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2월이 언제 끝나버렸지...

2월 말이 그냥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어서 공부할 것도 많고, 업무 파악하느라 대혼란의 시기.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것 같은데, 이웃님들 서재에 많이 못 찾아가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흑흑.. ㅠㅠ 

그래도 2월의 하찮은 독서나마 정리해 두려고 합니다.


산책: 0권! 

오마나. 진짜 0권을 사다니. 역대 없었던.. 

하지만 커피는 샀습니다. 왜냐! 플래티넘 쿠폰은 써야 하니까요. 











만족스러웠던 예가체프 아리차 #1 재구입. 음. 제 입맛에 딱입니다. 


예외: 아이들 책


아이들 책은 역시 구입은 했으나 소량. 

<초등 영어 파닉스 발음기호>는 이제 첫째에게 영어리딩을 좀 익히게 해야겠다 싶어 구매. 하루 한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군자는 자기 아이를 가르치지 않는 법이라고 공자왈맹자왈 했다던데.. 아이를 가르쳐 본 분은 뭔 말인지 아실 듯 ㅋ 인내를 가지고 폭풍칭찬 하며 진도 나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행히 아이가 싫어하지는 않네요.

<과학이 톡톡 쌓이다! 사이다 1> 만화와 글이 섞여 있는 과학동화(?)입니다. 지인 추천으로 샀고, 글밥이 꽤 되는데도 첫째가 바로 다 읽었다길래 재밌냐고 물으니 재미없다고(단호박) ??? 조금 더 크면 다시 읽는 걸로... 
















읽은 책 : 3권















3권.. 3권이라니 ㅠㅠㅠㅠ 

아, <제2의 성>이 분권이었다면 1권은 읽은 건데.. ㅋㅋㅋ 안타깝네요. 

<전국축제자랑>과 <제인 에어> 리뷰 써야하는데... ㅠㅠ 

<제인 에어>는 초반 번역오류에 띠용했으나 그 뒤는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습니다(오타는 한두군데 발견). 

다미여 읽고 나서 재독하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특히 로체스터의 덫에 걸릴 뻔했던 제인 에어가 직전에 빠져나와 안도의 한숨을!! 그 뒤에 굳이 다시 돌아간 건 아쉽지만, 존 따라가는 것보다는 나아 보입니다. 


3월에는 얼마나 읽을 수 있을지?

<토지 14권>, 재독 중인 <오만과 편견>, 그리고 2권이 역시 좀더 재밌는 <제2의 성> 분발해서 읽으면 끝낼 수 있지 않을까.. 거기다 <워드 슬럿>까지 끝내면 만족일 듯 합니다. 

여러분은 만족스런 독서생활 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날이 추운데, 어서 따뜻한 봄이 오길 고대합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3-03-02 15: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산책 0권! 박수!!!!!!!!!

다락방 2023-03-02 15: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한 달간 산 책이 0권일 수가 있죠? 대박... 저는 0권인 한 주도 없는데요... 대박.....

새로운 업무라니, 와 긴장 되시겠어요. 독서괭 님, 힘내세요. 밥도 많이 드시고요!!

페넬로페 2023-03-02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이 바빠 책 읽을 시간이 없어지면 왠지 초조함이 느껴지는 게 우리들 심리인 것 같아요.
그래도 제2의 성, 1권 읽으신 독서괭님, 최고!
건강 유의하시는 3월 되시고요^^
근데 플래티넘 쿠폰은 매번 적용이 안되는데 저만 그럴까요?

수이 2023-03-02 15: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진짜 짱!! 저도 본받아 3월에는 0권으로!!!

책읽는나무 2023-03-02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 와...한다면 한다!👍
예가체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예가체프 괜찮더라구요.
#4번만 마셔봤는데 먹던 거 다 먹음 #1번도 마셔봐야겠어요.
그 바쁘신 와중에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괭님!
멋지군요. 벌써 토지 13 권까지 진도 빼시고, 제2의 성도 열심히 읽으시고^^
더욱 열심히 일 하고, 읽으시는 괭님을 응원합니다♡

바람돌이 2023-03-02 2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2월 0권!!! 그러고는 3월 1일에 폭풍주문입니다. ㅋㅋ
토지 13권 제2의 성 화이팅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3-03-03 1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문 0권하신 거 실화입니까!ㅎㅎㅎ
저 이번 달은 정말 안 사려고 오늘 이번달 여성주의 책 한 권하고 커피만 주문했어요~ㅋㅋ 과연 이것이 이달 말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ㅎㅎ
괭님 바쁘신데 건강 잘 챙기시면서 하세요. 화이팅입니다!

자목련 2023-03-06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젠가 주문 0권의 달이 올까요!
커피 쿠폰을 잊고 있었는데 이번 달에는 잊지 말아야겠어요. 3월,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세요^^

공쟝쟝 2023-03-10 17: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앙 바쁜 괭님 바쁘지 마라 😭 고생 좀만 시켜라 회사야 😭 양질의 리뷰를 기대한단 말이다!!! 존 보다 로체스터라는 말에서 진짜 비극을 느끼네요 ㅠㅠㅜ 에어양…. 이성애의 감옥에서 빠져나와…응?

독서괭 2023-03-11 07:37   좋아요 2 | URL
쟝쟝님 감사 ㅠㅠ 저도 빨리 쓰고 싶네요 흑 ㅠㅠ
 


<제2의 성> 제1권 사실과 신화 중 제3부 신화를 읽고 있다. 

