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 나태주 용혜원 이정하 시인의 시와 짧은 글
나태주.용혜원.이정하 지음 / 미래타임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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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온도가 시린 가슴에 온기로 스민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의 풀꽃시인 나태주, '그대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의 용혜원,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의 이정하 시인이 모였다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의 시린 마음을 다독여 주는 시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힘을 더 키웠다.

 

EBS FM '시 콘서트'에서 매주 월요일 '마음을 읽는 시 테라피'라는 코너에 '한 편의 시로 위로받는 따뜻한 시간'의 결과물이 책으로 엮였다현재 진행형의 프로그램이라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함께 한다.

 

시는 삶의 표현이다우리의 삶을 아름답게소중하게 표현할 때 삶의 가치는 더 소중해 진다삶의 풍경을 언어로 스케치하는 연어의 화가시인은 행복하다.”

 

시와 시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 중 호감 가는 내용이다소설이나 시를 비롯하여 글이나 말을 포함한 거의 모든 표현이 화자의 마음자리를 닮을 수밖에 없다그 중에서도 시인의 마음을 통해 드러나는 시는 보다 직접적인 반영으로 독자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여겨진다시인들의 시가 유구한 세월동안 여전히 읽히며 앞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유효한 표현방식인 까닭이기도 하다.

 

나태주용혜원이정하’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시인들의 대표적인 시는 알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시인들이다시인들이 직접 자신의 시를 선택하여 소개하고그 시를 쓰게 된 동기와 사연을 이야기한다시적 언어는 다르지만 시를 통해 독자들이 얻는 감성적 위로가 비슷한 시인들의 조합이 일으키는 상승효과가 크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나는 이제 너 없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나태주 내가 너를중에서, “너를 만나면/온 세상에 아무런 부러울 것이 없다/너를 만나면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진다” 용혜원 너를 만나면 더 멋지게 살고 싶다중에서, “닫힌 것을 여는 것은 언제나 사랑이다” 이정하 마음 열쇠’ 증에서

 

시가 시인을 떠나 자생력을 가지고 독자적인 행보를 걷게 된다는 것을 실감나게 전해주기도 하고 시가 쓰게 된 때의 시인이 겪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주고 있어 시가 담고 있는 감성적 폭을 이해하는 영역을 대폭 확장시키기도 한다이 책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 중에 하나다특히나태주 시인의 시작노트와도 같은 이야기는 시를 한층 더 섬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무척이나 반갑기만 하다.

 

밖이 차가워 안으로 온기가 필요한 때다이 겨울이 따뜻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시인들의 온기 가득한 시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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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7-12-27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쉼표같은 순간을 데워주는 따뜻한 글들이 있기에 시린 세상 다시 내디딜 수 있는 걸까요?

무진無盡 2017-12-27 20:16   좋아요 0 | URL
누군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어께를 다독이는 안도감이 있잖아요.
 
가시리 - 높고 고운 사랑노래
선유 지음 / 황소자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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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고운 사랑노래

사람의 삶에서 사랑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사랑하는 일과는 무심한 듯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도시린 사랑에 지쳐 이제는 잊었다고 다짐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문득문득 가슴 밑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그리움이 눈시울 젖기도 한다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뿐만 아니라 지금 사랑 한가운데서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역시 그 사랑에 대해 언제나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점을 잊고 약자로 산다그런 약자의 마음이 오랫동안 시나 소설 등 문학이라는 틀에 담겨 사랑앓이를 하는 서로를 다독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선유의 가시리는 그런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를 고려시대 불리어졌던 고려가요의 중심 내용을 빌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서경별곡가시리정석가청산별곡한림별곡만전춘별사등 고려가요高麗歌謠가 담고 있는 가슴 절절한 마음을 당시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마음에 빗대어 지고지순한 사랑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몽골의 고려에 대한 압박과 그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고려 정부의 압력에 대항하여 난을 일으킨 삼별초의 항쟁과정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축으로 삼고 여기에 고려가요가 가지는 애절한 사랑의 마음을 실어 높고 고운 사랑의 노래를 전하고 있다목숨을 담보로 겪어내야 하는 전쟁에 자유분방한 내용과 사실적인 표현으로 남녀 사이의 사랑을 읊어 내는 고려가요가 배경으로 흐른다. “사랑노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는 모두 사랑노래다라며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의 사랑에 대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한 여자와 두 남자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가는 탄탄한 이야기의 흐름이 매우 흥미롭게 전개된다당대 최고 거문고 연주자이자 별곡 작곡자인 아버지 고음(考音의 유품을 이어 받고자 하는 팔방상의 으뜸 가인(歌人아청과 삼별초에 속한 무인이자 아청의 오랜 벗인 좌()와 우()가 주인공이다셋에서 둘이 되고둘에서 하나가 되고자 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향한 마음의 표현이 각기 달리 전개된다이 과정에 아청이 부르는 별곡이 함께 한다.

