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결혼했던 1988년 그해, 남편이 내 이름을 부를 순 있어도 내가 남편의 이름을 부르는 건 허용되지 않았다. 감히 아내가 남편의 이름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게 시집 식구들의 의견이었다. 우리 부부는 동갑이니 남편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남편의 이름에 ‘씨’자를 붙여 불렀고 남편은 나의 이름에 ‘씨’자를 붙이지 않고 이름만 불렀는데도, 내가 부른 남편의 호칭만 문제가 되었다.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여성의 낮은 위치를 뼈저리게 자각한 사건이었다.

 

 

이렇게 호칭 문제를 경험한 터라 책을 통해 페미니즘을 처음 만났을 때 무척 반가웠다.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보부아르 저, <제2의 성>,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자기만의 방과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울프 저, <자기만의 방>, 그리고 우리는 남성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나쁜 원칙과 싸운다고 말하는 프리단 저, <여성의 신비> 등을 읽으며 세상의 불합리와 불공정을 배웠다.

 

 

그로부터 십 년의 세월이 흐르자, 아내가 남편의 이름을 불러도 괜찮은 시대가 되었다. 시동생이 결혼하여 새로 생긴 동서가 그걸 증명했다. 세월은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그렇게 높여 놨다. 이제 페미니즘이란 말은 진부하다. 그래서 누구나 페미니즘에 대한 모든 책들이 새롭지 않은 뻔한 주장을 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도 그랬다.

 

 

그러다가 정희진 저,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었다. 그러나 이 책은 진부하지 않고 새롭다 못해 충격적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기존의 인식의 틀을 뿌리 뽑고 새로운 인식의 틀을 만들어서 세상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가부장제 사회의 통념을 전부 지워 버리고 새로운 내용으로 사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어떤 독자에겐 마음 불편한 책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남자에게 대항하여 싸우자고 소리치지 않으며, 여자의 힘을 기르자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남자든 여자든 우리가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 주기 위해 세상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설명할 뿐이다.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가졌던 생각들이 맞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갖게끔 해 줘서 좋다.

 

 

 

 

질문은 질문하는 사람의 권력을 드러낸다

 

 

우선 저자는 머리말에서 ‘물음’에 대해 말한다. 모든 물음은 질문하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사고방식을 반영한다는 것. 질문은 질문하는 사람의 교양과 예의뿐 아니라 권력을 드러낸다는 것.

 

 

 

 

“왜 여자들이 취업하려고 하지?”, “장애인도 애를 낳을 수 있나?”, “왜 노인이 사랑을 해요?”, “동성애자도 실연당해요?”, “흑인도 철학자가 될 수 있나?”, “(이주 노동자에게) 왜 한국에 왔나?” 이 같은 질문은 남성, 비장애인, 젊은 사람, 이성애자, 백인, 한국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가 어떤 사람에게는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 혹은 용서받지 못할 욕망으로 간주된다. 이처럼 질문은 묻는 자와 답하는 자 사이의 사회적 권력 관계를 반영한다. 여성은 남성에게 “왜 그렇게 취업하려고 노력하니?”와 같은 질문은 하지 않는다.(16쪽)

 

 

 

 

내가 무심코 한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니. 그렇다면 평상시 하는 말에도 주의가 필요하겠다. 나의 말에 어떤 편견과 선입감이 작용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검토해야겠다. 인간이 인간답게 인간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려면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여성은 남성의 시각을 이어받는다

 

 

저자는 우에노 치즈코의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한다.

 

 

 

 

여성주의 사유 방법의 출발은 “그들이 말하게 하라.”였다. 우에노 치즈코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문서화된 역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여성의 역사가 출발하다 보니, 그동안 역사는 남성에 ‘의해’ 여성에 ‘대해’ 쓰여진 문서나 재현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남성들이 쓴 것은 여성에 대한 ‘사실’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 대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환상을 갖고 있는가와 관련된 남성들의 관념을 웅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남성이 생산한 여성에 대한 지식은 남성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지, 여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고 있지 않다.(214쪽)

 

 

 

 

남성에 의해 쓰인 여성의 역사에서 여성의 모습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결국 여성 모두가 갖고 있는 시각은 남성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시각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에 불과함을 말하고 있다. 보부아르의 표현을 빌리면,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다는 것이겠다. 이것이 세월이 흘러도 남성 중심의 사회가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소수자이다

 

 

저자는 ‘동성애 혐오 문화’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한다. 자신이 동성애를 허용하자고 주장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누가 동성애를 ‘허용’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한다. 여성이나 흑인, 장애인 모두 누군가 ‘찬성’하지 않아도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동성애자 역시 누군가의 ‘동의’와 ‘허락’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성애자임을 알리겠다는 위협이 한 사람의 인권을 몰수하는 ‘권력’일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퍼져 있는 동성애 혐오 문화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문제의 가해자는 사회 구성원 모두라고 볼 수 있다.(111쪽)

 

 

 

 

‘소수자’에 대해선 이렇게 언급한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면에선 소수자이며, 어느 누구도 모든 면에서 완벽한 ‘진골’일 수는 없다는 것,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성별과 계급뿐만 아니라 지역, 학벌, 학력, 외모, 장애, 성적 지향, 나이 등에 따라 누구나 한 가지 이상 차별과 타자성을 경험한다는 것, 그러므로 자기 내부의 타자성을 찾아내고 소통해야 한다고.

 

 

이 밖에도 성판매 여성, 군사주의와 남성성에 대해 새롭게 해석하며,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여아 낙태의 문제, 정신대 문제, 가정폭력 문제 등이 ‘인권’의 문제임을 지적한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많은 이들의 일상을 규율하고 있는 외모 ‧ 학벌 ‧ 나이 ‧ 서울 중심주의 등으로 인한 차별 사안도 인권 침해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제도나 원칙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알랭 드 보통이 <불안>이란 저서에서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을 인용해 쓴 것, “어릴 때 우리 모두 가졌던 환상, 즉 우리가 살아가는 제도가 날씨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환상을 머리에서 씻어내야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라는 글이 생각났다. 여기서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환상’이란 일시적으로 임시변통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를, 얼마든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제도를 마치 늘 존재해 왔고 또 늘 존재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함을 말하는데, 이것은 명백히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게 어디 ‘제도’뿐이겠는가.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원칙들을 일말의 의심 없이 꼭 지켜야 마땅한 옳은 것들로 수용하여 고정관념의 노예로 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우리의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비해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요즘도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여자가 뭐 하러 밤늦게 싸돌아 다니냐?”라는 말로써 여성이 여성을 비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또 신문을 통해 한국인이 이주 노동자를 무시하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사람을 존중하는 세상’에 살기 위해서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한, 이 책은 아직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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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2-1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 언니,
누구나 어떤 면에서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문구에 열렬히 공감해요.
제가 생각했으나 정리되지 않은 말들을 그대로 페이퍼화시킨 듯한 글이예요.

저는 현 제도가 이점이 있어서 지켜지는 것이기에 가능하면 지켜야 하지만
경직된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현재 제도나 나의 의견이나 틀릴 수 있다는 융통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경직된 저의 태도, 이미 욱한 감정 상태를 보면서 한숨을 쉬곤 해요. 흔히 타인의 경직된 태도를 비판하지만, 그에 앞서 내가 균형을 잡고 있는가를 살펴야 하는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균형이 아닌가 싶어지더라구요. ^^

페크pek0501 2011-12-16 21:40   좋아요 0 | URL
아, 첫손님! 마녀고양이님 고맙습니다.^^

마음의 균형 잡기,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다가도 막상 어떤 화나는 일에 처하면 이성을 잃어 마음의 균형을 잃을 수 있죠. 그런데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난 뒤에 자신을 돌아보고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이었는지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일이 아닐까 해요. 실수는 누구나 하는데, 그것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사람과 성찰할 수 없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는 것이죠. 마고님은 성찰하실 줄 아셔서, 제가 보기엔 괜찮은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이런 말도 위의 리뷰글에서처럼 저의 권력을 드러내는 것인지 걱정?이 되는군요. (지가 뭔데 괜찮다고 그래,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까 봐서요.) 농담임.ㅋㅋ 정말 말조심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오늘 날씨 무척 추워요. 하필 오늘 선배님집에 놀러갔다가 오는 길에 진짜 `겨울`을 만났어요. 겨울의 동반자, 감기 조심해요, 우리.

노이에자이트 2011-12-1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지금은 부부 간에 어떻게 호칭을 정했는지 궁금합니다.이곳 호남지방에선 중장년 이상의 남자는 아내에게 누구누구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죠.물론 누구누구는 아들이나 딸이름이죠.

페크pek0501 2011-12-18 01:18   좋아요 0 | URL
님의 질문에 생각해 보니, 지금도 그대로 부르고 있군요. 저는 씨자를 붙여서 남편을 부르고 남편은 그냥 제 이름을 불러요. ㅋㅋ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지는 것",이 말처럼 저도 이 사회에서 길들여져서 남편 이름을 감히? 못 부른 것이죠. 이렇게 어떤 문화를 수용해 버려서 고정관념의 노예가 되는 것이죠. ㅋㅋ 어른들 앞에서만 서로 아무개 엄마, 아무개 아빠라고 불러요.

