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지난 여름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침대에 깔아 놓은 전기장판을 켜고 그 따스함에 앉아 책을 읽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그 옆엔 한 잔의 커피가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내뿜으며 커피 향을 풍길 것이고, 또 그 옆엔 과일 담은 접시가 있을 것이다. 그날이 왔다. 내가 기다리던 겨울이다.


드디어 전기장판의 따스함이 좋아지는 계절 속에 있다. 커피를 갖다 놓고 과일을 갖다 놓고 침대에 앉아 넷북으로 이 글을 쓴다. 역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에 좋은 계절은 여름보단 겨울이다.



1. 최효찬

바쁘게 살다 보면 책 볼 시간이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많다. 특히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직장인들이라면 더욱, 독서를 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내서 매일 책을 읽는다면 그 합한 시간은 결코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매일 30분씩 1년 동안 꾸준히 독서한다면 총 182.5시간의 독서를 하는 것이 되고, 2년 동안 꾸준히 독서한다면 총 365시간의 독서를 하는 것이 된다. 이렇게 하루 30분의 독서를 권하는 책이 있다.

 


최효찬 저, <잠자기 전 30분 독서>는 “직장인을 위한 독서안내서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독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잠자기 전 30분'을 권한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일 뿐 아니라 내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독서를 좋은 습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 아시아 최고 갑부인 홍콩 청쿵그룹의 리카싱 회장도 무려 70년 동안 잠자기 전 30분 독서를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저자인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방법까지 제시한다. 하루 30분, 1주일에 6권씩 한 달간 읽을 책 24권을 뽑아 제공한다. 1장에서는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등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기경영' 관련 책을 소개한다. 2장에서는 가족경영, 3장에서는 조직경영과 관련된 책을 모았다. 4장에서는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는 인간경영 관련 책을 알려준다. 리딩 포인트를 제시해 따분하고 어려운 책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한국경제, 2011. 10. 27.)


잠자기 전 30분의 독서도 좋겠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내가 한동안 해 본 것으로,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하는 독서도 괜찮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수를 하고 바로 책을 펴고 30분간 책을 읽고 나서 그 다음에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매일 30분씩 일찍 잔다면 수면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요즘은 다른 방법으로 독서를 한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비교적 한가롭게 지낼 만큼 시간이 많은데, 그런 날에 책에 집중해서 왕창 읽는 것이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1장 자기경영 …… 내면 들여다보기

1day 인생은 ‘산’이 아니라 ‘사막’이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2day 인생의 성공은 마시멜로 먹기에 달려 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스캇 펙

3day 한 번뿐인 삶, 진짜 삶을 추구하라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존 그리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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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day 말재주가 없다고 낙담하지 마라 -『논어』, 공자


이처럼 하루하루 읽어야 할 책들을 제시하고, 이것들을 읽는 효과적인 독서방법도 알려 준다.


저자는 소설을 읽는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소설은 때로 현실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더 교훈적인 지침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소설을 읽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리샴의 소설을 읽으면서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최효찬 저, <잠자기 전 30분 독서>에서.




나의 경우엔 그냥 소설이 좋아서 읽으며, ‘교훈적인 지침들’을 얻는 것은 그냥 덤으로 얻어지는 보너스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2. 김무곤

나는 종이책을 좋아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손에서 느껴지는 빳빳한 종이의 질감을 사랑한다. 요즘 전자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나처럼 여전히 종이책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무곤 저, <종이책 읽기를 권함>은 종이책을 예찬하는 책이다. 저자는 책 읽는 것보다 즐거운 일을 찾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독서광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책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강아지와 산보하는 일, 가족과 바닷가에 가서 연을 날리는 일, 이런 일이 있으면 책 읽기를 그만두고 그 일을 하자. 우리는 책 읽기 위해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 김무곤 저, <종이책 읽기를 권함>에서.




우리는 책을 읽기 위해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고 인생을 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 이것은 마치 밥을 먹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 밥을 먹는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같이 인생이냐, 책이냐, 무엇이 먼저인가를 따져 보는 저자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확실히 독서광이 맞을 것이다. 이런 건 독서광만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니까.



3. 쇼펜하우어

내가 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건 20대 초반 때였다. 작가 이외수, 이문열, 이청준, 오정희, 양귀자 등의 소설을 즐겨 읽었다. 그들이 신작을 발표하면 꼭 사 봤다. 어느 신문 인터뷰에선가 이외수 작가가 자신의 고정 팬이 30만 명이어서 신작을 내면 기본적으로 30만 부는 팔린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30만 명 안에 내가 포함될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책에 완전히 빠져 열광하기 시작한 건 30대 초반 때이다. 외국문학에 빠졌고, 사회과학에 빠졌다. 어떤 날은 새벽 4시까지 읽기도 했고, 하루에 한 권을 읽은 적도 있었다. 내가 정신적으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고 느꼈다. 책에 감탄하고 감동하면서 책을 숭배했다. 내게 책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어 보였다.


요즘도 여전히 책을 좋아해서 책을 끼고 산다. 하지만 그때처럼 많이 읽지는 못한다. 그때보단 체력이 많이 약해지기도 했고 시간이 많이 나지도 않는다. 그래도 주위 친구들에 비하면 여전히 책을 많이 보는 편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가끔 책을 읽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더 똑똑해지지 않는 것 같아서다. 오히려 나보다 책을 읽지 않는 친구가 더 똑똑하고 더 지혜로운 것 같아, 그 친구에게 조언을 구할 때가 많아서다. 그동안 읽은 책에서 내가 얻은 지식과 정보와 지혜는 다 어디에 가고, 어리석다고 할 만치 바보짓을 계속하며 살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겸손의 미덕을 잊었고, 때로는 타인에게 상처를 줬다. 현명함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현명하지 못해 속상한 적도 많았다.



그래서 독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쇼펜하우어의 말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어떤 논제에 대하여 스스로 사색하기 전에 남의 것을 읽는다는 것은 위험하다. 독서한다는 것은 남이 자기를 대신하여 생각하는 것으로서 우리는 단순히 남의 정신적 과정을 반복하는 데 불과하다. ……그런 이유로 하루의 대부분을 독서로 소비하는 사람은 ……서서히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쇼펜하우어)


- 윌 듀랜트 저, <철학이야기>에서.




이처럼 독서를 하면 오히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게 되어 점점 어리석어질 수 있는 걸까. 사색이 없는 독서가 무용지물이라면, 그렇다면 나의 독서는 어떠한가.


그런데 지금 확신할 수 있는 게 있다. 아무리 독서가 무용지물이라고 할지라도 아마 난 독서를 계속할 것이라는 것. 새 책의 빳빳한 종이의 질감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그렇고, 책의 생김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그렇고, 책이 쌓여 있는 풍경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그렇다. 지금껏 책을 대체할 만한 다른 매력적인 걸 보지 못했다.



4. 임어당

임어당에 의하면, 이성을 보고 첫눈에 반한 사람이 그 상대의 키도, 얼굴도, 머리칼 색도, 목소리도 다 좋게만 보이는 것처럼, 독서의 경우도 그렇게 반할 만한 작가를 발견해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다. 문체도, 취미도, 견해도 모두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나면 그 책에서 자기 혼에 알맞은 자양물을 골고루 흡수하게 된다는 것. 수년이 지난 뒤 그 작가에게 싫증이 나면 또다시 새 연인이 될 책을 찾으면 된다. 그러므로 ‘만인의 필독서’라는 것은 없고 다만 개인적으로 각각 좋아하는 책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자기 마음에 드는 작자의 발견은 자기의 지적 발전을 꾀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때에는 혼의 친화(親和)라는 것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금의 작가 가운데서 그 혼이 자기 혼과 가까운 사람을 발견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해서 비로소 참으로 가치로운 것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임어당 저, <생활의 발견>에서.




이런 임어당의 말에 내가 동의하는 이유는, 독서를 좋아하게 되는 시점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발견하는 시점이란 것을 내 경험을 통해서 알기 때문이다. 독서를 좋아한다는 것은 결국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5. 알퐁스 도데

독서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준 게 나에겐 소설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가 알퐁스 도데가 쓴 단편소설 <별>이다. 이 작품이 좋아서 여러 번 읽었다.  





