 책으로 젠트리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신분상승을 꿈꾸던 젠트리들은 이런 지침서를 통해 귀족의 생활태도를 모방함으로써 자신들의 낮은 신분을 상쇄하고 생활과 태도만은 귀족과 다를 바 없음을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영국의 중상류층 사이에 굉장히 기묘한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이 등장하는데 바로 예절 교본에 따른 생각, 말, 행동을 마치 자신의 것인양 그대로 재현하는, 어떻게 보면 생활 전체가 연극같은 그런 생활방식이 정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경험이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을 제인 오스틴은 이 연극적 삶의 다양한 군상과 면모를 거의 완벽하게 묘사해낸다.

그리고 따로 비판하거나 말하지 않고서도 소설속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것들이 얼마나 허영에 차있고, 기만적이며 위선적인지를 독자 스스로 알아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먼저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 다아시는 오만하다.

왜 오만할까? 오만한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대지주이고 귀족작위를 받지는 못햇지만 어머니가 백작의 딸이다. 그가 오만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어느정도냐고?

다아시가 여자 주인공에게 청혼하면서 하는 말이 <조건이 이렇게 저렇게 나쁘고, 가족들도 형편없는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들어, 심지어 이렇게 훌륭한 내가 너를 좋아해서 온갖 손해를 감수해야 해. 그래서 나는 너무 괴로워, 하지만 너를 사랑해>다.

어느 미친 여자가 이런 청혼에 예스라고 할까? 

당연히 우리의 엘리자베스 역시 바로 노우를 날려주신다.

그런데 책을 끝까지 읽어도 이런 다아시의 근본적인 생각은 달라지는 부분이 없다.

그저 엘리자벳을 사랑하기에 감수하기로 하는 것 뿐이다. 

이들이 결혼 이후 영원히 해피할지는 알 수없지만 그 전망이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중상지주인 빙리의 여자 형제들은 우아하게 가식을 뜨는 전형이다. (그에 반해 빙리는 어리버리 줏대없는 바보의 전형, 그러므로 딱히 할말도 없는.....)

그래봤자 같은 평민 출신에 돈이 조금 더 많을 뿐인데 그들의 상류층 지향 긍지는 하늘을 찌른다.

이런 경우 나를 높이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 상태를 무시하고 짓밟는 것이다.

앞에서는 우정을 얘기하고, 우아하게 대하지만 뒤에서 대놓고 비웃으며 낄낄거린다.


"제인 베넷이 아주 마음에 들고 정말로 착한 아가씨라서 시집을 잘 갔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모에다가 지체가 낮은 집안이니까 잘 될 리가 없겠지만."..... 친구의 초라한 친척들을 흉보면서 한참이나 웃고 떠들었다. (41쪽)


지금 이런 모습의 사람을 본다면 나야 바로 손절 들어가겠지만 지금은 19세기.

저들의 행동에서 중요한 것은 흉보고 비웃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찮은 제인에게도 우아하게 손님대접을 해주고, 감기에 걸린 제인에게 방을 내주고 보살펴주는 그들의 매너다. 

본심과 나타나는 행동을 이렇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이들은 진정한 삶을 무대에서 열연하는 배우다.

일상이 연극이라니..... 19세기 영국사회의 매너열풍의 본질이 아닐까?


흥미로운 인물은 너무 많다.

나를 빵 터지게 한 또 하나의 인물은 아들이 없는 베넷 집안에서 아버지가 죽고나면 남은 장원을 상속할 먼 친척 콜린스다.

(이 부분도 정말 분통터지는 부분인데 이 시대의 여자들이 결혼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당시의 집안의 재산은 대부분 토지에서 나오는데 그 토지를 상속할 수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실제 상속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그럼 직업도 못가지는데 뭘 먹고 살라고??? 그래 결혼을 잘해야 해 이렇게 되는거다.)

콜린스! 

이 가진 재산이 없어 누군가의 자비에 기대야 하는 불쌍한 젊은이는 운 좋게도 귀족 후원자를 만나 교구목사가 된다.

따라서 그에게 신은 바로 그의 후원자인 캐서린 드 버그 여사다.

