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자연사
조나단 실버타운 지음, 진선미 옮김 / 양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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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핫'한 과일 중의 하나가 아보카도다. 과육을 다 먹고 나면 탁구공(무려 탁구공이다)만한 크기의 씨앗을 볼 수 있다. 이 씨앗을 볼 때면 항상 싹을 틔워 키워보고싶은 마음이 든다. 물론 열매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물에 반쁨 담가두면 싹이 튼다는 정보를 얻고 시도해봤지만 씨앗에 곰팡이만 필 뿐 도무지 싹이 나지 않았다. 싹이 트기 위해선, 온도, 습도, 햇빛이라는 조건이 다 들어맞아야만 한다. 아마 실내 환경이 아보카도 싹을 틔우기 위한 조건과 잘 맞지 않은가보다.

 

씨앗이란게 참 묘하다. 어떻게 싹을 틔울 조건을 정확히 알아채어 싹을 내미는 것일까. 그도 그럴 것이 싹을 한 번 틔우면 다시 되롤릴 수 없다는 가혹한 운명 때문일 것이다. 각 식물마다 정말 후손을 남기기 위한 다양한 생존전략을 쓴다. 그리고 그것은 씨앗으로 표현된다. 어떤 것은 말 그대로 좁쌀만한 것도 있고 코코넛처럼 큰 것도 있다. 꺠처럼 수많은 씨앗을 품는가 하면 오직 한 개의 씨앗만 갖는 것도 있다. 보들보들한 씨앗이 있는가 하면 망치로 두드려꺠야 할 정도로 딲딱한 씨앗도 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씨앗들의 생존전략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씨앗의 자연사]는 씨앗이 어떻게 주위 경쟁자와 동물, 사람과 관계를 맺고 변화되어 왔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그중 인상깊은 것 하나만 소개하자면. 에티오피아에서 재배가 시작된 아라비아 품종의 커피콩. 볶을때 작용하는 복잡한 화학작용으로 인한 다양한 향과 카페인이라는 특성 떄문에 사람들의 최애식물이 되었다.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각 지역조건에 따라 어려움도 겪게된다. 그러다보니 병충해에 강하지만 맛과 향은 떨어지는 커피콩 품종이 생겨났다. 여기에 더해 카페인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카페인이 없는 커피콩도 재배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카페인 없는 커피콩이 커피의 본고장인 에티오피아에도 들어와 슬슬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커피콩과 벌레, 사람과의 관계가 커피콩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진진히다.비단 커피콩만이 아니다. 사람 손에 키워지는 모든 작물들은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서 많은 변화를 겪는다. 꼭 인간이 아니어도 식물들은 자신의 후손을 퍼뜨리기 위한 최적의 전략을 키운다. [씨앗의 자연사]는 이들의 재미난 전략이 가득한 이야기로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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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 맛, 음식, 요리, 사피엔스, 그리고 진화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 노승영 옮김 / 서해문집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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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관련된 음식이야기 중에 곧잘 등장하는 것이 지중해식단, 오키나와 식단이거나 포도주와 관련된 프렌치 패러독스 등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들 식단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것들을 섭취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기후와 지역에 맞추어 자란 동식물을 먹었을뿐이다. 그런데 이런 관점을 시대적으로 극한으로 밀고가면 구석기 시대 음식이 사람의 건강에 좋다는 결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가 진화를 통해 바라본 건강한 음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해 간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그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몸에 큰 변화를 가져오거나 반대로 인간이 동식물의 진화에 큰 변화를 준 음식 10여 가지를 테마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전 세계로 이동하게 되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은 바로 조개다. 인류의 조상들이  먹고 버린 조개더미를 찾아가다보면 인류의 이동경로가 나타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류가 바로 사람이라는 종으로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요리다. 인간을 인간이라 특징지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로 바로 요리를 꼽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요리를 통해 소화기관이 작아지고 뇌는 커졌다. 그리고 인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준 것은 동식물을 길들이는 농업 덕이다. 빵과 고기가 근거로 들어진다. 인간은 또한 다른 류의 동물과 달리 감칠맛을 느낀다. 수프다. 쓴맛 세포는 35개에 불과하지만 향기를 맡는 세표는 400개에 달한다. 쓴맛을 인지하는 뇌의 수용체는 하나지만 향은 400여개가 각자 다른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생선에서 나는 냄새를 통해 우리는 먹어야 할 것과 먹지말아야 할 것을 안다. 이외 맥주와 포도주와 치즈, 채소, 양념, 후식 등이 거론된다. 이들 음식이 인간을 통해 어떻게 변해왔으며, 또한 이들 음식등으로 인해 인류도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래도 혹여 진화사적으로 사람이 어떻게 먹는게 건강에 좋은가 궁금하다면 몇가지 팁을 찾아볼 수는 있다. 