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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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라는 말에 익숙하기는 하지만, 사랑할 때의 느낌이 짜릿하고 흥분되고 무한 행복의 감정이라면, 만약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사랑이 그보다는 강력하지 않지만, 고마움과 미안함이 적절히 혼합된,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보드라운 감정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겠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니노를 알아왔지만 내게 그는 꿈같은 존재였다. 그를 내 곁에 영원히 붙잡아 놓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유년 시절에 내가 간절히 원했던 대상이었기에 나에게 그는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인 존재였다. 따라서 그와의 미래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47)  

내가 원하는 사람, 내가 바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내게 꿈같은 존재이기에 그는 구체성이 없다. 그는 그림 같다. 그는 사진 같다. 꺼내어 볼 수 있으되 만질 수는 없다. 그와는 어떤 미래도 생각할 수 없기에 그에 대한 내 사랑은 완벽하다. 그에 대한 나의 희생 역시 그렇다. 나는 그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고, 그를 위해 무엇이든 포기할 수 있다. 그는 꿈같은 존재이기에, 나와 미래를 함께 할 수 없기에 그러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를 원한다면, 그 사람도 나처럼, 예전의 나처럼 나를 원한다고 하면,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찌해야 하는가.


잠시 기다렸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어두웠다.

드디어 결심한 거야?” (554)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는가. 간절히 원했던 그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을 때, 그녀는 정말 행복한가. 이제 만족하는가. 원하는 것을 얻어서, 사랑하던 남자를 안아서, 그가 나를 사랑해서


주말에는 늦은 점심을 먹고 교보문고에 들렀다. 요즘에는 이렇게 시리즈로 책을 묶어 상자와 함께 판매하는 것이 유행인가. 한쪽에서 반가운 <나폴리 4부작>을 만났다. 나는 4권만 구입했기에 책을 배송 받았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야 알 것 같다. 4권만 비닐포장이 되어 있다. 1, 2, 3권까지는 맘대로 읽으세요. 하지만, 4권은 안 돼요. 4권에는, 그러니까 비닐포장을 뜯어내야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4권까지 읽으세요.

왜냐하면, 4권에는  

레누가, 릴라가, 니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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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2-0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요? 어떻게 되는데요?? 읽을테니 그래도 알려주세요~~~~~~!!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8-02-06 14:1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이렇게 저렇게 저렇게 이렇게 되는데요.
아... 만나서 이야기해야 되는데요. 일단 라로님 1권 읽으시면 제가 실시간 비댓으로 모시겠습니다.
지금 읽고 계신 분들이 스포일러 싫어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2-06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지뭐지 아직 1권도 시작 안했는데 어쩌지... 저도 곧 읽을게요! (언제?)

단발머리 2018-02-06 15:51   좋아요 0 | URL
1권도 시작이 아니라~~~ ㅋㅋㅋㅋㅋ 1권 시작과 동시에 달리게 됩니다.
이 댓글을 읽는 당신은.... 곧 달리게 됩니다^^

유부만두 2018-02-0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2권도 그렇게 짜짠 해놓더니 말에요!!!!
3권 시작은 좀 쉬고 하려고 했어요. 기가 빨려서;;;;

단발머리 2018-02-06 15:50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그 심정.. 엄청나게 이해돼요.
저는 우유부단하고 자신감 없는 레누도 레누지만, 특히 릴라가, 널뛰기 릴라가 미워서~~
그래서 읽기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저의 광고는 계속됩니다~~~
4권은 비닐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리벤테르 2018-02-0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쫌 전에 3권 다 읽은 1人인데요. 4권은 왜 전자책이 아직 안 나온걸까요. 앞에 세 권을 다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4권만 종이책으로 장만할 수도 없고... 궁금해 죽겠어요...ㅠㅠ

단발머리 2018-02-06 17:14   좋아요 1 | URL
반가워요, 리벤테르님~~
전 1권은 전자책으로, 2,3권은 도서관에서 대출했는대요. 4권은 종이책으로 구입해 읽었습니다. 너무 궁금하실 거예요~
아... 기다리시는게 나을까요?
아니면 그냥 종이책으로라도 빨리 읽으시는게 나을까요~~~~^^

책읽는나무 2018-02-0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읽고 싶다.
여기저기서 재미나다고 하니!!!^^
요즘은 어려운 책 보담 재미난 책이 좋던데......책의 표지 영향인지...꼭 들장미 소녀 캔디를 읽는 듯한 느낌이려나?그런 생각이 드네요??
주인공들의 몰입도가 강한 책이로군요!!

