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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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지금도 여전하지만 오랫동안 나에게 관심의 주된 대상은 사람이었다. 불특정 다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말하는 것이다. 굳이 어려운 철학적 범주의 틀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나라는 사람의 근본에 대한 의문은 성장해 가는 매 시기 마다 적절한 의문을 제기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나지 않고 있다. 나에게는 지나온 시간이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가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고 그러한 의문에 답을 찾을 수나 있을는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이 과정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꼽으라면 당연히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책에 담긴 이야기 흐름 보다는 책이 발간되기까지 글을 쓰는 저자의 고뇌와 책에 담고자 했던 저자의 삶에 대한 성찰을 통해 진정으로 삶에 대해 고뇌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이를 나 자신과 비교해보고 내 의문의 답을 찾을 단초를 만드는 것이 중심이 된다. 

그간 접했던 책들에서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얻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최근 몇 개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 저자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읽으며 비로소 내가 찾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억을 수 있는 행운을 만나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의 독자를 가진 유명한 저자라는 ‘파울로 코엘료’가 그 사람이다. 사람에 따라 그의 글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치닫고 있음도 알게 되었지만 그것은 나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단지 그의 글을 통해 나 자신이 찾는 의문에 대한 답을 알아가는 길을 얻을 수 있는 단초를 만들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국내에서 발간된 그의 책 전부를 찾아 읽으며 파울로 코엘료가 자신의 책에 담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실마리가 내가 찾아가는 의문의 길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 ‘흐르는 강물처럼’은 기존에 접했던 저자의 소설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연금술사’를 비롯하여 ‘11분’, ‘오 자히르’, ‘브리다’ 등의 그의 소설 집필의 배경과 일상적인 삶에 관통하는 저자의 관심이 무엇이 있는지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산문집이다. 산문은 저자가 직접 겪은 일상에서 얻는 교훈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글이기에 소설을 통해 알게 되는 저자의 관심사 보다는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그가 전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의 영역에 속한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얻은 교훈을 담아 놓은 짧은 글들의 모음집이다. 그렇기에 보다 섬세하게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모순이죠. 어렸을 땐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하다가도, 막상 어른이 되어서는 잃어버린 유년을 그리워해요. 돈을 버느라 건강 따위는 안중에 없다가도, 훗날 건강을 되찾는 데 전 재산을 투자합니다. 미래에 골몰하느라 현재를 소홀히 하다가, 결국에는 미래도 놓쳐버리고요. 영원히 죽지 않을 듯 살다가 살아보지도 못한 것처럼 죽어가죠.’

이 글은 ‘인간 존재의 흥미로움’이라는 글의 일부이다. ‘사람의 가장 우스운 점’이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이라고 한다. 우리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풍자하는 글로 매우 흥미롭게 사람들의 현실을 꼬집고 있다. 이 점이 파울로 코엘료의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들이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라 보인다. 이는 ‘한번 놓친 기회는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고도 하지만 진정 그것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두 번째의 기회도 있다’고 한다. 

‘영혼의 소리’와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이며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파울로 코엘료는 자신의 일상적인 삶에서 얻은 교훈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를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다. 이 책에 담겨있는 101가지의 이야기 또한 그와 다르지 않다. ‘인생이란 무엇이며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에 대한 저자의 목소리는 다양한 문화권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을 파울로 코엘료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현대사회는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며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이는데 장애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만만치 않은 일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일상에서 얻게 되는 소소한 감동이 아닐까 한다. 파울로 코엘료는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얻은 감동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 얻은 감동을 모아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어 내어 다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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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생태 - 우리시대 철학적 지성의 예술미학 강의
박이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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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의 관점으로 우리시대를 바라보다
때론 책은 무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물론 책의 두께나 물리적인 무게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읽어 가면 갈수록 그 내용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책도 그것이지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운 책도 있다. 책을 읽어가는 독자로써 어떤 책이든 무조건 쉽게 써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에겐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저자의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일반적인 사람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책일 경우는 더욱 저자의 독자를 위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다양한 인문학의 분야나 철학, 과학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의 경우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책을 선택할 것이기에 그들의 이해도 반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것이 그 분야의 지평을 넓혀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우리시대 철학적 지성의 예술미학 강의’라는 주제를 담은 이 책 ‘예술과 생태’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상당한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크게 예술과 생태라는 두 분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예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일반 독자의 수준을 넘어서는 전문성이 앞서고 있다는 생각이다. 미학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생각되는 분야인 예술이나 예술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에서부터 현대미술의 현황, 공예, 건축, 시와 시인의 책임까지 다루고 있다. 저자가 이 분야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에는 언어의 역할과 새의 둥지라는 개념을 동원하여 설명하고 있다.

