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이 고장나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서 작업했더니 글자가 영 맘에 안드네요...

일시: 12월 22일(목)

누구와: 미녀 둘과

단란한 곳만 가는 친구들은 나까지 7명이다. 그 중 두명은 지금 미국에 있는데 한명이 이번에 귀국했다. 3년만의 귀국, 물론 반갑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아쉽게도 그날 난 약속이 있었다. 1차만 하고 늦게라도 합류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그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드리드(가명)로 와!”
순간 난 내 앞에 있는 소주를 원샷했다. 마드리드, 전에 한번 가본 적이 있는 그곳은 강남에 있는 고급 단란주점이었다. 짜증이 확 밀려왔다. 늘 가는 단란주점, 친구 왔다고 또 가야하나. 친구들끼리의 대화는 전혀 없는 그곳을 말이다. 난 귀국한 친구를 바꾸라고 한 뒤 이렇게 말했다.
“나 오늘 안갈 테니까 나중에 보자. 알았지?”
난 전화기를 껐고, 당연한 소리 같지만 더 이상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그 친구들은 내 두번째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었지만 전화를 안했다는 소리다).

이런 약속에 안가고 나면 다음날이 두렵긴 하다. “너 어제 왜 안왔어?”라는 친구의 성난 소리를 들었을 때 내가 과연 평소의 소신대로 말할 수 있을까? 해서 난 다음날 아침에도 전화기를 켜지 못했다. 오후쯤 되어 전화기를 켰지만 다행히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주 토요일, 난 일산으로 가서 그 친구를 만났고,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친구와 두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맑은 정신으로 나누는 이야기라 그런지 더 공감이 갔는데, 왜 그동안 술을 안마시면 이야기가 안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날 새벽 두시가 넘도록 흥청망청 놀았던 친구들보다도 내가 그 친구와 더 깊이 교감했으리라. 늘 하는 소리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들에게 끌려다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과 돈, 그리고 몸을 버리면서 같이 있는 친구들을 미워하게 될 그런 곳에 왜 끌려갔던가. 같이 지낸 시간의 길이가 길다고 해서 반드시 우정이 깊은 것은 아니며, 노는 문화가 틀리고 나만의 희생을 전제로 한 우정이라면 지속할 이유는 없다. 물론 난 계속 “내일 나와!”라는 그들의 협박을 받을테고, “어제 왜 안나왔어?’라는 추궁이 무서워 전화기를 꺼놓을 테지만, 내 나이도 이제 40,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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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2-2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그럴까요?^^ㅋㅋㅋ

숨은아이 2005-12-2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하고는 대화가 더 고픈 법인데...

moonnight 2005-12-27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란 잘 일으키셨네요. ^^ 앞으로 꾸준히 밀고 나가시길 바랍니다. 그 단란한 곳-_- 너무 싫어욧. -_-+

보물창고 2005-12-27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단란한 주점 자주 가시는 구나..
음..전 술없이 하는 대화에 더 신뢰를 해요.
술을 빌어 하는 말은..
진담이라기 보다.. 특정 감정이 비정상적으로 증폭되어서..
사실상 더 객관성을 잃어 버리는 거 같애서리..

날개 2005-12-27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반란은 꼭 필요해요!^^

모1 2005-12-28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왜 그동안 술을 안마시면 이야기가 안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요말 정말 공감해요. 우리나라 사람은 술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에휴..좋아도 슬퍼도 술~~~

플라시보 2005-12-28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단란한곳을 좋아하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그 곳에 더 이상은 끌려가지 말아야 할것 같습니다. (그 친구들 맞나요? 님은 취해서 일찍 들어가도 똑같이 돈을 나눈다는... 그럼 더더욱 가지 말아야 할것 같아요.)

마태우스 2005-12-2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역시 그렇죠? 특히 돈 나누는 대목이 말이 안되지요??? 하여간 제 편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1님/그러게 말입니다. 차 한잔 마시며 얘기할 수도 있는 건데... 저처럼 술을 천직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
날개님/어머나 제 타입이신 날개님이다!!! 반란의 선봉에 서주십시오!
깡지님/전 자주 가지 않구요, 매우 억울하구요, 술먹고하는 말에 대한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달밤님/제말이그말입니다
숨은아이님/그러게요. 왜 그렇게 그런 데 가려고 목숨을 거는지..
만두님/이번 한번만 믿어 주십시오. 진짭니다.
 