마태우스 2011-12-1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제 인생에서 두번째로 많은 영향을 끼친 책입니다. 한줄 한줄이 다 예술이죠. 근데 이 책의 후반부를 차지하는 성매매 문제를 읽다가 "이게 참 쉬운 문제가 아니구나" 했었어요. 정희진님이 책을 좀 많이 썼으면 좋겠는데 너무 뜨문뜨문 쓰시더군요. 그나저나 님 <제2의 성> 읽으셨군요. 그거 읽은 분 찾기가 참 어려운데...사실 전 정말 의지, 끈기, 인내 이런 걸 다 동원해서 읽었어요. 빨간펜으로 줄만 빡빡 쳤다는... 그 시절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놀랍긴 한데요, 읽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여자였다면 좀 더 쉽게 읽었을까요? 암튼 님이 그 책을 읽으신 걸 안 게 반갑네요.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릴게요

페크pek0501 2011-12-18 01:13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그런데 지도편달 부탁이라니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요? 큭. 마태우스님의 겸손? 배울 사람은 저인 것 같은데염.ㅋㅋ

성매매 문제, 저도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이 리뷰에선 성판매 여성(밑에서 네 번째 문단에)이라고만 썼어요. 성매매 자체가 인권 침해인지, 아니면 그것의 금지가 생존권 침해인지..., 또 우리가 바라는 것과 성매매 여성들이 바라는 것이 다를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등 어려운 문제예요.

<제2의 성>, 다 읽으셨다니 저도 반갑네요. 초보 시절에 500쪽이 넘는 상하 권 두 권을 꼭 읽어야 페미니즘을 알게 되는 줄 알고 읽었어요.ㅋㅋ 저도 줄 치며 읽는 버릇 있어요. 읽었더니 이렇게 써 먹을 일이 있을 줄이야...
아, 그런데 님에게 첫 번째로 영향을 끼친 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

2011-12-26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7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7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7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5-04-27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안해는 저에게 존댓말을 하고 저는 안해에게 존댓말을 합니다. 제 딸에게도 존댓말을 할 예정인데,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습니다.

왜 pek0501 님은 배우자에게 상호 존댓말을 써 줄 것을 요구하지 않으셨나요? 그리고 저는 선생님이라는 직종만으로도 연하인 사람 모두에게 존댓말을 사용합니다.

2015-04-28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물은 일정한 법칙을 따른다. 물론 그 법칙을 일부러 만든 것은 아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법칙이다. 알랭 드 보통 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소설을 읽으면 두 남녀 사이에서도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은 남자(화자)가 여자(클로이)를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기까지의 연애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통해 사랑의 법칙을 정리해 보았다.


알랭 드 보통 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통해 본 사랑의 법칙 14가지


첫 번째 법칙 :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질 땐 상대에 대한 미화가 시작된다.


나는 그녀에게서 내가 평생 서툴게 찾아다녔던 바로 그 여자, 나의 꿈에서 예고된 자질을 갖춘 존재를 확인했다. 그녀의 웃음과 눈매, 유머 감각과 책에 대한 취향, 불안과 지성은 내 이상과 완벽하게 들어맞았다.(12쪽)


두 번째 법칙 : 두 사람의 공통점인 우연적 요소도 필연적 운명으로 해석한다.


평소에 미신적인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클로이와 나는 우리가 이미 직관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 즉 우리가 서로에게로 운명지어졌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무수한 사실들 -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 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둘 다 짝수 해의 같은 달 자정 무렵(그녀는 오후 11시 45분, 나는 오전 1시 15분)에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둘 다 클라리넷을 분 적이 있으며, 둘 다 학교 다닐 때 <한 여름밤의 꿈> 공연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그녀는 헬레나 역이었고, 나는 테세우스의 시종 역이었다). 우리 둘 다 왼쪽 발가락에 커다란 점이 둘 있었고, 똑같은 뒤쪽 어금니에 충치가 있었다. (…) 심지어 우리의 책꽂이에는 똑같은 <안나 카레니나>(옛 옥스퍼드 판)가 있었다.(13쪽)


세 번째 법칙 : 연인의 단점에서도 사랑을 느낀다.


그녀가 문장을 끝맺는 법이 없다는 것이, 약간 불안해하는 것이, 귀걸이의 취향이 아주 세련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너무나 어색해 보였지만, 그래도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결론은 피할 수가 없었다.(24쪽)


네 번째 법칙 : 연인에 대한 집중력이 강해진다.


클로이를 소유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생각이 며칠 동안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녔다.(30쪽)


다섯 번째 법칙 : 연인의 전화를 기다릴 땐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 된다.


전화는 전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악마 같은 손에 들어가면 고문 도구가 된다.(33쪽)


여섯 번째 법칙 : 연인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할 때 사랑에 더 빠지게 된다.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곧바로 우리에게 입맞춤을 허락하는 사람(우리는 곧 배은망덕해진다)이나 절대 우리에게 입맞춤을 허용하지 않는 사람(우리는 곧 그 사람을 잊어버린다)이 아니라, 수줍어하며 그 양극단 사이로 우리를 이끄는 사람이므로.(40쪽)


일곱 번째 법칙 : 연인의 눈을 통하여 자신을 보게 된다.


구애하는 위치 때문에 나는 내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묻지 않고 그녀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묻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 내 타이가 어떤가? 하고 묻지 않고 그녀가 내 타이를 어떻게 볼까? 하고 묻게 되었다.(49쪽)


여덟 번째 법칙 : 사랑이 불확실하거나 안전하지 못할 때 사랑의 욕망이 더 커진다.


몽테뉴는 말했다. “사랑에는 우리를 피해서 달아나는 것을 미친 듯이 쫓아가는 욕망밖에 없다.” 아나톨 프랑스 역시 “우리가 이미 가진 것을 사랑하는 것은 관례적이지 않다”는 말로 같은 입장을 보여주었다. 스탕달은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기초로 해서만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드니 드 루주몽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가장 넘기 힘든 장애를 가장 좋아한다, 그것이 정열을 강하게 불태우는 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롤랑 바르트 는 욕망을 정의상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으로 한정시켰다.(92쪽)


아홉 번째 법칙 : 연인의 시각은 다른 사람의 시각과 다르다.


나는 그녀가 남의 편의를 잘 봐주고 관대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집에서 그녀는 약간 오만하고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었다. (…) 나는 클로이가 돈과 직업에 대해서 분별력이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딸이 “남자 친구들을 못살게 굴어서 자기한테 복종시킨다”고 말했다.(104쪽~105쪽)


열 번째 법칙 : 연인의 눈에만 보이는 매력이 있다.


두 눈이나 모양이 제대로 갖추어진 입에서 매력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슈퍼마켓 계산대 위에서 움직이는 여자의 손에서 매력을 찾아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클로이의 독특한 버릇들은 더 큰 완전성을 가리키는 기호들로, 그것은 연인만이 읽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빙산의 일각처럼 그 밑에 놓인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의 진정한 가치, 호기심이 덜한 사람이나 사랑이 덜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의미 없어 보일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 바로 연인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149쪽~150쪽)


열한 번째 법칙 : 연인이 낯선 사람으로 보일 때 강렬한 욕망이 솟는다.


어느 주말, 길을 가다가 차가 고장이 나서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15분쯤 뒤 카센터의 밴이 도착하자 클로이가 나서서 경찰관과 이야기를 했다. 그녀가 낯선 사람(신분증이라는 것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지켜보는데, 내가 아는 여자가 갑자기 낯설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익숙함이라는 갑갑한 담요 밖으로 나와 그녀의 얼굴을 보았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나를 위해서 존재하게 된 여자가 아니라 생전 처음 보는 여자처럼 그녀를 보았다. (…) 한번도 손을 대본 적이 없는 몸을 가진 사람에게 느끼는 듯한 강렬한 욕망이 솟아올랐다.(201쪽~202쪽)


열두 번째 법칙 : 사랑하면 괜스레 불안해진다.


클로이를 사랑하면서 생기는 불안은 부분적으로는 내 행복의 원인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이었다. 클로이는 갑자기 나에게 흥미를 잃을 수도 있었고, 죽을 수도 있었고, 다른 남자와 결혼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사랑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관계를 일찌감치 끝내고 싶은 유혹이 생겼다.(224쪽)


열세 번째 법칙 : 연인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으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나는 (클로이와의 이별에 대한) 내 분노를 전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 자신의 죽음으로 그 분노를 상징하려고 했다. 나는 클로이에게 상처를 주느니 차라리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쪽을 택했다. 나 자신을 죽임으로써 그녀가 나한테 한 일이 무엇인지 내 몸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 나는 단지 클로이에게, 비유적으로 말해서, 그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었다.(284쪽)


열네 번째 법칙 :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결심하고도 또 빠지게 되는 게 사랑이다.


