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발견 - 예일대 감성 지능 센터장 마크 브래킷 교수의 감정 수업
마크 브래킷 지음, 임지연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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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아이큐 검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지능검사라고 표현하지만, 실은 언어, 수리, 공간 등등 일종의 논리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지않을까 싶다. 좀 더 포괄적으론 이성적 능력이라 해도 될 듯 싶다. 


하지만 인간의 능력이라는 것이 이런 이성적 능력만으로 측정, 예측되어지지는 않는다. 흔히들 말하는 머리가 똑똑하다고 해서, 능력이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우리네 삶은 과학적, 논리적, 수리적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 자기성찰 능력, 감수성 등등의 다양한 요소가 우리네 삶을 구성하고 있다. 가드너가 다중지능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이런 다양한 영역의 지능이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관계를 맺는 상호독립적임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다중지능에서도 혹시 핵심적인 지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 <감정의 발견>은 감성지능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감정이 학습능력, 의사결정, 관계, 건강, 창의성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감성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어렸을 적부터 감성지능을 키우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 마크 브래킷의 주장이다. 물론 아이들의 감성지능을 키우기 위해선 그들을 교육하는 어른들의 감성지능이 먼저 발달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먼저 이 책 <감정의 발견>이 주장하고 있는 감정의 중요성이 정말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가 생각해보자.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굉장히 합리적이라 판단하지만, 실은 감정적 요소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바람이 불고 있는 주식만 보아도 그렇다. 주식 거래를 합리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 주식을 하겠다는 결심 그 자체가 이미 감정적이지 않았을까. 우리 행동의 근저에는 이런 감정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마크 브래킷은 행복이라는 것이 객관적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인삭하고 다루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에 달려있다고 본다. 즉 사건을 대하는 마음(감정, 감성)이 행복을 좌우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감성의 능력, 감성지능을 키우는 것이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의 가장 좋은 접근법은 감정을 심판하지 말고 감정을 관찰하는 감정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은 아이의 감정을 평가하고 판결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아이의 감정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경청하고 탐색해야 한다. 물론 이런 판단 대신 탐색은 나의 감정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져야 한다. 


마크 브래킷은 감성 능력이 모두 다섯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RULER라 표현하고 있다. Recognizing, Understanding, Labeling, Expressing, Regulating. 즉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이름을 붙이고 표현한 후 조절하는 일련의 과정을 연습하는 것이 감성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감정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감정은 옳고 그름이 없다. 그 감정을 발생시킨 일련의 사건이 있고, 그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 생겨난 감정을 인식하고, 왜 발생했는지 이해하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서 표현해보면, 감정이 일으키는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차분하게 그 감정의 원인을 파악해 감정을 조절하며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명상을 하듯 말이다.   


우리가 감성능력을 키우게 되면, 우리는 감정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는 곧 내 삶의 주인공이 바로 내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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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의 비밀 - 동물에게 배우는 최상의 건강관리 비법
프레드 프로벤자 지음, 안종설 옮김 / 브론스테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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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병원에서 약을 받을 때, 만약 나와 누군가가 똑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다면 처방된 약도 똑같을 확률이 100%에 가깝다. 병원에서는 아픈 사람들의 증상을 토대로 병명을 규정하고, 이 병명에 맞추어 증상을 호전시칼 약을 지정하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같은 증상이라 하더라도 환자에 따라 약이 달라진다. 소위 '체질'을 따지고, 이에 맞추어 약을 짓기 때문이다. 같은 병적 증상을 보이더라도 체질에 따라 그 원인과 대처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체질은 사상체질을 비롯해서 한방의 학파에 따라 팔체질, 십육, 삼십이.... 등 수없이 갈라질 수 있다.


이런 사람간의 차이를 극대화하면 체질은 70억 가지로 나뉠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개개인의 특성을 세분화하려면 개인 각각의 신체가 보내는 신호를 모두 데이터화하고, 이것에 맞춘 대응책도 경험을 통해 차곡차곡 정보를 쌓아서 의미있는 치료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작업은 옛날이라면 불가능에 가까웠을테지만, 컴퓨터의 놀라운 발전과 유전학의 발전에 힘입어 점차 개인 맞춤형 건강유지는 공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즉 70억가지 체질 분류가 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개인 각각의 고유한 차이, 그리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영향력 등을 감안한 맞춤형 건강법이 미래의 건강법이라고 하지만, 인간의 동물적 특성, 포유류적 특성, 그리고 영장류적 특성이라고 할 만한 공통적 사항은 추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공통적 사항을 근거로 인간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영양학적 방법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책 [영양의 비밀]은 왜 현대인은 과식을 비롯한 잘못된 식습관을 통해 각종 대사성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는지를 따져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농업의 발전, 생태학, 유기화학을 비롯해 양자물리학까지 동원해 고민하고 있다. 