입만 열면 어찌나 여사님을 찬양해대는지 역시 밥벌이는 진정 소중한 것이야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거기다가 다른 모든 일에 대해서 어찌나 솔직해주시는지....

앞뒤가 똑같은 일관된 속물주의자, 어떻게 보면 빙리집안의 여자들과 완전히 대비되는 인물이랄까?


그리고 캐서린 드 버그 여사

이 여성은 진정한 귀족이시다.

오만의 결정체.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의 삶에 간섭하고, 지시하는 것이 삶의 낙이다.

그가 베푸는 친절은 모두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간섭하고 지시하고 싶어서이다.


이들의 삶은 모두 화련한 한판의 연극부대 같다. 

주인공 엘리자벳은 어떨까?

재치있고 영리한 우리의 주인공 말이다.

그녀에 대해서는 뭐랄까?

똑똑하여 사람들의 위선을 꿰뚤어 볼 수 있는 지혜를 가졌고, 재산이 아니라 성품과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는 올곧음과 능력도 가지고 있고..... 

그러나 그녀가 다아시에 대해 마음이 변해가는 과정을 잘 살펴보자.

다아시과 청혼할 때만 해도 그녀는 다아시같이 오만한 사람은 아무리 부자라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마음은 다아시의 긴 장문의 변명 편지에 의해 흔들리고, 그 흔들리는 마음은 다아시가 그녀의 여동생의 불명예를 구해줌으로써 완전히 무너진다.

다아시의 품으로 직진 항복이다.

엘리자벳이 사랑에 빠지게 된건 그녀가 다아시의 저택을 통해 그의 부를 직접 본것, 다아시가 자신의 오만을 사과하고 엘리자벳에게 변명의 편지를 날린 것, 그리고 그가 그의 재력으로 엘리자벳의 가족을 도운 것.

이 중 어느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을까?

물론 이 모든게 복합적으로 작용하는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가장 결정적인게 있었을거다.

그걸 판단하는건 결국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이다.

내 생각으로는 엘리자벳 역시 결혼 이외에는 장래 대책이 없다.

그러므로 엘리자벳은 이 시대의 위선적인 무대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나 실제로는 벗어나지 못하는 경계에서 어정거리다가 결국은 그 위선의 무대에 빨려가는 인물쯤으로 해석되어졌다.


하지만 이런 19세기 영국의 위선의 무대에서도 독특하게 이 무대를 비켜가며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꾸려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먼저 콜린스와 결혼하는 샬럿

콜린스를 존경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지만 현실적으로 그가 나쁘지 않은 남편감이라는걸 인정하고 재빠르게 그의 낙심을 위로해주며 결혼에 성공하는 엘리자벳의 친구.

걱정하는 엘리자벳에게 자신에게는 이것이 최선의 취업임을 당당히 얘기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꾸려나가는 이 여성에게서 나는 오히려 당대의 이 위선적인 무대에서 벗어난 현실적이고 건강한 삶을 본다.


또 하나! 

베넷 집안의 셋째 딸 메리.

책만 보는 아주 현학적인 이 소녀는 우아하게 매너를 지켜야 하는 대화법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녀는 자신이 본대로 아는대로 읽은대로 직격타를 날리면서 분위기를 깨는데 선수다.

당대의 기준으로 무례함의 표본이랄까?

물론 그녀의 말들은 너무나 현학적이어서 누구에게도 울림이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건 그녀가 아직 10대의 소녀라는거다.

이 소녀는 앞으로 제인 오스틴이 될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지 처음에는 이름을 외운다고 정신이 없었는데,

대단한건 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도 그 모든 인물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된다는 것이다.

19세기 영국 젠트리 사회의 생활양식과 인간군상이 내 앞에 펼쳐져 거대한 연극의 무대를 생생하게 보는 듯한 느낌이다.

제인 오스틴은 진정 천재였을까?

그녀가 이렇게 당대의 사람들에 대한 통찰을 가질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앞으로 읽을 제인 오스틴의 책들에 대한 기대가 엄청나게 높아지고 말았다. 






이 책을 읽고 영화도 다시 보고 있는데 와우 진짜 이 영화는 여자주인공이 다하는구나.