2장에서 보부아르는 몇 명의 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나는 여성에 대한 태도를 분석한다. 

그중 첫번째, 몽테를랑에 관해 쓴 글을 보자.


여자는 단지 결핍이고 빈곤이며 부정성일 뿐이고 여자의 마법은 헛되다고 하면서, 어떻게 여자가 그렇게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몽테를랑은 그것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단지 "사자가 모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오만하게 말할 뿐이다. 그러나 그 대답은 명백하다. 혼자 있을 때 자기가 최고라고 믿으며, 어떤 짐도 지지 않으려고 표 나지 않게 거절하면서 자기가 힘이 세다고 믿는 것은 쉬운 일이다. 몽테를랑은 쉬운 길을 택했다. 그는 쉽지 않은 가치들을 몹시 중하게 여긴다고 주장하지만 그것들에 손쉽게 도달하려고 한다. (...) 몽테를랑은 자기 이마에 과중한 것을 쓰고 자줏빛 의상을 걸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왕관이 색종이로 만들어졌고,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왕처럼 그가 벌거벗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 하나면 족할 것이다. 꿈속에서 물 위를 걷기, 그것은 실제로 지상의 길에서 걷는 것보다 덜 피곤한 일이다. 그리고 사자 몽테를랑이 심하게 겁을 먹고 여자인 모기를 피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즉, 그는 현실의 시련을 심히 두려워하고 있다.  - 303쪽 


여기서 인용하는 몽테를랑의 작품 내용들을 보면 여성혐오가 엄청난데, 또 작품은 엄청 많은 듯. 이 사람 언제 사람이지? 하고 보니 1986~1972 라고 적혀 있다. 보부아르, 동시대 작가를 아주 대차게 깐 것이다. 아 시원하다 ㅋㅋㅋ

몽테를랑 책이 번역된 게 있나, 찾아보니 <소년들>이 있다. 작가 소개에는 "코르네유와 라신에 비견되는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라고. 

엉 그런데 <소년들> 어디서 좋다고 했었는데?? 찾아보니 역시나, 서친님의 추천글이 있었다! 보부아르가 까는 여러 작품들에 이 작품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여성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다른 작품으로 <젊은 처녀들>, <카스티유의 왕녀>, 심지어 <여성론>이 있다.. 



 














자, 계속 열심히 읽어 보자! 함께 읽는 분들 화이팅이요^^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3-02-15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이 <소년들> 좋다고 했대요. 근데 이 작품도 보부아르가 언급은 안 했어도 여성주의 관점으론 대차게 깔 게 많기는 합니다. 소년들의 로맨스 혹은 우정 그 무엇 중심의 책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엄마(모성) 혐오 같은 게 엿보였던 거 같음.

페넬로페 2023-02-15 1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조금씩 읽자고 했지만 결국 다른 책에 밀리네요.
그냥 주욱 읽어야겠어요~~

거리의화가 2023-02-15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장이 왜 이리 새롭죠?ㅎㅎㅎ 몽테를랑 1896년생이고 1972년 돌아가셨군요. 동시대 작가를 깔 수 있다는 건 또 그 작가의 작품을 모조리 찾아보고 분석한 것이겠죠? 괭님 읽기 계속 화이팅입니다!^^

햇살과함께 2023-02-15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따라갈게요~!! 먼저 가세요!!

은오 2023-02-15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빨리 2권 읽고싶더라고요. 2권이 더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ㅋㅋㅋㅋ 부지런히 읽어야지... ㅠㅠ

건수하 2023-02-16 09:47   좋아요 2 | URL
<페미니즘 철학 입문>에 1권이 잘 안 읽히면 2권부터 읽는 것도 괜찮다 라고 써 있었습니다 :)

은오 2023-02-16 12:11   좋아요 2 | URL
오오 정말요?! 역시 2권이 더 잘읽히는구나 ㅋㅋㅋ 하지만 어차피 둘 다 읽어야 할 거! 그냥 순서대로 읽겠습니다 😀 (맛없는 반찬 먼저 먹는 편)

책먼지 2023-02-15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작년에 분명 이 책 읽었는데 왜 인용해주신 문장 처음 보는 것 같죠?(동공지진) 이 책 함께 읽기 하고 계시군요.. 중간중간 페이퍼들 올려주시면 날로 먹어야겠어요(다시 읽을 마음의 준비 안 되어 있음..)

바람돌이 2023-02-16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는 주경야독하는 기분입니다. 밤 9시쯤 돼야 책 펴고 있어요.
일단 먼저 가세요. 곧 따라가겠습니다. ㅠ.ㅠ
당대의 작가도 가차없이 까버리는 보부아르 멋지다입니다. ^^

단발머리 2023-02-27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찬걸로 하자면 역시 보부아르님 따라갈 사람이 없겠죠. 이제 <제2의 성> 리뷰도 속속 올라오는군요 ㅎㅎㅎ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 from 리뷰 읽는 재미 들린 1인
 
전국축제자랑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박태하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칠 때마다 한꼭지씩 아껴 읽었다. 처음에는 훗훗 하면서 한번씩 웃다가, 음성품바축제에 이르러서는 그장 전체에 배꼽을 잡았고, 완주와일드푸드축제에서는 김혼비의 박력에 반했으며, 양양연어축제에서 숙연해졌다가, 마지막 산청곶감축제를 읽으며, 아-젠장, 역시 난 김혼비가 너무 좋다구!!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3-02-09 15: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두 김혼비 좋아요. 한 권 밖에 안 읽었지만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9 15:31   좋아요 3 | URL
뭐 읽으셨나요? 저는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아무튼, 술>, <다정소감>, 그리고 이 책을 읽었습니다. 다 재밌어요!

