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된 시간 - 영화 예술의 미학과 시학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지음, 김창우 옮김 / 분도출판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나 비디오를 보면서 한번도 잠을 자지 않은 것을 자랑스러워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비디오를 켜두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세상에! 잠이 든후 깨고 나서도 아직 비디오가 끝나지 않은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다시 새근새근. 내 생애 최초로 비디오를 보면서 잠이 들도록 만들게 한 영화. 난 컨디션이 나쁜탓으로 돌리고 몇일 후 재도전을 했다. 그런데 또 다시 한번 세상에나! 다시 잠들었다. 아~도대체 이 영화의 무엇이 이토록 나를 잠들게 만드는 것일까?

그 영화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희생>이었다. 그래서 난 <희생>을 포기한 대신 <향수>를 맞이했다. 아무리 봐도 오리무중. 알 수 없는 화면의 전개. 줄거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남들이 영화줄거리가 뭐야 하면 도대체 이야기할 어떤 사건이 없는 시간의 흐름들.

지금까지 가져온 영화에 대한 환상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영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하루 이틀, 또는 한달 두달이 아니라 몇년) 문득 문득 그 영화속 장면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나의 비겁함에 치를 떨고 연약함에 눈물을 흘리고 싶어질 때 가끔씩 떠오르는 시와 같은 풍경들. 잠결에 보아서인지 꿈속마냥 어슴푸레하게 다가오는 정경들. 도대체 이 영화는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던 것일까?

책 <봉인된 시간>은 나의 이런 의문을 어느정도 해결해 준다. 타르코프스키가 가졌던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읽어냄과 함께 그가 영화를 통해 무엇을 이루어내고자 했는지를 이해하는 순간 왜 그의 영화가 나의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되어질 수밖애 없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삶을 이야기하되 그 정신을 이야기하며, 시대의 흐름에 퇴색하지 않는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세상은 아름답게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자유의지를 스크린 속에 담아내고자 했던 그의 치열한 인생이 책속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삶은 환상보다 더 풍부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영화는 이런 풍부한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하나의 시로 남으리란걸 드디어 깨닫게 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큐트도우 2015-05-1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르코프스키 감독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