알퐁스 도데 저, <별>은 프로방스 지방에 사는 어느 목동의 이야기이다. 목동인 ‘나’는 주인집 딸 스떼파네트 아가씨에 대해 그리워하다가, 어느 날 그녀와 얘기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다. 맑고 순수한 사랑을 보여 주는 다음의 글은 내가 매우 좋아하는 글이다.




“뭐라구요! 별들도 결혼을 하나요?”

“그럼요.”

그리고 별들의 결혼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했을 때, 나는 무엇인가 신선하고 보드라운 것이 어깨 위에 가볍게 얹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게 살포시 기댄 것은, 잠이 들어 묵직해진 아가씨의 머리였으며, 리본과 레이스, 그리고 물결치는 머리카락이 함께 부드럽게 스쳤습니다.

아가씨는 날이 밝아 하늘의 별들이 희미하게 사라질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그렇게 있었습니다. 마음속이 약간 두근거렸지만, 아름다운 생각만을 보내준 청명한 밤의 신성한 보호를 받으며 나는 잠들어 있는 아가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들 주위에는 별들이 양떼처럼 말없이 조용한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몇 번이나 별들 가운데서 가장 곱고 가장 빛나는 별이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 위에서 잠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 알퐁스 도데 저, <별>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는 작가를 발견하고도 독서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까. 이런 발견! 이것이 독서가 좋아지는 출발점일 것이다.


그러므로 내 경험에 의하면, 독서를 좋아하려면 여러 책을 읽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내야 한다. 나의 경우엔 소설이 좋아져서 독서가 좋아졌지만, 요즘은 에세이와 심리학 서적을 즐겨 본다. 한 분야의 책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의 책도 좋아지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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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11-28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독서군요 ^^ 세상에 정말 책을 많이 읽으시네요.ㅋㅋㅋ 하나의 주제를 위해 모이는 수 많은 자료들이 치열한 독서를 통해 얻어 졌군요. 저 역시 독서를 왜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 그래도 저 역시 첵 읽는 걸 고집합니다. 어쩔 수 없어용 ㅋㅋㅋ

페크pek0501 2011-11-29 12:5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예전에 많이 읽었지, 요즘은 그렇지 못해요. 그래도 여전히 책이 주는 위안은 크지요.

노이에자이트 2011-11-28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을 읽고 나서 프로방스를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죠.하지만 스테파니 닮은 아가씨는 별로 없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페크pek0501 2011-11-29 12:59   좋아요 0 | URL
멋진 재치에 감사드려요. 재밌는 이야기네요.

고슴도치 2011-11-2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밤에 별의 한 구절을 읽었기 때문일까요? 분명 중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글인데, 원래 이렇게 촉촉하고 감성적 글이였나 싶어서 깜짝 놀랐어요. 저 구절의 어느부분이 시험에 나왔었나까지 다 기억이 날 정도로 그 당시에 읽고 시험공부까지 했었는데..그때는 분명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었거든요. 사춘기 시절에도 받지 못한 감동을 10년도 더 지난 지금 받게 되니 기분이 참 묘합니다.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한번 별을 읽어봐야겠어요! 페이퍼 잘 읽고 갑니다! :-)

페크pek0501 2011-11-29 13:01   좋아요 0 | URL
새 손님이 오셨군요.

"촉촉하고 감성적 글이였나 싶어서"하는 말씀이 기분좋네요.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 그런 소설 읽으면 딱 좋죠. 방문에 감사 드립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1-29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기 '별'의 인용한 대목 있죠...묵직해진 머리...이쁜 소녀 머리를 묵직하다고 하니 머리가 큰 것 같은 느낌을 주는군요.적당한 다른 표현이 없을까요...Pek0501님은 다른 좋은 표현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페크pek0501 2011-11-29 16:44   좋아요 0 | URL
"내게 살포시 기댄 것은, 잠이 들어 묵직해진 아가씨의 머리였으며," - 이 부분을 말씀하시는군요. 예리한 지적이네요.ㅋ

나비 한 마리가 살포시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은 잠이 들어 내 어깨에 기댄 아가씨의 머리였으며... - 이렇게 되나요? 그런데 이건 흔한 표현이고 더 신선한 표현은 님이 더 잘 하실 듯해요.^^

그런데 지금 보니 "어깨 위에 가볍게 얹히는 것을 느꼈습니다."라고 해 놓고 "묵직해진"이라고 표현한 게 말이 좀 안 되네요. 번역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11-29 17:15   좋아요 0 | URL
음...서로 연구해 볼까요...미녀가 졸면서 어깨를 기대면 남자 입장에선 행복하죠.물론 머리를 깨끗이 감아야 하죠.

아이리시스 2011-12-02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저도 가끔 볼까말까 했었어요. 이미 추천했다는데 어째서 댓글을 안남긴걸까요. 알퐁스 도데도 오랜만이고, 독서시간을 규칙적으로 확보하는 게 참 어려워요. 일어나서 30분은 힘들어서 저는 자기 전 잠들 때까지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침대에 일단 기어 올라가기만 하면 무조건 잠이 드는 편이어서요, 히히.

여전히 다양한 책들 보고 계시네요.^-^

페크pek0501 2011-12-03 15:38   좋아요 0 | URL

새글에 매번 댓글을 남기시지 않아도 되시어요. 저도 히히~~
저도 님의 서재에 댓글 쓰지 못하고 있는 걸요.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니까 더 반가운데요. 푸하하...

아, 내가 십 년만 젊었다면 아이리시스님처럼 서재활동을 열심히 하는 건데 하는 생각~ 그런데 체력의 한계로 인해 그냥 님을 보고 대리만족을 하겠다는 생각~ 몸에 무리가 가서 단명하면 안 되니까요. 푸하하~~

오늘도 어깨통증으로 물리치료 받고 와서 누워 있다가 이제 컴퓨터 켰어요.
내일은 친정에서 김장을 한다니까 아침 일찍 출동해야 하고요, 그래서 오늘은 몸을 좀 아껴야 해요. 안 아픈 척하고 좋은 컨디션으로 내일 일하려면요.

그러니 님의 서재엔 다음에 놀러 가겠슴다. 아, 읽어 볼 글이 밀렸어요.ㅋㅋ
아예 날을 잡아 하루종일 댓글 쓰는 날을 보내야 할 듯해요. 여러 서재가 밀렸어요. 내가 아는 서재인들이 이번엔 어떤 글을 올렸나, 궁금하고 그러나 컴퓨터 사용이 많으면 어깨가 아프고... 이것이 저의 현실이랍니다.

의사의 조언 : 저보고 컴퓨터와 책을 끊으면 어깨가 다 낫는데요. 이런 현실 속에 제가 있다는...
그래도 아이리시스님이 방문해 줘서 기분이 좋아요. 또한번 푸하하~~

숲노래 2011-12-0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아름다운 책을 만나기 힘든,
너무 지치는 돈벌이에 얽매여 살잖아요..

페크pek0501 2011-12-03 15:40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된장님. 한가롭게 책 읽는다는 게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에요.
특히 어렵게 사시는 분들에겐 독서가 사치일 수 있고요.
그러니까 다같이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하겠죠.

그런데 된장님, 오랜만이네요. 그래서 무척 반가웠다는 ... ^^
다음엔 제가 방문할게요. 그럼 또 뵈요. 호호~~

seung0215 2011-12-1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원`이라는 책도 서재에 담겨있길 바래요. ㅎ 요새 읽는 책인데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고, 볼만하더라구요. 안락사라는 주제에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좋은 기회인듯. 님들도 한번 도전해 보세요. 출판사에 영화랑 책에 대해 자세히 소개 되어 있더라구요. 참고들 하세요. http://blog.naver.com/editoremail

페크pek0501 2011-12-12 14:4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청원>이라... 이렇게 적극 추천해 주시니 관심 가져 보겠습니다. 이번 달엔 책을 이미 구입해서 - 5권 구입했는데 내일쯤 책이 배달될 듯 - 다음 달의 구입으로 미뤄야 되겠는데요. 일단 검색해 보겠습니다.

안락사는 결론 내기가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환장 입장이라면 안락사를 바라지만 만약 가족 중 환자가 생기면 선뜻 안락사를 택할 수 없을 듯해요. 저도 안락사에 관한 책을 봤습니다만, 결론을 못 내겠더라고요. 이것은 사형제 폐지가 좋으냐, 나쁘냐 하는 문제만큼 어려워요.

