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중섭 편지
이중섭 지음, 양억관 옮김 / 현실문화 / 2015년 4월
평점 :
사람 이중섭에게로 한발 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과 마음이 교류되는 매개로 편지만한 것이 있을까? 편지는 지금은 거의 사라져가는 풍경이지만 우리 곁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추억이기도 하다. 말로 전하지 못할 복잡다단한 마음을 담겨나 애틋한 그리움을 담겨나 간단한 안부를 전하거나 사랑의 간절함을 담아 전해지는 것이 편지다. 이 편지는 또한 시간이라는 매개가 있어야 한다. 다소 며칠을 기다려야 전달되는 것이기에 그 속에는 기다림이나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까지 담긴다. 특히, 옛사람들에게 편지는 마음을 전하는 매개이면서도 똑같은 편지를 두벌 작성하여 남겼을 정도로 남다른 의미를 가진 것이기도 했다. 편지는 또한, 한 사람과 그 사람이 살다간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
‘이중섭의 편지’는 편지가 가진 그 다양한 속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삶과 가족 그리고 예술에 담았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편지를 통해 이중섭의 삶과 예술정신까지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이중섭(李仲燮, 1916~1956)은 일제시대로부터 한국전쟁을 걸쳐 암울했던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다. 일본 유학 때 만난 일본인 이남덕과 결혼 하여 지녀 둘을 두었다. 부산·제주·통영 등지를 전전하며 재료가 없어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황소’, ‘흰 소’, ‘길떠나는 가족’, ‘서귀포 환상’, ‘해와 아이들’, ‘부부’ 등의 다수의 작품이 전한다. 미술관, 다수의 책, 그림 등 오늘날 화가 이중섭을 기억하는 방식이 다수 있다.
이 책 ‘이중섭의 편지’는 이중섭이 남긴 편지를 ‘부산 시절: ~1953년 여름, 통영 시절: 1953년 가을~1954년 6월, 서울 시절: 1954년 6월~1955년 2월, 대구, 그리고 마지막 시절: 1955년 2월~ 1956년 9월 6일’로 구분하여 그림과 함께 편지 원판도판 사진을 삽입하였다. 일본어로 된 편지는 번역하여 실었다.
화가 이중섭이 전쟁과 가난으로 가족과 이별한 후 가족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이 절절하게 담겨있는 편지들을 통해 인간 이중섭을 보다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부인에 대한 애틋함, 자식을 향한 보고픔에 암울한 현실에 대한 탄식과 예술혼을 불태우는 열정의 모습과 그 시대를 흘렀던 예술계의 사상적 흐름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편지를 읽다보면 부인을 향해 끊임없이 주문하는 편지에 대한 갈망이 무엇일까? 하는 지점에서 머물게 된다. 민망할 정도로 적극적인 애정표현에 담긴 이중섭의 마음이 부인에 대한 사랑 그것을 넘어선 결핍이 느껴져 마음이 무겁기까지 한다. 쓸쓸하고 비운의 죽음을 맞아야 했던 이중섭에게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끊임없이 추구했던 예술가, 한 여인을 사랑했던 남자와 자식을 그리워한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이중섭을 이야기하는 책은 제법 많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은 원문 그대로의 편지를 통해 이중섭을 만나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편지를 새롭게 싣는 등 자료의 수집과 분류, 논란이 되는 다양한 시각에 대해 이중섭 이야기의 복원, 자료를 재배치를 통해 이중섭의 삶과 사랑, 예술에 대해 한발 나아간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