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1월 15일(화)

마신 양: 소주--> 맥주

 

초등학교 동창들과 술을 마셨다. 프리챌에 처음 동창회가 생겼을 때만 해도 무더기로 어울려 놀았는데, 지금은 마음 맞는 애들끼리 소모임을 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친구들 중 한명과 한번 크게 싸운 뒤부터는 거기 나가기를 꺼렸었는데, 어제 나가보니 그 친구가 있었다.


전에 돌잔치 때도 한번 마주친 적이 있고, 그 당시 내가 쭈뼛쭈뼛하니까 “너 왜그래?”라며 친절하게 해줘서 ‘시간이 그 사건을 용서하게 해준 것’이라고 지레 착각을 했었는데, 어제 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1차를 다정하게 지내다가 2차 때 맥주를 마시면서 그녀와 나란히 앉게 되었다. 그녀는 그 당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난 무척이나 잘못했고, 미안해 죽겠다고 얘기했다. 그 일이라는 건 자기 얘기를 허락도 없이 내 홈피에 썼다는 거였는데, 그게 왜곡되었다며 지우라는 그녀 주장을 난 단호히 거절했었다. 그땐 잘 몰랐지만 그건 분명 그녀에게 상처였고, 그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래선 안되는 거였다. 이제 그녀 차례, 그녀는 잘못했다는 내 사과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진짜 미안했다면 도망만 다니지 말고 찾아와서 사과했었어야지!”

그게 잘 안됐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등의 말을 여러번 했어도 그녀의 화는 별반 풀리지 않았다. 내가 비교적 이른 시각인 11시 반에 홀연히 일어나 집에 간 것은 다 그 때문이다. 어릴 때라면 모를까, 나이들어 싸우는 건 역시나 회복하기가 어렵다.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 하나도 한판 크게 싸우더니 서먹한 상태고, 이십일쯤 전 내가 친 사고의 피해자인 H님, 난 여전히 그분에게 댓글 달기가 어렵다. 그러니 무조건 화를 내기전에 과연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조금 다른 얘기. 샘플을 가지러 모교에 갔다가 무슨무슨과의 L 모 교수님을 만났다. 내가 움찔하며 기가 죽은 표정을 짓자 L 교수는 “왜그래? 어깨도 좀 펴고 당당하게 다녀야지.”라고 하셨는데, 사실 여기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몇 달전에 낸, 날지 못하는 헬리콥터를 변명해놓은 책에서 난 L 교수를 맹렬히 비판했던 것. 난 그 책에서 비타민 C의 전도사가 되어 비타민 C를 매일 몇그램씩 먹으라는 강연을 하고 다니시는 선생님을 언급하면서, “그 사람은 비타민의 전문가도 아니다. 교수는 논문으로 말해야 하는데 거기 관한 논문이 한편도 없는 사람이 무슨 전문가냐?” “비타민 C는 많이 먹으면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뿐 하나도 효과가 없다.”는 식으로 비판을 해놨던 거다. 비록 과를 틀리게 하고 대학도 K 대학으로, L 교수는 S 교수로 바꾸었지만, 보면 누군지 다 알 수 있는 거였으니 어찌 내가 주눅이 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 교수의 태도로 보아 다행히 내 책을 아직 읽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알든 모르든 난 그저 죄송했다. 내가 비판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다.


* 요즘 메트로에 그 교수님이 매일같이 글을 쓰신다. 그걸 읽으면 비타민 C가 무슨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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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11-1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교수라는 '인간'을 '별다른 이유 없이' 씹은 것도 아닌데요 뭐. 어깨 펴세요. 댓글은 달면 되는 거고. 뭐든 사람 하기 나름 아니겠어요. 돌이킬 수 없는 일보다 돌이킬 수 있는 일이 더 많은 게 세상이고. 화이팅. =)

moonnight 2005-11-1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마음고생이 많으시네요. 나이들어서 맘상하면 돌이키기가 힘든 건 맞는 거 같아요. 몰라. 그냥 안 보고 살면 되지. 싶어지더라구요. 그치만 뭐, 마태우스님이 무조건 잘못하셔서 다투게 된 건 절대 아닐 듯 싶은데요. 마지막 L교수님도 그렇구요. 힘내세요. ^^

마늘빵 2005-11-1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 메트로 기사 매일 봤어요. 흠... 비타민 씨 찬양자 같던데요. 그닥 설득력은 보이지 않던데.

