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일기를 너무 오래 안써서 숫자도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놓은 게 있으니 언제한번 싹 정리를 해야겠네요.


학회날 술을 마셨다. 그런 데 가면 보스를 모셔야 하지만, 나도 좀 많이 컸다고 생각하기에 슬쩍 빠져나와 대전서 개업한 친구와 술을 마셨다. 2차를 하고 보스의 모임에 합류했지만 12시가 지난 시각이라 보스는 이미 들어간 뒤다. 다음날 만난 보스는 내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어제 안보이대?”

“네..그, 그게요...”

학회 내내 날 보는 싸늘한 눈길을 보면서 난 아직 덜 컸으며, 크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부터 하는 얘기는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들은 거다.


40대 여자가 목에 뭐가 생겼다고 친구 병원을 찾았다. 보니까 과연 동그랗게 생긴 뭔가가 있다. 생판 처음 보는 거라 고민을 하던 친구, 그냥 확 떼어버리고 보낼까 하다가 찝찝한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

“큰 병원에 가서 조직검사를 해봐야겠네요.”

나중에 그 여자는 친구 병원에 다시 왔다. 충대병원서 CT를 찍어보니 뇌종양이 발견되어 치료를 했다고. 목에 생긴 것은 뇌종양이 전이된 결과였다.

“제가 암인줄 어떻게 아셨어요?”

여자는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지만, 친구는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냥 떼어내고 환자를 집에 보냈다면 그 자리는 환자 가족들에 의해 멱살을 잡히는 자리였겠지만, 자신의 직감에 충실했던 탓에 감사인사를 받았으니 말이다. 뇌종양이 그렇게 전이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데, 친구가 뭔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 실력이리라. 대전 시내만 해도 많은 이비인후과가 있고, 그 환자가 내 친구보다 실력이 못한 병원을 찾았다면 그녀의 운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또 다른 환자. 나이가 좀 드신 할아버지가 코피가 났다. 대충 치료해주고 보냈는데 한참 후에 다시금 친구를 찾아왔다. 뇌종양으로 방사선치료를 받는데 그 과정에서 목에 문제가 생겨 A/S를 원한 것. 뇌종양? 친구는 처음에 그 할아버지가 따지러 온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을 치료받는 동안 할아버지는 그런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기에 마음이 어느정도 진정된 친구는 자기 병원에 왔던 걸 기억하냐고 물었다. 그 할아버지의 답변.

“의사 선생님이 그때 치료해주면서 한번더 코피가 나면 큰 병원에 가라고 하셨는데요, 그로부터 사흘 후에 다시 코피가 나서 대학병원에 갔어요.”

할아버지는 거기서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코피는 대부분의 코피처럼 코 속의 혈관이 터져 난 게 아니었고, 그보다 더 깊은 부위, 즉 뇌종양에서 나온 거였다. 그제서야 친구는 자기가 그 말을 했던 걸 기억해 냈다. 친구 말에 의하면, “식은땀이 났다.”


의사가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인 이유는 이렇게 환자의 운명을 바꿔줄 선택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리라. 의사가 여럿 있는 종합병원과 달리 개업의는 그 선택을 혼자서 내릴 수밖에 없다. 일견 생각하기엔 잘 모를 때마다 “큰병원 가세요.”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단순한 코피를 가지고 큰 병원에 가서 CT나 MRI 등의 검사를 해야 했던 환자가 또다시 그 의사를 찾을까? 그러니 큰병인지 아닌지만 분간할 수 있으면 좋은 의사라는 건 괜한 소리가 아니다. 개업의 뿐 아니라 큰병원이라 할지라도 까운을 입은 임상의사라면 그런 선택의 순간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터, 환자에게 친절하게 할 자신만 있는 내가 기초의학의 길을 택한 건 참으로 잘한 결정이리라. 의사 뿐 아니라 환자가 어느 병원을 선택하느냐도 자신의 운명에 중요할 수 있는데, 좋은 의사를 구분하는 한가지 방법은 개업한 지 최소한 3년은 지난 병원을 택하는 것이다. 3년간 한 지역에서 별탈없이 진료를 했다면 그래도 믿음은 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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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0-30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사춘기때 나고 한 동안 안나던 '옥에 티'(일명 여드름)가 이마에 한개 났어요.
또 나면 큰 병원을 찾아야 할까봐요. -_-a

moonnight 2005-10-30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치료받다가 한동안 안오시던 환자분이 다시 오셨어요. 그 분은 사진을 찍었다가 우연히 하악골에 커다란 낭종이 생긴 걸 발견하고 대학병원으로 consult를 냈는데 시간이 없어서 안 가셨다더군요. 다시 사진을 찍어봤는데 수년간 변화없이 그대로여서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대학병원은 약속이 너무 밀리고 살기 바빠서 도저히 못 가겠어요. 그냥 계속 여기서 치료해주세요. 라고 저를 쳐다보시니 이를 어쩌나의 심정입니다. -_-;; 메디컬 닥터보단 확실히 덜하지만 어쨌든 누군가의 몸에 대해 대신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늘 고민스러워요. ㅠㅠ

하루(春) 2005-10-30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좋은 술일기인 것 같네요.