단발머리 2023-02-09 15:32   좋아요 2 | URL
저는 다정소감 읽었어요 ㅋㅋㅋㅋ 김혼비 화이팅!! 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9 15:59   좋아요 1 | URL
다정소감이 제일.. 덜 웃깁니다!! ㅋㅋ

건수하 2023-02-09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해요 김혼비!

전 이거 빼고 세 권 읽었는데 아무튼 술이
제일 좋았어요 ^^

독서괭 2023-02-09 16:00   좋아요 2 | URL
오 수하님도 김혼비 작가 개그코드가 맞으시는군요!
이렇게 네권이 단행본 전부니까, 저는 다 읽은 찐팬 ㅋㅋ
수하님도 세권 읽으셨으니, 이 책도 읽어보세요^^

미미 2023-02-09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도 김혼비의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괭님이 반하신 김혼비의 박력 어떨지 궁금해요ㅋㅋㅋㅋ

독서괭 2023-02-13 12:49   좋아요 0 | URL
와일드푸드축제에서의 박력이라면, 뭔가 예상되지 않으십니까? ㅋㅋㅋ 미미님도 김혼비에 입문해보시죠^^

공쟝쟝 2023-02-09 1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 입에서 젠장이라는 형용사(ㅋㅋㅋ) 나오다니요!!! 저는 축구 넘 좋았는데… 아무튼 술 읽고 실망했어요…너무 착한 사람이더라고요… (내가 술마시고 한 개짓을 생각해보면….) 작가님 너무 착해서 맘에서 멀어진 거지, 특별히 재밌는 에세이란 것엔 동의합니다ㅋㅋㅋ 축제자랑 킵킵!

독서괭 2023-02-13 12:51   좋아요 1 | URL
음 제가 젠장이라는 말도 안 쓰는 얌전괭으로 이미지를 잘 관리하고 있었군요 ㅋㅋㅋ 아무튼 술에 실망하시다니 무슨 일? 했는데 ‘너무 착해서‘라니 ㅋㅋㅋㅋㅋ 쟝쟝님은 술 취해 많은 일을 하셨나봅니다 ㅋㅋㅋ 김혼비 개그가 취향에 맞으시다면 축제자랑도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singri 2023-02-09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상한데 진심 딱이네요ㅋ웃길꺼같습니다ㅋㅋ

독서괭 2023-02-13 12:52   좋아요 1 | URL
네 엄청 웃기고요, 지역축제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하는 글들입니다. 싱그리님도 함 읽어보시죠^^
 
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방대한 양의 책에 관해 띄엄띄엄 글을 써놓기도 했고, 내용을 총망라한 리뷰를 쓸 엄두는 나지 않아서 택한 방법.

총 16장의 각 장마다 내가 꼽은 한 문장..아니 단락을 옮겨 적어 보았다. 내게 인상적이어서 밑줄 그어 두었던 내용을 쭉 훑어보고 그중에 하나를 고르는 작업은 시간이 꽤 걸렸지만 재미있었다. 읽으신 분들은 보면 딱 아, 이런 내용 있었지! 하며 즐거워하실 수도 있을 듯^^



1장 여왕의 거울


여성은 펜이 나타내는 자율성(주체성)을 부정당하기 때문에 문화로부터 (문화의 상징은 펜이니) 배제되는 한편 스스로 신비한 타자와 비타협적인 타자라는 양극단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는 이 타자를 숭배와 공포, 사랑과 혐오로 마주한다. 여성은 '유령, 악마, 천사, 요정, 마녀, 정령'으로서 남성 예술가와 미지의 것 사이를 중재하며, 동시에 남성 예술가에게 순수함을 가르치고 그의 타락을 지적한다.  - 99쪽 


2장 감염된 문장


심지어 표면상으로는 가장 보수적이고 얌전하게 보이는 여성 작가들조차 대단히 독립적인 인물들을 강박적으로 창조했으며, 이런 인물들은 작가나 작가의 순종적인 여자 주인공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이는 모든 가부장적 구조를 파괴하고자 한다. 물론 이 작가들은 자신들의 반항적 충동을 여자 주인공이 아니라 미치거나 괴물 같은 (소설이나 시 속에서 적절하게 벌을 받는) 여자에게 투사함으로써 자신의 자아분열, 즉 가부장적 사회의 억압을 수용하고자 하는 욕망과 거부하고자 하는 욕망을 동시에 극화한다. 그러나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여성문학에 등장한 미친 여자가 남성 문학과 달리 단순히 여자 주인공의 적대자거나 들러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미친 여자는 어떤 의미에서 작가의 분신이고 작가 자신의 불안과 분노의 이미지다.  - 189쪽 


3장 동굴의 비유


배반당한 에우리디케는 사실 (버지니아 울프의 '주디스 셰익스피어'처럼) '무덤 동굴'이라는 감옥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 시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여성 예술가는 이시스와 에우리디케를 복원하면서 문학 유산의 잃어버린 아틀란티스, 즉 가라앉은 대륙을 재정의하고 되찾는다.   - 223쪽 


