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귀여우신 방년 4세(아니, 만 나이로 하면 3세) 둘째는 요즘 걱정이 많다. 

 집에 괴물, 마녀, 악당 등등이 올까봐 걱정이고, 꿈에 나올까봐도 걱정인데,

 엊그제는 "나 안 클 거야, 절대 안 클 거야, 계속 네살 아기로 살거야아아아"

 하며 울어제끼는 거였다. 세살 때는 자기 아기 아니라고 빡빡 우기더니, 

 네살에는 항상 자기 아기라며, 아기 동물 흉내를 내는데.. 

 이게 언제까지 가랴 싶었는데 지금 피크를 찍는 것 같다 ㅋㅋ 

 왠지 자라면 누나처럼 스스로 해야하는 일이 많아지고, 어리광을 부리지 못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건지. 

 유치원 다닐 생각에 두려움이 있는 건지, 이 녀석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아무리 커도 엄마아빠한테는 귀여운 아기다"라는 말로 달래주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어른이 된다는 건 많은 무게를 떠안는 일이다. 

내 밥벌이를 해야할 뿐 아니라, 생활을 위해 필요한 온갖 잡일을 해야 하고, 공과금 납부라든가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잊지 않고 처리해내야 한다. 그런 책임에 지나치게 힘들어하지 않고, 인생의 방향을 잡고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양육자의 임무가 아닐까.

어른들이 다 해주던 세수, 양치, 밥 먹기, 옷 입기를 어느 순간부터 하나씩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치듯이, 세상을 살아가며 필요한 능력과 마음가짐(모아서 '돌봄능력'이라고 해볼까)을 나이와 특성에 맞게 발전시켜 주기.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일을 스스로 해보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너무 과한 부담이 한꺼번에 오지 않도록 적절히 조정해가며 좌절을 견디는 힘도 키워주기. 

그러나 인생이 던져주는 갑작스런 시련 앞에서, 개인의 돌봄능력만으로는 힘에 부치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반드시 사회가 지지해줘야 한다. 사회가 내가 무너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야, 어두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같이 있던 친구 2명이 사망한 참극. 그 기억만으로 힘들 터인데, 죽은 친구들에게 "연예인 보러 갔다가 죽은 거 아니냐"고 던지는 댓글들에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어느 시의원이라는 사람은 "나라 구하다 죽었냐"며 막말을 쏟아냈다는 기사도 보았다. 연예인을 보러 갔든, 춤을 추러 갔든 술을 마시러 갔든 그게 뭐가 어떻다는 것인가. 그러면 사고를 당해도 마땅하다는 것인가? '무구한 피해자'라는, 성범죄에서 적용되던 기준이 이런 사고에까지 확장되는 것인가? 3년 가까운 팬데믹을 지나는 동안 이 청춘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오랜만에 하는 축제에 얼마나 들떴을지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픈데.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시의적절한 안전조치만 취해졌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를 당했을 뿐이다. 

생존자 고등학생에게 사회가 한 마음으로(물론 한 마음같은 건 안 될 테고 와중에도 악플러는 반드시 있겠지만) 함께 애도하고 회복을 응원해주었다면, 그가 이런 선택을 했을까. 참담하기 그지없다. 




<토지> 11권에서도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복동네가 양잿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복동네, 그녀는 누구인가. 그네의 생은 참 기구하다. 아이 없이 남편이 사망하여 과부가 되었고, 남편도 아이도 없는데 시부모를 부양하며 함께 살며 효부 소리를 들었다. 어느 해 지독한 흉년이 들어, 복동네는 다만 보리 한말이라도 얻기 위해 친정에 간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앓아눕는 바람에 며칠이 지나 돌아와 보니, 시어머니는 굶어 죽었고 시아버지(서서방)도 정신이 혼미한 상태. 겨우 시아버지를 살려냈으나, 정신이 나가버린 이 자는 "시어미를 굶겨 죽인 며느리가 해주는 밥은 먹기 싫다"며 동네방네 구걸을 다닌다. 

복동네는 아이를 입양하며 애지중지 키워 장가까지 보내는데(그 사이 언젠가 시아버지는 사망), 친어미가 아니라고 그러는지 아들도 며느리도 그녀를 괄시한다. 그런 사실이 동네에 소문날 정도. 그렇게 속상하게 살고 있는 복동네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으니, 바로 "삼수놈(조준구에게 붙었다가 배신하려 했다가 다시 붙어 한몫 잡아보려다 조준구에게 팽 당해 죽은 그 삼수!)과 복동네가 붙어먹었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진 것이었다. 뒤늦게 소문을 알게 된 복동네가 출처를 따져보니 심술쟁이 봉기가 범인. 봉기에게 가 따졌으나 소용 없고, 아들 며느리조차 의심하는 상황에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그만 목숨을 끊은 것이다. 

그럼 봉기는 대체 왜 그랬는가? 오래 전, 봉기의 딸 두리는 삼수놈에게 강간을 당한 바 있다. 봉기 내외는 딸 신세를 망치지 않기 위해 쉬쉬 하며 숨기고 두리를 시집보냈다. 그런데 "삼수놈이 수수밭으로 두리를 끌고 가 욕보였다"는 말을 누군가 했고, 그게 봉기의 귀에 들어간 것이다. 말은 복동네 며느리에게서 나왔는데, 봉기가 찾아가 어디서 들었냐 닦달을 하자 자기 시어머니 복동네에게 뒤집어 씌우고 말았다. 이에 봉기는 자기 딸 두리가 당한 일을 덮기 위해, 복동네에게 "니가 쌀 몇말 얻자고 삼수놈이랑 붙어먹어 놓고 내 딸에게 뒤집어 씌우느냐"고 지랄을 한 것이었다. 