 

바위처럼 단단하고 나무처럼 싱싱한 꿈을 지녔으되 사랑을 잃고는 단 한 발자국도 내딛기 어려웠던 청춘들엇갈리고 부딪히고 피 흘리면서도 정직하게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낸 그들의 이야기가 들고나는 호흡으로 적절하게 어우러져 상승효과를 가져온다사랑 앞에서 늘 약자일 수밖에 없는 당사자들이 겪는 마음의 갈등은 시대를 불문하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려가요에 담긴 애절함이 사랑하는 청춘들의 가슴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

 

사랑을 앓고사랑을 읽고사랑을 쓴다는 작가 선유를 통해 오랜만에 썩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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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제국 가야 - 제4의 제국, 광개토대왕에 날개 꺾이다 새로 쓴 가야사
서동인 지음 / 주류성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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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를 새롭게 만나다

한국 고대사에서 '가야'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고구려백제신라 중심의 한국 고대사에서 동예옥저,삼한 등 다소 소외된 지역의 역사가 많다그중에서도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과 상당한 시기를 함께 해온 가야도 포함된다가야라고 하면 우선 기원을 전후로 한 시기에 형성되기 시작하여 6세기 중엽까지 존재했던 국가로 주로 금관가야(김해), 아라가야(함안), 고령가야(함창), 대가야(고령), 성산가야(성주),소가야(고성등의 6가야를 말한다.

 

막상 '가야'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리 많지 않다고령의 무덤군이나 유적지 발굴에서 나온 금관과 기마인물형 토기를 비롯한 몇몇 토기와 토이마구 등이 전부다철의 제국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그 바탕에는 가야사를 통사(通史)로 구성할 수 있는 기본 사료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그 가야의 이야기를 지금까지의 가야사 연구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라는 시각에서 완전히 새로 쓴 가야의 이야기를 서동인의 미완의 제국 가야를 통해 듣는다저자 서동인은 한국인은 누구이며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고대 한국인의 형성과정과 한국인의 원류에 대한 성찰이라는 맥락에서 가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물로 미완의 제국 가야’·‘영원한 제국 가야를 내놓게 되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미완의 제국 가야.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에게 그동안의가야는 어쩌면 잊혀진 그 무엇이었을 것이다저자의 이번 책이 가존 가야사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도 구체적으로 와 닿지 못하는 것은 저자의 문제가 아니라 책을 다해는 독자의 가야사에 대한 일천한 지식이 기반하고 있다그렇더라도 일반적인 가야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제시한 가야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기반으로 나아가 한반도 최초 대규모 남북전쟁으로 표현되는 고구려와 신라 연합군의 가야 침공 그리고 가야 소녀 송현이와 창년의 지배자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그간 일천한 가야사에 대해 하ᅵᆫ발 더 나아간 이해를 돋고 있어 흥미롭게 접한 부분이다.

