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다 약속이 있다고 중간에 가버리는 행위는 상대를 허탈하게 만든다.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기에 난 여간해서는 두탕을 뛰는 일이 없다. 약속이 중복되면 한쪽을 아예 포기해 버리지, “2차 쯤에 갈게.”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나도 가끔은 두탕을 뛴다.
151번째: 12월 5일(월)
미녀와 함께--> 영화 사이트 분들과
마신 양: 소주-->맥주-->소주-->정종, 결국 맛이 갔음.
이날 난 8시 반 모임에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결례를 범한 적이 있는 미녀에게 빚을 갚아야 했고, 또 그녀를 안본 지도 무척 오래 되었기에 “곱창이라도 먹지 않겠느냐.”고 전화를 했고,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다. 우린 곱창에 소주를 마셨고, 맥주로 정리를 했다. 약속시간보다 약간 늦게 두 번째 모임에 도착한 나는 또 열심히 소주를 마셨고, 안되겠다 싶어 중간에 도망나왔다. 두탕은 마음 뿐 아니라 몸까지 다치게 한다는 걸 느낌.
153번째: 12월 8일(목)
역시 미녀와 함께--> 친구랑
마신 양: 소주--> 맥주--> 양주--> 맥주, 역시 치사량을...
친구 하나가 “목요일날 시간 있냐?”고 했을 때, 난 단호하게 안된다고 거절했다. 거듭 말하지만 이게 내 스타일이다. 난 미녀와 고기를 먹었고, 2차로 생맥주를 마셨다. 2차 도중 전화가 왔다.
“민아, 제발 좀 와라.”
“안돼. 나 지금 미녀랑 술 마셔.”
삼십분 쯤 후 전화가 또 왔다.
“너 오늘 안오면 이제 너랑 안놀아.”
여기서 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알았다.”고 했다. 마주앉은 미녀가 화난 표정을 지었다. 난 정말 미안했고, “죄송하다.”고 빌었다.
친구 모임에 도착한 시각은 대략 11시 쯤. 친구는 날 반가워했지만, 난 그가 날 왜 불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친구는 애인과 오붓하게 놀고 있었으며, 난 그저 훼방꾼이었다. 따라주는 술만 열심히 먹다가 더 이상 방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는 내게 “잘가”라고 했다. 신촌에서 양재동, 그리고 다시 홍대앞. 왔다갔다 택시비만 날렸다. 역시 난 전화를 거절했어야 했다. 마음 넓은 그녀는 날 위해 택시를 잡아 줬다.
이건 여담이지만, 택시를 타고 양재동에 가는 동안 난 무척이나 힘들었다.
나: 아저씨, 좀 빨리 가주실래요. 제가 지금 소변 때문에 많이 어렵거든요.
아저씨: 고속도로로 빠지면 금방 가요.
(근데 고속도로가 밀린다)
나: 으으, 아저씨, 이제 어떡해요.
아저씨: 어떡하긴요. 다른 길로 빠지면 되지.
(근데, 거기도 밀린다)
나: 아저씨, 오버이트 말고, 혹시 택시 안에서 실수하는 사람 본 적 있어요?
아저씨: 아직 못봤어요.
나: 으으, 오늘 보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참아 볼께요.
아저씨: 강남역만 지나면 금방 가요.
(강남역을 지났는데도 밀린다.)
나: 으으, 아저씨.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아저씨: 다리를 모으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나: 안그래도 지금 그러고 있는 중이어요. 근데 아저씨 땀나는 것 같은데요?
아저씨: 아니어요. 더워서 그래요.
나: 에이, 아저씨, 지금 제가 실수할까봐 걱정되죠?
내가 내렸을 때, 보지는 못했지만 아저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 같다. 난 약속장소에 가자마자 화장실로 뛰어들었고, 문제가 소변만이 아니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어쩐지 힘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