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과학 - 먹고 움직이고 생각하라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8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엮음, 김지선 옮김 / 한림출판사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차고 넘치는 것 중 하나가 건강에 대한 정보다. TV를 켜면 먹방만큼은 아니지만 건강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은 또 어떤가. 건강과 관련된 검색어를 집어넣으면 페이지가 흘러넘친다. 전문가들의 논문도 하루에 몇개씩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이 정보들이 서로 상충한다는 것이다. 최근 고지방 다이어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보여주듯, 지방은 건강의 역적이 되었다가 이젠 각광받는 존재가 되었다. 탄수화물은 어떤가. 당뇨를 비롯한 각종 생활습관병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한편 뇌의 에너지원으로 억울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커피, 와인을 비롯한 술, 각종 차, 설탕, MSG 등등 도대체 이것들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못잡을 정도다. 

<건강과 과학>은 교수, 전문기자, 과학저술가, 연구원 등 약 30명 정도의 저자가 각 분야별로 최근까지의 연구동향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이야기들의 핵심은 건강엔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될 수 있으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다양한 사회 활동을 펼치라는 것이다. 하기야 그밖에 무엇이 더 있으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몸속의 우주 - 질병부터 성격까지 좌우하는 미생물의 힘 테드북스 TED Books 4
롭 나이트.브랜던 불러 지음, 강병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은 결정적 원인, 근거를 찾고자 하죠. 아마도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그 결정적 요소에 쓰고 싶어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이번엔 사람의 건강, 성격 등을 미생물이 결정할 수 있다고 하네요. 과연 결정적으로? 그래도 우리가 미생물과 공생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잊지말아야겠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수년 전 민음사에서 나온 <김수영 전집>을 샀다. 어떤 계기로 김수영 전집을 사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시가 읽히지 않아 그냥 산문만을 읽었다. 자주 접하지 않은 한자가 많아 산문을 읽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아마 그즈음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라는 책을 접하고 시 읽기에 대한 자신감이 팽창해진 탓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풀>이라는 시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려나. 

아무튼 함락하지 못한 성은 두고두고 미련으로 남는다. 언젠가는 꼭 그 성 안으로 들어가보겠다는 소망을 쉬이 놓아버릴 수는 없다. 그러던 차 그 성으로 들어가는 열쇠가 주어졌다. 바로 강신주 철학자가 쓴 <김수영을 위하여>다. 어떤 시선으로 시를 대할 것인가는 독자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쨋든 요즘 대세인 인문학적 시선으로 김수영의 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도 재미있을 성 싶다.

강신주는 이 책에서 일관되게 김수영을 바라본다. 그의 시선은 김수영에 대한 한없는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김수영의 외로움, 고독의 깊이를 자신은 체험해 보았다는 동지애적 성격도 강하다. 그의 개인사가 김수영과 어떻게 연관이 되어 있으며, 그래서 이제 김수영을 정리하고 자신도 김수영으로부터 독립함을 선언한다. 시가, 인문학이, 아니 인간이란 바로 단독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를 흉내내거나 이념, 종교, 권력, 자본의 휘하에 휘둘려서는 아니되서다.

강신주가 바라보는 김수영은 이런 단독성을 억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저항한다. 즉 자유를 얻기 위한 고된 싸움을 계속하고 고독 속에서 고군분투 한 것이다. 인간이란 단독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밝히는 것이 바로 시라는 것이다. 혼자 도는 팽이처럼 그 누구,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돌아야 하는 것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것이다. 난 나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단독성이 타인을 배재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나이듯이 다른 이의 단독성도 똑같이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단독적 개인의 완성이 전제되었을 때만이 코뮌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단독성이 확보되었을 때만이 보편성도 획득 가능한 것이다.  

이책은 그러하기에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단독적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도록 만든다. 막강한 자본의 힘과 아직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념과, 온 세상 가득한 종교와 안하무인격 권력 앞에서 그 어느 하나에도 기대지 않고 숨지 않고 내가 나임을 표명할 수 있는지, 또는 나를 잃지 않으려 저항하고 있는지, 아니 나라고 하는 흔적이나 찾을 수 있는지 물어보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김수영을 위한 것이자, 자유를 위한 것이자, 단독적 개인을 위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토리텔링의 비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마이클 티어노 지음,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액션 아이디어야말로 시나리오의 근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에게 행동을 이야기의 아이디어로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실제로 그는 행동이 사람, 곧 인물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반드시 행동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행동은 실제 우리 삶보다 더 거대할 뿐만 아니라 그 삶을 함께하는 사람보다 더 위대하다는 사실을 아리스토텔레스는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23쪽 

