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볕에 속고, 하루는 비에 속는다. 볕이든 비든 계절과는 상관없는 자연의 일이지만 이를 보고 듣는 이의 마음따라 천지 차이가 난다. 오늘은 된서리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 곡을 어찌 사람마다 다 들을 수 있겠어요?"

서로 마음이 닿아 있는 이가 듣기 좋아하는 노래라면 그를 위해 언제라도 반복해서 부를 수 있지만 아무에게라도 부를 수는 없다고 거절한다. 완곡하지만 강단 있는 마음가짐이라 무슨 말을 더할 수 있을까.

하늘이 볕과 비 그리고 서리의 음률로 하는 노래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무 가지마다 갖가지 모양의 꽃이 피었다. 각기 다른 음율로 노래가 웅장하다.

겨울 관현악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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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다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선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이다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반칠환의 시 '두근거려보니 알겠다'다. 대상과의 공감이 일으키는 기적이다. 공감은 사물을 바라보는 마음 속 울림으로 나를 깨운다. 두근거려보니 알겠더라.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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折梅逢驛使 절매봉역사
寄興?頭人 기흥농두인
江南無所有 강남무소유
聊贈一枝春 요증일지춘

매화 가지를 꺾다가 역부를 만나
농두의 그대에게 부칩니다
강남에는 가진 것이 없어서
그저 한 가지를 봄을 보냅니다

*전라감사 심상규(沈象奎, 1766~1838)가 한양에 있는 벗 예조판어 서용보(徐龍輔, 1757~1824)에게 보낸 편지에 있는 내용이다. 시는 
육개(陸凱)가 범엽(范曄)에게 보낸 것을 심상규가 차용했다. 그림은 김홍도의 매화 그림이다.


단원 김홍도가 말년에 제자 박유성이 있는 전주로 내려와 요양하던 때의 일이다. 심상규의 부탁으로 쥘부채에 매화가지 하나를 그리고 붉은 꽃을 얹었다. 이를 받은 심상규가 부채에 옮겨 쓴 시다.

피지 않아 매화나무 가지를 꺾어 보내지는 못하니 그림으로나마 대신하고 싶은 그 마음을 알듯도 하다.

섬진강 기슭에서 지리산 달빛 아래서 매실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벗과 함께 탐매探梅의 길을 나섰다. 섬진강 소학정 매화는 늦장을 부리지만 나선길 매향梅香을 따라간다.

걸음마다 매화향기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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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걸 모던보이의 근대공원 산책
-김해경 지음, 정은문고

특별했던 공원에 대한 기억이 여전하다. 사직단이 있어 이름 또한 사직공원으로 한때 동물원이 있던 곳이다. 구비구비 이어진 길가로 큰키의 참나무들이 즐비했다. 봄 초록으로부터 시작된 공원산책은 가을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에 머뭇거렸고 눈쌓인 길을 놀이터 삼은 아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도시를 떠난 이제는 마을 뒷산이 그를 대신한다.

'공원은 나이테가 없다'는 문장에 솔깃하며 근대공원, '해찰선생' 건국대학교 김해경 교수의 눈으로 본 공원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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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가듯 잦아드는 빗소리다. 안으로만 파고드는 마음과는 달리 시선은 어둠으로 깊은 밤하늘을 헤맨다. 아직 겨울을 맞이하지도 못했는데 이미 섬진강에 매화가 피었단다. 앞서 간 마음이 향기를 누리는데 늦은 몸이 서둘러 그곳에 설 날을 기다린다.

이 비 그치면 겨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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