대책이 서지 않는 사랑의 고통 때문에 비관적이 된 나는 사랑으로부터 완전히 떠나버리기로 결심했다. 낭만적 실증주의가 도움이 될 수 없다면, 유일하게 유효한 지혜는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금욕주의적 충고였다. 나는 이제 상징적인 수도원으로 물러나, 간소한 서재에 처박혀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소박하게 살아갈 생각이었다. (…) 그러다가 어느 날 디너 파티에서 레이철이라는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사무실 생활을 이야기해주었는데, 나는 그녀의 눈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순간 나는 금욕주의적 철학을 내팽개치고 클로이에게 저질렀던 실수를 모조리 되풀이하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를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311쪽~312쪽)



* 맺는말

우리는 연애를 모르면서 연애를 한다. 연애를 하면서 연애에 대해 하나씩 알아 간다. 우리는 사랑을 모르면서 사랑을 한다. 사랑을 하면서 사랑에 대해 하나씩 알아 간다. 이처럼 우리는 인생을 모르면서 인생을 산다. 삶엔 연습이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연습 없이 바로 실전의 현장에 들어가서 자신의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하니까. 사랑에 실패한 뒤에 시간을 되돌려 다시 연애할 수만 있다면, 다시 사랑할 수만 있다면 잘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땐 으레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같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므로. 같은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으므로.


어떤 사람도 그처럼 미소를 띠며 자신을 바라보지 않을 것이며, 어떤 사람도 자신의 말에 그처럼 주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사람도 뜨거운 햇빛 속에서 그처럼 인상 쓰지 않을 것이며, 어떤 사람도 멀리서 알 정도로 그처럼 활기차게 걷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은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특별한 연인이므로.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각각의 연애는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소중한 것이고,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건이다. 그런 점에서 연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유익한 책이다. 하지만 연애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이 책의 가치는 덜하지 않다. 그 이유는 인간의 심리를 통찰한 알랭 드 보통의 글을 감상한다는 것은 즐겁기 때문이다.


내게 이 책은 단순히 연애 소설로 읽히기보다 인간의 심리를 명쾌하게 해석한 심리학 서적으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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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12-0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에 연습이 없기 때문에 사람은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배울 것을 남긴 채 살아갑니다.어쩌면 배울 것이 남아있다고 느끼는 것이 성숙한 인격의 증거인지도 모르죠.

페크pek0501 2011-12-09 13:39   좋아요 0 | URL
인생에 연습이 없어서 요즘도 무엇이 옳은지 몰라 헤매며 산답니다. ㅋㅋ 예를 들면 아이의 교육문제 등... 정답을 모르겠어요.

아이리시스 2011-12-08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꽤 최근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처음만큼 신선하지 않아서 안 읽힌다는 것과 사랑을 아무리 부르짖어도, 사랑을 아무리 정의내리고 싶어도, 결국 사랑은 한 번에 한사람과 차근차근 해야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관음증도 아니고 타인의 사랑은 그냥 타인의 사랑이고, 지나가는 남자가 아무리 멋져도 결국 내 남자 아니면 타인이라는 것도요.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ㅋㅋㅋ 이 페이퍼, 페크님이 정리하신 사랑의 법칙 너무 명쾌하고 재밌어요.^^

페크pek0501 2011-12-09 13:40   좋아요 0 | URL
님도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시죠? 그가 이 이 페이퍼를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내가 쓴 소설에 그런 법칙들이 숨어 있었나?" 할지 모르겠어요. 제 맘대로 써 본 거예요.ㅋㅋ

비로그인 2011-12-10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모르면서 사랑을 한다, 는 말이 와닿네요. 마치 삶이라는 것을 모르면서 계속 살아가는 것처럼... 똑같은 원리일까요? 페크님 서재는 맑은 봄날 오후 같군요. 그런데 오늘은 눈발도 날리고 추워서 공원 갔다가 얼어죽는 줄 알았어요 ㅠㅠ 그리고 몸을 녹이면서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 보내고 있네요 ㅎㅎ
종종 들를게요! :)

페크pek0501 2011-12-11 13:43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님의 닉네임이 멋지군요.ㅋㅋ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시 구절이 생각나네요. (똑같은 원리? 그렇죠 삶 속에 사랑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니까요.ㅋ)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 타서 컴퓨터를 켜고 있는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입니다.

제 서재의 배경사진은 하늘과 나무들과 풍차가 아주 맘에 들어 싫증이 나질 않네요. 하늘에 써 있는 글을 읽다가 내려오면 지상이 되는 듯한 느낌이 저는 좋아요.ㅋㅋ 날씨는 춥지만 마음은 봄날인 사진인 거죠.

저야말로 님의 서재에 종종 들를게요! :) :)

마녀고양이 2011-12-1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3요소라는 것이 있는데,
친밀감, 열정, 헌신(결정)이라고 하더라구요. 우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보통 열정에 얽힌 정열적 사랑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10단계를 넘어서면 다시 한번 고비를 넘기면서 친밀감있는 사랑으로 가는게 아닐까 그렇게 가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하게 되었어요, 언니가 더 잘 아시겠지만 결혼 10년이 넘어서니 그렇다구요. 그리고... 비단 사랑 뿐 아니라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져요. 적어도 10년은 한분야에서 일해야, 적어도 맛은 보았다고 적응을 조금 했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닐까 하구요.

그래서 점점 짧아지는 사랑의 기간이 아쉬워요,
그 고비를 넘으면 또다른 세계도 있는데 싶어서요. 열정은 적지만 편안하고 친밀한 세계가.

페크pek0501 2011-12-12 15:17   좋아요 0 | URL
님과 저의 텔레파시인가요. 우리가 동시에 각각의 서재에 댓글을 달았던 것 같네요. 크하하... 그래서 더 반갑다는...

남녀간의 열정은 기간이 짧아요. 그런데 그건 다행이라 여겨져요. 연인을 만날 때 가슴이 두근두근거리죠. 그런데 그게 결혼생활에도 이어져 남편이 초인종을 누를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면 어떻겠습니까. 삶이 고단하죠. 그건 대단한 에너지 소모거든요. 그리고 매일 둘 만의 시간만을 갖고 싶어서 직장일에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육아문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그러면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이땐 열정보단 친밀감이 좋은 것 같아요.

흔히 결혼생활을 의리로 산다는 말을 많이 하던데, 그 말이 이젠 좋아져요. 그건 한쪽이 아프더라도 결코 버리지 않고 돌봐주겠다는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거든요. 친밀감 그리고 우정에 가까운 애정이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은퇴 남편 증후군`이라는 게 생겼잖아요. 나이 들면 남편들은 아내 곁에 있고 싶고, 아내들은 남편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싶고 그렇대요. 그래서 황혼이혼도 많대요. 아직 거기까진 안 가 봐서 모르겠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아내가 남편이 귀찮아서 문제가 된다면, 서로 대화로 타협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남편들이 아내가 귀찮게 느끼지 않도록 자신을 개선해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2011-12-13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14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굿바이 2011-12-14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번째 법칙, 매우 공감합니다^^
사랑할 때 보이는 집중력을 다른 일에 활용하면 정말 훌륭한(?)사람이 되었을 것을 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11-12-14 15:37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 반갑습니다. 님의 닉네임을 보니 저는 굿모닝이라는 닉네임 하고 싶어요.ㅋㅋ

집중력, 멋지죠. 집중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갖게 되는, 상대에 대한 집중력 멋지잖아요.

저도 지금 님처럼 글을 쭉 보고 하나 선택했어요. 저는 열 번째 법칙 : 연인의 눈에만 보이는 매력이 있다 - 가 맘에 들어요. 그래야 짚신도 짝이 있을 거라는 즐거운 추측으로...

댓글에 감사 드립니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침대에 깔아 놓은 전기장판을 켜고 그 따스함에 앉아 책을 읽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그 옆엔 한 잔의 커피가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내뿜으며 커피 향을 풍길 것이고, 또 그 옆엔 과일 담은 접시가 있을 것이다. 그날이 왔다. 내가 기다리던 겨울이다.


드디어 전기장판의 따스함이 좋아지는 계절 속에 있다. 커피를 갖다 놓고 과일을 갖다 놓고 침대에 앉아 넷북으로 이 글을 쓴다. 역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에 좋은 계절은 여름보단 겨울이다.



1. 최효찬

바쁘게 살다 보면 책 볼 시간이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많다. 특히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직장인들이라면 더욱, 독서를 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내서 매일 책을 읽는다면 그 합한 시간은 결코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매일 30분씩 1년 동안 꾸준히 독서한다면 총 182.5시간의 독서를 하는 것이 되고, 2년 동안 꾸준히 독서한다면 총 365시간의 독서를 하는 것이 된다. 이렇게 하루 30분의 독서를 권하는 책이 있다.

 


최효찬 저, <잠자기 전 30분 독서>는 “직장인을 위한 독서안내서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독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잠자기 전 30분'을 권한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일 뿐 아니라 내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독서를 좋은 습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 아시아 최고 갑부인 홍콩 청쿵그룹의 리카싱 회장도 무려 70년 동안 잠자기 전 30분 독서를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저자인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방법까지 제시한다. 하루 30분, 1주일에 6권씩 한 달간 읽을 책 24권을 뽑아 제공한다. 1장에서는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등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기경영' 관련 책을 소개한다. 2장에서는 가족경영, 3장에서는 조직경영과 관련된 책을 모았다. 4장에서는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는 인간경영 관련 책을 알려준다. 리딩 포인트를 제시해 따분하고 어려운 책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한국경제, 2011. 10. 27.)


