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경포 해수욕장 


 

"저번에 한번 항구에 갔는데 고등어가 엄청나더구만. 그냥 몇마리 사려고 했는데 어부 양반이 아이스박스를 가져오래. 그러더니 삽으로 푹푹 퍼서 담아줘. 그리고 나서 만원만 달래. 그래서 집에 가 마릿수를 세 봤지. 글쎄 56마리나 되더구만. 이걸 다 먹을 수 있나. 아파트 사람들하고 나눠 먹었지. 생물이라 그런지 정말 맛있더구만." 

식당의 손님들이 주고 받는 말이 옆 테이블까지 들린다. 아마도 연탄불에 양미리를 굽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꺼낸 듯 싶다.  

"요즘, 양미리 철인데 양미리가 안보여. 요 몇일 바람이 세서 배가 나가질 못한 모양이야. 이러다 어부들 손가락 빨게 생겼어. 날씨 더 추워지면 양미리 살이 통통 올라 맛있는데..." 

바다에 고기들이 넘쳐나도 바람이 세면 말짱 헛것이다. 어부들과 항구의 상인들은 바람이 멎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그 바닷가엔 젊은 청춘들이 모여든다. 겨울 바다가 내뿜는 하얀 포말을 보기 위해서다. 바람이 거세면 그들의 웃음소리도 더욱 커진다. 겨울산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바람은 추억이다. 한바탕 눈 위를 걸으며 찬 바람을 맞아야 비로소 겨울맛을 느낀다.  

세상의 이치는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자식을 둔 엄마의 심정과 같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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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료원 황성수 박사는 고혈압이 생겨 동맥경화증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고혈압, 뇌졸중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동맥경화증은 기름진 식사가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100% 현미밥과 채식, 과일 만을 먹도록 당부한다. 금지식품목록엔 고기, 생선, 흰쌀밥, 달콤한 것. 계란, 우유 등이 들어있다. 식이요법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고혈압 약은 단 한알도 먹지 않는다.  

MBC 스페셜 <편식으로 고혈압잡기>에선 황 박사의 요법에 따라 고혈압을 치료해 간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평소 먹던 음식만을 바꿈으로써 평생 먹고 살아야만 된다고 생각했던 약을 끊을 수 있게 됐다는 희망을 본다. 다큐 속에선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중간에 포기하거나 또는 기대치에 못미치는 결과를 얻은 환자들도 물론 있었을 것이다.   

이번 다큐는 그 제목에서부터 제작자들의 의도가 엿보인다. 편식으로라는 단어를 씀으로써 우리들의 선입견에 일타를 가한다. '편식하면 안돼' 라는 금과옥조를 무너뜨리는 이 다큐는 그래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고혈압 치료만으로 2조원 이상이 쓰이는 상황은 단순히 2조원이라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기와 생선을 끊고 살아감으로써 동맥경화증과 관계된 질병들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은 2조원의 문제를 떠나 사회적 변혁까지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를 끊는다는 것은 단순히 채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과 제약회사, 낙농업, 화학회사, 수자원 등등 많은 기업들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을 알고싶다면 <육식의 종말><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 등등을 참고)  

다큐는 이런 사회적 문제보다는 개인적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지켜본 다큐 중 궁금했던 부분은 70, 80을 넘긴 할머니들의 선택이다. 30~40대들이야 평생 약을 먹고 살아간다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질뿐더러 약이라는 것이 근원적인 치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 불확실성에 조마조마한 삶을 살고 싶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약으로 인한 부작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생이 얼마남지 않은 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생선이나 고기먹는 것을 포기하고 식이요법을 택하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약을 먹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먹고싶은 것을 못먹는 고통과 비교한다면야...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표면적으로는 약을 끊는다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겠지만 심층적으로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 때문에 선택한 것이지는 않을까. 고혈압으로 인한 뇌졸중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사실 그 자체가 행복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만큼 죽음은 공포스러운 것이니까. 아무리 죽음에 대해 덤덤하려 해도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3탄까지 준비된 이 다큐가 과연 국민들에게 편식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그 바람은 다른 바람이 그랬듯 잠깐 일고 잠잠해지겠지만. 더군다나 이 다큐가 죽음에 대한 직접적 공포를 전달할 순 없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도 그 바람의 영향을 받은 사람은 후일에 보다 더 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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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kkf 2009-12-3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자연정혈요법으로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세요.
아파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내 병은 내가 고치고 내가족은 내가 지킨다.
건강은 예방이 최 우선입니다.
http://blog.daum.net/sejnp
 



 

MBC 주말 드라마 '보석비빔밥'엔 재미있는 캐릭터가 있다. 한국말을 잘 하는 외국인 카일. 그는 스님이 되기 위해 공부중인데 때론 어른스럽고 때론 어린아이 같은 그의 마음이 동정심을 일으킨다. 

