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의 사랑의 구두점, 이 쉼표를 내게 맡기면 느낌표로 만들어줄게.
- P177

한 사림은 왼쪽 집 벽에, 또 한 사람은 오른쪽 집 벽에 등을 기댄채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도시는 지구상에 베네치아밖에 없다.
- P183

인간은 극사실주의속에서 태어나 점점 더 느슨해져서 아주 대략적인 점묘법으로 끝나 결국엔 추상의 먼지로 날아가버린다.
- P215

열다섯살 때 나도 해변에서 내 또래 남자애들을 상대로 이두박근과 복근 시합을 벌였었다. 열여덟 살인가 스무 살 때는 수영복 아래쪽이 얼마나 불룩한지를 자랑했다. 서른 살, 마흔 살이되면 남자들은 머리카락을 비교한다(대머리에겐 불행이다). 쉰살 때는 배(배가 안 나와야 한다), 예순 살 땐 치아(빠진 게 없어야한다), 이제 소위 원로라 불리는 늙은 악어들의 모임에선 등, 걸음걸이, 입을 닦는 방식, 일어나는 방식, 외투를 걸치는 방식을 비교한다. 한마디로 나이, 나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아무개가 나보다.
훨씬 늙어 보이지, 안 그래?
- P217

여럿이 어울려 있을 때 우리 얼굴에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메시지는, 그 그룹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욕망, 거기 속하고 싶다는 억누를 수 없는 욕구다. 그걸 교육이나 맹종 혹은 주관 없는 성격의탓으로 돌리는 게 보통이지만 그게 티조의 가설이었다——난거기서 오히려 존재론적인 고독에 저항하는 시원적(始原的) 반응을 본다. 본능적으로 유배의 고독을 거부하고, 공동체에 끼어드려는 몸의 반사적인 움직임이랄까. 심지어 피상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그러하다.  - P223

여자들이 더 오래 살게된 건 아기를 낳다가 죽는 일이 없어지면서부터라는 것이다. 오늘날 수명에서 여자가 남자를 앞지른 것은, 잃어버린 수천 년을 되찾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 P257

그 시절엔 여자 혼자서다른 여자들에 둘러싸인 채로 분만을 했다. 남자들은 자신들이 맡은 종족 번식에서의 능동적인 역할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신석기 초기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임신한 여자에 관해 얘기할땐,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표현했지. 마치 아이가 성령의 작품이라고 믿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사실 여자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아이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한 거고, 정작 기다리기만 하는 건 남자인데 말이야. 그러나 남자는 기다린다는 걸 숨기기 위해 여자를속여 왔어. - P297

인간이 진정으로 겁을 먹는건 오로지 자기 몸에 관해서뿐이다. 자기가 말로 한 걸 누군가가 진짜 행동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는 걸깨닫는 순간,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다.
- P315

긁는 즐거움, 짜릿한 쾌감이 점점 커지다가 결국 시원함으로 끝나는 것뿐 아니라, 특히 가려운 지점을 1밀리미터 오자도 없이 정확히 찾아냈을 때의 희열이란, 그거야말로 자신을 잘 이해하는것 아닐까. 긁어야 할 지점을 옆 사람에게 정확히 가리켜준다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사람은 날 만족시킬 수 없다. 누가하는 목표 지점을 살짝 비껴가기 일쑤다.
- P319

그런데도 이 변치 않는 김정은 어찌 된 걸까? 몸 구석구석이 다퇴화되고 있는데도 삶의 환희는 변함없이 남아 있으니, 어제 모나가 내 앞에서 걸어가는 걸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티조가 말한 모나의 여왕 같은 자태, 늘 모나의 뒤를 따라 걸어가길 40년, 그사이에 물론 모나의 몸은 무거위겠고 탄력도 잃었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몸만 무거워진 거지 걷는 자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난 모나가 걷는 걸 보면서 늘 똑같은 즐거움을 느낀다. 걸음걸이가 곧 그녀다.
- P367

하지만 내겐그 기억들만으론 충분치 않았다. 내가 그리워한 건 그들의 몸이었으니까! 내 앞에 마주하고 있어 손만 뻗치민 만질 수 있는 몸, 그거야말로 내가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 몸들은 더 이상 내 풍경 안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들은 집을 조화롭게 꾸며주다 지금은 없어져버린 가구들과도 같았다. 그들의 육체적 존재가 갑자기 얼마나 그립던지! 그들 없는 세상이 얼마나 히전하던지! 당장 여기서그들을 보고, 그들을 느끼고, 그들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 후추 님새 나는 아줌마의 땀, 티조의 허스키한 목소리, 거의 꺼져가는 아빠의 숨소리,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그레구아르의 탄탄한 몸.
- P448

그래, 나의 도도, 이젠 가야 할 때가 된 것 같구나, 겁먹지 마, 너도 데려가줄게.
- P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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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책 왜 이렇게 재밌냐?
곳곳에 번뜩이는 유머, 삶에 대한 통찰
4분의 1쯤 읽었는데도 올해의 내 책으로 지명될 것이 분명!!!

