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올까.
겨울날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기대하는 것은 눈이다. 눈이 흔했던 곳인데 올 겨울들어 한번도 내리지 않은 눈으로 참 밋밋한 겨울이다.

옷깃을 열만한 따스한 볕도 없고 찬바람 쌩하게 부는 매서운 겨울날씨도 아니라서 맹한 기운이 도는 시간을 건너고 있다.

냉기만을 품었을 것 같은 바위에 기대어 살지만 늘 푸르름을 잃지 않는 생명의 힘을 본다. 바위의 힘이 지구 속 마그마가 근원이라면 지상의 시간을 건너는 동안 자신의 품에 생명을 품는 것을 이해 못할바도 아니다.

돌에서도 온기를 얻듯이 겨울은 이처럼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꿈을 향한 온기로 가득한 시간을 건너고 있다.

당신의 웅크린 가슴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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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것은 햇빛 때문만은 아니다.

때를 알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줄 아는 계절이 함께 있기에 더 빛나는 순간을 맞이한다.

사람사는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기에

내가 빛나기 위해서는 내 안에 다른 이들이 들어올 틈을 내어주고

더불어 빛나고자 하는 마음의 넉넉함이 있어야 한다.

너와 내가 더불어 빛날 수 있는 전재 조건이다.

볕이 좋은 겨울날,

그 무엇도 홀로 빛나는 것이 없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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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25-12-20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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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국
같은 이름의 꽃인데 환경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그 차이가 주는 느낌을 담고자 늘 멀고 가까운 길을 나서서 꽃놀이를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해국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도의 검은돌 바닷가에서 보는 것과 동해의 울진 바닷가는 분명하게 다르게 다가온다. 대상에 집중하게 되는 것과 어우러짐을 주목하는 것의 차이랄까?

바닷가 바위에서 짠 바람에 맞서며 꽃을 피운다. 바닷바람 때문에 키가 크지 못하고 낮게 엎드려 살지만 당당하게 피운 꽃이라서 더 주목받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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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딱취
매화 피어 봄을 알리듯이 계절의 흐름을 알게하는 식물들이 많다. 이른 봄부터 꽃을 찾아 산과 들로 꽃놀이하던 꽃쟁이들이 한해 꽃놀이의 마지막이나 마찬가지인 발걸음을 부르는 꽃이 있다. 이 꽃 피는 것을 신호로 긴 휴면의 시간을 갖게 된다고들 한다.

여리디여린 줄기를 쑤욱 올려서 그 끝에 하얀색의 꽃을 피운다. 세개의 꽃잎이 모여 피어 하나의 꽃으로 보인다. 작아서 지나치기 쉽지만 주의를 기울이면 눈에 잘 보인다. 붉은 색을 띤 세개의 수꽃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좀'이라는 의미는 '작다'에 있을 것으로 '취'는 나물로 쓰였다는 것을 이해한다. 줄기 아랫쪽에 돌려나는 여러장의 자잘한 잎이 있다. 좀딱취는 화피가 벌어지지 않고 꽃봉오리인 채로 자가수분과 자가수정에 의해 결실하는 폐쇄화가 많아 여러 개체들이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 한다.

발길 닿는 곳에 소풍가듯 한가롭게 걷다 만나는 꽃이 정답다. 여리면서도 강인한 인상으로 다가온 좀딱취의 꽃말은 '세심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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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유
발길이 닿는 숲 언저리에 자주빛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가을이 무르 익어간다는 신호로 받아 들인다. 까실한 가을 볕을 한껏 품고 속내를 드러내는 빛이 곱기만 하다. 한가로운 산길에 느린 발걸음을 더 더디게 하는 꽃이다.

분홍빛이 나는 자주색의 신비로움에 감미로운 향기까지 놓치기 아까운 가을 꽃이다. 꽃이 줄기의 한쪽 방향으로만 빽빽하게 뭉쳐서 핀 독특한 모양이다. 무리지어 혹은 혼자 피어 귀한 가을볕을 한껏 받고 빛나는 모습이 곱기도 하다.

꽃향유는 향유보다 꽃이 훨씬 더 짙은 색을 띠어서 꽃향유라고 부른다고 한다. 향유와 비슷한 꽃으로는 백색의 꽃이 피는 흰향유가 있고, 꽃이 크고 훨씬 붉은 꽃향유, 잎이 선형인 가는잎향유, 꽃차례가 짧으며 잎 뒷면에 선점이 있는 좀향유 등이 있다. 구분이 쉽지 않다.

붉은향유라고도 하는 꽃향유에는 여물어가는 가을 숲의 성숙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곱게 나이든 여인네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조숙', '성숙'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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