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이풀'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높은 산에 올랐다. 산 아랫동네의 더위와는 상관 없다는듯 바람은 시원하고 꽃들이 만발했다. 꽃들과 눈맞춤하며 느긋하게 걷는 이 맛이 산에 오르는 수고로움을 기꺼어 감내한다.

홍자색 꽃이 꽃줄기 끝에 모여 핀다. 꽃봉우리가 아래서부터 실타래 풀리듯 위로 피어간다.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피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바위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이쁘기만 하다.

오이풀이란 이름은 잎에서 오이 향이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잎을 뜯어 냄새를 맡아보지만 딱히 알 수가 없다. 오이풀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로는 오이풀, 산오이풀, 긴오이풀, 큰오이풀, 가는오이풀, 애기오이풀 등이 있다.

산오이풀은 비교적 높은 산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로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남덕유산 오르는 길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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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있지만 태평스럽기 그지없다.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는 얼굴에 미소가 피어난다. 그바탕은 믿음이다. 밝고 향기로운 기운이 감도니 더이상 무엇을 탐하랴.

가파른 언덕을 힘겹게 올라 바위 끝자락에서 홀연히 빛나는 한쌍의 꽃에 몸과 마음이 사로잡혔다. 한동안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기필코 바위에 올랐다.

달빛의 어루만짐이 이럴까. 신윤복의 월하정인의 달빛에는 애잔함이 흐르지만 무진의 지네발란에는 지족知足이 머문다.

撫 어루만질 무
나아가고 물러섬이 없는 분명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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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발란'
가까이 두고도 보지 모하는 꽃들이 있다. 이유야 많겠지만 때가 아닌 것으로 여기면 그나마 아쉬움이 덜하다. 이 식물 역시 그랬다.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와도 딱히 가볼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번엔 달랐다. 그 이유는 그곳에 가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연분홍 꽃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마치 하늘의 별들을 보는 것만 같다. 한참을 올려다보며 눈에 익히고서야 하나씩 눈맞춤 한다. 하나씩 피던 집단으로 모여 피던 환상적인 모습이다.
 
열악한 환경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시각이고 그 식물에겐 최적의 환경일 것이다. 바위에 붙어 생을 어어가는 그 절박함은 한치 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줄기에 잎이 붙은 모습이 기어가는 지네를 닮아서 지네발난이라고 한다. 멸종위기식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해와는 달리 여름 가뭄으로 상태가 좋지 못해 안쓰러운 마음이었다.
 
다소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이 함께한 벗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누려도 좋지만 함께 나누면 더 좋은 일이 점점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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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푸른 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나희덕 시인의 시 '푸른밤'이다. 맑고 깊어 더 푸른밤이 되는 때다. 그 푸른 기운에 비춰 가만히 들여다보니 보이는 것은 그토록 염원했던 '네'가 아니라 결국 '나'였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10)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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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는 것'

막연함이 아니라 확신이다. 든든한 믿음이 있기에 느긋함을 포함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먼 길 돌아오게 되더라도 꼭 온다는 믿음으로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한다. 이때의 기다림은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기쁨의 다짐이다.

이 확고한 믿음 없이 상사화는 어찌 그 긴 시간을 견디며 매미는 땅속의 시간에도 내일을 꿈꾸고 민들레는 갓털은 어찌 바람에 그 운명을 맞기겠는가?

이러한 믿음은 의지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심장 박동이 가르쳐준 본래의 마음자리에 근거한다. 머리의 해석보다 더 근본자리인 가슴의 울림으로부터 출발한다.

금강초롱, 긴 시간을 기다렸고 먼길을 달려와 첫눈맞춤을 한다. 짧은 눈맞춤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를 아우르는 시간이다.

미소는 어제나 내일이 아닌 오늘의 몫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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