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란
몇년 전 가던 차를 급히 멈추게 하면서 말로안 듣던 꽃을 보았었다. 올해는 그 꽃을 철지난 거문돌 바닷가에서 차분하게 눈맞춤 한다. 모양만 보던 지난번과는 달리 향기까지 느낄 여유가 생긴 탓이리라.
순하다. 가느다란 꽃잎의 색감이 주는 순박함에 향기까가도 순하고 깊게 퍼진다. 길쭉한 잎에 그 잎을 닮아 가느다란 꽃잎이 서로 어울려 전체 모양을 이룬다. 녹색의 잎과 하얀색의 꽃잎이 서로를 빛나게 하며 우산을 펼치듯 핀 꽃이 우뚝 솟아 멀리까지 향기를 전하고 있다.
제주도 그것도 토끼섬이 자생지로 천연기념물 19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고 한다. 이 꽃 문주란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궁금한 이유는 순전히 가수 문주란 때문일 것이다.
"집어 던져도 싹이 난다는 문주란처럼
술 주사 남편이 마당으로 집어던져
온 몸에 문주란 이파리 같은 멍 자국
쑥쑥 자라나도
우등상장 받아오는 아들 학이가
학처럼 날아오르는 날 있을 거라며
재봉틀 굴리던 학이 엄마"
*서대선의 시 '문주란 꽃 피다'의 일부다. 학 같은 꽃에 그윽한 향기로 한 때를 무심히 건널 수 있기를 학이 엄마의 마음에 기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