게으름뱅이_톰 2005-11-1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관계가 세상사 제일 힘든것 같아요. ^^

천리향 2005-11-16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핫 저는 비타민C를 무슨 만병통치약인 줄 알고 10구람씩 퍼먹는 사람인데요
제가 이렇게 비타민씨 광신도가 된 것도 님의 모교 출신의 L모 교수님 덕분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맥주에 타서 마시는 짓은 안 합니다. 헤헤

이네파벨 2005-11-16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그 교수님 신문 기사에 두 개나 나셨어요~
요즘 비실비실한 저....그 기사 보고서 남편이 사다놓은 1000mg짜리 비타민을(남편도 몇달 전 그 교수님의 전도에 의해 사다놓았다눈) 두 알 주워먹고 속쓰려서 고생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플라시보 효과인지 어떤지 오래끌던 몸살기운이 좀 가신듯 해요^^
역시 마음가짐이 중요한 듯...

저도 예전에 비타민E에 대해 미국사람이 쓴 책을 번역한 일이 있는데(어쩐 일인지 출간되지 않았어요. 너무 특정 회사 홍보냄새가 나서인듯...) 그 책 보고나서 한동안 비타민 E 고용량으로 복용하다 역시 몇달 후 시들....

그나저나 비타민C는 위장장애 말고는 부작용은 없나요? 간에 무리를 준다거나...

전 감기만 안걸린다면 하루에 10그램 (음...그 어린애 손꾸락만한 알약을 10알...ㅡ,.ㅡ)씩이라도 먹어줄 용의가 있답니다.

모1 2005-11-16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인간관계는 어려워요. 비타민이라 그냥 밥이나 반찬에서 얻는 것으로 만족하고 살아요. 예전에 비타민 열풍일대 신문에서 보니까 비타민도 과하면 뭐가 안좋고 안좋고 하더라구요.

진주 2005-11-1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비타민 한 알에 연어에서 추출한 어쩌구 하는 걸 하나씩을 먹고 말았답니다. 눈떨림이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생긴다는 의견들이 있어서....많이 안 먹고 하나는 괜찮겠죠?^^;;;

검둥개 2005-11-16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저런. 힘 내세요 ^ .^

혜덕화 2005-11-17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그런 생각을 해요. 무슨 일이든 예전엔 "나"가 기준이었는데, 요즘은 "너"를 기준으로 삼아보자고......나와 너란 분별조차 없는거라고 선사들은 이야기하지만 우리 중생들은 그렇게까지는 안되지만, 기준이 달라지면 보는게 달라지지 안을까 싶네요. 비판도 나름의 긍정적 기능이 있지만, 비판을 하더라도 애정어린 비판이면 더 좋겠죠._()_

마태우스 2005-11-1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앗 역지사지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시는군요. 그거 무지하게 어렵던데...전 꼭 일을 치고나서 그사람 입장을 생각한답니다
검둥개님/아네요 저 괜찮아요. 힘이 넘쳐서 탈인걸요
진주님/효과 있으면 뭐, 드셔도 되죠. 가장 좋은 건 천연비타민입니다.
모1님/인간관계도 비타민 같은 걸로 치료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네파벨님/비타민E의 대가시군요! 비타민 C는 설사 일으키는 거 말고 아직까지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근데 그게 만병통치약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지만...
지노님/10그램이라..대단하십니다. 전 한알 먹기도 힘들어서 포기했는데...선물받은 게 있어서 시도했다 버렸다는..
아무개님/그렇죠? 제가 그래도 인간관계를 잘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사람인데, 제게도 참 그게 어려워요
아프락사스님/설득력은 없어도 학교 브랜드 파워가 있다보니....
속삭이신 ㄷ님/알겠습니다.
문나이트님/제 곁에는 님들이 계시는데요 뭐. 전 괜찮습니다. 안보면 되지란 생각, 저도 많이 해요. 가만...안보면 돼지?? 흐음...
매너님/어깨를 늘 구부리고 있다보니 이제 안펴지네요
 

 

 

 

 

일시: 11월 10일(목)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아침에 헛구역질과 설사 여러번.