엘리자베스 역의 키이라 나이틀리,

다아시가 처음 엘리자베스에 대한 감정을 표현할 때


"어여쁜 아가씨의 아름다운 두 눈이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생각하고 있거든요."(32쪽)라고 말하는데, 

키이라 나이틀리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저 눈에 첫눈에 반할 수밖에 없겠구나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책에서 엘리자베스의 캐릭터에 그것이 잘 표현되었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작가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거겠지라는 느낌.


이 책을 읽는 내내 솔직히 로맨스에 대해서는 미적지근한 느낌이다.

아니 얘들은 뭘 했다고 사랑을 느껴?

첫눈에 반한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뭔가를 느낄 만큼 함께 한 시간이 있는것도 아니고?

뒤에 나오는 사건들을 보면 있던 애정도 달아나겟구만...... 

로맨스는 별로인데 여자주인공은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영화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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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9-23 14: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문단 정리해 주신거 읽으면서 제가 박수를 쳤습니다. 도서관이라서 소리 안 나게 살살, 그러나 기립 박수를 쳤습니다.

다아시의 품으로 직진 항복이다.

이 문장도 너무 좋아요, 바람돌이님. 전 엘리자벳 심경 변화의 가장 큰 축은 역시나 저택 구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는 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요. 당시에는 한 번 청혼하고 No 받으면 남자들이 다시는 청혼 안 한다고 어디선가 그렇게 읽었거든요. (요즘 남자들 기억해야 할 일) 근데 집안도 변변찮은 엘리자벳이 한 번 노! 했는데 다시 청혼했다는 점에서 다아시의 노력을 가상히 여기고요. 바람돌이님 말씀대로 엘리자벳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으니까요. 이 남자 맘이 변하지 않기를..... 바랬겠죠?

콜린스에 대해서는.... 정말.... 소설에서는 거구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좀 키 작고 귀여운 외모의 남자배우분인데 너무 콜린스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오스틴 사랑 포에버. 바람돌이님의 오스틴 리뷰 계속 올라오겠군요. 기대만발, 개봉박두!

바람돌이 2022-09-23 14:32   좋아요 2 | URL
ㅎㅎ 감사합니다.
단발님도 저택 구경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저도 그게 결정적일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다아시가 다시 청혼을 해줘야 하는데 안해줘서 갑갑한 엘리자벳의 마음도 표현돼 있잖아요. 그 시대 여자로 산다는건 정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오로지 선택만을 기다려야 하는, 아 진짜 절망스런 시대예요.
어제 다른 책 읽는데 가부장제 바깥에 있는 여자, 그러니까 비혼이라든가 과부 등은 울타리가 없으므로 마녀로 몰리기 딱 좋았다고 해요. 그럼 가부장제 안에 있는 여자들은 괜찮으냐하면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가부장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죠.

다락방의 미친여자들 읽으려면 열심히 읽어야해요. 제인 오스틴 뿐만 아니라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이디스 워튼, 그리고 난공불락의 에밀리 디킨슨이 발 동동 구르며 저를 기다리고 잇네요. ㅎㅎ

다락방 2022-09-23 14: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분통터지는게 그 시대적 환경상 어쩔 수 없이 딸만 있는 집에서는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는 거잖아요. 오만과 편견을 다시 쓴 작품이 있거든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라고요. 이게 책으로 있는데 영화로도 만들어졌어요. 저는 이걸 영화로 봤단 말예요? 영화속에서는 엘리자베스 베넷이 좀비랑 싸웁니다 ㅋㅋㅋㅋㅋ 아버지가 싸움을 가르쳤어요. 아놔 ㅋㅋㅋㅋㅋ 초반에 스토리가 비슷하게 나오거든요. 그 재산이 먼 남자친척한테 가는거요. 제가 그걸 보면서 부르르 떠는데 우리의 엘리자베스 베넷은 좀비를 팍팍 죽이고 ㅋㅋㅋㅋㅋㅋ

