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앞에서도

제 모습

생긴 대로,

나는야

옆으로 걷는다"'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이후)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

조선 18세기 말~19세기 초, 종이에 수묵담채, 간송미술관

 

옛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그 속에 담고 있는 상징을 읽는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다. 두 마리의 게가 갈대를 붙잡고 있다. 게와 갈대 무슨 사연이 있어 그림에 같이 등장하는 것일까? 그것도 두 마리의 게와 함께 말이다. '게가 갈대꽃을 탐하는 그림 즉 해탐노화도'는 과거시험을 앞둔 사람에게 그려주는 그림이다.

 

오주석의 설명에 의하면 갈대 로()의 옛 중국 발음은 나귀 려()와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나귀 려는 원래 임금이 과거급제자에게 나누어주는 고기 음식을 뜻하는 것이란다. 그 뜻이 발전되어 전려(傳驢) 또는 여전(驢傳)이라고 하면 궁중에서 과거급제자를 호명해서 들어오게 하는 일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게 두 마리가 갈대꽃을 물은 것은 소과(小科)와 대과(大科)에 모두 합격하라는 뜻이요 꼭 붙들고 있는 것은 붙어도 확실하게 붙으라는 의미다.

그뿐이랴? 게는 등에 딱딱한 껍질을 이고 사는 갑각류이니 그 딱지는 한자로 갑이 된다. 즉 게의 껍질인 갑은 천간(千干)인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중의 첫 번째이니 바로 장원급제를 의미하는 것이다.”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김홍도는 한발 더 나아간다.

 

해룡왕처야횡행(海龍王處也橫行)”

"바다 속 용왕님 계신 곳에서도 나는야 옆으로 걷는다!"

 

화제를 그럴듯하게 써놓았다. 과거에 붙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붙은 다음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왕 앞에서 쭈뼛거리지 말고, 천성을 어그러뜨리지 말고, 되지 않게 앞뒤로 버정거리며 이상하게 걸을 것이 아니라, 제 모습 생긴 대로 옆으로 모름지기 옆으로 삐딱하게 걸을 것이다"라는 의미다. 횡행개사(橫行介士)는 게의 별칭인데 게는 말 그대로 옆으로 횡행한다는 말이고 개사는 강개(慷慨)한 선비란 뜻이다.

 

요즘 정치현실에 딱 맞는 정문일침(頂門一針)이다. 그렇다면 요사이 정치인들은 어떨까? 권력이 무엇이기에 예나 지금이나 그 권력 앞에서는 사람의 목숨도 아랑곳하지 않은 것일까? 출사표를 던질 때의 마음은 어디가고 자신의 목소리도 없다. 대의도 명분도 없이 오직 자신이 속한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벌이는 비굴한 모습도 부끄러운지도 모른다. 옛사람들의 출사 하는 마음가짐을 배워야하지 않을까?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책 속의 그림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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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17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진~ 기행이군요.오늘은..!^^
시제는 니 맘 잘 닦아라..(너무 건너 뛰나요? 아니죠?!^^)
오늘은 경제.정치. 두루 두루..아..예술까지..

무진無盡 2015-01-18 22:06   좋아요 0 | URL
누구든 삶은 다 예술입니다~ㅎ

나비종 2015-01-18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 그림은. . `시`와 같은 것이군요.
설명이 갑입니다.^^

무진無盡 2015-01-18 22:06   좋아요 0 | URL
옛그림만 그러겠어요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모든 것이 다 시 아니던가요? ^^

[그장소] 2015-01-19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음....삶은....계란.
삶은....걸레....
무진 님 눈이 예쁘군요..^^

이 넘의 더러운 세상..에잇! 아름다워!!

이런건 아니고요!
ㅎㅎㅎ
농 인거 아시죠?