누구와: 미녀와


지금은 의대를 떠난 직원 분한테 가장 힘들었던 게 뭐냐고 물었더니, 교수들이 무관심하신 게 힘든 일이라고 한다. 뭣 좀 해달라고 메일을 돌리면 읽고 나서 무시하는 교수가 태반이고, 심지어 메일 확인도 안하는 교수가 그렇게 많단다. 그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자주 쓰는 메일을 확인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상황은 별반 나아지는 게 없다. 환자 보는 데 바쁜 임상 선생은 물론이고, 연구에 여념이 없는 기초 선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집단에 소속되어 있지만 모두가 파편화되어 자기 세계 말고는 소통하지 않으려는 곳, 그게 바로 의대다.


그런 상황을 개선해 보고자 3년 전 홀연히 기초 총무를 자처하고 정기적인 모임을 추진하고 있는데, 별 효과는 없다. 열심히 메일을 돌리고 전화를 해봤자 22명의 기초 교수 중 모이는 사람은 불과 7-8명, 어쩌다 10명이 왔을 때는 “대박이다!”라고 좋아했다. 나 역시 나름대로 바쁜 사람이라 그런 썰렁한 반응을 접하고 나면 내가 왜 이짓을 하고 있나 회의가 드는데, 다행히 앞으로는 안그래도 될 것 같다.


10월 31일, 난 11월 10일에 기초모임을 한다고 메일을 돌렸다.

[...올해도 겨우 두달 남았다니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때 기초 선생님들끼리 만나서

세월의 덧없음에 대해 얘기해 본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약을 해야 하니 참석여부를 말해달라고 했지만, 그 메일에 대한 회신은 딱 세건이 왔다. 지난주 말, 난 다시금 메일을 보냈다.

[...워낙 많은 분들이 참석하겠다고 답신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추가로 오시는 분이 없으면 다섯자리 예약하겠습니다...]

‘다섯자리’란 말에 충격을 받은 한명이 “참석하겠다.”고 회신했을 뿐, 답변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제, 난 정각에 나가서 사람들을 기다렸다. 나 말고 나온 사람은 딱 한명, 그는 실험 때문에 바쁘다고 투덜거렸다. 오겠다고 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지금 어디세요?”

“어, 저 일이 아직 안끝나서요...”

그때 결정했다. 취소하기로. 모임을 취소하고 집에 가는데, 전화가 한통 왔다.

“선생님, 시간을 잘못 알아서 지금 나와보니 아무도 없네요...”

우리가 파편화된 삶을 살고 있는 건 구조적인 문제 탓이다. 그런 구조적 문제를 나 개인이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터무니없는 오만이었다. 만날 사람도 많은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잡아다가 만나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난 그길로 두 번째(한 남자한테)로 실연을 당한 미녀에게 달려가 술을 마셨다. 두 번째라 그런지 그녀는 의연했고, 어제 술자리는 유쾌했다. 실연당한 사람보다 내가 훨씬 더 많은 술을 마신 탓에 오늘 하루 종일 몸이 좀 안좋았지만, 기초 모임에 간 것보다 훨씬 보람있었다. 


오늘 아침,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메일을 보냈다.

[어제 가질 예정이었던 기초모임이 중국집 측의 사정으로 무산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교학과 앞에서 5분간 기다려주신 xxx 선생님께

심심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이 메일에 회신을 해준 사람은 딱 한명밖에 없었다. 아듀, 기초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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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11-1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별님, 안주무시고 뭐하세요? 별 뜨려면 아직 멀었는데^^

panda78 2005-11-12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저도 힘내시라, 추천을.

마태우스 2005-11-1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아, 저는 힘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뭐, 그러려니 하죠. 제겐 별님을 비롯한 알라디너 분들이 있으니까 힘 빠질 일은 없습니다. 판다님께도 감사드려요..

진주 2005-11-1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초모임은 잘 몰갓구..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아침에 헛구역질과 설사 여러번. "
이거..참..걱정되네요...

로드무비 2005-11-1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사람들 있어요.
그 사람들은 무슨 대단한 일을 하며 살길래 얼마나 바쁘길래
그렇게 무관심, 무성의로 일관할까요?
머리속을 정말 들여다보고 싶네요.


moonnight 2005-11-12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힘내세요.ㅜㅜ

날개 2005-11-1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사람들 찾기가 그렇게 힘든 걸까요?

