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극

판에 박은 소리 Victor 춘향


2015. 5.23(토)~25(일) 오후 4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



양질의 국악콘텐츠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국악관련단체가 있다. 국악의 대중화와 그 지평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는 두손들어 환영한다. 가까운 곳에서 자주 찾고 즐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는 것 처럼 좋은 것이 있을까? 하지만,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난 국악관련단체가 모두가 대중들과 함께 국악이 가지는 멋과 맛을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퓨전이라는 장르가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질적 담보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서양음악의 대중성에 편승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자주 찾는 국악관현악단의 연주회의 안일한 연주에 실망을 거듭하던 차에 만난 국립민속국악원의 소리극 "판에 박은 소리 Victor 춘향"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공연이었다. 일차적으로 소리꾼들의 소리가 좋다. 정통 판소리의 멋과 맛을 제대로 전달해주는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춘향제 기념으로 판소리 춘향가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 기획도 볻보인다. 

1937년 일본의 레코드사에서 당대 판소리를 주름잡았던 소리꾼들이 모여 '판소리 춘향가'의 녹음 현장을 2015년 고스란히 복원시켜내면서 새롭게 접근하는 '판소리 춘향가' 의 매력 속으로 안내하고 있다. 암울했던 시대 백성들의 애환을 달래주었던 판소리가 여전히 그 맛과 멋으로 현대인들의 가슴으로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관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공연뿐 아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보여 반갑기만 하다. 공연의 시작과 끝나는 싯점을 잘 활용하는 관객을 향한 열린 마음이 좋다. sns의 적극적인 활용, 포토존으로 배우와 관객의 만남 등도 공연 이후 관객에 대한 배려로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국립민속국악원 페이스북 관리자에게 감사드린다. sns에서 국악관련단체를 팔로우하면서 공연소식이나 국악관련 소식을 접하고 있는데 이번 공연을 보게 된 것도 국립민속국악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sns활동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제가 사는 곳는 광주광역시, 전주시, 남원시가 비슷한 거리에 있다. 그런 거리적 특성을 활용하여 국악공연이나 연주회를 자주 찾는다. 이번 판에 박은 소리 Victor 춘향으로 처음 만난 국립민속국악원의 공연과 연주회는 앞으로 자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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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네 집은 남쪽나라 바닷가 어느 바위틈이 아닐까?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19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 마오"


순전히 이미자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 에 기인한 것 만은 아니다. 어린시절 바다를 향해 핀 이 꽂에 대한 기억이 함께 있기에 그 애절한 목소리에 묻어 중얼거리는 것이리라.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


한용운의 해당화라는 시의 일부다. 일찍부터 해당화에 마음실은 이가 어머니, 섬처녀를 비롯하여 바닷가를 서성이는 중년의 아저씨 등 여럿이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뿌리는 당뇨병, 치통, 관절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꽃은 진통과 지혈은 물론 향수의 원료로도 사용한다.


온화, 미인의 잠결 등이 네 이미지에 붙여진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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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피를 토하라
한승원 지음 / 박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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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옷 입은 백성들의 소리

조통달, 김일구, 송재영, 윤진철, 왕기석, 송순섭, 정회석, 김경호, 박춘맹, 왕기철 모두 남자 소리꾼으로만 채워진 무대가 있었다. 이런 호사가 없다. 남도의 귀명창들이 모여 내노라하는 남자 소리꾼들의 소리를 듣는다. 하여, 소리하는 소리꾼이나 듣는 관객이나 긴장 속에서 있긴 매한가지다. "수궁가, 적벽가, 흥보가, 심청가, 춘향가" 판소리 다섯바탕을 한자리에서 듣기도 쉽지 않은 기회였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된 소리의 가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소리꾼과 청중이 함께 소리의 향연을 누리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 자리가 펼쳐진 공간이니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수많은 청중이 한 마음이 되어 추임세를 넣고 그에 호응하듯 더 좋은 소리로 화답하는 소리꾼의 만남. 이보다 더 좋은 자리가 어디있을까? 이런 기회가 자주 있어 우리 시대에도 살아 숨쉬는 판소리의 흥과 멋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매년 초가을 남도 땅 광주에서는 해마다 펼쳐지는 국악 경연대회가 있다. 이른바 임방울 국악제가 그것이다.이 지역출신 소리꾼 임방울 명창의 예술업적을 기리고, 판소리 계승 발전을 목적으로 개최되는 대회다. 임방울은 어떤 인물일까? 임방울(19041961)는 전라남도 광산 출생으로 14세 때 박재현 문하에서 춘향가 흥보가를 배웠고, 유성준으로부터 수궁가’, ‘적벽가를 배웠다. 25세 때 상경하여 송만갑의 소개로 처녀무대에서 춘향가가운데 쑥대머리를 불러 크게 인기를 얻었다. 이것을 계기로 그의 창작으로 전하는 쑥대머리를 비롯한 많은 음반을 내었다. 그를 판소리 전통을 최후까지 고수한 사람으로 보고 있으며 서편제 소리의 최후 보루라고도 하고 있다.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특히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를 잘하였다고 한다.

 

이 지역 출신 작가 한승원에 의해 작품으로 탄생한 사랑아, 피를 토하라는 바로 그 임방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내가 너를 가질 때에 달을 품었더니라.”소리꾼의 길을 간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으라고 본다. 무녀인 어머니의 적극적 후원을 시작된 소리꾼의 길에서 오재익, 공창식, 유성준을 거치는 동안 자신의 소리를 찾아간다.