마태우스 2005-10-30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하루님! 이런 과분한 칭찬을!!! 감사합니다 꾸벅.
문나이트님/음, 그런 일도 있군요. 님 빽으로 예약 잡아주시면 좋겠지만 환자마다 그럴 수야 없구, 흠, 그것 참...
야클님/이마에 여드름까지... 제가 야클님을 외모로밖에 이길 수 없단 거 아시죠?^^

가시장미 2005-10-3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자의 운명을 바꿔줄 선택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리라. ->흠. 그렇지....형. 자랑하고 싶어서 올린 페이퍼구나? 이거이거 의사아닌 사람 서럽게. ㅠ_ㅠ 그런거 아니라는거 알아. ㅋㅋ 일요일에, 오랫만에 올라온 페이퍼라 참 반갑네!

예전에 닥터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어. 아주 계산적으로 인간관계를 대하듯 환자를 대하던 의사가 자신이 환자가 되어보니, 그 계산적인 인간관계에서 느껴야 하는 씁쓸함이 얼마나 환자를 서럽게 하는지를 깨닫게되지. 그래서 어렵게 어렵게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다시 의사로 돌아왔을 때는 환자를 마음으로 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해. 인턴들을 교육할 때도 그런 식의 프로그램을 도용하여 환자를 마음으로 대하는 의사가 많아 질 수 있도록 힘을쓰면서 아주 아름다운 마무리를 보여주었지.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하지만 막상 입장을 바꿔보면 자신이 본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 같아. 남의 일에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는 있지만, 자신의 일에는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가 힘들잖아. 만약 의사가 환자가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계산적인 태도는 보일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런 태도를 가진 의사들은 정말 많더라. 우리 어머니가 암수술을 했을 때도 그런 것을 뼈져리게 느껴야 했었어. 모른다는 것이 갖지 못했다는 것이 죄는 아닌데말야. 세상에는 참 그런 것이 죄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그 일 후에 우리언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다시해서 간호대를 갔어. 그래서 지금은 간호사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어. ^-^

언니에게 내가 물은 적이 있어. 간호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말 화나고 짜증나게 만드는 환자들이 없냐는 물음에 언니는 이렇게 대답해줬어. 아파서 그러는 것이라고. 엄마가 아프셨을 때 그랬던 것처럼 아파서 하소연하는 사람들을 보면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그래서 환자들을 대할 때 엄마를 대하듯이 대한다고..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언니가 그렇게 이뻐보였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야. ㅋㅋ

형의 글을 보면 늘 어머니와 할머니를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 난 그래서 생각했어. 형은 의사라는 직업을 갖기에 정말 어울리는 사람이구나. 정말 환자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겠구나.. 하고. 형의 책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 정말 많이했어. 단지 내집단에 속하는 사람이여서가 아닌 외집단의 사람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갖는다는 것이 절대 쉬운일이 아닌데. 형의 책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 그래서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을 했다고. 형의 책을 봐달라고. 아주 따뜻한 의사선생님이 쓴 책이라고. ^-^

근데 말야. 꼭 신체의 어디가 아픈 사람만을 따뜻하게 대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다 상처를 가지고 있으니깐. 모두가 환자 인지도 몰라. 사실 난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안으로 안으로 아픔과 상처가 많은 사람이거든. 그 아픔과 상처를 감추기 위해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씩씩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그런 부분이 나의 마음에 그늘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야. 그래서 난 밝지만 아주 어두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글퍼질 때도 많지.