페일레스 2005-11-1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힘네세요. 제가 항상 얘기하는 거지만서도, 건강이 최곱니다.
 

 

 

 

 

일시: 11월 9일(수)

마신 술: 소주->고량주->맥주->소주, 새벽 4시에 들어감.

좋았던 점: 미녀 술친구가 늦게라도 합류했다

나빴던 점: 미녀 술친구가 너무 늦게 왔다(세상에, 한시가 뭐야...)


1. 소주한병

학생들과 술을 마시러 가면서, 난 그들의 의사도 묻지 안고 고기집에 갔다. 물어봤자 “아무거나 좋아요.”라고 답할 줄 알았고, 내가 가자고 한 곳의 고기맛이 일품인데다, 실상은 내가 그틈에 고기를 먹고 싶었었나보다. 고기 5인분을 구우면서 물어봤다.

“마지막으로 고기 먹은 게 언제에요?”

“어제요.”

“헉... 어, 어제?”

“사실은 오늘이 사흘 연속이어요.”

그제서야 난 실수한 걸 깨달았다.

“고기 그만 먹고 요 옆에 중국집 갑시다.”

추가로 시킨 소주와 사이다를 반납하면서 계산대 앞에 섰다. 한병을 취소했으니 우리가 마신 소주는 두병.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와 종업원은 세병이라고 우겼다.

“처음에 두병 시켰잖아요. 그리고 두병 추가했다 하나 취소하니까 세병이죠.”

아니다. 처음에 시킨 소주는 한병이었다. 첫잔을 원샷하고 나니 두 번째 잔을 채울 수가 없어 두병을 추가로 시킨 거다.

“처음에 한병 시켰어요.”

내가 그집에 한두번 간 것도 아니고, 소주 한병값 아껴서 재벌 될 마음도 없다. 멀쩡한 정신을 가진 학생들과 내가 아니라고 하면, 마땅치 않더라도 속아주면 안되나. 하지만 종업원은 다른 테이블에서 내놓은 소주 빈병을 들고와서 “이거 니네가 먹었잖아!”라고 윽박지른다. 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여기 또 올텐데 이왕이면 좋은 이미지를 간직하게 해주세요.”

주인아줌마는 말한다.

“손님이 정 그렇게 우기시면 두병 마신 걸로 해드릴께요.”

‘해드릴께요’가 아니라, 우린 진짜 두병 마셨다. “저희가 잘못 적었나 봅니다.”라고 한발 물러서주면 좀 좋은가? 중국집에 간 나는 한동안 분을 삭이지 못했고, 아무리 고기가 맛있더라도 저집에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안가는만큼 그집은 손해일 터, 소주 한병보다 더 큰 걸 잃었다는 걸 그 아줌마는 알까.


2. SMS

발신자표시 서비스보다 더 유용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SMS 서비스, 즉 신용카드를 쓰면 바로 문자메시지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한달에 300원인가 내는데 그것 때문에 뿌듯한 적이 많다.


언젠가 휴대전화를 사는데 카드가 잘못 그어졌다고 다시 카드를 달란다. 하지만 문자 메시지가 온 걸로 보아 카드회사에서는 승인이 난 게 틀림없었다. 휴대폰 판매점에서 우겨서 카드를 다시 줬지만, 카드사 측에 연락해서 한번 승인된 건 취소할 수 있었다. 이거야 액수가 크니까 두 번 찍히면 티가 팍 나겠지만, 술값 같은 건 경우가 다르다. 지난 금요일, 맥주집에서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줬다. 종업원은 전화를 받으면서 카드를 그었는데, 그 바람에 카드 전표가 나오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주인아줌마는 다시 카드를 달라고 했지만, 난 그 액수가 승인된 문자메시지를 보고 “승인 난거니 못주겠다.”고 했다.

“종이가 안나왔는데 어떻게 승인이 될 수 있냐. 내놔라.”

“안된다. 이 메시지를 보라. 이미 승인이 났지 않느냐.”

옆에서 보고 있던 주인아저씨, “정말 미치겠네. 아니 왜 우리들 말을 믿질 않는거요?”

