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의 상영 시간표와는 시간이 맞지 않아 아이들 방학 전 마지막 행사가 불발되려는 순간, 검색의 여왕 H언니가 비교적 가까운 영화관에서도 이 영화를 상영한다는 걸 알아냈다. 사인 받은 시험지를 놓고 가 집으로 돌아온 딸롱이를 학교로 돌려보내고, 눈이 안 떠져 학교에 안 가겠다는 아롱이 손을 끌어 교문 안으로 밀어넣은후, 빛의 속도로 영화관으로 향했다. 상영 시작 5분 전이었다. 조조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가능한 송강호를, 송우석으로 보려고 했다. 어차피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 짧은 변호사. 돈 버는 재미에 푹 빠져, 요트 타던 송우석 변호사는, 송강호가 연기하는 모습으로만 그려질 터였다. 그렇게 하는 게 속이 편할 것 같았다. 영화 보러 같이 갔던 언니들에게 말했다. 

"언니, 저, 눈화장은 안 했지만, 울지는 않을 거예요. 렌즈도 꼈고. 아무튼 안 울거예요." 

그렇게 하는게, 아무래도 속이 편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자주 입으셨다는 체크 자켓을 입은 모습으로 화면에 나타난 송강호를, 법정에서 제 정신이 아닌 모습으로 변론하는 송강호를, 하얀 죄수복을 입고 법정에 서 있는 송강호를, 송강호를 노무현 대통령님과 같은 사람으로 생각되는 순간을, 나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정의로운 방법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고 싶다'며 열정적으로 연설하던 그를, 
간발의 차로 이회창을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노란 물결로 가득찬 민주당 당사 앞에서 "지금은 당원분들 한 분, 한 분 손잡고 싶습니다."라고 떨며 말했던 그를,      
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자전거 페달을 돌리던 그를, 
'대통령 일 열심히 할 때는 그렇게 욕을 하더니만, 그냥 노니까 사람들이 잘 한다고 하네요."하며 크게 웃던 그를,   
수십대의 자동차로도 부족해 헬기까지 동원해 소환되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여줘야했던 그를, 
'원망하지 말라'며 그렇게 떠나간 그를,
 
그의 모습을 송강호가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난 그걸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암담한 시대, 제일 많이 배운 사람들이, 제일 비열한 수법으로 약자를, 사람을, 국민을 억압하고 옥죄일 때에, 비록 계란으로 바위를 치더라도 그렇게 싸워 보겠다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송강호의 대사는, 두 시간짜리 영화에서 다 보여줄 수 없었을 그의 삶의 고통과 불안을 두려움과 분노를 내게 전해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리고 오늘도 계속되는 권력의 폭압적 행태를 앞에 두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영화관에 앉아 있는 것이다. 영화표를 사서 영화관에 들어가 그 영화를 보는 것, 관객수 1인의 수를 올려주는 것, 오직 그것 뿐이기에, 난 그렇게 했다. 두 시간이 힘들었다. 영화 보는 내내 자꾸 목이 말랐다.  

영화를 만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한 시대를 열정적으로 살았던 그의 삶을 영화로 표현해낸 용감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는 앉아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영화배우 송강호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영화 '26년'을 찍은 영화배우 진구에게 시나리오가 안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이런 흉흉한 시대에, 송강호씨의 결단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연기로는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한 배우지만, '정치적이다', '편향적이다'라는 평가를 받는 경우 영화배우로서의 운신의 폭이 확연히 줄어들 것임에도 송강호씨는 크게 용기를 냈다. 

송강호씨의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여러번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변호인' 출연의 결정적 한 방은 박찬욱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이 아니라, 송강호 아내의 것이다. 

"당신이 아주 젊고 ‘핫’하고 최고의 지위에 있는 배우라면 모르겠다. 그렇지만 산전수전, 우주전까지 겪은 당신이 겁날 게 뭐가 있나.” 아내의 말에 송강호는 내심 놀랍고 고마웠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사실은 박찬욱 감독이 아니라 박찬욱 할아버지라도 아마 내 마음 10% 이상을 움직이기는 힘들 거다”라며 웃은 송강호는 “그러나 집사람은 별 것 아닌 말 한마디로 나를 움직였다”고 털어놨다. “내 마음의 99%를 바꿔버릴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집사람이다”라는 송강호의 말에서는 아내를 향한 애정이 담뿍 묻어났다.          [국민일보, 쿠키인터뷰, 2013. 12. 04] 

여러 사람이 용기를 내 이 영화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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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12-2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강호 씨는 2012년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해서 침체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평도 들었는데 올해는 연말까지 흥행에 성공하는군요.

