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이된 걱정에서 벗어나ᆢ'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우는 '고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세상 속에서 자신을 찾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밝히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날마다 일신상의 안일을 누리기에도 필요한 부분이다. 오늘 내게 주어진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민의 바탕에는 자신을 믿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안심이 되지 않아 속을 태우는 '걱정'은 고민과는 달리 자신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 깔려있다. 이 자신의 내면의 힘을 믿지 못하는 마음은 스스로를 아프고 외롭게 한다. 고민과 걱정을 넘나들며 사는 것은 어쩌면 오늘이 아닌 알 수 없는 내일에 발목잡혀 스스로를 현실에서 고립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걱정은 지금 현재가 아닌 알 수 없는 내일에 주목하는 바가 크다. 걱정이 버릇이 되어버린 일상이 어떤 모습으로 내 안에 있는지 살펴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걱정을 벗어버리고 오늘이 주는 행복을 당당하게 누리자. 걱정 뒤에 숨어 꿈을 모른척 하지 않아야 한다.

때론 세상에서 혼자가되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 이는 너와 내가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나가 되는 시간과 장소가 된다. 혼자되는 그 시간과 장소로 인해 오롯이 내가 나를, 내가 너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꽁꽁 얼었던 얼음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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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개복수초)
언 땅을 뚫고 올라와 기지개를 켜는 꽃과의 눈맞춤을 조금이라도 빨리하고 싶은 성급함에 마음은 늘 산 언저리에 머문다. 긴 시간 꽃을 보지 못했던 몸과 마음이 들쑤시는 탓이리라. 그 마음에 부응이라도 하듯 여전히 겨울인 숲에는 서둘러 노오랗게 불을 밝힌 꽃이 있다.

눈과 얼음 사이에 피어난 꽃을 볼 수 있어 '눈색이꽃', '얼음새꽃',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고 해서 ‘설연’이라고도 부른다. 이른 봄에 노랗게 피어나는 꽃이 기쁨을 준다고 해서 복과 장수를 뜻하는 '복수초福壽草'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막바지 겨울에 한파가 이어지며 산들꽃들을 만나는 기대감에 앞서 더디기만 한 꽃이다. 섬진강 매화도 늦더니 금둔사 매화도 늦잠을 자느라 피어날 낌새도 없다. 꽃을 보려는 사람들의 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절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꽃을 봤으니 꽃마음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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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매 探梅
타고갈 나귀도 없다. 눈길에 지필묵 지고갈 시종도 없고 매향나눌 벗도 청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못 볼까봐 조바심이는 마음하나 뿐이어서 더 깊고 그윽하다. 매화를 보러가는 마음이 그렇다.

눈 내리는 겨울 날, 봄소식을 기다리며 매화를 찾아나섰던 중국의 맹호연이나 그 이야기를 그린 조선의 심사정이나 심중 소회를 시로 읊은 김시습의 마음이 지금 길을 나선 내 마음이 다르지 않다.

탐매探梅
大枝小枝雪千堆 대지소지설천퇴
溫暖應知次第開 온난응지차제개
玉骨氷魂雖不語 옥골정혼수불어
南條春意最先胚 남조춘의취선배

큰 가지 작은 가지 눈 속에 덮였는데
따뜻한 기운 응당 알아차려 차례로 피어나고
옥골빙혼이야 비록 말하지 않더라도
남쪽 가지 봄뜻 좇아 가장 먼저 망울 맺는구나
-김시습, ‘매월당집(梅月堂集)’ 중에서-

탐매는 눈으로 보는 것이나 향기로 맡는 것보다 빛과 향기 모두를 품는 마음이 먼저다. 마음으로 봄이라 부르면 일렁이는 기운이 눈길을 나서게 하는 이유다.

간밤에 내린 눈 이미 햇살에 사그라지고 없다. 간신히 가지에 걸린 눈 속 매화를 가슴에 품었다.

당신에게 입춘立春날에 입춘첩立春帖을 대신하여 섬진강에 핀 매화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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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진 2025-02-0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섬진강 소학정의 매화로

시작한 탐매행이다. 포근한 날이 이어지니 마음이 더 바빠진다. 꽃 피었다는 소식이 기쁜 것은 꽃 보는 자리에 함께할 벗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목하는 것은 '친교의 매화'다. 꽃 피니 벗부터 생각나고 그 향기를 나누고 싶어 먼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折梅逢驛使 절매봉사역

寄興嶺頭人 기흥농두인

江南無所有 강남무소유

聊贈一枝春 요증일지춘

매화 가지를 꺾다가 마침 인편을 만났소.

한 다발 묶어 그대에게 보내오.

강남에서는 가진 것이 없어,

가지에 봄을 실어 보내오.

*육개陸凱와 범엽范曄이 꽃 한가지를 통해 나눈 우정이 매향梅香처럼 고매하다. 육개는 멀고도 먼 강남에서 매화 한 다발을 친구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 꽃이 가는 도중 시든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범엽이 꽃을 받을 때쯤이면 이미 여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함께하지 못한 벗들에 대한 아쉬움을 유독 크다. 봄이 도착하기 전 만남을 기약하기에 그 아쉬움을 다독이지만 여전히 무엇인가 남는다.

"강남에서는 가진 것이 없어, 가지에 봄을 실어 보내오."

섬진강에 매화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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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트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신경림의 시전집2 "쓰러진 자의 꿈"에 실린 시 '나목裸木'의 일부다.


서로, 있는 듯 없는 듯 거리를 두고 마주했다. 확보된 심리적 안정감이 있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짧지 않은 눈맞춤이 가능한 이유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짧은 멈춤을 할 수 있는 내가 좋다.


다 당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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