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 맛, 음식, 요리, 사피엔스, 그리고 진화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 노승영 옮김 / 서해문집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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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관련된 음식이야기 중에 곧잘 등장하는 것이 지중해식단, 오키나와 식단이거나 포도주와 관련된 프렌치 패러독스 등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들 식단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것들을 섭취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기후와 지역에 맞추어 자란 동식물을 먹었을뿐이다. 그런데 이런 관점을 시대적으로 극한으로 밀고가면 구석기 시대 음식이 사람의 건강에 좋다는 결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가 진화를 통해 바라본 건강한 음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해 간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그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몸에 큰 변화를 가져오거나 반대로 인간이 동식물의 진화에 큰 변화를 준 음식 10여 가지를 테마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전 세계로 이동하게 되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은 바로 조개다. 인류의 조상들이  먹고 버린 조개더미를 찾아가다보면 인류의 이동경로가 나타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류가 바로 사람이라는 종으로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요리다. 인간을 인간이라 특징지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로 바로 요리를 꼽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요리를 통해 소화기관이 작아지고 뇌는 커졌다. 그리고 인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준 것은 동식물을 길들이는 농업 덕이다. 빵과 고기가 근거로 들어진다. 인간은 또한 다른 류의 동물과 달리 감칠맛을 느낀다. 수프다. 쓴맛 세포는 35개에 불과하지만 향기를 맡는 세표는 400개에 달한다. 쓴맛을 인지하는 뇌의 수용체는 하나지만 향은 400여개가 각자 다른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생선에서 나는 냄새를 통해 우리는 먹어야 할 것과 먹지말아야 할 것을 안다. 이외 맥주와 포도주와 치즈, 채소, 양념, 후식 등이 거론된다. 이들 음식이 인간을 통해 어떻게 변해왔으며, 또한 이들 음식등으로 인해 인류도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래도 혹여 진화사적으로 사람이 어떻게 먹는게 건강에 좋은가 궁금하다면 몇가지 팁을 찾아볼 수는 있다. 물론 저자가 '이렇게 먹으면 건강에 좋습니다' 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먼저 당연하게도(?)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은 좋지않다. 단백질의 과다섭취는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간에 부담을 주고 잉여의 아미노산은 요산이 되어 신장에 부담을 미친다. 그리고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과당이다. 과일을 통째로 먹으며 얻는 과당은 섬유소를 비롯한 다른 소화과정으로 인해 과당을 천천히 흡수하도록 해주지만, 과당만첨가된 음식, 음료수라거나, 주스 등은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과당은 과식을 막아주는 호르몬이 작동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신호기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과당은 오직 간에서만 대사되기에 많은 과당은 간을 혹사시킨다. 또한 포도당의 2배에 달하는 열량으로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웬만하면 자연적인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것! 정말 뻔한 이야기가 정답인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가 진화사적으로 무엇을 먹어야 건강한지를 말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반면 멈추지 않는 인구증가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인류는 과연 충분한 식량공급을 성취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음식과 인류의 진화를 통해 보면 인간사회라는 것은 음식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의 역사라고 볼 수도 있다. 인간은 다른 영장류와 달리 몸집이 큰 동물을 공동으로 사냥해 나누어 먹어왔다. 공동사냥과 배분은 협동을 필요로 하고, 그 과정에서 평판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해온 과정은 협동과 평판, 이를 바탕으로 한 권력과 배분의 역사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사회를 조명해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 될 둣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결말. 불어난 인구를 먹이고 지속가능한 생산이 될 수 있으려면 우리의 식량이 될 동식물의 진화를 가속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바로 GMO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종자를 개량해 온 역사 또한 GMO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우리의 건강과 생태계의 위협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혹여 GMO가 문제 없다손 치더라도 인도 농민 수십만 명을 자살로 이끈 목화사건을 떠올려 보아야 한다. 거대한 자본이 필요한 GMO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한정되어 있고, 그 기업은 자신의 이익울 최우선으로 할 가능성이 높기에, GMO가 가져올 정치적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인류가 동식물에, 동식물이 우리에게 어떻게 변화를 서로 주고받으며 미래를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와 인구증가가 가져올 문제들이 진화의 지속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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