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그 황홀한 빛의 숲에 들었다.
이른 시간 숲은 이미 빛의 세상이다. 한낯 햇살의 뜨거운 기운이 맹위를 떨치기 전 숲으로 파고드는 햇살의 느긋함이 담긴 시간의 숲이 좋다. 터벅터벅 적막을 깨는 스스로의 발자국 소리의 리듬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의 나들이다.

헉헉대며 산길을 오르는 이의 숨가픔을 다독이는 바람결이 스치는 나무그늘에 들어 지나온 길을 더듬는다. 비탈면 언저리에 빛이 들었다.

산 너머의 이야기를 전하는 바람 소리, 반가움과 경계를 넘나드는 새의 울음, 눈 보다는 코의 예민함을 건드리는 숲의 향기에 넘실대는 산그림자의 손짓, 오랜만에 만난 동무를 반기는 다람쥐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숲 속 한식구가 누리는 시간의 공유다.

숲, 숨에 틈을 내는 시공時空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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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백 박덕준

2021 순천전 묵서 소품 세필서예


2021. 6. 19 ~ 7. 4

연경갤러리(순천시 중앙로2길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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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으아리'
정원을 가꾸며 들어온 식물들이 시간이 쌓여 꽃밭이 풍성해진다. 나무는 키를 키우고 풀은 포기를 넓힌다. 묵을수록 풍성해지는 것은 식물만이 아니라 뜰을 가꾼이의 마음도 덩달아 따라간다.
 
그중 하나가 이 외대의아리다. 봄 새 줄기를 내듸니 곁에 있는 나무를 타고 올라 적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두개씩 꽃이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풍성한 꽃을 피워 뜰의 한때를 밝혀주었다.
 
외대으아리는 으아리에 비해 꽃이 1-3개씩 달리며, 열매의 가장자리에 날개가 있고 끝이 깃털 모양이 아닌 돌기 모양의 짧은 암술대 흔적이 있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뜰을 정성껏 가꾸는 이유를 알게해주는 식물중 하나로 한번 심어 놓으면 매년 꽃을 피우니 권장하고 싶은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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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꽃으아리'

꽃을 보는 해가 거듭될 수록 다음 해에는 꽃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어느때 어디에 무슨 꽃이 피는지를 짐작하고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보가 쌓이면 꽤 근사하고 유용한 자신만의 꽃지도가 만들어진다.


출퇴근하는 도로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차를 멈추어 수풀 속으로 들어간다. 피고지는 무리들이 한가득이다. 눈여겨보는 사람이 또 있는지 발길 흔적도 있다.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고 눈맞춤 한다는 것은 늘 반가운 일이다.


여린 꽃받침잎이 쉽게 손상되는지 온전하게 피어있는게 드물 정도다. 애써 피운 꽃이 쉽게 상처를 입는 것이 안따깝기도 하지만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짐작만 한다. 내가 범인이라는듯 꽃술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곤충을 한동안 바라다보았다.


우리나라 각지의 햇볕이 잘 드는 숲 안, 숲 가장자리, 길가에 자라는 낙엽지는 덩굴 나무다. 자생하는 으아리속 식물 가운데 가장 큰 꽃을 피운다.


개미머리라고도 하는 큰꽃으아리는 품위 있는 모습에서 연상되듯 '아름다운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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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음에 바다에 가서 울어야지.' 정말이지 나는 바다에 가서 울고 싶었다. 푸른 바다를 보며 실컷 울어야 눈물의 원이 없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바다에 갔을 때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의 치맛자락을 붙든 것처럼 마음이 편해서 그냥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것은 바다가 나한테 주는 위로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채봉 에세이 '눈을 감고 보는 길'의 작가의 말에 나오는 문장이다. 유독 바다와의 만남에 마음이 설레는 이유를 찾다가 만난 문장이기도 하다. 다 설명하지 못하는 마음이 여기에 담겼다. 작가가 병을 얻고 치료 중에 스스로를 다독이는 마음이 바다와의 만남을 통해 드러난다.

봄의 막바지 이른 아침에 만난 동해 바다다. 수평선 너머는 너무 아득하여 다음 생으로 미루고 나와 수평선 사이에 주목 한다. 그 바다에서 뭔가 찾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초여름 섬진강 가에서 울진의 그 바다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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