이 사연을 복동네로부터 들어 알고 있던 마당쇠댁네가 복동네의 죽음 후 야무네에게 이 말을 전하고, 분개한 아낙들은 도와줄 사람들을 찾아간다. 결국 해결사를 자처한 석이(조준구 때문에 죽은 한조의 아들로, 물지게꾼을 하며 어렵게 살다가 이상현 등의 도움으로 공부하여 선생이 되었다)가 봉기에게 찾아가, 딸의 일이 알려지길 원치 않으면 복동네의 출상날에 마을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지어낸 내용대로 자복하라고 협박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봉기는 그 말에 따르는데, 본성이 어디가는지, 마무리에 결국 "말 몇마디에 죽는 사람이 어디 있나? 너희들은 꾸며낸 말 한 적이 없단 말이냐?"며 펄펄 뛰고, 이에 성난 사람들이 그에게 돌팔매질을 한다. 박경리 선생님의 예리한 통찰에 의하면, 복동네의 소문이 돌 적에 뒤에서 입방아를 찧으며 동조했던 사람일수록 더 화를 내며 돌을 던졌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석이는 씁쓸해하며, 개미가 무너진 굴에서 알부터 찾아 옮기는 것처럼, 제자식 지키려는 봉기를 마냥 미워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 사태의 핵심은 결국, '강간 피해자가 되려 피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했던', '강간당한 사실이 알려지면 신세 망치는 꼴이 되었던' 그 시대 부당한 인식에 있다. 그에 더하여, 과부인 복동네의 죽음에 슬퍼하며 같은 과부로서의 처지를 울며 하소연하는 마당쇠댁네의 말이 뼈아프다.  



임자가 있었다면 갬히 누가 그런 말을 했겄소.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위해서 그리 애발스럽게 살라고 나부대었는고. 참말이지 남의 일 같지 않소. 혼자 사는 것도 뼈가 저리게 설운데, 이놈의 세상, 머릿기름 한번 바를라 캐도 남의 눈치보고, 옷 한번 갈아입을라 캐도 남의 눈치 보고,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면 또, ..아휴.. 남정네를 보면 마주칠까 길을 돌아가고, 이것저것 귀찮아서 남을 피하고 살면 신들맀다 카고, 말도 많고.. 아이고.. 과부 팔자.. 죽일놈 살릴놈 해도 가장같은 그늘이 또 어디 있겄소.

(...) 우짜다가 이웃이라꼬 안쓰러워 하믄 남의 남정네기 때문에 고마우면서도 모른척 하고, 마구잡이로 나오면은 임자 없는 탓이려니,, 안 그렇습니까 야무어매? 

(...) 여자끼리는 어떻고요. 같은 여자믄서, 아이고.. 제 임자 누가 뺏아갈까 봐서 손이야 발이야 빌어도 어림없는 것을 두고 그럴 때는 이 오장이 틀어져서 속앓이를 한다카이.. 덮어놓고 헐뜯고 몹쓸년을 만들어놔야 맴이 놓이는가. 누가 어쨌기에, 가만히 있는 사람을.. 아이고.. . 

- <토지> 11권(3부) 14장 자살 중(오디오북 발췌)


결혼하지 않은 여성과 함께 결혼했어도 남편을 잃은 과부에 대한 모난 시선과 차별 대우, 툭하면 쉽게 헐뜯기 만만한 대상으로 삼는 것은 가부장제의 당연한 전략이다. 그래야 마당쇠댁네의 말처럼, "죽일놈 살릴놈 해도 가장같은 그늘이 또 어디 있겠냐"며 가장을 떠받들며 살지 않겠는가. 또 시집을 못 갈까봐 강간당해도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지 않겠는가. 

 남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만만한 과부의 스캔들이라니 떠들기 좋았겠다. 그러다 복동네가 자살하니 양심의 가책을 한번에 평소에도 미운 짓 골라하던 봉기에게 쏟아내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복동네가 어디 마음이 "굳건하지" 못하여 자살에 이르렀을까? 한많고 서러운 과부생활에, 시아버지의 패악을 건디며, 입양한 아들을 키워 내며, 아들과 며느리의 괄시도 견뎌내던 사람이 거짓소문에 무너진 것은, 그녀를 지탱해주던 기반 자체가 와르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정절을 지키며 살아온 인생에 대한 모욕도 모욕이려니와, 그 인생을 아무도 인정하고 지지해주지 않는다는 절망, 그것이 결정적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더 굳건했으면" 이라는 국무총리의 발언은 개인의 주체성과 책임을 강조하는 '근대적 주체' 개념을 떠오르게 한다. 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서, 모든 걸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발상은 쉽고 편하다. 악플에 시달리다 자살에 이른 여러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아무리 악플러들이 달려들어 한 사람을 물어뜯어도 개인이 스스로를 믿고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된다고, 그러니 그 개인이 무너진다 한들 정부와 사회에는 책임이 없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조직이, 제도가, 정책이, 사회 운동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 스스로를 부정하는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남은 생존자들이 '굳건해 질 수 있도록' 이제는 비방의 말과 댓글을 삼가고 조용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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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2-16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태원 생존자의 비극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얼마나 버티기 힘겨웠을까, 정치인들은 그들을 끌어안기는커녕 돌이나 던져대는걸 보고 있노라니 끔찍하기 이를데가 없습니다. 하긴 비단 정치인뿐 아니라 삐딱한 마음으로 짖는 인간들이 있는 걸 보면 이 사회가 그만큼 삭막해져있는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낮에 산책을 하면서 토지 8권을 들었는데 너무 슬펐네요ㅜㅜ 방년 4세의 아이의 마음이 저는 왜 이리 이해가 될까요. 최소한의 보호막이 존재하는 사회가 되어야할텐데 말이죠.

