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욕심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이 두 권의 책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며칠 전에도 <화차>가 재미없다고 떠들었는데 왜 재미없는가를 생각해 봤더니, 이 소설은 영상적 기법으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아직 영화로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는 이렇게까지 지루할 것 같지 않다. 오래 전 나의 꼰대는 소설을 쓰려면 영상 감각을 알아야 하고 그래서 시나리오 작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물론 꼰대말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요즘 그런 소설을 보고 있으면 이젠 화가 난다. 요즘의 소설가들이 그것을 얻은 대신 진짜 소설가로서의 무엇인가를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글쎄 그게 뭘까? 소설이 갖는 문학성과 사유는 아닐까?

 

이 작품은 좋게 말하면 혼마 형사의 인간 정체성에 대한 추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난 왜 자꾸 그게 탐색이나 탐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것의 추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끄집어 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그다지 새롭지가 않다. 그냥 우리도 알고 있는 뭐 그런 거 같다. 쇼코가 신분 위장을 어떻게 했을까를 추적해 가는 과정도 독자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건 가즈야가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신분 위조가 처음 있는 것도 아니고.  

 

암튼 그렇게 요즘의 작가들이 영상적 기법을 쫒다보니 미안한 얘기지만 그들은 진정한 소설가는 되지 못하고 좋은 스토리텔러는 되는 것 같다. 이제 작가들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높이려 하기보다 마케팅에 의해 다소 과장되고 부풀려진 게 많아 보인다. 그래서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걸까? 암튼 회의스럽다.

 

누구는 나의 이런 생각이 순정주의는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려면 그래라. 나는 그것이 이즈음 꼭 나쁜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결국 그들에 의해서 정화되기도 할 테니까. 미미 여사가 우리나라나 본국인 일본에선 얼마만한 대접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평단은 좀 낮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 본다. 여타 외국은 어떨지도 궁금하고. 차라리 읽으려면 하루키의 작품을 보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영상과 문학성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사람이니까. 미미 여사는 그에 비하면...

 

 이 책도 요즘 내가 보는 책인데, 잘된 영화나 드라마는 시나리오나 대본집을 갖고 싶어하는 욕망이 생긴다. 그런데 시나리오나 드라마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런 책은 갖고 있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노희경 골수팬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되겠지만.

콕TV에서 이것을 다시보기로 볼 수 있으니까 자꾸 영상으로 눈이 가지 책으로는 읽다가 포기하게 된다. 물론 이것에도 장단점은 있다. 책은 빨리 볼 수 있는데 TV로 보는 것은 시간이 더 걸린다. 예를테면 이 책은 그런 것이다. 여러가지 영상언어. 이를들면 디졸브나, 점프컷이니 해서 설명되어지는 그 문자가 영상에서는 이렇게 표현되어졌구나! 끄덕여주거나 놀라주면 된다. 8부 같은 경우 양강칠과 정지나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문자로 읽으면 되게 건조하고 밋밋하다. 설명만 장황하고. 그게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됐는지는 드라마를 보면 훨씬 실감난다. 그러니 굳이 책으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 하나는 좋다. 노희경의 주옥같은 대사는 문자로 음미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책이 유리하겠지. 그러나 역시 드라마는 책 보다는 DVD로 간직하는 것이 좋은 것 같은데 나 같은 경우 한 번 본 영화나 드라마는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건 하나 마나한 얘기가 된다.ㅠ 작년에 나는 김수현의 <천년의 사랑>이 책으로 나왔다고 해서 갖고 싶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역시 후회할지도 몰라 마음을 접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난듯 싶기도 하다. 드라마는 영상으로 보고, 소설은 더 소설다워져야 한다. 될 수 있으면 고전적 가치와 원형을 고스란히 이어올 수만 있다면 좋을 것이다. 무슨 소설에 영상적 기법이고, 잘 된 드라마에 무슨 활자화냐? 그런 개뼉다귀는 개한테나 던져주면 그만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꼰대 말을 듣는 게 아니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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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린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from stella09님의 서재 2012-03-18 19:08 
    왜 제목을 <화차>라고 했을 지 알 것도 같다. 어쩌면 '사채업자'의 은유 같기도 하고, 돈에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이 마지막에 저승 갈 때 타게될 불수레란 의미 같기도 하다. 책 VS 드라마 그런데, 솔직히 나는 미미 여사와 아직 친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장르 소설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장황한 활자의 나열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나중엔 현깃증이 날 정도였고, 내가 이해한 게 맞는 건지 확신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마침 일드의 '화차
 