아 그런데 바람돌이 님의 시선으로 읽는 오만과 편견 리뷰 너무 좋네요. 저는 아주 오래전에 오만과 편견 읽고 딱히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이 리뷰를 읽고 지금 다시 오만과 편견 읽으면 엄청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9-23 14:39   좋아요 2 | URL
엘리바벳과 좀비라니..... ㅎㅎ 뭔가 더 좀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엘리자벳일듯하군요.
넷플 찾아보니 무술의 달인이 된 베넷자매라고 광고문구가..... 아 갑자기 왠지 막 보고싶어졌어요.
지금 보는 오만과 편견 쬐끔 남았는데 마저 보고 나면 이 영화도 보는걸로.... ㅎㅎ

제가 만약 옛날에 이 책을 봤다면 아마도 로맨스를 기대하고 봤을 것이고, 그런데 의외로 심심한 로맨스에 실망했을 것이고, 특히 남자 주인공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서 더 실망햇을 것이고 그래서 제인 오스틴 재미없어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은 안타깝게도 로맨스에 초연해지다보니 다른게 더 눈에 들어오는데 그것들이 대박인 그런 경우네요.
진짜 인물 하나하나가 너무 재밋어서 빵빵 터지면서 손을 못떼고 읽었어요.
다락방님도 지금 읽으면 또 다른 걸 발견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

잠자냥 2022-09-23 14: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교만을 버리고 이제 읽어보겠.........(아 근데 정말 손이 안가지만 ㅋㅋㅋㅋㅋ 손을 대볼게요!)

바람돌이 2022-09-23 15:42   좋아요 2 | URL
저랑 똑같은 잠자냥님
일단 앞의 50페이지 정도만 넘어가면 잠자냥님도 제인 오스틴의 매력에 빠지실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미미 2022-09-23 15:51   좋아요 3 | URL
저도 잠자냥님이 완독하시고 좋아하실거라 예상해봅니다🖐

미미 2022-09-23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바람돌이님이 이 소설 분명 좋아하실줄 알았습니다.ㅋㅋㅋ🙄

바람돌이 2022-09-23 15:43   좋아요 2 | URL
믿습니다. 미미님의 통찰력을 제가 어찌 거부할까요.
읽기 전까지 저는 이 소설을 안 좋아하리라고 확신했습니다만 역시 저의 어리석음을 확인하고야 말았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9-23 15: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소설 리뷰는 이렇게 써야 하는데 말이죠!^^ 인물들을 잘 설명해주신 것은 물론 당시 19세기 영국 사회에 대한 배경 지식까지 알려주셔서 정말 좋네요~
저는 배경 지식을 알고 있음에도 바람돌이님처럼 흥미진진하게 와닿지 않았거든요. 인물들에 감정 이입이 안되는 거에요. 재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바람돌이 2022-09-23 15:44   좋아요 4 | URL
배경지식을 아는 것과 그걸 실감하는건 또 다른데 이 책은 그야말로 당대 영국인들을 제 눈앞에 확 펼쳐보이는거 같더라구요. 저도 예전에 읽었다면 지금과 같은 느낌은 또 못받았을거 같아요. 어떤 책을 어떤 시기에 읽느냐도 또 책에 대한 감상을 다르게 느끼게 하는거 같아요. ^^

유부만두 2022-09-23 15: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물 묘사가 찰지고 생생해서 그 사람을 알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읽다가 아 정말 야무진 작가님이라고 생각도 했고요. 저의 오스틴 최애는 맨스필크 파크지만 오만과 편견은 멋지죠. 진짜.

바람돌이 2022-09-23 15:46   좋아요 2 | URL
오우 맨스필드 파크 기대됩니다. 아껴가면서 읽어야죠. 일단 출간된 순으로 한번 읽어보려구요. 다음 책은 이성과 감성입니다. 맨스필드 파크 기다리는 동안 내내 가슴이 두근두근할듯요. ^^

새파랑 2022-09-23 15: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이 젤 재미있더라구요 ㅋ 다만 오스틴 이야기는 너무 귀족(?) 이야기여서 좀 아쉽더라구요 ㅋ

바람돌이 2022-09-23 16:57   좋아요 2 | URL
오스틴은 교구목사의 딸로 자랐잖아요. 그 시대에 중산층의 여성이 다른 계급의 이야기를 쓰기는 어려웠을듯해요.저렇게 여성의 행동반경을 꽉 조이는 사회에서 자기 계층- 귀족 아니고 젠트리층요-의 이야기를 저렇게 풍부하게 쓴 것만으로도 저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