나는 지금 매일 매일 일본의 굴레 1,2장을 보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으므로 지금 일본의 굴레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 싫다. 어딘가 정희진 선생님 글에서 이 책 추천하는거 보고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진짜 대박이다. ^^


그때 이후 평생 써온 이 일기의 목표는 이랬다. 몸과 정신을 구별하고, 내 상상력의 공격으로부터 내 몸을보호하고, 또 내 몸이 보내는 부적절한 신호에 대항해 내 상상력을 보호하는 것. - P22

정을 하지 않았다. 아들아, 넌 미친 게 아니야, 넌 네 느낌과 놀고있는 거야. 네 나이의 아이들이라면 다 그렇지. 넌 네 느낌에게 질문을 던지지, 아마 끝없이 계속 물을 거다. 어른이 돼서도, 아주 늙어서까지도, 잘 기억해두렴, 우린 평생 동안 우리의 감각을 믿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단다.
- P32

우리 목소리는 바람이 우리 몸을 통과하면서 연주하는 음악이다. (항문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바람 말이다.) - P36

조르주 삼촌과 아빠의 대화가 생각난다. 아빠가 몸을 잘 일으키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 때다. 거의 먹지도 못했다. 조르주 삼촌은 제발 기운을 차리라고 당부했다. 거의 애원하다시피 했다. 눈에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힌 채, 이젠 안 돼, 아빠가 말했다. 난 속이대머리거든! 네 머리털이 안 나는 것처럼 내 속도 다시 자랄 순 없어. 조르주 삼촌과 아빠는 서로를 정말로 사랑했다.
- P53

로베르는 나와 동갑내기지만 자기 몸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일 뿐이다. 그게 다다. 그의몸과 그의 정신은 함께 자라났고, 그 둘은 좋은 친구여서 놀랄 일이 생길 때마다 매번 다시 사귀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로베르의 몸이 피를 흘린다 해도 로베르는 놀라지 않는다. 반면에 내몸이 피를 흘리면 난 놀라 기절을 한다. 로베르, 그는 자기 몸이 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몸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피를 흘리는 것도 당연하지, 돼지를 잡을 때 돼지가 피를 흘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난, 뭔가 새로운 사건이 생길 때에만 비로소내게 몸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 P68

이 낯선 느낌을 없애주진 못할 것이다. 루소가 산책길에 식물채집을 했던 것처럼 나도 내 몸을 채집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그리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그것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것이 되어도 좋겠지만 말이다. - P112

인체 해부도는 여전히 내 눈앞에 놔둔 채로, 그런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게 있다. 인체 해부도의 다리 사이에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 음경도 고환도 그려져 있지 않다! ...... 라루스씨는 고자다.(라루스 인체 해부도를 만든 사람)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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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1-27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일기인가 했는데, 소설이군요 소설이면서 일기기도 한... 소설에서 자기 몸을 바라보는 일기...


희선

바람돌이 2022-01-27 01:59   좋아요 0 | URL
자신의 몸에 대한 평생의 일기예요. 굉장히 재밌어서 단숨에 다 읽었네요. ^^
 

메이지 지도자들은 과거 번이나 신분 계급에 따라 나뉘어 있던 농민들을 의도적으로 단일 국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편입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에도 시대 농촌생활과 긴밀하게 엮여 있던 각 지방의 제도와 문화적 관습을 대체하는 새로운 정치적·사상적 프레임워크를 성공적으로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앞서 언급한 자유민권운동처럼 격렬하고 때로는 폭력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뻔했다.  - P138

이런 프레임워크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이데올로기는 일본이 원래 조화로운 사회이고, 합의에 의해 움직이며, 정치경제적 결정은 신의뜻, 곧 천황의 신성한 승인을 받아 이루어진다는 개념이었다. 여기에 따르면 정치경제적 결정에 대한 노골적인 반발은 ‘반일본적‘일 뿐 아니라곧 신성한 질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 P139

