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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모든 꽃은 활짝 피어 제 사명을 다하려고 애를 쓴다. 그저 보는 맛에 저 혼자 좋아하는 사람에겐 어떤 꽃은 다 피지 않아서 주목받을 때가 제법 많다.

봄 볕이 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며 늘상 눈여겨 보는 것이 이 나무의 개화 정도다. 갑옷 같은 껍질에 쌓여 속내를 보여주기 전부터 눈에 아른거리는 색감으로 마음은 이미 봄맞이 길을 성큼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으로 어떻게 이 샛노오란 색을 표현할 수 있을지 난감할 뿐이라서 고이 마음 속에 담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떠올려 보게 된다. 자연이 주는 강렬하지만 거부감 없는 느낌을 온전히 담아둔다. 이 경이로움은 여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다. 늦가을부터 한겨울까지 붉디붉은 색의 열매 또한 색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리산 상위마을, 경북 의성 사곡마을, 경기 이천 백사마을 등으로 만개한 산수유 꽃그늘 아래서의 나들이를 즐기러 많은 사람들이 발품을 팔지만 내게 산수유는 봄을 부르는 색으로 만난다.

땅바닥을 헤매는 사이에 나보란듯이 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지속', '불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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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닥나무
어떻게 이리도 따뜻한 색을 품고 있을까? 노오란 색이 마치 병아리를 품은 그 봄볕을 닮았다. 봄의 기운을 물씬 풍기며 사람 가까이 산다.

늘 꽃을 보면서 놀라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색이 주는 느낌에 온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꽃을 만나면 한동안 주위를 서성이게 된다. 강렬한 원색이지만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마음을 이끌어 다독여 주는 것은 인위적인 색으로는 범접할 수도 없는 자연의 색이 주는 매력이다.

한겨울 잎도 없이 제법 큰 꽃봉우리를 내밀어 놓고도 한동안 멈춘듯 가만히 있다. 수없이 많은 꽃 하나하나가 모여 봉우리를 만들어 큰 꽃처럼 보이지만 진짜 꽃은 아주 작아 앙증맞기까지 하다. 노오란 꽃과 눈맞춤하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삼지닥나무라는 이름은 가지가 셋으로 갈라지는 삼지三枝 모양에 닥나무처럼 쓰인다고 하여 그렇게 부른다. 종이를 만드는 원자재로서 널리 알려진 닥나무보다 더 고급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이는 귀한 나무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노오란 꽃봉우리가 열리면서 마치 사람들의 마음에 봄을 맞이하듯 '당신을 맞이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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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화
어느해 이른 봄, 지리산 자락을 지나다 높은 담장 아래로 늘어뜨려진 노오란 봄을 보았다. 언젠가는 나도 그 모습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담장 밑에 나무를 심고 기다리기를 몇해 드디어 담장을 넘어온 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뜻에서 영춘화라고 한다. 노랑색으로 피어 개나리를 닮았지만 통꽃으로 꽃 모양이 갈래꽃인 개나리와 다르고 피는 시기도 빠르다.

울타리나 담장에 무리지어 늘어뜨려진 모습이 일품이다. 봄의 전령사 답게 밝고 따스함을 전해주기에 관상용으로 많이 기른다.

무성하게 자라 이른봄 골목을 환하게 밝혀 들고나는 모든 이들에게 봄을 안겨주었으면 싶다. 이른봄 영춘화로부터 목련과 한여름 능소화가 피고 가을엔 담쟁이덩굴의 단풍을 볼 수 있는 골목이 완성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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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간절함이 극에 달한 순간 뚝! 모가지를 떨구고도 못다한 마음이 땅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난다. 푸르디 푸른 잎 사이로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지만 붉은 속내를 숨기지도 않는다.

어찌 동백만 꽃이기야 하겠는냐마는 동백을 빼놓고 꽃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하여 꽁꽁 언 손 호호불며 그 서늘하기 그지없는 동백나무 품으로 파고 든다.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 춥디추운 겨울날 안으로만 움츠려드는 몸따라 마음도 얼어붙을 것을 염려해 동백은 붉게 피는 것이 아닐까.

서늘한 동백나무의 그늘을 서성이는 것은 그 누가 알든 모르든 동백의 그 붉음에 기대어 함께 붉어지고 싶은 까닭이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꽃말을 가졌다.

한해를 동백의 마음으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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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람꽃
유독 사람의 이목을 끄는 꽃이다. 긴 겨울이 끝나간다는 신호로 이해한다. 꽃도 사람도 봄을 맞이하려는 조급한 마음이 눈맞춤을 부른다.

화려한 외출이다. 본래부터 속내는 그렇다는듯 자신을 드러내는데 주저하거나 숨기는 일이 없다. 그 화려함이 주목 받기에 한몫한다.

꽃보다 사람이 많은 곳과 시간을 피하느라 너무 이르거나 조금 늦기 마련인 꽃놀이다. 그러다보니 피고지는 과정을 볼 기회가 더 있다. 꽃놀이에서는 그것으로도 충분함을 알게하는 꽃이다.

예년에 비해 한참이나 늦게 피었다. 그마저도 궂은 날씨에 본래의 화사함이 한풀 꺾인 모습으로 만났다. 그래도 넉넉한 마음으로 꽃과 함께 봄맞이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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