독서괭 2022-12-16 13:51   좋아요 1 | URL
이태원참사 때 인터뷰하면서도 국무총리가 웃으며 농담을 던졌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대체 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사는건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이 사회가 삭막해져있다는, 그런 생각 많이 들지요. 하지만 인터넷 악플러들은 소수이고 눈에 띄기 때문에 많아 보일 뿐이라고 믿고 있(싶)습니다..
토지 8권이 무슨 내용이지 하고 제 리뷰를 찾아보니, 월선이..! 그 부분인가요? 아님 서희가 떠나는 부분? 저도 8권이 제일 슬펐습니다.
방년 4세 아이 마음 저도 이해가 되더라구요. 자라고 싶지 않은 마음. 안전한 집, 부모의 보호막 아래 있고 싶은 마음이요..

거리의화가 2022-12-16 13:55   좋아요 1 | URL
월선이요ㅠㅠ 하... 그나마 가장 따뜻한 사람이었고 늘 퍼주는 사람이였기에. 날은 추운데 듣고 있으려니 눈물 콧물나서 혼났어요ㅋㅋㅋ

독서괭 2022-12-16 14:06   좋아요 1 | URL
저도 월선이.. 눈물 줄줄줄 ㅠㅠㅠ

잠자냥 2022-12-16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쿠야, 우리 둘째는 귀여움이 쑥쑥 자라는군요! ㅎ 아이쿠 귀여워라........ >_<
그나저나 둘째의 귀여움으로 시작해서 참 마음 무겁게 끝나는 글입니다...ㅠㅠ
복동네 인생은 정말 기구하기, 아니 참혹하기 짝이 없네요....
소설 속의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참 남에게 돌팔매질 하는 데 대단한 소질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덕수 그자를 비롯해 이번 정부는 죄다 어디서 그런 역대급 소시오패스들만 자리에 앉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소시오패스들이 요즘 한국 사회에 참 많은 것 같아요. 죄다 자기 이념에 맞는 가짜 뉴스 유튜브만 보고 독서라곤 안 하니까 타인의 아픔에 공감이라곤 1도 못하는 것이겠지요. 에휴........

독서괭 2022-12-16 13:54   좋아요 1 | URL
귀여움이 쑥쑥 자라는 둘째 ㅋㅋ 항상 자신의 귀여움을 강조합니다. ㅋㅋ
복동네 인생 정말 한숨 나오죠? 그때까지 버틴 것도 대단한데, 아휴.. 봉기놈한테 너무 화나고, 그보다 삼수놈 진짜 이미 죽었지만 다시 죽이고 싶고 그랬습니다 ㅠㅠ 하지만 소수의 악당보다 다수의 군중심리가 더 무서운 것 같아요.
책은 의외로 많이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책 읽는다고 다 훌륭해지는 건 아니라는.. 애서가로서 좀 슬픈 일입니다만. 어째 그렇게 공감능력이 없는지 신기할 지경입니다.

다락방 2022-12-16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불>에도 강간당했지만 말도 못하는 여성이 나오거든요. 그리고 그것이 알려질까봐 고민하는 피해자의 가족들이 나오고요. 강간을 당한게 마치 죄인것처럼 여겨지고 손가락질 받았던 시기가 있었죠. 사실 지금도 얼마나 달라졌을까 싶지만..

너무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독서괭 님. 범죄와 피해를 대하는 시선과 태도가 달라져야 함이 마땅하지만, 그러지 않는 쪽이 자신들의 힘을 휘두르기 좋기 때문에 굳이 바꾸려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시선과 태도가 달라진다는 건 좀 더 평등한 사회가 되는 길일테고 평등한 사회가 된다는 건 기득권의 힘을 잃는다는 걸 뜻하니까요. 장관씩이나 되는 자리에 앉혀놓아도 ‘네가 강했으면 됐잖아~‘ 라는 말을 한다는게, 그 말을 입밖으로 낸다는 게 정말 경악할만한 일이죠. 저는 요즘 진짜 다 때려죽이고 싶어요. 하하.

어린 아이가 자라는데에도 돌봄이 필요하지만 한 사람이 늙어가는 길에도 돌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아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일이 언젠가 내 것이 될거라 생각하면, 그러니까 제가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해질 거라고 생각하면 저는 요즘 아주 무서워요. 무섭고 약해집니다. 혼자 온전하게 굳건히 서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까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가 없어요. 두려운 마음과 불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런 마음을 앞으로 평생 가져야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도우면서 사는게 답이겠지요.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서는 우리가 서로 도와야하는 거겠지요. 멀게 느껴지네요 ㅠㅠ

독서괭 2022-12-16 14:06   좋아요 0 | URL
<혼불>도 읽으면 엄청 화날 것 같아요. 아휴. 그 시절 여성 이야기가 다 그렇지만요. 강간 가해자인 삼수놈이 오히려 큰소리 떵떵 칠 땐 정말.. 크아악
평등한 사회가 된다는 건 기득권의 힘을 잃는다는 걸 뜻한다, 는 말씀이 맞는 것 같네요. 흠. 저는 정말 이해가 안 되는게, 설령 그런 생각을 속으로 품더라도 겉으로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이자들은 모르나..? 이자들을 지지하는 세력은 이런 말하면 더 좋아하나? 전략인가? 그게 아니면, 진짜 모르는 거..? 아 정말 모르겠다.. 혼란스럽습니다.
‘한 사람이 늙어가는 길에 돌봄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시니 갑자기 얼마전에 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가 생각나네요. 거의 마지막에 할머니가 된 아내와 아기가 된 벤자민이 손잡고 산책하다가 멈춰서서 뽀뽀하는 장면 넘 뭉클했는데. 저는 그 영화가 돌봄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더라구요.
서로 돕고, 연대하며.. 무너져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락방님 감사해요^^

잠자냥 2022-12-16 14:12   좋아요 0 | URL
최근에 버지니아 울프와 그의 어머니 줄리아 스티븐의 에세이를 합본한 <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라는 책이 출간되었는데, 다부장님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픈 사람과 간병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하네요..

다락방 2022-12-16 15:22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 자나깨다 다락방 생각......

