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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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金衍洙), 해마다 년 말이 되면 인터넷 서점에서 올해의 작가를 선정하는 일을 빼놓지 않고 진행한다작가의 명단에서 김연수를 찾아서 투표하곤 한다김연수에게 표를 주지만 정작 작가 김연수의 작품은 겨우 우리가 보낸 순간-소설이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정도다주목받는 소설가에서 이제는 당당히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의 자리에 오른 김연수의 글은 사람을 몰입하게 만드는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호흡과 호흡 사이 야릇한 웃음을 전해주기도 한다그의 작품을 통해 형성된 이미지이다문학과 쉽게 친하지 못하여 많은 작품을 접하지 못했다는 개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 속에서 느끼는 문장의 힘에 의해 투표하는 것으로 믿는다.

 

김연수는 2001년 제14회 동서문학상, 2003년 제34회 동인문학상, 2005년 제13회 대산문학상, 2007년 제7회 황순원문학상을,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거의 2년 마다 한 번씩 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임에 틀림없다그렇다면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것일까소설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일 것이다발표된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가이기에 작품을 대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 방법이겠지만 다른 경로로는 그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듣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소설가의 일은 바로 김연수의 소설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이다. 2012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되었던 글을 묶어 발행했다이 글의 구성은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1_열정동기핍진성)에서부터캐릭터를 만들고 디테일을 채우고 플롯을 짜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과정들(2_플롯과 캐릭터), 미문을 쓰기 위한 방법(3_문장과 시점)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실질적인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한다.

 

김연수는소설가의 일에서 글쓰기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소설가이기에 소설가 의 일은 할 수 있는 한 가장 느리게 글 쓰는 일이라는 것이다이 느리게 글쓰기는 그렇게 매일 소설을 쓰게 되면 가장 느리게 쓸 때가장 많은 글을그것도 가장 문학적으로 쓸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그러나 그 놀라움은 시작에 불과하다느리게 쓴다는 것은 문장을 공들여 쓰고 플롯을 좀더 흥미진진하게 구성한다는 것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거기에는 소설이란 인간이 겪는 고통의 의미와 구원의 본질에 대해서 오랫동안 숙고하는 서사예술이라는 인식이 숨어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대답하기 위해서 나는 평생 소설을 쓸 수밖에 없겠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중요한 건 우리의 영혼에 어떤 문장이 쓰여지느냐는 것이다.”

 

글을 쓰는 목적에서부터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요소과정세세한 방법까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진지하게 전개하고 있다그 진지함이 때론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하는 의문에 장황하게 보이기까지 한다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일까그만큼 글쓰기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것으로 읽힌다.

 

소설가의 일에서 김연수의 이야기들이다소설가로 살며 소설을 써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는 것,어쩌면 우리의 일생에서 삶의 뚜렸한 방향과 목적이 있다는 것과 비슷한 것이리라그의 창작론 격인 이소설가의 일로 작가 김연수와 그의 작품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소설가의 길을 가는 김연수에게 소설을 쓰는 분명한 이유가 개인적 조건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살아가는 이 사회의 문제에 대한 본질적 질문으로부터 출발하여 그 답을 얻어가는 과정이라면 작품 속에 그 답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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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나의 서른 - 조금씩 채워져가는 나를 만날 시간
조선진 글.그림 / 북라이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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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른 즈음을 돌아본다

내 나이 마흔을 기다렸었다. 불혹(不惑)이라고 하는 논어, 위정편에서 공자는 일생을 회고하며 자신의 학문 수양의 발전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이 40를 불혹으로 규정한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미혹되지 아니함’.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음에 대한 이러한 규정으로부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 것이다. 삼십대에서 사십대로 넘어갔지만 일상에서의 변화는 없었다.