단발머리 2013-12-27 23:57   좋아요 0 | URL
네... 용기 낸 멋진 사람이 하필이면, 하필이면 연기력도 출중해서 작품을 아주 살려주네요.
본인도 아주 흐믓할것 같고요.
타이밍이라는게는 있을텐데, 올해는 송강호씨에게 좋은 타이밍이예요. 참 잘 됐어요*^^*
 
이미 뜨거운 것들
최영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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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그리운 나무]를 4권 샀다. 처음에는 친구꺼 하나, 내꺼 하나 하면서 샀다. 시집을 손에 든 친구는 "내 친구 중에 아직도 시집 읽는 애가 있구나."하며 감동받은 얼굴의 진수를 보여줬다. 나는 내 꺼 하려고 했던 시집을 다른 친구에게 선물했다. "선물 좋~지"하며 웃으며 빠이빠이하던 친구는 시집을 받고는, 시집 때문인지, 내 메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감동의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친구들의 감동과 감탄에 탄력받은 나는 시집을 두 권 더 주문해 독서모임하는 언니들과의 연말모임에 들고 나갔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J언니는 "웬, 선물?"하면서 시집을 받아들었다. 최인훈의 [광장]을 석사 논문으로 썼던 H언니에게는 보충 설명도 했다. "언니, 국문과에게 시집을 선물한다는 게... 예전꺼는 언니가 다 읽으셨을거 같아, 최신간으로 준비했어요." 

다음날 오후, 같이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국문과 H언니가 말했다. 
"아, 자기야, 어제 그 시집 참 좋더라." 
"네. (전날 저녁 늦게 들어갔는데...) 읽어보셨어요?" 
"응, 오늘 아침에 다 읽었어." 
"다 읽었다고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J언니와 내가 동시에 외쳤다. 
"응, 다 읽었어." 

일순간 우담바라처럼 찾아오는 놀라운 깨우침 하나. 아, 국문과는 시를 빨리 읽는구나. 시를, 빨리 읽어도 되는 거구나. 

그래, 이전에 팟캐스트 빨간 책방에서도 허은실 작가이자 시인이 나왔는데, 허시인도 시를 낭독할 때, 엄청 빠른 속도로 하더라. 그래서, 이동진씨랑 김중혁 작가가 "하아, 우리는 보통 시를 천천히 읽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시인들은 시를 무척 빠르게 읽네요."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나는 지난 3월에 구매한 함민복 시인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을 여지껏 읽고 있는데, 아껴서, 아껴서 읽고 있는데, 그래, 시도 빨리 읽는 거였구나.  

나는 왜 시를 천천히 읽었을까. 생각해보니, 이거였다. 나는 시를 읽을 때 성경책 읽듯 했다. 성경책을 읽을 때, 대부분의 경우 정독을 한다. 단어 하나 하나, 문장 하나 하나 주의해가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는다. 나는 시를 읽을 때도 그랬다. 단어 하나 하나, 문장 하나 하나 읽어가다가 크게 감동받은 시가 있을 때는, 그 날의 시읽기를 중단했다. 시의 감동을 오롯이 간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시집 한 권을 읽는데, 석 달이 걸리기도 하고, 넉 달이 걸리기도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렇게 읽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단숨에, 아니다, 단숨에는 아니고, 두 번에 나눠 이 시집을 읽었다. 

옛날 남자친구 

나와 놀고 싶어서, 
너는 나의 도시에 왔다
말벗이 필요해서
너의 여자가 아닌 내게 
(……)

사랑이 아닌 줄 알면서도 
나는 꽃을 받았다 
고마워요. 
향기를 맡는 척, 고개를 숙였지만
내게는 너무 무거운 꽃바구니.
7년의 세월만큼이나 어색한 
너의 선물은 내게 거추장스러운 짐. 
내게는 너를 담을 유리병이 없어 

너와 충분히 놀아주지 못하고 
현관문을 닫자마자 쓰레기통에 버려진 국화들.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한 배우처럼 
이름값도 못하고, 꽃값도 못하고 
나를 유혹하지도 못하고 
노랑 분홍 자주, 요란한 색을 뽐내지만 
너는 곧 죽을 운명. 
(……)

나와 놀고 싶어서, 
나를 갖고 싶어서, 너는 꽃을 샀다 
내 마음을 사려고,
내 마음을 사지 못해, 너는 비싼 꽃들을 샀다 
그런데 나는 쓸쓸한 국화 향기가 싫거든
하얀 안개꽃에 둘러싸인 국화는 더더욱 싫거든 
초상집 냄새가 나서……
(……)

나와 놀고 싶어 내가 사는 도시로 찾아와 비싼 꽃다발을 내미는 너. 나는 꽃을 받는다. 사랑이 아닌 줄 알면서도 꽃을 받는다. 그리고 말한다. 고마워요. 너가 내미는 꽃바구니는 내게 무겁다. 내게는 너를 담을 유리병이 없다. 너의 꽃바구니는 쓰레기통에 버려질 뿐이다.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운다.  