책 추천에 감사 드립니다. :) 방문도 감사해요. 큭큭...
 

 


친구에 관한 글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 있다. 오래전에 본 글인데, 이번에 다시 읽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 유안진 저,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이 수필을 처음 보았을 때 반해 버렸다. 시처럼 외우고 싶을 만큼 좋은 글이라고 여겨서다. 아마 열 번쯤 읽었으리라. 멋지지 않은가.


사람이란 완벽할 수 없는 것. 그러니 자신의 허물도 너그럽게 봐 줄 수 있는 친구를 누구나 갖고 싶을 것이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하게 맞장구 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 유안진 저,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 꽃을 사서 그에게 안겨 줘도, 그는 날 주착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 데로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 게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곱이 끼더라도,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 해도 그의 숙녀됨이나 그의 신사다움을 의심치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 게다.


- 유안진 저,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이 글을 음미하다가 쇼펜하우어의 말이 생각났다. 그가 우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한 글이 있다. 쇼펜하우어는, 경쟁 상대의 이웃 국가가 큰 재난이나 손해를 당했을 경우에 겉으로는 위로를 보내면서도 속으로는 고소한 느낌을 갖는 그런 감정이, 개인인 친구 사이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최근에 겪고 있는 친구의 불행과 슬픔에 관해 듣는 일이다. 이것이 인간이 지닌 특성이자 본성의 하나이다.


반대로 친구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면 함께 기뻐하기보다 마음 한 구석에 야릇한 시기심과 부러움이 싹트는 그 심리가 바로 우정의 뒷면이다.


- 쇼펜하우어 저, <사랑은 없다>에서.




여기서 첫 문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친구의 불행한 소식을 들으면 자신의 삶에 대해 위안이 될 수는 있다. ‘아, 남들도 나처럼 더러 불행한 일을 겪고 사는구나.’하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은 맞았다. 그렇지만 친구의 불행에 대해 기뻐한다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다. 누구나 친구의 불행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울어 본 적이 있으리라. 그래서 반은 틀렸다.


친구의 행복과 불행에 따라 자신의 기분이 좌우되는 것은 자신을 친구와 비교하는 버릇 때문일 것이다. ‘비교되지 않는 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T. 풀러)’는 말에서 보듯, 또 ‘불만은 비교에서 나온다(J. 노리스)’는 말에서 보듯, 자신의 가치는 자신의 삶을 타인의 삶과 비교함으로써 생긴다. 타인의 가치가 올라가면 자신의 가치는 내려가고 타인의 가치가 내려가면 자신의 가치는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타인의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가치도 아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기론 친구의 불행을 기뻐하는 것은 두 가지의 경우에 한할 것 같다. 하나는 그 친구에게 평소 시기심이 많았던 사람일 경우이다. 또 하나는 자신이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일 경우이다. 예를 들면 친구들 중에서 한 사람이 어느 날 연예인이 되어 스타가 되었다고 하자. 그가 친구들 모임에 나타나서 자신의 높은 수입과 높은 인기를 뽐내었다고 하자. 이때 그의 우쭐거리는 태도에 대해 불쾌감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평소 그에 대해 시기심이 있었거나, 자신이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일 것이라는 얘기다. 만약 시기심이 없고 자신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그런 일에 불쾌감을 갖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친구들 중에 연예인이 생겼다며 재밌어할 것 같다. 어쩌면 친구의 성공에서 대리만족을 느낄지도 모른다. 아니면 친구의 수입과 인기에 대해 아예 무관심하거나.


그러므로 자신의 행복을 자랑하고 싶다면 상대를 봐 가면서 해야 하는 건 하나의 요령이겠다. 예를 들면, 어떤 시험에서의 합격, 회사에서의 승진 등을 뽐내며 축하를 받고 싶을 땐 우선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 자신에 대해 시기심이 없다고 판단되고 또 자신이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 같은 상대 앞에서만 자랑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뽐낸다면 미움을 받을 수 있다.


특정 연예인에 대해 악성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도 마찬가지다. 그 연예인에 대해 시기심이 많거나, 자신이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시기심을 악성댓글로 표출하거나 자신의 불행한 생활의 스트레스를 악성댓글로 표출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뜻이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행복한 생활에 빠져서 악성댓글을 쓸 마음을 갖지 않을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없는 것처럼.


우정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글을 읽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남의 불행을 기뻐하고 남의 행복을 시기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으니, 그것은 자신의 불행을 기뻐하고 자신의 행복을 시기하는 사람이 생기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누군가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 시기심을 갖게 만들었다면 그것은 그렇게 만든 자신의 태도를 점검하고 반성할 일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 이런 사람이 된다면 우정의 뒷면이라는 부끄러운 얼굴은 이 세상에 없을 듯하다. “그 친구는 정말 잘 되면 좋겠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한 일간지에 ‘좋은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실험결과가 실렸다. (미국 ABC 방송은 13일 시카고대·캘리포니아대와 기타 미국 내 의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망라해 "부부·친구 관계나 매일의 감정상태, 생활습관이 쌓여 면역체계의 질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 것은 우정이다. 18~55세 성인 276명을 실험한 결과 정기적 대화상대를 6명 이상 둔 사람은 감기 유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배 높았다. 업무 스케줄이 바쁘더라도 잠깐 동료와 사담(私談)을 나누거나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로라도 친구와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조선일보, 2011. 11. 15.)


이처럼 건강하게 살려면 우정이 중요하다는 실험결과는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사실 우리들의 행복은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친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물음은 ‘친구의 존재가 내게 어떤 존재인가’하는 물음과 같겠다. 친구를 내가 이겨야 할 경쟁자로만 생각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가장 좋은 친구란 기쁜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친구가 아닐까 한다. 친구가 불행해질 때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친구가 행복해질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친구의 행복에 기뻐해 주는 사람은 반드시 친구의 불행에도 함께 슬퍼해 줄 듯하다. 하지만 친구의 불행에 슬퍼해 주는 사람이 반드시 친구의 행복에 기뻐해 주지는 않을 듯하다.


"친구란 비가 내릴 때 우산을 씌워 주는 게 아니라 비를 같이 맞아 주는 게 친구"라는 말이 있다. 만약 비오는 날, 자신이 우산 없이 비 맞고 걷고 있을 때, 우산을 씌어 주는 친구를 원하는가, 아니면 함께 비를 맞아 주는 친구를 원하는가. 자신이 원하는 친구의 모습이 곧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자신의 모습이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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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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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11-1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읽을 때마다 감탄해요..음 뭐랄까 지금은 비가 그쳤지만 촉촉히 마음에 적혀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지나가는 텍스트들을 한번 지긋이 밟아주는 느낌이랄까? 마음 속에 말이에요.
저 진짜로요 pek0501님의 글 보면서 그런 느낌 받아요. ㅋㅋㅋ
음 이런 느낌 전 너무 좋아, 문장의 아름다움을 느낄 때 말이죠. 만족스러워용 ㅋㅋㅋ

페크pek0501 2011-11-19 14:12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오랜만에 출현하신 것, 아닌가요? 그거 작전인가요? 인기작전 같은 거요. 뭐하길래 안 나타나는가 하고 궁금하게 만들다가 짠~~ 하고 나타나는 것 말이에요. 아하하~~~ 반갑습니다.

아, 그런데 새 글이 올라온 것 어떻게 아셨죠? 빠릅니다, 빨라요.

추신 : 저도 새 글을 많이 올리니 못하고 뜸하게 올립니다만, 루쉰P님은 더 한 것 아십니까? 그런데 루쉰P님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라는... ㅋ

stella.K 2011-11-1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지란지교의 저 글 기억나요.
저는 최근에 저의 알몸을 보여준 친구가 생겼어요.
그게 아니라 치료 좀 받느라고 옷을 홀랑 벗겨놓는지라.ㅎㅎ
정말 가까운 친구는 목욕탕 가는 친구라는데.