인과관계로 연결된 사건을 통하여 하나가 된 플롯은 바로 한 인간의 모습을 온전히 그려낸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롯 행동이 당신이 그리고자 하는 주인공의 가장 깊숙한 욕망과 이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플롯이 생명이다. 주인공의 강렬한 욕망이 모든 극적 행동에 이어져 있다면, 플롯은 주인공의 간결한 초상화를 그려낼 수 있다. 66쪽 

플롯을 단순하고도 간결한 액션 아이디어로 채워라. 관객들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관객들에게 정서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은 장면을 더하라.  

비극은 완결된 행동의 모방일 뿐만 아니라,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의 모방이며... 연민은 부당하게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볼때 일어나고, 공포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볼 때 일어난다. ... 주인공의 운명의 변화에서 그 원인은... 악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대한 과실 착오나 실수에 있어야 한다. 103쪽 

주인공에게 닥친 불행이 부당하며, 주인공 스스로 그 불행을 불러들였기 때문에 관객들은 연민과 공포를 느낀다... 드라마에서 불행의 원인은 우리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동물적 본성에서 비롯한 악행에 있는 것이 아니며,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전혀 흥미롭지 않을 것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우리는 그런 잘못된 판단을 일러 비극적 오류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의 불행은 인간의 원초적인 충동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판단 때문에 일어난다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05쪽 

주인공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동시에 그 행동에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함께 보여준다. ...이야기 속에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모든 행동은 중요한 도덕적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따라서 행동의 원인은 자연히 성격과 사상, 이 두가지이며, 당연히 삶에서 성공과 실패의 원인도 이 두 가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성격이란 엄밀하게 말해 어떤 사람의 사상과 그 사상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한 개인의 도덕적 성질이라고 말한다. (은행을 터는 사건 그 자체에도 동기를 생각해야 그 사상이 드러난다.)140쪽 

시인은 행동하는 인간을 모방하며, 행동하는 인간은 반드시 선하거나 악하다. 인간의 성격이 항상 이 두가지로 나누어지는 것은 모든 인간이 도덕과 부도덕에 따라 구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방의 대상인 인간은 우리보다 더 선하거나, 또는 우리보다 선하지 않거나, 또는 우리와 같다. 163쪽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에게 이야기 속에서 인물을 창조할 때 쓸 수 있는 다섯 가지 삶의 행동원리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섭취 능력 - 식생활 습관 2. 욕구능력 3. 감각 능력. 4 운동능력 5 사고능력 

당신의 영혼에서 출발하여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쓰도록 노력하라.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것이야말로 당신의 궁극적인 목적이어야 하며, 나머지는 나중에 저절로 따라온다. 무엇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으로 인용되어 온 유명한 진 와이덜의 말이 있다. 오늘밤 내가 극장에 간다면 과연 이 영화를 보고 싶어할까. 드라마 코미디 호러 에스에프 액션 등 무엇을 쓰든지 간에 당신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것을 찾아라. 197쪽 

가능한 것만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우리는 일어나지 않은 것의 가능성은 믿지 않지만, 일어난 것은 분명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 시나리오를 쓸 때 그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믿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209쪽  

일반적으로 시는 인간 본성에 자리잡은 두 가지 동기에서 비롯한다. 모방은 인간이 어릴 때부터 가진 본성이며, 인간이 다른 하위동물보다 나은 장점들 가운데 하나는 인간이 모방을 가장 잘하며, 처음엔 모방으로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날 때부터 모방한 것을 보고 쾌락을 느낀다. 이러한 사실은 경험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아주 보기 흉한 동물이나 시신을 직접 볼때는 고통스러우나, 그것을 예술로써 매우 정확하게 그려놓은 작품을 볼 때는 즐거움을 느낀다. 213쪽 

극적 행동은 하나로 통일된 행동 곧 하나의 연속적인 전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단지 비극적 구조가 요구하는 것보다는 좀더 느슨할 뿐이다. 중요한 점은 희극에서는 플롯이 생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물이 생명이다. 희극은 발견과 발전의 여지가 많으므로 플롯을 너무 탄탄하게 짜려고 하거나 도덕적인 내용을 너무 많이 담으려고 하지 마라. ..다시 말해 희극의 목적은 관객을 웃기는 것이며 희극적으로 삶의 진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222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살이 2009-03-15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쓴 안경을 통해 본 것이라...
암튼 다행이네요. 관심을 끌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을 발견했으니 짝짝짝~~~
선의의 행동도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게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저에겐 도덕은 역시 어려운 문제입니다. ^^;
 
서울은 깊다 -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
전우용 지음 / 돌베개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 그것이 문제일 뿐,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못한다. 이런저런 자리에서 그런 상황들을 반복해 겪으면서, 누군가를 향해 역사에는 팔 수 없는 가치, 팔아서는 안 되는 가치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당신들이 원하는대로 가공할 수 있는 역사는 없다고. 11쪽 ,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바로 이때문일 것이다. 이런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이라는 공간은 그래서 더욱 값어치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과거의 아픈 장면도 엿볼 수 있다.

