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밥 먹구 가 - 오한숙희의 자연주의 여성학
오한숙희 지음 / 여성신문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30대 남성인 내가 이 책을 집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규항씨가가 말한 <그 페미니즘>, 즉 인간에 대한 보편적 해방을 내세우기보단 자신이 처한 계급만의 불평등을 해소하려 드는, 이기적 이타주의의 표상이 되어버린, 주류 페미니즘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페미니즘의 페도 싫어하는 일반화의 오류상태에 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나간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아무래도 그건 이 책을 알게된 과정을 설멍함으로써만이 풀릴것 같다. <패스트푸드의 제국>류와 같은 책을 통해 육류의 소비가 어떻게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현대병과 난치병을 가져온 주범이며 그 밑바탕엔 노동의 착취와 동물에 대한 학대등이 숨겨져 있음을 자각하게 된 나로서는 자연주의에 눈을 돌리게 됐고 그 때 이책 <아줌마, 밥 먹구가>는 페미니즘 이전에 자연주의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보여진다.

소로스의 <월든>이나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이 비록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간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것이 우리의 자연과 동떨어진 외국의 삶이기에 조금은 낯이 선게 사실이다. 그런 낯섬에서 비켜나 우리의 땅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김용택씨는 삶보다는 그의 시흥에 젖어 낭만적으로 빠져드는 함정을 지니고 있으나 오한숙희씨의 이 책은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삶터 가꾸기라는 점에서 누나처럼 다가온다.

밤을 나눠먹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이기적 이타주의의 이기심, 호박의 쓰임새를 통해 느끼는 여자들의 퍼주는 사랑 등등은 곳곳에 과거 외갓집을 떠올리는 향수와 함께 삶의 잔잔한 미소를 전해주고 있어 즐겁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하나 곳간이 비워도 인심이 날 수 있음은 진정한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진정한 인간으로 변화되어지는 과정의 첫마디는 바로 <같이 밥먹구 가>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은 에코페미니즘이라는 울타리로 가두기에는 보다 큰 보편적 인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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