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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人夜聽木鷄聲 석인야청목계성"

별편지

이 저녁 당신께 물방울 하나만큼의 고요를 드리기 위해
혼자서 진천 보탑사에 다녀왔습니다.

"돌사람이 밤에 나무닭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이 구절을 보려고요.
눈부신 햇볕이 내리는 뜨락에 누군가 돌사람 하나를 앉혀놓았더군요.
'금강경'에 나오는 이 구절의 뜻을 가만히 헤아리노라면,
춥고 그늘진 계곡 속 작은 돌맹이 하나가 아득히 먼 별을 향해 손을 내미는
그 간절함이 떠오르곤 합니다.

서구적인 신학의 문제가 무냐 전체냐를 전제로 한다면 돌사람이 귀 기울이는
나무닭의 울음소리야말로 고요의 경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리산 화엄사 사사지석탑에 갇힌 돌사람도
지금 여전히, 마주한 또 다른 돌사람을 향해
온몸을 내던지고 있겠지요.

우리 만날 날이 영영 오지 않을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 마음 하나 생겨나서 당신을 향했으니 행복했다, 싶습니다.
어느 광년이 지난 후에 당신은 이 편지를 읽고 살짝 미소지을까요.

이만 총총

*손종업의 산문집 "고요도 정치다'에 나오는 글이다. 쉬엄쉬엄 읽어가면서도 되돌아 오길 반복하다가 아애 발목을 붙잡힌 곳이다.

추위 속에서서도 계절을 봄으로 이끄는 생명, 변산바람꽃이 바위틈을 비집고 올라왔다. 멀리두고서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와 닮았을까. '고요'의 경지를 엿보는 중이라고하면 억지를 부리는 것일지라도 그 고요 속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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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만났다.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가냘픈 잎으로도 능히 언땅에 틈을 내고 숙명처럼 볕을 향해 솟아 올랐다. 기다림은 이처럼 힘이 쎄다.

춥고 어두운 시간을 탓하지 않고 기꺼이 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움츠렸던 힘을 마음껏 펼쳐 꽃으로 피어나기 위해 다시 시간을 품을 것이다. 그 곁에는 바람도 있고 볕도 있고 그늘도 있고 비도 있고 지켜보는 눈길도 있어 결코 외롭지 않은 시간이다.

때를 기다려 상사화 새싹과 눈맞춤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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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스며들어

깨우는 것이 봄 뿐이랴?.

 

가슴이 울렁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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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 눈이 녹아 비가 되고 싹이 튼다는 때다. 마침 눈이 와 주춤거리는 봄의 속내를 다독이고 있다.

소복히 쌓인 눈이 포근하다. 차가움 보다는 온기로 다가오는 눈이다. 물 오를 나무에 눈꽃을 피워 봄을 미리 준비하는 하늘의 넉넉한 마음이 수백년을 살아온 느티나무의 배경이며 힘의 근본이다.

그 나무 품에 사람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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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분梅花盆을 들였다. 년초 섬진강에 매화 피었다는 소식에 기꺼이 길을 나섰다가 구해온 매화분梅花盆이다.

부풀어오르던 꽃봉우리의 속내가 보일즈음에서야 홍매란 것을 알았다. 마침내 핀 꽃이 과하지 않은 속내를 드러낸다. 겹으로 피어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더 부끄러운듯 수줍은 자태가 역역하다.

聞道湖邊已放梅 문도호변이방매
銀鞍豪客不會來 안혁호객부증래
獨燐憔悴南行客 독련초췌남행자
一醉同君抵日頹 일취동군저일퇴

듣자하니 저 호숫가에 매화 이미 피었으나
흰 안장 호방한 객이 아직 오지 않았다오
가엾어라 초라한 이몸 남으로 가는 길이니
임과 함께 한번 취해 저무는 것도 모르련다

*퇴계 선생의 매화 시 8수 중에 두번째 시다.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고향 안동으로 귀향할 뜻을 굳히고 한강변 망호당望湖堂에서 쓴 시라고 한다.

‘매화분에 물 주거라’는 선생의 마지막 말이 담고 있는 의미를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선생이 뜻을 두고 매화분을 가꿨던 마음자리 한구석을 짐작만할 뿐이다.

유독 곱던 매화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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