 

 

 

 

159번째


12월 20일(화)


어릴 적 과외를 했던 친구들과 송년회를 했다. 1차까지는 좋았지만 2차는 악몽이었다. 난 내가 원하지 않는 곳에 갔으며 원하지 않는 사람을 만났고, 원하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 나를 구원해준 건 바로 휴대폰, 난 내가 아는 미녀에게 내 처지에 대해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그 시간을 견뎠다. 그러다 결국, 난 그곳을 뛰쳐나와 집에 가버리고 말았는데,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외투와 가방을 거기 놓고 나와야 했다. 언더샤쓰만 있고 떨다가 택시를 잡았고, 다음날 아침에는 종이가방을 들고 출근을 해야 했다(가방의 내용물은 책 한권에 도시락이 전부였지만). 나중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도망가 버리면 어떡해? 너 간 것만 빼고는 참 재미있게 놀았다.”

거짓말. 내가 간다고 하기 전엔 그들 중 누구도 날 신경쓰지 않았었는데. 즉, 내가 있으나 없으나 어차피 재미있게 놀았으면서. 싫다는 사람을 굳이 데려갈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난 이해할 수 없다. 논 건 자기들인데 5등분으로 나눈 액수를 계좌로 부치라고 메시지를 보내왔을 때, 난 거기 끌려간 나 스스로를 원망했다.


그날 알게 된 사실 하나. 지난번에 안전벨트를 안매서 딱지를 떼었는데, 안내고 개겨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거기 나온 친구 하나의 말에 의하면 그건 반드시 내야하며, 안내면 45일 면허 정지란다. 오늘 아침 채용 심사를 하고나서 탄 수당으로 범칙금 3만원과 날짜를 넘겨서 추가된 6천원을 냈더니 1만4천원이 남는다. 허무했다.


160번째. 

12월 21일(수)

스켈링을 하고 치과 후배와 술을 마셨다. 그는 내가 이를 제대로 닦고 있지 않다면서 이대로 가면 다시 잇몸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끔찍한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어젯밤 그리고 오늘 아침, 난 치과에서 배운 대로 이를 닦았다. 팔이 아팠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후배는 눈을 완전히 덮을 정도로 자란 내 머리를 “멋있다.”고 했다. 내 머리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는 것 같다. 대체로 보면 미녀들은 내가 멋있어졌다고 하고, 일반인들은 제발 머리 좀 자르라고 한다. 그저께 술자리를 같이 한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널 놀리려고 그러는 거야 임마.”라고 한다. 하지만 후배는 내 머리를 연방 칭찬하더니 어떻게 하면 나처럼 되냐고 묻는다. 후배는 머리를 어디서 깎았는지 영 아닌 모습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그가 내게 했던 칭찬들은 진심인 듯했다. 난 그에게 비결을 말해줬다.

“좋은 데서 자르고 그대로 방치하는 거죠!”


둘이서 소주 세병을 비우고 조용한 곳에 가서 맥주를 비웠다. 집에 가서도 멀쩡한 걸 보면 요즘 술이 세진 게 아닌가 생각된다. 어제같은 컨디션이었다면 지난 토요일 바닥에 눕지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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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2-22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널 놀리려고 그러는 거야 임마 ^-^ 킥킥~
아유 넘 웃겨요.
들른 김에 메리 크리스마스 전하고 갑니다.
마태우스님 메리 크리스마스~ ^^

플라시보 2005-12-2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한번만 더 마시면 160번이로군요. 으음. 안그래도 연말이라 마태님 술약속이 줄줄이 잡혀있겠군 생각했었어요. 160번이면 과히 나쁘지 않군요. (뭐가?) 열심히 노력하세요. (뭘?) ^^

paviana 2005-12-2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님은 세상의 모든 여자를 다 미녀라고 하시는건 같아요..
설마 만나는 여자분들이 정말로 다 미녀는 아니시겠지요?