Falstaff 2022-09-23 16: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에 교만해서 제인 오스틴을 나 몰라라, 했다가 바로 이 <오만과 편견>을 읽고 홀딱 빠져버렸습지요.
근데 이후에 읽은 <노생거 수도원> 노생거老生居.... 늙은 사람들이 사는(거하는) 수도원이구나 싶었더니 아니더라고요, 하여튼 이것부터 시작해서, <에마>, <설득>을 읽고, 나는 역시 잉글랜드의 로맨스 소설은 맞지 않아, 결론을 내리고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 등의 책들은 끊었습니다.
아가씨들이 웬 오지랖이..... 이하 생략. 비슷한 얘기 했다가 오스틴 팬들께 얻어 터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9-23 22:31   좋아요 2 | URL
아 저도 다른 책들이 오만과 편견만 못하리라는 예상도 하고 있어요. 그래도 이정도의 글을 쓴다면 다른 책에서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라고 기대도 합니다. ㅎㅎ 로맨스는 너무 심심해서 눈도 안가고, 다른 면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ㅎㅎ
노생거 농담은 너무 아재개그였습니다. 좀더 분발해주세요. ㅎㅎ

mini74 2022-09-23 2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 분 책 읽으면 뭔가 귀에서 피 나는 느낌 ㅎㅎㅎ 근데 싫지 않아요 ㅎㅎㅎ 남자작가들의 악평이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ㅠㅠ

바람돌이 2022-09-23 22:34   좋아요 1 | URL
귀에서 피나는 느낌은 뭘까라고 생각중입니다. ^^ 말이 너무 많다는 것? 확실히 등장인물들이 남녀 가리지 않고 한마디면 될걸 장황하고 수다스럽게 늘어놓기는 합니다. ^^
오늘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을 방금 다 읽었는데 뭐 여성작가들에 대한 폄하는 미술이든 문학이든 늘 있어왔던 현상이고, 그럼에도 제인 오스틴은 살아남아 오늘도 어느 작가보다 많이 읽히고 있다는게 이미 그녀의 힘을 증명한다고 생각하며 자축합니다. ^^

scott 2022-09-23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형제 중에 한 명이 바스에서 공부 해서 자주 갔었습니다 ㅎㅎ

오스틴 몇 주년 기념 세트도 있어요!(작품 속 인물 패션, 가구, 저택 등등이 삽화로 그려진)

오스틴 작품 속 주인공들 못지 않게 조연급들을 좋아합니다!

오스틴 최고의 작품은 <오만과 편견>이지만

나보코프옹 기타 영국 유명 작가들은 <맨스필드 파크> 세기의 명저 자리에 올려 놨습니다!

바람돌이 2022-09-23 23:09   좋아요 1 | URL
와우 스콧님 국제적인 인맥을 자랑하시는군요.
우리집 형제들 중 하나쯤 외국으로 내보내고 싶은데 왜 다 안갈까요?
저는 주인공들보다 조연들이 더 매력적이더라구요. 맨스필드 파크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콧님까지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더 기대만발입니다. ^^

mini74 2022-10-07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축하드려요 ~~~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바람돌이 2022-10-07 23:15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축하드리고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저는 사실 놀고 있어서 매일이 연휴... ^^;;

그레이스 2022-10-07 2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축하드려요~~~

바람돌이 2022-10-08 21: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도 2관왕 축하드려요. ^^ 연휴가 이틀 남았어요. 즐겁게 보내시길..... ^^

희선 2022-10-09 0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 책에서 딱 하나 본 거기는 한데, 예전에 봐서 거의 잊어버렸네요 여러 사람이 나왔군요 바람돌이 님은 그 사람들을 잘 보고.... 19세기 영국 사람은 겉과 속이 좀 달랐네요 바람돌이 님 축하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10-09 19:1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도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겉과 속이 다른거야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지금 사람들은 그걸 좀 더 응큼하게 잘 숨긴달까? 19세기 사람들은 그 두 마음도 교본에 있는걸 그대로 읊는 느낌이어서 굉장히 웃겼어요. ^^

거리의화가 2022-10-10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당선되실 줄 알았던 글입니다~ 2관왕 정말 축하드려요^^

