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높아지는 하늘에 마알간 볕이 가득하다. 가을 햇살의 속살거림이다. 이 햇살로 긴 여름을 건너온 수고로움이 영글어갈 것이고 끝내 못다한 아쉬움은 다가올 시간에 기대어 다음을 기약할 것이다.
가을로 가는 숲의 개운함이 이 햇살 덕분임을 아는 것은 떨어지는 도토리를 기다리는 다람쥐만은 아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는 벚나무 잎의 하늘거리는 잎이 먼저 알고서 마지막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 속내가 단장을 마무리하는 날 가을은 그 빛으로 무르익는다.
밤마다 한층 더 깊어지며 늘 새로운 아침을 맞게하는 하루하루가 참으로 고마운 시절을 산다. 덥고 춥고의 경계가 이웃하여 어느쪽으로도 넘치지 않고 낮과 밤이 서로를 부둥켜안아도 그리 부끄럽지도 낯설지 않다.
지나온 발자국 위에 마알간 볕이 쌓여 뒤돌아보지 않고도 나아갈 길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이 때 비추는 너그러운 햇살 때문이다. 그 볕으로 인해 무엇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시간, 가을 속으로 한발을 내밀었다.
9월 첫날, 가을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