쇼펜하우어 옹의 저 말은 정말 맞는 말은 아니예요.
가깝게 지내다 멀어져도 마음이 짠한 게 인간 마음인데.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정말 원수지간이 아니면 그럴수 없어요.
그래서 그런가, 쇼 옹은 나랑은 친하지 않아요.
누가 쇼 옹 비판하면 그건 고소하더라.ㅋㅋㅋ

페크pek0501 2011-11-19 21:34   좋아요 0 | URL
목욕탕? 간 지 너무 오래됐어요. 날씨가 추워지니 갑자기 사우나하고 싶군요. 내일 가야겠어요.ㅋ

맞아요. 쇼 옹과 친해지기 어렵죠. 그런데 저는 제 생각과 정반대의 책이 이젠 흥미로워요. ^^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고...

노이에자이트 2011-11-1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도 그렇고 연인도 그렇고, 나중에 사이가 안 좋아져서 원수가 되는 경우, 특히 최악의 경우 살인사건이 나는 경우엔 쇼펜하우어 말도 맞을 겁니다.살인사건 상당수가 원한에 의한 살인이기도 하고요...그중엔 한때 친구지간인 경우도 많다네요.살인이 너무 극단적인 예라면 이혼법정 같은 걸 보면...온통 추한 꼴을 다 보여주죠.상대의 흠만 찾으려고 눈이 벌개지고...양가 부모들까지 합세해서 게거품을 물면서 다투고...남들 다 보는 법정에서...한때는 다정한 연인이었을텐데요.

이런 추한 모습도 인생의 한 단면이겠거니 하면서 사는 게 아니겠습니까...

페크pek0501 2011-11-19 21:33   좋아요 0 | URL

싸우는 모습이 인간의 밑바닥을 잘 보여 주지요. 그러니깐 결혼하기 전에 밑바닥까지 보이며 싸워야 결혼에 대한 환상 없이 결혼할 수 있을 듯해요.

셰익스피어가 그랬던 가요. "가장 열렬한 연애가 가장 냉정하게 끝난다." ^^

마녀고양이 2011-11-1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너도 힘들구나 하는 보편성에서 얻는 위안을 무시할 수 없지요.
내가 힘들 때, 상대가 행복한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시기심이 생기게 마련이구요.
내가 행복한 상대일 때, 시기심을 가지는 반대편 친구를 이해하고 함께 비를 맞아줄 수 있다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사람은 결국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하게 됩니다.

제가 현재 좋은 상태이지만, 언제든 힘든 일이 닦칠 수 있고,
힘든 상태인 누군가는, 갑자기 행복해질 수도 있고... 그러니 나를 보듯 남을 봐야
서로 친구도 되고 애정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친구, 참 소중한 단어입니다. 그죠.

펙언니, 날씨 엄청 추워진대요. 감기 안 걸리시도록, 옷 단디 입으셔염~

페크pek0501 2011-11-19 21:38   좋아요 0 | URL

펙보다는 페크라고 불러 주세요.ㅋㅋ 그 이유는 펙은 발음상 너무 세요. 저는 부~드~러~운~ 여자가 되고 싶거든요. (웃겼나요?)ㅋ

언니라는 말, 참 듣기 좋은데요. 예전엔 선배님이라고 불러 주던 후배들이 많았는데, 이젠 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내가 늙었나봐요. 난 젊고 싶은데... 마고님한테는 언니할게요. 저, 동생이 없어요.


마태우스 2011-11-1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펜하우어보다 님의 말씀에 더 공감하게 됩니다. 친구의 불행을 기뻐한다면 그건 친구가 아니지 않을까요. 제가 숙제를 안해서 무서운데 친구도 안해서 위안을 받는다, 이런 건 있을 수 있겠지만, 친구의 불행을 어찌 기뻐할 수가 있겠어요. 근데요, 맨 첨 인용하신 아무때나 찾아갈 수 있는 친구,는 결혼을 하고나니 참 어렵더라구요. 집안이 말끔하게 치워진 상태면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은지라 "우리 집에 오라면 안될까?"라고 말하면 아내가 절대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11-11-19 21:45   좋아요 0 | URL
반갑게도 학자님이 오셨군요. 기생충들은 잘 있습니까?ㅋ 저 아무래도 (미래에)기생충 책의 팬이 될 것 같아요. 빨리 내시길... 유머를 팍팍 넣어서요.

저는 한때 머릿니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가령 머릿니가 이불장에 들어가면 얼마나 살 수 있나, 머리에 붙어 빨아먹는 피의 양은 어느 정도인가, 사람 머리에서 다른 사람의 머리로 옮겨 붙을 땐 점프를 하나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나... 등등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예전에 책을 사려고 보니 독집?은 없더라고요. 다른 책에 일부가 나올 뿐이더라고요. (아이가 어릴 때 이를 옮겨 온 적이 있어서 그때요... ㅋ)

아내들은 누가 오는 것, 싫어하죠.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함께 밥 사먹고 우리 집에 와서 차와 과일 먹는 건 괜찮아요. 사실 음식준비가 힘들거든요. 이해하시길...

이진 2011-11-2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란지교를 꿈꾸며 감명깊게 읽었습니다ㅎㅎ
아, 제게는 친구가 없는 것일까요. 요즘 진실한 친구가 떠나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ㅠㅠ

페크pek0501 2011-11-21 11:21   좋아요 0 | URL

아, 두 번째 방문이신가요? 반가워요. ^^

모든 만남엔 인연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우연히 가까운 동네에 살게 되면 더 자주 만나게 되어 친해지죠. 그게 인연인 듯.
떠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 붙잡아야죠. 친구도 노력해야 얻어지는 것...ㅋ 진실한 친구라, 진실이란 말은 저도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진실이 느껴질 계기가 있어야 할 듯해요.

2011-11-21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2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방문자 3만 명을 앞두고


내 서재에 들어오는 방문자가 3만 명이 되려 한다. (현재 2만9천 명이 넘었다.) 조금 있으면 3만 번째로 들어오는 방문자가 있다는 게 기쁘다. 몇 십만 명의 방문자가 있는 서재들이 많은 것을 알지만 남과 비교할 필요가 있겠는가. 나의 과거와 비교해서 기쁘면 그만인 것.


몇 천 명이었던 방문자가 1만 명이 되었던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때도 기분이 좋았지만 3이라는 숫자가 들어가는 3만 명에서 또 한번 기쁨을 만끽하고자 한다. 솔직한 고백을 하자면, 이 서재가 생긴 지 얼마 안 됐던 몇 달 동안 방문자 한 명인 적이 많았다. 그 방문자 한 명이 누구였겠는가. 나였다. 다른 방문자 없이 나만 들어왔던 그때의 서재를 생각하면 ‘아, 장족의 발전이여!’라고 외쳐도 되리라.


2. 부질없음병


한때 난 ‘부질없음병’에 걸렸다. 이 병은 내가 이름을 붙여서 만든 병인데, 한마디로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지는 병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부자가 되면 뭐하나. 명품 가방 들고 고급스런 옷을 입으면 뭐하나. 그래서 행복할까. 그런 모습으로 친구들을 만난다면 가난한 친구들을 기죽이는 일이 될 텐데, 남을 기죽이는 일이 행복할까.


명성을 얻으면 뭐하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뭐하나. 그래서 행복할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명성을 얻는 것은 자신을 시샘하는 무리들이 생겨나는 일이고, 안티팬에게 시달리게 되는 일이다. 왜 그런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가.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모든 게 부질없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알아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사실은 따로 있다는 것을. 기대했던 어떤 일에 내가 실망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포기해 버리기 위한 방법으로 ‘부질없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는 것을.




인간이란 늘 남에게 속기보다 스스로 자신에게 거짓말을 시키고 싶어하는 존재지요. 그리고 물론 남의 거짓말보다는 자신의 거짓말에 더욱 잘 넘어가고요.


- 도스토예프스키 저, <악령>에서.






3. 하고말거야병



요즘 난 ‘하고말거야병’에 걸렸다. 이 병도 내가 이름을 붙여서 만든 병이다. 살다보면 자신감 없는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 ‘하고 말거야’하고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자신 없는 글을 이 서재에 올릴 때 ‘추천 수가 0(영)이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을 고쳐먹고 ‘내 글이 추천 수가 0(영)인 것을 경험하고 말거야. 그래서 그 기분이 어떤지 느껴 볼거야.’하는 생각으로 배짱을 부려 보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그것은 마치 공부 못하는 학생이 시험을 칠 때 반에서 꼴등을 할 것 같아 걱정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꼴등을 경험하고 말거야. 그래서 그 기분이 어떤지 느껴 볼거야.’하는 생각으로 배짱을 부려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과 같다.