물론 저자가 '이렇게 먹으면 건강에 좋습니다' 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먼저 당연하게도(?)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은 좋지않다. 단백질의 과다섭취는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간에 부담을 주고 잉여의 아미노산은 요산이 되어 신장에 부담을 미친다. 그리고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과당이다. 과일을 통째로 먹으며 얻는 과당은 섬유소를 비롯한 다른 소화과정으로 인해 과당을 천천히 흡수하도록 해주지만, 과당만첨가된 음식, 음료수라거나, 주스 등은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과당은 과식을 막아주는 호르몬이 작동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신호기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과당은 오직 간에서만 대사되기에 많은 과당은 간을 혹사시킨다. 또한 포도당의 2배에 달하는 열량으로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웬만하면 자연적인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것! 정말 뻔한 이야기가 정답인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가 진화사적으로 무엇을 먹어야 건강한지를 말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반면 멈추지 않는 인구증가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인류는 과연 충분한 식량공급을 성취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음식과 인류의 진화를 통해 보면 인간사회라는 것은 음식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의 역사라고 볼 수도 있다. 인간은 다른 영장류와 달리 몸집이 큰 동물을 공동으로 사냥해 나누어 먹어왔다. 공동사냥과 배분은 협동을 필요로 하고, 그 과정에서 평판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해온 과정은 협동과 평판, 이를 바탕으로 한 권력과 배분의 역사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사회를 조명해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 될 둣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결말. 불어난 인구를 먹이고 지속가능한 생산이 될 수 있으려면 우리의 식량이 될 동식물의 진화를 가속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바로 GMO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종자를 개량해 온 역사 또한 GMO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우리의 건강과 생태계의 위협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혹여 GMO가 문제 없다손 치더라도 인도 농민 수십만 명을 자살로 이끈 목화사건을 떠올려 보아야 한다. 거대한 자본이 필요한 GMO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한정되어 있고, 그 기업은 자신의 이익울 최우선으로 할 가능성이 높기에, GMO가 가져올 정치적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인류가 동식물에, 동식물이 우리에게 어떻게 변화를 서로 주고받으며 미래를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와 인구증가가 가져올 문제들이 진화의 지속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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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거짓말을 한다 - 구글 트렌트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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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미국대선이 다가왔다. 지난 미국대선에서는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 원인으로 많이들 주목하는 것이 '샤이니 트럼프'였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여론조사에서 지지표현을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설문조사에 답할 때 사람들이 당혹스러운 행동이나 생각을 축소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라고 부른다. 익명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설문조사에서 꼭 진실을 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면 인터넷에 쌓이는 데이터는 꽤나 솔직하다. 내가 필요로하는 것, 또는 궁금해하는 것을 찾기 위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데이터로 쌓인다. 빅데이터가 많은 양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적절한 데이터, 솔직함이 당겨 있는 데이터가 빅데이터의 장점이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서는 빅데이터에 네가지 힘이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 제공이 빅데이터의 첫 번째 힘이다.

솔직한 데이터 제공은 빅데이터의 두 번째 힘이다.

작은 집단도 클로즈업해서 볼 수 있는 것이 빅데이터의 세 번째 힘이다.

인과적 실험의 실행 가능성이 빅데이터의 네 번째 힘이다.

 

우리는 우리가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한다. 하지만 우리의 이해는 어긋나기 일쑤다. 세상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빅데이터가 필요한 이유이다. 직관적 판단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쓴맛을 안기기도 한다. 빅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시선을 갖는 것은 세상을 대하는 강한 힘을 갖는 방편이기도 하다. 