잠자기 전 30분의 독서도 좋겠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내가 한동안 해 본 것으로,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하는 독서도 괜찮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수를 하고 바로 책을 펴고 30분간 책을 읽고 나서 그 다음에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매일 30분씩 일찍 잔다면 수면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요즘은 다른 방법으로 독서를 한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비교적 한가롭게 지낼 만큼 시간이 많은데, 그런 날에 책에 집중해서 왕창 읽는 것이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1장 자기경영 …… 내면 들여다보기

1day 인생은 ‘산’이 아니라 ‘사막’이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2day 인생의 성공은 마시멜로 먹기에 달려 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스캇 펙

3day 한 번뿐인 삶, 진짜 삶을 추구하라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존 그리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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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day 말재주가 없다고 낙담하지 마라 -『논어』, 공자


이처럼 하루하루 읽어야 할 책들을 제시하고, 이것들을 읽는 효과적인 독서방법도 알려 준다.


저자는 소설을 읽는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소설은 때로 현실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더 교훈적인 지침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소설을 읽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리샴의 소설을 읽으면서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최효찬 저, <잠자기 전 30분 독서>에서.




나의 경우엔 그냥 소설이 좋아서 읽으며, ‘교훈적인 지침들’을 얻는 것은 그냥 덤으로 얻어지는 보너스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2. 김무곤

나는 종이책을 좋아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손에서 느껴지는 빳빳한 종이의 질감을 사랑한다. 요즘 전자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나처럼 여전히 종이책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무곤 저, <종이책 읽기를 권함>은 종이책을 예찬하는 책이다. 저자는 책 읽는 것보다 즐거운 일을 찾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독서광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책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강아지와 산보하는 일, 가족과 바닷가에 가서 연을 날리는 일, 이런 일이 있으면 책 읽기를 그만두고 그 일을 하자. 우리는 책 읽기 위해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 김무곤 저, <종이책 읽기를 권함>에서.




우리는 책을 읽기 위해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고 인생을 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 이것은 마치 밥을 먹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 밥을 먹는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같이 인생이냐, 책이냐, 무엇이 먼저인가를 따져 보는 저자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확실히 독서광이 맞을 것이다. 이런 건 독서광만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니까.



3. 쇼펜하우어

내가 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건 20대 초반 때였다. 작가 이외수, 이문열, 이청준, 오정희, 양귀자 등의 소설을 즐겨 읽었다. 그들이 신작을 발표하면 꼭 사 봤다. 어느 신문 인터뷰에선가 이외수 작가가 자신의 고정 팬이 30만 명이어서 신작을 내면 기본적으로 30만 부는 팔린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30만 명 안에 내가 포함될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책에 완전히 빠져 열광하기 시작한 건 30대 초반 때이다. 외국문학에 빠졌고, 사회과학에 빠졌다. 어떤 날은 새벽 4시까지 읽기도 했고, 하루에 한 권을 읽은 적도 있었다. 내가 정신적으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고 느꼈다. 책에 감탄하고 감동하면서 책을 숭배했다. 내게 책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어 보였다.


요즘도 여전히 책을 좋아해서 책을 끼고 산다. 하지만 그때처럼 많이 읽지는 못한다. 그때보단 체력이 많이 약해지기도 했고 시간이 많이 나지도 않는다. 그래도 주위 친구들에 비하면 여전히 책을 많이 보는 편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가끔 책을 읽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더 똑똑해지지 않는 것 같아서다. 오히려 나보다 책을 읽지 않는 친구가 더 똑똑하고 더 지혜로운 것 같아, 그 친구에게 조언을 구할 때가 많아서다. 그동안 읽은 책에서 내가 얻은 지식과 정보와 지혜는 다 어디에 가고, 어리석다고 할 만치 바보짓을 계속하며 살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겸손의 미덕을 잊었고, 때로는 타인에게 상처를 줬다. 현명함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현명하지 못해 속상한 적도 많았다.



그래서 독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쇼펜하우어의 말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어떤 논제에 대하여 스스로 사색하기 전에 남의 것을 읽는다는 것은 위험하다. 독서한다는 것은 남이 자기를 대신하여 생각하는 것으로서 우리는 단순히 남의 정신적 과정을 반복하는 데 불과하다. ……그런 이유로 하루의 대부분을 독서로 소비하는 사람은 ……서서히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쇼펜하우어)


- 윌 듀랜트 저, <철학이야기>에서.




이처럼 독서를 하면 오히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게 되어 점점 어리석어질 수 있는 걸까. 사색이 없는 독서가 무용지물이라면, 그렇다면 나의 독서는 어떠한가.


그런데 지금 확신할 수 있는 게 있다. 아무리 독서가 무용지물이라고 할지라도 아마 난 독서를 계속할 것이라는 것. 새 책의 빳빳한 종이의 질감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그렇고, 책의 생김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그렇고, 책이 쌓여 있는 풍경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그렇다. 지금껏 책을 대체할 만한 다른 매력적인 걸 보지 못했다.



4. 임어당

임어당에 의하면, 이성을 보고 첫눈에 반한 사람이 그 상대의 키도, 얼굴도, 머리칼 색도, 목소리도 다 좋게만 보이는 것처럼, 독서의 경우도 그렇게 반할 만한 작가를 발견해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다. 문체도, 취미도, 견해도 모두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나면 그 책에서 자기 혼에 알맞은 자양물을 골고루 흡수하게 된다는 것. 수년이 지난 뒤 그 작가에게 싫증이 나면 또다시 새 연인이 될 책을 찾으면 된다. 그러므로 ‘만인의 필독서’라는 것은 없고 다만 개인적으로 각각 좋아하는 책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자기 마음에 드는 작자의 발견은 자기의 지적 발전을 꾀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때에는 혼의 친화(親和)라는 것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금의 작가 가운데서 그 혼이 자기 혼과 가까운 사람을 발견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해서 비로소 참으로 가치로운 것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임어당 저, <생활의 발견>에서.




이런 임어당의 말에 내가 동의하는 이유는, 독서를 좋아하게 되는 시점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발견하는 시점이란 것을 내 경험을 통해서 알기 때문이다. 독서를 좋아한다는 것은 결국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5. 알퐁스 도데

독서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준 게 나에겐 소설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가 알퐁스 도데가 쓴 단편소설 <별>이다. 이 작품이 좋아서 여러 번 읽었다.  





알퐁스 도데 저, <별>은 프로방스 지방에 사는 어느 목동의 이야기이다. 목동인 ‘나’는 주인집 딸 스떼파네트 아가씨에 대해 그리워하다가, 어느 날 그녀와 얘기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다. 맑고 순수한 사랑을 보여 주는 다음의 글은 내가 매우 좋아하는 글이다.




“뭐라구요! 별들도 결혼을 하나요?”

“그럼요.”

그리고 별들의 결혼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했을 때, 나는 무엇인가 신선하고 보드라운 것이 어깨 위에 가볍게 얹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게 살포시 기댄 것은, 잠이 들어 묵직해진 아가씨의 머리였으며, 리본과 레이스, 그리고 물결치는 머리카락이 함께 부드럽게 스쳤습니다.

아가씨는 날이 밝아 하늘의 별들이 희미하게 사라질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그렇게 있었습니다. 마음속이 약간 두근거렸지만, 아름다운 생각만을 보내준 청명한 밤의 신성한 보호를 받으며 나는 잠들어 있는 아가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들 주위에는 별들이 양떼처럼 말없이 조용한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몇 번이나 별들 가운데서 가장 곱고 가장 빛나는 별이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 위에서 잠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 알퐁스 도데 저, <별>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는 작가를 발견하고도 독서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까. 이런 발견! 이것이 독서가 좋아지는 출발점일 것이다.


그러므로 내 경험에 의하면, 독서를 좋아하려면 여러 책을 읽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내야 한다. 나의 경우엔 소설이 좋아져서 독서가 좋아졌지만, 요즘은 에세이와 심리학 서적을 즐겨 본다. 한 분야의 책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의 책도 좋아지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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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11-28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독서군요 ^^ 세상에 정말 책을 많이 읽으시네요.ㅋㅋㅋ 하나의 주제를 위해 모이는 수 많은 자료들이 치열한 독서를 통해 얻어 졌군요. 저 역시 독서를 왜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 그래도 저 역시 첵 읽는 걸 고집합니다. 어쩔 수 없어용 ㅋㅋㅋ

페크pek0501 2011-11-29 12:5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예전에 많이 읽었지, 요즘은 그렇지 못해요. 그래도 여전히 책이 주는 위안은 크지요.

노이에자이트 2011-11-28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을 읽고 나서 프로방스를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죠.하지만 스테파니 닮은 아가씨는 별로 없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페크pek0501 2011-11-29 12:59   좋아요 0 | URL
멋진 재치에 감사드려요. 재밌는 이야기네요.

고슴도치 2011-11-2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밤에 별의 한 구절을 읽었기 때문일까요? 분명 중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글인데, 원래 이렇게 촉촉하고 감성적 글이였나 싶어서 깜짝 놀랐어요. 저 구절의 어느부분이 시험에 나왔었나까지 다 기억이 날 정도로 그 당시에 읽고 시험공부까지 했었는데..그때는 분명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었거든요. 사춘기 시절에도 받지 못한 감동을 10년도 더 지난 지금 받게 되니 기분이 참 묘합니다.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한번 별을 읽어봐야겠어요! 페이퍼 잘 읽고 갑니다! :-)

페크pek0501 2011-11-29 13:01   좋아요 0 | URL
새 손님이 오셨군요.