 

꼭 공자의 그런 규정이 아니더라도 스물아홉과 서른, 서른아홉과 마흔, 마흔아홉과 쉰 등 단위가 바뀌는 때를 기다리기도 하고 때론 그 시기의 지나침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태어면서 성장하고 나이 들어 죽을 때까지 특정한 시기를 규정하여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러더라도 단위가 바뀌는 특정한 시기에 도달하는 사람들은 그 시가가 주는 무엇인가를 찾아보려고 고심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어제와 오늘이 별 다른 차이점 없듯 서른도, 마흔도, 쉰도 그냥 일상의 하루일뿐이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이렇게 특정 짓는 어떤 때를 규정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삶을 돌아보도 자신의 현주소를 살펴 다가올 내일을 보다 알차게 살아가려는 차원에서는 대단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짝반짝 나의 서른"완벽하진 않아도 지금의 내가 좋다" 는 서른을 맞이한 일러스트 작가 조선진의 글과 그림으로 엮어진 책이다. 작가는 묻는다. 아직 청춘이냐고...ᆢ 일, 사랑, 인간관계 등 서른 즈음, 변화의 시점에 놓인 저자는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며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일상의 고민과 변화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그림 에세이다.

 

나 아직 청춘일까,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낭만적 밥벌이는 환상일까,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지, 다시 배낭을 메고 떠날 수 있을까, 이제는 별일 없이 살 수 있을까.” 저자가 주목하는 화두라고도 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누구나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만큼 삶의 구체적인 모습과 직결되는 질문들이다.

 

청년에서 어른으로 진입하는 문턱인 서른,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어쩌면 삶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서른, 누구도 아닌 와 더욱 깊은 관계를 맺을 시간이라는 시각으로 접한다. 막연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스스로 묻고 답하다 보면 제법 멋진 어른의 모습에 한 발짝 다가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중심은 오늘에 있다. 내일은 누구도 모른다. 그 내일을 담보로 오늘 내 삶을 희생한다면 그 내일은 영원히 내게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내 나이 쉰 지천명을 넘어섰다. 서른 그때로부터 옛 어른들의 시간법으로 강산이 두어 번 변할 시간이 지났다. 서른 즈음에 난 무엇을 생각하고 살았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서른 즈음의 사람에게는 지금, 이 현재의 중요성을 서른을 넘어선 사람들에도 서른 즈음의 시기를 돌아보며 지금, 현재를 보다 알차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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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5월 초에나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ᆢ벌써 이렇게 활짝 피었구나. 뭐든 도시가 조금씩 빠르다. 아마도 기온탓이리라.


배고픈 시절 사람들 눈에 꽃 핀 모양이 꼭 '이밥(쌀밥)' 같아서 그리 불렀다고 한다. 다른 유래는 이밥은 '이(李)씨의 밥'이란 이름으로 조선조 시대 벼슬을 해야 비로소 이씨 임금이 내리는 흰쌀밥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쌀밥을 이밥이라 했다. '이팝나무'는 '이밥나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보기도 한다. 또다른 유래로는 꽃이 피는 시기가 '입하(立夏)' 전후로 핀다는 의미에서 '입하나무'로 불리다가 '이팝나무'로 변했다고도 한다.


꽃이 피는 상태를 보고 한해 농사를 점쳤다고 하니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과 같이 정자목이나 신목 구실을 했다한다. 천연기념물 307호를 비롯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만 일곱 그루나 있다.


여리디 여린 하얀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게 이쁘기만하다. 마당 한켠에 있는 이팝나무는 이제야 새잎나기 시작했다. 올해는 꽃을 보여주려나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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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청보리밭'


'보리' 
보리고개의 그 보리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만 아는 세월의 무게는 사라지고 푸르름이 주는 싱그럽고 상쾌함을 찾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여든다. 이들 중 보리를 모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새벽에 찾아왔던 그때랑은 많이 달라졌다. 지역민들이 함께하는 축제가 되기에는 여러모로 생각이 더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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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4-27 0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멋진곳 이예요^~^

지금행복하자 2015-04-27 0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주말 새벽에 갈 예정인데~ 기대되요~