 

다만 [모두 거짓말을 한다] 이 책 속의 구글과 달리 우리나라의 빅데이터는 다소 편향된 데이터를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검색어 순위와 뉴스 편집 등을 통해 '눈덩이 효과'라는 왜곡된 결과물을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해석하는 눈이다. 

 

또한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서도 말하듯 빅데이터만이 정답은 아니다. 보다 심층적인 설문과 때로는 감각적 판단이 나은 해석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는 우리에게 세상을 해석하는 보다 나은 도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그 데이터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과 함께 그것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를 고심해야 한다. 

 

아무튼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서 우리의 생각이 편향되었거나 오류투성이일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빅데이터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빅데이터가 쏟아지는 세상 속에서 이 데이터에 파묻히지 않고, 올바른 시선을 갖출 수 있는 힘이 중요함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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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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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선생 책의 재미는 곁가지에 있다. 책의 중심테마를 이야기하면서 뻗어나가는 곁가지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 곁가지가 너무 지나쳐 간혹 중심테마를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다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번책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는 반야심경을 해제한 것이 중심테마다. 반야심경을 풀이하고 이야기하기 위해 스무살 때 화장실에서 보게된 반야심경과의 인연에서 시작해, 조선시대 불교사의 중심인물을 훑고 내려온다. 

 

그러면서 뻗쳐내려가는 곁가지 중 주의깊게 새겨들을만한 구절들이 있다.

 

30년 동학의 민중조직건설의 비결은 다름 아닌 콜레라와의 전투였습니다. 희한하게도 괴질귀신은 동학도들을 피해간다는 소문이 전국에 유포된 것이죠. ... 하여튼 19세기 조선에 상륙한 콜레라는 한편으로 동학혁명의 기초를 구축시켰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선불교의 정신혁명을 촉발시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역사라는 것은 항상 동일한 국면을 놓고도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테마를 전개해나가는 것이죠. 59쪽

 

 

 

새로운 선불교를 선보였던 경허 또한 콜레라에 걸린 마을을 지나치며 느낀 생사일여의 무너짐을 통해 용맹정진의 계기를 갖게 된다. 이처럼 어떤 한 사건이 운명을 쥐고 흔들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 사건 단 하나의 조건으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처럼, 수많은 원인들이 쌓여서 그 하나의 큰 사건이 운명을 촉발시킨다. 하지만 그런 큰 사건을 맞이하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사건임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결코 변화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사건과 그것에 대한 반응이 어떻게 행동으로 나타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지금, 그곳에서 당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그 사건이 운명적 사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눈과, 그것에 대해 행동할 줄 아는 손발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을 넘어 환경이나 배경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삶에 대한 시선의 차이도 있다.  

 

 

고조선 고구려문명의 테마가 생이고, 인도문명의 테마가 고라고 한다면 중동문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테마는 역시 죄입니다. 사막에서의 삶은 공동체의 영역이 매우 좁으며, 대자연의 순환이라는 생생지도에서 단절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대지를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할 수 없으며, 땅에 대한 애착과 신념이 없습니다. 따라서 하늘을 수직적 관계 속에서 초월적 존재로서만 인식되고, 우주의 순환이라는 시공범주를 벗어나 버리죠. 그런데 사막의 사람들이 이 하나님이라는 존재자에 대하여 갖는 의식은 죄라고 하는 한계상황을 통해 매개됩니다. 126쪽

 

지금의 나를 이루는 것은 나 혼자만의 독단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처한 환경과 역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그렇기에 절대적인 그 무엇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 곁가지를 지나 불교와 반야심경에 마주친다. 