 
비로그인 2012-03-1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글이네요. 소설은 소설다워져야 한다! 요즘 나오는 소설 중 소설다운 소설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요? 그것도 좀 찾아봐야겠네요. 좋은 스토리텔리는 될지언정 좋은 소설가는 못된다는 말씀에서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좋은 소설가, 좋은 소설, 좋은 독자... 그래도 좋은 독자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쵸? :)

stella.K 2012-03-14 13:24   좋아요 0 | URL
글쵸? 제 말이 맞죠?
우리나라에 살아있는 작가로는 딱 김훈과 박범신까지라고 봐요.
물론 이 기준도 제 기준이긴 합니다만.ㅋ
근데 오랜만이어요.^^

빵가게재습격 2012-03-1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고 갑니다.^^ 요즘은 순문학(본격문학)의 경계를 유지하기 힘든 시대인 것 같아요. 정말 '아무나' 소설을 쓰고 '소비'하고 있기도 하고요. 제도권 순문학작가들은 대중작가쪽으로 흘러가고, 오히려 아무나(?) 소설가들이 정체성이 모호한 순문학적 경지를 (애매하게) 갈망하고 있는 것 같고요. 아마 이 문제에 대해서는 누가 말했듯이 근대문학이 종언되면서 소설의 위계가 무너지고 서로 평등해지는 상태에서 소설성이 서로 무차별적으로 섞이는 시대로 왔다는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살짝 들렀어요.^^ (이 페이퍼는 이달의 당선작으로...)

stella.K 2012-03-14 17:0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런 낙서 같은 페이퍼는 알라딘에서 뽑아 주지도 않을 걸요?
알라딘이 얼마나 눈이 높은데. 그 알량한 적립금 알라디너들한테 은근 편파적으로 나눠주려면 굉장히 신중해야 할 겁니다.ㅋ
또 모르죠. 빵가게님 댓글 쓰신 것 인용해서 괜찮은 페이퍼로 재탄생해서
당선작이 될런지.ㅋㅋ
그런데 님의 말씀을 들으니 그도 진짜 그렇겠군요.
역시 문학도 카오스였습니다. 으~어지러워.ㅠㅠ

차트랑 2012-03-1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스텔라님의 지적은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추천만 때리고 그냥 조용히
돌아가려다가 워낙 칼날같은 지적에 그만
한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텔라님의 글발은 역시 저를 쫄게해요 ㅠ.ㅠ

stella.K 2012-03-14 14:4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런 게 아니라니깐요. 차트님도 참...ㅠㅠ

cyrus 2012-03-14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원작보다 드라마를 먼저 보고 나면 원작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비록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이미 다 본 드라마를
책으로 다시 읽는다는 게 재방송을 또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
그리고 드라마로 봤을 때의 느낌이랑 책으로 읽을 때의 느낌이랑 다를거 같기도 하고요.

stella.K 2012-03-14 16:07   좋아요 0 | URL
그점에 있어선 나도 항상 실패한 독서를 했어.
드라마 보니까 너무 재밌어서 원작은 어떨까 찾아 봤는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야. 반대로 원작 먼저 보고 드라마를 보면 좀 난데.
그래서 뭐든 하나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ㅋ
근데 학교 생활은 잘 하고 있는 거지?
근래에 비해 좀 뜸해지네.^^