무진無盡 2015-04-27 07:33   좋아요 0 | URL
그래요. 새벽이면 참 좋을거에요~^^

붉은돼지 2015-04-27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
이모티콘이 빠져서 추가했어요 ㅎㅎ
 
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 - 소리 없는 통곡, 선비들의 눈물
신정일 엮음 / 루이앤휴잇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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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의 눈물

옛사람들의 감정 표현은 솔직하다. 글로 만나는 옛사람들의 삶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보다 훨씬 감정에 충실한 모습이었다고 보인다. 문장이나 시를 통해 사랑하는 가족이나 부부 사이, 스승이나 벗과의 마음 나눔,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 등을 보면 확실히 절절한 내용이 많다. 선비라고 예외일 수는 없어 보인다.

 

선비라고 하면 우선 의관정제(衣冠整齊)하고 서안(書案) 위 펼쳐진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한다. 극도로 절제된 언행을 통해 자신을 관리하며 근엄한 모습으로 감정에 치우치는 일이 없는 모습이 아마도 선비라는 말에 담긴 이미지가 아닌가 한다. 선비 또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간인지라 이런 모습이 전부는 아닐 것인데 고착화된 이미지로 인해 고충이 많았을 것 같아 미소가 절로 인다. 그런 이미지의 선비이기에 비록 글이지만 자신의 감정을 노출하는 모습은 낯설기도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확실한 감정 전달도 없을 듯하다.

 

이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선비들이 남긴 글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랑하는 자식과 아내, 가족, , 스승의 죽음 앞에 미어진 가슴을 부여잡고 소리 없이 울었던 조선 선비들의 절절하고 곡진한 문장을 담은 책이 새로 쓰는 택리지(10)’의 저자 신정일의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

 

정약용, 박지원, 이덕무, 홍대용, 허균, 김정희, 기대승, 윤선도, 이산해, 송시열, 정철 등 우리가 그 이름만으로도 익히 알만한 조선의 선비들이다. 그 선비들의 남겨진 글 속에 부인, 자식, 형제, 스승, 벗의 죽음을 맞아 그 애통한 심정을 글로 남긴 것들을 모았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감정은 슬픔이다. 그 슬픔을 나타내는 말이 ()’이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은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과 같다는 뜻의 천붕지통(天崩之痛)’, 남편을 여읜 아내의 아픔은 성()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고통이라는 붕성지통(崩城之痛)’, 아들 잃은 부모의 고통 서하지통(西河之痛)’ 등이 그것이다. 체면과 절제를 중시했던 조선 선비들은 이러한 고통에서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주목하여 그에 관련된 글 44편을 모았다.

 

두터운 정의는 차마 글로 쓸 수 없고 아프고 쓸쓸한 말은 혹시라도 너의 마음을 근심케 할까 두렵다.”- 신대우 둘째딸의 1주기를 맞아

 

월하노인 통해 저승에 하소연해 / 내세에는 우리 부부 바꾸어 태어나리 / 나는 죽고 그대만이 천리밖에 살아남아 / 그대에게 이 슬픔을 알게 하리라.” - 김정희, 아내 예안 이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기둥이 부러지니 사람은 절망하고 / 난초가 시드니 해는 장차 추워지리 / 옛집에 슬픈 바람이 일고 / 거친 산에는 묵은 풀이 쇠잔하도다.”- 기대승, 죽은 동생을 위한 만장 중에서

 

선비 역시 한 인간으로 따뜻한 마음을 지닌 한 아버지이자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이며 뜻을 함께 나누는 벗이었다. 어쩌면 지켜야만 할 체면과 위신으로 인해 억눌러 두었던 감정을 표현할 때가 되면 더 절절한 슬픔 및 눈물, 아픔을 담았을지도 모른다. 가슴시린 선비들의 굵은 눈물을 흘릴 때 그 속은 어떨까? 옛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슬픔을 감당하는 모습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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