아영엄마 2005-12-22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년의 반 조금 안되는 날을, 그러니 이틀에 한 번 꼴로 술을 드신 셈이네요. 거기다 앞으로 며칠간은 줄줄이 약속이 잡혀있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

모1 2005-12-2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잇몸수술이라니..그런 수술도 있나요?? 전 가족들이 100만원 넘게 이에 돈 들이는 것보면서 이 썩지 않도록 해야겠다고...생각하고 있어요. 이도 예전보다 열심히 닦는다는..

다락방 2005-12-2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0번째에도 제가 옆에 없다니. 유감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루(春) 2005-12-22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더샤쓰가 뭐예요? ㅋㅋ~ 올바른 외래어 표기법을 익힙시다!

moonnight 2005-12-23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160번 -_-; 양치질 열심히 하고 계시죠? ^^; 특히 주무시기 전에 열과 성을 다해서-_-깨끗이 닦아주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답니당 ^^

박예진 2005-12-2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 ㅋㅋ
마태우스님 서재에 보면 유머와 멋진 글에 정신회복을 하고 가지요. ㅎㅎ

가시장미 2005-12-24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어요~ ㅋㅋ
그래도 추천은 저예요. ㅎㅎ(예진 어린이 따라서 남긴 댓글이예요. =_= 비슷했나요?)
 

 

 

 

 

삼십대를 마무리해가는 서글픈 시점에서 지난 십년을 되돌아보면, 내게 있어서 삼십대의 삶은 참 아름다웠다. 슬퍼서 죽고싶은 상황이 왜 없었겠냐만은,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누리는 행복이 더 소중한 것일게다. 그 행복의 한 부분은 바로 술, 남들이 평생 마실 술을 지난 십년간 마셨음에도 내가 쌩쌩할 수 있는 이유는 서른 전까지 별로 술을 마시지 않았던 덕분이다. “술만 안마셨다면”으로 시작되는 온갖 가정들이 있다. 디카가 생겼을 거다, CD 플레이어가 있을거다, 디지털 TV도 살 수 있었다, 심지어 집도 한 채 더 있었을 거다 등등. 하지만 그런 것들을 위해 술을 안마셨다면, 내 삼십대가 과연 행복했을까?


내가 술을 마시는 원칙 중의 하나는 ‘신뢰’다. 술을 마시기로 약속을 하면 전시, 사변에 준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 약속을 지킨다. 나도 인간인지라 막상 술을 마시러 나가려면 만사 귀찮고 싫을 때가 여러 번이다. 날씨가 겁나게 춥다든지, 몸이 피곤하다든지, 아니면 지갑에 돈이 별로 없다든지, 술을 안마실 핑계는 숱하게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 추우면 옷을 두껍게 입으면 되고, 피곤할 때 소주 한잔은 좋은 회복제이며, 돈 대신 카드도 있다. 가장 어려울 때는 몸살이 났을 때. 일년에 두 번 정도는 꼭 몸살을 앓는데, 그게 술약속과 겹칠 때가 있다 (왜냐면 술약속은 평균 이틀에 한번 있는데 몸살은 이틀 정도 가기 때문에). 너무 심하면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지만, 웬만하면 가려고 노력한다. 내 가방 속에 타이레놀 ER이 항상 들어있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몸살이 도져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했던 토요일(12/17), 어머니는 “몸도 아픈데 어떻게 술을 마시냐.”고 날 말리셨다. 그때 내가 했던 말, “저에게는 아직도 열두알의 타이레놀이 남아 있습니다.” 난 타이레놀 두알을 먹고 술자리에 갔고, 엄청 마셨고, 나 혼자만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그날 술자리가 워낙 재미있었기에 후회는 없다.