명동성당이 경복궁을 겨눈 쇠뇌였다. 명동성당 십자가가 달린 뾰족탑이 경복궁 정문, 광화문을 향해 세워져 있다.  

높은 언덕 위에 높이 솟은 건물은 한편으로 동양의 세속 전제 권력에 대해 서양의 신성 권력이 승리했음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서구적 공간관이 복수의 하나님을 매개로 한국적 공간관을 패퇴시키고 서울을 점령한 셈이다. 약현성당과 명동성당 건축의 종교적 후예들만이 아니라 세속의 후예들 역시 산자락을 파고들었다. 하늘이 만들어낸 자연의 선을 인간이 만든 건축물의 선이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오랜 금기는 여지없이 깨져나갔다. 물론 사람들이 서울 안의 야산들을 거리낌 없이 택지로 취급하기까지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겠지만, 이는 어쨌든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 거대한 주거용 건물군이 산자락을 장악함에 따라 그래도 경관만은 함께 누릴 수 있었던 서울 사람들의 시각적 유대도 붕괴되었다. 자본주의적 가치법칙은 경관의 소비에도 관철되어, 소비할 수 있는 자와 소비할 수 없는 자를 나누었다. 이제 초고층 건물 초고층에 살지 않는 한, 어느 곳에서도 온전히 조망할 수 있는 능선은 없다. 159쪽 

서울은 과거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진행형인 서울은 곳곳에서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권력에 의한 횡포, 또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도 그 모습을 변모시키고 있다.  

오늘날 권력이라는 단어는 여러 함의를 가진 말로 쓰이고 있지만, 도시 공간과 관련해서는 공간을 개조할 수 있는 힘 정도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 당장 최근의 일만 보더라도 시장은 복개했던 개천의 복원을 결정할 수 있고, 대통령쯤 되면 아예 도시 하나를 새로 만들거나 나라의 산수 체계를 바꾸려 할 수도 있다. 공간의 지배력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권력의 크기와 기하급수적 비례관계를 맺는다. 190쪽   

건축물에 쓰이는 장식이나 소품이라는 것도 실은 시대적 상황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즐겁고 경괘하게 학교종을 부르고 학교종 소리에 맞춰 등교하면서, 자연스럽게 평생동안 시간의 지배를 받을 몸과 마음의 준비를 갖추어 나갔다. 근대를 변화가 일상화한 시대로 볼 때, 사람들의 시간관념과 시간을 분할하여 의식하는 정도는 근대적 변화의 속도와 대략 일치해왔다. 조선시대 아이들은 동서남북을 구분하는 것이 먼저였지만 요즘 아이들은 시간을 알고 그에 맞추어 행동하는 법을 먼저 체득한다.  223쪽 

13세기말 서유럽에서 기계식 시계가 발명된 이후 시계는 점차 그 정확도를 높여갔고, 그에 비례하여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지배력을 키워나갔다. 루이스 멈퍼드는 증기엔진이 아니라 시계가 바로 현대 산업사회의 핵심 기계라고 했던바, 유럽 도시에서는 산업혁명에 앞서 시간혁명이 일어났다. 기계식 시계에 의존하여 철저히 시간을 지키는 우편마차는 증기기관차보다 먼저 등장했다. 229쪽 
 

세부적 이미지든 중심적 이미지든, 도시의 분위기와 이미지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강렬하게 인식하는 공간요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케빈 린치는 이를 길. 중심. 구역. 접경. 랜드마크의 다섯 요소로 정의함으로써 현대 도시계획학의 대가가 되었거니와 이야말로 콜럼버스의 달걀이다... 도시의 가로와 광장이 동선과 행위, 집합을 통제하는 것이라면, 도시내 건조물은 시선과 상징에 대한 느낌을 통제한다. 특정공간에 길을 새로 내거나 어떤 구조물을 새로 짓거나 하는 일은 결국 그 안에 살고 그 안에서 왕래하는 사람들의 사고와 태도를 지배하는 효과를 낳는다. 193쪽  

