至樂 지락
値會心時節 逢會心友生 作會心言語 讀會心詩文 此至樂 而何其至稀也 一生凡幾許番
치회심시절 봉회심우생 작회심언어 독회심시문 차지락 이하기지희야 일생범기허번

최상의 즐거움
마음에 맞는 시절에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고 마음에 맞는 말을 나누고 마음에 맞는 시와 글을 읽는다. 이것이 최상의 즐거움이지만 지극히 드문 일이다. 이런 기회는 인생 동안 다 합해도 몇 번에 불과하다.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선귤당농소'에 나오는 글이다.

지난 주말 멀리 사는 벗들이 오랫만에 모였다. 짧은 만남이 주는 긴 여운을 알기에 기꺼이 시간을 낸 것이리라. 돌아서는 뒷모습이 꼭 이와같아 닮았다.

최상의 즐거움이 어디 따로 있을까. '절정의 순간이었다'는 것은 언제나 과거의 일이다. 지나고보니 그렇더라는 것이기에 늘 아쉬움만 남는다. 일상에서 누리는 자잘한 행복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는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매 순간 누리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쌓여 그 사람의 삶의 향기를 결정한다. 오늘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花樣年華화양연화는 지금 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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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0-2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시는 사진이랑 글 너무 좋아요.
애독자입니다~♡
 

'층층잔대'
꽃 핀다는 소리가 들리면 해마다 서너차례 같은 곳을 걷는다. 몇개의 산 모퉁이를 돌고 나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추는 곳, 빠르거나 늦거나 하여 꽃이 보이지 않더라도 꽃과 함께 기억되는 공간이다. 아는 사람만이 누리는 멋이고 맛이다.

길다란 종 모양의 꽃이 가지를 돌면서 층을 이루고 핀다. 연보라 색이 주는 신비로움에 길게 삐져나온 꽃술이 이채롭다. 삐져나온 암술을 잡고 흔들면 곱디고운 소리가 날듯도 싶지만 매번 생각뿐이다.

잔대가 층을 이루며 핀다고 해서 층층잔대라고 한다. 잔대, 금강잔대, 나리잔대, 톱잔대, 털잔대, 두메잔대, 당잔대, 가는층층잔대 등 잔대 집안도 식구가 많다. 몇가지는 실물을 봤으나 여전히 구분이 어려운 식물의 세계다.

노고단 오르는 기회가 있으면 늘 그곳을 서성인다. 양쪽 몇개체들이 해마다 잊지않고 얼굴을 보여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뿌리가 약재로 사용되어 '감사', '은혜'라는 꽃말을 붙인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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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20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도 꽃도 참 이쁩니다.
감사 은혜 꽃말까지 좋군요.
 


#시_읽는_하루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 시인의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이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14)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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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0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약 한 사람의 지기知己를 얻을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십 년 동안 뽕나무를 심을 것이고, 일 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것이다. 열흘에 한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한다면 오십 일 만에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오색의 실을 따뜻한 봄날 햇볕에 쬐어 말리고, 아내에게 부탁해 수없이 단련한 금침으로 내 지기의 얼굴을 수놓게 해 기이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 것이다. 그것을 높게 치솟은 산과 한없이 흐르는 물 사이에 걸어 놓고 서로 말없이 마주하다가 해질녘에 가슴에 품고 돌아올 것이다.
 
若得一知己 我當十年種桑 一年飼蠶 手染五絲 十日成一色 五十日成五色 曬之以陽春之煦 使弱妻 持百鍊金針 繡我知己面 裝以異錦 軸以古玉 高山峨峨 流水洋洋 張于其間 相對無言 薄暮懷而歸也
 
*조선사람 이덕무의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 나오는 글이다. 한정주는 '문장의 온도'에서 이글에 언급한 벗의 예를 다음의 경우로 이야기 한다.
 
"김시습의 매화와 달, 성수침의 소나무, 허난설헌의 난초와 눈, 최북의 붓, 정약용의 차, 정철조의 돌, 이긍익의 명아주 지팡이, 유금의 기하학, 서유구의 단풍나무, 김정호의 산, 이규보의 거문고와 시와 술, 허균의 이무기, 박제가의 굴원의 초사, 이덕무의 귤과 해오라기와 매화"
 
*대부분 자연에서 찾은 벗들이다. 어찌 사람 사이 벗의 이야기를 하면서 '겸재 정선과 사천 이병연'이나 '문무자 이옥과 담정 김려'와 같은 예를 찾지 않은 것일까. 나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벗으로 사귐의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이라해도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에 몸살을 앓더니 올 가을 꽃이 부실하지만 향기는 더욱 그윽하다.
 
산 너머로 금목서 향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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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란'
삶의 터전을 시골로 옮기고 주변 산을 탐색하는 즐거움이 컷다. 뒷산은 보고 싶었던 야생화들이 제법 많은 종류가 있어 사시사철 궁금한 곳이기도 했다. 산들꽃을 찾아다니게 하는 출발점이 된 곳이다.

골짜기 능선 등을 살피며 구석구석 발자국을 남기던 중 산능선 솔숲 바위아래 낯선 꽃을 만난 것이 이 사철란과의 첫만남이었다. 그후로 늦여름 산행길에 한두개체씩 봐오던 것을 올해는 무더기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화려함은 없다. 그저 수수한 모습으로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꽃이다. 긴 꽃대에 여러개의 꽃이 한방향으로 핀다. 입술모양의 꽃부리가 특이하다.

제주도와 울릉도 및 전라남도 도서지방에서 나는 상록 다년생 초본이라는데 내륙 깊숙한 숲에서 발견 된다. 사철란과 비슷한 종으로는 붉은사철란과 털사철란, 섬사철란 등이 있다.

올해는 조금 늦었는데 다음엔 어리연꽃 피는 시기와 겹치니 때를 맞춰 함께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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