꼴등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야, 어떤 경험이든 그것대로 소중한 것이니까, 라고 생각하면 어떤 두려움도 없어진다.


4. 현재의 행복은 없다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행복했던 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대학 시절이 행복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시절이 행복했다. 그런데 그땐 행복한 줄 몰랐다. 대학생일 땐 리포트와 시험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고, 직장인일 땐 업무 스트레스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물론 즐거운 시간이 있었음에도 가벼운 즐거움보다 무거운 괴로움에 마음이 쏠리곤 했다. 그만큼 삶을 즐길 줄 몰랐다. ‘한창때의 젊은이’라는 그 자체로도 행복할 수 있었는데, 그땐 그 행복을 몰랐다. 왜냐하면 그땐 늘 젊었으므로. 늙어 본 적이 없었으므로.


행복이란 지나가 버린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느낌에 불과한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과거의 행복만 느낄 수 있고 현재의 행복은 느낄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과거의 행복한 시간을 돌이켜 보는 것은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족스럽게 감상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왜 진작 그때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까. 그래서 우리는 늘 행복과 숨바꼭질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자연의 여신은 눈을 뜨면 행복질 수 있는 때에 “보렴!”하고 그 가엾은 이들에게 말해 주는 법이 거의 없으며, 또한 “어디!”라는 외침에도 “여기다!”라고 대답해 주는 일이 거의 없어, 결국 숨바꼭질은 지루하고 덧없이 끝나 버리고 마는 것이다.


- 하디 저, <테스>에서.






5. 인생에 대한 표현


인생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것으로 다음의 글을 뽑겠다.





‘인생이란 페르시아 융단 같은 것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여기에 덧붙이자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인생을 아주 진지하게 사는 게 인간이 아닐까.


6. 고독은 좋은 것인가





모든 문제는 우리가 방에 가만히 앉아 자신과 단둘이 마주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프란츠 카프카)


- 한상복 저,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에서.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게 하지만 천재를 만드는 것은 고독이다. 온전한 작품은 한 사람의 예술가가 혼자 하는 작업으로 탄생한다.(에드워드 기번)


-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에서.





이 두 개의 글귀는 인간관계가 있는 삶이 꼭 좋은 인생을 만드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다.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람의 특성은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천재를 만드는 것이 고독이라면, 자신의 단점인 외톨이 특성도 잘 활용하면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


원래 위대한 인물은 고독한 법이다. 그러니 어떤 분야에서든 비범한 사람은 고독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비범하고 고독한 게 나은가, 평범하고 고독하지 않은 게 나은가.



.........................................................................................................

<두 권의 책 소개> 



흔히 사회에 잘 적응하고 인간관계가 좋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어떤 공동체에 들어가든지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본적으로 그 공동체에 잘 적응하고, ‘왕따’ 당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교적인 성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그럼 비사교적인 예술가들이 그들이 탄생시킨 훌륭한 작품으로 사회적 명성을 얻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성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예술가들 중에는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에 대해 두 권의 책이 답을 줄 것 같다. 한상복 저,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와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란 책이다. 한마디로 고독도 좋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라는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말을 인용한다.




모든 문제는 우리가 방에 가만히 앉아 자신과 단둘이 마주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프란츠 카프카)


- 한상복 저,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에서.




우선 한상복의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의 가장 큰 특징은 소설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 역시 '멘토링 북'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전작 '배려'로 베스트셀러 필자가 된 그는 이번 책에서 내용보다는 형식적 변화를 꾀했다. 4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주인공들의 관계가 얽히고 설키며, 기승전결을 지닌 '위로의 서사'를 완성한 것이다. 핵심 주제는 하버드대 교수인 종교철학자 폴 틸리히(Tillich)의 개념을 빌려왔다. 외로움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혼자 있는 '고통'은 론리니스(loneliness)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은 솔리튜드(solitude)라는 것. "엄밀히 말해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니, 오히려 '홀로'라는 선택을 통해 더 좋은 솔리튜드 상태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결혼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민영의 장례식장에서 비롯된다. 절친한 친구라고 자임했던 설리는 망연자실하고, 정신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답을 보내지 못했던 민영의 문자메시지가 스스로를 괴롭힌다. "잘 지내지? 보고 싶다." 이 여덟 글자가 민영이 생에 남긴 유언이 된 것. 새로운 위로와 치유는 아니지만, 다음 에피소드를 찾게 만드는 소설 형식 특유의 매력이 있다. - (조선일보, 2011. 10. 29.)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도 ‘홀로’의 장점을 부각시킨다.


이 책은 에드워드 기번의 말을 인용한다.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게 하지만 천재를 만드는 것은 고독이다. 온전한 작품은 한 사람의 예술가가 혼자 하는 작업으로 탄생한다.(에드워드 기번)


-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에서.





'고독이 천재를 낳는다'는 해석이다. 데카르트·뉴턴·로크·파스칼·스피노자·칸트·라이프니츠·쇼펜하우어·니체 역시 '인간관계의 젬병'이었다는 것. 스토는 정신분석학의 최신 성과를 소개하며 이 주장의 입증을 시도한다. 성적(性的) 발달과정으로 모든 것을 입증하려 했던 프로이트 시대를 넘어, 친밀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대상(對象)관계 학파를 소개하고, 세 번째로 프로이트와 대상관계 학파가 놓쳤던 틈새와 여백을 이야기한다. "둘이 하는 연애보다 혼자 하는 일에서 자아존중감과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 사랑이나 인간관계는 정신치료에 이르는 유일한 길로 과장됐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2011. 10. 29.)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지금 이 시간, 스스로 고독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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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1-1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동병상련인데요.
저도 한때 부질없음의 병에 걸렸고, 최근까지 이 병을 가지고 있었어요.
뭐 지금도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말거야 병에 걸리니 그도 차츰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ㅋ
사실 저는 이 병에 너무 오랫동안 걸려 있어서 제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잘하면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모르고 산 것 같아요.
그래서 치기라도 좋으니 뭔가 쓸데없는 것에 도전해 보고 싶어져요.ㅎ~

고독은 별로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세상이 싱글 위주로 돌아가고 있으니
싱글 이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고독은 감내해야 하는 거죠.
저 두 권의 책 기억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곧 3만 축하해요.^^

페크pek0501 2011-11-13 14:11   좋아요 0 | URL

감사함...^^ 공감하시는 분을 만나니 기분 좋네요. 뜻밖이에요. 저만 특이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제가 좀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제가 글을 쓰는 것,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좋아하는 일보단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성공하는 법인데, 저는 그냥 제가 책을 좋아하다 보니까 글쓰기가 좋아져서 글을 쓰고 있을 뿐이라서, 능력의 한계를 자주 느껴요.

그래서 글을 조금밖에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죠. 아휴~~ 재능이 있었다면 다작을 하는 것인데... 그래서 좀 더 잘 나가는 것인데... 그래도 방문자 3만에 만족해염.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1-1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간 추억이니까 즐겁다고 느끼는 거죠.현실은 괴로우니까요.아마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누구나 다시 현실로 오려고 할 겁니다.삐삐 시대로만 되돌아가도 휴대전화 없다고 투덜대지 않을까요?

저는 과거 별로 맘에 안 들어요.그때는 티아라도 소녀시대도 카라도 포미닛도 없으니까요.이쁜 누나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지금이 좋습니다.걸그룹 만만세!

페크pek0501 2011-11-13 14:37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그 불편했던 삐삐 시대...

이쁜 누나들...ㅋㅋ 이제야 님의 나이를 짐작할 만한데요. ㅋㅋ 저는 제 또래를 이곳에서 만나면 아주 반가워하지만, 젊은 친구도 또한 좋아합니다. 이곳에선 다양한 연령대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11-13 16:06   좋아요 0 | URL
요즘은 이쁜 여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무조건 누나라고 부르는 것이 유행이죠.수지, 지연, 아이유, 화영 같은 여고생도 모두 내겐 누나입니다.왜? 이쁘니까요.혹시 이 분들 중 Pek0501 님이 아는 사람이 있나요?

페크pek0501 2011-11-13 20:07   좋아요 0 | URL
저를 뭘로 아시는 겁니까? 아주 노땅 취급을 하시는군요. 억울해라.