위계질서에 대한 숭배를 중시하던 신유학 (주자학)이 정치적 사상의 근간을 이루던 도쿠가와 시절의 토대가 있었다고는 해도, 이런 프레임워크를 주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메이지 지도자들에게는예전 사람들에게 없던 수단이 있었으니, 공공 의무교육과 남성의 전원징병제가 바로 그것이다.  - P139

그러나 일본이 갑자기 외부로부터의 군사 위협과 국내의 격화된 자우민권은 동에 직면하자, 사무라이 가치는 에도 시대 박물관으로부터 꺼내져서 단지 근대화된 군대만이 아닌 군국주의 사회 전체에 필요한 가치로 재포장되었다.
삶의 모든 부분이 군사적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 P140

국가신토는 국가에 대한 충성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며, 국가가 영원한 진리의 체현이라는 사상을 주입하는 지극히 의도적인 정치적 산물이었다. - P142

일본에서 유난히 정치적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에까지 이른 것은, 일본에서는 정치적 현실과 그 현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던 ‘허구‘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런 간극은 물론 중학교 도덕 교과서를 빼고는 어디든 존재한다. 그러나 일본이 유독 독특했던 것은 나라의 지배 구조에 대해 하나도 아닌두 가지 다른 허구가 병존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었다. 과거로부터 이어받은허구는 천황제이고 서양으로부터 들어온 허구는 입헌정치와 법치주의다. - P149

비록 공식적인 형태는 아니었으나 실제 의사결정이 막부를 전복시킨사쓰마와 조슈의 과거 사무라이들로 구성된 ‘삿초‘ 파벌명에 의해 이루어지는 한, 일본 지배 구조의 중심적인 결함은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나이 들어 죽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심각해진다.
카럴 판볼페런은 일본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주체가 없다는 문제의 원인으로 바로 이 결함을 지목했다. - P151

소위 원로라 불리며 20세기까지 살아남은 메이지 지도자들은 적극적인 정책활동에서 물러나면서 추밀원 같은 자문기관으로 소속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되 결과에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역할을 맡으면서, 거대한 정치적 무책임의 무대가 마련되었다.  - P152

일본을 재앙으로 몰아넣은 범인(들)을 찾는 부질없는 작업을 하기보다는, 전쟁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일본 지배 체제의 연속성이 단 한번도 끊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P156

중국에서의 갈등을 격화시킨 핵심 세력은 관동군이었다. 1900년만주 지역 일본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관동군은1920년대에 이르면 사실상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 세력이 되었다.  - P159

명목상의 지도자들은 실은 법바깥에 존재하는 익명의 세력이 미리 만들어놓은 시나리오를 숨을 헐떡이며 따라가기에 항상 급급했다"라고 평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이전쟁의 궁극적인 원인은 (또는 적어도 전쟁에서 일본에 책임이 있는 부분에관해서 말하자면) 권력을 탈취한 사람들의 손에 권력이 집중된 데 있었던것이 아니라, 권력이 통제를 벗어나 여기저기 분산되었다는 데 있었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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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당시에 나왔던 구호 중 가장 인상적인건 역시 이게 나라냐다.

그런데 요즘 일본이 하는 꼴을 보면 딱 그 말이 맞는듯한 느낌은 나의 주관일까?

도대체 어떻게 저런 일이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이해하기 힘든 면들이 너무 많다.

예전에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 외국인인 내게 일본인들의 친절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길에 잠시 서 있기만 해도 먼저 다가와서 뭘 도와줄까요라고 묻는 그들.

그런데 일본어를 무지 잘해서 일본인으로 보였던 내 지인은 독특한 경험을 했는데 서툰 영어로 도움을 요청할 때는 그토록 친절하던 그들이 유창한 일본어로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너무나도 쌀쌀맞았다는....

이게 한 개인의 경험일 뿐인지 아니면 일반적으로 이런 정서가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알다가도 모를 나라다.



어쨋든 이해하기 힘든 이런 일본을 알아야만 그들과 우리 사이의 새롭고 올바른 관계정립도 가능할 것인지라 작년에 이 책이 나올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바로 구입했었다. 이 책도 벽돌책인지라 전체 11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하루에 2장 정도씩 6일정도에 나눠서 읽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작한다. 

내 관심은 오늘의 일본의 그 독특함의 기원과 연원, 그 내면에 깔려있는 일본인들의 집단 심성같은 것인지라 내 관심에 맞춰서 책 내용을 정리하자.


1장과 2장은 이 책을 읽기 위한 도입부에 해당한다.