속이 너무 안좋을 때는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먹고 술을 마셨고, 16일간 연속으로 술을 마신 적도 있다. 97년 303번, 98년 305번의 쾌거는 웬만한 사람은 이루지 못할 쾌거였다. 하지만 이제 열흘만 있으면 나의 삼십대는 끝이 난다. 한 살 더 먹는다고 크게 달라질 거야 없지만, 몸을 전혀 아끼지 않는 지금같은 생활방식은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 생각은 이미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다. 술마시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작년 178회, 올해는 현재까지 158회, 남은 술자리를 세어보니 올해는 168회 정도 마실 것 같다-정신을 잃을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경우도 크게 줄었다(올해 한 열번 정도 필름이 끊긴 것 같다. 7% 정도?). 내년에는 더 줄이고, 그 다음해에는 좀 더 줄일 것이다. 술을 줄이는 대신 난 그간 못했던 문화적인 생활을 해보고 싶다. 윔블던 경기를 보러 영국에 간다든지, 미국 가서 야구 경기를 보거나, 노르웨이에 가서 뭉크 미술관을 본다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2006, 달라진 저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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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5-12-19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

라주미힌 2005-12-1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캔그리피 주니어가 생각나네요 ... 연속 출장 기록 ㅎㅎㅎ
'간'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해 보입니다..

chika 2005-12-1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억~ 윔블던 보러 영국에, 야구보러 미국에, 뭉크작품보러 노르웨이에..가는 것이 문화생활이라고 한 얘기밖에 안보여요!! - 전 내년에 방에서 테니스의 왕자를 넘겨보기만을 기대하고 있을랍니다~ ㅎㅎㅎ

야클 2005-12-1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6년에도 변함없는 마태우스님을 기대하며,또 별로 안 바뀔거라는데 거금 만원을 겁니다. ㅋㅋㅋ

kleinsusun 2005-12-1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비장하군요.
몸살이 나셨는데도, 타이레놀까지...그것도 2알이나 드시고는 술을 마셨군요.
지금은 몸살 다 지나갔어요?^^
이제 2주 남았네요. 39세의 마지막 2주 아주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플라시보 2005-12-1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구십 몇년도에 비하면 술 마시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군요. 300번은 정말이지 환상의 숫잡니다.^^ 저는 술 줄이라는 말은 안할께요. 다만 건강하게 마시세요. 아프지 마시구요.^^

클리오 2005-12-1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직도 타이레놀 열두알이라.. 이순신 장군 못지 않으시군요.. ㅋㅋ 어머님께 진짜 그렇게 말씀드린건 아니시죠... ^^

꾸움 2005-12-1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충분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암요~ 달라지셔야죠. ㅎㅎㅎ...

Phantomlady 2005-12-1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이 비슷한 정리를 하고 있는데..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ㅎㅎ
부디 마태우스님은 꼭 성공하시길..

하루(春) 2005-12-1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벌써 새해의 결심을 저렇게 원대하게 내놓으시다니... 심히 우려되지만, 그래도 응원해 드릴게요.

sooninara 2005-12-20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윔블던 경기를 보러 영국에 간다든지, 미국 가서 야구 경기를 보거나, 노르웨이에 가서 뭉크 미술관을 본다든지. ->대신에

그냥 대학로에서 떡삼겹 먹고 홍대앞에선 떡볶이 먹으면 안될까요?

모1 2005-12-20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는 하지만서도 술과 너무 친하게 지내시는 것 같아요. 약까지 상비할 정도면....

모1 2005-12-20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튼 즐거운 30대셨군요. 이젠 40대? 40대에는 어떤 즐거움이 있을실지..

타지마할 2005-12-20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반갑습니다.

마태우스 2005-12-20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라이만님/혹시 누구신지요? 왠지 제가 아는 분 같은데...
모1님/40대도 뭐, 지금처럼 살 건데요 몸관리도 좀 하면서 살겠단 거죠^^
수니님/윔블던 간다고 떡볶이 못먹겠습니까^^
하루님/꼭 응원해 주셔야 해요! 아직도 저에 대해 불신하시나봐요^^ 전 한다면 하는 놈입니다!
스노우드롭님/제가 그렇게 술먹자고 졸라도 응하지 않는 님은 바위섬!
꾸움님/절 믿어주시는 분은 님밖에 없습니다...^^
클리오님/예리하시군요. 실제 대화는 이랬습니다.
엄마: 아픈데 어딜 나가?
나: 타이레놀 먹어서 괜찮아!
플라시보님/건강은 저보다 님이 더 챙겨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여간 저는 계속 진화하고 있답니다^^
수선님/여전히 피부가 좋으신 님이 부럽습니다... 저도 한 피부 했는데..
야클님/만원 드리지요^^ 예리하신 야클님. 사람이 한살 더먹었다고 변하겠어요^^
치카님/내년에 저걸 다 한다는 게 아니라, 40대 때 한다는 얘기죠...^^
새벽별님/횟수가 많다고주선은 아니구요 마셔도 안마신 듯 의젓한 야클님이 진정한 주선이지요....글구 타이레놀의 공을 잊으면 안되죠^^
라주미힌님/앗 켄 그리피 주니어가 연속출장?? 그 선수는 부상 때문에 제대로 뛴 시즌이 없는데... 혹시 칼 립켄 주니어 아니어요???^^
라일라님/오 님은 정말 멋이 무엇인지를 아는 좋은 분입니다^^