난 삼성카드로 전화를 했고, 그 다음부터 싸움은 내 몫이 아니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열나게 소리를 질러대는 동안 난 테이블로 가서 남은 맥주를 마셨다. 현금을 내고 승인을 취소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내가 SMS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같은 액수를 두 번 계산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SMS, 나같이 카드를 휘두르며 다니는 사람에겐 꼭 필요한 서비스긴 하지만, 다음날 내가 그은 흔적이 문자 메시지에 그대로 남아 있는 걸 확인할 때면 가슴이 아파온다.

“엥? 내가 이렇게나 많이 썼어? 크, 큰일났다. 파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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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11-10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상해요. 마태우스님과 제자들을 기분나쁘게 만들다니. 그 주인아줌마 좋은 단골 하나 잃었네요. 더 큰 손해 본 거 맞아요. -_-+ 그리고 저도 SMS 쓰는데요. 술마시고 담날 아침에 아픈 가슴, 무척 공감합니다. ^^;

혜덕화 2005-11-10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적 있었어요. 장사하는 사람은 여럿을 상대하고, 난 혼자라서 더 잘 기억하는데도 우기는데는 어쩔수 없더군요. 두번 돈을 지불하고는 그사람과의 거래를 끊었어요. 그때 물건 받기 전에 돈부터 주는 거 아니구나, 하나 배웠죠.

실비 2005-11-10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집 아주머니 장사 한두번 한것도 아닐텐데.
너무하네요.. 좋은단골 잃으셨네.. 한두번 간것도 아닌데.
신경쓰지 마셔요~

파란여우 2005-11-10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도 오늘 맛집 얘기 썼는데요.
그나저나 그 집 주인도 참, 마태님같은 대고객을 놓치다니, 바보에요.
참고로 한 달에 카드 지급 명세서 얼마나 나와요? 세자리죠?

가시장미 2005-11-11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안가는만큼 그집은 손해일 터-> 그러게. 큰 손해지. 으흐흐흐
크, 큰일났다. 파산이네!-> 재벌2세가 왜이러실까용? +_+



검둥개 2005-11-1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마지막에서 넘어갔어요. ^ .^

검둥개 2005-11-1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SMS가 모예요. @.@ 생각해보니... 모르는 것임. =3=3=3

파란여우 2005-11-1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SMS는 '서민 sisters'의 약자입니다.호호호
서민 언니 맞죠?

마태우스 2005-11-11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역시 여우언니 컨셉은 유머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변신을 위해 노력하시니, 멋지십니다.
검둥개님/SMS는 뭐의 약자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문자메시지로 카드사용 내역을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가시장미님/재벌 1세가 아니라 2세기 때문이 아닐까...
여우님/네자리가 아닌 게 다행이죠^^
실비님/제말이 그말입니다. 좀 맛이 덜해도 잘해주는 데 가렵니다
혜덕화님/맞습니다. 여럿을 상대하다보면 실수할 확률이 더 있지요. 관계 끊는 게 맞는 것 같지만, 그집 고기맛이 가끔 그리워질까봐 걱정입니다.
문나이트님/오오 님과 저는 SMS 패밀리군요! 방가방가.

2005-11-12 0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5-11-1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군요. ^ .^ 서민 시스터즈! 서민 언니!!!!!!
 

 

 

 

 

‘유령신부’를 본 것은 이런 이유였다. ‘네시부터 술마시면 너무하니까’. 극장에 갔더니 시간대가 맞는 게 유령신부밖에 없었고, 동기가 그렇게 불순해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술을 어디서 마시지?’같은 생각만 했다. 한시간 10분의 짧은 상영시간이 다행으로 느껴진 건 내가 너무도 술이 고팠거나, 팀 버튼의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한 소치일 것이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난 미녀 둘과 술을 열심히 마셨다. 소주, 맥주, 그리고 다시 소주.

1차: 대학로에 있는 식당인데, 이름은 모르지만 사람은 늘 바글거리는 곳이다. 거기서 난 묵은지가 가득 들어있는 찌개에 소주를 마셨다. 우리 테이블이 야외였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맛있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들에게 난 한점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었다. 그 묵은지의 맛과 황홀한 국물을 어찌 잊겠는가.