먼저 현대인이 과식을 하게 된 배경으로는 음식의 질이 저하된 것이 하나의 요인이라고 밝힌다. 음식의 질이란 암 발생을 억제하는 등 건강에 도움을 주는 피토케미컬의 양에 좌우된다고 본다. 각종 음식의 피토케미컬이 줄어든 요인은 재배하는 농민이 질보다는 양을 우선시함으로써 종자 자체가 변한 것, 관개시설과 비료의 충분한 공급으로 피토케미컬 형성 조건이 줄어든 것, 완전히 익지 않은 설익은 상태로 유통되는 것,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함으로 인해 작물의 단백질 농도와 목초의 아연, 철분 등이 감소된 것 등을 꼽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대인의 식량 소비의 약 90%가 15종의 식물이라는 단일화의 문제도 더해진다.

 

따라서 인간은 피토케미컬을 충분히 취하기 위해 예전보다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생산적 측면에서는 피토케미컬이 충분하도록 작물을 키우는 유기농 방식과 케이지 사육과 같은 공장식 축사에서 벗어난 방목형 축산방식도 하나의 방법이다. 소비적 측면에서는 여러가지 이차화합물을 얻어 음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음식을 취하고, 에너지 과잉을 억제하기 위한 소식도 중요하다.


하지만 생산적, 소비적 측면의 변화는 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책 [영양의 비밀] 저자는 시스템이 낳은 결과에 대해 모든 구성원이 생태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책임을 공유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우리는 세상의 관찰자가 아니라 <얽힌> 참여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기에 참여함으로써 경기장을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이다. 


즉 우리가 어떤 음식을 소비하느냐가 생산의 방식을, 유통의 방식을,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자, 그러니 우리는 시장에 내놓은 여러가지 음식을 수동적으로 소비해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생산자와 유통자에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내가 먹고 있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생산되어서 내 식탁 앞에 놓인 것인지, 도대체가 어떤 음식인지부터 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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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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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인 빌 브라이슨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나를 부르는 숲]이었다.이 책은 미국의 애팔래치아 산맥 트래킹에 도전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며 그의 유머러스함과 삶을 바라보는 경쾌한 시선에 감탄했다. 책을 읽는 도중 피식피식 웃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고 저자의 탐구정신에 놀랐다. 사적 기록뿐만 아니라 지구의 역사라는 통합적 지식 분야에서도 그의 문체는 탁월하게 빛났다. 


2. [바디 우리 몸 안내서]도 그랬다. 우리 몸에 대한 기존의 지식들을 섭렵하고, 최전방에 서 있는 전문가를 찾아가 인터뷰해서 최신의 정보까지 통합한다. 여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에피소드까지 첨가했다. 새로운 발견이 어떤 우연으로 탄생했는지, 진정 노벨상을 받아야 할 인물이 어떻게 잊혀졌는지 등의 우리 몸을 탐구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물론 이런 이야기 속에서 빛나는 건 그의 유머다. 


3. [바디]를 읽게 되면 우리가 참 우리 몸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을 알게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과 함께, 그 알려진 지식 조차도 우리 몸의 극히 일부분임에 놀라게 된다. 아직도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 그러니 함부로 우리 몸에 대해 무어라 말하는 것(사람, 지식)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4. [바디]가 주는 가장 큰 깨달음은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생각이 다르다는 차원이 아니다. 생각의 근원이 되는 감각의 차원에서부터 사람은 서로 다른 것이다. 그 한 예가 바로 '안드로스테론'이다. 지구상 모든 인간의 1/3 정도는 이 호르몬의 냄새를 맡지 못하고, 다른 1/3은 달콤하게 느끼고, 나머지 1/3은 역겹게 느낀다고 한다. 같은 호르몬에 달리 느끼는 사람들. 그러니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 타인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우리 몸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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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인문학 : 진격의 서막 - 800만 권의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에레즈 에이든 외 지음, 김재중 옮김 / 사계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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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책이 발명된 이래 발간된 1억 3000여만권의 책 중 3000여만권을 디지털화했다. 다시 그 중 800여만권을 이용해 엔그램뷰어라는 통계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엔그램뷰어는 어떤 단어를 입력하면 그것의 사용빈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비틀즈를 검색어로 치면 언제 이 단어의 사용이 급상승해서 절정에 이르다 떨어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인권에 대해 궁금하다면 검색어로 인권을 치면 언제부터 인권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는지부터 가장 관심을 끌고 시들어간 시기가 언제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통계 자료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 것일까. 