maverick 2005-12-20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는 아직도 열두알의 타이레놀이 남아 있습니다
-> 저 이거보고 회사에서 웃다가 미친놈 될뻔 했습니다 - -;;

타지마할 2005-12-20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다고 하면 저만 마태님을 알고 있겠지요. 유명하시쟎아요.. 마태님에 대한 정보 하나 알았았네요. 고등학교 제2외국어는 독일어였다. 저는 알라딘에서 책을 사는 평범한 아주 평범한 독자입니다. 마태님의 서재에 와 보니 넘 재미있어 인사를 드린 것 뿐입니다. 아무튼 아주 반갑습니다.

2005-12-21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5-12-22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됩니다, 2006년의 마태우스님이...^^ 홧팅!

마태우스 2005-12-2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호호 기대해도 좋습니다. 불끈! 이제 술 많이 마시는 마태는 올해로 마감입니다
속삭이신 분/그렇게 깜찍하게 말하면 제가 어찌 거절하겠어요
프라이맨님/으음, 제2 외국어가 독일어라는 걸 아신단 말이죠. 그렇다면 혹시 고교 후배?? 아니면 선배? 혹은 동창?? 답이 무엇이든간에 잘 지내도록 해요
매버릭님/제 글에 다른 분이 웃었다는 말처럼 절 즐겁게 하는 말은 없답니다. 음하하하핫. 오랜만에 낭보 주셔서 감사.
 

 

 

 

 

술을 마시다 약속이 있다고 중간에 가버리는 행위는 상대를 허탈하게 만든다.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기에 난 여간해서는 두탕을 뛰는 일이 없다. 약속이 중복되면 한쪽을 아예 포기해 버리지, “2차 쯤에 갈게.”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나도 가끔은 두탕을 뛴다.


151번째: 12월 5일(월)

미녀와 함께--> 영화 사이트 분들과

마신 양: 소주-->맥주-->소주-->정종, 결국 맛이 갔음.


이날 난 8시 반 모임에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결례를 범한 적이 있는 미녀에게 빚을 갚아야 했고, 또 그녀를 안본 지도 무척 오래 되었기에 “곱창이라도 먹지 않겠느냐.”고 전화를 했고,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다. 우린 곱창에 소주를 마셨고, 맥주로 정리를 했다. 약속시간보다 약간 늦게 두 번째 모임에 도착한 나는 또 열심히 소주를 마셨고, 안되겠다 싶어 중간에 도망나왔다. 두탕은 마음 뿐 아니라 몸까지 다치게 한다는 걸 느낌.


153번째: 12월 8일(목)

역시 미녀와 함께--> 친구랑

마신 양: 소주--> 맥주--> 양주--> 맥주, 역시 치사량을...


친구 하나가 “목요일날 시간 있냐?”고 했을 때, 난 단호하게 안된다고 거절했다. 거듭 말하지만 이게 내 스타일이다. 난 미녀와 고기를 먹었고, 2차로 생맥주를 마셨다. 2차 도중 전화가 왔다.

“민아, 제발 좀 와라.”

“안돼. 나 지금 미녀랑 술 마셔.”

삼십분 쯤 후 전화가 또 왔다.

“너 오늘 안오면 이제 너랑 안놀아.”

여기서 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알았다.”고 했다. 마주앉은 미녀가 화난 표정을 지었다. 난 정말 미안했고, “죄송하다.”고 빌었다.


