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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1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초록색이 예쁘다. 검은색 위의 초록색 중에 제일 예쁜 색일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가졌던 여러 가지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해설을 읽었다.
왜 제목이 '싱클레어'가 아니고 '데미안' 이었을까?
왜 헤세는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출판했을까?
해설은 친절했다. 토마스 만의 서문에서도 어렴풋이 힌트를 찾을 수도 있었다.
왜 제목이 '싱클레어'가 아니고 '데미안' 이었을까?
주인공은 싱클레어라고 생각했다. 데미안이 주인공이고 싱클레어가 그를 관찰하거나 서사하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싱클레어가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주인공다운 역경과 변화를 거친다. 제일 마지막 구절은 싱클레어가 곧 데미안이 되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두 고유명사의 변신이 아니라 두 보통명사의 변환이다.
"그 모습은 이제 완전히 그와 같았다. 내 친구이며 길 안내자인 그 사람과." p199
두 고유명사와 보통명사의 매핑을 위해서는 '융'이 필요하다.
'싱클레어'는
"우리가 '나'라고 말하는 존재하는 바로 의식에서의 '나'이다. 융은 이 일상의 나를 라틴어를 이용하여 '에고(ego)'라 부른다." p224
그렇다 알을 깨기 전 알 속에 있는 '나'이다.
"그에 반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진짜 나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자기(The Self)'다." p224
데미안은 무엇이 그것을 형성하고 개성 지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넓고 깊고 수많은 층으로 된 무의식 속의 진정한 '나'이다.
알을 깨고 선이면서 악인 신 '아프락사스'로 날아가는 개성화된 '나'이다.
그래서 싱클레어가 데미안이 되는 것은 우리가 모두 '성장'을 통해 각자의 길을 가진 구분된 개성화된 '나'로 바뀌는 것을 보여준다.
"『데미안은 개성화 과정을, 곧 개성의 형성을 강조합니다. 개성의 형성이 없으면 더 높은 삶도 없지요." "우리 시대는 더 섬세한 젊은이들을 힘들게 합니다. 어디서나 인간을 획일화하려 하고, 그들의 개인적 특성을 가능하면 잘라내려 합니다. 영혼은 그에 맞서 항거하는데 그건 정당한 일이죠. (…) 그것을 진지하게 여기는 사람은 그런 체험을 극복하고, 그가 강한 사람이라면 그는 싱클레어에서 데미안이 되는 것입니다."- P227
왜 헤세는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출판했을까?
이 질문은 방황하는 젊은이를 보살피는 일과 정전을 촉구하는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고, 데미안도 그렇게 출판한 것이다.
"1917년에 독일대사관은 헤세에게 비판적인 언론 활동을 그만두지 않으면 독일 포로후원센터에 대한 재정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해왔다.
그는 방향감각을 잃은 젊은 전쟁포로들을 정신적으로 보살피는 일과 기고문을 통해 정전(停戰)을 촉구하는 일 두 가지를 모두 그만둘 수 없었다. 그래서 기묘한 해결책을 선택했다. 언론 활동을 크게 줄이는 대신 에밀 싱클레어라는 젊은 작가를 내세워 독일 정책을 비판하고 정전을 촉구하는 기고문을 싣기 시작했다. 다만 에밀 싱클레어는 중병에 걸려 헤르만 헤세를 통해 자신의 원고를 전달한다는 전제를 붙였다."- P221
어떤 나이에서든 몇 번을 읽어도 새로운 '데미안'의 이해를 위해 융의 '인간과 성장'을 읽어 보고 싶다.
카를 G. 융 외, '인간과 상징'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1996, 신판 2009. 이중 1부 '무의식에 대한 접근'과 3분 '개성화 과정'이 '데미안'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되어준다. p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