이책 [빅데이터 인문학 : 진격의 서막](이하 빅데이터 인문학)은 엔그램뷰어를 개발한 개발자들이 어떻게 엔그램뷰어를 생각하게 됐고,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구글을 어떻게 설득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엔그램뷰어를 이용해 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인문학적 통찰을 얻을 수 있는지를 흥분에 겨워 소개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문학]에서 소개하고 있는 엔그램뷰어가 알려준 사실 중의 하나는 수많은 영감을 줄 수 있을듯하다. 영어 동사의 과거형 분류에서 불규칙동사가 규칙동사보다 먼저 존재했다는 것을 통계를 통해 증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불규칙동사가 갖고 있는 규칙성에서 벗어나는 동사들이 나타나면서 이들에게 어떤 규칙(-ed 접미사)을 주기 시작했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자주 쓰는 단어 이외의 것들은 점차 이런 규칙을 따라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런 변화로 인해 규칙동사가 대세를 이루고, 불규칙동사는 예외인 것처럼 여겨지게 됐다. 다만 어떤 불규칙 동사들이 여전히 예외로 남아있는가를 살펴보니 사용빈도가 높은 동사들이었다. 이 사용빈도는 '지프의 법칙'을 따르는데, 이는 1등과 2등의 빈도가 절반으로, 다시 2등과 3등의 빈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하향의 사선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지프의 법칙은 동사 이외에 우리 사회 현상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준다. 


문제는 표본과 해석이다. 엔그램뷰어는 단행본만을 대상으로 했다. 단행본과 뉴스는 단어가 말하고자 하는 속성이 다르다. 최근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비롯해 댓글 속에서 시대의 조류를 읽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SNS는 진짜 속내를 드러내기 보다는 잘 보이려하거나 튀어보이고자 하는 속성으로 인해 오해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런 표본의 문제를 제쳐두고, 통계 수치가 나온 그 결과를 해석하는데에서도 연구자 또는 발표자의 편견이나 선입견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통계는 그저 수치만을 보여줄 뿐 그것의 원인이나 영향력, 변수 등을 말해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어떤 관점으로 그 숫자들을 해석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마치 사주팔자의 괘는 정해져있지만, 점집에 따라 그것을 해석하는데 차이가 있어 운명이 점집에 따라 달라지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빅데이터라 부를 수 있는 세상을 읽는 좋은 수단을 갖게 됐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 수단 중의 하나이자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엔그램뷰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활용될 수 있는지를 이책 [빅데이터 인문학]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통계에 드러나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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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의 배신 - 길들이기, 정착생활, 국가의 기원에 관한 대항서사
제임스 C. 스콧 지음,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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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힘들다. 아무리 기계화가 되고 자동화가 이루어져도 일일히 사람 손이 가야하는 작업이 있다. 게다가 반복되는 동작이 이어지다보면 온몸이 쑤신다. 외부환경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병해충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렇게 힘든 농사를 왜 짓는걸까.

 

농사를 짓지 않으면 사람은 굶어죽는다. 지금 당장 농사를 그만둔다고 생각해보라. 야생의 열매와 풀, 동물을 사냥하는 것으로 현재의 인구를 먹여살릴 수는 없다. 누군가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 하지만 아주 아주 먼 옛날, 인구는 적고 식량은 풍부했던 시절로 돌아가보자. 불과 1만년 정도만 돌이켜보아도 된다. 농사를 지을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 수렵 채집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수렵채집보다 훨씬 힘이 드는 농사의 길을 선택한 것일까.

 

사회진화론적 관점으로 살펴보면 농사의 시작은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수렵 채집만으로도 풍족했던 생활이 기후변화로 식량이 줄어들어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농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어보인다. 농사 초창기 농경중심의 문화와 함께 여전히 수렵채집 부족이 공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농경집단보다도 수렵채집집단이 풍부한 영양과 건강상태로 보다 많은 자유를 만끽하며 살았다.

 

그럼 왜 어떤 집단은 농경을 선택하게 되고, 뒤이어 수렵채집집단마저 농경집단으로 점차 변화하게 된 것일까. [농경의 배신]은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로 <강압>이라는 것을 말한다. 농사는 너무나 힘든 일이기에 자발적 능동적 선택행위라기 보다는 강압에 의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노동력의 대부분은 노예나 노예와 다를바 없는 상태의 사람들로 충당됐다. 곡물 중심의 농사는 세금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통일된 체계와 보관, 관리가 쉬워 세금의 단위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은 국가를 탄생시켰다. 국가란 바로 세금을 거두어 사용하는 집단인 것이다. 강압과 노예, 세금제도, 국가의 탄생은 전쟁의 씨앗이기도 하다. 누가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하는가가 국력이기 때문이다.

 

농사는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기보다는 <강압>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농사를 기반으로 한 경제는 국가집단과 노예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 현대문명은 국가와 세금없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결과인 것일까. [농경의 배신]은 농사의 시작과 성장의 원인을 밝히는 작업을 통해 국가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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