"촉촉하고 감성적 글이였나 싶어서"하는 말씀이 기분좋네요.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 그런 소설 읽으면 딱 좋죠. 방문에 감사 드립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1-29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기 '별'의 인용한 대목 있죠...묵직해진 머리...이쁜 소녀 머리를 묵직하다고 하니 머리가 큰 것 같은 느낌을 주는군요.적당한 다른 표현이 없을까요...Pek0501님은 다른 좋은 표현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페크pek0501 2011-11-29 16:44   좋아요 0 | URL
"내게 살포시 기댄 것은, 잠이 들어 묵직해진 아가씨의 머리였으며," - 이 부분을 말씀하시는군요. 예리한 지적이네요.ㅋ

나비 한 마리가 살포시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은 잠이 들어 내 어깨에 기댄 아가씨의 머리였으며... - 이렇게 되나요? 그런데 이건 흔한 표현이고 더 신선한 표현은 님이 더 잘 하실 듯해요.^^

그런데 지금 보니 "어깨 위에 가볍게 얹히는 것을 느꼈습니다."라고 해 놓고 "묵직해진"이라고 표현한 게 말이 좀 안 되네요. 번역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11-29 17:15   좋아요 0 | URL
음...서로 연구해 볼까요...미녀가 졸면서 어깨를 기대면 남자 입장에선 행복하죠.물론 머리를 깨끗이 감아야 하죠.

아이리시스 2011-12-02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저도 가끔 볼까말까 했었어요. 이미 추천했다는데 어째서 댓글을 안남긴걸까요. 알퐁스 도데도 오랜만이고, 독서시간을 규칙적으로 확보하는 게 참 어려워요. 일어나서 30분은 힘들어서 저는 자기 전 잠들 때까지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침대에 일단 기어 올라가기만 하면 무조건 잠이 드는 편이어서요, 히히.

여전히 다양한 책들 보고 계시네요.^-^

페크pek0501 2011-12-03 15:38   좋아요 0 | URL

새글에 매번 댓글을 남기시지 않아도 되시어요. 저도 히히~~
저도 님의 서재에 댓글 쓰지 못하고 있는 걸요.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니까 더 반가운데요. 푸하하...

아, 내가 십 년만 젊었다면 아이리시스님처럼 서재활동을 열심히 하는 건데 하는 생각~ 그런데 체력의 한계로 인해 그냥 님을 보고 대리만족을 하겠다는 생각~ 몸에 무리가 가서 단명하면 안 되니까요. 푸하하~~

오늘도 어깨통증으로 물리치료 받고 와서 누워 있다가 이제 컴퓨터 켰어요.
내일은 친정에서 김장을 한다니까 아침 일찍 출동해야 하고요, 그래서 오늘은 몸을 좀 아껴야 해요. 안 아픈 척하고 좋은 컨디션으로 내일 일하려면요.

그러니 님의 서재엔 다음에 놀러 가겠슴다. 아, 읽어 볼 글이 밀렸어요.ㅋㅋ
아예 날을 잡아 하루종일 댓글 쓰는 날을 보내야 할 듯해요. 여러 서재가 밀렸어요. 내가 아는 서재인들이 이번엔 어떤 글을 올렸나, 궁금하고 그러나 컴퓨터 사용이 많으면 어깨가 아프고... 이것이 저의 현실이랍니다.

의사의 조언 : 저보고 컴퓨터와 책을 끊으면 어깨가 다 낫는데요. 이런 현실 속에 제가 있다는...
그래도 아이리시스님이 방문해 줘서 기분이 좋아요. 또한번 푸하하~~

숲노래 2011-12-0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아름다운 책을 만나기 힘든,
너무 지치는 돈벌이에 얽매여 살잖아요..

페크pek0501 2011-12-03 15:40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된장님. 한가롭게 책 읽는다는 게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에요.
특히 어렵게 사시는 분들에겐 독서가 사치일 수 있고요.
그러니까 다같이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하겠죠.

그런데 된장님, 오랜만이네요. 그래서 무척 반가웠다는 ... ^^
다음엔 제가 방문할게요. 그럼 또 뵈요. 호호~~

seung0215 2011-12-1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원`이라는 책도 서재에 담겨있길 바래요. ㅎ 요새 읽는 책인데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고, 볼만하더라구요. 안락사라는 주제에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좋은 기회인듯. 님들도 한번 도전해 보세요. 출판사에 영화랑 책에 대해 자세히 소개 되어 있더라구요. 참고들 하세요. http://blog.naver.com/editoremail

페크pek0501 2011-12-12 14:4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청원>이라... 이렇게 적극 추천해 주시니 관심 가져 보겠습니다. 이번 달엔 책을 이미 구입해서 - 5권 구입했는데 내일쯤 책이 배달될 듯 - 다음 달의 구입으로 미뤄야 되겠는데요. 일단 검색해 보겠습니다.

안락사는 결론 내기가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환장 입장이라면 안락사를 바라지만 만약 가족 중 환자가 생기면 선뜻 안락사를 택할 수 없을 듯해요. 저도 안락사에 관한 책을 봤습니다만, 결론을 못 내겠더라고요. 이것은 사형제 폐지가 좋으냐, 나쁘냐 하는 문제만큼 어려워요.

책 추천에 감사 드립니다. :) 방문도 감사해요. 큭큭...
 

 


친구에 관한 글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 있다. 오래전에 본 글인데, 이번에 다시 읽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 유안진 저,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이 수필을 처음 보았을 때 반해 버렸다. 시처럼 외우고 싶을 만큼 좋은 글이라고 여겨서다. 아마 열 번쯤 읽었으리라. 멋지지 않은가.


사람이란 완벽할 수 없는 것. 그러니 자신의 허물도 너그럽게 봐 줄 수 있는 친구를 누구나 갖고 싶을 것이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하게 맞장구 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 유안진 저,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 꽃을 사서 그에게 안겨 줘도, 그는 날 주착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 데로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 게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곱이 끼더라도,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 해도 그의 숙녀됨이나 그의 신사다움을 의심치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 게다.


- 유안진 저,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이 글을 음미하다가 쇼펜하우어의 말이 생각났다. 그가 우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한 글이 있다. 쇼펜하우어는, 경쟁 상대의 이웃 국가가 큰 재난이나 손해를 당했을 경우에 겉으로는 위로를 보내면서도 속으로는 고소한 느낌을 갖는 그런 감정이, 개인인 친구 사이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최근에 겪고 있는 친구의 불행과 슬픔에 관해 듣는 일이다. 이것이 인간이 지닌 특성이자 본성의 하나이다.


반대로 친구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면 함께 기뻐하기보다 마음 한 구석에 야릇한 시기심과 부러움이 싹트는 그 심리가 바로 우정의 뒷면이다.


- 쇼펜하우어 저, <사랑은 없다>에서.




여기서 첫 문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친구의 불행한 소식을 들으면 자신의 삶에 대해 위안이 될 수는 있다. ‘아, 남들도 나처럼 더러 불행한 일을 겪고 사는구나.’하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은 맞았다. 그렇지만 친구의 불행에 대해 기뻐한다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다. 누구나 친구의 불행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울어 본 적이 있으리라. 그래서 반은 틀렸다.


친구의 행복과 불행에 따라 자신의 기분이 좌우되는 것은 자신을 친구와 비교하는 버릇 때문일 것이다. ‘비교되지 않는 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T. 풀러)’는 말에서 보듯, 또 ‘불만은 비교에서 나온다(J. 노리스)’는 말에서 보듯, 자신의 가치는 자신의 삶을 타인의 삶과 비교함으로써 생긴다. 타인의 가치가 올라가면 자신의 가치는 내려가고 타인의 가치가 내려가면 자신의 가치는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타인의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가치도 아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기론 친구의 불행을 기뻐하는 것은 두 가지의 경우에 한할 것 같다. 하나는 그 친구에게 평소 시기심이 많았던 사람일 경우이다. 또 하나는 자신이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일 경우이다. 예를 들면 친구들 중에서 한 사람이 어느 날 연예인이 되어 스타가 되었다고 하자. 그가 친구들 모임에 나타나서 자신의 높은 수입과 높은 인기를 뽐내었다고 하자. 이때 그의 우쭐거리는 태도에 대해 불쾌감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평소 그에 대해 시기심이 있었거나, 자신이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일 것이라는 얘기다. 만약 시기심이 없고 자신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그런 일에 불쾌감을 갖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친구들 중에 연예인이 생겼다며 재밌어할 것 같다. 어쩌면 친구의 성공에서 대리만족을 느낄지도 모른다. 아니면 친구의 수입과 인기에 대해 아예 무관심하거나.


그러므로 자신의 행복을 자랑하고 싶다면 상대를 봐 가면서 해야 하는 건 하나의 요령이겠다. 예를 들면, 어떤 시험에서의 합격, 회사에서의 승진 등을 뽐내며 축하를 받고 싶을 땐 우선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 자신에 대해 시기심이 없다고 판단되고 또 자신이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 같은 상대 앞에서만 자랑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뽐낸다면 미움을 받을 수 있다.


특정 연예인에 대해 악성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도 마찬가지다. 그 연예인에 대해 시기심이 많거나, 자신이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시기심을 악성댓글로 표출하거나 자신의 불행한 생활의 스트레스를 악성댓글로 표출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뜻이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행복한 생활에 빠져서 악성댓글을 쓸 마음을 갖지 않을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없는 것처럼.