이진 2012-03-14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이군요. 생각해보니 모방범도 그런거 같아요.
번역문인데도 영상이 뚜렷하게 그려지는 현상이 미미여사에게는 나오는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모방범 1권을 읽은지 이년이 지났는데도 초반의 내용이 영상으로서 기억할 정도니까요. 물론... 2,3권은 이년동안 읽지 않고 있습니다만 ㅋㅋㅋㅋㅋ
대본집이라. 저는 영화 하모니 보고 한동안 하모니에 푸욱 빠져서 하모니 책도 샀는데 이게 대본집이군요. 책 읽는데도 가슴이 먹먹해서 말입니다. 저는 기회가 된다면 <로열패밀리>대본집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방금 해품달에서 영애느님 독먹고 죽는 씬이 나왔는데 연기가 어찌나 쩌시는지~~ 로열패밀리때는 아주 신의 경지에 다다랐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로열패밀리도 한번 더 정주행 했으면 좋겠는데 ㅠ

stella.K 2012-03-15 13:06   좋아요 0 | URL
뭐, 그러게 말이군요?ㅋㅋ
와, 독 먹고 죽어? 그 내용만으로도 대단할 것같네.
<로얄패밀리> 대본집 보단 원작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좀 다르다고 하긴 하는데 그래서 더 읽어 볼만할 것 같아.
그런데 나는 <화차> 엎기로 했다. 더 이상 못 읽겠어.
짜증 잇바이다. 모처에서 리뷰 해 주기로 하고 받은 도서라
뭐라고 써야할지 막막하군.
대충 위의 글 드레그 해서 낼까 보다.ㅠㅠ

이진 2012-03-15 14:04   좋아요 0 | URL
아 맞다, 원작은 벌써 샀어요~ <인간의 증명>
크하, 저는 요새 책에 손을 못대겠습니다. <채홍>리뷰쓸만한 시간도 없어서 일단은 그거쓰기에 열중했어요.

아참... 사진집 품절이라고 예치금 받으러 오랍디다.
기껏 사람 기대하게 해놓고 지금 짜증나서 미치겠어요 ㅠㅠ

stella.K 2012-03-15 14:36   좋아요 0 | URL
<화차> 일드가 있더라.
마지막으로 일드 한 번 쭉 훑어주고 리뷰 써 볼 생각이야.
치사하지?ㅋㅋ

근데 그러면 예치금 받을 수 있는 건가?
난 예치금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어떻게 하면 생길 수 있는 건가
궁금했어.

아이리시스 2012-03-1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화차>를 완전 원했다가 스텔라님, 블랑카님 리뷰 읽고는 아.. 이런 얘기구나.. 영화도 하구나.. 하며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정도의 궁금증이 채워진 것 같아요. 그리고 <빠담빠담>은 쟁여놨으니 언젠가 다 볼거예요. 대본집 욕심낸 적도 있는데 굳이 필요없겠더라고요. 공부하는 거면 몰라도..

예치금은 중고책 팔면 생겨요!!!

stella.K 2012-03-17 16:02   좋아요 0 | URL
ㅎㅎ 요즘 <빠담빠담> 정말 열공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노희경의 어떤 작품 보다 좀 지명도가 낫지 않나 싶었는데
10부쯤 되니까 보면 볼수록 정말 잘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웃기는 장면도 많고. 그 웃긴다는 게 웃겨서가 아니라 뭘 저렇게까지...?
하는 웃김 말이어요. 특히 정우성과 김범 쌍으로 웃기고 나문희는 덤으로.ㅋㅋ
드라마 대본은 소설 보다 참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데 그걸 못 쓰겠더라구요.
대사가 주옥 같아서 갖고 있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도 생기면요^^

아이리시스 2012-03-19 18:03   좋아요 0 | URL
한지민도 완전 청순하고 예쁘고, 강아지 땡이도 귀여워요!!
근데 5회까지 보고는 대체 무슨 애기하려는지 감도 못잡겠더라고요. 예전에 <굿바이, 솔로>나 <그사세>는 완전 팬이었는데^^ 한 번 놓치니 안봐져서 중단한 거지 나빴다는 건 아니예요.. 저는 드라마 다 좋아요ㅋㅋㅋ

드라마를 안봤다면 노희경 작품들은 대본으로도 훌륭할 것 같아요.

stella.K 2012-03-19 19:03   좋아요 0 | URL
한지민 보단 이건 확실히 정우성과 김범을 위한 드라마는 아닐까 싶어요.
둘이 참 사랑스럽더군요. 특히 김범은 정말...! 어떻게 저런 몰골로
나와서 그렇게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는 거지? 넘 좋아요.
노희경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나문희도 존경스럽고.
노희경이 또 한번 달리 보이더군요.
연출도 그만하면 나무랄 때 없는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