나는 시를 빠르게 읽는다. 그리고 계속해서 빠르게 그녀의 시집을 읽어나간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나를 외로운 공주로 만들어, 나에 대한 자신의 열등
감을 보상받으려 했다. 집과 아내와 아이가 있는 그의 고독
이, 집도 남편도 아이도 없는 나의 고독보다 무섭다는 사실
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들은 나를 감성만 살아 있는 여류시인으로 만들어, 창
조적인 지성에 압도당한 자신들의 무력감을 숨겼다. 여자보
다 강하고 여자보다 똑똑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조선
의 선비들은 상상력이 빈곤해, 새로운 것을 생산하지 못한
다. 뿌리가 자유롭지 못한 나무가 가지를 뻗고 풍성한 열매
를 맺을 것인가. 유행을 따르는 허접스런 문자유희로 넘치
는 지식공화국. 대한민국에서는 같은 말도 어렵게 비틀고
꼬아야 지식인 대접을 받는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시인을 외로운 공주로 만들어, 자신의 허약한 뿌리를, 열매 없는 가지를 숨기려는 조선의 선비들. 같은 말도 어렵게 비틀고 꼬아서 지식인 대접을 받으려 하는 상상력이 부족한 지식인들. 무력감을 숨기기 위한 그들의 같잖은 노력과 그들의 행태를 째려보고 있는 시인. 

나는 계속해서 빠르게 시를 읽어나간다.   

탄식 

아무에게도 
주지 않은 육체가 
거울 속에서 시들고
하늘로 날려버린 여름, 여름들……

창밖의 비를 맞으며 
청춘도 중년도 흘려보내고

나를 차지하려고 
그렇게들 덤비더니
폭풍우 속을, 
나 혼자 가는구나 

아, 나를 차지하려고 그렇게들 덤비더니, 지금, 누군가의 손길이, 어깨가, 가슴이 필요한 지금, 폭풍우 속을 걸어가는 지금, 지금은 나 혼자구나. 나 혼자 가는구나. 

책장을 빨리 넘긴다. 벌써 마지막 시다. 

서울의 울란바토르     

(……) 

짝이 맞는 옷장을 사지 않고
반듯한 책상도 없이 
에어컨도 김치냉장고도 없이 
차도 없이 살았다 그냥. 

여기는 대한민국.
그가 들어가는 시멘트 벽의 크기로, 
그가 굴리는 바퀴의 이름으로 평가받는 나라. 

정착해야, 소유하고 축적하고
머물러야, 사랑하고 인정받는데 

(……)  

나를 접으면, 
아주 가벼워질 거야  

나를 접으면 가벼워질 거야. 마지막 시의 마지막 연이다. 시집 한 권을 다 읽었다. 다음으로는 발문. 

나는 그때 그녀를 마주하며 시원스레 큰 키를 감싸고 있는 외투가 아주 오래된 것이고, 그럼에도 아직 화사한 맵시를 잃지 않고 있으며, 그녀가 외로움과 의무와 싸우고 있지만 아직 혼절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자기 삶과 문학을 지켜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발문,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큰 키에 오래된 외투를 걸쳤음에도 화사한 맵시를 잃지 않은 그녀. 자신을 보호해줄 아무것도, 누구도 가지지 못한 그녀. 먼 도시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옛 남자친구에게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그녀. 쓰레기통에 꽃을 던져버리고는 울어 버리는 그녀. 인터뷰를 마치고 시를 쓰는 그녀. 늙으신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녀. 옷장도, 책상도, 김치 냉장고도, 자동차도 없이 사는 그녀. 기댈 것이 없는 그녀. 나를 접어 가벼워지는 삶을 살겠다는 그녀. 고집 센 그녀. 

그녀는 어려운 말로 자신을 치장하는 지식인의 열매 없는 얇은 가지를 보여주고, 이제는 자기 것이 아닌 지나온 사랑에 손 내미는 사람의 이기심을 슬퍼하고, 청춘과 중년을 흘러보내는 자신의 육체를 아쉬워하며, 그가 굴리는 바퀴의 이름으로 평가받는 나라, 대한민국의 위선을 꼬집는다. 그리고, 나는 부끄러웠다. 