(도망친다 =3=3=3=3=3)

잠자냥 2022-12-16 15:34   좋아요 0 | URL
요즘 힘드시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2-16 16:47   좋아요 0 | URL
따뜻한 포옹이 필요합니다.. (그렁그렁)

독서괭 2022-12-16 16:50   좋아요 1 | URL
왜 여기서 사랑을 확인하고 계신 거예요 두분? ㅋㅋㅋㅋ 이리오세욧 와락😘

단발머리 2022-12-21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경리 선생님의 예리한 통찰에 의하면, 복동네의 소문이 돌 적에 뒤에서 입방아를 찧으며 동조했던 사람일수록 더 화를 내며 돌을 던졌다는 것이다.

이 문장이 너무 슬프네요. 복동네의 삶도 너무 기구하구요. 전, 전통적 혹은 농촌 활동 기반의 사회에서는 이런 게 어쩔 수 없는 일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땅이 여기 있고 밭이 여기 있는데 어디로 가겠어요. 훌쩍 떠나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막혀 있기에, 만나는 사람들이 제한되어 있기에 이런 일이 있지 않나 싶어요. 도시 생활의 갑갑함 한켠의 이 밀집사회의 답답함을.... 아,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죽어도 사과를 하지 않는 정치인이 있기에 막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석이가 전장연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서 전장연으로 협박 욕설 전화가 그렇게 많이 왔다고요. 우리는 대체, 어떤 사람들을 우리의 지도자로 뽑은 걸까요. 슬프네요, 진심.....

단발머리 2022-12-21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 29 참사에 대한 무거움, 부담감, 글로 쓰고 싶지만 꺼려지는 마음과 미안함... 그런 복잡한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있을 거라고 전 생각해요. 며칠 전에 ‘생존자이며 유족, 목격자‘인 분의 글을 읽는데, 화가 나면서 슬픈 이 마음을.... 정말 어쩌지 못하겠더라구요.

독서괭님의 이 글이 너무 힘이 되고 위로가 되네요. 아무쪼록 진상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유가족들의 아픔이 치유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고마워요, 독서괭님!!

독서괭 2022-12-21 16:08   좋아요 1 | URL
단발님의 댓글이 묵직하고 따뜻하네요.
‘땅이 여기 있고 밭이 여기 있는데‘ - 그러게요. <토지>가 처음에는 농사꾼 위주로 진행이 되다가 이제 농사꾼 외에도 운전수, 간도나 러시아 등 넓은 땅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사람, 떠돌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잡일꾼 등 여러 직종이 등장하다 보니, 농사꾼들의 답답한 심정 토로도 나오더라구요. 지금도 폐쇄된 곳에서 특히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요. 학교, 직장, 온라인도 일면은 그렇고요.
‘생존자이며 유족, 목격자‘라니 정말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ㅠㅠ 글을 쓰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단발님께 작은 힘과 위로가 되었다니 제가 더 위로받네요. 감사합니다~^^
 


<워드슬럿>, 이 책을 내가 어디에서 봤더라. 신간 소개였나? 새로나온 책을 훑어보다가 보았나? '젠더의 언어학'이라는 흥미로운 부제 때문에 궁금했다. policeman 같은 단어가 경찰을 모두 남성으로 전제하므로, police officer이라는 단어로 대체해야 한다거나, 우리 말 중에도 '시댁'을 '처가'와 마찬가지고 '시가'라고 부르자는 등의 페미니즘에 기초하여 언어에 숨겨진 불평등을 고민하고 바꾸려는 주장과 움직임은 보아온지 꽤 됐지만, 언어학자가 본격 분석한 젠더 언어학이라니? '비록' 영어에 관한 것이지만.. 대단히 흥미롭지 않은가. 게다가 옮긴이는 이민경 작가다. 



언어와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언어는 언제나 권력 구조와 사회규범을 반영하고 그것을 강화했으며 지금도 그렇다. 늙은 백인 남자들은 문화를 너무 오래 다스렸고, 언어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소통되는 매개체다. 그렇기에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도전하고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살필 시간이 왔다. 우리가 매일같이 쓰는 단어에 질문을 던지고, 그런 단어들을 사용하는 문맥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깨닫지 않으면 주소나 욕처럼 아주 간단한 말조차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권력구조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 20쪽 


이런 목적의식을 갖고,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0장'에서 설명한다.



이후 장들에서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욕설에 숨은 성차별주의 그리고 보컬 프라이와 '그니까like'를 자주 쓰는 습관이 사실상 언어학적 지식을 담은 표지들이며, 캣콜링을 하는 인간들이 허구한 날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을 향해서 "섹시한데!"를 외치는 동안 그들의 마음속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를 다루게 된다. 젠더 포괄적인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 더 쿨한 이유와 어째서 '게이 보이스'는 존재하는데 '레즈비언 보이스'는 회자되지 않는지도 다룬다. '컨트cunt'라는 단어에 얽힌 역사와 '가십'이 무엇인지, 남자가 이 행성에서 사라진다면 언어는 어떻게 바뀔지(그냥 가설이다!), 이 정보를 통해서 진짜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하고자 한다.   - 29쪽 


위 인용문에서 느껴지겠지만 저자의 글은 딱딱한 학자풍이 아니다. 저자 소개에 "<에스콰이어>가 '2022년 최고의 팟캐스트'로 선정한 인기 팟캐스트 <컬트처럼 들린다Sounds Like A Cult>의 제작자이자 진행자"라고 적혀 있는데, 팟캐스트 진행자 이미지에 더 가까운, 위트가 있는 글이라 재미있다. 저자는 스스로가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발화량이 많았던 수다쟁이라면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다른 생각을 품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일화도 있다. 

저자가 뉴욕대를 다니던 19세 시절, 아르바이트로 돌보던 5학년 여자아이, 그 친구 및 그 어머니와 함께 지하철을 탔을 때, 저자가 아이들에게 "얄y'all"이라는 표현을(너희들이라는 뜻) 쓴다. 친구 어머니는 이에 놀라며 "그런 단어를 쓰면 안 돼. 그건 잘못된 영어야!"라고 말한다. 이 순간, 저자가 뭐라고 생각했는지 아는가?