환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 아니 인간을 생각하는 따듯한 마음으로 이 곳의 많은 이웃에게 보내는 손길도 아름다웠으면 좋겠어. 내 마음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는데..............
오랫만에 형이 남겨준 글에 헛소리만 늘어 놓은 것 같네. ㅋㅋ 내 마음 알아주리라 믿어요~


가시장미 2005-10-30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제가 너무 길게 써서 더이상 댓글이 안올라오나봐요. 어머어머~~
~(_-_)~(-_-)~(_-_)~ 한바퀴돌고 애교부리기. 죄송해요. 댓글의 흐름을 끊어서. ㅋㅋ

모1 2005-10-30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 오래된 병원 있는데...동네에서 몇미터씩 건물을 옮겨다니거든요? 의사가 좋다..잘한다..하는데.. 여러사람 진단 잘못해서 안 좋은 결과를 냈었다는 소리가 있어요. 그 의사선생님 노인들이나 아이들에게 친절해서 동네의 다른 병원은 잘 안되도 그분 병원은 아주 잘되죠. 갑자기 그분이 생각납니다. 저희 집 단골병원이기도 하다는..

merryticket 2005-10-3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 가정의학 병원의 기본이 52000원 이에요..보험으로 2/3는 커버되지만..
(웬 뜬금없는 소리람~)

클리오 2005-10-3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사가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인 이유는 이렇게 환자의 운명을 바꿔줄 선택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리라' --> 저 같으면 이 이유로는 의사를 기피하고 싶을 것 같은데요. 생명에는 지장없는 교사만해도 두려운데 의사는 얼마나 더할까요...

마태우스 2005-11-0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선망'이란 얘기 쓸 때 더 좋은 표현이 없을까 고민했었어요. 역시 문맥에서 어긋난..... 굳이 우기자면 중요한 결정을 내린단 얘기는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단 소리니까......
올리브님/아 네.... 기본이 5만2천원이면 3분의 2가 커버되도 17천원은 된단 말이군요
모1님/진단 잘못했는데도 잘된다니, 친절하다 해도 그건 좀 이상합니다..
장미/누구나 상처가 있으니 다들 잘해줘야 한다는 말 새겨들을께. 페이퍼보다 더 훌륭한 댓글, 고마워.
 

 

 

 

 

일시: 10월 18일(화)
누구와: 조교 선생들과
마신 양: 소주--> 맥주...

정신을 차렸을 때 전 기차역 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저를 보고 있구요. 의자에 앉아 책을 보다가 그만 굴러 떨어진 모양입니다. 무안해서 잽싸게 짐을 챙겨 빠져나왔습니다.


KTX가 생긴 뒤로는 기차 편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2차를 하다가 기차역에 왔을 때는 9시였고,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34분을 더 기다려야 했답니다. 그러다 잠이 든 거죠. 시계를 보니 10시 반이고, 다음 기차는 11시가 넘어야 되더라구요. 그때 가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역 근처 여관에 들어갔습니다.


어젠 원래 술마실 계획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조교선생이 저한테 술을 같이 마시자고 하네요. 잠시 고민하다가 그러자고 했습니다. 조교 선생들 몇몇이서 술을 마시는 자리에 저를 불러준 것은 저를 편하게 생각한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우연히도 남녀 비율이 3대 3으로 조화를 이룬 그 모임은 무척이나 유쾌했습니다. 술을 많이 마신 것만 빼면요. 30분을 안자고 기다리기엔 제가 술에 너무도 취해 있었어요.


남들은 가을이 왔다지만 제게 가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이 순간에도 저는 선풍기를 틀어놓고 있고, 집에서 잘 때도 늘 선풍기를 틀고 잡니다. 사실 남들 눈만 아니라면 전 지금도 반팔을 입고파요. 어제 들어간 낡은 여관엔 선풍기가 없더군요. 에어콘이라도 틀어야겠다 했는데, 에어콘의 코드(전깃줄?)를 꽁꽁 묶어놓은 겁니다. 그 줄을 푸느라고 어찌나 고생을 했는지, 플라스틱 같은 걸로 봉해 놔서 칼이 없으면 도저히 못뜯겠더군요. 술취한 김에 겨우 풀었지, 맨정신으로는 하지 못했을 겁니다. 시끄럽지만 그래도 찬 바람이 나오는 에어콘 덕분에 잘 잤습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가을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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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9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겨울이 온것 같던데 ^^;

정말 건강하신 체질인가 보네요. 아직 젊으셔서 그런가요? ^^
영원한 벤지아빠 서민님 화이팅~ 외쳐 드리고 갑니다 :)

paviana 2005-10-1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도 난방 돌리고 잤는데..
부럽습니다. ㅎㅎ

비로그인 2005-10-1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은 밤마다 작은 아기 땜에 싸워요. 팬티만 입고 자는 녀석이 창문 열어라 방문 열어라 더워 죽겠다며 맨날 울어대니까요..... 에효.....