우정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글을 읽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남의 불행을 기뻐하고 남의 행복을 시기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으니, 그것은 자신의 불행을 기뻐하고 자신의 행복을 시기하는 사람이 생기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누군가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 시기심을 갖게 만들었다면 그것은 그렇게 만든 자신의 태도를 점검하고 반성할 일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 이런 사람이 된다면 우정의 뒷면이라는 부끄러운 얼굴은 이 세상에 없을 듯하다. “그 친구는 정말 잘 되면 좋겠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한 일간지에 ‘좋은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실험결과가 실렸다. (미국 ABC 방송은 13일 시카고대·캘리포니아대와 기타 미국 내 의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망라해 "부부·친구 관계나 매일의 감정상태, 생활습관이 쌓여 면역체계의 질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 것은 우정이다. 18~55세 성인 276명을 실험한 결과 정기적 대화상대를 6명 이상 둔 사람은 감기 유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배 높았다. 업무 스케줄이 바쁘더라도 잠깐 동료와 사담(私談)을 나누거나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로라도 친구와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조선일보, 2011. 11. 15.)


이처럼 건강하게 살려면 우정이 중요하다는 실험결과는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사실 우리들의 행복은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친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물음은 ‘친구의 존재가 내게 어떤 존재인가’하는 물음과 같겠다. 친구를 내가 이겨야 할 경쟁자로만 생각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가장 좋은 친구란 기쁜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친구가 아닐까 한다. 친구가 불행해질 때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친구가 행복해질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친구의 행복에 기뻐해 주는 사람은 반드시 친구의 불행에도 함께 슬퍼해 줄 듯하다. 하지만 친구의 불행에 슬퍼해 주는 사람이 반드시 친구의 행복에 기뻐해 주지는 않을 듯하다.


"친구란 비가 내릴 때 우산을 씌워 주는 게 아니라 비를 같이 맞아 주는 게 친구"라는 말이 있다. 만약 비오는 날, 자신이 우산 없이 비 맞고 걷고 있을 때, 우산을 씌어 주는 친구를 원하는가, 아니면 함께 비를 맞아 주는 친구를 원하는가. 자신이 원하는 친구의 모습이 곧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자신의 모습이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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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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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11-1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읽을 때마다 감탄해요..음 뭐랄까 지금은 비가 그쳤지만 촉촉히 마음에 적혀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지나가는 텍스트들을 한번 지긋이 밟아주는 느낌이랄까? 마음 속에 말이에요.
저 진짜로요 pek0501님의 글 보면서 그런 느낌 받아요. ㅋㅋㅋ
음 이런 느낌 전 너무 좋아, 문장의 아름다움을 느낄 때 말이죠. 만족스러워용 ㅋㅋㅋ

페크pek0501 2011-11-19 14:12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오랜만에 출현하신 것, 아닌가요? 그거 작전인가요? 인기작전 같은 거요. 뭐하길래 안 나타나는가 하고 궁금하게 만들다가 짠~~ 하고 나타나는 것 말이에요. 아하하~~~ 반갑습니다.

아, 그런데 새 글이 올라온 것 어떻게 아셨죠? 빠릅니다, 빨라요.

추신 : 저도 새 글을 많이 올리니 못하고 뜸하게 올립니다만, 루쉰P님은 더 한 것 아십니까? 그런데 루쉰P님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라는... ㅋ

stella.K 2011-11-1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지란지교의 저 글 기억나요.
저는 최근에 저의 알몸을 보여준 친구가 생겼어요.
그게 아니라 치료 좀 받느라고 옷을 홀랑 벗겨놓는지라.ㅎㅎ
정말 가까운 친구는 목욕탕 가는 친구라는데.

쇼펜하우어 옹의 저 말은 정말 맞는 말은 아니예요.
가깝게 지내다 멀어져도 마음이 짠한 게 인간 마음인데.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정말 원수지간이 아니면 그럴수 없어요.
그래서 그런가, 쇼 옹은 나랑은 친하지 않아요.
누가 쇼 옹 비판하면 그건 고소하더라.ㅋㅋㅋ

페크pek0501 2011-11-19 21:34   좋아요 0 | URL
목욕탕? 간 지 너무 오래됐어요. 날씨가 추워지니 갑자기 사우나하고 싶군요. 내일 가야겠어요.ㅋ

맞아요. 쇼 옹과 친해지기 어렵죠. 그런데 저는 제 생각과 정반대의 책이 이젠 흥미로워요. ^^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고...

노이에자이트 2011-11-1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도 그렇고 연인도 그렇고, 나중에 사이가 안 좋아져서 원수가 되는 경우, 특히 최악의 경우 살인사건이 나는 경우엔 쇼펜하우어 말도 맞을 겁니다.살인사건 상당수가 원한에 의한 살인이기도 하고요...그중엔 한때 친구지간인 경우도 많다네요.살인이 너무 극단적인 예라면 이혼법정 같은 걸 보면...온통 추한 꼴을 다 보여주죠.상대의 흠만 찾으려고 눈이 벌개지고...양가 부모들까지 합세해서 게거품을 물면서 다투고...남들 다 보는 법정에서...한때는 다정한 연인이었을텐데요.

이런 추한 모습도 인생의 한 단면이겠거니 하면서 사는 게 아니겠습니까...

페크pek0501 2011-11-19 21:33   좋아요 0 | URL

싸우는 모습이 인간의 밑바닥을 잘 보여 주지요. 그러니깐 결혼하기 전에 밑바닥까지 보이며 싸워야 결혼에 대한 환상 없이 결혼할 수 있을 듯해요.

셰익스피어가 그랬던 가요. "가장 열렬한 연애가 가장 냉정하게 끝난다." ^^

마녀고양이 2011-11-1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너도 힘들구나 하는 보편성에서 얻는 위안을 무시할 수 없지요.
내가 힘들 때, 상대가 행복한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시기심이 생기게 마련이구요.
내가 행복한 상대일 때, 시기심을 가지는 반대편 친구를 이해하고 함께 비를 맞아줄 수 있다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사람은 결국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하게 됩니다.

제가 현재 좋은 상태이지만, 언제든 힘든 일이 닦칠 수 있고,
힘든 상태인 누군가는, 갑자기 행복해질 수도 있고... 그러니 나를 보듯 남을 봐야
서로 친구도 되고 애정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친구, 참 소중한 단어입니다. 그죠.

펙언니, 날씨 엄청 추워진대요. 감기 안 걸리시도록, 옷 단디 입으셔염~

페크pek0501 2011-11-19 21:38   좋아요 0 | URL

펙보다는 페크라고 불러 주세요.ㅋㅋ 그 이유는 펙은 발음상 너무 세요. 저는 부~드~러~운~ 여자가 되고 싶거든요. (웃겼나요?)ㅋ

언니라는 말, 참 듣기 좋은데요. 예전엔 선배님이라고 불러 주던 후배들이 많았는데, 이젠 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내가 늙었나봐요. 난 젊고 싶은데... 마고님한테는 언니할게요. 저, 동생이 없어요.


마태우스 2011-11-1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펜하우어보다 님의 말씀에 더 공감하게 됩니다. 친구의 불행을 기뻐한다면 그건 친구가 아니지 않을까요. 제가 숙제를 안해서 무서운데 친구도 안해서 위안을 받는다, 이런 건 있을 수 있겠지만, 친구의 불행을 어찌 기뻐할 수가 있겠어요. 근데요, 맨 첨 인용하신 아무때나 찾아갈 수 있는 친구,는 결혼을 하고나니 참 어렵더라구요. 집안이 말끔하게 치워진 상태면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은지라 "우리 집에 오라면 안될까?"라고 말하면 아내가 절대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11-11-19 21:45   좋아요 0 | URL
반갑게도 학자님이 오셨군요. 기생충들은 잘 있습니까?ㅋ 저 아무래도 (미래에)기생충 책의 팬이 될 것 같아요. 빨리 내시길... 유머를 팍팍 넣어서요.

저는 한때 머릿니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가령 머릿니가 이불장에 들어가면 얼마나 살 수 있나, 머리에 붙어 빨아먹는 피의 양은 어느 정도인가, 사람 머리에서 다른 사람의 머리로 옮겨 붙을 땐 점프를 하나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나... 등등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예전에 책을 사려고 보니 독집?은 없더라고요. 다른 책에 일부가 나올 뿐이더라고요. (아이가 어릴 때 이를 옮겨 온 적이 있어서 그때요... ㅋ)

아내들은 누가 오는 것, 싫어하죠.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함께 밥 사먹고 우리 집에 와서 차와 과일 먹는 건 괜찮아요. 사실 음식준비가 힘들거든요. 이해하시길...

이진 2011-11-2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란지교를 꿈꾸며 감명깊게 읽었습니다ㅎㅎ
아, 제게는 친구가 없는 것일까요. 요즘 진실한 친구가 떠나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ㅠㅠ

페크pek0501 2011-11-21 11:21   좋아요 0 | URL

아, 두 번째 방문이신가요? 반가워요. ^^

모든 만남엔 인연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우연히 가까운 동네에 살게 되면 더 자주 만나게 되어 친해지죠. 그게 인연인 듯.
떠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 붙잡아야죠. 친구도 노력해야 얻어지는 것...ㅋ 진실한 친구라, 진실이란 말은 저도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진실이 느껴질 계기가 있어야 할 듯해요.