1장 에도 시대 이전의 일본

2장 근대 국가로서의 일본의 탄생으로 본격적인 주제서술 이전에 대략적으로 일본의 역사를 다룬다.

깔끔하게 정리를 잘해서 간단한 일본사 개론으로 읽어도 좋을듯하다. 


관심을 끄는건 2장 에도막부에 대한 이야기다.

에도막부가 성립하는 1603년을 저자는 굉장히 중요하게 다룬다. 그것은 일본이 에도막부의 성립으로 근대적인 국가 시스템의 핵심적인 특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앙집권적 관료체제의 성리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 더해 일본이 독특한 민족문화를 완성해 일본적이라는 특징이 형성되기 시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막부는 성리학의 도입과 함께 각 신분에 맞는 행동양식을 세세히 지정하고, 현존하는 정치 질서의 틀을 벗어나는 행동이나 주장은 바로 정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도록 하는 사상을 의도적으로 보급시킨다. 

이런 억압적인 체제는 한편으로 매우 교묘해서 당분간은 성공적인 통치로 이어진다. 

또한 성공적인 통치 뒷편에서 지배층인 사무라이들은 사무라이 본연의 무예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이런 존재의 불안은 오히려 신분의 우월과 사무라이의 기풍을 완고하게 강조하는 쪽으로 강화되어 간다. 군사문화가 사회 전체의 지배이념으로 고착된다고 할까?

이런 전근대적인 막부의 통치방식과 새롭게 생겨나는 신흥 부르조아 계승 사이의 간극, 그런데 이 간극에서 부르조아들이 막부의 회유책에 의해 체제내화되어버리는 것 역시 일본의 독특한 시스템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막부말 개항과 대정봉환, 메이지 유신 역시 혁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생활의 많은 것이 변했지만 실제 정치권력은 결국 지배계층인 사무라이 계층 내부의 이동에 다름 아니었으므로 혁명이라기보다는 쿠데타에 다름 아니었다.

일본인들을 지배하는 정통성에 대한 강박은 이 새로운 정권에게도 정통성을 요구했고, 그들은 그 정통성을 천환의 존재에서 가져온다. 메이지 유신의 여러 근대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천황이 직접 통치한다는 환상을 매개로 해야만 가능한 정권이었다는데서 그들의 과두정치체제로서의 위상이 있다. 

일본은 여전히 일본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엘리트 지배층은 최소한 한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점차 일본처럼변해왔다. 그것은 상존하는 모순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의동기를 스스로에게 숨기기 위한 심리적 곡예를 연마하면서, 동시에 그숨은 동기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 P39

하지만 헤이안은 정치적, 예술적, 사회적인 면에서 대륙의 모델로부터 갈라져 나와, 그동안 중국의 문화와 제도를 모방하고 흡수하던 것에서 발전해 독자적인 모델을 만들었다. 해외의 제도를 소화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쳐 완전히 일본식으로 바꾸는 이러한 방식은 이후 일본 역사를 통해 계속 반복되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 P55

1603년은 또한 일본이 세계사의 거시적인 흐름으로부터 의도적으로스스로를 격리시키기 시작한 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유럽의 기술과과학, 제도와 정치사상이 그 흐름에 따라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었다.
그 결과, 16세기에만 해도 군사, 정치, 기술, 경제와 같은 분야에서 유럽국가들과 대등한 국력을 가졌던 일본이 19세기 중반에는 일부 핵심 분야에서 시대에 뒤처진다. 하지만 그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일본의 은둔은 매우 독특한 민족 문화를 발전시켰다. 단순히 미술, 음악, 언어, 문학같은 것으로 정의되는 문화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 제도의 총합으로서의 문화라는 면에서 그렇다. 일본의 문화는 서양뿐만 아니라 가까운 이웃 나라의 문화와도 점점 더 현지히 다른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 P88

도쿠가와 가문은 세키가하라 전투가 끝나고 나서, 자신들의 승리가 완전한 것이며 앞으로는 어떠한 저항도 소용없음을 과시하기 위해 교토시내에서 3일 동안 10만 명의 병력을 행진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막부의 관료들은 물리적인 위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현존하는 정치 질서의 틀을 벗어나는 행동이나 주장은 곧 정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도록 하는 사상을 의도적으로 보급시켰다. 그러한 도전을 자연 질서에 역행하는 금도의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  - P93