2005-10-19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hantomlady 2005-10-1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워요 ;;;

moonnight 2005-10-1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 열이 많으신 체질인가봐요. 전 보일러 틀어놓고 자는데 ㅠㅠ 그런데 술 조금만 덜 드셔야겠어요. 바깥에서 정신을 잃으셨단 얘기 하실 때면 조마조마 -_-; 저 아는 사람들 중에도 지하철이나 기차에서 잠들었다가 지갑 등등 다 털렸단 얘기 많아서요. 몸 안 다친 것만도 다행이지만요. ㅠㅠ

manheng 2005-10-1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미 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무지 고생을 했다는... 춥습니다요 ㅠ

생각하는 너부리 2005-10-1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엔 저두 더운데요, 그래두 아침, 저녁 나절엔 쌀쌀하거든요. 마태님 뭐 드시면 그렇게 몸이 더울 수 있는거에요? 혹시, 술? ^^

클리오 2005-10-1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도 유행인데 덥다니요... 님 체질에 열이 많으신가봐요... 혹은 테니스의 힘인가? ^^

모1 2005-10-2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감기로..고생인데..열이 많으신가봐요. 그런데 역에서 아시는 분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후후..

마태우스 2005-10-20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그러게 말입니다. 봤으면 그게 무슨 창피..^^
사막의표범님/아, 전 어제 밤에도 더워 죽는 줄 알았어요.
클리오님/살의 힘이 아닐까요.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니 지방이 타고 있는 듯..
에이프릴님/글쎄요. 어젠 학교식당에서 먹었는데...그게 강력한 에너지원이었다봐요
만헹님/흠, 그렇군요. 감기 한번 걸리셨으면 이번 겨울은 액땜했다 생각하십시오.
문나이트님/지갑 털리고 그런 사람이 다 접니다^^ 있어 보여서 지갑털이의 표적이 된다나요..
스노우드롭님/님이 추우면 추운 게 옳은 겁니다!
별사탕님/자제분이 앞으로 크게 되겠네요...^^
파비아나님/기름 한방울 안나는 우리나라에서는 저같은 체질이 각광받을 것 같아요
고양이님/제가 운동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친하게 지내는 친구 둘과 대천에 갔다. 나이 차도 나고 성도 다른 그녀들은 내 좋은 친구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가끔 싫증날 때가 있는 법인데, 난 그녀들한테서 마음에 안드는 구석을 발견한 적이 없다. 같이 있으면 그저 편하고 좋다.


넷이라면 의자를 돌려놓고 갔겠지만, 셋이어서 난 따로 앉았고 그 동안 별사탕님이 선물해주신 돈 까밀로 책을 다 읽었다.





 

대천 군인콘도에 짐을 풀었다. 콘도는 정말 좋았다. 3명이 22평짜리 콘도에서 자는 게 사치스럽게 느껴질만큼. 예약과 더불어 숙박료도 미리 내주신 그 어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 말풍선은 내가 만든 게 절대 아니다...




같이 간 친구의 귀걸이를 안경처럼 써봤다. 늘 '이 얼굴에 안경을 어떻게 쓰냐'고 생각했었는데,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저 절대로 방귀 뀐 거 아니구요, 저 말풍선은 모함이어요. 남자들은 저런 야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난 힘이 좀 딸려서 배트를 짧게쥐고 갖다맞히는 편인데, 의외로 잘친다는 평을 듣는다.



서울에서 조개구이가 한창 인기일 때 한번 먹어본 적이 있다. 하나도 맛이 없었다. 조개구이는 맛이 없다는 생각이 깨진 건 학생들 엠티를 따라 대천에 와서다. 대천의 조개구이는 여전히 맛있었다. 회도 어쩜 그리 맛이 좋은지, 그런 안주라면 소주 네병도 마실 수 있다.



뺑뺑 돌아가는 휴대폰 광고를 따라해봤다. 남자가 돌면서 여자 앞에 서고, 그담에는 둘이 같이 도는 그 광고 말이다. 근데 보는 눈이 있다보니 사진찍기가 영 쑥스러워, 발을 제대로 뻗지 못했다. 그랬다면 사진이 멋있었을텐데, 그놈의 사회적 지위 때문에...

