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마지막 날, 울지 않는 아이를 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보육시설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도 아닌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는데도 그랬다.

시댁은 마주 보이는 아파트였지만 아이를 안고 걷기에는 조금 먼 거리여서 아침에는 남편과 함께 차로 이동했고 저녁에는 남편이 퇴근하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은 남편이 늦는다고 해 저녁을 먹고 집에 가야했다. 아기띠를 할 정도의 월령이 아니어서 아이를 안고 가야 했는데 시아버지께서 아이를 안고 가시겠다 했다.

화창하고 맑은 날이었다. 시아버지는 반팔에 칠부반바지를 입으셨고 하이힐에 핸드백을 든 나는 작은 아기가방을 들고 시아버지를 뒤따라 걸었다.

빠른 어른 걸음으로 5분, 천천히 걸으면 7-8분 정도의 거리인데, 아기를 안고 가는 걸음걸이라 그런지 꽤 시간이 걸린 듯 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버님의 머리위로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아버님은 본의아니게 젊은 시절부터 머리 위 땀방울이 보이는 헤어스타일이셨다. 아버님~ 땀이 많이 나셨어요. 허허허, 괜찮다. 그 때 아버님에게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내드렸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며느리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처럼, 아버님은 강성, 아니 초강성이신 시어머니와 우리 며느리들 사이에서 가림막이 되어 주셨다. 물론 한두가지 서운한 기억도 있다. 아들 둘인 집안이기에 처음 맞은 며느리를 딸이라 생각하겠다는 아버님의 말씀을, 그 때는 아버님도 나도 믿었을 때니까. 그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 과정은 그렇게 서운하고 씁쓸한 일들로 채워졌다.

아버님께 감사했던 기억과 서운한 기억을 1대1로 두고 싶지 않아, 내가 아직 어리고 아버지가 젊으셨던 때를 기억한다.



아버님, 제가 참 부족한데도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버님, 그동안 참 고마웠어요.



중환자실, 내과 17번.
쉬지 않고 기도하다가 아버님과 나만 남게 되었을 때, 아버님 귀에 대고 말한다. 

듣지 못하실지 몰라도 말해야만 할 것 같아서.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각일지 몰라도...
그래도 말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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