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경포 해수욕장 


 

"저번에 한번 항구에 갔는데 고등어가 엄청나더구만. 그냥 몇마리 사려고 했는데 어부 양반이 아이스박스를 가져오래. 그러더니 삽으로 푹푹 퍼서 담아줘. 그리고 나서 만원만 달래. 그래서 집에 가 마릿수를 세 봤지. 글쎄 56마리나 되더구만. 이걸 다 먹을 수 있나. 아파트 사람들하고 나눠 먹었지. 생물이라 그런지 정말 맛있더구만." 

식당의 손님들이 주고 받는 말이 옆 테이블까지 들린다. 아마도 연탄불에 양미리를 굽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꺼낸 듯 싶다.  

"요즘, 양미리 철인데 양미리가 안보여. 요 몇일 바람이 세서 배가 나가질 못한 모양이야. 이러다 어부들 손가락 빨게 생겼어. 날씨 더 추워지면 양미리 살이 통통 올라 맛있는데..." 

바다에 고기들이 넘쳐나도 바람이 세면 말짱 헛것이다. 어부들과 항구의 상인들은 바람이 멎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그 바닷가엔 젊은 청춘들이 모여든다. 겨울 바다가 내뿜는 하얀 포말을 보기 위해서다. 바람이 거세면 그들의 웃음소리도 더욱 커진다. 겨울산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바람은 추억이다. 한바탕 눈 위를 걸으며 찬 바람을 맞아야 비로소 겨울맛을 느낀다.  

세상의 이치는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자식을 둔 엄마의 심정과 같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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