단발머리 2018-02-06 17:35   좋아요 0 | URL
미친 가독성, 밤샘주의책으로 불린다지요~~~^^
전 새나라의 아줌마라 일찍 자는데, 이틀을 2, 3시까지~~~ 일상을 파괴하는 놀라운 재미를 경험하실 수 있으실거예요.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떼로 등장하고요,
놀라운 사건들이 연거퍼 일어납니다~~
전 들장미 소녀 캔디와의 경합에서 승자를 판정하기 어렵네요 ㅎㅎㅎㅎㅎ

시이소오 2018-02-06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4권 달리신겁니까? 아, 추월당했다 ㅎ

단발머리 2018-02-06 22:42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님~~ 부끄러워요.
전 진작에 나폴리를 떠나 왔습니다.
그러니까, 니노가요~~ 니노니노니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8-02-06 22:54   좋아요 0 | URL
벌써 떠나시다니. 니노가 왜요? ㅋ 릴라한테 도로 가버렸을까나 ㅋ 궁금하자놔요 ㅎㅎ

단발머리 2018-02-06 23:42   좋아요 0 | URL
4권의 폭발력은 1, 2, 3권을 합친 정도 되겠습니다. 저의 물음은 계속됩니다.
왜 4권만 비닐 포장 되어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8-02-06 23:47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혹 애들은 가라, 수준이란 말입니카 ㅋ

단발머리 2018-02-07 09:00   좋아요 0 | URL
애들은 일단 집에 가야 합니다. (요 며칠, 아들은 자꾸 친구네 집에 가고 있어요^^)

광고 중에 이런 문구가 있더라구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가 끝났다!!!

제일 큰 충격은 이 이야기가 끝났다는 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직도 아쉬워요~~~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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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말해볼까?”  

, 말씀해주세요.”

기분 나빠하는 아니지?” 

그럼요.” 

솔직히 나는 리나가 맘에 들지 않아. 네가 훨씬 나아. 네가 예쁘고 똑똑해. 사라토레 가족과도 이야기를 해봤는데 그들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이더구나.” (400) 




눈부신 친구 릴라는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릴라는 부모에게 반항하며, 오빠를 설득하고, 선생님의 질문에 당돌하게 대답하고, 돌을 던지는 남자애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자들의 호기심에 시선을 알아 보고는 자신에게서 피어나는 여성적 매력을 조금도 감추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할 안다. 아름답고 당당한 릴라 옆의 레누는 항상 위축되어 있다. 어려운 중학교 과정, 개의 과목에서 9점을 맞았다고 자랑하는 레누에게 “10점이 아니고?”라고 묻는 릴라는 자기도 모르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중학교에 진학했더라면, 거뜬히 10점을 맞았을 거야. 여드름 박사에, 점점 뚱뚱해지고 있는 레누에 비해, 키가 커지고 아름다워지는 릴라. 레누는 항상 릴라 옆에, 릴라 뒤에 있을 뿐이다. 



레누는 끝없이 릴라와 자신을 비교하고, 릴라가 가진 힘과 매력에 감탄한다. 자신의 노력과 열정, 성실함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릴라가 부러울 뿐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듣는 , 네가 훨씬 나아. 네가 예쁘고 똑똑해,라는 말은 그래서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는 릴라가 가진 외면적인 아름다움과 뛰어난 학습 능력에 도저히 도달할 없을 거라 굳게 믿고 있지만, 다른 누군가가, 나와 그녀를 동시에 아는 누군가가, 네가 훨씬 나아, 네가 예쁘고 똑똑해,라고 말해준다면, ‘아니에요, 그건 아니에요.’라고 말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갖게 되지 않을까. 



중에 하나만 있어야 한다. 예쁘거나 똑똑하거나. 예쁘면서 똑똑하거나 똑똑하면서 예쁘다는 , 반칙에 가깝다. 설령 그게 사실이더라도, 세상 모든 사람의 생각이 그렇게 똑같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객관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내가 보기에는, 생각에는, 네가 훨씬 나아, 네가 예쁘고 똑똑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현실이 그렇다는 아니라,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네가 훨씬 나아, 네가 예쁘고 똑똑해. 