무진無盡 2015-01-19 15:18   좋아요 0 | URL
그렇게라도 애쓰지 않으면 더 힘들잖아요 ^^

[그장소] 2015-01-1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무진? 애쓴다...할때..그..무진!!^^

무진無盡 2015-01-19 15:23   좋아요 0 | URL
없을무, 다할진ᆢ이면 어떻게 해석되나요? ^^
 
서재에 살다 - 조선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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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학문과 아취를 상징하는 특별한 장소

삶의 근거지를 대도시에서 한적한 시골마을로 옮기며 가장 신중하게 생각했던 것이 나만의 서재를 만드는 것이었다. 조그마한 한옥의 구조에서는 내가 가진 책을 어떻게 정리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책을 정리할 겸 서재를 마련하기로 했다. 마당 한 켠에 직사각형의 구조물을 만들고 세 벽은 책을 둘 수 있는 공간으로 나머지 한 면은 밖이 훤히 내다보이게 유리창으로 만들었다. 아직 이름도 얻지 못한 서재이지만 한쪽에 책상하나 두고 나머지는 비워둔 열린 공간이다. 서재 주인의 허락도 없이 햇볕도 달빛도 자유롭게 드나들지만 나만의 꿈을 꾸고 실현해갈 터전으로 삼고 있기에 만족스런 공간이다.

 

이런 서재를 만들고자 했던 직접적인 이유는 옛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그들이 서재라는 공간에서 학문과 지향하는 바를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알아가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조선 후기 백탑파로 일컬어지던 무리들의 사람 사귐의 중심이 바로 그들의 서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을 보았기에 서재 갖기를 더 간절하게 바랐는지도 모른다. 서재에 대한 꿈을 꾸게 만들었던 조선후기 선비들의 서재에 얽힌 이야기를 모아 서재와 서재 주인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 놓은 책이 있다.

 

박철상의 서재에 살다가 그 책이다. 저자 박상철이 주목하는 조선후기는 북학의 시대로 소중화 사상에 물들어 있던 사상적 경향성이 청나라와 청나라를 통해 유입되는 서양 사상과 과학기술 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조선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시기였다. 더불어 이러한 사상적 변화는 선비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재를 중심으로 선비들 간의 교류를 통해 취미와 풍류, 그리고 우정을 나눴던 모습이 그것이다.

 

홍재 정조(이성), 담헌 홍대용, 연암산방 박지원, 팔분당 이덕무, 사서루 유득공, 정유각 박제가, 여유당 정약용, 소재 신위, 일속산방 황상, 백이연전전려 조희룡, 완당 김정희ᆢ. 등 저자 박철상이 조선 후기를 살았던 쟁쟁한 학자이지 선비였고 문화예술인이었던 24인을 서재를 중심으로 그들의 학문, 삶 등을 살펴본다.

 

조선후기 지식인의 서재를 탐방하며 첫머리에 정조 왕을 살피는 의미가 제법 크게 다가온다. 저자가 주목하는 조선 후기에서 북학과 정조 왕을 빼두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 동의한다. 규장각을 중심으로 한 호학군주 정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이 참으로 많으며 조선 후기를 대표한다라고 할 만한 선비들 중 정조 왕의 후원이 있었기에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여, 그 첫머리에 정조 왕의 서재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그의 집은 세상에서 제일 작은 좁쌀만했지만, 그의 서재에는 온 세상이 들어 있었다황상의 일속산방에 대한 이야기다. 이처럼 북학과 연행의 시대였던 19세기를 살았던 선비들의 학문과 일상의 중심이 되는 "서재는 학문과 아취를 상징하는 특별한 장소였다." 조선시대 지식인은 서재의 이름을 호로 삼아 그 안에 평생을 기억하고자 했던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담은 공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했던 지식인의 주된 활동 무대이기도 했다.

 

서재 이름의 의미와 그 서재 주인의 이야기가 중심인 이야기지만 조선 후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비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조선후기를 이해하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특히 홍대용, 박제가, 김정희로 이어지는 청나라 지식인 옹방강과 완원의 교류가 당시 조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피는 것도 이 시기를 이해하는 한 축으로 작용한다.

 

시대가 변해 이제 서재 문화는 사라졌다. 하지만, 조선 후기를 살았던 지식인들에게 서재가 갖는 의미가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에게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질없는 바람일까? 변화의 시대를 살아간 지식인으로서 그들의 삶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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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가난한 시인의 서재 조수삼 이이엄 편에서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조수삼의 이이엄에서 장혼의 이이엄으로 넘어가 조수삼은 사라지고 장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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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1-16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면이 바다인 우리 나라에서 삼면이 지혜의 바다인 곳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 언젠가는 저도 그런 서재를 가질 수 있을까 꿈꿔봅니다.(음. . 얼마 전 알라딘 중고 매장에 몇 십 권. . 괜히 팔아치웠나?^^;)
서재 이름은 지으셨나요? 빛이 드나들고(설마 비는 안드나들겠죠?ㅋ), 유리창을 열면 바람도 드나드나요? 가끔 조용히 별빛도 스미겠지요?^^

