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잠화
비녀 꽂은 여인의 아름다움
玉簪花 옥잠화
麻姑群玉山頭見 마고군옥산두견
天女瑤臺月下遊 천녀요대월하유
舞罷霓裳雲錦亂 무파예상운금란
歸來醉墮不曾牧 귀래취타불증목
옥잠화
군옥산 꼭대기에서 마고를 보고
천상 선녀가 요대의 달빛 아래 노닐었네.
예상의 춤이 끝나고 구름비단 어지러웠는데
돌아올 때 취하여 떨어진 것을 수습하지 못하였네.
-이개(동문선) 권22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마흔 다섯 번째로 등장하는 이개(李塏, 1417~1456)의 시 "玉簪花 옥잠화"다.
옥잠화는 꽃봉오리가 마치 옥비녀(玉簪)처럼 생겨 붙은 이름이다. 잎과 꽃이 아름다워 주로 원예용으로 재배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활짝 핀 모습을 보기 힘든데 저녁에 피어 아침에 시들기 때문이다. 은근하게 번지는 향기가 좋다.
이개의 시는 "선녀의 비녀처럼 생긴 옥잠화가 이 세상에 생겨난 유래를 설명한" 이백의 시 <청평조사 淸平調詞>의 "군옥산 꼭대기에서 본 것이 아니라면, 요대의 달빛 아래에서 만난 것이 분명하네"라는 구절을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성산문의 시 옥잠화 "뛰어나게 예쁜 모습 아름다우니, 누구를 위하여 곱게 단장하는가? 나 또한 강심장을 가지고 있는데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녹아 버리네 嫣然傾國色 膏沐爲誰容 我亦剛腸者 看來意已融"
정조의 시 옥잠화 "내가 이것을 미인에게 주고 싶어, 아득히 서방을 바라보네 我欲贈美人 迢迢望西方"
이처럼 옛사람들이 여인의 비녀처럼 생긴 꽃 모양새에 주목하여 옥잠화를 읊은 시가 제법 많다고 한다.
옥잠화의 꽃이 핀 모습 보다 꽃 몽우리 상태의 모습을 더 좋아한다. 특히 비 맞은 후 물방울이 맺힌 옥잠화는 모든 말을 잠재울 만한 멋을 지녔다. 내 뜰에도 옥잠화가 있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