릴라는 자리에 앉지 않고 내내 있었다. 앉는 자세가 고통스러워 앉아 있을 없었다. 일행 누구도, 한마디 말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릴라의 어머니마저도 딸의 오른쪽 눈이 시꺼멓게 멍들어 부어 있고 아랫입술이 찢어지고 팔에 멍이 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중략) …… 여인들은 자신들을 사랑하고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내들에게 신나게 얻어맞은 다음에 어떤 식으로 주변에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너무나 알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언젠가 릴라도 뜨거운 맛을 한번 봐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릴라가 얻어맞은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스테파노에 대한 호감도와 존경심이 높아졌다. 스테파노야말로 사내구실을 아는 남자인 것이다. (57) 



문단을 조금 건조하게 표현한 것이『혁명의 영점』의 문장이다.  



구타, 다시 말해서 가정에서 일어나는 육체적 학대에 대한 여성들의 저항 역시 동등하게 중요한 사건이었다. 전통적으로 가정폭력은 가정주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암암리에 정당화되어 법원과 경찰이 묵인해 왔다. (95) 

 


열정적인 구애와 사랑에 대한 확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환하게 빛나던 릴라의 얼굴이 엉망이 되어 나타났을 , 친척들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릴라, 동네를 주름잡는 릴라마저 이제 가정주부가 되었으니, 가정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했다는 뜻이다. 릴라의 집을 방문했던 어느 누구도, 릴라의 오른쪽 눈이 시꺼멓게 멍들어 부어 있고 아랫입술이 찢어지고 팔에 멍이 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했다. 



모두 모른 했다. 보고서도 모른 했다. 


, 보고서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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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1-3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숨이 턱 막히는데요..

단발머리 2018-02-01 22:41   좋아요 0 | URL
숨이 턱턱 막히는 일들이 아주 가득합니다.

이 소설에서 여자는 아빠와 오빠에게 맞구요.
결혼 전에는 남친의 보호(?) 아래 있지만, 결혼하면 남편한테 맞습니다.
이건 뭐.... ㅠㅠ

2018-01-31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1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1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1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1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2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마워 영화 -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읽기 51
배혜경 지음 / 세종출판사(이길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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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다.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읽기고마워 영화』는 총 51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보았던 영화보다 보지 않은 영화가 훨씬 많은 나는, 보았던 영화에 대한 꼭지부터 읽어 나간다. <우리도 사랑일까>는 좋아하는 벗이 선물해 주어 보게 된 영화인데, 알콩달콩한 사랑의 시작과 쓸쓸한 뒷모습이 한데 엉켜 내내 마음에 남았던 영화였다. 저자는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쓴다.

 



이 영화는 틈, 인생을 살면서 생기는 틈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 사이에 생기는 틈은 물론이다. 틈은 언제나 생기게 마련이다. 그건 허기 같은 것일 수 있는데 허기가 온다고 아무 것으로 배를 채우면 포만감은 잠시이고 환멸감만 더한다. … 틈이란 비우고 있을 수 있는 기회다. 그런 능력이 있을 때 틈은 관계를 더 견고하게 한다. 나와 세상, 타자와의 관계에 완충작용을 해주는 것도 틈이다. (94)

 


나는 마고가 느끼는 삶에 대한 열망, 사랑에 대한 희구가 이라는 단어로 모아질 수 있다는 걸 알지 못 했다. 그녀의 표정을 통해 어렴픗이 짐작만 했을 뿐, 알아채지 못 했다. 그랬다. 마고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을 견뎌내지 못 했다. 틈이 주는 시간, 틈이 주는 거리, 틈이 주는 허기를 극복하고자 혹은 이해하고자 그녀는 그렇게 사랑하고 또 떠났는지도 모르겠다. 틈이 주는 시간 속에 갇혀 있을 수 없어서. 틈이 주는 시간을 견딜 수 없어서.