하루는 비취가 같은 집에 세 들어 사는 영국을 아침식사에 초대한다. 즐거운 웃음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카일은 혼자서 눈물 섞인 아침밥을 먹는다. 루비가 뚱해 있는 그에게 이유를 묻자 왜 자기만 차별하는냐고 서운해한다. 집에서 나와 집밥을 먹은지 오래돼 따뜻한 밥 한끼가 그리웠던게다. 루비는 비취 언니가 카일이 어색해할까봐 배려한 것이라고 말한다. 카일은 그걸 왜 자기한테 묻지도 않고 스스로 생각해 결정해버리냐고 서운해한다.  

갈수록 차가워진 세상 속에서 온기를 찾기 위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배려를 말한다. 하지만 그 배려라는 것이 소통이 부재한 상태에서 이루어질 땐 배신감을 자아낸다. 배려가 우려와 염려를 자아내는 것이다. 상대방을 생각해 한 행동인데 그걸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를 받고, 배려를 했다고 생각한 본인은 생각코 한 행동을 기뻐하지 않는 상대방을 보며 괘씸해한다. 이렇게 배려가 엉뚱하게도 상처를 주는 경우는 부모.형제.부부간에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속으로 생각하지 말고 겉으로 표현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때론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린 남의 마음을 읽는 마술사, 초능력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통하지 않는 배려는 가시 달린 장미를 그대로 건네는 것과 같다. 가시를 제거하지도 조심하라는 주의사항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간혹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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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9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살이 2009-10-19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석비빔밥의 카일과 같은 처지를 한번 당하고 나서 곰곰히 생각하게 된 터라...
저도 타인에게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많이 반성했다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 - 카노바의 프시케와 큐피드(아모르와 프시케)  


카노바의 프시케와 큐피드의 뒷모습 




파리 루브르 박물관 - 밀로의 비너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뒷모습 




로마 바티칸 박물관 



로마 판테온 천장 

 

<곱다>라는 말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산뜻하고 아름답다라는 뜻 이외에도 곧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약간 급하게 휘어 있다(네이버 국어사전)라는 뜻도 있다. 즉 곡선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곱다가 이렇게 두가지 뜻을 갖고 있는 데에는 곡선이 주는 아름다움도 한몫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고속도로 보다는 국도, 국도보다는 오솔길에 정감이 가는 이유 중의 하나도 그 휘어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휘어짐이 극에 달하면 원을 그린다. 동글동글함 속엔 아름다움이 살아 숨쉰다. 

프시케와 큐피드 조각의 뒷모습을 보면(루브르 박물관에서 그 뒷모습까지 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 곡선이 주는 아름다움에 숨이 멎을듯하다. 허리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곡선과 함게 궁둥이(엉덩이의 아랫부분. 앉으면 바닥에 닿는 근육이 많은 부분)는 인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밀로의 비너스는 또 어떤가. 옆에서 바라보는 젖가슴의 곡선이 탄성을 자아낸다.  

조각에서뿐만 아니라 건물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익숙한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앞모습이 주는 엄숙함과 대조되는 원형의 뒷모습은 신비함을 더해준다. 로마 바티칸 박물관의 출구는 환상적이다. 나가는 길이 두개로 사진 속에선 한쪽 출구를 막아놓은 상태라 한 층을 건너뛰어 사람들이 내려가고 있다.  

곡선은 아름다움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레바퀴와 같이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로마 판테온은 내부에 기둥 하나없이 건물이 지어졌다. 돔의 힘이다. 천장에 뚫린 구멍은 빛을 뿌려줄 뿐만 아니라 이 구멍으로 빗줄기가 새어들어오지 않도록 지어졌다. 아래공기와 윗공기의 기압차를 이용한 것인데 그 웅장한 힘이 대단하다.  

대나무처럼 곧은 기상도 아름답지만 휘어 구부러진 곡선의 아름다움도 그에 못지않음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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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0-15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곱네요..
 











드라마 선덕여왕에 나오는 비담은 그 스승인 국노에게 버림받았다. 생명을 귀하게 여길 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덕만공주가 그의 측은지심을 이끌어낸다. 국노는 비담이 덕만공주를 따르도록 부탁한다. 그 길만이 비담을 구원으로 이끌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피에타는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끌어안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마리아의 표정과 예수의 축 처진 몸은 보는 이로 하여금 측은지심이 일어나도록 만든다. 가엾어 하고 어엿삐 여기는 마음. 구원의 출발점은 바로 그 마음이다. 

측은한 마음이 일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두 팔을 벌려 뭇 생명을 안을 수 있다. 구원은 사후에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생전에 품어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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