으음..., 그런데 그 중에서 솔직히 아이유만 압니다. ㅋㅋ

그렇다고 아주 노땅 취급은 마세요. 가수 이승철 세대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이삼십대엔 이승철을 좋아했는데, 요즘 보니까 가수 이승철은 나이 들면서 더 멋있어진 것 같아요. 여자는 안 그런데, 남자는 흰 머리가 희끗 보일 나이가 되면 더 멋있는 것 같아요. 여자도 그러면 좋은데...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1-14 16:12   좋아요 0 | URL
에그머니, 아이유만 아시다니...수지,지연,화영도 얼마나 이쁘고 귀여운데요...

이삼십대 이후로는 다른 가수를 좋아하게 되었군요...사십대 이후에 새롭게 좋아진 가수는 있나요?

페크pek0501 2011-11-14 20:11   좋아요 0 | URL
새롭게 좋아진 가수라, 지금 생각이 안 나는데요. 그냥 SG워너비의 노래는 다 좋아하고, 비욘세의 헬로우, 쥬얼리의 러브스토리, 미스에이의 베드걸 굿걸을 즐겨 들어요. 제 엠피쓰리에 저장되어 있어서 오늘도 걸으면서 들었어요.

가수는 모르겠고 탤런트는 천호진씨를 좋아합니다. 어제 무슨 드라마에서 봤는데 풍기는 분위기가 매력적...

이만하면 답변이 되었습니까?

노이에자이트 2011-11-15 17:50   좋아요 0 | URL
아웅~ 미쓰에이를 좋아하시면서 수지를 모르셨군요.화장 안 해도 이쁜 우리 수지~ 한 번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세요.

음...천호진 씨를 좋아하시는군요...

페크pek0501 2011-11-15 19:12   좋아요 0 | URL

예, 미스에이를 좋아하면서 수지를 몰랐어요. 이게 바로 제 나이가 갖는 한계라는 거지요. - 세대차이...

그래도 노래는 젊게 듣는다고 자부하며 살고 있어요. 제 정신연령이 좀 어린지라...

노이에자이트 2011-11-15 21:02   좋아요 0 | URL
잉~ 그러셨군요.

카스피 2011-11-1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3만명 방문 축하드립니다.알라딘 서재는 대형 블로그와 달리 찾는 분들이 그닥 많질 않아서 방문자가 백만을 넘으신 로쟈님 같은 분이 오히려 좀 특이한 케이스죠^^

페크pek0501 2011-11-13 20:09   좋아요 0 | URL
방문도 감사한데, 축하까지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서재의 주인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방문자 3만에도 만족할 만큼 욕심이 없는 착한 사람이랍니다. ^^

아이리시스 2011-11-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30000명 다되어갑니다. 내일이면 될 것 같아요. 축하드려요. 저는 숫자에는 관심이 없어서 돈에도 관심이 없고 그래서 이것저것 숫자에는 민감하지 못한데 그래서 간만에 제 방문자수도 한 번 더 봤어요. 오래오래 알라딘에서 저 숫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숫자를 넘어설 때까지 친구해요.^-^

페크pek0501 2011-11-14 12:28   좋아요 0 | URL
숫자에 관심이 없다? 그것 멋지네요. 별로 따지지 않고 사는 것처럼 느껴져요.

"알라딘에서 저 숫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숫자를 넘어설 때까지 친구해요.^-^" - 요렇게 선을 그어 놓으시면 섭해요. 영원히 친구해야죠, 사는 날까지. (그리고 나는 히죽 웃었다.)

아이리시스 2011-11-14 14:54   좋아요 0 | URL
영원히. (그리고 나는 기뻤다.)

제 손금이요, 생명선,재물선,배우자복 이런 거 다 짧게 나온대요, 푸하하. 너무 서글퍼서 진짜 그런지 한 번 살아보고 다시 판단하자, 이런 오기가 동하는 손금이에요ㅋㅋㅋ 여기서 돈에 관심이 없다는 건 성향상 그렇다는 거지 세속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에요. 안달한다고 재물이 들어오는 건 아닌 것 같고 커피 한 잔 안사면서 돈자랑질 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밉더라고요.ㅋㅋㅋ

페크pek0501 2011-11-14 20:1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 손금이 짧아 오래 못 산다고 하던데요. ㅋ으음 그래도 장수시대가 되었으니 우리 백 살까지만 삽시다. 다른 사람들은 120세까지 살라고 하고요.^^

이진 2011-11-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만명 방문이라니 정말 축하드려요! 전 아직 천며...명도 돌파하지 못한 신인중의 신인이랍니다 ㅋㅋ 저도 하고말거야 병에 걸려서 포스팅을 해야겠어요. 글 하나하나 올릴때마다 걱정태산이랍니다 ㅋㅋ

페크pek0501 2011-11-14 12:32   좋아요 0 | URL
신인중의 신인이시라..., 신선함이 느껴집니다. 그 시절의 즐거움을 많이 만끽하세요. 뭐든지 초창기가 가장 즐거운 것 아닌가요. 물론 프로의 세계에 입문한다는 것이 좋긴 하지만요.

저 역시 프로는 못 되고 이 신인시절?을 즐기며 살 것입니다.

방문자 천 명이 되실 때 연락 주세요. 멋진 메시지의 댓글을 뽑아 드리겠습니다. ^^

반갑고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11-1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972.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으로 3만명 달성되겠는걸요!
축하드려요! ^^

페크pek0501 2011-11-14 20:14   좋아요 0 | URL
지금, 29977명이네요. 아무래도 오늘 3만이 되는 것 못 보고 그냥 잠자게 될지도 모른다는...

고마워요. 반가운 마녀고양이님.

아이리시스 2011-11-1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995. 아.. 조금만 더 늦게 올 걸..ㅜㅜ

페크pek0501 2011-11-15 11:43   좋아요 0 | URL

이렇게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니 제가 아이리시스님을 안 좋아할 수가 없죠.^^ 지금 30010명입니다. 3만을 무사히 넘겨서 좋은 하루입니다.ㅋ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인생이란 페르시아 융단 같은 것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여기에 덧붙이자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인생을 아주 진지하게 사는 게 인간이 아닐까. - <내가 쓴 글 중에서>

이번에 남들이 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에 저는 아주 진지했습니다. 인간이니까요.

2011-11-15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5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11-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021, 아 늦었다! 진짜 축하드려염!

페크pek0501 2011-11-15 23:45   좋아요 0 | URL
감사해염!^^ 두 번씩이나 방문하시다니... 요즘 얼마나 바쁘신지 아는데염.

2011-11-16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11-16 16:57   좋아요 0 | URL
예,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뵙기를...


순오기 2011-11-1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인사가 한참 늦었네요. 죄송~
오늘 34, 총 30060 방문

서재생활 초창기에 방문자 1만, 3만 이벤트를 했었는데...^^

페크pek0501 2011-11-17 12:42   좋아요 0 | URL
죄송이라뇨 무슨 말쌈을...ㅋ 무조건 감사합니다. 나의 고향 친구 같은 분!(저만의 생각이겠지만요^^)

방문자 수가 저조하네요. 빨리 새 글을 올려야 방문자 수가 많아질 텐데... 그런데 현실은 나를 다른 쪽으로 자꾸 잡아끄네요. 오늘도 이따 아이 데리고 외출할 일이 있어요.

아, 복잡한 삶이여!!! 좀 단조롭게 살고 싶어요. 그날이 그날인 삶을.
 

 

60대로 보이는 여자손님이 약국에 감기약을 사러 들어왔다. 젊은 남자약사가 감기약을 주면서 식후에 하루 세 번 먹으라고 말했다. 손님은 약값을 지불하고 약국을 나오면서 약 포장지에 씌어져 있는 ‘온수복용’이라는 글자를 발견하곤 약사에게 되돌아가서, “꼭 따뜻한 물로 약을 먹어야 하나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약사는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손님은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이 약, 날짜는 안 봐도 되지요?” 그러자 약사는 짜증스런 목소리로, “제가 날짜를 보여 드릴까요?”하면서 아까 약을 꺼냈던 큰 상자를 가지고 와서 상자 겉에 표기된 (유통기한)날짜를 보여 주었다. 손님은 됐다고 하면서 인사하고 약국을 나갔다. 약사의 불친절한 태도에 기분이 상했지만 참았다.