바람돌이 2022-10-10 21: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당연하다고 하시니 부끄럽습니다. 화가님도 리뷰당선 축하드립니다. 저도 당연히 당선되실줄 알았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10-11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빨리 오만과 편견 읽어야 하는데~ 그러면서 반가워 리뷰 읽었답니다. 리뷰도 재밌어요. 상 받으실만 합니다^^ 전 소설 재미없다고 포기할까봐 한 달 전에 언급하신 영화 앞부분 조금씩 봤었어요. 영화 좀 보다가, 책 좀 읽다가, 영화 보다가, 읽다가...바빠 죽겠는데 이런 것도 병행하자니...참나~ 하면서 읽던 와중에 저는 콜린스 저 사람이 넘 웃긴거에요ㅋㅋㅋ 영화를 봐서 그런가요?ㅋㅋㅋ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콜린스 이름만 봐도 빵 터집니다.ㅋㅋㅋ 이제 조금 <오만과 편견> 재밌어졌어요^^ 전 펭귄북스로 읽고 있습니다.
암튼 축하드립니다^^ 축하 댓글 달려고 왔다가~ 같이 읽고 있던 오스틴이라 반가워서 또 수다 삼매경에 빠졌네요...총총총~

바람돌이 2022-10-11 11:59   좋아요 2 | URL
저도 영화 다시 봤는데요. 역시 재미없었습니다. 다만 책에서 콜린스 저 캐릭터가 하도 웃겨서 다시 보이긴 하더라구요. ㅎㅎ 저는 지금 맨스필드 파크 읽고 있는데 3분의 1쯤 읽었는데 너무 두꺼워요. 거기다 콜린스 못지않은 캐릭터들이 더 줄줄이 줄줄이 나옵니다. ㅎㅎ 같은 책을 읽고 있으니까 이런 수다도 되고 좋은데요. ^^
 

"오만은 몹시 흔한 결함이야." 메리가 견고한 사고력을 뽐내며끼어들었다. "내가 읽은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그건 정말 흔하고 인간 본성이 빠지기 쉽고 또 현실이든 상상이든 어떤 자질에대해 우쭐하는 마음을 간직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들 중 거의 없어.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처럼 쓰이지만 달라 허영을 부리지않고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은 우리가 스스로를 생각하는 것과연관되고 허영은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것과 연관되니까." - P25

"제인이 잘되길 진심으로 바라." 샬럿이 말했다. "그녀가 당장 내일 그와 결혼한다고 해도 일 년 열두 달 그를 연구한 다음에 결혼하는 것만큼이나 행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 결혼의 행복은 완전히 운에 달렸거든. 서로 성격을 잘 안다든가 애초에 서로 닮았다고 해서 더 행복하진 않아. 어차피 나중에는 남남처럼 될 거고괴롭긴 마찬가지야. 평생을 함께 보낼 사람의 약점은 될 수 있으면모르는 게 나아." - P28

"제인 베넷이 아주 마음에 들고 정말로 착한 아가씨라서 시집을잘 갔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모에다가 지체가 낮은 집안이니까 잘될 리가 없겠지만."
"이모부가 메리턴에서 변호사로 일한다고 언니가 말했던가."
"그래, 칩사이드 근처 어디에 사는 외삼촌도 있단다."
"가관이야." 여동생이 이렇게 덧붙이고, 그들은 맘껏 웃었다.
"사이드를 메울 정도로 이모부와 외삼촌이 많다고 해도 그들은 지금보다 조금도 못해지지 않아." 빙리가 나섰다.
"그래도 명망 있는 남자와 결혼할 가능성은 상당히 줄었지." 다아시가 대꾸했다.
빙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누이들은 전적으로 동의했고,
친구의 초라한 친척들을 흉보면서 한참이나 웃고 떠들었다. - P41

그러고 나서 다아시의 다른 쪽 팔을 잡으면서 엘리자베스를 혼자 걷도록 내버려 두었다. 길은 딱 세 사람에게 맞았다. 다아시가무례함에 즉시 반응했다.
"걷기에 길이 좁군요. 저쪽 큰길로 나갈까요."
그들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는 엘리자베스가 명랑하게 대답했다.
"아녜요. 그대로 계속 가세요. 멋지게 모였고 굉장히 잘 어울려요.
네 번째가 끼어들면 ‘그림 같은 풍경이 망가지잖아요. 그럼 안녕" - P57