도쿠가와 막부는 1615년 오사카성 함락 이후에 성립된 권력질서를영원히 유지하고자 했다. 맨 아래 불가촉천민부터 맨 위 천황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복잡한 위계질서 안에 정해진 자신의 위치에서, 세세하게 부여된 직무와 의무를 수행해야 했다. 막부가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이러한 공식적인 권력관계는 향후 265년 동안 거의 변치않고 유지되었지만, 동시에 그 표면 아래에서 꾸준히 일어나던 변화를가리는 가림막 역할도 했다.
도쿠가와 막부 체제의 일본이 매우 억압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근대의 감시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런 그기의 사회에서 이토록 억압이 만연했던 사례는 아마 역사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강권 지배는 대단히 효과적이었다.  - P97

사실 사무라이들이 무예를 실전에 사용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실전경험이 역사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면서 사무라이들의 기풍은 역설적으로, 상관에 대한 절대적 복종, 어떠한 명령도 죽음을 무릅쓰고 따르는자세. 나약함과 물질적 편안함에 대한 경멸 등을 강조하며 점점 더 완고하게 군대식으로 변해갔다. 특히 마지막 항목은 정치적으로도 유용했는데, 사무라이 계급의 경제 상황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도쿠가와 막부의 첫 한 세기 반 동안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쌀로 지급되는 고정 급료에 묶여 있던 사무라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자신들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경제 성장의 혜택을 대부분 가져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 결과 많은 사무라이는 신분의 우월성에만 더욱 집착하게되었다.
- P101

외부인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현대 일본의 수많은 모순은, 에도 시대에 존재하던 공식적인 시스템의 구조와 실제 사회의 간극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20세기 말 일본은 역사상 가장 눈부신 경제적 성공을 거둔 나라인 동시에 꽉 막힌 이름 없는 관료주의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성공한 오사카 상인 집안들과 점검 경직화되던 사무라이 계급의 선례를 생각하면 그다지 혼란스러운 일도 아니다. 한편으로는 충성과 자기 부정을 광기의 수준으로까지 가져가면서(사무라이들의 자기희생 퀼트,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 과로사할 때까지 일하는 현대의 샐러리맨), 또 한편으로는 기괴한 비디오게임이나 헨타이(변태적 성욕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망가, 괴상한 패션으로 대변되는 엉뚱하고 전위적인 예술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뿌리도 에도 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인들은 이런 모순의 존재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모두가 겉으로만 중시하는 척하는 사회적 평화를 위해 유지하는 가면(다테마에建前)과, 믿을 만한 사람과 술 한잔 나눌 때가 아니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그 밑의 현실세계(혼네) 사이의 충돌을 묘사하기 위한 단어들도생겨났다. - P102

왜 일본이 자생적 부르주아 혁명에 실패했는가에 대한 대답의 일부는도쿠가와 막부가 잠재적인 반대 세력들을 회유했던 천재성에서 찾을 수있다. 이러한 회유의 정치 문화는 막부 멸망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일본 정치의 중요한 특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집권층은 상인계급이 부의 축적을 통해 사무라이와 다이묘들에게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는 만사의 위계를 중시하는 그들에게 매우 불편한 일이었다. 하지만 막부가 상인들의 일에 직접 관여하고 나섰다면 절대 권력에 대한 잠재적 저항을 일깨워 유럽에서처럼 부르주아 단결의 도화선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 대신 막부는 이부분이 중요한 포인트인데, 상인 조합과 관련 단체들이 스스로를 자율감독하는 것을 전제로 그들을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이러한 자율 감독은 상업활동을 기존 권력 구조에 노골적인 도전이 되지 않는 암묵적인 테두리 안에 묶어두는 역할을 했다.  - P117

 하지만 정치 질서 자체가 신성하게 만들어진 것이고 따라서 의문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은 일본에 특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 P119

천황이 직접 통치한다는 환상과, 그런 환상을 이용해 스스로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두 집권층이 통치하는 정부라는현실 사이의 간극은 반세기 후 일본 역사상 최악의 재난을 불러오게 된다. 하지만 새 집권 세력은 그 당시만큼은 그런 정치적 권위를 활용해불과 한 세데 만에 일본을 서구의 제국주의에 대항해서 이기기까지 하는 강대국으로 탈바꿈시켰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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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2-01-24 0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의 글을 읽으며 일본 에도막부의 성립과 도요토미 가문의 몰락을 구분지을 수 없고, 도요토미 가문의 몰락에서 임진왜란의 영향 또한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봅니다. 전후 도쿠가와 가문이 조선과의 통상 재개를 원했고, 임진왜란 당시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일본으로 건너갔음을 고려한다면, 그들의 근대화의 기틀은 조선의 영향이 컸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메이지 유신 뿐 아니라 일본 국가 체계를 정비하는 계기였던 다이카 개신 역시 백제문화의 영향을 컸음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를 대하는 저들의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봅니다. 새로운 문물이나 패자 앞에서는 한없이 굴종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후에는 안면몰수하는 행태가 일본문화의 본질이 아니었으면 싶습니다...