그녀는, 내게, '너는 속물이야.'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는데, 그녀의 시를 다 읽고나자 나는 내가 '속물'이라고 생각됐다. 내가 '속물'이라고 생각하는 건, 두 가지에서다. 한 가지는 내가 지정의, 인지, 감정, 의지의 측면에서 진짜 '속물'인 거였고, 또 하나는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속물'이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는 거였다. 두 가지 면에서 나는 '속물'이다. 

두어달 전이다. 

아주 오랜만에 대학교 친구, 후배들을 만났다. 후배들도 한 두살 어리니까, 사실 후배라 할 것도 없이 그냥, 친구들이었다. 이 모임의 친구들은 대학교 4학년 때 알게 됐다. 학교를 오고가다 자연스럽게 알게 된 친구들이 아니었고, 특별한 목적에 의해서, 특별한 임무(?)를 위해서 만나고, 맡은 일을 같이 하게 된 친구들이었다. 소소하게 추억을 쌓을 시간은 별로 없었지만, 모두들 (나처럼) 순하고, 착하고, 바르고 (헤헤), 아무튼 그런 친구들이다. 전국 각지도 부족해 미국에까지 흩어져 살고 있어 자주는 만나지 못하고, 그 날도 미국에 사는 친구를 빼고 국내파들만 만나 잠깐 점심을 먹기로 했다. 커피를 마시며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던 찰나, 한 친구가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말이야. '가방, 구두' 이런거를 보면 Y가 생각나고, '책'을 보면 J(나)가 생각나." 이러는 거였다. 가장 흐뭇하고 찐한 웃음은 내 꺼였지만, 아무튼 다들 까르르 웃었다.
Y가 말문을 열었다. 
"근데, 나 이전부터 사실, 불만이었어. 왜 '가방, 구두' 이런거를 보면 내가 생각나고, '책'을 보면 J가 생각나?" 
이야기를 시작한 친구는 일순 당황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그렇게 생각이 나는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바로 '그냥' 아니던가. 정확히 이 지점에서 Y는 폭발하고 만다. 
"그러니까, 왜 '가방, 구두' 이런거를 보면 내가 생각나고, '책'을 보면 J가 생각나냐고! 명품가방 좋아하고 관심갖는 사람은 J지, 나는 하나도 없어. 그리고, 난 맨날 강의 다니고, 논문 쓰고. 이래뵈도, 나 박사야!!!" 

박사 친구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번 더 까르르 웃었다. 명동 투썸 플레이스 남자 직원이 짜증난 얼굴을 우리 테이블로 보내왔다. 우리는 내몰라라 했다. 역시나, 엄지 손톱만하고 가격이 4,400원인 수제 초콜릿보다 찐한 웃음은 내 꺼였다.   
 
보다 못한 친구가 수습에 나섰다. "넌 이쁘잖아~~." 
정확한 이유였다. 박사 친구는 예쁘다. 박사인데, 예쁘기까지. 
1년을 같이 일하면서 뒹굴다 보면 평소에 가족들이나 볼 만한 희귀한 장면들을 서로 서로 보여주고, 보게 되기 마련인데, 박사 친구는 그렇지 않았다. 언제, 어디에서 만나든 박사 친구는 정돈된 모습이었다. 새벽 6시에 만나도, 백옥처럼 하얀 피부에 아이라이너를 곱게 그린 모습이었다. 당연히 남학생들한테도 인기가 많았다.  

졸업 후의 생활은 대학 때하고는 많이 달랐다. 그럼에도 대학 때 언니가 입다입다 폐기처분한 버버리코트 입고 다니던 예쁜 박사 친구는 '가방, 구두'의 화신으로,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다'는 말은 절대 안 했지만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던 나는 '책'의 화신으로 정리된 거다. 순진한 친구는 그 패러다임에 넘어갔고, 박사 친구는 '나, 박사야!'를 외치고, 나는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말은 절대 안 하지만,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나, 사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책이 아니라, 책이 아니라 가방이다. 그것도 그냥 가방이 아니라, 명품가방.

나는 명품가방을 좋아한다. 가방은 명품이 아니어도 되고, 사실 명품가방 들고 다닐만한 형편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는 명품의 가치를 모른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단순한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구별할만한 안목이 없다. 내가 아는 명품 브랜드는, '샤넬, 루이비통, 구찌'가 전부다. 다른 가방들은 로고를 바꿔 내밀면 어떤게 어떤건지 구별하지도 못 한다. 내가 좋아하는 명품가방은, 내가 거리에서 많이 마주쳐서 익숙해진 것들 뿐이다. 