"나는 이런 순간을 위해서 사는 것 같다."(31쪽)

ㅋㅋㅋㅋ 그리고 이어지는 얄의 사용이유에 대한 해박한 설명!! 



1장에서는 주로 욕설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분석한다.



영어에서 여성-생애주기 어디쯤에 놓여 있든 상관없다-을 묘사하는 거의 모든 단어는 어느 정도 음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슐츠가 썼듯이, "언어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현상은 소녀나 여성을 묘사하는 단어가 처음에는 중립적이거나 심지어는 긍정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다가도, 점진적으로 부정적인 함의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 함의는 처음에는 약간 헐뜯는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악의적으로, 결국에는 성적인 모욕으로 변한다."   - 39쪽 


그 예로 '서sir'와 '마담madam', '마스터master'와 '미스트러스mistress', '버디buddy'와 '시시sissy'를 비교하며, '허시hussy', '타트tart'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여성을 의미하는 무해한 단어였다가 어떻게 점점 모욕적인 언어, 특히 성판매자를 의미하는 단어로 격하되는지를 설명한다. '비치bitch'와 '컨트cunt'도 마찬가지.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시길!! 


이는 모든 단어에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유로 혹은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용 중지를 선언하는 문제가 아니다. 사실은 그 반대다. 이는 규칙에 대한 저항이다. '슬럿' 혹은 '푸시'와 같은 단어를 악의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거절함으로써, 우리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남성우월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불균형한 기준을 거부하는 셈이다. 이는 여성의 성적 독립을 비난하는 데 대한 저항이며 남성이 남성우월주의적으로 행동하는 데 대한 거부이다. 충분한 사람들이 저항한다면 모두가 이기는 셈이다.   - 65, 66쪽 


어젯밤, 자려고 누워서 아이들이랑 <바리데기> 이야기를 듣는데, 여성이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예쁘고 착해야 할 뿐 아니라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갖은 고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리데기, 바리공주는 어릴 적 옥함에 담겨 버려졌다가 후에 왕과 왕비를 만나는데, 왕과 왕비가 쓰러지는 바람에 이들을 구하고자 저승의 생명수를 얻으러 간다. 가는 길에도 많이 고생하는데, 가서도 9년 동안 3년은 나무를 하고 3년은 불을 때고.. 그런 고난 끝에 생명수를 얻어 온다.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은 남편을 다시 얻기 위해 세 가지 시험을 거쳐야만 했던 <구렁덩덩 새선비>의 신부, 백조로 변한 오빠들을 구하기 위해 말한마디 못하고 마녀라는 오해를 받아가며 옷을 지어내야 했던 <백조왕자>의 공주도 있다. 그러고보니 이들은 그렇게 고생해놓고 제목에 이름도 못올렸네.. 아버지 눈 뜨게 하기 위해 바다에서 몸을 던져야 했던 <심청이>나, 계모의 구박을 받으며 온갖 고생을 하는 <콩쥐팥쥐>도 있다. 


반면 남성 주인공은 잘생길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착하고 똑똑하고 용감할 필요도 없다. 그중에 뭐 하나만 있으면 된다. 주로 착하기만 하면 된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좁쌀 하나만 가지고 한양으로 떠나도 결국 좁쌀이 황소가 되고 아내까지 얻는 남자(<좁쌀 한 알로 행복해진 총각>), 멍청하고 순진하고 하나도 가진 게 없는데 공주와 결혼하게 되는 남자(<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 고양이 한마리 돌봐줬다고 공주와 결혼하게 되는 남자(<장화신은 고양이>), 심지어 온몸이 반쪽밖에 없어도 보쌈해 온 양갓집 규수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반쪽이>). 


<다락방의 미친 여자> 1장에서 다룬 백설공주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는데, 집에 있는 요 책, <사실은 잔인하고 불친절한 세계의 요정들>을 조만간 훑어봐야겠다. 제목은 이렇지만,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서양)설화 모음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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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2-02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서 직접 읽어봐야겠어요! ㅋㅋㅋㅋ
특히 이 부분 ‘남자가 이 행성에서 사라진다면 언어는 어떻게 바뀔지‘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우리나라(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지만) 전래동화 읽다 보면 정말.... 그놈의 성차별때문에 이런 걸 요즘 애들한테 들려줘야 하나 싶다가도... 또 꼭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들도 있어서 ㅠㅠ 참 그렇더라고요. 자식 없는 저도 이런데 자녀 있는 분들은 더 할 듯합니다.

독서괭 2022-12-02 16:09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 부분이 제일 궁금합니다 ㅋㅋ 캣콜링하는 인간들의 심리상태도요 ㅋㅋ 다락방미친여자 읽어야 하는데 딴길로 새서 어쩔 ㅠㅠ
동양이고 서양이고 전래동화들은 다 그래요.. 기본은 알아야하겠지만. 그래서 요즘은 미취학아동들에게는 전래동화보다는 창작동화를 먼저 읽히라고 하기도 하더군요. 초등학교에서 <종이봉지공주>나 <마당을 나온 암탉> 같은 여성주의적 동화를 읽기도 한대요. 아예 안 읽을 순 없고, 비판적 시각을 키워주려고 노력해야 할 듯요^^;

다락방 2022-12-02 14: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워드 슬럿, 저도 젠더의 언어학 이라는 구절을 보고 진작 사두었거든요. 저는 시사인을 보고 알게 됐었어요. 그래서 바로 구매했는데 독서괭 님이 먼저 읽고 계시네요? 하하하하핫. 에휴 사는 것만 빛의 속도지 읽는 건 세상 게을러서 큰일이네요.