2차: ‘해적선’이라는 생맥주집에 갔다. 500cc 짜리 잔이 얼음으로 되어있는 그 집은 다 마시고 나면 그 얼음을 던져서 과녁에 맞추는 경우 음료수나 안주 같은 선물을 준다. 그것 때문에 난 열심히 생맥주를 마셨는데, 정말이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술집이다. 내가 11월 중 번개를 한다면 필경 어제와 같은 코스로 가리라. 던지기에 자신 있는 알라디너 분들, 열심히 연습해 놓으세요.


3차: 미녀 하나가 조개구이를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한성대 입구까지 우리를 끌고갔다. “어, 문 닫았네?”하고 나자빠지는 그녀, 할 수 없이 우리는 근처 아무데나 들어갔다. 안주가 조개가 아니면 어떤가. 좋은 친구인 그녀들과 있으면 즐겁기 짝이 없는데. 그녀들 역시 “우리끼리 있으면 너----무 재밌지 않아요?”라고 말했는 걸 보면, 우린 정말 궁합이 잘 맞는 친구들이다.


“팀 버튼에게 죽음이란 이렇게 사람들의 관계를 갈라놓는 무시무시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분은 이 영화의 소감을 이렇게 멋들어진 언어로 정리했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이 유령의 존재를 모른 채 결혼서약을 하다가 시련을 겪는 걸 보면서 내가 느낀 건 이거 하나였다. “엉뚱한 여자에게 사랑 고백을 하면 무지하게 고생한다.”

여성은 누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 그 남자를 다시 본단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술김에 좋아한다고 말했던 여자 중 하나는 그 후 날 집요하게 괴롭혔었다. 취중진담이란 말은 내게는 진리가 아니었는데, 하여간 그 뒤부터 난 술을 마실 때 그런 얘기를 할까봐 조심한다. 어젠 혹시 실수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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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11-07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전 '여성'이 아닌가봐요. 누군가 나보고 좋아한다고 하면 기꺼이! 멀리 해 줬는데 말이지요. ㅡ.ㅡ

부리 2005-11-0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치카님이 좋아요! 설마 저도 멀리하실 겁니까?

싸이런스 2005-11-08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묵은지가 뭐여요?

혜덕화 2005-11-08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참 재밌네요. 아침에 미소로 하루를 열게 하는군요. "엉뚱한 여자에게 사랑고백을 하면 무지하게 고생한다"도 맞는 말이지만, 그 엉뚱한 여자가 고백의 진실성을 믿고 마음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 아프네요. 앞으론 그런 실수 하지 마시길.....

paviana 2005-11-08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안 괴롭히잖아요..믿어주세요..ㅎㅎ

마태우스 2005-11-0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아아 님께도 제가 고백을 했군요. 음, 그러고보면 취중진담이 늘 거짓말은 아니란 말이야...
혜덕화님/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그 여자분이 마음고생한다는 생각을 못했네요...
싸이런스님/묵은지란 김치를 일년이상 묵힌 것으로 맛이 아주...기가막히다는...

냐냥 2005-11-0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뜬금없이 고백을 들으면 다시 봐지긴 하더라구요. 그 사람이 무서워요...ㅋㅋㅋ
눈치를 주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게 좋은데... 폭탄선언처럼 되어버리면
정말 다시 봐요.
 

 

 

 

 

지승호님이 쓴 책의 리뷰를 알라딘에 썼다. 모든 저자들이 다 그렇게 인터넷 리뷰를 관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승호님은 내 리뷰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심지어 그 다음에 나온 책의 날개에다 “마태님께 감사드린다.”라고 써주기까지 했다.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가끔씩 메일을 주고받던 중 “언제 술이나 하자.”는 말이 나왔고,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다. 저자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지라 난 평소 흠모하던 미녀 두분을 불렀고, 그분 역시 내가 궁금하다는 미녀를 동반하고 와, 다섯명으로 시작된 멋진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키위소주와 맥주로 1차를 했고, 야외에 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생맥주를, 기가 막히게 맛있는 알탕과 더불어 3차를 했다. 노래방에서 4차를 하러 갔을 때는 이미 새벽 4시였고, 한시간어치 돈을 냈는데 나올 때 6시가 다 되었던 걸 보면 서비스를 무지하게 넣어 줬나보다.