 

 

 

누구든지 석가모니를 생각하고 석가모니를 본받고 석가모니의 말씀을 실천하기만 하면 석가모니가 될 수 있다. 그러한 각성, 자각이 든 사람을 보리살타, 즉 보살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죠. 보살은 보리를 구현한 존재, 보리를 향한 존재, 보리의 실현이 그 본질인 사람, 보리가 체화된 사람이라는 뜻이지, 비구보다 더 낮은 단계의 사람도 아니고, 스님을 섬겨야만 하는 공양주보살도 아닙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불교라는 전체체제에 엄청난 변화를 주게 되었습니다. 비구중심의 승방정사에서 탑중심의 거대한 가람으로 불교중심이 이동하게 되는 것이죠.  173쪽

 

싯달타가 보리수 밑에서 깨달은 것은 연기 하나입니다 연기라는 것은 이 우주의 모든 사태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무수한 원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관계망 속에서만 이벤트, 해프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연이라는 것도 인은 주원인이고, 연은 그 주변에 묻어 있는 수없는 보조원인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연이 사라지면 존재는 소리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그것이 공입니다. 213쪽

자, 그래서 반야심경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사법인(제행무상, 일체개고, 제법무아, 열반적정)과 연기(유전연기 - 고제(과) 집제(인) 와 환멸연기 - 멸제(과) 도제(인)), 대승의 실천원리 6바라밀(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등을 통해 삶의 지혜를 건네고 있다. 뜬구름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먼저 부를 찬양하고, 물질적 소비를 권유하며, 쾌락에 탐닉하는 시대의 정신을 알아챌 필요가 있을 성싶다. 그리고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정신으로 삶을 향유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를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반야심경 또한 이런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것이기에.

 

 

 

 

 

 

 

경허스님 법문- 삐뚤어진 나무는 삐뚤어진 대로 곧고, 찌그러진 그릇은 찌그러진 대로 반듯하며, 불량하고 성실치 못한 사람은 그대로 착하고 성실함이 있느니라.

불교의 경직된 계율주의를 본질적으로 거부. 우리를 짓누르고 있던 모든 속박으로부터의 해탈을 구가하는 자유로운 영혼. 96쪽

한국의 불교는 불교의 원래의 모습을 통째로 보전한 통불교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경허 같은 사람이 고뇌하고 있는 것은, 훌륭한 선사가 되기 위한 노력이 아닐, 단지 불교가 가르쳐준 근본 진리를 통해 참다운 인간이 되고자 하는 아주 보편적이고,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인간학의 과제상황이었습니다. 113쪽

선이니 삼매니 요가니 하는 말들이 뭐 대단히 어려운 철학적 용어가 아니라 정신집중 정도의 아주 비근한 인도말의 다양한 표현일 뿐이라는 것이죠. 116쪽

종교는 기원(빔)입니다. 화를 피하고 복을 비는 것은 인간의 지극히 평범한 심원이고 종교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죠. 탑돌이도 기원의 문화입니다. 170쪽

금강경이 말하는 벼락은 나와 대상 사이의 집착에 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내려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멸집이다. 193쪽 그림 풀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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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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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이 왜?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이지? 뭐라고? 내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빅뱅 덕분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음.... 그러니까 스마트폰을 쓰려면 충전을 해야 하잖아. 그럼 전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전기→화력→석탄→3억년전 식물 리그닌→식물 광합성→햇빛→핵융합에너지→수소, 헬륨→빅뱅. 이렇게 해서 바로 빅뱅 덕분이라고.

사실 과학은 어렵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실험실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우리 일상이 과학이다. 음악과 미술은 역사부터 시작해 작가들 이름까지 교양이나 상식처럼 알기 위해 공부하지만, 과학은 그냥 옆에 저만치 떨어뜨려 놓는다. 하지만 과학 또한 일상이며 상식이자 우리 시대의 교양이라 할 수 있다.

김상욱 교수는 양자물리학을 토대로 과학이 현대인의 삶에 얼마나 녹아 있는지를 쉽고 명쾌하게 전달한다. 과학법칙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통찰하는 시선이 날카롭다. 이 책을 통해 양자물리학을 온전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 즉 과학적 사고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관찰하고 의심하고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언제나 열려 있는 과학적 태도를 견지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일어날 것이다.   

양자장론이 보는 세상은 이렇다. 전자장에서 전자가 만들어진다. 전자는 실체가 아니라 전자장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유하자면, 전자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장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형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모든 전자는 서로 구분할 수 없이 똑같다.