페미니즘 책 읽기 시작하고 차츰 더 읽어나가면서 언어학에 대해서도 공부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때 어떤 게 좋을까 고민만 하고 제대로 책을 찾아보거나 하진 않았는데 이 책이 제 기대에 부응하는 그런 맞춤한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독서괭 님의 깊은 독서 응원합니다!

독서괭 2022-12-02 16:11   좋아요 2 | URL
흐흐 다락방님 책탑에서 보고 반가웠던 기억이 나요. 전 사진 않았고, 회사 도서실에 들어와서 냉큼 들고 왔지요 ㅋ 그런데 ‘읽는 건 세상 게을러서‘라니요? 다락방님은 무지 많이 읽으십니다. 다만 무지무지 많이 사실 뿐... ㅋㅋ
언어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저도 계속 들어요. 첨에 엄마성을 아빠성과 함께 쓴다거나 ‘남녀‘를 ‘여남‘으로 바꿔 쓰는 것에 대해 ˝뭘 그런 걸로˝, ˝지엽적˝이라는 둥 말들이 있었는데, 점점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락방님도 조만간 읽으실 거죠? >ㅁ<

공쟝쟝 2022-12-06 08:24   좋아요 1 | URL
무지무지 많이 사실 뿐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2-02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애들 어렸을 때 전래동화 많이 안읽혔어요. 우리나라든 서양거든 그놈의 성차별적인 내용이나 내 생각에 도저히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어찌나 많은지요. 그렇다고 페미니즘 동화라고 각색해서 나오는 동화는 또 대부분이 재미가 없어요. ㅎㅎ
이 책 흥미가 생기기는 하는데 기왕이면 저는 우리나라말을 대상으로 이런 책이 나왔으면 하게 되네요. ^^

독서괭 2022-12-02 16: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페미니즘 동화 각색한 건 재미가 없다는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각색한 거 말고 그냥 창작동화 중에 자연스럽게 성평등이 구현되었거나 아니면 성별구분 따위가 아예 안 나오는 책들이 나은 것 같아요.
저 예전에 관심가서 담아둔 책 중에 <언어의 높이뛰기> 있어요 바람돌이님! 우리나라 언어학자가 쓴 책이고, 책소개를 보면 젠더적 시각도 담겨있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2-12-13 18: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책 얻어갑니다. 전래동화 딱 한질만 사줬던 나를 칭찬하면서요. 요즘 나오는 동화는 좀 덜 한 거 같은데 전래동화는 동서양을 망라해서 한결같아요, 그죠?

독서괭 2022-12-13 18:38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아 그런데 페미니즘적으로 각색한 것 중 재미난 거 떠올랐어요. <장수탕선녀님>! 책에는 선녀와나무꾼 이야기를 비튼 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데, 뮤지컬에는 반영이 되더라고요. 노래만 들어봤지만^^

미미 2022-12-02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언어와 젠더‘라는 굿즈 때문에 구매 하다시피한 원서가 있어요ㅋ
그 책 그림의 떡이라 언제 읽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는데
이 책 부제도 비슷하고 연관성이 있어보여 반갑네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독서괭 2022-12-13 18:38   좋아요 1 | URL
오 굿즈 때문에 원서를 ㅋㅋㅋㅋㅋ 미미님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ㅋㅋ 원서는 후일을 기약하시고 이 책을 한번!^^

책읽는나무 2022-12-02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책이??
처음 보는 책이에요.
동화 뒤집는 내용의 책들이 뒤늦게 나오는 것 같아요. <세계의 요정들> 책도 재밌겠어요.
이런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애들한테 좀 바르게 읽혔을텐데 말이죠ㅜㅜ

독서괭 2022-12-13 18:40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자녀분들은 책나무님 평소 언행과 가르침에 영향받아 스스로 잘 해석했을 거예요^^ 세계의요정들 애들이랑 읽어볼까도 했는데 어떨지 몰라서 혼자 읽으려다보니 안 읽고 있..;;

공쟝쟝 2022-12-06 0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빌려왔어요.... 지금 제 우글 거리는 책더미들 속 어딘가에 콕 박혀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읽기 전에 약간 긴장했거든요? 부제가 어려울 거 같아서 ㅋㅋㅋ 근데 뭐냐 입담이 좋다고 하니까 좀 더 진도 빼봐야겠다~~ㅋ 이 글을 읽고 펴볼 뽐뿌오려고 미리 내가 들고 왔능가 봐요. 너무 행보카다... 나는야 도서관의 신간 콜렉터 ㅋㅋㅋ ㅋㅋㅋ

독서괭 2022-12-13 18:41   좋아요 0 | URL
빌려오셨습니까? ㅋㅋㅋ 준비되어 있으시군요! 어렵지가 않아서 좋더라구요. 저자가 어렵게 전달하는 걸 안 좋아하는 느낌이~ 아주 재미납니다. 하지만 이 글 쓴 이후 하나도 더 못 읽고 있다는 ㅠㅠ

유부만두 2022-12-14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예전에 언어 성차별에 대한 글 중에 seminal(정액의)이 왜 중요한, 이라는 뜻을 가져야 하냐고 그대신 clitoral(음핵의)를 쓰면 안돼냐! 라는 걸 읽은 적 있어요. 그후론 저 s 단어는 그냥 넘길 수가 없게 되었어요. 추천해 주신 이 책도 읽어보겠습니다.

독서괭 2022-12-15 12:11   좋아요 0 | URL
으아 seminal이라는 단어 몰랐는데, 중요한=정액의 라니.. 징그럽기도 하고.. 참 언어에 성불평등이 많이 반영이 되어 있구나 싶네요. ㅠ 앞으로 저 단어 보게 되면 뜨악할듯요. 이렇게 영어공부도 하고 ㅋㅋ 만두님 감사합니다~^^

2022-12-15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벌써 11월의 마지막 날이라니! 이웃님이 11월 산책, 읽은 책 정리해 올리신 걸 보고 깨달았다. 