2011-11-21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2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방문자 3만 명을 앞두고


내 서재에 들어오는 방문자가 3만 명이 되려 한다. (현재 2만9천 명이 넘었다.) 조금 있으면 3만 번째로 들어오는 방문자가 있다는 게 기쁘다. 몇 십만 명의 방문자가 있는 서재들이 많은 것을 알지만 남과 비교할 필요가 있겠는가. 나의 과거와 비교해서 기쁘면 그만인 것.


몇 천 명이었던 방문자가 1만 명이 되었던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때도 기분이 좋았지만 3이라는 숫자가 들어가는 3만 명에서 또 한번 기쁨을 만끽하고자 한다. 솔직한 고백을 하자면, 이 서재가 생긴 지 얼마 안 됐던 몇 달 동안 방문자 한 명인 적이 많았다. 그 방문자 한 명이 누구였겠는가. 나였다. 다른 방문자 없이 나만 들어왔던 그때의 서재를 생각하면 ‘아, 장족의 발전이여!’라고 외쳐도 되리라.


2. 부질없음병


한때 난 ‘부질없음병’에 걸렸다. 이 병은 내가 이름을 붙여서 만든 병인데, 한마디로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지는 병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부자가 되면 뭐하나. 명품 가방 들고 고급스런 옷을 입으면 뭐하나. 그래서 행복할까. 그런 모습으로 친구들을 만난다면 가난한 친구들을 기죽이는 일이 될 텐데, 남을 기죽이는 일이 행복할까.


명성을 얻으면 뭐하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뭐하나. 그래서 행복할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명성을 얻는 것은 자신을 시샘하는 무리들이 생겨나는 일이고, 안티팬에게 시달리게 되는 일이다. 왜 그런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가.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모든 게 부질없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알아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사실은 따로 있다는 것을. 기대했던 어떤 일에 내가 실망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포기해 버리기 위한 방법으로 ‘부질없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는 것을.




인간이란 늘 남에게 속기보다 스스로 자신에게 거짓말을 시키고 싶어하는 존재지요. 그리고 물론 남의 거짓말보다는 자신의 거짓말에 더욱 잘 넘어가고요.


- 도스토예프스키 저, <악령>에서.






3. 하고말거야병



요즘 난 ‘하고말거야병’에 걸렸다. 이 병도 내가 이름을 붙여서 만든 병이다. 살다보면 자신감 없는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 ‘하고 말거야’하고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자신 없는 글을 이 서재에 올릴 때 ‘추천 수가 0(영)이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을 고쳐먹고 ‘내 글이 추천 수가 0(영)인 것을 경험하고 말거야. 그래서 그 기분이 어떤지 느껴 볼거야.’하는 생각으로 배짱을 부려 보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그것은 마치 공부 못하는 학생이 시험을 칠 때 반에서 꼴등을 할 것 같아 걱정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꼴등을 경험하고 말거야. 그래서 그 기분이 어떤지 느껴 볼거야.’하는 생각으로 배짱을 부려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과 같다.


꼴등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야, 어떤 경험이든 그것대로 소중한 것이니까, 라고 생각하면 어떤 두려움도 없어진다.


4. 현재의 행복은 없다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행복했던 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대학 시절이 행복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시절이 행복했다. 그런데 그땐 행복한 줄 몰랐다. 대학생일 땐 리포트와 시험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고, 직장인일 땐 업무 스트레스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물론 즐거운 시간이 있었음에도 가벼운 즐거움보다 무거운 괴로움에 마음이 쏠리곤 했다. 그만큼 삶을 즐길 줄 몰랐다. ‘한창때의 젊은이’라는 그 자체로도 행복할 수 있었는데, 그땐 그 행복을 몰랐다. 왜냐하면 그땐 늘 젊었으므로. 늙어 본 적이 없었으므로.


행복이란 지나가 버린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느낌에 불과한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과거의 행복만 느낄 수 있고 현재의 행복은 느낄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과거의 행복한 시간을 돌이켜 보는 것은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족스럽게 감상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왜 진작 그때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까. 그래서 우리는 늘 행복과 숨바꼭질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자연의 여신은 눈을 뜨면 행복질 수 있는 때에 “보렴!”하고 그 가엾은 이들에게 말해 주는 법이 거의 없으며, 또한 “어디!”라는 외침에도 “여기다!”라고 대답해 주는 일이 거의 없어, 결국 숨바꼭질은 지루하고 덧없이 끝나 버리고 마는 것이다.


- 하디 저, <테스>에서.






5. 인생에 대한 표현


인생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것으로 다음의 글을 뽑겠다.





‘인생이란 페르시아 융단 같은 것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여기에 덧붙이자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인생을 아주 진지하게 사는 게 인간이 아닐까.


6. 고독은 좋은 것인가





모든 문제는 우리가 방에 가만히 앉아 자신과 단둘이 마주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프란츠 카프카)


- 한상복 저,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에서.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게 하지만 천재를 만드는 것은 고독이다. 온전한 작품은 한 사람의 예술가가 혼자 하는 작업으로 탄생한다.(에드워드 기번)


-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에서.





이 두 개의 글귀는 인간관계가 있는 삶이 꼭 좋은 인생을 만드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다.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람의 특성은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천재를 만드는 것이 고독이라면, 자신의 단점인 외톨이 특성도 잘 활용하면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


원래 위대한 인물은 고독한 법이다. 그러니 어떤 분야에서든 비범한 사람은 고독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비범하고 고독한 게 나은가, 평범하고 고독하지 않은 게 나은가.



.........................................................................................................

<두 권의 책 소개> 



흔히 사회에 잘 적응하고 인간관계가 좋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어떤 공동체에 들어가든지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본적으로 그 공동체에 잘 적응하고, ‘왕따’ 당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교적인 성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그럼 비사교적인 예술가들이 그들이 탄생시킨 훌륭한 작품으로 사회적 명성을 얻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성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예술가들 중에는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에 대해 두 권의 책이 답을 줄 것 같다. 한상복 저,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와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란 책이다. 한마디로 고독도 좋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라는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말을 인용한다.




모든 문제는 우리가 방에 가만히 앉아 자신과 단둘이 마주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프란츠 카프카)


- 한상복 저,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에서.




우선 한상복의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의 가장 큰 특징은 소설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 역시 '멘토링 북'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전작 '배려'로 베스트셀러 필자가 된 그는 이번 책에서 내용보다는 형식적 변화를 꾀했다. 4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주인공들의 관계가 얽히고 설키며, 기승전결을 지닌 '위로의 서사'를 완성한 것이다. 핵심 주제는 하버드대 교수인 종교철학자 폴 틸리히(Tillich)의 개념을 빌려왔다. 외로움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혼자 있는 '고통'은 론리니스(loneliness)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은 솔리튜드(solitude)라는 것. "엄밀히 말해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니, 오히려 '홀로'라는 선택을 통해 더 좋은 솔리튜드 상태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결혼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민영의 장례식장에서 비롯된다. 절친한 친구라고 자임했던 설리는 망연자실하고, 정신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답을 보내지 못했던 민영의 문자메시지가 스스로를 괴롭힌다. "잘 지내지? 보고 싶다." 이 여덟 글자가 민영이 생에 남긴 유언이 된 것. 새로운 위로와 치유는 아니지만, 다음 에피소드를 찾게 만드는 소설 형식 특유의 매력이 있다. - (조선일보, 2011. 10. 29.)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도 ‘홀로’의 장점을 부각시킨다.


이 책은 에드워드 기번의 말을 인용한다.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게 하지만 천재를 만드는 것은 고독이다. 온전한 작품은 한 사람의 예술가가 혼자 하는 작업으로 탄생한다.(에드워드 기번)


-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에서.





'고독이 천재를 낳는다'는 해석이다. 데카르트·뉴턴·로크·파스칼·스피노자·칸트·라이프니츠·쇼펜하우어·니체 역시 '인간관계의 젬병'이었다는 것. 스토는 정신분석학의 최신 성과를 소개하며 이 주장의 입증을 시도한다. 성적(性的) 발달과정으로 모든 것을 입증하려 했던 프로이트 시대를 넘어, 친밀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대상(對象)관계 학파를 소개하고, 세 번째로 프로이트와 대상관계 학파가 놓쳤던 틈새와 여백을 이야기한다. "둘이 하는 연애보다 혼자 하는 일에서 자아존중감과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 사랑이나 인간관계는 정신치료에 이르는 유일한 길로 과장됐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2011. 10. 29.)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지금 이 시간, 스스로 고독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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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1-1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동병상련인데요.
저도 한때 부질없음의 병에 걸렸고, 최근까지 이 병을 가지고 있었어요.
뭐 지금도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말거야 병에 걸리니 그도 차츰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ㅋ
사실 저는 이 병에 너무 오랫동안 걸려 있어서 제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잘하면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모르고 산 것 같아요.
그래서 치기라도 좋으니 뭔가 쓸데없는 것에 도전해 보고 싶어져요.ㅎ~

고독은 별로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세상이 싱글 위주로 돌아가고 있으니
싱글 이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고독은 감내해야 하는 거죠.
저 두 권의 책 기억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곧 3만 축하해요.^^

페크pek0501 2011-11-13 14:11   좋아요 0 | URL

감사함...^^ 공감하시는 분을 만나니 기분 좋네요. 뜻밖이에요. 저만 특이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제가 좀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제가 글을 쓰는 것,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좋아하는 일보단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성공하는 법인데, 저는 그냥 제가 책을 좋아하다 보니까 글쓰기가 좋아져서 글을 쓰고 있을 뿐이라서, 능력의 한계를 자주 느껴요.