4장 산문 속에서 입 다물기 - 오스틴의 초기 작품에 나타난 젠더와 장르


남성 상속자가 여자 형제들에게서 집을 빼앗는 『이성과 감성』을 비롯해, 남성에게만 세습되는 재산이 베넷의 딸들을 정략결혼으로 몰아가는 『오만과 편견』에 이르기까지, 제인 패어팩스가 부자 남편과 약혼하거나 가정교사가 되어야 하는 『에마』를 비롯해, 과부가 된 스미스 부인이 가난과 헛되이 싸워야 하는 『설득』에 이르기까지, 헨리 틸니가 열렬하게 공표하듯이, 오스틴은 독자들에게 영국의 관습과 법이 아내 살해는 막아주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나 아내가 아닌 여자에게는 최소한의 안전 이상은 제공하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 280쪽 


5장 제인 오스틴의 겉 이야기(와 비밀 요원들)


오스틴의 자아분열(상상력의 매혹과 그것이 비여성적이라는 인식에서 오는 불안)은 (자신을 자유로운 주체로 경험하는 사춘기 이후에는 대상이라는 지위를 받아들여야 하는) 모든 여성에게 고유한 딜레마에 대한 의식을 드러낸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오스틴의 모든 여자 주인공들이 묻는 질문을 이렇게 표현한다. '내가 단지 타자로서만 성취를 이룰 수 있다면, 어떻게 나의 에고를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 320쪽 


6장 밀턴의 악령 - 가부장적 시와 여성 독자들


'만성 우월주의적'이고 교부적이며 신 이원론적인 교회의 품 안에서 성장한 예민한 여성 독자에게 『실낙원』같은 강력한 작품의 내용은, 숨어 있든 겉으로 명백히 드러나 있든, 상처를 줄 정도로 생생하다. 그런 여성들에게 신, 예수, 아담이라는 성스러운 삼위일체를 악마적으로 흉내내는 사탄, 이브, '죄'의 불경스러운 삼위일체는 18세기와 19세기에도 여성적 원칙을 역사적으로 박탈하고 격하시켰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예증한다.   - 378쪽 


7장 공포의 쌍둥이 - 메리 셸리의 괴물 이브


괴물의 서사는 '영혼'이나 역사 없이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명상이며, '움직이고 말하는 추악한 덩어리', 물체, 타자, 제2의 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가에 대한 탐색이다.   - 437쪽 


8장 반대로 보기 - 에밀리 브론테의 지옥의 바이블


여자의 타락과 그녀를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자아인 사탄에 대해 밀턴과 서구 문화의 주요 이야기를 반항적으로 뒤집어서 다시 말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있다. 브론테는 이 추락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추락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지옥'으로부터 '천국'으로 추락하는 것이며, (종교적인 의미에서) 은총으로부터 추락한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의미에서) 은총으로 추락한 것이다. 더욱이 추락하는 여자 주인공에게 순수에서 경험으로 고통스러운 이행을 알려주는 것은 신의 상실이라기보다 사탄의 상실이다.  - 468쪽


9장 비밀스러운 마음의 상처 - 『교수』의 학생


이 작품이 암시하는 바에 따르면, 여자가 그렇게 되는 것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 그녀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거짓말하기, '점수를 얻을 수 있을 때 정중하게 말하기', 소문 퍼뜨리기, 뒤에서 험담하기, 새롱거리기, 추파 던지기. 이 모든 것은 결국 노예의 특성, 즉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복종하지 않는 방식, 남자의 권력을 회피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또한 도덕적으로 '괴물적인' 특성이며, 따라서 다시 한번 천사 같은 여자의 외관 뒤에 괴물-여자가 나타난다.  - 575쪽 


10장 자아와 영혼의 대화 - 평범한 제인의 여정


수많은 타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제인의 이야기는 감금과 탈출 이야기이자 확실한 여성 교양소설이다. 제인이 성숙한 자유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어린 시절의 감금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칠 때 부딪치는 여러 문제 - 억압(게이츠헤드에서), 굶주림(로우드에서), 광기(손필드에서), 추위(마시엔드에서)- 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모든 여성이 직면하고 극복해야 하는 곤경의 징후다. 제인이 맞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로체스터가 아니라 그의 미친 아내 버사로, 제인과 버사의 대면이 이 책의 핵심 대결이고 만남이다.  - 601, 602쪽 


11장 굶주림의 기원, 『셜리』를 따라


브론테는 가장 고결한 가부장조차 기만적이고 모순되는 여성의 이미지, 즉 메리 케이브의 죽음을 초래하기에 충분한 치명적인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다고 암시한다. 따라서 메리 케이브는 하나의 상징, 즉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자의 운명은 자멸적인 자기부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경고를 제시한다.  - 662쪽 


12장 루시 스노의 파묻힌 삶


비록 어떤 반가운 축하도 없고 풍성한 보상도 있을 수 없다 하더라도, 브론테는 『빌레트』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살아갈 의지를 빼앗긴 모든 여성을 위한 정직한 비가를 제공했다.   - 703쪽 


13장 상실감이 빚은 예민함 - 조지 엘리엇의 숨겨진 비전


엘리엇에게 의식의 타락 상태와 여성의 내밀한 상처는 자기혐오로 인한 무력감과 관련된 주제일 뿐 아니라 속박이기도 하다. 이런 자기혐오는 여성이 자신의 탁월성 때문에 (말하지는 않을지라도) 불가피하게 얻는 인식과 모순되는 가부장적인 가치를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 803쪽 


