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크로메가스.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0
볼테르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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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 문학을 좀 한다는 사람의 입에는 자연스럽게 걸려 있을 듯한 이름. 감상보다는 현실과 행동에 더 관심이 많았던 볼테르이기 때문에, 문학을 좀 한다는 사람에게는 루소가 더 적합할 수 있겠지만, '루소'라는 이름보다는 볼테르가 더 문학적이다. 최소한 나에게.


행동하는 지식인 볼테르, 그는 "행동하기 위해 쓴다"라고 했다. 절대적 권력과 종교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 대가로 바스티유 감옥에 두 번이나 투옥되고, 정부를 피해 언제든지 프랑스와 스위스를 갈 수 있게, 두 국경에 접해 있는 페르네에 거주하기도 했다, 뛰어난 사업가이기도 한 그는 오랜 연인의 영지인 페르네를 사서, 그 지역을 부흥시켰고, 그 지역이 지금의 페르네 볼테르 (Ferney-Voltaire)이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던 낭트칙령이 루이 14세 때 폐지되고, 종교가 유일신의 독점형태가 되고, 권력을 더 가지게 됨으로써 빚어진 폐해들을 이 책에서는 유감없이 서사하고 있다. 명백한 증거 없이 종교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교수형이나 화형을 당하는 억울한 실제의 일들이 이 책에서도 다루어졌다. 볼테르를 실제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을 도와서 사후라도 누명을 벗고 가족들이 보상을 받게 해주었고, 그런 부조리를 소설 속에서 한 번 더 다루어 만인에게 알렸다.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처럼, 볼테르 또한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소설 속에서는 볼테르의 사상이 반어법이나 인물들의 대화에서 반영되어 나타난다.

"선이 있건 악이 있건 무슨 상관이냐?" p 203

"노동을 하면 우리는 세 가지 악에서 멀어질 수 있으니, 그 세 가지 악이란 바로 권태, 방탕, 궁핍이라오."

특히, 소설의 주요 인물인 캉디드와 팡글로스의 모든 것이 최선을 위해 존재하고 발생하니 괜찮다는 낙관주의는 가장 반어적으로 비꼬아 비판받는다. 낙관주의의 절대 지지자 팡글로스, 그 낙관주의에 대해 의구심을 가끔 가지지만 스승 팡글로스와 그의 사상을 신봉하는 캉디드. 하지만 그들이 겪은 일들을 보면, 그것들이 최선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수용하고 우리의 가슴 깊숙이 아픔으로 침전시키는 '한'으로 간주하는 수동적 관점에서 볼 수만은 없다. 기독교에서는 금기인 이슬람의 문화 양식을 무지해서 내가 저질렀기 때문에 비가 와서 화형을 못 해 교수형에 처하고,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죽지 않고 깨어났는데, 내 몸이 열십자로 해부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사회에서는 나도, 내 가족도 살 수 없고, 그 사회가 존속되게 방관하고 체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힘없고 죄 없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희생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볼테르는 극단적 반체제의 행동주의를 지양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의 한도에서 사회의 폐단을 제대로 인지하여 계몽되고, 최선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구호를 외치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상속될 재산 대부분을 다른 형제에게 양도하고, 직접 사업수완으로 큰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실행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멋지고, 행동하는 지성인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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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4-24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캉디드를 팟캐스트에서 소개 받고 읽어야지, 했어요. 일부를 읽어 주더라고요.
좋은 독서를 하셨네요. 책 가격도 착해서 좋네요.

초딩 2020-04-25 16:13   좋아요 0 | URL
저도 팟캐스트인지 유투브에서인지 소개해주는 것도 들었어요. 철학책에서도 서개해줬고요. 많이 화자되는 책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가격도 좋고요 ㅎㅎㅎ
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