현재 30대 후반에서 40대를 이루는 제2세대 명품족들은 거품뿐인 부동산시장의 졸부의 느낌이라는, 알고 있는 두 세 개의 명품브랜드를 맹목적으로 구입한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내 얘기다. 명품이란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김어준의 글도 읽었다. 그래도 아는 것과 실제는 다르다. 언제나 그렇듯이. 

자본주의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소비가 인생의 유일한 즐거움인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쓸쓸한지, 개성 없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하는 것이, 유행따라 사는 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지,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게 잘 안 된다. 

나는 명품가방에서 책을 꺼내, 책을 읽는다. 
 
명품가방에서 꺼내서 읽은 이 시집에서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기댈 아무것도, 누구도 없는 그녀. 책상도, 에어컨도, 자동차도 없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꼿꼿하게, 고고하게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굳이 가지지 않아도 될 것을 기어코 갖고 싶어하는 내가 보인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내가 보인다. 

그녀가 보이고,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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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알라딘서재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양철나무꾼님' (안녕하세요, 양철나무꾼님^^) 서재에서 강신주의 새 책이 나온걸 알게 됐다. 전에 12월에 나온다고 말했던 그 책이 바로 이 책인가 보다.

 

 

 

 

 

 

 

 

 

 

 

 

 

 

 

[강신주의 다상담 1]과 [강신주의 다상담 2]는 읽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팟캐스트로 다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회는 2번 듣기도 해서, 책으로는 안 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마지막회 [다상담 -죽음과 종교편]이 유투브에 올라오지 않아 계속 궁금했다. 책이 나온것으로 보아, 어쩌면 동영상이 안 올라올 수도 있겠다 싶다.

 

고로, 나는 이 책을 읽어야한다. 표지 색상도 주제에 맞춰, '깜장으로다' 깔맞춤했다.

 

 

......

 

 

어제는 눈이 많이 내려 언덕길에 자리잡은 우리 아파트는 고립이 되었고, 마을 버스는 아파트 앞을 지나가지 않았고,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어 바깥소식은 오직 컴퓨터로만 들을 수 있었는데.

 

바깥 소식이 궁금한게 아니고, 어제밤 <상속자들>이 궁금해 포털을 보다가, 이런 기사를 보게 됐다.

 

 

 

 

【프리토리아=AP/뉴시스】12일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프리토리아 유니언빌딩 위로 무지개가 떠 있다. 2013.12.13

 

 

자신의 정적에게도 손을 내밀었던 넬슨 만델라의 마음처럼 무지개는 참 예쁘다.

 

그리고, 생각나는 또 하나의 무지개.

 

 

 

 

 

눈이 부시도록 햇볕이 쨍쨍했던 그 날, 서울광장의 무지개.

 

모든 위대한 사람들은 마지막에, 화해의 손을 내밀고 가는가.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그를 미워하는 사람에게도, 그를 죽이려는 사람에게도.

 

화해의 무지개를 내어놓고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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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12-1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광장 무지개 멋지네요.누가 찍었나요?

단발머리 2013-12-17 08:50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그날 서울광장 못 간게 계속 맘에 남아요....

사실.... 다른 분 홈피에서 슬쩍....
저 이러면 안 되지요. 출처를 찾아서 붙여놔야겠네요.

단발머리 2013-12-17 09:06   좋아요 0 | URL
똑같은 사진이 웹상으로는 많은데, 제가 아이패드로 다운받은 사진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신문기사는

"노 前대통령 노제 때 서울광장에 무지개 떴다" 경향닷컴
(입력 : 2009-06-01 15:35:25ㅣ수정 : 2009-06-01 15:38:16) 네요.

다크아이즈 2013-12-16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강신주 교수님은 책 내는 기계 같아요.
세상에 자꾸 부러운 사람만 늘어가니 덧글 쓰는 이 순간도 자괴감이...
그래도 맘 바꿀게요. 좋은 책 내는 이 있으니 독자로서 행복한 거라고^^*

단발머리 2013-12-17 08:53   좋아요 0 | URL
네...
본인 입으로 독자들이 자기 책 내는 속도를 못 따라오게 하겠다 하시더라구요. ㅋㅎ
올해 출판계가 근래에 제일 바닥이었다는 기사가 많던데,
그래도 좋은 책 내시는 분들 계셔서 독자로서는 많이 행복합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3-12-19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때 무지개로군요.
 