모든 인간의 유전자는 다른 사람과 평균적으로 99.5% 정도 같다고 한다.

자크 모노의 생각은 이렇다. 생명현상도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물리법칙은 원자 수준에서 확률만을 알려준다. 생명도 이 확률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다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왜 특정 사건이 일어난 것인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주사위를 던져 왜 하필 1이 나왔냐고 묻는 거랑 비슷하다. 1은 가능한 사건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처럼 진화는 우연히 일어난다. 우연으로 선택된 수많은 사건의 연쇄에 의미를, 아니 더 나아가 의도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이렇게 우연은 필연이 된다. 하지만 거기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에는 네 종류의 힘이 존재한다.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그것이다.

힘은 두 입자 사이에 작용한다. 입자가 혼자 있을 때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힘은 상호관계다.

에너지를 전기장 형태로 저장하는 장치를 축전기라 하고, 자기장 형태로 저장하는 장치를 코일이라고 한다.

알코올은 인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유기화합물의 하나다.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은 효모라는 세균이 분해할 때 부산물로 나온다. 산소 없이 에너지를 만드는 이 과정을 발효라 부르는데, 루이 파스퇴르가 발견했다. 인간의 경우 산소를 이용하여 음식에 들어 있는 포도당을 분해한다. 우리가 숨을 쉬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다. 파스퇴르는 발효가 단순한 화학반응이 아니라 생명의 고유한 현상이라며 여기에는 어떤 목적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것을 생기론이라 한다. 화학으로 환원할 수 없는 생명의 고유한 현상이 있다는 생각이다. 파스퇴르가 죽은 후 에두아르트 부흐너는 발효가 화학반응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 발견으로 생기론은 종말을 맞았으며 생명을 환원주의로 설명하는 시각이 득세하기 시작한다.

물질에서도 상전이를 통해 얼음이 물이 되거나 물이 수증기가 되듯이, 상전이 이전에 물질이 갖지 않았던 속성이 새롭게 생겨난다. 이처럼 구성요소에서 없던 성질이 전체 구조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창발이라 부른다. ... 원자로부터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모두 창발이라 보면 된다.



근육 내 ATP를 만드는 데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는 호흡으로 얻는다. 호흡은 유기물을 산소로 태워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다. 유기물은 우리가 먹은 음식을 분해하여 얻는다. 우리가 먹고(유기물) 숨을 쉬어야(산소) 하는 이유다. 유기물을 태울 때 에너지가 나오는 것은 유기물이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높은 에너지 상태의 유기물을 만드는 것은 대개 식물의 몫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만든다. 식물도 에너지를 창조할 수는 없다. 광합성에 필요한 에너지는 햇빛에서 얻는다. 결국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원은 태양이다.

분자들 가운데 탄소화합물은 특별하다. 복잡하고 긴 구조물을 쉽게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탄소화합물은 산소와 결합하여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를 연소라 부르는데, 쉽게 말해서 타는 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부터 38억년 전 지구상 어딘가에서 탄소화합물로 이루어진 화학반응의 복합체가 탄생한다. 그 복합체는 에너지를 생산하여 자신의 구조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그 구조를 같은 형태로 복제하는 능력을 가졌다. 바로 생명이다.

태양도 에너지를 창조하지는 못한다. 태양에서는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수소 원자들이 결합하여 헬륨이 되면서 에너지가 생성된다. 수소들이 따로 흩어져 있는 것보다 헬륨으로 뭉쳐 있는 것이 에너지가 작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소의 에너지는 어디서 왔을까? 수소는 우주의 탄생, 그러니까 빅뱅 때,정확히는빅뱅이 있은 후 38만 년이 지났을 즈음 만들어졌다. 빅뱅 당시 우주의 모든 에너지가 한 점에 응축되어 있었다. 이 에너지가 물질로 변환된 것이다 결국 우리 주위의 모든 에너지는 빅뱅에서 기원한다. 에너지 보존법칙이 우리에게 알려준 놀라운 사실이다.

사피엔스는 왜 농업을 선택했을까? 하라리는 우리가 농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농작물이 우리를 선택한 거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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