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코드도 코드다...
일시: 1월 31일(화)
마신 양: 그래도 꽤 마셨지?
베스트프렌드를 포함한 친구 몇몇이 술을 마시기로 한 날. 하지만 친구 아버님은 지금 중환자실에 계시며,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부지하시는 중이다.
“원래 월요일날 쯤 뗄까 했어...하지만 막상 아버님을 보니까 그렇게 못하겠더라.”
지극한 효자로, 아버님께 살아생전 도리를 다 한 친구건만, 호흡기를 떼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다. 설 연휴라 세브란스 옆에서 숙식을 하는 친구를 만나 힘내라고 말해 줬다.
그래서 할 일이 없어져 버린 화요일. 집에 가서 운동을 한 뒤 짐을 싸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술약속이 잡혀 버렸다.
“이번주 안되는데...차라리 오늘 마실래요?”
그녀는 흔쾌히 응했고, 남자 둘과 미녀 하나는 즐거운 술판을 벌였다.
술자리가 즐거우려면 꼭 오래 사귀어야 하는 건 아니다. 십년을 넘게 사귄 친구와 있어도 별반 재미가 없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역시나 중요한 건 연륜보다는 코드, 그들과 난, 내 착각일지 몰라도 나와 코드가 잘 맞았다. 오랜만에 프로야구 이야기를 하고-야구장에서 고기 구워먹는 방법에 대해서-가끔씩 책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술을 원없이 마셨다. 다행히도, 어쩌면 지난 일주간 쉬면서 몸을 충전한 탓인지 모르지만, 어제는 술이 잘 받았다. 놀란 그녀가 말한다.
“주량이 소주 한병 반이라면서요?”
그 말을 듣고나니 내가 무슨 큰일이라도 한 듯한 뿌듯함이 몰려왔다.
‘홍익보쌈’에서 보쌈과 소주를, 그리고 2차에서 전골을 먹었다. 그집은 노래를 신청하면 엘피 판으로 틀어주는 집이었는데, 내가 신청한 ‘인형의 꿈’은 끝내 안틀어줬다. 원 사람들 하곤, 무슨 신청할 노래가 그렇게 많은지, 신청한 쪽지가 테이블에 쌓여 있고, 사람들은 부지런히 노래를 적어 낸다.
3차로 기가 막히게 맛있는 그 떡볶이를 먹었다. 그리고 난, 새벽에 일어났다.
* 집에 가서야 그 친구 생각이 났다. 내 친구는 아버님 때문에 걱정이 많은데, 나 혼자만 즐거운 게 미안했다. 친구야, 미안하다.
** 생로병사에 내가 잠깐 나왔다. 술먹느라 나온 걸 못봤는데, 엄마를 비롯한 지인들은 “잘 나왔다.”고 해줬다. 아버님 생각이 났다. 내가 한창 잘나갈 때 아버님은 늘 못마땅한 눈으로 날 보셨다.
“학문적인 데를 나가야지 저런 데나 나가고 있냐!”
아버님이 살아계셨다면 아마 어제 프로를 보시면서 기뻐하셨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