 

 

 

 

 

 

 

 

 

 

 

 

 

 


1. 강신주를 처음 만난 날 

 

 

 

 

 

 

 

 

 

 

 

 

 

[@좌절, 열공] - 우리 시대 멘토 9인이 전하는 좌절 극복과 진짜 공부 이야기 

2012년 1월,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우리 시대 멘토, 정확히는 진보적인 성향의 멘토 9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 싶은 생각은 당초에 없었고, 나는 '조국 교수님'이 쓰신 부분이 읽고 싶어 이 책을 대출했다. 시작은 '조국'이었으나, 치유의 심리학자 정혜신 교수의 이야기, 만화를 못 그려 좌절한다는 만화가 강풀의 이야기, 타워크레인의 노동운동가 김진숙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마음에 와 닿았다. 현재를 뜨겁게 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 열기를 전해주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동양철학자'라 소개된 강신주의 글을 읽게 되었다.  

철학 뿐만 아니라 시에서 중요한 것은 삶을 사랑해야만 하는 나 자신, '나의 온몸'입니다. 며느리의 몸이 아니라 바로 나, 절대적인 나입니다. 순간이 영원인 것처럼 여러분 자신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올해 핀 벚꽃은 작년의 핀 벚꽃이 아닙니다. 나는 여자고 나는 며느리고 이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무엇보다도 여러분 자신입니다. 여러분이 겪어야 될 것, 이겨야 될 것, 행복해야 될 것을 여러분이 찾지 않으면 시어머니가 주시지 않습니다. (188쪽) 

책 속의 글자가 튀어나와, 나를 확 밀어버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급하게 책을 덮었다. 잠깐 숨을 고르고 난 뒤, 조심스레 책을 다시 펴 이 부분을 읽었다. 

"여러분이 겪어야 될 것, 이겨야 될 것, 행복해야 될 것을 여러분이 찾지 않으면 시어머니가 주시지 않습니다." 

나는 모범생이었다. 정해진 범주를 벗어난 적이 없다. 난 가출한 적이 없고, 엄마 아빠와 크게 다툰적이 없다. 성적이 지난번보다 떨어졌다고 아니면 지난 번에 비해 조금 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55명 전원을 혼내시던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혼난 일을 제외하고는 선생님들께 혼난 적이 없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교회에서도, 나는 모범생이었다. 삼위일체 모범생, 쓰리쿠션 범생이. 

대학생활도 무난했다. 1학년 때, '정권타도' 데모 종로에서 한 번 참가했을 뿐이고, 4학년 때 학교 축제 불꽃놀이 신고 늦게했다고 관할 경찰서 경찰관 아저씨 한 번 만난 일, 그것 빼고는 난 얌전하고, 착한 예의 여대생이었다. 

회사에서도 처음에는 일을 잘~~하지는 못 했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다른 사람만큼은 해냈다. 크게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내 몫은 해냈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 

새로운 가족 관계가 편성되었다. 난 어디서나 모범생이었고(삼위일체와 쓰리쿠션), 칭찬을 먹고 사는 바른 생활 소녀였는데, 결혼을 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는 시어머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혼식 날 내 신부 화장이 너무 연했던 것도, 내 키가 너무 큰 것도, 내가 채시라처럼 생기지 않은 것도 모두 못마땅해하셨다. 나는 당황했다. 나는 어디서나 칭찬 받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어디서나 모범생이었는데, 어떻게 여기서 이런 대우를 받고 있나. 

처음엔 당황스러웠고, 그 다음엔 억울했다. 신랑이 잘나기는 했지만 (난, 진짜, 뭐냐.... 혹시, 어머니께 세뇌?), 내가 '못난이'로 여겨질만큼 잘나지는 않았는데, 내가 그렇게 부족한가. 신랑이 그렇게 잘났나? 여러 가지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세상의 모든 시어머니들은 자신의 며느리를 못마땅히 여긴다는 것을 말이다. 말이 많으면 말이 많아서, 말이 적으면 말이 적어서, 키가 크면 키가 커서, 키가 작으면 키가 작아서, 그렇게 이 세상의 모든 시어머니들은 자신의 며느리를 못마땅해 한다. 이건 며느리가 말이 많거나, 말이 적거나, 키가 크거나, 키가 작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들과 함께 사는 며느리, 완벽해 보이는 아들 옆에 선 며느리는 그녀가 어떤 사람이건간에 완벽한 자신의 아들에 비해 한참이나 부족해 보인다는 거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어머니는 다른 시어머니들에 비해 증세가 심한 편이 아니었다. 시어머니의 생각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거였고, 나는 시어머니를 가만 두었다. 다만, 나는 시어머니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런 놀라운 지혜를 얻기 전, 그러니까, 내가 시어머니의 생각을 억지로 바꾸려하지 않으면서도, 그 생각을 받아들이지는 않기로 한 이런 균형잡힌 자세를 갖추기 전, 나는 강신주를 만난 거다. 