바람돌이 2022-01-25 02:10   좋아요 1 | URL
이 책에서는 일본인들의 문화적 특징 중의 하나로 고유문화로서의 일본적인 것에 대한 고집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화든 다른 문화와의 교류나 영향은 기본적인 전제로서 이야기되는데 그점에서는 일본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문화를 들여오든 그것을 일본 특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어떤 고집이 있는듯해요. 때로 그것은 문화적 성취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가 일본의 나라나 교토를 갔을 때 일본 문화를 보면서 느낀 것도 마찬가지였고요.
근대 이전의 문화적 영향력을 가지고 지금의 태도를 논하는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따진다면 우리가 중국에 빚진 것은 일본이 우리에게 빚진것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중국을 대하는 태도는.... ㅎㅎ
이 책은 본격적으로 일본의 역사를 다루는 것은 아니고, 1,2장은 앞으로의 논지 서술을 위한 다이제스트 정도의 내용인지라 일본인이라는 심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논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앞으로 더 읽어봐야겠지요. ^^

희선 2022-01-25 0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 사람이 쓴 책이군요 미국 사람이지만 일본에 오래 살아서 일본을 알기도 하겠습니다 일본에 살았다 해도 미국 사람이어서 일본 사람보다 일본을 떨어져서 보겠네요 한국 사람은 외국 사람이 한국말로 말을 하면 신기하게 여기고 좋아하는데, 일본 사람은 일본말로 하니 쌀쌀맞았다니... 다 그런 건 아니겠지요 그렇게 믿고 싶기도 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1-25 02:13   좋아요 1 | URL
저자는 미국인이지만 15살에 처음 일본을 갔고 이후 성인이 되어 일본 내 지사에 근무하면서 대학교수까지 40년을 일본에서 살았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또한 외부인으로서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면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구요. 앞으로 계속 읽어봐야겠지만 일단 흥미로운 책인 것 만은 분명하네요. ^^ 일본말로 도움을 구한 제 지인은 일본어가 진짜 유창해서 일본인으로 보였답니다. ㅎㅎ 원래 경상도 사람들이 일본어 발음이 좋아요. 저 일본어 잠시 배웠는데 그 때 발음 좋다는 말 진짜 많이 들었어요. 경상도 발음이 일본어 발음체계와 좀 유사하다 그러더라구요. ㅎㅎ

페크pek0501 2022-01-25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일본을 알기 위해 <국화와 칼>을 읽었어요. 그런데 이 책은 이상하게도 일본이 한국과 비슷해서 일본적인 걸
찾을 수가 없었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죠. 같은 동양권이라 그런지...

바람돌이 2022-01-27 02:01   좋아요 0 | URL
그 유명한 국화와 칼을 전 안읽었더랬죠. 지금은 굳이 찾아서 읽기 보다는 요즘의 새로운 시각들을 좀 보고싶어서 이 책을 골랐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같은 점을 공유하는 점도 많을테고 다른 점도 많겠죠. 최근에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한국인이라는 책도 나왔던데 이 책도 한번 읽어보려구요. 최근에 와서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것이 우리의 미래를 대비한다는 느낌도 좀 들어요.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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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이라는 작가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내 나름대로 뽑아보자면 다름으로 인한 결핍, 연민, 그리고 환대쯤 될까?

이전에 읽었던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단편집 역시 이런 키워드로 읽을 수 있었다.


이 단편집의 주인공들 모두 어떤 결핍들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결핍을 가지지 않은 인간이 어디에 있겠냐마는 문제는 그것을 가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영악하게 자신의 결핍을 가리고 산다. 

이 사회는 결핍이 결핍으로 인정되는 순간 그것은 자신의 약점이 되고, 자신을 규정지음으로써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힘들게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핍이 숨겨지지 않는 종류의 것일 때 사람들에게서 받을 수 있는 최대의 호의래봤자 동정 정도일까?