14장 파괴의 전사 조지 엘리엇


엘리엇은 이 여성들을 통해 마치 남성 사회의 불의가 어떻게 부패한 사회질서로 인해 권리를 박탈당한 채 태어난 여자에게 특별한 힘과 미덕, 특히 감정의 능력을 부여하는지 탐색하는 것 같다. 샬럿 브론테가 저항했던 모든 부정적 전형이 조지 엘리엇에 의해 미덕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 855쪽 


15장 체념의 미학


의미심장하게도 『오로라 리』는 『제인 에어』가 멈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제인은 자신을 부인하는 삶을 살자는 존의 청을 거절하고 자기만족적인 세속의 낙원으로 들어간다. 브론테는 이 낙원을 상세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반면 오로라는 그녀 앞에 자신의 전 생애를 펼쳐놓는다. 오로라의 직업(시)은 그녀가 예언하듯 '나의 청춘의 악마'라고 말했던, 콧대 높은 '그것'과 관련된 과장된 자기 확대의 위험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제인의 자기주장이 정체성을 찾는 기나긴 투쟁의 산물이었다면, 오로라의 자기주장은 오래 지속될 정체성의 포기 또는 억압이 시작되는 선결 조건이다. 제인은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야 했고, 오로라는 자기 자신이 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 976쪽 


16장 흰옷을 입은 여자 - 에밀리 디킨슨의 진주 실


이 모든 시는 여성의 예술이 거의 필연적으로 비밀의 예술이 될 수밖에 없음을 말하는 것 같다. 그 예술은 '정체 모를 아버지'의 집 다락방에서 조용히 행해지는 정신의 피루엣이고, 깊은 바다에서 눈에 띄지 않게 생성되는 보석, 특히 거미가 눈에 띄지 않게 짜놓은 진주 실이다.   - 1071쪽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3-02-06 1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워낙 방대한 책이라 각 장의 인상깊은 구절을 하나씩 모아놓고 보니 또 근사한 리뷰가 되네요^^*
참고 도서를 워낙 못 읽고 본서를 읽어서 이해하기 쉽진 않았지만~ㅎㅎ 그래도 저는 빌레트를 건져서 나름 보람찬 읽기였습니다. 괭님도 읽으면서 힘은 들어도 즐거운 시간이 되셨을 것 같아요!

독서괭 2023-02-07 12:11   좋아요 1 | URL
화가님, 저도 참고도서를 별로 못 읽어서 아쉬웠어요. 빌레트!! 저도 빌레트 읽은 건 참 좋았습니다. 폭풍의 언덕 재독도요^^ 제인에어, 오만과 편견 재독 마치고 나면 조지 엘리엇도 한권 읽어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미미 2023-02-06 13: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방법 괜찮네요! 책의 영향력, 어떤 위압감 때문에 어떻게 독후감을 써야할지 막막할 때가 종종 있어요. 좋았는데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숙제 안하고 넘긴 것처럼 찜찜한데 역시 영민하신 괭님~^^ 주옥같은 발췌문들입니다~♡

독서괭 2023-02-07 12: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미미님. 위압감!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갈팡질팡.. 앞으로 벽돌책은 이렇게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ㅎㅎ
주옥같다니, 칭찬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3-02-06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신한 리뷰... 좋은데요 ^^!

독서괭 2023-02-07 12:13   좋아요 0 | URL
품만 들고 내 글은 없어서 리뷰라고 하기 좀 그렇지만요 ㅎㅎㅎ 감사해요 수하님^^

페넬로페 2023-02-06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방법 좋으네요~~
독서괭님 인용해주신 문장,
잘 읽어 보겠습니다^^

독서괭 2023-02-07 12:13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줄 친 부분이 많아서 뽑기가 힘들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3-02-06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참고하면서 읽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3-02-07 12:13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참고가 되신다면 좋겠네요. 감사해요^^

바람돌이 2023-02-06 14: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새롭고 신박한 방법 발견입니다. ㅎㅎ

독서괭 2023-02-07 12:1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스스로 정리하기 엄두가 안 날 때? 한번 써보세요 ㅋㅋ 감사합니당^^

단발머리 2023-02-06 16: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이 꼽아주신 잠언집이에요 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7 12:14   좋아요 2 | URL
오 잠언집이라니, 멋진 말을 붙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단발님^^

책읽는나무 2023-02-07 0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멋져요^^

독서괭 2023-02-07 12:14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감사해용>ㅁ<

자목련 2023-02-09 0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벽돌책이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은 이런 정리 참 좋습니다. ‘다미여‘는 아니더라도 언급해주신 작가의 소설을 골라 읽어도 좋을 것같아요^^

독서괭 2023-02-09 15:16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 정말, 저도 여러 서친님들과 함께 읽지 않았으면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습니다^^;; 나온 작가들 책을 많이 읽고 나서 읽으면 지금의 200% 이해가능 할 것 같아, 나중에 다시 도전해보려고요!

페크pek0501 2023-02-09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 쪽이 넘는 책의 리뷰를 쓰시다니 큰 일을 하셨습니다.
저도 방대한 분량의 책을 가지고 있는데 님의 리뷰 방식으로 써 보고 싶군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을 사기 전에 리뷰를 볼 때 어떤 글들이 있는지가 가장 궁금하거든요.
이 리뷰는 프린트를 해서 꼼꼼히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천천히 음미해 보겠습니다..^^

독서괭 2023-02-09 15:18   좋아요 2 | URL
페크님, 감사합니다. 천쪽이 넘는 책을 완독한 게 얼마만인지;;; 뭔가 남기고는 싶은데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하다가 이런 방법을 시도해봤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하시니 기쁘네요^^ 완전히 흡수를 못했지만 좋았던 책들의 경우, 이렇게라도 남겨두면 좋을 듯 합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기에 정신이 팔려, 오랫동안 미뤄두고 있었던 <워드슬럿>을 다시 폈다.