뭐, 대충 이렇게 갔다왔다. 그밖에 생각나는 것들.
-콘도에서 소주를 사러 나왔다가 길을 잃어버려 30분 가량 헤맸다. 새벽 1시 반이라 사람도 없었고, 나중에는 식은땀이 났다. 길눈이 어둡다는 건 슬픈 일이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소변이 마려워 잠을 깼다. 깨보니 할머니 한분이 내 옆에 서계신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십분 쯤 버티다 결국 자리를 양보해 드렸다. 그리고는 내내 서서 갔다.... 소변이 마렵지 않았어도 내가 과연 자리를 양보했을까? 그랬겠지?
-당연한 얘기지만,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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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4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인터라겐 2005-10-1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대천.... 정말 좋은 곳에 다녀오셨군요....ㅎㅎㅎㅎ
저도 어제 마을버스에서 할아버지께 자리양보했어요.. 제 옆에 앉은 젊은 남자... 갑자기 자는 척을 하더라구요..미웠어요..^^
달의 제단을 재미나게 보다가 한정거장 할아버지가 타신걸 못봤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인터라겐 2005-10-1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안경쓰시면 더 지적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검은 뿔테 안경쓰시면 고시생으로 보이실듯... 그리고 저 야구... 울 남편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거랍니다..

paviana 2005-10-1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들과 함께라면 어딘들,무얼한 듯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전 시간 많은데 님이 미녀들과의 주지육림에 빠지셔서 저한테는 시간 안 내주시는거잖아요 ..ㅠㅠ

이리스 2005-10-14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개구이!! 아아... 먹고 싶습니다 ㅠ.ㅜ

Phantomlady 2005-10-14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조개구이.. 먹고 싶습니다.. 미남들과도 놀러가고 싶어요.. ㅠ,.ㅜ

싸이런스 2005-10-1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멋있구요!!! 두번째 사진 처량하구요. 세번째 사진 귀엽구요. 음.. 그 다음부터는 말을 아끼는게 좋겠어요. ^^ 글구 조개구이는 미워요!

mong 2005-10-1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일 단풍보러
직지사 갑니다~
그래서 안부러운척 하는 중입니다....크흑

클리오 2005-10-1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개구이에다가 술 먹다가는 술에 취하기 전에 연탄가스에 먼저 취한다는... 저도 대천을 자주가서리... ^^;

토토랑 2005-10-1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안경 잘 어울리실거 같아요 ^^;;
김제동도 도수없는 안경쓴다고 하더라구요~~ 마태님도 악세서리로 하나 장만하시는건 어떠실지요 ^^;; (진짜 잘 어울리실거 같은데~ 안경에 따라서 샤프하거나 오금은 얍삽하거나 아님 순진한 이미지를 바꿔서 연출하실수 있을듯)

마태우스 2005-10-14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랑님/술먹다 잃어버릴 게 100% 확실한데요^^ 그나저나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는 게 제겐 유리하군요^^
클리오님/아 그렇군요!! 연탄가스 그다지 심하지 않던데요?? 좋은 데를 가야죠^^
몽님/오오 직지사... 매우 반듯한 절인가봐요^^ 하지만 거긴 조개구이 없을걸요?
싸이런스님/조개구이를 미워하는 사람은 큰 인물이 될 수 없습니다. 맘을 넓게 가지십시오
스노우드롭님/미남 하면 아프락사스님이나 야클님, 라주미힌님을 말하는군요. 흑.... 제 자린 없어요...
따우님/조개구이...호홋. 저만 먹어서 죄송해요!
낡은구두님/조개구이는 대천이 최고!
파비아나님/사실과 다르구요, 전 님한테 한달반 전부터 신사동 아구찜 가자고 했건만 님은 한번도 응답해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리도 밉습니까...
인터라겐님/죄송합니다..그 자는척하던 젊은이가 바로 접니다..
만두님/그렇게 좋아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모1 2005-10-15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들과의 여행...좋으셨겠네요. 그리 좋은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시겠어요.
 

 

 

 

간만에 컴 앞에 앉았다. 그간 술일기를 못쓰고 밀려있는 게 있었는데, 오늘 페이퍼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하련다.


119번째: 9월 16일(금), 과외 친구들과


추석 연휴 전날이었다. 강남대로는 끔찍하게 밀렸고, 난 그 광경을 즐기면서 차보다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이런 걸 보면 난 결코 착한 애가 아니다). 연휴를 슬퍼하듯 술집은 북적였고, 난 오버하다 그만 정신을 잃었다. 착한 친구 하나가 날 집까지 데려다 줬다.