이 단편집의 주인공들은 그 숨겨지지 않는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결핍들을 가지고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없이 멸망한 문명의 증거들을 회수하는 작업을 하는 로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죽음의 두려움을 인식하는 로몬족, 그러므로 그는 다른 로몬들처럼 담대할 수 없고 늘 어딘가 모자라는 로몬으로 취급받는다. 당연히 멸망의 잔재들을 수거하는 작업에서 늘 배제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로몬으로서 자신의 정체성 자체를 의심케 하는 결핍으로 치부된다.

시지각 이상증을 겪는 마리는 플루이드라는 기계가 전해주는 위치 좌표를 통해 다른 사람의 행동을 파악하고, 로라는 자신에게 제3의 팔이 있다는 감각을 견딜 수가 없다. 또 한편으로 모두가 의미 입자들을 봄으로써 소통하는 세계에서는 인간의 언어를 통한 소통은 이방인이다. 태어날 때부터 작고 여리게 태어난 이브는 자기 세계의 적응에 필요한 신체적 능력이 함량미달임으로 해서 그 세계에의 합류를 거부당한다. 그것이 설사 배려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지라도, 배제는 배제일뿐이다. 

책이 SF라는 외피를  띄고 있는 것은 이런 결핍을 이야기하기에 더없이 좋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결핍들은 단어 몇개만 살짝 바꾸면 지금 우리 사회의 배제당하는 사람들로 생각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라든지 이주노동자라든지 등등.... 

이런 배제들을 직접적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가지는 선입견을 영리하게 비켜갈 수 있는 소재로서의 SF, 그럼으로써 이런 배제의 문화를 우리 앞에 객관적으로 제시하며 당신의 생각은 어때요라고 묻는 듯한 효과를 보여준다.


이야기의 진행은 항상 연민에서 시작되어진다.

자기가 속한 세계로부터 배제당하는 이들을 그 세계에 속해있는 누군가가 연민을 느끼고 다가가고, 그럼으로써 결핍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거나 결핍이 결핍이 아님을 그래서 오히려 결핍을 조장하는 사회의 틀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아 가는 것이다.

멸망한 세계를 지키며 인간 친구 라이오니를 기다리는 기계 셀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오랜 복제 원본이었을 라이오니를 깨닫는 로몬족 나는 무언가 모자랐던 로몬족이 아니라 당연히 느껴야 할 감정을 가지고 있는 온전한 존재로 각인한다.

마리의 춤연습을 돕는 나 역시 플루이드를 통한 의사소통을 인지하고서야 그들의 존재를 숨겨왔던 세계의 폭력성을 깨달을 수 있다. 

이러한 배제의 폭력성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 그 다음 진정으로 서로를 환대하는 것이 가능하다.

제3의 팔을 기계로 장착하고서야 자신의 존재와 의식의 조화를 회복한 로라의 심정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그 느낌을 인정하는 순간 3번째 기계팔로 자신을 안아주는 로라를 느끼며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126쪽)라고 물을 수 있게 된다.

환대와 사랑이 무조건 받아들이고 이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 물음은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끝내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다름이 그저 차이로 인정될 수 있다면.....

그러나 모든 단편들이 다 이런 이해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숨그림자 사람들의 입자를 통한 소통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었던 조안은 다른 세계를 찾아 떠날 수 밖에 없다. 조안이 말하는 "이곳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들이 이곳을 덜 미워하게 하지는 않아. 그건 그냥 동시에 존재하는 거야. 다른 모든 것처럼."(182쪽) 


결국 소통과 연대는 연민이 아니라 타자를 인정하는 것, 다름과 차이를 그 자체로 인정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지점이다.

다만 그 시작이 연민일뿐....

그렇다고 해서 모든 소통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캐빈 방정식에서 보이는 언니와 나의 세계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캐빈속에 함께 했던 그 순간 그들은 따뜻한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그 순간 삶은 따뜻한 공감으로 환대의 손을 내민다.

후기에 적은 작가의 말처럼 그 짧은 접촉의 순간들을 그려내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초엽 작가의 책을 4권째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작가 고유의 스타일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스타일은 앞에서 말했던대로 우리 인간의 다양한 결핍을 그려내고 그 결핍이 만들어내는 배제가 극복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겠다. 그래서 작가의 말처럼 여기서 손을 흔들 때 저쪽에서 안녕 인사가 되돌아오는 그 순간들을 그리고 싶은 것이다. 그런 환대가 우리 삶을 좀 더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게다.

어떻게 보면 작가의 스타일의 무한 변주를 보는 느낌이다.

작품들마다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는걸 보면.

