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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사랑한 여행
한은형 외 10인 지음 / 열림원 / 2015년 11월
평점 :
작가를 여행한다
인위적으로 구분하는 시간 단위가 새로운 단위로 바뀌는 시기다. 정리하고 되돌아보고 새롭게 마음 다짐을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럴 때 욕심이 생긴다.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보고 싶은 마음이 그것이다. '여행'멀리 그것도 외국이라면 더 좋겠지만 마음이 그 마음이 머물렀던 시간과 공간에서 벗어나는 기회라면 공간과 방식에 구애됨 없이도 좋을 것이다.
현실에 묶인 일상인으로 꿈을 실현할 방법이 없진 않다. 대리만족이 그것이다. 열 명의 작가가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외국으로ᆢ "바보 같은 나의 꿈, 흔들림, 파동ᆢ. 어차피 우리는 했던 일보다 하지 않은 일 때문에 후회하게 된다. 그러니 부디 모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고 말한다. 그들은 그들의 여행에서 그들의 말을 했다. 독자는 독자의 이야기로 읽으면 되리라.
“한은형, 조경란, 이신조, 박후기, 백영옥, 황희연, 김경주, 심윤경, 김민정, 함정임” 각양각색의 국내 작가 열 명의 여행기를 모았다. 소설가, 시인, 칼럼니스트 들이 특정한 이유로 해외 여행길에 나섰다.일본 홋카이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 이탈리아, 일본 교토, 러시아, 리투아니아, 미국, 스페인,페루 등 세계 구석구석 방방곡곡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녀온 기록이다.
“제가 상상하는 북극은 뾰족하지만 부드러운 나무가 있고, 고립되어 있으나 고독하지 않고, 연인의 키만큼이나 눈이 쌓이나 춥지 않은 곳. 형용모순의 세계입니다. 당신을 만나기 전의 일입니다.”*겨울에 당신과 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 한은형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현실을 찾아나서는 것 그것만이 여행의 전부"라는 카피에 전적으로 공감은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열 명의 작가 모두를 공감하지는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각기 다른 시각으로 여행을 바라보며 누리는 것에는 그 각각의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알기에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새로운 경험으로 여행을 시도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여행에 열광하고 탐닉하면서도, 혹시 우리는 다들 여행의 정의를 영행 전문 작가나 파워블로거의 여행을 확인하는 소극적 행위로 좁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어수용의 글이다. 몹시 공감가는 마음이다. 요사이 여행을 떠올리면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여정을 따라 그들이 보고 느꼈던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여행을 삼는 것이 못내 아쉬운 시대를 사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여기에서 만나는 여행기들은 각기 자신만의 언어로 문학의 작가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작가들의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게 한다. 소설이나 시를 통해 알았던 작가와는 다른 맛의 글을 통해 거리감을 좁히거나 이해를 더하기도 한다. 작가들이 다녀온 여행기를 통해 독자들은 작가들을 여행한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