친구 모임에 도착한 시각은 대략 11시 쯤. 친구는 날 반가워했지만, 난 그가 날 왜 불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친구는 애인과 오붓하게 놀고 있었으며, 난 그저 훼방꾼이었다. 따라주는 술만 열심히 먹다가 더 이상 방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는 내게 “잘가”라고 했다. 신촌에서 양재동, 그리고 다시 홍대앞. 왔다갔다 택시비만 날렸다. 역시 난 전화를 거절했어야 했다. 마음 넓은 그녀는 날 위해 택시를 잡아 줬다.


이건 여담이지만, 택시를 타고 양재동에 가는 동안 난 무척이나 힘들었다.

나: 아저씨, 좀 빨리 가주실래요. 제가 지금 소변 때문에 많이 어렵거든요.

아저씨: 고속도로로 빠지면 금방 가요.

(근데 고속도로가 밀린다)

나: 으으, 아저씨, 이제 어떡해요.

아저씨: 어떡하긴요. 다른 길로 빠지면 되지.

(근데, 거기도 밀린다)

나: 아저씨, 오버이트 말고, 혹시 택시 안에서 실수하는 사람 본 적 있어요?

아저씨: 아직 못봤어요.

나: 으으, 오늘 보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참아 볼께요.

아저씨: 강남역만 지나면 금방 가요.

(강남역을 지났는데도 밀린다.)

나: 으으, 아저씨.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아저씨: 다리를 모으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나: 안그래도 지금 그러고 있는 중이어요. 근데 아저씨 땀나는 것 같은데요?

아저씨: 아니어요. 더워서 그래요.

나: 에이, 아저씨, 지금 제가 실수할까봐 걱정되죠?


내가 내렸을 때, 보지는 못했지만 아저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 같다. 난 약속장소에 가자마자 화장실로 뛰어들었고, 문제가 소변만이 아니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어쩐지 힘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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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2-0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돼요 안돼요 술은 섞어마시면 안돼요.(그러나 언제나 섞어마심)흐흣

마늘빵 2005-12-09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택시사건...

chika 2005-12-0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일기 페이퍼가 많이 늘어나겠군요. 연말인지라..;;

코마개 2005-12-0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저씨와의 대화가 압권입니다.

하늘바람 2005-12-09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마태우스님께는 미녀가 자주 등장하네요. 007과 본드걸처럼요. 게다가 탕탕 하니 딱 어울려요

2005-12-09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5-12-0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저랑도 소주잔을 채워주시게 된다면 그때도 '미녀와 함께'라고 말씀해주실건가요? ㅎㅎ

2005-12-09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커피우유 2005-12-0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며칠전 과음 후 택시타고가다 오바이트를 했는데..그 정신에도 차 안에는 안하려는 의지로...달리는 창문열고 했습지요(다행이 집에 거의 다 와서였음 ^^;)
차 안에 안한것까진 성공했는데..그래도 차 문밖에 좀 묻어서..아저씨한테 욕 오방먹고 제가 빨래하려고 집에 갖고가던 묵은 빨래감으로 그 취한 정신에 차 닦아드렸어요 ㅠㅠ
그나마 마태우스님은 잘 참고 목표지점까지 가셔서 다행임다..하여간 섞어마심 쥐약 @.@

가시장미 2005-12-11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이리 오랫동안 서재를 비우는거야? 형~!!!! 이러다가 100위밖으로 밀려나요. 돌아와~~ 유 머스트 컴 백 알라딘~!! ㅋㅋㅋㅋ
 

 

 

 

 

일시: 12월2일(금)

이번주는 내게 재활 기간이었다. 3주간 퍼마신 술로 탈이 난 게 지난주 토요일, 난 그때부터 5일간이나 술을 쉬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이삼일 안마시면 괜찮겠지 생각했건만 이번 사태는 좀 오래 갔다. 난 시시때때로 헛구역질을 했으며, 혹시 몰라서 hCG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음성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술약속을 잡지 않았기에 주말만 잘 쉬면 8일간 술을 안마시는 대기록을 수립하는 동시에 내 몸도 완전히 회복되리라 생각했다.


그런 기특한 마음으로 무슨무슨 연수교육에 갔다. 거기서 남자동창 하나(친구1)를 만났고, 우린 맨날 하는 인사를 했다.