무진無盡 2015-01-16 23:47   좋아요 0 | URL
덕분에ᆢ알라딘 중고 매장에서 가끔 책 구입하곤 합니다.
아직도 이름 짓지 못하는 것은 뜻이 확고하지 않거나 욕심이 과하거나 일거에요 ㅠ
새소리, 달빛, 간혹 잠자리도 들어옵니다. 그러나 아직 부르고 싶은 이 청하지 못했습니다

나비종 2015-01-16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 .진!지. . 하셔서. . ㅎㅎ
(하아~ 이런 비루한 개그를ㅡㅡ;)
천천히 자연과 벗하며 지내시다보면 그 빛깔에 맞는 이름이 떠오르시겠죠^^ (춘수 오빠의 꽃이냐며ㅎㅎ^^;)

무진無盡 2015-01-17 00:01   좋아요 0 | URL
허~~
그렇지요 제가 ^^
안개비가 눈으로 바뀌어 오시는 풍경이 좋은밤입니다
달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고 있습니다 ㅎ

나비종 2015-01-17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라다보는 곳은 온통 아파트 불빛 뿐ㅡㅡ;
리치 오빠의 `헬로~` 들으면서 상상하니, 맘이 화해지는 느낌입니다. 안개비가 눈으로 바뀌어 오시는 풍경이 좋은 밤이라니. . ^^

무진無盡 2015-01-17 00:14   좋아요 1 | URL
얼마전까진 저도 아파트 불빛 속에서 살았지요. 이곳에서 세번째 겨울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산과 들에서 만나는 벗들이 있어 더 좋은 곳입니다.
종종ᆢ혼자 놀기의 진수를 전해드리리다 ^^

해피북 2015-01-17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젤 좋아하는 백탑파들이 있다니 당장 읽어보고 싶네요 정민교수님 책으로만 읽다가 다른분의 혜안을 들어보려니 기대도 되구요 ㅎㅎ

무진無盡 2015-01-17 21:23   좋아요 0 | URL
조선후기를 주름잡았던 선비들의 이야기를 한 곳에 모았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간송미술 36 : 회화 - 우리 문화와 역사를 담은 옛 그림의 아름다움
백인산 지음 / 컬처그라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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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으로 나온 간송미술관(회화)

우리 옛 그림에 관심을 갖고 책과 도판을 찾아가며 혼자 공부하는 동안 많은 저자를 접했다. 그림 읽어주는 저자들이 주목하는 기준에 따라 해설에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 속에 공통된 마음은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사랑이다. 이는 문화재는 홀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과도 맥을 같이 한다. 문화재를 비롯한 유물이 만들어졌던 것도 그 유물이 세월을 이겨내며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여, 문화유물은 우리들로 하여금 망각의 늪으로부터 기억을 소생시켜 우리가 누구인지 깨워주는 매개체이기도하다.

 

그런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유물을 모으고 보관하며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나 연구기관이 중심이 되긴 하지만 개중에는 순수하게 개인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은 곳도 있다. 간송 전형필 선생님의 유지를 받들어 그 뜻을 잘 이어가고 있는 간송미술관이 그런 곳이다.

 

1938년 보화각으로 출발한 간송미술관에는 훈민정음’, ‘청자상감운학문매병’, ‘혜원전신첩등 국보 12, 보물 10점을 비롯하여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 등 전통시대 서화 명가들의 걸작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소장된 유물들은 매년 두 차례 전시회를 통해 일반인들과 만날 수 있지만 작품을 직접 대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해마다 각종 언론에서 간송미술관 전시회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아쉬움이 많다.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간송미술관의 전시회를 보러간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하여, 한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의 애환이 있기 마련이다. 그 애환을 이렇게나마 달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우선 반갑기만 하다.