내 인생 유일한 태클, 내 인생 유일한 난관, 내 인생 유일한 허들, 시어머니.  

"여러분이 겪어야 될 것, 이겨야 될 것, 행복해야 될 것을 여러분이 찾지 않으면 시어머니가 주시지 않습니다." 

바로 그거였다. 나를 못마땅히 여기시는 시어머니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는 나는 진짜로 행복해질 수 없는 거였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시어머니 마음에 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시어머니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행복해져야만 했다. 그건 내 스스로, 겪어내고, 이겨내고, 그리고 찾아야만 하는 거였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강신주가 말했다. 

나는 너무 놀라 책을 덮었다. 예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듯, 강신주는 책 속에서 걸어나와 나의 제일 약한 부분에 대해 큰 소리로 말했다. 강신주를 처음 만난 날, 나는 그렇게 깜짝 놀랐다.



2. 나를 흔드는 사람 

한마디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니까 평소의 소신이나 가치관, 심지어 종교마저 기꺼이 내던져 버린다. 이것만큼 우리가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증표가 또 있을까? 자발적인 노예 상태에 빠지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랑이다. (78-9쪽)

나는 강신주를 사랑한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물론 직접 만난적이 없으니, 얼굴 보고서는 못 했다. 사실 만나면, 진짜 만나게 된다면, '사랑합니다'는 조금 어려울 것 같고, '선생님, 존경합니다." 요 정도 선에서 생각하고 있다. 연습 한 번 해봐야겠다. 

"선생님~~~ 존경합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평소의 소신이나 가치관, 심지어 종교마저 기꺼이 내던져 버린다'는 그의 말은 옳다. 그리고 그 말은 나에게도 해당된다. 강신주를 읽은 후, 내 생각의 많은 부분이 변했고, 변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가 말하는 '인문정신'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이를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적은 권력과 자본, 그리고 종교다. 국가 권력으로부터 당당하게 사는 것, 자본의 힘으로부터 자유롭게 사는 것, 종교의 힘에서 독립하는 것. 세 가지 모두 다 어려운 일이다. 

그 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역시 '종교'에 대한 부분이다. 사람이 책 한 권 읽고, 바뀔 수 있을까. 책 한 권 읽고 변할 수 있을까. 나는 어렵다고 본다. 물론, 어느 시기, 어느 시절에 책 읽는 사람의 삶을 관통하는 책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런데, 그런 책이 단 한 권이라면, 겨우 두세권이라면 그것 또한 난감한 일이기는 하다. 

강신주의 책 몇 권을 읽고, 내 생각이 크게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아직도 용기 없는 사람이고, 감성보다 이성의 지배에 길들여진 사람이고, 그의 표현대로 '하다가 어려우면 기도로 퉁쳐버리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한데, 그건 그가 나를 흔들고 있다는 거다. 

강신주는, 나를 흔드는 사람이다. 나를 자유롭게 해 주었고, 내 삶을 활기차게 해 주었고, 내 삶의 작고 소중한 것들을 다시 일깨워준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강신주는, 나를 흔드는 사람이다. 

그는, 나를 흔드는 사람이다.    



3. 담담하게 

 

 

 

 

 

 

 

 

 

 

 

 

 

 

알라딘서재 블로그 종합 1위, 인문학 1위에 빛나는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의 저자 이유경님, 닉네임 '다락방'님의 서재에서 심규선을 알게 됐다. 나는 가요를 많이 듣지 않는데 (생각해보니 팝송도, 힙합도, R&B도 안 듣는다), 심규선은 처음에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감탄이 절로 나왔다. 키햐~~ 목소리가 예술이다.  

다락방님은 심규선의 노래 중 이런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담담하게, 부디, Savior, 그대의 고요, 5월의 당신은, 신이 그를 사랑해, 버라이어티, 보통 

나는 심규선의 노래 중 이런 노래를 좋아한다. 
담담하게, 부디, 선인장, 오늘, 소중한 사람, 어떤 날도 어떤 말도,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건가요

같은 사람의 노래를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노래는 약간 다르다. (약간만 다르다고 믿고 싶다^^)

나는 '담담하게'를 100번쯤 들었고, '부디'를 80번쯤 들었다. '선인장'을 70번쯤 들었고, '오늘'을 120번쯤 들었다. 요즘엔 '소중한 사람' 100번 듣기에 나섰다. 