초등학교 동창인 우리가 과외를 함께 한 시간은 중1 때부터 1년 남짓, 그런데 아직까지도 모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놀랍다. 물론 우리가 계속 이런 건 아니다. 중2 때 난데없는 과외금지령이 내려 헤어진 이후 공백기가 길었다. 친구 결혼식 같은 데서 만나면 “우리도 모여야지 않냐”고 했지만 그건 말뿐이었고, 피차 바쁜 처지에 아무도 모임의 연락책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명이 총대를 메서 다시 만나기 시작한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우리에게 영어 과외를 해준 분은 중학교 선생이었다. 그 선생님의 솥뚜껑같은 손바닥에 머리를 퍽퍽 맞곤 했었는데, 가장 많이 맞은 사람은 당시 과외에서 문제아였던 나다. 선생님은 내 머리의 굴곡이 당신의 손바닥과 일치하다며, 내 머리를 때릴 때가 가장 편하셨단다. 작년, 그 선생님이 학교에서 정년퇴임을 한다기에 몇 명이 모여서 가봤다. 많이 늙으신 선생님을 보면서 우리는 세월을 느꼈다.


친구 중에는 다 커서 사귄 사람도 있지만, 어릴 적 친구가 편하긴 하다. 이말은 해도 될까, 하는 자기검열이 그들이랑 있을 때는 작동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말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고, 그런 편함이 좋다.


123번째: 9월 21일(수) 지도학생들과


원래 난 1박2일로 지도학생 모임을 하자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었다. 근데 학생들도 시간이 잘 안맞는 바람에 그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고, 그냥 고기 좀 먹고, 맥주집에서 2차를 하는 조촐한(?) 모임이 되고 말았다.


바쁜 의대 애들이랑 1박2일을 간다는 건 방학 때가 아니면 힘든 일이다. 게다가 지난달은 내가 여기 온 사상 가장 바쁜 달, 내 계획은 발상은 아름다웠을지언정 실현되기 어려운 거였다. 의대 사람만 그런 게 아닌지라 사람들은 다 바쁘다. 한달은커녕 석달에 한번 만나기도 어렵다. “언제 술이나 먹자”고 헤어지지만, 그게 일년이 되고 2년이 되버린다. 바쁨은 나이와도 별 관계가 없다. 우리 조카(누나의 아들)에게 영화라도 한번 보여줄까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안되고, 일요일도 오전만 돼!”이다.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먼 길은 차로 왔다갔다하고. 문명의 발달로 인해 사람이 하는 일의 상당수를 기계가 대신하는 요즘, 사람들은 왜 점점 바빠지는 걸까? 이 문제를 한번 연구해보고 싶다.


* 2차에서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술을 마셨는데, 난 정말 대단하게도 한번도 안걸리는 실력을 발휘했다. 가위바위보는 결코 운이 아니며, 여럿이 할 땐 더더욱 그렇다.


124번째: 9월 26일(월)

내가 관여하는 영화 사이트 모임에 갔다. 이 모임은 한달에 두세번 가량 열리는데, 두달동안 난 이 모임에 한번도 가지 못했다. 왜? 아까 했던 말의 연장이지만, 내가 겁나게 바빴기 때문. “죄송합니다. 이번주는 못가구요, 다음주는 꼭 갈께요”란 말을 두달간 하고 지냈다. 당시에는 다음주가 되면 밝은 세상이 올 것이며 그때는 모임에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날이 되면 또 무슨 일이 있고, 그래서 “미안하지만..”을 되풀이한다.

이날도 그랬다. 나오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을 때, 난 이렇게 말했었다.

“저 어제 학교에서 밤 샜거든요. 그냥 안가면 안될까요”

하지만 '안돼요‘란 말에 나가야 했고, 피로 회복에는 술이 좋다는 믿음 때문에 계속 소주를 비웠다.


9월 30일, 지난달에 난 이날만 바라보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열리는 회의의 자료준비로 머리가 아팠던 한달을 살았는지라 10월 1일이 되면 이제 마음놓고 놀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뭔 회의가 그렇게 많은지, 게다가 쓸데없는 말을 해서 원만한 회의를 방해하는 세력은 또 얼마나 많은지, 10월의 일주일을 보낸 소감은 이렇다.

“10월도 장밋빛은 아니다”

그러니까 9월은 9월의 할 일이 있고, 10월은 10월의 할 일이 있는 것, 바쁜 게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좋은 날은 다 간 것 같다. 아까 던졌던 의문에 스스로 답을 내려 보자면 “내가 나이가 듦에 따라 더 중요한 사람이 되어가고, 그러니까 점점 바빠지는 것이다. 바쁨의 정도는 내가 이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얘기다”

이 말이 맞건 틀리건, 난 그냥 이렇게 생각하련다.

