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의자에 이렇게 앉아 있은 오늘로 일주일 째다. 



타미플루와 감기약을 20여일 먹는 동안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낮에 자도 밤에 있다는 , 밤새 자고 일어나도 다시 있다는 알게 됐다. 때문인지 의욕 감퇴에 기운이 딸려 차려주는 일도 버거워 짜장면에 떡볶이에 갈비탕까지. 시켜 먹을 있는 것들은 시켜 먹고 먹을 있는 것들을 먹었다. 모두들 자신의 자리로 부지런히 뛰어가는 아침, 다시 침대에 몸을 누일 때마다 금쪽 같은 소중한 시간을 아쉬워했다.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멈출 없었다. 그렇게 의무와 필요를 본체 하며 간신히 기운을 차렸다. 



그리고 며칠 후 시아버지가 쓰러지셨다. 아빠였다면, 엄마였다면. 엄마였다면, 나는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순간과 사건을 객관화할 없기 때문이다. 시아버지는 응급으로 수술을 받으시고 응급 중환자실에서 중환자실로,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일반병실에서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계시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에 가족 간에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커지면 좋으련만. 절망과 후회 속 시어머니는 시아버지와 자식들을 원망하고, 시아버지는 시어머니를 원망하고, 나는, 겉으로는 말하지 못하지만 시어머니를 원망한다. 



하지만, 하루 20분씩의 면회 시간마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견우직녀도 울고 , 눈물 없이 들을 없는 아름다운 사랑의 맹세를 하시며 완치의 약속을 주고 받으신다. 시아버지를 이렇게 두고 없다며 시어머니가 종일 중환자실 앞에 진치고 계시기에, 시어머니를 혼자 없어 동서와 나도 중환자실 의자에 나란히 앉는다. 휴게실에서 잠깐 쉬기도 하고, 동서가 망고주스와 바나나우유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주말 보낸 , 내가 준비한 유부초밥과 토마토는 동서가 준비한 토스트에 밀려나 알뜰한 사랑을 받지 했기에, 후로는 손으로 너털너털 병원으로 간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그렇게 하염없이 의자에 앉아 있다. 



아침에 아이들을 보고 밤에 돌아와서는 쓰러져 자기 바쁘다. 이제 웬만치 자란 아이들을 학교가 보살펴 주니 고마운 마음뿐이. 부목사님과 찬양인도자에게 몇몇 예배에 참석할 없음을 카톡으로 알린다. 이렇게 다시 의무와 책임, 해야할 일들에서 걸음 뒤로 밀려난다. 지금은 의자에 앉아 있을 때다. 하염없이 기다릴 때다.

 



성경은 66권이 하나의 책처럼 묶여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로마서>이고, 번째로 좋아하는 책이 <전도서>이다. 세계를 통틀어 가장 부유하고 가장 평화로운 시기를 구가했다는 이스라엘의 번째 왕, 지혜의 임금 솔로몬이 책이 전도서이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심을 때가 있고 수확할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다. 

파괴할 때가 있고 건설할 때가 있다. 

울어야 때가 있고 웃어야 때가 있다. 

탄식할 때가 있고 환호할 때가 있다.    

사랑을 나눌 때가 있고 멀리할 때가 있다. 

껴안을 때가 있고 떨어질 때가 있다. 

찾을 때가 있고 포기할 때가 있다. 

붙잡을 때가 있고 놓아 보낼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다. 

입을 다물 때가 있고 소리로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다. 

전쟁을 벌일 때가 있고 화친을 때가 있다. (전도서 3:2-8)  




사랑할 , 찾을 , 붙잡을 , 꿰맬 때이기를 바란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이기를 바라며 기다린다. 하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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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2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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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2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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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2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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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2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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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2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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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2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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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9-05-10 22:02   좋아요 0 | URL
아무리 적당한 거리감이 있더라도 보는 것 만으로도 힘드실 것 같아요.. 토닥토닥... ㅠ..ㅠ

2019-05-10 2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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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2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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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2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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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1 00: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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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1 08: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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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1 07: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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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1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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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9-05-1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떤 댓글을 달 수 있을지. 그냥 그 무게가 전해져 와서 눈물이 나요. 전도서 구절 하나 하나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단발머리님, 부디 힘내셔서 이 시기를 또 잘 이겨나가서 돌아볼 때 그땐 그랬구나, 하는 시간이 오기를...

2019-05-11 1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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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1 0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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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1 1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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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9-05-1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2019-05-11 16: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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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19-05-1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구나...얼마나 힘드실까? 이글을 보기 전 상황을 몰랐을때 요즘은 책을 안 읽으시나 했어요..
용기내어 상황을 글로 알려주셔서 감사하고 큰 위로는 되지 않겠지만 힘내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함께 존재함만으로 위로받으시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것처럼.

2019-05-18 14: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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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7 1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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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8 14: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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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7 16: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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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8 14: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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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8 0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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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8 14: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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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06: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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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4 08: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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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4 2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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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5 1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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