그래도 아직은 좋다. 그 비슷한 상황들과 스타일을 독특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가의 상상력의 세계가 무궁무진하게 펼쳐지고, 그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보는 것도 김초엽이라는 작가를 읽는 이유로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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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23 19: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김초엽 작가님 책을 벌써 네권이나 읽으셨군요. 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수 있다면>만 읽어봤는데 ㅎㅎ 다 이 작가님을 좋아하시는데 저도 더 읽어봐야 할거 같아요~!! sf를 소재로 쓰는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한거 같아요. 게다가 결핍과 연민이라니~!!

바람돌이 2022-01-24 00:04   좋아요 3 | URL
이제 <므레모사>와 <사이보그가 되다>만 남았습니다. ㅎㅎ 새로운 작가의 전작주의를 하는건 쉬워서 좋아요. 나올 때마다 한 권씩 보면 되니까말입니다. ㅎㅎ 김초엽작가의 강점은 저 주제의식에도 있지만 그걸 버무려내는 새로운 공간들을 창조하는 능력에 더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이런 세계를 다 만들어낼까 감탄하게 되네요. ^^

mini74 2022-01-23 20: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어요. 김초엽스럽다. 그러나 싫지 않고 지루하지 않은 김초엽만의 스타일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인기가 있는거 아닐까 합니다

바람돌이 2022-01-24 00:06   좋아요 4 | URL
김초엽스럽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스타일링을 완성해가는 중에 있는 작가인데 저는 그 스타일링을 깨고 한 발 더 나아갈 김초엽작가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에게는 저보다 더 많은 시간이 있는데 그 완성을 못보게 될건 좀 안타깝기도 하네요. ^^

그레이스 2022-01-23 21: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결핍되어 있어도 연민과 환대가 그 결핍을 채워나가는 사회를 상상해봅니다.

바람돌이 2022-01-24 00:07   좋아요 4 | URL
김초엽 작가가 끊임없이 그려내는 것도 바로 그 결핍을 결핍이 아니라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같이 어울리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언어로 이런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주는 작가들이 있는한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믿으렵니다. ^^

미미 2022-01-23 22: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워낙 성과위주다 보니 더욱 개인의 결핍에 관대하지 못한 것 같아요. 말씀하신 SF라는 외피에도 불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은 현실과 역시 닿아 있는 부분들인것 같네요. 저도 김초엽을 읽어야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1-24 00:09   좋아요 4 | URL
SF는 외피죠. 결국 김초엽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가 타자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라는걸 바로 알아챌 수 있으니까요. 김초엽 작가 강력추천합니다. ^^

희선 2022-01-24 00: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결핍 연민 환대 세 가지 알고 책을 봐도 괜찮겠습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다 알기는 어렵겠지요 다르다는 것만 받아들여도 좋을 듯합니다 다르다가 틀린 게 아니다고...


희선

바람돌이 2022-01-24 01:11   좋아요 4 | URL
그런데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배제하는게 슬픈 현실이죠. 며칠전에는 신문기사를 읽다가 안산에 외국인 노동자의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한국인 아이가 없다는 슬픈 얘기를 봤어요. 그 얘기 보면서 제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가난한 집 아이들이 많다는 이유로 새 아파트의 아이들이 전학을 오지않고 근처의 복작복작한 학교로 다 갔던 것도 생각나고요. 슬픈 일인데 우리 안의 이런 나쁨들은 더 커지기만 하는 것 같아서 더 슬프기도 하고 그렇네요.

책읽는나무 2022-01-24 09: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김초엽 책 첫 소설만 읽고, 지금 계속 다른 책들은 사다 모으고만 있네요.읽어야 되는데..^^
빛의 속도...책은 이제 딸들이 앞부분 좀 읽었나 보던데..좋다고, 인생 책이라고 하더군요.
쟤들은 읽기만 하면 맨날 인생 책이라고 하고, 보기만 하면 인생 영화라고 하던데..인생 얼마나 살았다고?? 싶긴 하던데, 김초엽 작가 책을 맘에 들어하니 좋긴 하더라구요^^

바람돌이 2022-01-25 02:21   좋아요 1 | URL
둥이들이 엄마랑 같이 책을 읽어주는거 너무 좋네요. 우리집은 큰 놈은 수업 교재 외에는 책을 보지 않고요. 어렸을 때는 진짜 책을 좋아하더니 지금은 근처도 안갑니다. 그나마 둘째는 열심히 책을 보나 취향이 워낙 매니악하여 저랑은 100만광년쯤 떨어져 있는듯합니다. 그래서 같이 책보고 얘기할 일이 없어요. ㅠ.ㅠ
나무님이 부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