 

간송미술 36 회화는 바로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조선 회화 36점을 연구실장 백인선의 해설로 만난다. 신사임당, 이정, 조속, 김명국, 이명욱, 윤두서, 정선, 변상벽, 조영석, 심사정, 이광사, 강세황, 김후신, 김홍도, 김득신, 신윤복, 김정희, 조희룡, 장승업, 민영익 등 조선시대의 문화와 예술,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이야기하기에 가장 적합한 36점의 옛 그림을 통해 그림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림을 해설하는 백인선 연구실장의 시각에 많은 공감을 가지게 된다. 그 중 추사 김정희에 대한 시각에 주목한다. 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의 위상에 눌려 간과하거나 추종하는 경향성이 없지 않은데 저자 백인선은 추사의 사상적 경향성의 한계를 지적하며 균형잡힌 시각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새롭게 대두되던 북학이라는 흐름에서 조선의 정체성을 찾기에는 부족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백인선 연구실장은 먼저 그림과 일대일로 만나 각자 느끼고 충분히 감상한 후에, 그림을 더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이 책을 읽어 달라고 말한다. 독자가 그림과 가까워져서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게 되었을 때, 왜곡된 정보를 습득함으로써 생기는 오해와 선입견을 막고 바른 길로 안내해 주기 위한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다소 학문적 용어와 딱딱한 해설로 그림과 동질감을 느끼는 하는 것 보다는 바라보는 그림으로 대상화하는 경향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한 시대의 예술 작품은 그 사회의 역량과 수준을 보여 주는 가장 정확한 지표가 된다. 예술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은 물론 거기에 담겨 있는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기에 이를 소중히 대하는 마음은 민족의 삶과 정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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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1-14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 작품이 시대를 반영한다는 생각은 당연히 했으면서도 왜 미술 작품은 막연하게 개인적인 것이라 여겼을까요?
김홍도의 `씨름도`를 보면 당시 사회의 모습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있는데 말이죠. 여기에 등장 인물들의 표정이나 시선으로 화가 자신의 시각도 읽을 수 있는 것이구요.
동양화란 참 매력적인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섬세한 선을 볼 수도, 미묘한 색채나 여백을, 전체적으로 담긴 이야기를 볼 수도 있게 하니. . ˝너에게 감상의 자유를 허하노라~˝. . 감상자의 숨통을 트여주는 느낌이랄까요?ㅎㅎ

해피북 2015-01-14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간송미술관에서 진행중인 문화전에가보려구 이 책을 구입해뒀어요 첫부분만 살짝 봤지만 신사임당의 오해 에대한 부분이 참 인상적이라 구입했는데 그런부분에 대한 해석들이 이책의 매력인거 같더라구요 저두 어서 읽어보고 싶어요^^

무진無盡 2015-01-1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쿠폰 노리고 구입했는데ᆢ쿠폰은 당첨되지 않았답니다 ㅠ^^

해피북 2015-01-14 16:46   좋아요 1 | URL
아....그러니까 무슨 쿠폰 이벤트가 있었나봐요 저는 매장에서 바로사와서 몰랐는데 우허엉 ㅎ그런데 요즘 부쩍 책 구매와 이벤트가 많이 연관된거 같아요 담요부터 시작해서 말이죠 ㅎ
 

솔 향기 사이로

무엇보다

미쁘고

정다운

벗들의 음성

 

 

고송유수관도인(古松流水館道人) 이인문(李寅文), 송계한담도(松溪閑談圖)

조선 19세기 초반, 종이에 수묵담채, 국립중앙박물관

 

우거진 소나무 성근 가지 사이로 부는 솔바람,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의 어울림만으로도 넉넉한 자연을 품에 안았다. 마주보는 절벽 사이로 설비치는 절집으로 이곳이 속세를 한참 벗어난 공간임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 풍경 속 백미는 보일 듯 말 듯 소나무에 가리기도 한 세 사람이다. 차라도 한잔 나눈다면 더 없이 좋은 시간일 것이다.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사람도 있는 걸 보면 그들은 심각한 이야기보다는 세상사와는 관계없는 이른바 정담을 나누고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풍류를 즐겼던 옛 사람들은 여름날 소나무가 우거진 계곡에서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는 것을 동경하였다. 옛 사람들의 여유로움을 엿볼 수 있는 이런 그림을 송계한담도(松溪閑談圖)라 한다.

 

벗들이 소나무 숲에 앉아 한가롭게 여담을 즐기는 모습을 그린 송계한담도(松溪閑談圖)는 이인문(李寅文)의 노년작이다. 언제 그렸다는 글씨도 없고 심지어 작가 이름을 적은 관지조차 없지만 이렇듯 칼칼하게 자연의 정수만을 뽑아 그려 낸 화가는 그가 분명하다.” 무엇보다 미쁘고 정다운 소리는 바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펼치는 사랑하는 벗들의 음성이다. '논어'"익자삼우 益者三友"라 하였다. "정직한 사람, 성실한 사람. 박학다식한 사람을 벗하라"는 말이다. 오주석의 설명이다.