"불행한 선택이 네 앞에 있구나, 엘리자베스, 오늘부터 부모 중한 사람과 의절을 해야겠다. 콜린스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네 어머니가 널 안 본다 하고, 결혼한다면 내가 널 안 보려고 한다." - P114

그래도 남편이 될 사람이었다. 남자나 결혼 생활을 좋게 생각한적은 없지만, 언제나 목표는 결혼이었다. 결혼만이 재산이 없는 교육받은 젊은 아가씨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하게 명예로운 대비책이었고, 행복할지는 불확실했지만 가장 좋은 가난 방지책이었다. 그런 대책이 이제 세워진 셈이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던 적도 없고 스물일곱 살이나 된 처지에 이건 정말 행운이라고 느꼈다.  - P124

죠. 내가 나름 괴로웠던 것을 교묘하게 감춘 채 무한하고 순수한순전한 애정에 이성에, 성찰에, 모든 것에 압도당했다고 당신에게아부했더라면 이렇게 통렬하게 비난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난 거짓은 무엇이든 혐오합니다. 내가 말한 감정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고 정당한 감정이었으니까요. 당신 가문의 열등함을 내가 기뻐하길 바랍니까? 지위가 나보다 한참이나 떨어지는 친척을 맞이한다고 희망에 부풀어 자축이라도 하길 바란 겁니까?" - P191

‘내가 가장 바라는 건 두 사람 누구와도 더 이상 함께 있지 않는거야.‘ 그녀가 생각했다. 이들과 함께 있어서 느끼는 행복으로 이런참담함을 보상할 수 없어! 빙리든 다아시든 결코 안 만날 거야!‘ - P329

네 성격을 안다, 리지. 너는 남편을 진심으로 존경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도 없고 점잖게 살 수도 없다. 남편을 우월한 사람으로 존경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재기발랄한 네가 격에안 맞는 결혼 생활을 어떻게 견디겠니. 신뢰를 잃고 비참해지고 말거다. 네가 남편을 존경할 수 없는 걸 보고 슬퍼하기 싫다. 지금 무슨 일을 하려는지 잘 생각해 보렴."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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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22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바람돌이 님의 이 책에 대한 리뷰가 기다려집니다!!

바람돌이 2022-09-22 13:18   좋아요 0 | URL
재미없을줄 알았는데 굉장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 리뷰는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09-22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스틴 읽는다면서
이 책을 여러 버전으로 사두
기만 하고 안 읽고 버팅기는
중이랍니다.

언젠가는 읽고 말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9-22 17:21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재밋는 포인트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래서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기로 했어요. ^^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안 하겠다고?"
"안 하는 편을 택한다고요." - P41

 내가 최초로느꼈던 감정은 순전한 우울과 진심 어린 동정심이었다. 그러나 바틀비의쓸쓸함이 내 상상 속에서 점점 커져갈수록, 그만큼 바로 그 우울은 두려움으로, 그 동정심은 혐오감으로 녹아들었다. 비참함에 대한 생각이나 비참한 광경은 어느 선까지는 우리에게 가장 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몇몇 특별한 경우 그 선을 넘어서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동시에 끔찍한 진실이다. 그 이유가 예외 없이 인간의 마음이 선천적으로 이기적인 탓이라고 단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오히려그것은 과도한 구조적 악을 고칠 희망이 없다는 데 기인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에게 동정심은 때로 고통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동정심이 효과적인 구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으면 상식은 영혼에게 동정심을 떨치라고 명한다. 그날 아침에 본 것으로 인해 나는 그 필경사가 선천적 - P50

 핵심은, 그가 나를 떠나리라는 가정을 내가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그렇게 하는 편을 택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그는 가정보다는 선택과 관계있는 사람이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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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9-21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읽었어요. 흥미롭게 읽었죠.
읽은 책이 나올 땐 댓글로 흔적을 남겨 쥐야 해요... 하하~~