 

*오늘 강의의 마지막 슬라이드는 이랬다. "주말 잘 보내세요. 전 오늘 대천에 놀러가요. 메롱" 미녀 둘과 간다는 얘기는 차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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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0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BRINY 2005-10-07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천은 중고딩만 가는 곳인줄 알았는데, 님도 가시는군요.

비로그인 2005-10-0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을바다.
멋지고 부럽네요~ ^^
잘 다녀오시구 사진 좀 올려주세요.

2005-10-07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10-0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2때 과외 금지, 이 말이 왜이리 친숙하답니까^^
그래서 저의 과외 경력은 딱 한달, 아니 두달이었던가? 난 수학을 했는데^^

페일레스 2005-10-0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월은 9월의 할 일이 있고, 10월은 10월의 할 일이 있는" 거군요. 으흐흐.

paviana 2005-10-0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저한테는 맨날 말로만 곱창에 소주라고 말하시고...
제가 미인이 아니라서 그렇지요.ㅠㅠ

싸이런스 2005-10-0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겁나게 바쁘시네요. 지금쯤 대천에서 잼나게 놀고 계시겠네요. 아 부러워라!!

마태우스 2005-10-09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잘 다녀왔어요. 그 얘기는 나중에, 사진과 더불어서 하겠습니다. 반가워요 싸이런스님!
파비아나님/아네요 아구찜에 소주 먹자고 제가 늘 그러는데, 바쁘다고 시간 안내주시는 거잖아요!!! 흥.
페일레스님/네.. 저도 한번 바쁜 척 해봤습니다^^
깍두기님/으음....자꾸 저와 같은 세대라고 몰고가는 듯..하지만, 전 30대입니다!
속삭이신 분/저 아직 한번도 국제영화제 안봤어요.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님 서재에 댓글 달께요.
고양이님/아무도 디카를 안가져가서 폰카로 몇장 찍었어요. 괜찮은 사진 몇개 골라서 올려달라고 했어요. 그게 있어야 여행후기를 쓸 듯...비가 그쳐서 다행이었어요
브리니님/어머 대천에 나이든 분들도 많더이다. 그리고 제가 정신연령은 중고딩이잖습니까^^
물만두님/님의 기대대로 잘 다녀 왔습니다. 여러가지로 감사드립니다.

모1 2005-10-1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일기를 보면서..날짜를 보지 않았는데..이번에 모아놓으신 것보니..날짜의 간격이 생각보다 좁다싶네요. 건강하세용~~

sweetrain 2005-10-10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마님 저랑 삼겹살 먹어요 ㅠ.ㅠ
 

 

 

 

 

일시: 9월 20일(화)

누구와: 모교--> 친구들과 2차, 3차

마신 양: 죽이게...

 

친구 생일 겸 해서 모이자고 했다. 맨날 먹는 삼겹살이 지겹다고 절규하던 친구 하나가 인터넷으로 ‘복집’을 검색한 끝에 양화대교 근처의 복집에 예약을 했단다.


내가 뭐든지 잘먹는 것 같아도 의외로 취약점이 많은 것이, 과일은 물론이고 감자, 고구마 같은 디저트를 다 못먹는데다, 술안주 중에서 족발을 못먹고, 오꼬노미야끼같은 일본 냄새가 풀풀 나는 음식들은 쳐다도 못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복이다. 어릴 적 복어한테 물린 쓰라린 경험 때문인지, 후천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복어를 먹는다니까 이상하게 힘이 쭉 빠지고, 술 먹기 직전 내 몸을 감도는 흥분 같은 게 생기지 않았다.


그날 난 그전 주에 드리지 못한 추석 선물을 드리기 위해 모교에 가야 했다. 시간상으로는 들렀다 가도 충분했지만, 그날 하필 모교 식구들의 회식이 있었고, 메뉴가 바로 보쌈이었다. 보쌈. 삼겹살, 생선회, 중국집과 함께 나를 흥분시키는 몇 안되는 음식이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보쌈의 꽃은 김치 속의 맛, 우리가 간 놀부보쌈은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무난한 맛은 되었다. 을지로 입구에서 유명한 보쌈집을 가본 나지만, 놀부 정도면 만족할 수 있다. 난 친구들에게 조금 늦게 간다고 전화를 넣었고, 조자룡이 칼춤을 추는 것같은 현란한 젓가락질로 보쌈을 입에다 넣기 시작했다. 가끔씩 소주 원샷을 외치면서. 넋을 잃고 날 바라보던 우리 테이블 식구들은 결국 보쌈고기를 추가해야 했는데,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도 상당부분 내 뱃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공기밥을 먹고 막국수까지 먹었더니 배가 터질 것 같았는데, 먹기만 하고 가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내가 카드로 긁었다. 약속 장소에 난 한시간을 늦었다.