그렇다면 지금 서울에서 논의되고 있는 초고층건물의 랜드마크는 과연 우리의 사고와 태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불황에 만들어져 호황기에 빛을 발한다는 경제적 논리 이외에 우리의 정신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사고도 함께 해볼 문제다. 서울은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보다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

청동기 시대 외계 충격은 학제간학회의 1997년 연차대회 주제였다. 이 대회에서는 청동기시대에 운석 강하, 공중 폭발 등 장기간의 외계 충격이 계속되어 인간이 하늘을 공포의 대상으로 인지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하늘에 신이 있다는 보편적 관념이 등장했다는 이론이 제출되었다. ... 어느 때부터 하늘은 신의 공간이요 하늘나라로서 지표와 구분되는 또 하나의 세상을 구성하게 되었다. 이제 신이 인간을 징벌하는 도구는 번개. 비. 태풍 등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들로 구성되었으며, 그 이전까지 신성을 담지했떤 맹수의 이빨, 풀의 독과 같은 것은 잡귀나 마귀의 수단으로 격하되었다. 209쪽 

천체 운행의 법칙성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멀리 떨어진 여러 장소에서 축적된 경험과 지식들을 한 곳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고대 국가들의 거대한 수도는 물리적 구조물일 뿐 아니라 천문학을 중심으로 하는 지적 구조물이기도 했다. 더불어 집중할 수 있는 힘이 곧 권력이 되었으니 고대의 이집트.메소포타미아.중국 등지에서 천문학과 함께 신격화한 초월적 권력이 출현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천체의 운행에 관한 비밀의 열쇠를 손에 넣은 권력은 그것으로써 하늘과 자신 사이의 혈연적 관계를 입증하고자 했으며, 그런 시도는 예외 없이 성공을 거두었다. 225쪽 

보통은 7일 1휴제가 유대교와 기독교의 산물인 것으로 알고들 있으나, 사실은 바빌로니아 태음력의 소산이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달의 변화하는 모습을 기준으로 구획한 7일 주기를 중요시했고, 각 주기의 마지막 날은 악의 날로 정하여 특별한 터부를 부과했었다. 유대인이 바빌로니아 유랑을 겪으면서 이 주기를 받아들였고, 그것이 7일에 한번씩의 안식일로 바뀐 것이다. 231쪽 

병 걸린 자와 벌 받는 자를 같은 범주로 묶어 보는 관행은 의학 지식이 지배하는 오늘날까지도 끈질기게 지속되고 있다.... 고대에는 속죄의식과 치료 의식이 같았다. 심지어 현대에도 치유의 기적을 과시하는 신의 사도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이 사용하는 기적의 치유법은 종종 처벌이나 고문과 구별되지 않는다. 의식이 같은 데 그 장소와 주재자가 다를 이유는 없었다. 249쪽  

-------------------------

물장수들이 수도회사 피고용자가 될 수는 없었고, 물장수 조합은 관행에 따라 물장수로부터 과중한 조합비를 징수하고는 그중 일부를 수도회사에 일괄 납부했다. 명색은 조합이나 실제로는 수돗물 판매기업이었던 셈인데, 요즈음 기업 경영의 합리화 수단으로 자주 사용되는 아웃소싱은 이런 면에서는 첨단 경영기법 쪽보다는 중세의 잔재 쪽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 듯하다. 317쪽  

 ---------------------------

연산군의 방탕한 유흥을 위해 대궐로 불러들인 미모의 젊은 여성을 흥청이라 불렀다. 흥청망청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됐다.  

조선 후기에는 사람을 셀 때에도 등급에 따라 다른 표현을 썼다. 관리는 員, 양반은 人, 평민은 名, 노비는 가축과 합쳐 口로 셌다. 인구란 인과 구를 합친 개념이다.  

존비법은 다섯 단계, 확장하면 일곱단계였다. 친구간 평어는 하오, 같은 등급의 손윗사람에게 상대어는 하시오, 아랫사람에게 하대어는 하게. 윗급 사람에게 존대어는 하십시오, 아랫급 사람에게 비대어는 해라였다. 왕과 왕비, 대비 등에게만 사용하는 극존대 하시옵소서. 아이들 유예기간 동안 쓰는 반말은 어미를 생략하고 어간만 쓴다. .... 합쇼가 서울 특유의 방언으로 등장, 얼버무림형 존대로. 14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