 

백아절현(伯牙絶弦) 의 지음이 담고 있는 의미를 생각하며 벗을 찾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그렇게 벗을 찾지만 정작 벗과 마음 나누며 아취를 누리고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사람 사귐의 도리를 생각하지 못하는 세태를 탓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하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까? 송계한담도(松溪閑談圖)의 벗들의 모습을 지금 우리들 속에서 찾는건 무리일까?

 

이인문(李寅文, 1745~1824년 이후)의 호는 고송유수관도인이며 화원으로 첨사를 지냈다. 김홍도와 동갑내기 절친한 친구이자 그와 함께 당대에 쌍벽을 이룬 화가로 꼽힌다. 산수를 비롯하여 도석인물, 영모 등 다방면에 걸쳐 수준 높은 그림을 그렸다. 특히 고송유수관도인이란 그의 호에 걸맞게 오래된 소나무와 시원한 물줄기를 그린 명품을 많이 남겼다. 이인문의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작품은 길이 8미터가 넘는 대작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책 속의 그림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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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1-13 0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솔잎차를 마셔본 적이 있어요. . 벗이란 그런 걸까요? 너무 진하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입 안에 향기롭게 머무는. .

무진無盡 2015-01-14 21:39   좋아요 0 | URL
자극적이지 않지만 그 만의 독특한 향과 맛이 있기에..
 
은하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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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을 벗어나 주체적 삶을 찾아가는 여성

전환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문화의 충돌은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하는 필수 과정과도 같다. 이전 시대의 특성은 아직 남아 시대를 지배하고 있지만 새롭게 등장한 흐름 앞에서 흔들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전환기의 특징은 일제 강점기나 해방 전후, 386으로 대표되는 시대 등과 같은 사회적 격변기와도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보여 진다. 이런 사회의 특징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의 가치관의 혼란이 우선적으로 주목받게 된다. 문학작품에서는 바로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적 갈등이나 삶의 태도 등에 주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사후 묻혀져 있던 작품들이 발굴되어 새롭게 독자들과 만나는 기회가 있어 반갑다. 2013표류도, 파시2014은하와 같은 작품들이 그것이다. 미발표 작품이나 발표되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들을 새롭게 단장하여 독자와 작가를 이어주는 출판사의 노력이 귀하여 여겨진다. 1950년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의 가치관의 변화를 담고 있는 은하1960년 대구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이다.

 

은하는 대학생이라는 신분이면 사회적으로 상당한 대우를 받았던 시대를 살아가는 여대생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기존 세대의 가치관과 새롭게 대두되는 가치관이 혼재된 시대를 그려내고 있다. ‘기성관념의 소산과 위선에서 벗어나 주체적 가치관을 지닌 현대적 여성의 삶을 제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유학 간 애인으로부터 소식이 끊기고 친한 친구는 탈영한 애인을 하숙집에 숨겨주며 불안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런 어느 날 애인의 친구라는 사람이 찾아와 그 애인은 유학하는 동안 만난 여자와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방황하면서 시골 아버지에게서 내려오라는 편지를 받고 시골로 내려간다. 집안을 살리기 위해 재취 자리이지만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자신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결혼하고 남편과 아버지 그리고 계모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한축으로 살아가지만 현실로부터 벗어나지도 못한다. 그러다 남편과 계모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고 난 후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와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여전히 과거로부터 발목이 잡힌 상태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에게 애인의 결혼소식을 전해준 남자와 새로운 삶의 희망을 꿈꾸게 되면서 막을 내린다.

 

소설의 제목인 은하는 사람의 수와 같이 많은 별이 무수히 흘러간다는 낭만적인 대화체로 통속적인 연애 소설로 여겨진다. 개인의 운명과 시대적 관습에 얽매여 자신의 주체적 삶을 포기해버렸던 은희가 자신의 감정을 은폐하던 위선으로부터 벗어나 주체적 삶을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1960년대 시대적 격변기에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낭만적 고뇌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여겨지지만 시대적 상황이나 정치적 환경의 변화 등으로부터 시각을 벗어난 작품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삶에 치중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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