이런, 다미여 아직 절반도 못 읽었는데?? 12월에 열심히 달려야겠다.. 


이번달에 산 두권의 책은! 

















<빌레뜨>1,2권과 <작별인사>

다락방의 미친여자 관련, 뭘 읽어야하나 고민하다가 이웃분들 말씀을 참고하여 <빌레뜨>로 결정! 

다미여 4, 5장 읽으면서 제인오스틴을 읽어야했나, 했지만 아닌 것 같다. 제인오스틴 작품은 너무 많아서 한두권 봐가지고는 별로 도움도 안 됐을 듯;; 제인오스틴은 천천히 읽자. 

<작별인사>는 이거 아니고 밤하늘 에디션인데..? 검색창에 뜨지 않는다. 

책은 예뻤고 술술 읽혔으나 내 취향이 아니었다.. 

<드립백 쿠아 마운틴 파푸아뉴기니>는 썩 괜찮았다. 


예외: 아이들 책


 
























<글자동물원>- 지인이 공유해준 아이들 책 추천 글 중에, 초1용 동시집을 골라봤다. 읽어주는데, 처음에는 좀 관심 없다가 첫째가 비둘기 시를 마음에 들어하더니 필사를 해서 뿌듯^^ 

미니특공대 스티커북 2권 - 요즘 미니특공대 주제곡에 빠져 매일 들려달라고 하는 둘째를 위해.. 물론 첫째도 줘야하므로 두권. 

<아홉 살에 처음 만나는 정글북> - 첫쨰가 정글북 이야기를 좋아한다. 디즈니 정글북 만화영화로 시작해서 실사판도 보고, 키카에 있던 정글북 책(디즈니 만화를 책으로 만든 것)을 읽더니, 하나언니의 동화나라에서 들려주는 정글북 이야기를 몇번 들었다.. 디즈니 만화판과 실사판이 결론이 달라서 원작이 궁금하던 차, 아이들 용으로 축약된 이 책을 찾아 사주었다. 첫째가 보자마자 붙들고 열심히 읽었다. 글밥 적당하고 좋은데, 그림이 좀.. 예쁘지 않은데다가 똑같은 그림을 붙여넣기 식으로 써먹은 게 눈에 띈다. 

<왠지 이상한 멸종 동물도감> -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동물에 관심이 많고 도감 보는 걸 좋아한다면! 추천. 우리 첫째도 재미있게 읽고 있다. 왠지 이상한~ 이라는 시리즈인 것 같은데, 다른 책도 사볼 듯.

<초록아줌마, 갈색아줌마, 보라아줌마> - 이거 예전에 어디선가 추천하는 걸 보고 담아뒀던 것 같은데.. 중고에 있길래 주문. 아이들은 별로 흥미가 없고;; 내가 볼 땐 괜찮은 책인데. 읽어줘봐야겠다. 


지금은 전집대여를 한 <알파짱 사회동화>에 애들이 빠져 있다. 괜찮은 책이다. 












읽은 책: 6권





























<안녕, 나의 순-정>은 90년대 순정만화들을 소재로 한 에세이. 100자평을 썼다. 페이퍼를 쓰고 싶은데, 아 시간이 없네..

<토지 9> 토지 오디오북 듣기는 계속된다. 9권은 리뷰를 못 썼다!! ㅠㅠ

<아그네스 그레이>는 리뷰를 남겼다.

<작별인사>는 100자평을 남겼다.

<디어 마이 네임>은 페이퍼를 썼고, 리뷰를 쓸 예정이라고 써놨는데.. 음.. 하반기 비문학 원픽이 되지 않을지?? 

<빌레뜨1> 다 읽고, 이제 2권 딱 펼쳐놨다^^ 


후아, 매섭게 추운 11월의 마지막 날이다. 겨울이 온 것이 실감난다. 겨울,, 집에서 이불 덮고 귤이나 까먹으며 책 읽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계절이지만.. 애들 데리고 나가 노는 데 제약이 많아 별로다. 추운 것도 싫고. 흥.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해야 하고.. 산타, 당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합니까..? 그냥 엄마가 사줄께 하고 선물 사주면 안 되는 걸까? ㅠㅠ 

2022년이 끝나간다. 바쁜 연말, 다들 무사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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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30 15: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토지 4권까지만 제대로 된 리뷰를 쓰고 5권부터는 휙휙 넘겨버렸네요^^; 사실 배경이 만주로 옮겨간 뒤부터는 주 무대가 조선이 아니다 보니 어찌 써야할지 정리가 안되기도 해서...ㅎㅎㅎ 암튼 저는 오늘 7권까지 들었답니다.
빌레뜨 잘 읽고 계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남은 2권 읽고 리뷰 써주시는 거 기대해보겠습니다*^^* 날이 춥네요. 괭님 건강 유의하시면서 12월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독서괭 2022-12-02 12:33   좋아요 0 | URL
화가님 7권! 저는 지금 10권 듣는 중입니다^^ 오디오북인데다가 하루 30~40분 정도 짧게 끊어 들으니 리뷰를 쓰기가 어렵네요 ㅠ 그래도 남겨야 기억이 나는데 말이죠!
빌레뜨 2권 시작했는데 재밌습니다. 어서 읽고 리뷰도 쓰고 싶어요^^ 오늘 진짜 너무너무 추워요. 화가님도 건강하게 12월 보내시길 바랍니당. 감사합니다^^

mini74 2022-11-30 15: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산타 ㅎㅎㅎ 저는 졸업했습니다. 겨울이라 더 힘드시겠어요. 나의 순정 보면서 만화 삽화 나올때마다 우왕! 하며 읽었던 기억납니다. 푸르매는 잘 있는지 ㅎㅎ

독서괭 2022-12-02 12:34   좋아요 0 | URL
산타에게 선물받고 싶다고 얘기하는 것들이 있는데 저는 사주기 싫고 ㅋㅋ
저도 만화 삽화 나오는 거 보면서 넘 반갑더라구요. 푸르매 ㅎㅎ 저는 은비가 내리는 나라를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ㅋ 조금더 유치한데 ㅋ

물감 2022-11-30 15: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별인사 별론가요? 회사에 있길래 볼까 했는데요...