인터뷰를 전문으로 하는 분답지 않게 지승호님은 다소 수줍어하는 성격이었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유머는 대부분이 평점 5.0을 넘지 못했다(죄송합니다...제가 좀 냉정합니다). 하지만 어제 모임은 정말이지 즐거웠는데, 그건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났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중 하나가 북진통일과 ‘여자도 군대 보내자!’를 외치는 사람이었다면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지지도 않았으리라. 지승호님의 진가가 발휘된 건 노래방에서였다. 말로 할 땐 몰랐는데 노래로 들은 지승호님의 목소리는 아주 좋았고, 가창력도 아주 훌륭했다.


평소 12시만 넘기면 술에 취해 도망가기 바빴던 내가 밤을 꼴딱 새울 수 있었던 비결은 대화의 자리가 워낙 즐거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1차에서 약한 술을 먹었던 탓도 있다. 술이 앞에 있으면 참지를 못하는 나는 늘 벌컥벌컥 술을 들이키다 맛이 가곤 하는데, 어제 1차에서 마신 맥주와 ‘가야’의 명품인 키위소주는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불혹을 눈앞에 둔 내가 밤을 샜다는 건 하여간 의미있는 일이리라. 노래방에서 막판에 한 이십분 가량 자버린 것, 그리고 곧바로 직행했던 테니스장에서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펼친 게 옥의 티였지만, 유명 저자와 술을 마신데다 참석해주신 분들과 친해졌다는 뿌듯함이 하루종일 자고 난 지금도 가슴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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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5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위 소주의 맛이 궁금하네요- ^^
미녀들과 흠모하던 저자분과의 술자리라니, 정말 즐거우셨겠습니다요. ^ㅡ^
(저, 사실은 "심지어 그 다음에 나온 책의 날개에다 “마태님께 감사드린다.”라고 써주기까지 했다.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거 읽고 혹시 3류 소설 아닌가 카테고리 확인했어요. 죄송 =3=3=3=3)

마태우스 2005-11-05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판다님, 주무신다더니....!

세실 2005-11-05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저도 키위소주에서 눈을 떼지 못했어요~~~ 마셔보고 싶군요.
마태님도 이제 유명인사가 되어 가는 듯 합니다.
혹시 지승호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까요?

마태우스 2005-11-05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키위소주 정말 맛있습니다. 마시면 피곤이 쫙 풀리구요, '가야'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키위소주를 마시고 있더이다. 글구 유명인사라... 음, 그건 정말 제가 원하지 않는 바인데...

비로그인 2005-11-0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매실소주 한 잔에 헤까닥 했던 기억이 있어서... 키위소주 무서워요.. -_-

모1 2005-11-06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다방면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마태우스님 더 뜨기전에(?) 미리 사인을 받아둘까...하는 생각도..하하..

stella.K 2005-11-0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좋아겠따! 저 책 읽어야 하는데...다음 지승호님 책에 마태님 인터뷰한 거 나오나요? 전 요즘 백세주 마시고 싶어 죽깠습니다.
10년 전에 딱 한잔 마셨을 뿐인데 이런 노래를 부르고 다니니...마태님이 사 주세요.^^

2005-11-06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비돌이 2005-11-07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 평점 5점 만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즐거운 술자리였습니다. 종종
뭉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알라딘 번개때 꼭 불러주세요.

마태우스 2005-11-0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비돌이님/꼭 그렇게 할께요. 저는 체력과 가창력을 좀 더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삭이신 분/역사는 새벽에 이루어진다지 않습니까 음하하
스텔라님/다음에 나오는 책은 7인7색인데요 설마 제가 그 7인에 끼겠습니까. 언제 백세주 한번 먹어요. 11월중에 모실께요.
모1님/정작 중요한 본업에는 무관심하다는 게 최대약점이죠^^
여대생님/어머나 오랜만입니다. 님이 제 서재에 첨 오셨을 때 제가 얼마나 설렜는줄 아십니까.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리뷰의 황제시잖아요^^ 장담하건데 그집 키위소주는 전혀 독하지가 않습니다. '가야'인데요. 언제 제가 한번 모시겠습니다. <--왠지 작업멘트같은데...

stella.K 2005-11-0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말씀만 들어도 행복해 집니다. 약속 지키세요. 아, 내가 지켜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