 


용서라는 주제를 전면으로 다룬 <오늘>이라는 영화는 감독의 이름을 각인시킬 정도로 강렬하다. 다큐멘터리 PD 다혜는 자신의 행복과 미래를 파괴한 17살 가해자를 용서한다. 가해자를 위해서라고 생각했지만,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그녀는 차츰 자신의 용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자신이 쉽게 용서해버린 17살 가해자가 또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쉽게 용서를 말하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용서를 강요하는 일이다.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우리 사회는, 우리 문화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한다. 이제 그만하라고, 그 정도 했으면 됐다고, 이미 지난 일이 아니냐고.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니, 이제 그만 용서하라고. <혐오 사회> 속 카롤린 엠케의 말이 겹쳐진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뜻이었다. 아우슈비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이제 그만 하라고 말한다. 마치 이 엄청난 일에 대한 단죄에도 요구르트처럼 유통기한이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관심이 생긴 영화는 기네스 펠트로 주연의 <실비아>이다.  

 


새벽 서너 시, 실비아가 창작에 매달리는 시간이다. 이미 다른 여자에게로 간 남편,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미칠 듯이 시를 쓰며 고갈되어가고 있는 그녀가 안쓰러워 가끔 아이를 봐주며 휴식 시간을 주던 아파트 이웃노인이 있었다. … 허름한 복도 천장의 낡은 등을 올려다보며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을 꾸는 그녀. 순간이었다! 생의 결정적인 순간! 똑똑똑… (290)

 


천재 시인 실비아, 계관 시인 테드 휴즈와의 결혼, 파경과 곤궁한 생활. 그리고 자살. 그녀의 이름을 구글에 넣어 검색한 후에는 테드 휴즈가 선택한 다른 여자가 애시어 웨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미 9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실비아 생애의 마지막 불행이 모두 테드 휴즈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실비아를 덜 사랑했다는 것이 그의 잘못일 수는 없다. 하지만,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였던 실비아가 자신의 자리라고 선택한 가정, 사랑과 행복의 자리라고 믿었던 그 자리를 테드 휴즈는 하찮게 여겨 떠나버렸고, 실비아는 가난과 추위와 독감과 우울증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그렇다면 애시어 웨빌은? 테드가 선택한 또 다른 여자 애시어 웨빌은 그와 행복했을까?

 

She was continually distraught at his seeming reluctance to commit to marrying and setting up a home with her, while treating her as a "housekeeper".Most of Hughes's friends indicate that while he never publicly claimed Shura as his daughter, his sister Olwyn said he did believe the child was his. … On 23 March 1969, Wevill gassed herself and four-year-old Shura in their London home. She had sealed the kitchen door and window, taken and given to Shura sleeping pills dissolved in a glass of water, and turned on the gas stove. She and Shura were found lying together on a mattress in the kitchen. <https://en.wikipedia.org/wiki/Assia_Wevill>

 



실비아도, 애시어 웨빌도, 테드 휴즈와는 행복할 수 없었다. 테드는 자신이 선택한 여자를, 사랑했던 여자를,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이렇게 떠나버렸다. 쉽게 버렸다.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이 책의 마지막이 실비아 이야기여서, 아프면서 슬프다.


사랑이 충만한 시간 크리스마스에 내가 만난 실비아는, 잃어버린 사랑에 절망했으니. 그 누구보다 사랑을 갈구했던 그녀는, 사랑받지 못했다. 그렇게나 열망했던 사랑이 보답 받지 못 했다.

실비아는 그리고 애시어 웨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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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2-23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실비아 책을 샀는데 단발님도 같은 감상을 가진 것 같아 무척 기뻐요 :)

단발머리 2017-12-24 23:06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연기해서 그런가 비극적인 이야기가 더 슬픈거 있죠.
그리고 실비아만큼 불행했던 애시어 웨빌 이야기도 맘에 걸리더라구요.

저도 기뻐요~~ 우리가 같은 감상을 갖고 있다는 게, 그리고 그걸 서로에게 말할 수 있다는게요^^

2017-12-24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4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8-01-0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이 좋으네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

내가 본 영화 리뷰만 먼저 골라 읽었어요~13편 뿐이지만...