느낌상으로는 많이 읽은 것 같았는데, 이제 겨우 3장이라니? 

3장, "흠......네 말이 맞아." 남성들은 결코 하지 않지만 여성들이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 

이 장은 통째로 옮기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통쾌했다. 

장의 제목에 나타나듯, 이 장에서는 남성들과 여성들 사이의 대화의 차이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통해, 여성들의 말하는 방식을 폄하하는 남성사회의 편견을 논박한다.

 


영어 발화 방식 가운데 가장 흔히 오해받는 것은 여성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 즉 남성이 없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말하는 방식이다. '걸 토크'에 대한 생각은 문화 전반에 걸친 가정, 즉 여성들이 더 감정적이고, 스스로에 대해서 확신이 적으며, 립글로스나 카다시안 일가같이 소위 경박한 주제에 자연적으로 끌리기 마련이라는 가정에 의한 것이다. '걸 토크'는 여성들이 서로 이야기할 때 기본적으로 뇌가 비어 있다고 가정한다. 모든 여성이 같은 방식으로 말한다는 전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와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재판 중간에 화장실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도 '걸 토크'로 칠 수 있는 걸까?   - 104쪽 


여성들의 이야기는 '가십'이라는 말로 폄하된다. 그러나 가십은 남성들 사이에도 빈번히 일어나며, 이는 사회 생활에서 필요한 요소라는 것. 그 예시로, 도널드 트럼프와 연예 프로그램 <액세스 할리우드>의 전 호스트 빌리 부시가 2005년 연예인인 낸시 오델의 등 뒤에서 벌였던 대화의 녹음본을 제시한다 ㅋㅋㅋ 이 대화 예시가 실려 있지만 너무 내용이 더러우므로 옮기지 않는다. 이 책 (108, 109쪽)을 보시거나, 인터넷을 찾아보시면 되겠다.  



'라커룸 농담'은 그저 가십의 조금 더 남자처럼 들리는 버전이다. 데버라 캐머런이 말했던 것처럼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친목을 다지는 행위인 것이다. (110쪽) 여성혐오적인 언사의 목적은 일종의 유대를 만드는 의례인 것이다.(111쪽) 이때 큰 문제는 그들의 언설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여성들을 향한 성적 공격이 교환됨으로써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화된다는 게 문제다.(130쪽) 


위 대화에서 트럼프는 자신을 과시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여자를 꼬시려다 실패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성혐오가 섞인 허위.과장의 언어를 구사하는데, 이는 타자를 배제하고 소외시킴으로써 '우리'끼리의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은밀하고,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말을 나누는 관계로서 친목을 다지는 것. 그러나 여성들 사이의 유대는 이런 식으로는 형성될 수 없다고 한다. 여성들은 허구를 바탕으로 유대를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여성들이 자주 쓰는 언어의 기술들에 대한 오해를 타파한다.

일단 여성과 남성의 대화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남자 대 남자가 대화하는 구술 기록을 몇백 개 분석하고 나면, 누가 지배적인 화자인지 알게 된다. 상황에 종속된 이들은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이는 수직적 구조다. 그러나 여성들은 보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모두가 평등한 플레이어인 셈이다. 남성들이 대화를 개인의 성취를 겨루는 경기장으로 활용하면서 위계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반해서, 여성들은 다른 화자의 말을 지지하고 연대를 구축한다. 따라서 여성들은 서로가 한 말을 점진적으로 쌓아 올린다.   - 106쪽 

여성들은 다른 대화 참여자를 대화의 장 안에 올려 주고 흐름이 계속되도록 한다.(119쪽) 여성들의 대화는 차례를 번갈아 맡는 구조, 코츠가 음악에서 잼 세션(jam session, 즉흥 연주)에 비견하는 방식의 구조를 띤다.(119쪽) 

이런 잼 세션 구조는 남성들 사이에서는 거의 보기 어렵다. 사실상 코츠는 남성의 대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가운데 위계 구조의 유지를 돕는 특징으로 번갈아 하는 독백을 꼽았다. (...)이는 '전문가 흉내 내기' 혹은 특정 주제에 대한 개인의 지식을 전시하는 방식이다. (...) 이런 이유로 남성들은 여성의 잼 세션 방식의 대화 겹치기를 무례한 침입으로 해석한다.  (119,120쪽) 


여성의 대화를 재즈 연주에 비유한 것이 아주 흥미롭다. 이런 방식의 여성 사이 대화를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이걸 보면 딱 느낌 오실 것. 