 

우리의 역사를 구성한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모두를 다 알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에 기여했던 요소들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그런 의미에서 이 미완의 제국 가야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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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0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트] 미중전쟁 1~2 세트 - 전2권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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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창작물은 지난 역사의 경험과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거나 또는 의식적으로 개입하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현재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출하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하고 그것을 토대로 이끌어가는 훌륭한 매개가 된다. 굳이 현실이나 참여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문학의 본래적 속성이 이로보터 출발하고 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황태자비 납치사건, 고구려, 싸드 등의 작품으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김진명의 경우 의식적으로 개입하며 영향을 주고자 하는 작가 중 한명으로 보인다. 작가가 작품의 주요한 관심사로 다루는 수많은 이야기들의 흐름이 이를 잘 나태내고 있다고 보인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한민족의 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이지 않은 채 계속 이어져오고 있으며, 모두가 힘겨워하는 어려운 시기에 그들을 격려하고 일으켜세우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문장이다. 문학작품이 현실의 반영을 어떤 모습으로 담아내는지의 김진명만의 일정한 흐름을 가진 모습에서 그 단면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신작 ‘미중전쟁’도 그런 맥락에서 보는 한층 더 깊이 있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실리를 추구하는 힘의 역학관계를 북한의 핵보유라는 우리의 현실과 가장 밀접한 문제로 풀어간다. 먼 과거의 이야기나 아직 다가오지 않은 불확실한 이야기의 흐름이 아닌 지금 당장 실시간으로 뉴스에 올라오는 국내외 정치정세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만큼 현실감으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을 비롯하여 한국의 문재인과 북한의 김정은까지 현실적 개연성을 그대로 반연된 한편의 007 영화를 보는 듯싶다. 다만, 빠른 이야기의 전개 가져오는 긴장된 호흡은 흥미로우나 내용의 디테일한 부분에서 건너뛰기 자주 등장하여 섬세함이 떨어지는 측면이 아쉽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국내외 정치정세에 대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하고, 그를 통해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의 가치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 있게 다가온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당면한 우리의 문제에 주체적인 시각을 갖자는 의미는 반드시 필요한 시각이다. 작가 김진명의 작품이 독자층을 확보하는 한 축이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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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피터 베일리 그림, 유영만 옮김 / 나무생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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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들어 온 사람의 힘

세상에는 불가능을 현실로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가 제법 많다모두가 살지 못하고 떠난 땅에 남아 삶의 터전을 일군 사람들도 그중 주목받는 사람들이다우리 역사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일제 식민지 지배를 피해 시베리아로 떠났던 사람들이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에 내몰렸고 그곳을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탈바꿈 시켰다하지만그들은 집단이었다사람이 살아가기에는 모진 환경이었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어쩜 의지되고 살았을 것이다이와는 달리 혼자의 힘으로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 등장하는 사람도 역시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프로방스 언덕에 살던 나이 든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가 그 사람이다늙은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는 양을 돌보면서 황량한 언덕과 폐허가 된 마을에 나무를 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바깥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도 없이 오로지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몰두하여 황무지를 숲으로 가꾸어 사람들이 들어와 살 수 있는 숲으로 가꾸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이미애의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를 담은 사막에 숲이 있다’(서해문집, 2006)가 있다이 이야기의 주인공 인위쩐과 바이완샹은 사막 한가운데 달랑 두 사람만 남겨졌고 그곳에서 살아야했다그들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갈 수도 없었다떠날 수 없다면 자신이 살아가야 할 사막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첫발은 나무시장에 가서 일해주고 그 품삯만큼의 대가를 나무로 가져온 것이다그것도 두 사람이 등에 지고서 사막을 건넜다그렇게 시작된 나무심기는 현재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의 도토리 100개나 인위쩐과 바이완샹 부부의 나무묘목 600그루에서 비롯된 기적의 출발은 미약해보이지만 결코 멈추지 않았던 행보에 기적을 일군 힘이 있었다황폐해진 환경을 도망가거나 피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던 것이다사막이나 황폐한 언덕은 자연의 환경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기에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오고 미래를 희망으로 가꿔갈 단초를 만들어 간다닮이 있는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생명의 씨앗으로 대변되는 나무를 심었다는 점을 매개로 미약한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작은 일이 기적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역자 유영만이 주목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황폐한 언덕과 사막은 다연환경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과 알 수 없는 내일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 역시 그 황폐한 언덕과 사막에 다름 아니다라는 시각이다결국 사람들은 그곳에서 감동하고 희망을 발견한다황무지에서 희망을 일군 기적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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