단발머리 2017-12-27 09:41   좋아요 0 | URL
네~~~~ 정말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책이예요. 영화와 영화읽기가 천생연분처럼 잘 어울려서 저도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물론 저는 본 영화가 거의 없어서~~ 영화 읽기가 주였지만요~~ ㅎㅎㅎㅎㅎㅎㅎ

잘 지내시죠~~~~~
올해도 너무 수고많으셨어요, 순오기님~~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요~~복되고 희망찬 한 해 맞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전쟁과 평화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5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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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겨울엔 장편이고(from 유ㅂㅁㄷ님), 장편은 역시 러시아 장편이 제 맛이다. 문학동네 톨스토이 탐험단이 되어(from A 님 페이퍼) 『전쟁과 평화 1』를 선물 받았다.


톨스토이라고 한다면,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문호이다. 소설가, 시인이라는 설명을 넘어 사상가라는 호칭 또한 당연시된다. 고전은 지금 읽고 있다는 표현이 부적절한, 이미 읽었어야 했던 혹은 이미 읽은 책으로서, <전쟁과 평화>를 다시 읽고 있다고 말해야 옳겠지만.

얼른 가보자. <전쟁과 평화>는 처음이다.



1권은 3부로 이루어져있다. 1부는 각 인물이 소개되고, 화려한 사교계의 면면을 통해 당시의 문화를 보여준다. 2부는 러시아군의 일상이 소개되고, 3부는 모스크바 사교계와 러시아군의 전장을 오가며 그려진다.



소설의 중심에는 베주호프 백작(키릴 블라디미로비치 베주호프)의 아들인 피예르(표트르 키릴로비치[키릴리치] 베주호프, 키릴, 페탸, 페트류샤, 피에르)가 있다. 100여쪽을 읽어가는 동안 주요 등장인물이 소개된 맨 앞장을 연거푸 확인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빈 연습장에 인물이 등장하는 순서대로 등장인물의 이름을 적어보지만, 그런 수고로도 부족할 때가 다반사다. 피예르는 베주호프 백작의 유일한 아들이지만 서자이기 때문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홍길동 운명이다. 다른 남자들보다 몸집이 큰 편이라 유독 눈에 띄어, 겁먹은 듯한 태도 역시 화려하고 세련된 예법의 사교계 사람들에게 조용한 놀림감이다. 이랬던 피예르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되어 베주호프 백작이 되다니, 그야말로 인생역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독하나 근심 걱정 없는 신세였던 피예르는 별안간 부유한 베주호프 백작이 되어, 밤에 침실에 들어서야 비로소 혼자가 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바쁜 몸이 되었다. .. 전에는 피예르의 존재 따위는 알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가 만나고 싶어하지 않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화를 내거나 비관하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다. (390)



활짝 갠 피예르의 인생에, 태양이 그 빛을 멈추고 어떤 먹구름이 끼게 될지는 다음 권에서



처음에 읽게 되었을 때는, 이런 부분이 좀 이상했다. 안나 파블로브나와 바실리 공작의 대화다.



오늘 축하연은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사실 저는 그런 축하연이니 불꽃놀이니 하는 것이 모두 못 견디게 싫어졌어요.”

당신이 그런 기분이란 것을 알았다면 그 축하연은 그만둘 걸 그랬는데요하고 공작은 태엽이 감긴 시계처럼 대답했는데, 그것은 상대방이 믿길 바라지 않는 말을 할 때 나오는 입버릇이었다.

저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그건 그렇고, 노보실초프의 긴급 공문서 건은 어떻게 결정됐죠? 당신은 다 알고 계실 테죠?” (15)



이탤릭체는 무슨 이유로 등장하는가,의 의문. 일러두기를 읽지 않아 생긴 일이다.

<일러두기>

5. 원서의 프랑스어(또는 기타 언어) 부분은 이탤릭체로 처리했고, 강조 부분은 고딕체로 처리했다.



말 중간 중간에도 프랑스어를 섞어서 말한다는 뜻인데, 프랑스와 전쟁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우아한 프랑스어로 말하는, 혹은 말하겠다는 러시아 귀족들의 뜻 모를 도취감이 이탤릭체의 모양 그대로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나는 겨우 1권을 읽었을 뿐이다. 눈앞에 있는 듯 세심하게 인간 군상을 그려내는 톨스토이의 솜씨에 감탄하고 박수치고 또 감탄한다. 다만 입이 반쯤 벌어진 모습이 예쁜가, 하고 묻고 싶다.



