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노벨 평화상이 EU로 선정된 것에 대해 말들이 많다. 현재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 EU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유럽연합이 무기에 쏟아붓고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대한 비판까지 일고 있다. 물론 반대로 평화상에 선정될만큼 유럽연합이 생김으로써 국가간의 갈등이 줄어들고 평화는 물론 인권의 급성장이 이루어진 측면 또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EU와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당대엔 평화에 기여했으나 후대에 다시 재평가를 받아야 할 수상자들도 있다. 녹색혁명의 아버지라 불린 볼로그 박사가 그렇다 하겠다. 볼로그 박사는 왜소종 밀을 육종함으로써 수확량을 개선하고 비용을 감소시켜 대량생산을 가능케했다. 또한 탈곡이 쉬워 그 이용가치가 높아져 기아 해결에 큰 도움을 준 것이다. 하지만 배고픔을 해결한 이 밀로 인해 현대인은 퇴행성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물론 밀만이 퇴행성 질환의 원인인 것은 아니나 과거의 밀에서 교잡을 통해 그 성질이 변한 왜소종 밀로 인한 폐해는 생각보다 크다.(책 <밀가루 똥배>참고) 포만과 허기의 반복을 불러와 인슐린 작동의 과부하가 생기기도 하고 심장병, 노화작용, 셀리악병, 비만, 피부염 등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마치 이것은 노벨상을 만든 노벨의 다이너마이트와 같다. 장애물을 제거하는 폭파물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무기로까지 무한변신하는 다이너마이트 말이다. 

노벨상, 세계적 주목을 받는 위대한 상 뒤에 감추어진 그림자 또한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말은 비수가 된다

겨울 나목처럼 솔직한 고백도

여름 풍성한 나뭇잎속 들쑤시는 강렬한

햇빛같은 말들도

누군가의 가슴을 후벼파는

비수가 될 수 있다

내가 내뱉은 나의 말들이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를 주기보다

그의 영혼에 향기로 오래 남을 수 있는

꽃이 되었으면 좋겠다

끝내 시간이 지나 시들어 떨어질지언정

그 향기만은 오래

남을 수 있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는 하루종일 삭이고 또 삭인다. 입으로 넣은 음식물을 삭여야 하고, 상대로 인해 마음 속에 일어난 화를 삭여야 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을 대한다면 삭이는 일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먹고 대하는 것들이 마냥 좋은 것일수만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삭이고 또 삭여야만 한다. 힘을 들여 시간을 들여 삭여야만 한다.

 

잘 삭일 수 있다면 잘 사귈수도 있다. 아니, 반대로 잘 사귈수만 있다면 잘 삭일 수 있다. 꼭 몸에 좋은 것만을, 좋은 사람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피톤치드처럼 자연이 갖는 독 성분이 내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하듯, 독이 독이 되지 않도록 잘 사귀기만 한다면 오히려 잘 삭아 몸에 좋은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남탓할 일이 아니라 삭이는 내 몸을 잘 지켜보아야 할 이이다. 특히 시간을 들일 일이다. 공을 들일 일이다. 삭이는 것은 뚝딱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거름으로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스턴트는 사귀기는 쉬워도 삭이기는 힘들다. 잘 삭이려면 쉬운 것만을 찾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별로 없지 않던가. 몸도 마음도 잘 삭여지기를 기원해본다. 그래야 우리 삶이 세상과 잘 사귈 수 있지 않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한다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했다.

 

결혼에 대한 이런 말도 있다.

예전엔 배우기 위해서 결혼하는데, 요즘은 결혼하기 위해서 배운다.

 

이 말의 뜻은 예전엔 결혼이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었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따지는 그 스펙의 하나로 학력이 요구되는 사회가 됐다는 것일게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결혼은 예전의 뜻을 지니고 있다.

 

훌륭하고 좋은 것만을 상대하고 좋아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여자라면 소지섭이나 현빈을 누구나 사랑하듯, 남자라면 김태희나 송혜교 등등을 좋아하듯 말이다. 하지만 진정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부족하고 남루하고 문제가 있는 것임을 알면서도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할 수 있을 때만이 진짜 사랑이라고 느끼게 됐다. 결혼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니 결혼은 배우기 위해서 한다는 말이 옳은 것이 아니겠는가. 사랑에 대한 참뜻을 온몸으로 느끼게 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상대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또는 그 상대를 사랑하는게 옳은 일일까. 결혼은 끊임없는 배움을 요구한다. 사랑이 올가미가 되지는 않아야 할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눈이 내린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다. 탄성이 나온다. 시골이나 도시나 내리는 눈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린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것을 대하는 마음은 바뀌기 시작한다.

 

도시는 쌓이는 눈을 허락하지 않는다. 자연의 시간대로 녹아내리는 것을 기다리지 않는다. 도시의 시간은 빠름이 장기다. 자연현상마저도 이 빠름에 휘둘린다. 쌓인 눈을 빨리 치우지 않으면 사방에서 비명이다. 그런데 시골이라고 다를까. 시간을 거슬러 겨울에도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을 키우다 보니 눈이 많이 내리면 노심초사다. 비닐하우스가 무너질까 계속 눈을 쓸어내려야만 한다.

 

물론 이렇게 시간을 재촉하는 행위들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풍요-겨울철에도 푸르른 녹색채소를 먹는 일 따위 말이다-는 누리지 못할 것이다. 물질적 풍요를 얻는 대신 우린 자연스러운 풍광이 주는 여유를 잃어버렸다. 눈마저 짐이 된 것이다. 얼어붙은 땅 위에서 겨울 작물을 따뜻하게 보온해주는 눈의 역할은 쌓인 눈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쓸모를 따질 때에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눈 그자체가 주는 마음의 평온 또한 이익을 따지는 계산기 속에서 눈씻고 찾아봐도 차지할 공간이 없다.

 

흔히들 나이가 드니 눈이 주는 즐거움 대신 걱정이 쌓인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걱정의 근원은 나이가 아니라 바로 이해타산에 젖어든 우리의 습성 때문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