후반부를 차지하는 ‘생태’에 담긴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모순에 대한 원인 고찰에서부터 이를 극복해갈 힘이 무엇이며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잘 나타나고 있다. 현대사회의 주류를 형성해 온 서구사회의 형이상학적 인간중심주의와 물질중심주의가 가져온 물질이 풍요로운 사회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인간 사회의 모순을 낳은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로부터 수년전부터 일부에서 제기되어온 아시아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문화가 현대사회의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된 사상으로 이동될 것이라는 부분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여 그 가능성을 현실로 가져오는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보인다. 

'예술과 생태'라는 다소 낯선 이 두 분야의 이야기가 서로 떨어진 부분이 아니다. 생태학적 합리성에 기초하여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가야할 책무가 인문학에 있다는 것이다. 이를 도출해 가는 과정으로 이 양자는 서로 연결되어 일정한 시각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18가지의 주제들은 각기 저자가 예전에 발표한 논문들을 일정한 방향에 따라 새롭게 구성하여 묶어 놓은 것이기에 각각의 내용들은 독립적이지만 또 서로 연관성이 있다. 학계에 발표한 논문이 주를 이루기에 일반 독자가 읽어가기에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주목되는 점은 시인을 비롯한 문학가들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다. 순수문학이나 참여문학으로 대립되었던 한 시기의 흐름에 대해 무엇을 근본적으로 사고해야 하며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특히, 전문 지식인들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지적은 많은 부분에서 타당성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다. 

이 책의 저자 박이문은 ‘국내 유일의 창조적 자기미학을 가진 철학자’라는 평을 가졌다고 한다. 저자의 이러한 통찰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그러한 기회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가져야할 시대적 책무를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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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 세상을 조종해온 세 가지 논리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이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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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특별한 시각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보여 지는 정치현실이 그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의 눈으로도 해결책이 보이는 문제를 가지고 치고 박고하는 그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최근 집권 여당 대표의 자연산 발언이나, 같은 당 소속 특별시장의 학생들의 무상급식에 관한 반대광고는 그런 모습의 극단적 경우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이 있어서 그러한 시각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일까? 단순한 실수라고 하기에는 보다 근본적인 무엇인가 분명 있을 것이다.