젊은 볼콘스카야 공작부인은 금수를 놓은 벨벳 손가방에 뜨갯감을 넣어가지고 왔다. 엷은 솜털로 약간 가뭇하게 보이는 귀여운 윗입술은 이가 드러날 만큼 짧았으나 오히려 입술이 빠끔히 벌어져 귀여웠고, 어쩌다 가끔 아랫입술에 닿아 입을 다물면 더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더없이 매력적인 여자에게 흔한 일이지만, 윗입술이 짧고 입이 반쯤 벌어진 그녀의 결점은 오히려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여겨졌다. (23)



입이 반쯤 벌어지면 더 예뻐 보이나. 눈에 아무리 힘을 줘도 입을 반쯤 벌리면 사람이 좀 멍해 보이지 않던가. 더없이 매력적인 여자에게 흔한 일이라는데. 미의 기준이 바뀐 것인가 아니면 개인적 취향인가 혹 아니면, 멍해 보이는 여자가 예뻐 보이나. 그런가 혹은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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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7-12-1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영합니다!!!!! 여긴 겨울의 장편 소설 나라에요~~~~ 천천히 부담 없이 같이 읽어요, 우리....*^^*

단발머리 2017-12-17 22:54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서재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전쟁과 평화> 4권과 러시아어 수능 특강이 눈 앞에 아른거리네요~~
오랜만의 장편이라 먼 길 잘 갈수 있을지 조금 걱정됩니다.
유부만두님 응원에 힘입어 달려보렵니다. 화이팅~~!!!

2017-12-1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3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18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서구 남성들은 입을 살짝 벌린 여성에 성적 매력을 느꼈어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남성 중심의 시선이 많이 반영된 그림이에요.

단발머리 2017-12-23 17:4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그 소녀는 그렇게 멍해보이지는 않던데....
자세히 봐야겠군요, cyrus님처럼^^
 

이제 11월이 20분 정도 남았고
이 책은 470 페이지 정도 남았다.


바람 부는 겨울밤
나는 차분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책을 읽어 나간다. 그런데
이런 대목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모두 잠들어 고요한 밤에
나 혼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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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12-01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맨스플레인이 ‘내 앞에 꿇어‘ 심산이겠으나 요즘은 ‘나랑 싸우자!‘ 이꼴...뭐, 싸워도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겠지만 이런 정신 상태인 사람과 바람직한 대화가 이뤄지기 쉽지 않죠.

단발머리 2017-12-01 12:19   좋아요 1 | URL
으흠... 그러게요. 레베카의 실화가 증명하듯이 여자가 말해도 말이예요. 지금 맨스플레인할 타임이 아니예요~ 해도 그냥 직진이죠.
바람직한 대화 어려워요. 쉽지 않죠~~^^

다락방 2017-12-01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좋네요. 전 아직 사지도 않았는데 단발님은 또 벌써! 저보다 먼저! 읽으시네요. 아아. 왜이리 갈 길이 먼겁니까!

그나저나 남자들이 맨스플레인하는 걸 여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쵸?

단발머리 2017-12-01 12:25   좋아요 1 | URL
좋죠좋죠~~~162쪽, 235쪽 가히 압권입니다.
우리의 갈길은 멀지만 함께 가니까 좋아요.

저는 제인 오스틴이 작품에서 맨스플레인 은근하게 까는 거 보고서 깜놀했던 때가 아직도 생생해요. 여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더라구요. ㅎㅎㅎㅎㅎㅎㅎ 웃어야지요 ㅎㅎㅎ

stella.K 2017-12-0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대체로 쌍방향소통이란 걸 잘 못하는 경우가 많죠.
맨스플래인이 곧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대화 좀 하려고 하면 싸우자고 덤비는 걸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데 여자들도 그것을 묵인 방조해왔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대화의 기술을 좀 배우면 좋을텐데.ㅠ

단발머리 2017-12-03 22:35   좋아요 0 | URL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남자 중에도 쌍방향소통을 할 수 있는, 할 만한 남성도 있을 거라는 희망^^

진지한 대화를 시도할 때 많은 경우, 남자들은 화를 내더라구요.
여자들이 그걸 묵인방조했다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로 상황이 별로였다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