남자들의 대화에서 지배구조를 찾을 수 있다는 말, 남자들은 독백을 번갈아 하고 침입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남자들은 위와 같은 여자들의 끼어들고 겹치기 방식의 대화를 무례한 침입으로 여긴다는 것 너무 공감간다. 한동안 나는 남편과의 대화에 엄청난 불만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찾은 것 같다. '전문가 방식의 독백' 말이다. 나는 그게 너무 싫었고 재미 없었다. 이게 대화인가, 강의인가? 싶었던 것이다. 같은 주제- 예를 들어 정치나 경제 - 에 관해 이야기 해도 여성동료들과 이야기할 때랑은 느낌이 너무 달랐다. 근데 뭔가 지적하기도 애매하고, 그냥 입을 다물었는데, 그러다보니 대화는 점점 사라지고.. 그렇게 파국으로..응? 아니고, 다행히 ㅋㅋ 한번 펑 터진 후로 훨씬 낫다. 남편이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둘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자들의 대화방식이란 걸 한번에 바꿀 수 없는 노릇이니 어느 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어린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훨씬 친밀하고 감정적인 유대가 오고가고 언어 역시 여자아이들 사이와 유사하다는 것. 결국 가부장제 사회가 변화하면 남자들의 언어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여성들이 많이 쓰는 '헤징hedging'이라고 불리는 기술: '있지just, 그치you know, 음well, 그래서so, 내 말은I mean, 그런 거 같아I feel like' 등의 사용이 있다.(112쪽)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이런 말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자신감이 결여된 인상을 준다고 여기지만, 사실 여성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이런 언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더 매끄럽고, 개방적이며, 듣는 사람의 관점을 초대하고, 다른 관점이 끼어들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114쪽) 오,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상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특별히 그런 의식 없이 그냥 습관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여자들이 통상 대화에서 위 언어들을 많이 쓰는 것에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이제 사흘째 목표치(하루 25~30쪽)를 달성하고 있는 <제2의 성>이다. 처음에는 25쪽 정도야 뭐 쉽지! 했는데 빽빽한 편집으로 인해 쉽지 않다. 일반책 50쪽 읽는 느낌이다;; 

그러나.



어떤 여자도 자신을 기만하지 않고서는 성性을 무시한 채 자신이 누구라고 주장할 수 없다. (...)

만일 암컷 기능으로 여자를 정의하는 게 불충분하고 우리가 '영원한 여성'으로 여자를 설명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그렇지만 우리가 지상에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잠정적으로라도 받아들인다면, 우리에게는 질문해야 할 것들이 있다. 여자란 무엇인가?  - 27쪽 

우리가 채택한 관점은 실존주의 윤리의 관점이다. 즉, 모든 주체는 계획을 통해 자기 자신을 구체적으로 초월로 확립한다. 그는 다른 자유들을 향한 영속적인 초월에 의해서만 자신의 자유를 완성시킨다. (...) 초월이 내재 상태로 떨어질 때마다 존재는 '즉자卽自' 상태로 퇴보하고, 자유는 사실성(사물의 상태)으로 타락한다. 만일 이 전락이 주체에 의해 동의된 것이라면 도덕적 과실이고, 주체에게 강요된 것이라면 박탈감과 억압의 형태를 띤다. (...) 여자도 모든 인간처럼 자율적인 자유이면서 남자들이 타자로서 살도록 강요하는 세계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 여자의 비극은 자기 자신을 언제나 본질적인 것으로 확립하려는 모든 주체의 기본적인 주장과, 여자를 비본질적인 것으로 구성하려는 상황의 요구 사이에서 나타나는 갈등에 있다. 이러한 여성 조건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 42쪽 



이렇게 유려하게 제기되는 질문.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은 책에, 어떻게 매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에. 보부아르 천재 맞나보다. 이제 고작 90쪽 정도 읽었지만, 질문을 던지고,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기존의 이론들- 생물(리)학, 정신분석학, 유물사관론 - 이 제시한 여성의 종속에 관한 이론들은 차근차근 까는 논리전개는, 눈부신 지성을 보여준다. 

밑줄 그어둔 부분이 너무 많지만, 특히 <워드 슬럿>과 관련하여 <제2의 성>에서 인용하고 싶은 부분은 아래다. 


두 경우에 주인 계급은 자기가 만들어 놓은 사실 상태에서 논거를 끌어낸다. 버나드 쇼의 재담이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요지는 "미국 백인은 흑인을 구두닦이의 지위에 보내놓고 흑인을 구두 닦는 데만 쓸모 있다고 결론짓는다"는 것이다. (...)

'하다'라는 것은 '하게 되었다'는 것이며, 드러나는 것처럼 되었다라는 의미다. 그렇다, 오늘날 여성들은 총체적으로 남자들에 비해 열등하다. 즉, 여자들의 상황이 여자들에게 가장 적은 가능성만을 열어 놓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태가 영속적이어야만 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37쪽


<워드 슬럿>에는 여성혐오를 담고있는 단어가 과거에는 가치중립적인 단어였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어떻게 언어가 사회의 가치를 반영하여 변화하는가를 많은 예시를 통해 보여준다. 버나드 쇼의 말처럼, 현상을 가지고 이유를 도출하는 방식의 논증은 비합리적이지만, 실상 널리 통용된다. 여성들이 고위직에 오르지 못하는 걸 보면 여성들은 업무상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하거나, 출산 후 여성들의 업무능력이 저하되는 걸 보면 여성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관한 욕구는 남성보다 약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한다거나. 은연중에 많은 편견이 이런 식으로 작용한다. 흑인은 게으르다는 명제, 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명제 - 실제로 흑인이 백인에 비해, 여성은 남성에 비해 그렇다고 관찰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현상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과정(역사)에 관한 고찰이 없이 흑인과 여성이 '본래' 그러하다고 존재론적으로 단정해 버리는 것은 명백히 비약이다.  


