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읽는다.

온기를 품기에는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는지 홀로 빛나지만 그 품엔 서늘함이 깃들었다.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이 서로를 기댄 그림자 속에서 자연스럽게 베어나오는 그늘이니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정성껏 생을 살아온 시간의 마지막이 이처럼 홀로 빛나지만 자신을 키우고 지켜온 무리가 안고 사는 아우라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일생을 볕을 받아 제 일을 해왔다. 마지막까지 남아 볕에 의지한 잠깐의 시간이 생의 터전이다. 몸에 스민 냉기를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겨우 벗어나 환하게 빛난다. 그 빛으로 자신을 키워온 터전이 밝아진다.

제법 길어진 햇볕이 헐거워진 옷깃 사이로 스며든다. 바람도 잠시 잠들었고 볕이 품어온 온기가 납매의 향기를 닮은 미소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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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24-02-0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러지는 낙엽 하나에 이다지도 깊다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