그래서 글을 조금밖에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죠. 아휴~~ 재능이 있었다면 다작을 하는 것인데... 그래서 좀 더 잘 나가는 것인데... 그래도 방문자 3만에 만족해염.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1-1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간 추억이니까 즐겁다고 느끼는 거죠.현실은 괴로우니까요.아마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누구나 다시 현실로 오려고 할 겁니다.삐삐 시대로만 되돌아가도 휴대전화 없다고 투덜대지 않을까요?

저는 과거 별로 맘에 안 들어요.그때는 티아라도 소녀시대도 카라도 포미닛도 없으니까요.이쁜 누나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지금이 좋습니다.걸그룹 만만세!

페크pek0501 2011-11-13 14:37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그 불편했던 삐삐 시대...

이쁜 누나들...ㅋㅋ 이제야 님의 나이를 짐작할 만한데요. ㅋㅋ 저는 제 또래를 이곳에서 만나면 아주 반가워하지만, 젊은 친구도 또한 좋아합니다. 이곳에선 다양한 연령대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11-13 16:06   좋아요 0 | URL
요즘은 이쁜 여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무조건 누나라고 부르는 것이 유행이죠.수지, 지연, 아이유, 화영 같은 여고생도 모두 내겐 누나입니다.왜? 이쁘니까요.혹시 이 분들 중 Pek0501 님이 아는 사람이 있나요?

페크pek0501 2011-11-13 20:07   좋아요 0 | URL
저를 뭘로 아시는 겁니까? 아주 노땅 취급을 하시는군요. 억울해라.

으음..., 그런데 그 중에서 솔직히 아이유만 압니다. ㅋㅋ

그렇다고 아주 노땅 취급은 마세요. 가수 이승철 세대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이삼십대엔 이승철을 좋아했는데, 요즘 보니까 가수 이승철은 나이 들면서 더 멋있어진 것 같아요. 여자는 안 그런데, 남자는 흰 머리가 희끗 보일 나이가 되면 더 멋있는 것 같아요. 여자도 그러면 좋은데...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1-14 16:12   좋아요 0 | URL
에그머니, 아이유만 아시다니...수지,지연,화영도 얼마나 이쁘고 귀여운데요...

이삼십대 이후로는 다른 가수를 좋아하게 되었군요...사십대 이후에 새롭게 좋아진 가수는 있나요?

페크pek0501 2011-11-14 20:11   좋아요 0 | URL
새롭게 좋아진 가수라, 지금 생각이 안 나는데요. 그냥 SG워너비의 노래는 다 좋아하고, 비욘세의 헬로우, 쥬얼리의 러브스토리, 미스에이의 베드걸 굿걸을 즐겨 들어요. 제 엠피쓰리에 저장되어 있어서 오늘도 걸으면서 들었어요.

가수는 모르겠고 탤런트는 천호진씨를 좋아합니다. 어제 무슨 드라마에서 봤는데 풍기는 분위기가 매력적...

이만하면 답변이 되었습니까?

노이에자이트 2011-11-15 17:50   좋아요 0 | URL
아웅~ 미쓰에이를 좋아하시면서 수지를 모르셨군요.화장 안 해도 이쁜 우리 수지~ 한 번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세요.

음...천호진 씨를 좋아하시는군요...

페크pek0501 2011-11-15 19:12   좋아요 0 | URL

예, 미스에이를 좋아하면서 수지를 몰랐어요. 이게 바로 제 나이가 갖는 한계라는 거지요. - 세대차이...

그래도 노래는 젊게 듣는다고 자부하며 살고 있어요. 제 정신연령이 좀 어린지라...

노이에자이트 2011-11-15 21:02   좋아요 0 | URL
잉~ 그러셨군요.

카스피 2011-11-1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3만명 방문 축하드립니다.알라딘 서재는 대형 블로그와 달리 찾는 분들이 그닥 많질 않아서 방문자가 백만을 넘으신 로쟈님 같은 분이 오히려 좀 특이한 케이스죠^^

페크pek0501 2011-11-13 20:09   좋아요 0 | URL
방문도 감사한데, 축하까지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서재의 주인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방문자 3만에도 만족할 만큼 욕심이 없는 착한 사람이랍니다. ^^

아이리시스 2011-11-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30000명 다되어갑니다. 내일이면 될 것 같아요. 축하드려요. 저는 숫자에는 관심이 없어서 돈에도 관심이 없고 그래서 이것저것 숫자에는 민감하지 못한데 그래서 간만에 제 방문자수도 한 번 더 봤어요. 오래오래 알라딘에서 저 숫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숫자를 넘어설 때까지 친구해요.^-^

페크pek0501 2011-11-14 12:28   좋아요 0 | URL
숫자에 관심이 없다? 그것 멋지네요. 별로 따지지 않고 사는 것처럼 느껴져요.

"알라딘에서 저 숫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숫자를 넘어설 때까지 친구해요.^-^" - 요렇게 선을 그어 놓으시면 섭해요. 영원히 친구해야죠, 사는 날까지. (그리고 나는 히죽 웃었다.)

아이리시스 2011-11-14 14:54   좋아요 0 | URL
영원히. (그리고 나는 기뻤다.)

제 손금이요, 생명선,재물선,배우자복 이런 거 다 짧게 나온대요, 푸하하. 너무 서글퍼서 진짜 그런지 한 번 살아보고 다시 판단하자, 이런 오기가 동하는 손금이에요ㅋㅋㅋ 여기서 돈에 관심이 없다는 건 성향상 그렇다는 거지 세속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에요. 안달한다고 재물이 들어오는 건 아닌 것 같고 커피 한 잔 안사면서 돈자랑질 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밉더라고요.ㅋㅋㅋ

페크pek0501 2011-11-14 20:1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 손금이 짧아 오래 못 산다고 하던데요. ㅋ으음 그래도 장수시대가 되었으니 우리 백 살까지만 삽시다. 다른 사람들은 120세까지 살라고 하고요.^^

이진 2011-11-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만명 방문이라니 정말 축하드려요! 전 아직 천며...명도 돌파하지 못한 신인중의 신인이랍니다 ㅋㅋ 저도 하고말거야 병에 걸려서 포스팅을 해야겠어요. 글 하나하나 올릴때마다 걱정태산이랍니다 ㅋㅋ

페크pek0501 2011-11-14 12:32   좋아요 0 | URL
신인중의 신인이시라..., 신선함이 느껴집니다. 그 시절의 즐거움을 많이 만끽하세요. 뭐든지 초창기가 가장 즐거운 것 아닌가요. 물론 프로의 세계에 입문한다는 것이 좋긴 하지만요.

저 역시 프로는 못 되고 이 신인시절?을 즐기며 살 것입니다.

방문자 천 명이 되실 때 연락 주세요. 멋진 메시지의 댓글을 뽑아 드리겠습니다. ^^

반갑고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11-1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972.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으로 3만명 달성되겠는걸요!
축하드려요! ^^

페크pek0501 2011-11-14 20:14   좋아요 0 | URL
지금, 29977명이네요. 아무래도 오늘 3만이 되는 것 못 보고 그냥 잠자게 될지도 모른다는...

고마워요. 반가운 마녀고양이님.

아이리시스 2011-11-1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995. 아.. 조금만 더 늦게 올 걸..ㅜㅜ

페크pek0501 2011-11-15 11:43   좋아요 0 | URL

이렇게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니 제가 아이리시스님을 안 좋아할 수가 없죠.^^ 지금 30010명입니다. 3만을 무사히 넘겨서 좋은 하루입니다.ㅋ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인생이란 페르시아 융단 같은 것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여기에 덧붙이자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인생을 아주 진지하게 사는 게 인간이 아닐까. - <내가 쓴 글 중에서>

이번에 남들이 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에 저는 아주 진지했습니다. 인간이니까요.

2011-11-15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5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11-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021, 아 늦었다! 진짜 축하드려염!

페크pek0501 2011-11-15 23:45   좋아요 0 | URL
감사해염!^^ 두 번씩이나 방문하시다니... 요즘 얼마나 바쁘신지 아는데염.

2011-11-16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11-16 16:57   좋아요 0 | URL
예,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뵙기를...


순오기 2011-11-1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인사가 한참 늦었네요. 죄송~
오늘 34, 총 30060 방문

서재생활 초창기에 방문자 1만, 3만 이벤트를 했었는데...^^

페크pek0501 2011-11-17 12:42   좋아요 0 | URL
죄송이라뇨 무슨 말쌈을...ㅋ 무조건 감사합니다. 나의 고향 친구 같은 분!(저만의 생각이겠지만요^^)

방문자 수가 저조하네요. 빨리 새 글을 올려야 방문자 수가 많아질 텐데... 그런데 현실은 나를 다른 쪽으로 자꾸 잡아끄네요. 오늘도 이따 아이 데리고 외출할 일이 있어요.

아, 복잡한 삶이여!!! 좀 단조롭게 살고 싶어요. 그날이 그날인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