사회 현상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평가하고 판단하기 마련이지만 대의적 민주주의 사회에서 통용되는 가치관이라는 것이 있어 그러한 판단의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본다면 극과 극을 달리는 모습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을 보고자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 실감난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바로 그들이 각각 보고자 하는 것, 과정은 내버려 두고서 결과에만 목을 매는 상황이 우리고 하여금 이런 이해하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바로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대한 근본적 차이를 설명해주는 책이 앨버트 O. 허시먼 저서 ‘보수는 어떻게 지배 하는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보수 또한 반동 지배자들이 항상 내걸고 있는 논리를 몇 가지 이론적 근거로 제시함으로써 줌으로써 이해하기 힘든 정치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보수는 어떻게 지배 하는가’의 저자 앨버트 O. 허시먼(Albert O. Hirschman)은 현대 경제학사의 주요 틀을 ‘터널 이론’이나 몰락하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이탈, 저항, 충성’의 행동 유형을 분석하였으며, 개발도상국의 발전 과정에 대한 인류학적이고 사회학적인 틀을 적용하여 큰 성과를 남긴 세계적인 석학이다. 주요 저서로는 ‘보수는 어떻게 지배 하는가’,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열정과 이해관계’ 등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 허시먼은 인류가 이룩한 진보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사람들을 보수 또는 반동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행동양태를 분석 세 가지의 명제를 제시하고 있다. ‘역효과 명제’, ‘무용 명제’, ‘위험 명제’가 그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역효과 명제는 어떤 정책의 예견되는 결과가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단순히 어떤 정책이나 운동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거나 혹은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나 좋지 않은 부작용을 수반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 의도된 것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그 정책의 시행을 저지하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무용 명제’는 어떤 정책을 시행해 봐야 ‘기존의 체제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가 이룩한 과거나 현재나 미래의 어떤 변화라는 것도 결국 대부분 표피적이고 외형적이고 표면적인 환상에 불과하며, 깊숙한 사회 구조에는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도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위험 명제’는 결과를 예상하며 시행하려는 정책을 시행하면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새로운 진보를 위해 옛 진보를 희생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판단하려 한다. 만약 새로운 개혁이 시행된다면 어떻게 해서 귀중한 이전 개혁을 특히 최근에야 이루어낸 그것을 치명적으로 위태롭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가 이러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살핀 인류의 지난 200년 역사의 과정에서 진보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 얻어낸 결론이라고 한다. 특히, 영국의 산업혁명이나 프랑스 시민혁명 그리고 대의적 민주주의의 표상인 시민의 선거권 획득, 20세기 들어 사회복지 정책의 수립 등의 과정에서 보여준 그들의 주장을 세밀하게 검토하며 그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살피고 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저자가 살핀 유럽이나 미국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한국정치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인다.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나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특별시장의 특정사안에 대한 반대광고 등에 대한 그들이 주장하는 근거를 살펴보면 결국 저자가 말한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세 가지 힘’에 의해 설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언어적 현상이 발휘하는 힘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은 여려 차례 선거를 통해 확인 된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현실정치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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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제 - 700년의 역사, 잃어버린 왕국!
대백제 다큐멘터리 제작팀 엮음 / 차림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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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되살려야 할 우리 역사 - 백제
수년전 문화유적답사로 전국을 돌며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우리 민족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답사 다니던 그 문화유적의 중심에는 물론 가까운 조선시대가 주를 이루긴 했지만 지역에 따라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반도 역사에서 승자의 나라로 다양한 기록문화와 유형문화재의 기반이 되는 것은 역시 신라와 통일신라의 유적이 단연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고구려의 경우 분담된 현실에 의해 상대적으로 접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지만 현실을 감안하여 그런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독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것은 사라진 백제의 역사였다. 무열왕릉을 중심으로 몇몇 남아있는 불교유적 말고는 그 흔적을 찾기 어려웠고 그나마 남아 있는 것으로부터 찬란했을 백제문화를 유추해 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풍납토성-500년 백제를 깨우다’(2001, 김영사)의 발간으로 백제 역사의 사라진 일부분이나마 접하게 되었던 그 감회를 잊을 수 없다. 개발열풍에 의해 사라질 뻔한 유적을 지켜내고 졸속으로나마 발굴하는 과정과 사라진 백제 역사의 일부분이나마 되찾은 쾌거라고 말해 지는 부분이다.

