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자연사
조나단 실버타운 지음, 진선미 옮김 / 양문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요즘 '핫'한 과일 중의 하나가 아보카도다. 과육을 다 먹고 나면 탁구공(무려 탁구공이다)만한 크기의 씨앗을 볼 수 있다. 이 씨앗을 볼 때면 항상 싹을 틔워 키워보고싶은 마음이 든다. 물론 열매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물에 반쁨 담가두면 싹이 튼다는 정보를 얻고 시도해봤지만 씨앗에 곰팡이만 필 뿐 도무지 싹이 나지 않았다. 싹이 트기 위해선, 온도, 습도, 햇빛이라는 조건이 다 들어맞아야만 한다. 아마 실내 환경이 아보카도 싹을 틔우기 위한 조건과 잘 맞지 않은가보다.

 

씨앗이란게 참 묘하다. 어떻게 싹을 틔울 조건을 정확히 알아채어 싹을 내미는 것일까. 그도 그럴 것이 싹을 한 번 틔우면 다시 되롤릴 수 없다는 가혹한 운명 때문일 것이다. 각 식물마다 정말 후손을 남기기 위한 다양한 생존전략을 쓴다. 그리고 그것은 씨앗으로 표현된다. 어떤 것은 말 그대로 좁쌀만한 것도 있고 코코넛처럼 큰 것도 있다. 꺠처럼 수많은 씨앗을 품는가 하면 오직 한 개의 씨앗만 갖는 것도 있다. 보들보들한 씨앗이 있는가 하면 망치로 두드려꺠야 할 정도로 딲딱한 씨앗도 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씨앗들의 생존전략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씨앗의 자연사]는 씨앗이 어떻게 주위 경쟁자와 동물, 사람과 관계를 맺고 변화되어 왔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그중 인상깊은 것 하나만 소개하자면. 에티오피아에서 재배가 시작된 아라비아 품종의 커피콩. 볶을때 작용하는 복잡한 화학작용으로 인한 다양한 향과 카페인이라는 특성 떄문에 사람들의 최애식물이 되었다.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각 지역조건에 따라 어려움도 겪게된다. 그러다보니 병충해에 강하지만 맛과 향은 떨어지는 커피콩 품종이 생겨났다. 여기에 더해 카페인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카페인이 없는 커피콩도 재배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카페인 없는 커피콩이 커피의 본고장인 에티오피아에도 들어와 슬슬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커피콩과 벌레, 사람과의 관계가 커피콩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진진히다.비단 커피콩만이 아니다. 사람 손에 키워지는 모든 작물들은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서 많은 변화를 겪는다. 꼭 인간이 아니어도 식물들은 자신의 후손을 퍼뜨리기 위한 최적의 전략을 키운다. [씨앗의 자연사]는 이들의 재미난 전략이 가득한 이야기로 넘쳐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