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1'

이른 봄을 기다리게 하는 꽃이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분명 꽃을 보는 대에도 우선 순위와 주목하는 정도가 다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본다면 딱히 탓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꽃은 결국 드러내기 위해 핀다. 어떻게 하면 더 돋보여서 주목 받을 수 있을까에 목숨을 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코 숨어서 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사람의 발길과 손길에선 벗어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노루귀는 뽀송뽀송한 솜털이 꽃과 함께 더 매력적이게 보이는 포인트다. 꽃에 대한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노루귀에서 털을 뺀다면 다소 심심한 모양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노루귀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기도 한다.

 

노루귀라는 이름은 꽃이 지고난 후 나오는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세히 보면 영락없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아주 절묘한 이름이라 여겨진다.

 

노루귀는 이른 봄에 꽃이 피는데다 꽃 색깔도 흰색과 분홍색, 보라색 등이 있고, 자연 상태에서 연분홍이나 진분홍, 청보라, 남색 등으로 피기도 한다.

 

이른봄 꽃소식을 알려주는 것과 생긴모양 그대로 꽃말은 '눈 속의 어린 사슴', '봄의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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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꽃단추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 나면 좀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낮과 밤사이에,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손택수의 시 '꽃단추'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는 것, 단정함이 주는 맛이 삶의 깊이를 대변한다. 조금은 부족한듯 틈을 열어두어야 숨을 쉴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 단추와 단추 사이 그 틈이 있어야 꽃이 핀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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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人夜聽木鷄聲 석인야청목계성"

별편지

이 저녁 당신께 물방울 하나만큼의 고요를 드리기 위해
혼자서 진천 보탑사에 다녀왔습니다.

"돌사람이 밤에 나무닭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이 구절을 보려고요.
눈부신 햇볕이 내리는 뜨락에 누군가 돌사람 하나를 앉혀놓았더군요.
'금강경'에 나오는 이 구절의 뜻을 가만히 헤아리노라면,
춥고 그늘진 계곡 속 작은 돌맹이 하나가 아득히 먼 별을 향해 손을 내미는
그 간절함이 떠오르곤 합니다.

서구적인 신학의 문제가 무냐 전체냐를 전제로 한다면 돌사람이 귀 기울이는
나무닭의 울음소리야말로 고요의 경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리산 화엄사 사사지석탑에 갇힌 돌사람도
지금 여전히, 마주한 또 다른 돌사람을 향해
온몸을 내던지고 있겠지요.

우리 만날 날이 영영 오지 않을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 마음 하나 생겨나서 당신을 향했으니 행복했다, 싶습니다.
어느 광년이 지난 후에 당신은 이 편지를 읽고 살짝 미소지을까요.

이만 총총

*손종업의 산문집 "고요도 정치다'에 나오는 글이다. 쉬엄쉬엄 읽어가면서도 되돌아 오길 반복하다가 아애 발목을 붙잡힌 곳이다.

추위 속에서서도 계절을 봄으로 이끄는 생명, 변산바람꽃이 바위틈을 비집고 올라왔다. 멀리두고서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와 닮았을까. '고요'의 경지를 엿보는 중이라고하면 억지를 부리는 것일지라도 그 고요 속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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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봄, 한낮

치자향 흐드러진 계단 아래 반달이랑 앉아
하염없이 마을만 내려다본다
몇 달 후면 철거될 십여호 외정 마을
오늘은 홀로 사는 누구의 칠순잔친가
이장집 스피커로 들려오는
홍탁에 술 넘어가는 소리,
소리는 계곡을 따라 산으로 오르지만
보지 않아도 보이고
듣지 않아도 들리는
그리운 것들은 다 산 아래 있어서
마음은 아래로만 흐른다
도대체 누구 가슴에 스며들려고
저 바람은 속절없이 산을 타고 오르느냐
마을 개 짖는 소리에
반달이는 몸을 꼬며 안달을 하는데
나는 어느 착한 사람을 떠나 흐르고 흐르다가
제비집 같은 산중턱에 홀로 맺혀 있는가
곡진한 유행가 가락에 귀 쫑긋 세운 채
반달이보다 내가 더 길게 목을 뽑아 늘인다

*박규리의 시 '봄, 한낮'이다. 누군가가 그리워하는 산 아래 사는 이들은 늘 산 위를 바라다 보며 한숨 짓는다. 산벚꽃 피는 때를 기다려 산에 오르는 까닭이다.

"그리운 것들은 다 산 아래 있어서 // 마음은 아래로만 흐른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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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만났다.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가냘픈 잎으로도 능히 언땅에 틈을 내고 숙명처럼 볕을 향해 솟아 올랐다. 기다림은 이처럼 힘이 쎄다.

춥고 어두운 시간을 탓하지 않고 기꺼이 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움츠렸던 힘을 마음껏 펼쳐 꽃으로 피어나기 위해 다시 시간을 품을 것이다. 그 곁에는 바람도 있고 볕도 있고 그늘도 있고 비도 있고 지켜보는 눈길도 있어 결코 외롭지 않은 시간이다.

때를 기다려 상사화 새싹과 눈맞춤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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