천안에도 보쌈이 맛있는 집이 있다. <봉평장터>라는 곳인데 보쌈이 댕길 때마다 거길 갔다. 하지만 내 방 근처에 서식하는 미식가 K가 “거기 보쌈은 보쌈도 아니다”라고 하는 걸 보니 보쌈을 보는 내 눈은 좀 낮은 것 같다. 어디, 서울에 맛있는 보쌈집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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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rain 2005-10-0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달려요~~~~!!!!

파란여우 2005-10-0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즐찾에서 빼야지...

panda78 2005-10-0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복어한테 물린 쓰라린 경험 <- 이건 사실일까? ㅋㅋ

하이드 2005-10-0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덟개 올린데요. 소근.
이때까지 놀고와서리, 흥

야클 2005-10-0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보쌈을 드시는데 족발을 못드신 다는게 참 미스테리하군요. ^^ 게다가 술꾼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제1의 해장음식인 복어를 못(안?) 드신 다는 것도...

그리고 보쌈이라면 <원할머니 보쌈>도 먹을만 하다는.... ^^

하루(春) 2005-10-0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9, 120, 121은 어디갔어요?

부리 2005-10-0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제 서재에 하나씩 채워가고 있습니다^^
야클님/그게요... 귀족 태생이라 그런 건 아닐까요? 그냥 부리 생각이라고 받아들여 주세요
하이드님/안녕하세요? 지금 대작 쓰기 시작했음. 음하핫
판다님/설마 그게 사실이겠어요. 복어로 맞은 적은 있는 것 같음.
여우님/어머 무슨 말씀을. 자꾸 그럼 님한테 놀러가 버릴거야요!
단비님/님도 하루종일 기다리셨군요! 저도 6시부터...호홋.
새벽별님/무리라는 건 할 때 해야 한다는 게 마태의 신조랍니다. 신조? 신조협려!

BRINY 2005-10-02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원할머니 보쌈 추천이요. 고기 싫어하는 저도 거기 거는 잘 먹네요.

클리오 2005-10-0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복어도 무나 그러면서 고민했다는... 저도 용인 원할머니 보쌈의 고기맛에 엄청 반했었답니다. 근데 체인점마다 수준차이가 있는지, 청주는 별로더라구요... 그에 비해 놀부보쌈 체인은 맛이 그럭저럭 균일한 듯 하구요... 정말 맛있는 곳은 어디죠??

merryticket 2005-10-0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보쌈 먹구 싶어요..얼마전엔 순대볶음이 먹고 싶었는데,,

moonnight 2005-10-0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쌈을 무척 좋아하던 사람이 생각나네요. 그 사람은 놀부보쌈이 최고. 라고 그랬던 거 같은데, 저도 그 사람 덕분에 보쌈 처음 먹어봤었어요. 김치속, 정말 맛있던데요. ^^

로쟈 2005-10-0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서재를 즐찾해 놓았더니 맨 (술)먹는 얘기만 올라오네요. 거기다 뭘 그리 부지런하신지(제 서재 브리핑의 절반이 마태님 페이퍼로 채워져 있습니다)! 오늘도 김밥으로 점심을 때운 저로선 취향(어쩌면 계급)이 안 맞아서(--;). 물론 '미녀' 선호 같은 건 굳이 '타인의 취향'이랄 게 없지만 말입니다.^^

모1 2005-10-03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아래 몸무게가 걱정되신다는 글을 읽은 듯 한데요. 후후...

예쁜토마토 2005-10-03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후후 마태님 역시.. 술일기 참 잼있으셈~

마태우스 2005-10-05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토마토님/앗 안녕하세요. 재밌다고해주셔서 감사!
모1님/그, 그게요...원래 인간은 모순투성이잖아요
로쟈님/하루 동안 글 못쓴 거, 왕창 다 썼어요^^ 김밥 맛있죠!
문나이트님/놀부보쌈이 최고는 아니라도 제겐 딱이어요. 김치속, 정말 맛있죠! 전 새우젓하고는 잘 못먹어요
올리브님/보쌈은 항상 먹고 싶어요, 전
클리오님/정말 맛있는 곳, 저도 알고 싶습니다. 우리 먼저 아는 사람이 가르쳐주기 합시다
브리니님/원할머니보쌈이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