심규선의 노래 중 처음 알게 된 노래, '담담하게'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어떤 사람이 자꾸 생각났다. 가사를 음미할수록 더욱 그랬다. 

그대 맘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대가 말한 온갖 작품을 
가슴 속에 새기고 듣고 보고 외워도 
우리의 거린 좀처럼 좁혀지질 않네요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대는 내게 
너무나 자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지만 
아, 나로 하여금 노래부르게 만드는
사람이 그대라는 걸 나는 알고 있지요
알아요

강신주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강신주가 말한 작품을 읽고, 쓰고, 보고, 외워도 강신주와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강신주는 말한다. 너무나 자주, 너무나 쉽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로 하여금 이 페이퍼를 쓰게 만드는 사람이 강신주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나만 알고 있다. 

나만,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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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2-1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뭔가 강신주를 만나게 된다면 저도 감사한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지네요. 단발머리님을 이렇게 흔들어주셔서 말이지요. 보석같은 글입니다, 단발머리님. 그리고 불끈, 응원합니다. 계속 계속 걸어가세요.

단발머리 2013-12-13 07:25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은 강신주님께 감사하다고 하시고, 저는 강신주님께 존경한다고 하면 될까요. 사실, 사랑한다고 하고 싶지만...
이 놈의 부끄러움 때문에..

다락방님이 응원해주시니까, 힘이 불끈불끈나네요.
홍삼도 필요없다, 비타민도 필요없다.
오직 다락방님만!!! (나 괜찮을까요? 다락방님 팬 알라딘에 아주 많은데... T.T)

노이에자이트 2013-12-1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어머니 시누이와 부딪히기 싫어서 결혼 안 하고 노처녀로 늙어가는 여자들이 있는데...결국 시누이 노릇은 하고 며느리 노릇은 안 하니, 그런 여자의 올케는 속터져 괴롭죠.

단발머리 2013-12-13 09:42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네요.

불행 중 다행, 천만다행이라고 할까요.
저희 신랑은 딸랑 두 형제입니다. 동서는 제 오랜 친구구요. 만세!
시댁에서 제일 친한 사람이 저랑 동서. 같이 밥 먹고, 같이 쇼핑하고, 같이 수다떨고.
감사합니다~~ ㅋㅋ

icaru 2013-12-1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울리는 글예요~ ㅎ 저 님 글 잘 읽어요(진행형이 요럴 땐 다소 어색하네요 ,,ㅋㅋ)

단발머리 2013-12-13 09:43   좋아요 0 | URL
아, icaru님, 저 서재 놀러와 주셔서 감사해요.
진행형의 '잘 읽어요'도 너무 감사하구요.
사실, 저도 궁금할 때가 많거든요. 도대체 누가 내 글을 읽을까.

그 중 한 명이 밝혀졌네요. 바로, icaru님~~
앞으로도 자주 뵈어요.

기태맘^^ 2014-08-26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연관검색어 나를 흔드는 사람으로 들어왔습니다.. 반갑게도 강신주박사님의 내용을 읽게 되었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 즐겁게 글을 읽고 갑니다.
나의 삶을 관통하는 책 그의 강연 그래서 오늘도 저를 봅니다. 그리고 살아갑니다.^^
시어머니 이야기 ㅎㅎㅎ 화이팅입니다. 종종 좋은 글 읽으러 놀러 오겠습니다.

단발머리 2014-08-28 17:23   좋아요 0 | URL
아... 기태맘님 안녕하세요~
제 글이 님의 공감을 얻었다니, 무척이나 기쁘네요. 저도 강신주님 책이랑 강연은 좀 찾아서 듣는 편이예요.
물론 아직 다는 아니지만요.

시어머니하고는 요즘 '날씨 맑음'이예요. 이제 정말 나이가 드셨나봐요.
앞으로도 자주 뵈어요~~~
 
플루트 교실 1 - 개정판
정효숙 지음 / 삼호뮤직(삼호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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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과 일반형이 있는데, 첫 수업에 다녀온 딸롱이가 일반형을 원해 이것으로 구매합니다. 아롱이는 드래곤 빌리지를 완전 정복하고, 딸롱이는 플루트를 ㅋㅎㅎ 완전 정복은 좀 그렇고, 즐거운 연주 및 연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구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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