“야! 넌 어쩜 하나도 안변했냐? 학생 때랑 똑같아!”

“너두너두! 정말 신기하다 그지?”

그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지만 여자 동창 둘을 더 만나자 사태가 급변했다.

친구2: 이름이 중동의 나라이름과 같으며 소문난 미녀다. 눈이 부셔서 학생 때 제대로 쳐다본 적도 없다.

친구3: 과커플이라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의대에도 저런 미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해준 사람.


주제발표가 끝나고 패널토의가 이어질 무렵 친구2가 “커피 마시러 가자.”고 부른다. 가방을 싸들고 간 곳은 ‘두레’라는 커피숍. 정말로 커피를 시키려는데 친구3이 이런다.

“아주머니, 혹시 동동주 있어요?”

동동주가 없었기에 우리는 피쳐를 시켰다. 학생 때 별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지만 동창이라는 건 그간의 세월을 뛰어넘게 해줬다. 우린 편하게 이야기를 했고, 분위기는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두개째의 피쳐가 빌 무렵 친구3이 말한다.

“아주머니, 혹시 소주 있어요?”

나: 너 오늘 좀 달리는구나.

친구3: 나 원래 이랬어. 니가 몰라서 그렇지.

두병째, 그리고 세병째의 소주가 나온 것까진 기억이 난다. 친구3이 족발을 시킨 것도 생각난다. 내 기억은 유감스럽게도 거기까지다. 글 마감 때문에 전날 세시가 넘어 잔 게 영향을 미쳤는지, 속이 안좋아 안주 없이 술만 마신 탓인지, 아니면 내 주량이 그게 한계인지, 난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그 아름다운 분위기를 더 즐기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인데, 집에 오니까 어머니가 일찍 왔다고 좋아하신다. 하긴, 네시부터 달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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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12-03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동의 나라 이름과 같다?
이비아(리비아), 김예멘, 박이란, 강오만(이건 아니다 싶다), 성은 이 이름은 집트, 최사우디... 뭘까?

세실 2005-12-0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서림님도 한 유머 하시네요~~~
아니 마태님 주변엔 웬 미녀들이 그리도 많은지요?
제 주변엔 미남 눈 씻고 찾아 보아도 없더이다......
그나마 봐줄만한 미남은 공익 네명중 한명....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마태우스 2005-12-03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어떤 사람이 좋은 말을 구한다는 소문이 나면 결국 좋은 말이 그에게 몰려오지요. 어떤 사람이 미녀를 좋아하고 잘 대접한다는 소문이 나면.....^^
서림님/그 안에 답이 있습니다. 대단하십닏!

paviana 2005-12-0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홧아유 두잉 뷰티불 걸 이라는 문자에 집에 가요 라고 답을 했더니 문자가 씹혓어요.ㅠㅠ
제가 아임쏘리 유아롱넘버 라고 답을 하는게 맞았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저녁 먹자는 약속이 취소되서 맘이 아팠는데 문자가 씹혀서 더 속이 상햇어요. 님이 보시기에 제가 답을 잘못보낸거같나요?

세실 2005-12-0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그럼 저도 오늘부터 어떤 사람이 미남을 좋아하고, 잘 대접한다는 소문을 내야 하는건가요??? 음.....

하늘바람 2005-12-03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란이 아닐까요? 호호 동창만나면 참 반가울것같아요. 그런데 마태우스님 몸관리 하셔야죠.

모1 2005-12-03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시리아....음..너무 이국적일까요?

시비돌이 2005-12-04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친구가 파이란이었군요. 죽었는줄 알았는데....

다락방 2005-12-04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래와서 살짝 읽고 후다닥 도망가려고 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한참을 웃고 이렇게 흔적까지 남기게 되네요. 하하 :)

마태우스 2005-12-0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아이 그렇게 말해주시니 부끄럽습니다...
우는달님/유머지수 7.6, 귀염성지수 8.5입니다^^
모1님/좀 이국적이네요^^
하늘바람님/아앗, 확인해드릴 수는 없지만.... 하여간 몸관리 잘하겠습니다
세실님/저 하나로 부족하단 말인가요??
파비아나님/제가 나빴습니다. 죄송합니다. 곱창으로 서운함을 달래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