<제2의 성>을 읽으면서 <가부장제의 창조>가 많이 생각났다. <제2의 성>의 엄청난 영향력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다. <가부장제의 창조>도 나중에 재독하면 좋을 듯.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3-02-03 1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2의 성> 읽을 때 한달 내 읽느라 거의 매일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ㅋㅋ 참 좋습니다. 제가 여성주의 책을 아직 몇 권 읽지는 못했지만 <제2의 성>과 <가부장제의 창조>가 최고거든요~ 맥락이 이어져서인 것 같습니다. 둘 다 재독하고 싶은 책들이에요.
워드슬럿, 여성간의 대화법 흥미롭습니다^^

독서괭 2023-02-06 12:16   좋아요 1 | URL
오오 한달 동안 들고 다니며 읽으시다니. 역시 그 정도는 해야 완독 가능한 책인가요! ㅎㅎ 저는 오늘은 아침독서에서 목표량을 채웠기에 안 들고 왔습니다. 오예~
화가님이 꼽으신 최고의 두권 중 한권을 읽었고 나머지도 읽고 있는 중이라 뿌듯하네요.
워드슬럿 재밌는 책입니다. 화가님 감사해요^^

잠자냥 2023-02-03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 저도 놀랬어요. 이제 겨우 3장이라니? 느낌상으로는 괭님이 많이 읽은 것 같았는데........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6 12:1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잠자냥님도? 한참 전에 1,2장 읽고 글 올린 적 있어서 그런가봐요. 그 사이 다락방미친여자 읽느라 완전 뒤로 밀려났던 워드 슬럿... ㅠㅠ

햇살과함께 2023-02-03 1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책 <여성, 인종, 계급> 뒷면 속지에 나온 아르떼 페미니즘 시리즈에 있던데 독서괭님 읽고 계시군요!
<가부장제의 창조> 재독도 꾸려주세요! 저도 좀 따라 읽게요^^


독서괭 2023-02-06 12:18   좋아요 1 | URL
오 아르떼 페미니즘 시리즈 중 하나군요. 작가가 위트가 있어서 재미납니다.
<가부장제의 창조>는 작년에 읽었기 땜에 재독하기에는 너무 이르네요 ㅎㅎㅎ 햇살님께서 따로 꾸려보시는 건 어떨지요!!^^

책읽는나무 2023-02-03 2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3 장!!!! 심오합니다^^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2의 성!!! 완독으로~
파이팅입니다.
눈 운동도 열심히 하시구요!!!^^

독서괭 2023-02-06 12:19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꼭 읽어보셔요. 재미납니다^^
제2의 성 진짜 너무 빽뺵해서 볼 때마다 놀라는데 ㅋㅋㅋㅋㅋ 그래도 글을 잘 써서 재밌네요. 밑줄 엄청 긋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3-02-04 0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워드슬릿도 읽고 싶고, 제2의 성도 읽어야 하고.... ㅎㅎ 저는 어려운 책 2권 한꺼번에 못읽으므로(사실은 거의 무조건 다른 책을 같이 읽는거 잘 못해요. ) 일단 2월의 책 먼저 읽겟습니다. 그동안 이렇게 독서괭님의 글들을 읽으면 저의 든든한 자양분을 마련하겠네요. ^^

독서괭 2023-02-06 12:19   좋아요 2 | URL
오 바람돌이님은 한번에 한권, 집중해서 읽으시는군요. 저도 어려운 책 2권은 한번에 못 읽겠더라고요;; 그래서 병행하는 책은 주로 소설입니다^^; 2월의 책 쭉쭉 읽으시고 제2의 성도 쭉쭉!! 화이팅입니다^^

은오 2023-02-04 05: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여자가 최고다... 이 말 안통하는 무례한 족속들... 이대남들 보면 나 죽기 전까지 내 또래남들은 안 변할 것 같은데, 지금은 또 대화 스킬도 스킬이지만 어릴 때부터 인방 유튜브 게임하면서 여혐에 젖어 있는 어린 남자애들이 얼마나 좋은 방향으로 바뀔지도 모르겠고 조금 답답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워드 슬럿 재밌어보여요!

독서괭 2023-02-06 12:22   좋아요 1 | URL
최근 부모들이 성평등 교육에 노력을 많이 하기도 하는데, 초고~중등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비중을 넓히는 또래문화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 유튜브 너무 문제예요 ㅠㅠ 그게 멋있는 줄 알고.. ㅠㅠ 잘못된 또래문화에 휩쓸리지 않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요. 워드 슬럿 재밌습니다 은오님.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3-02-04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남자 연예인들 단톡방 사건 생각난다 ㅋㅋㅋ 진짜 남자들 대화 개별로 ㅋㅋㅋ ㅋㅋㅋ

독서괭 2023-02-06 12:23   좋아요 1 | URL
어휴 그건 진짜 너무.. 더럽.. ㅠㅠ 성격은 다른데 전문가 독백형 대화도 너무 별로죠? 여자들과 잘 어울리는 남자들 보면 여자들의 대화법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2-09 14: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2의 성, 두 권짜리를 완독했던 제 젊은날이 떠오르는군요.
그때 읽지 않았더라면 궁금해 죽을 뻔...^^

독서괭 2023-02-09 15:15   좋아요 1 | URL
페크님, 일찌감치 이미 읽으셨군요!! 저도 읽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명성이 자자한 고전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건수하 2023-02-16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2의 성> 의 어느 부분 읽으며 이 문제의식이 <가부장제의 창조>로 이어졌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역시 잘
이어지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