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하면서도 차분하게 비님이 오신다. 옅은 구름은 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내듯 스멀거리며 산을 내려온다. 곱게 내리는 비가 다독이는 세상은 침묵으로 그 마음을 품는다.

물이 품은 세상은 거꾸로이나 바라보는 이의 눈도 같으니 담긴 세상 또한 다르지 않다. 반영反映이다. 영향을 미쳐 드러남을 뜻하니 내 안의 무엇이 물그림자 곁을 서성이게 하는걸까. 

비 와서 참으로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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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바람이 분다. 볕은 따갑지만 어디든 그늘에 들면 그 바람이 전해주는 시원함이 좋다.


생각의 한 쪽은 꽃에 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지만 좀처럼 화분은 들이지 않는다. 지난 봄 빈손으로 집들이 초대에 갈수는 없기에 꽃이라도 한다발 사려고 들어갔던 꽃집에서 후리지아를 고르고 포장하는 사이에 눈에 들어서 선듯 구입한 식물이다. 마루 한켠에 두고 봐도 좋을듯 싶어 안하던 짓을 했다.


다른 두 식물이 야자열매를 사이에 두고 각기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위로 오르는 것과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며 한공간에 의지해 잘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이름도 잊었지만 그냥 지나치기 일쑤지만 문득 멈춰서서 눈맞춤 하는 순간이 좋다. 순하고 느긋하게 뜰을 내다볼 수 있는 여유로움을 전해주니 눈길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생각할수록 참 잘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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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나리'
누군가 먼저 보고나서 소식을 올리면 나도 언젠가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누구와 함께든 그곳이 어디든 어떤 상황에서 본다는 것을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한 믿음이지만 여태 그렇게 되어왔다.


슬글슬금 땅나리 이야기가 들리면서 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제주도 꽃친구들과 나들이에서 첫눈맞춤을 했다. 오롯이 혼자 볼 때와는 분명 다른 맛이다. 조금씩 다른 시선과 감정으로 한 대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이 있어 훨씬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어딘지 모른 바닷가 까만 돌 위에 노란빛이 섞인 붉은색의 꽃이 우뚝섰다. 땅과 바다의 경계에 서서 모두를 아우르는 듯하다. 작은 키가 당당함을 전하는 비법인양 오히려 의젓하게 보인다.


특별한 이들과 바다 건너 먼 길 나선 꽃놀이를 환영하는 징표로 삼을만 하다. 첫만남의 순간이 유독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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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
짙은 녹음으로 물든 숲이 한순간 환해지는가 싶더니 여기저기 나비가 날아간다. 바람결따라 나풀거리던 나비는 어느사이 꽃과 하나되어 다시 꽃으로 핀다. 그 꽃을 보기 위함이 초여름 숲을 찾는 이유다.


혼자 피어도 그 고고한 기품은 살아있고 무리지어 피어도 그 가치를 나누지 않고 더해간다. 꽃무리 속에 서면 나도 한마리 나비가 되는듯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산골짜기나 돌무더기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낙엽지는 작은키나무다. 수국을 닮았는데 산에 난다고 산수국이다. 꽃이 좋아 묘목을 들여와 뜰에서 키운지 몇해 만에 첫꽃을 피웠다.


무성화 주변에 양성화가 달리는 탐라산수국, 꽃받침에 톱니가 있는 꽃산수국, 잎이 특히 두꺼운 떡잎산수국 등이 있다는데 딱히 구분이 필요할까 싶다.


산수국은 헛꽃을 뒤집어 수정이 끝났다는것을 알려주는 신기한 녀석이다. 인동덩굴이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거나 찔레꽃의 꽃술의 색이 변하는 것과 같다.


토양의 상태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것과, 헛꽃이 진짜 꽃보다 화려하여 매개체를 유혹하는 것으로부터 연유한 것인지 '변하기 쉬운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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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말이 좋아서
-김준태, 김영사

"무채색 단조를 벗고 살갗을 트며 꽃을 피우는 봄,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잎사귀로 하늘을 채우는 여름, 단풍으로 이별을 알리고 열매로 미래를 여는 가을, 배려와 존중으로 가지를 뻗어 숲을 사랑장으로 만드는 겨울까지."

오늘도 나는 숲으로 갑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지만
순전히 제목에 혹해서 손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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