‘대백제:700년의 역사, 잃어버린 왕국!’은 ‘풍납토성’ 이후 무척이나 오랜만에 만나는 백제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은 지역 텔레비전 방송국의 역사다큐멘터리 ‘대백제’ 5부작 방송분을 정리 보완하여 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중국, 일본을 넘나들며 백제의 사라진 역사를 찾아다녔을 제직진의 노고가 얼마만큼이나 되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제작진은 먼저 ‘백제’는 한반도는 물론, 해상강국의 면모를 통해 일본과 중국 대륙까지 진출한 거대한 고대국가였으며, 동북아 최고의 선진 문물을 가진 문화강국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를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두나라 한 핏줄, 일본 속의 백제’, ‘700년 백제, 불국토를 꿈꾸다’, ‘백제는 최강의 하이테크 국가였다’, ‘고대 한류, 백제가 살아나다’, ‘백제, 바다를 꿈꾸다’ 등 총 다섯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살피고 있다. 이는 기존 백제역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백제 건국관련 이야기나 일본과의 국제관계를 비롯하여 튀어난 불교 예술작품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일본 국왕가의 핏줄이 백제계에서 이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는 일본 천황의 발언을 통해 고대 국가시대 일본과 한반도의 밀접했던 관계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대백제’에서 기존 역사 고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화 강국으로써의 면모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제철기술, 음악, 백제 기악, 패션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대폭 확장하여 살피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눈에 뛴다. 제작진은 k팝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오늘날 한류의 근원을 백제 음악의 전파와 그의 전승이 기원이라 보고 있으며 이뿐 아니라 일본 전통 옷인 기모노의 근거가 백제 옷에서 기원했다 점, 서해를 중심으로 해상 강국으로의 면모가 다시 확인된다는 근거를 찾아 밝힌 점 등은 사라진 백제의 역사를 복원하는데 중요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단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텔레비전 방송용 원고의 한계가 보인다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책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두나라 한 핏줄, 일본 속의 백제’, ‘700년 백제, 불국토를 꿈꾸다’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무왕 시대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한 신라와의 전쟁에서 그 격전지가 한강과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익산지역이었다고 주장하는 점과 이것이 미륵사를 건설한 근거라고 하는 점은 더 고찰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락이불류 애이불비(樂而不流 哀而不悲)’ 공자의 논어를 빌어 백제 문화를 표현할 때 등장하곤 하는 말이다. 이 책 ‘대백제’는 그 실체를 확인 시켜주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음악, 백제 기악, 패션 등으로 문화 강국으로써의 백제를 고찰했다는 점과 이를 통해 고대 한일관계의 재조명 한 부분이 의미심장하다. 문화유적의 발굴로 하나 둘 밝혀지는 사라진 우리 역사 백제가 앞으로 또 무엇을 보여줄지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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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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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숨겨진 보석을 발굴해 가는 사람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신비로운 체험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물론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서 시작하며 처음 받은 인상이 지속되거나 더 깊은 내면을 알게 되어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나중의 모습이 다른 경우도 있어 실망하는 때도 있을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은 분명 전자일 것이다. 알아 가면 갈수록 그 신비감이 더하거나 조심스러워지는 사람이라면 그가 살아온 삶을 통해 충분히 내면의 빛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텔레비전 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 일면을 알게 되고 이후 더 많은 이목을 집중 받아 본래 그 사람의 진면목에 이르게 되는 사람들을 종종 접한다. 그중 한명이 ‘남자의 자격’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박칼린이라는 사람이다. 박칼린은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태생에서부터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미국에서 태어났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다 한국에 정착해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여 일찍이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연극, 첼로, 뮤지컬, 국악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섭렵하며 연주자로 살 수도 있었을 그녀가 보여준 삶은 그야말로 도전이며 열정적인 모습이다. 

음악감독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개척하고 그 자리에 우뚝 선 박칼린은 ‘명성황후’, ‘사운드오브뮤직’, ‘시카고’, ‘렌트’, ‘아이다’, ‘노틀담의 곱추’, ‘미녀와 야수’ 등 내노라하는 작품을 통해 국내 뮤지컬 분야에서 음악감독을 맡으며 20여년 한국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그냥’이라는 이 책은 텔레비전 프로에서 보여주었던 박칼린의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사람을 따스하게 가슴으로 품을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내성적이었다는 어린 시절 학교생활, 어머니를 중심으로 미국의 가정에서 다양한 세계의 사람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운명처럼 다가와 자신을 이끌어 주었던 스승님들 그리고 여행 등 그녀의 생활 속에 숨 쉬는 음악과 사람들과의 인연들이 바로 그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승으로부터 도제식 배웠던 가르침이 이제는 제자들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박칼린 사단으로 일컬어지는 일련의 사람들 속에서 스승에게서 배웠던 가르침을 그대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관계에서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할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다. ‘서쪽에서 온 마녀’라는 별명은 박칼린의 겉모습이 아니며 그녀가 살아가는 삶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박칼린, 그녀의 자유스러운 영혼과 열정적인 삶은 이색적인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ㅐ득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양한 세계로의 여행,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없는 도전, 사람들 속에 숨겨진 재능을 알아내는 안목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사랑하는 따스한 가슴 등은 어머니의 가정교육이 그 밑바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다양한 인종들의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어머니를 통해 이런 그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으리라.

‘그냥’은 박칼린이 텔레비전 프로를 통해 반짝 나타나 바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킨 사람이 아님을 확인해준다. 그녀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 책에는 그야말로 ‘그냥’이라는 말이 어울리듯 자신의 생활을 펼쳐놓고 있다. 여기에서의 그냥은 ‘마냥’이 아니다. 철저하게 준비된 속에서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한 예술인이 내 놓을 수 있는 덤덤한 고백이기에 강한 호소력으로 다가온다.

‘그냥’에 담겨진 모습이 박칼린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내면에 숨겨진 보석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처럼 흥미를 유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 희망이 때론 ‘마녀'라는 이름으로 다가올지라도 사람들은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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