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선언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의 성(性)을 사용할 것이며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조상이 간섭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상이 함부로 손을 넣지 못하게 할 것이며
누구를 계몽하거나 선전하거나
어떤 경우에도
돈으로 환산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녕 아름답거나 착한 척도 하지 않을 것이며
도통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내 육체를 내가 소유할 것이다
하늘 아래
시의 나라에
내가 피어 있다

*문정희 시인의 '꽃의 선언'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모든 행동은 관계로부터 출발한다. 하여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변치않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게 있다.

80주년 광복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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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속도
정해진 속도는 없다.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만 있을 뿐이다. 한나무의 꽃도 피고 진다는 순리는 어기지 못하나 제 각기 조건과 환경에 따라 더디가기도 하고 서두르기도 한다.

하물며, 꽃보다 더 많은 온갖 조건에 휘둘려야 하는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리. 꽃이야 피고 진다는 방향이라도 있지만 사람 마음은 이 방향조차 오리무중이다.

하여, 마음의 속도를 조절한다는게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을 견뎌내야 하는 일인지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니, 애써 더디가지도 그렇다고 서두르지도 말고 마음이 움직이는 그 속도를 따라가자.

가을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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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엽국
비오는 어느 여름날 골목 담장 위 훍속에 두었다. 말라가나 싶었는데 어느 사이 꽃을 피워 골목을 드나드는 앞집 할머니와 그 친구분들이 좋아라고 했다. 꽃을 심고 가꾼 마음 한구석이 따스한 온기로 밝아오는 순간이다.

'송엽국'이라는 이름은 소나무의 잎과 같은 잎이 달리는 국화라는 뜻이다. 잎이 솔잎처럼 생겼으면서 두툼한 다육질이다.

남아프리카 원산으로 늘푸른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햇볕을 좋아해서 밤에는 꽃잎이 오므라든다. 4월부터 가을까지도 꽃을 피운다. 햇볕을 한껏 받은 꽃잎은 매끄럽고 윤이 나 눈이 부실 정도다.

강한 생명력으로 아무곳에서나 잘자라는 송엽국은 의외로 '나태', '태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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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취
무등산 어느 기슭의 한적한 숲길을 사계절 동안 두루두루 발도장 찍던 때 그 입구에서 독특한 모양으로 반겨주던 꽃이다. 특이한 잎모양에서부터 하얀색의 더 특이한 꽃이 피는 동안 늘 눈맞춤 했다.

쑤욱 뻗어나온 줄기 끝에 하얀색의 꽃을 모아서 피운다. 토끼 이빨처럼 아랫쪽으로 길게나온 하얀색의 2개의 꽃잎과 반대방향으로 펼쳐진 붉은 점이 있는 3개의 작은 꽃잎이 조화를 이뤄 독특한 꽃모양을 만들었다.

습기가 많은 축축한 땅에서 잘자라며 기어가는 줄기따라 번식력도 왕성하여 금방 군락을 형성한다. 취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식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모르나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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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각나무
꽃을 떨구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아오른 나무는 그렇게 자신을 알리고 있다. 고개들어 한참을 바라봐도 보이지 않는 꽃이 툭! 하고 떨어지고 나서야 인사를 건넨다.

껍질 무늬가 사슴(노, 鹿) 뿔(각, 角)을 닮았다고 노각나무이며 비단 같다고 비단나무라고도 한다. 줄기가 미끈하고 노란 갈색과 짙은 갈색의 큰 무늬가 있다.

꽃은 6~7월에 새로 나는 햇가지의 아래쪽 잎 달리는 자리에 흰색으로 핀다.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나온다. 꽃받침잎은 둥글며 융 같은 잔털이 있다. 순백의 꽃잎에 노오란 꽃술이 다정하다.

동악산 숲에 들어서며 통으로 떨어진 꽃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동네 뒷산에서 떨어진 꽃 무더기로 다시 만났다. 배롱나무, 때죽나무, 굴참나무와 함께 만나면 꼭 수피를 만지며 나무가 전하는 그 느낌을 마음에 담는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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