내가 본 것은 여기까지다. 난 두 사람을 보면서, 약사가 손님을 오해함으로써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서로 기분이 언짢아진 것이라고 느꼈다. 내가 느낀 대로 쓰면 이러하다.


첫째, 손님이 질문한 ‘온수복용’은, 꼭 온수로 먹어야 하는지가 단지 궁금해서 물었다. 그런데 약사는 그 약에 대해 식후에 하루 세 번 먹으라고 설명을 다 해 주었는데도, 손님이 온수복용에 대해 묻자 화가 났다. 자신이 온수복용에 대한 설명을 빠뜨린 실수를 손님이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둘째, 손님이 질문한 ‘날짜’는, 혹시 유통기한 날짜가 지난 약으로 사게 될까 봐 걱정이 되어 그저 확인차 물었을 뿐이다. 그런데 약사는 자신이 유통기한 날짜가 지난 오래된 약을 주었을까 봐 손님이 의심해서 물은 것으로 생각했다. 즉 약사는 자신을 신뢰하지 않은 손님의 태도가 기분 나빴던 것이다.


내가 두 사람의 생각을 잘못 추측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와 비슷한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남이 의도한 것을 읽지 않음으로써 오해를 하고, 남이 의도하지 않은 것을 읽음으로써 오해를 한다. 우리는 왜 타인이 의도하지 않은 것까지 읽어서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까지 마음 상하게 할까.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읽기’,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듣는 사람이 오해하는 진실보다 더 해로운 거짓말은 없다.”(W. 제임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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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03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기에 표현할 때는 배려해서 표현하고
들을 때는 있는 그대로 들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원활한 의사소통과 설득, 또는 이해, 타협... 이보다 어려운게 있을까 싶어져요.

페크pek0501 2011-11-03 14:22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원활한 의사소통,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이런 류의 글을 자꾸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모두들 의사소통만 잘 된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세상이 될 듯싶어요. 그런데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걸 느끼게 돼요. 연인 간에도 부부 간에도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오해함으로써 결별하는 경우가 있지요.

아이리시스 2011-11-03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약사가 뭔가 더 옳지 못해요. 소비자 입장이 우선. 여기서 칼자루를 쥔 건 소비자 같지만 실제로는 약사니까요. 입장 바꾸면 저는 친절하게 설명했을 것 같거든요. 착한 아이리시스( '')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될까봐 점점 차라리 입을 다물고 살아요. 이게 옳은 건지는 모르지만..

페크pek0501 2011-11-04 13:14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어떤 물건을 파는 사람이라면 손님한테 친절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해 봐야 알 것 같아요. 직업적 권태와 피곤함이 겹치는 날이면 손님한테 짜증내게 될지도(일 년에 서너 번쯤은)... 하하하!!!

입을 다물고 사는 건 좋지 못하죠(때로는 필요하지만요). 침묵도 그 나름의 표현이니까, 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지 않겠어요.

어쨌든 난 쾌활하고 맑은 아이리시스님 같은 사람이 좋더라.(나의 옛시절을 보는 듯해서인가...갸우뚱...)푸하하!!! 사람은 자기와 닮은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을까요? 그래서 유류상종?

노이에자이트 2011-11-0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투가 부드럽고 친절하답니다.엄마에게 짜증내던 아이들도 내가 안녕! 하고 손을 흔들면 헤...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고 그래요.

stella.K 2011-11-03 17:45   좋아요 0 | URL
ㅎㅎ 님은 정말 그러실 것 같아요.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노이에자이트 2011-11-03 22:32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도 소문 났군요.

페크pek0501 2011-11-04 13:11   좋아요 0 | URL
두 분이 제 서재에서 (주인은 없는데) 주거니 받거니 하고 계시는군요. 그래서 뭐? 하하하... 기분이 좋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종종 그래 주시면 좋죠. 썰렁한 제 서재가 덜 썰렁할 테니까요.

stella.K 2011-11-0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그 약사 성깔이 보통이 아닌가 봅니다.
저 같으면 그런 사람한테는 다시는 안갑니다.
소비자가 몰라서 물어보면 가르쳐줄 생각은 안하고
성질부터 내다니.
그래가지고 약사질 해 먹겠습니까? ㅉㅉ

페크pek0501 2011-11-04 13:1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친절은 필수지요.

혹시 모르죠. 그 약사가 원래는 친절한 사람이었는데, 그날만 그랬는지도요. ㅋㅋ

이따 댁의 서재에 놀러 갈게요.

노이에자이트 2011-11-04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 아름답고 고운 말을 써보아요! 착한 사람 사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페크pek0501 2011-11-05 12:00   좋아요 0 | URL
예, 예, 예... ㅋㅋ
 


누구나 아프거나 불행한 일을 겪게 되면 그동안 지내온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지고, 행복한 생활이란 대단한 게 아니라 그저 ‘별일 없음’의 상태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인생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한 가지 사물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물일지라도 달라 보이는 경험을 하며 산다. 최근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해석의 중요성이다.


여러분은 무엇에 대하여 ‘사실과 다른 해석’을 한 적이 없는가.


다음에 열거한 책들은 각각 다른 성격의 책들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사실과 다른 해석’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보았다.



1.

요즘 내 관심을 끈 책은 카스 R. 선스타인 저,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라는 책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함께 토론하고 나서 평소에 자기들이 생각해 온 것보다 더 극단적인 생각을 갖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하는 책이다.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심각한 인종적 편견을 가진 백인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교환한 다음 편견이 더 심해졌고, 반대로 인종적 편견이 약한 백인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교환한 다음 편견이 더 줄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빠져드는 집단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한다”는 책이다.
 



이 책에 의하면, 사람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생각이 같은 집단 속에 들어가면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극단화가 되는 원인 중 하나가 인터넷이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와 주장만 선택하는 자기 선택(self - selection) 과정을 거쳐 ‘집단 극단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예로 테러리스트의 극단주의 성향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이 자기 입장과 가장 잘 들어맞는 토론방을 검색하고 선택하며, 자기 생각과 맞지 않는 방은 떠나면서 여러 가지 음모론이 빠르게 전파되고, 분노를 부채질한다.” 그리하여 ‘집단 극단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집단 극단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사람들이 한 가지 사물에 대해 각기 다양한 해석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중에는 ‘사실과 다른 해석’이 많을 것이다.


2.

한 가지 사물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표현한 글로 다음의 글을 뽑는다.


“강물 소리란,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나의 거처는 산중에 있었는데, 바로 문 앞에 큰 시내가 있었다. 해마다 여름철이 되어 큰 비가 한 번 지나가면, 시냇물이 갑자기 불어서 마냥 전차와 기마, 대포와 북소리를 듣게 되어, 그것이 이미 귀에 젖어 버렸다. 나는 옛날에, 문을 닫고 누운 채 그 소리를 구분해 본 적이 있었다. 깊은 소나무에서 나오는 바람 같은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청아한 까닭이며, 산이 찢어지고 언덕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흥분한 까닭이며, 뭇 개구리들이 다투어 우는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교만한 까닭이며, 수많은 축(筑)의 격한 가락인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노한 까닭이다. 그리고 우르릉 쾅쾅 하는 천둥과 벼락같은 소리는 듣는 사람이 놀란 까닭이고, 찻물이 보글보글 끓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운치 있는 성격인 까닭이고, 거문고가 궁우(宮羽)에 맞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슬픈 까닭이고, 종이창에 바람이 우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의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소리는, 올바른 소리가 아니라 다만 자기 흉중에 품고 있는 뜻대로 귀에 들리는 소리를 받아들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박지원 저, <열하일기>에서.)


3.

에릭 번 저, <심리게임>에 ‘당신만 아니었으면’ 게임이 소개된다. 부부 사이에서 가장 흔히 벌어진다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편이 자신의 사회 활동을 심하게 구속해서 춤을 배우지 못했다는 게 화이트 부인이 늘 읊어대는 불평이었다. 그런데 부인이 심리 치료를 받으며 태도가 달라지자 남편은 예전보다 누그러져서 아내에게 한결 너그러워졌다. 화이트 부인은 자신의 활동 영역을 자유롭게 넓혀 갈 수 있었다. 내친 김에 춤 강습에도 등록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자기가 무대를 병적으로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춤을 배우겠다는 계획을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화이트 부인은 여러 명의 청혼자 중에서 지배적인 성격의 남자를 남편으로 골랐던 것이다. 그러면서 ‘당신만 아니었으면’ 뭐든 할 수 있었다고 불평할 수 있는 통행권을 얻었다. 그러나 춤 강습에서 드러난 결과를 보니, 부인이 불평하던 것과는 반대로 남편은 아내가 굉장히 두려워하는 무엇인가를 못하게 막음으로써, 또 아내가 자신의 두려움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보호함으로써 실질적인 서비스를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화이트 부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사실과 다른 해석’을 했던 것이다.