 

작가는 임방울의 개인적 역량보다는 나라 잃은 백성들의 설움과 한을 달래주는 데 자신의 재능과 예술혼을 아낌없이 불살랐던 국창 임방울에 주목한다. 하여, 장터나 모래사장 등 서민들이 모이는 장소에 서기를 더 즐겼던 소리꾼으로써의 삶에 더하여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했던 여인들과의 에로티시즘, 어머니를 바탕으로 하는 토속적 감성 등이 함께 어우러진다. 뿐만 아니라 서편제, 동편제, 강산제 등 판소리의 계보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한다.

 

작품은 죽음을 앞둔 시기와 어린 시절부터 소리꾼으로 상장하는 과정을 번갈아가며 그려가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정서적 분위기는 달이 주는 정서와 맥을 같이한다. 소리꾼의로 소리를 완성해가는 지난한 과정,일제 식민지 치하의 암울함 등이 달의 음적 이이지와 겹쳐진다. 작가가 아홉 살 되던 해, 젊은 아내와 사별한 동네 청년이 아내의 무덤 주위를 진달래꽃 무더기로 장식하며 서럽게 부르던 추억이라는 노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으니 참으로 오래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만큼 진한 정서적 공감이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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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제97회 정기연주회

2015.5.21(목) 오후 7:30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이번 연주회에서는 일반적인 연주회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정악의 진수 영산회상과 대풍류와 산조합주가 중심으로 

진도북춤과 남도민요가 함께 어우러지는 연주회가 열렸다.


평조회상, 대풍류, 산조합주, 진도북춤을 위한 관현악, 남도민요가 연달아 연주되었다.

차분한 정악의 매력에 공감하는 관객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이를 뒷받침 해주는 것이 연주단의 연주실력일텐데..평조회상의 연주는 산만하고 소리와 소리가 부딪치는 부조화가 어지러웠다. 심지어 조는 관객까지 있다. 그나마 대풍류 연주에서 조금씩 집중하는 듯 싶었다 .


다행인 것은 산조합주로 만회되었다는 것이다. 풀고 조이는 음의 조화 속에 각 악기의 소리 매력을 한층 발휘하는 연주모습에 많은 관객이 호흥한다. 근래 들어 가장 공감하는 연주가 아니었나 싶다.


조금은 아쉬운 무대를 일거에 전환시켜준 것이 진도북춤이었다. 북소리의 어울림과 몸짓이 그야말로 예술이다. 혼자여도 충분한 감동인데 집단 북춤이 전해주는 신명은 극에 달했다. 나이 지긋한 북춤의 명인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머물것 같다.


연주회의 마지막 남도민요는 엉망이다. 연주도 도저히 집중할 수 없을 만큼 어수선하고 민요를 부르는 사람들의 소리도 그저그렇다. 억지를 부려 감동을 이끌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예향 광주를 표방하고 그 중심에 국악이 있다면 그 국악의 흐름을 이끌아가는 곳이 시립국악돤현악단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극장의 수많은 객석이 비어있다. 그 이유를 관계자는 잘 살펴야 할 것으로 본다. 하여, 점차 관객과 어우러져 하나되는 감동을 공유할 수 있는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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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5-22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갈수록 아쉬워지는 무대들.. 비어가는 괜객석..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가는군요~

무진無盡 2015-05-22 22:55   좋아요 0 | URL
기회되시면 한번 가세요. 참여가 변화를 부르는 시작이니까요^^
 
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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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진리를 찾아가는 길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으로 기억되는 헤르만 헤세. 문학작품과 거리감을 두고 책읽기를 하던 중 세계문학 100권 읽기라는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되면서 만난 작가 중 한명이다. 세계 문학작품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그나마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작가가 바로 헤르만 헤세였다. 그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었던 동양적 정서와 그를 바탕으로 한 인간 본연의 탐구가 정서적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된 것으로 짐작한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의 작가 정여울이 이런 헤르만 헤세와의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작가 자신이 헤세를 만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 헤세로 가는 길이다. 작가는 인생의 변화를 맞이하거나 특별한 기회마다 헤세의 작품과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헤세에게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정여울의 헤세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먼저 헤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고 느끼는 것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것과 두 번째는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만났던 헤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그것이다.

 

어쩌면 쉽게 헤세로 가는 길은 정여울이 안내하는 첫 번째가 아닐까 싶다. 헤르만 헤세가 태어난 도시 칼프와 그가 생의 마지막 날들을 보내며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마침내 구원을 찾고 잠든 도시 몬타뇰라로 떠나는 여행의 동반자로 함께 하는 것이다. 헤세를 중심에 두고 떠나는 문학기행이 그것이다. 시인, 소설가, 화가로 살았던 헤세의 일상을 더듬어 보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생생한 화보가 함께하기에 문학기행의 흐름을 따라가는 맛이 절로 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헤세에게로 가는 길은 두 번째일 것이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한 이야기도 바로 작품을 통해 헤세의 가치관 속으로 들어가는 의미에서 그렇다.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데미안’, ‘싯다르타의 작품 속으로 안내하는 정여울의 시각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선 헤세를 알고 좋아하는 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오기에 적절한 이야기들이라고 보인다. 그만큼 헤세가 가지는 독특함과 일반성이 강한 까닭일 것이다.

 

헤세로 가는 길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에게 열려있다. 당신이 헤세의 책을 읽는다면, 당신이 헤세의 소설을 읽고, 시를 읽고, 산문을 읽는다면 헤세는 항상 당신 곁에 있어줄 것이다. 우리가 책갈피를 소중히 넘기는 순간, 헤세로 가는 길은 우리의 마음속에 환하게 드러날 것이다.”

 

정여울은 한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때문에, 세상에 대한 분노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자기 자신 때문에 제대로 미쳐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진리여행자인 헤르만 헤세 문학의 본질과 만나는 길에 들어선 것이라고 말한다. 그 길에서 만난 헤세는 결국 독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내면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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