바람돌이 2022-09-22 13:33   좋아요 1 | URL
처음에 다읽고는 좀 황당해했다가 다시 읽으면서는 이거 뭔가 좀 굉장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햇다가 뭐 그러고 있습니다. 어쨌든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에요. ^^ 페크님의 흔적 환영합니다. ^^
 

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따뜻한 오후의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차들은 온갖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이웃집들을볼 수 있었는데, 그 집들은 마치 집안에 있는 질병 때문인 것처럼 언제나 블라인드를 드리우고 있었다. 실제로 집 안에는 질병이 있었다. 소모된 삶이라는 질병이. - P20

붐비는 터미널과 도시와 비를 거쳐 오는 동안 랜드는 막연하.
지만 어떤 황홀한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는 긴 여행에 맥이 빠져 병든 닭처럼 졸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구름이 갈라지며밝은 빛 속에서 그 모든 것의 상징이 우뚝 드러났다. 심장이 뛰었다. 마치 그가 도망치고 있는 것처럼,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이상하고도 강렬한 방식으로 뛰고 있었다. - P45

겨울이 지나갔다. 그 시절이 어땠는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학창 시절의 첫해처럼 희미해졌다. 그가 외로웠다는 것을, 빛과 온기를 부러워하며 그 일부가 되고 싶었으면서도 그러지 않기로 결심하고 사회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는것을 그의 얼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이 가운데 어떤 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위에서는 에귀유가 반짝거렸다. 산은 잠들고 빙하는 눈 속에숨어 있었다. - P81

그리하여 가장 위험한 시도가, 비록 죽음을 초래하게 된다 할지라도, 그 정당성에 의해 아름다워진다. 암벽에는 약점이 있고 결함이 있다. 그 약점과 결함으로 암벽의 매끄러움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것이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 P88

그는 자신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인지 같은 일들이 설명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렇게 되면 뭔가가사라져버리기 때문이었다. 그가 많은 대가를 치르고 얻으려 한지극히 가치 있는 단 한 가지는 방해받지 않고 혼자 나아가는 것이었다. - P121

나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네. 그는 캐벗에게 편지를 썼다. 난 죽음에 대한 모든 두려움을 잃었어. 요즘은 혼자서만 산에 오르네. 트리올레 북벽과 베르트의 쿠트리에를 올랐지. 환상적이었어. 말로 다 설명할순 없네. 미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자넨 어떻게 지내? - P174

"당신은 산을 사랑하는군요……." 그들이 말했다.
"산이 아닙니다." 그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산을 사랑하는 게아닙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 P195

그는 샤모니를 생각했다. 맑은 아침 공기와 그곳 역에 서 있는 모습을 등에 짊어진 배낭의 무게와 어깨에 둘러맨 등반장비에서 나는, 절거덕거리는 쇠붙이의 엄숙하고 믿음직한 소리를 떠올렸다. 여기서는 고난이 불행이지만, 거기서는 고난이 인생의 풍취였다. - P214

인간의 얼굴은 항상 변하지만 완전히 완벽해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 모습을 갖춘 것이다. 그것은 불변의 얼굴이다. 그날 랜드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 그런 순간이 그에게 찾아들었다. 그는 서른 살이었고-사실은 서른한살이었다-그의 용기는 꺾이지 않았다. 그의 머리 위에 워커가 있었다. - P227

발아래 긴 직선거리가 그의 발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갑자기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먼지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슴이 휑했다. 연신 침을 삼켰다. 그는 돌아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바위는 용서가 없었다. 만약 집중력을 잃는다면, 의지를 잃는다면, 바위는 그가 살아남아 존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어제와 같은 바람이불었다. 그는 혼잣말을 했다. 자, 힘을내. 캐벗이라면 힘을 냈을것이다. 르슈카 식당의 그 사내벽에 붙은 사진 속 인물인 예전의 랜드 자신을 말함도 그랬을 것이다. - P230

그는 가능한 한 멀리까지 나아갔고, 최대한 높이 올라갔다. 더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다. 무릎이 떨리기 시작했고, 떨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미끄러지기싫어서 계속 필사적으로 홀드를 붙들고 싶었으나 그 대신 양팔을 활짝 뻗고 얼굴은 하늘을 향한 채 성자처럼 떨어졌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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