4.

‘사실과 다른 해석’은 타인의 외모를 보는 시각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잘 생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중에서 누구를 더 신뢰할까.


로버트 치알디니 저, <설득의 심리학>에는 호감의 법칙이 소개된다. 이 책에 의하면, 얼굴이 잘 생긴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유리하다는 점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지만 그 유리한 점의 영향력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그 영향력은 이러하다.  

 




외모가 잘 생긴 사람은 긴급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더 쉽게 얻고 있으며, 청중의 의견을 변화시키는 데도 더욱 설득적이라고 한다.


구인시장에서도 비슷한 효력이 발견되었다. 모의 면접 상황을 설정하였을 때 구직자들의 깔끔한 외모가 직업적인 자질보다 더 호의적인 고용 결정을 받아냈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잘 생긴 사람은 으레 능력 있고 친절하고 정직하며 머리가 영리할 것으로 연상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그들의 신체적 매력에 의해 우리의 평가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채 그들을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1974년 캐나다의 선거 결과는 신체적으로 매력적인 후보가 그렇지 못한 후보보다 무려 2.5배나 많은 유권자의 표를 받았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잘 생긴 후보에 대한 이러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유권자들은 그들의 투표 행위가 후보들의 신체적 매력에 의해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데 있다.


신체적 매력에 끌려 투표를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신체적 매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투표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이다. 전자는 타인에 대해 ‘사실과 다른 해석’을 했기 때문이고, 후자는 자신에 대해 ‘사실과 다른 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5.

‘사실과 다른 해석’으로 인해 남녀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로는 어떤 게 있을까.


복도에서 여자직원과 남자직원이 마주쳤다. 남자가 먼저 인사하기에 여자가 멋쩍게 느껴져 웃으며 인사했더니 그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좋아해서 웃었다고 해석한다. 커피 자동판매기 앞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 커피를 마시려던 여자직원이 그 주위에 있는 남자직원과 눈이 마주쳐서 혼자서만 마시기가 불편해 예의상 커피를 건넸더니 그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좋아해서 커피를 주는 것으로 해석한다.



* 맺는말


“사실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해석뿐이다.”(F. W. 니체)



과연 우리는 세상일에 대해서 제대로 해석하며 살고 있을까.


무엇에 대해서든 ‘사실과 다른 해석’을 하여 그 진실을 알지 못하고 사는 게 우리의 모습이란 생각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아주 달라 보인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중요한 건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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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3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각자의 주관적인 세상이 있고,
주관적인 가운데서 타인과 함께 하는 타협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타인의 주관적인 세상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꼭 나와 다르다 틀렸다가 아닌
조금은 따스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봐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만,
실천으로 가는 것은 너무 힘들어요. ㅠㅠ

페크pek0501 2011-10-31 14:45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반갑습니다.

제 글을 잘 이해하셨네요. '각자의 주관적인 세상'이 있다는 말씀, 그게 제 글의 주제가 될 수도 있겠어요. 의사소통을 하는 관계에서도 그 주관성 때문에 서로 받아들이는 게 다른 경우가 참 많아요. 위의 글 중, 같은 강물 소리를 들으면서도 제각각 다른 소리로 듣는 것처럼 말이에요. 방문과 댓글에 감사 드립니다.

프롬은 그 주관성을 '공적인 의미와는 다른 의미'라고 표현한 것 같아요.

"논리적으로 일정한 의미를 갖고 있는 관념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적인'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에리히 프롬 저, <자유로부터의 도피> 중에서.


아이리시스 2011-10-31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오셨어요. 잘 지내셨어요? 페크님 페이퍼는 두 번 읽고 세 번 읽다가 아......그랬구나, 이러게 되는 것 같아요. 일부러 심리학 책을 읽지 않는 제가 심리학 도서보다 더 재밌게 읽을 수 있게 해주시는 두 분이죠. 마고님이랑.......

아, 이상형 대답할 때 저는 정말로 얼굴은 안봐요, 이러는 사람..... 그리고 투표할 때. 실제로 그럴 수도 있지만, 인상에 대한 판단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듯 해요.

페크pek0501 2011-10-31 16:02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그 무의식이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정말 오랜만이죠? ㅋㅋ 지방도 다녀오고 몸이 아파 (디스크로) 병원도 다니고 그랬어요. 이제 괜찮아요. 그런데 살이 빠져 아직 기운 없어요. 앞으로 열심히 먹어야죠.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게...

앞으로 '빈둥거리는 시간'을 많이 가지며 몸 챙기려 합니다. 책도 좀 적당히 보고요. 또 봐요!!!!!!!


노이에자이트 2011-10-3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독서할 때도 자기와 비슷한 정치성향의 책만 읽으면 안 됩니다.반대진영 논객들의 책도 읽어야 하는데, 성격상 이게 안 되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찾으니 늘 같은 부류의 논객이 쓴 글만 읽지요.당연히 폭이 좁아지고 맙니다.

페크pek0501 2011-10-31 16:09   좋아요 0 | URL
예썰...ㅋ 양면을 이해하기 위해 폭을 넓히는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 동의합니다.

2011-10-31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1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1-10-3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석'이 정말 중요하죠......
해석에 관한 엉뚱한 댓글 하나 남겨 봅니다. ㅎㅎ
* * *
이 한줄이 너의 해석을 천년 동안 기다려왔다,라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학문을 하지 말라.
- 막스 베버

페크pek0501 2011-11-01 12:55   좋아요 0 | URL
멋진 명언이네요.

저는 어떤 때는 정말 멋진 문장 한 줄을 찾기 위해 책 한 권을 읽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무슨 문학상을 탄 책을 읽는 경우에 그러는데, 아무리 반 권 정도 읽어도 왜 문학상을 탔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끝까지 읽어서 왜 상을 탔는지 알아내리라 하는 각오로 읽었는데, 어느 글 한 문단이 정말 좋았아요. 그래서 상을 탔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그 문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그 과정의 글도 좋았겠지요.)

제 경험이 생각나서 적어 봤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1-0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외모 덕을 많이 봐요.외모 때문에 열등감을 지닌 사람들에게 좀 미안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페크pek0501 2011-11-02 13:00   좋아요 0 | URL
푸하하... 저 정말 이렇게 웃었어요.

오늘 노이에자이트님이 10센티 더 좋아졌어요. 아, 매력적인 유머입니다. 본인은 유머가 아니라 진실이라고 할 테지만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1-02 16:00   좋아요 0 | URL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은 사람이라면 왜 제가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실감하기 어렵죠.

페크pek0501 2011-11-03 14:15   좋아요 0 | URL
ㅋㅋ, 그렇군요. 그런데 "~~ 실감하기 어렵죠."와 같은 말투가 꼭 여자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제가 님이 (남자인 줄 알면서도) 여자로 착각을 하고 댓글을 쓸 때가 있답니다.

여성분인지, 아니면 훌륭한 위장술인지, 모르겠다는... ^^

덕분에 즐거웠어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노이에자이트 2011-11-03 16:25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제 글이 가끔 가다 좀 섬세하고 말랑말랑할 때가 있어요.음...몸은...지금은 어깨를 다쳐 꽤 오래 쉬고 있지만 한때 오랫동안 푸시업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가슴이 딱 벌어진 편이라 여성적인 체격은 아니에요.

페크pek0501 2011-11-04 13:22   좋아요 0 | URL
외모는 남성적, 내면은 여성적이라, 그거 아주 이상적인 타입이네요. 또한번, 푸하하...

노이에자이트 2011-11-04 16:11   좋아요 0 | URL
목소리는 부드러운 저음입니다! 이선균 목소리에서 콧소리를 빼고 거기에 한석규 목소리를 섞으면 제 목소리가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