독서괭 2022-12-02 12:35   좋아요 1 | URL
물감님, 찾아보심 평이 좀 갈릴 거예요~ 전 감동이 와야할 포인트에 뭐가 느껴지질 않아서;; 금방 읽으니 한번 봐보세요^^

단발머리 2022-11-30 15: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2월은 산타의 달이죠. 게으름뱅이 엄마는 항상 17일쯤 선물 주문하고 맘 졸이고는 했습니다. 덕분에 저희 아이들은 산타 졸업이 빨랐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빌레뜨 화이팅!!

건수하 2022-11-30 15:43   좋아요 2 | URL
앗 그러고보니 크리스마스 선물을 생각해야 할 때이군요... 머엉.. @_@

독서괭 2022-12-02 12: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도 항상 맘 졸이는 것 같아요. 이번달엔 좀 빨리 해봐야할텐데요.
수하님도 아직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시나요? 저는 산타가 주는 선물, 만 준비하고 제가 따로 주지는 않아요.
빌레뜨 화이팅 >ㅁ<

건수하 2022-12-02 13:16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아 저희집은 언제나 산타 선물만요 ㅎㅎ

건수하 2022-11-30 15: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별인사 땡투 적립금이 들어왔던데 독서괭님이셨나봅니다 ^^
지금까지 한 달 두 권 계속 잘 지켜오신거죠? 대단하십니다~ 12월까지 잘 채우시고
내년부터는 좀더 목표 상향을 기대합니다 :)

독서괭 2022-12-02 12:39   좋아요 1 | URL
네, 저 맞습니다 ㅎㅎ
지금까지 한달 두권! 계속 지켜오고 있지요. 12월까지 잘 마무리하고 내년 목표도 열심히 고민해서 계획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11-30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발레뜨 1,2권에 작별인사까지 구매하셨으면



3권 구매하신거 아닌가요? ^^

독서괭 2022-12-02 12:39   좋아요 2 | URL
에이 새파랑님 아시면서~ 세트나 전집은 1권으로 치기로 한 거 아심시롱!! ㅋㅋ
그래도 제가 전집을 안 사고 버텼다는 거 아닙니까? 대단하다 독서괭!!

책읽는나무 2022-12-01 0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싼타 비밀 잘 지켜 주세요^^
전 아이들 총등때 크리스마스 지나고 방학이 시작되길래, 전 영악한 아이들 분명 학교에서 지네들끼리 ˝싼타 없다!˝라고 할 줄 알고, 그럼 내가 미리 밝혀두지~싶어 아들 앞에 앉혀두고 잘 듣거라~~싼타는 ~.;.%@:~-.
말했더니 아들이 울어버렸...ㅋㅋㅋ
그게 가장 두고두고 미안하더라구요.

독서괭 2022-12-02 12:40   좋아요 1 | URL
아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책나무님 ㅋㅋㅋ
울어버린 아드님 귀엽네요 ㅋㅋㅋ 우는 모습 보는 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 음.. 미안하려나요? ㅋㅋ
전 4학년때쯤 자연스럽게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요즘 애들은 좀더 빨리 알겠죠? 알아도 계속 받고 싶어서 모른 척 할지도^^

scott 2022-12-02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괭님 아이들 산타가 온다는 걸 알고 있는 거쥬! ㅎㅎ

전 여섯살 때까지 산타가 왔는데(잠든 사이에)

선물+편지까지 ㅎㅎ

울 아부지 막둥이를 위해 산타 복을 입으셨던 적이(일곱살때 발견함 ^^)

독서괭 2022-12-02 12:42   좋아요 1 | URL
여섯살때까지요! 일곱살에 산타복 발견하고 깨달으신 건가요? 깨달음이 빠르셨네요 ㅎㅎㅎ 똘똘한 일곱살 ㅎㅎ
선물 주문해서 몰래 숨겨놓고 카드도 필체 바꿔서 써야하고 아휴 정말 귀찮은데 빨리 졸업을 시켜드렸군요ㅋㅋ
막둥이를 위해 직접 산타로 변장하셨던 아버님~ 멋져요^^
 

며칠 전 꾼 꿈. 

한 커플이 있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붙은 남자는 떠나야했고, 여자는 같이 갈 수가 없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장녀인 여자는 일을 해야했고, 둘은 헤어지면서 엉엉 울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장면을 보고 있다가 발길을 돌려 나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횡단보도 중간쯤 갔을 때, 뭔가 이상해서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복면을 쓰고 있다. 한명이 내 목에 칼인지 총인지를 들이대고, 자폭테러를 하러 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까지 다 죽이겠다고 협박하는데..

깼다. -_-;; 뭔 개꿈인가.

침대에 누운 채로 잠시 꿈을 복기하는데, 커플 등장 전에 꾸던 꿈은,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던 한 동료가 등장했고, 역시 뭔가 싫은 짓을 했다.. 

그러다 다시 잠들어서 또 꿈을 꿨는데, 그건 기억이 안 난다. 

그날 둘째를 등원시키면서 어젯밤에는 무슨 꿈을 꿨는지 물어보자, 기억이 안 난다면서 "왜 어떤 꿈은 기억이 나는데, 어떤 꿈은 기억이 안 날까?" 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게, 왜 그럴까. 

그 둘째가 오늘 아침에는 깨자마자 나에게 달려오더니(6:10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상어 조각상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한강으로 떨어졌는데 다행히 이불이었다고 한다..(???) 네 꿈도 만만찮구나.. 

첫째는 자신이 엘사가 되었고 책을 들고 가는데 안나가 쫓아와서 도망가다가, 안나가 안 보는 틈을 타 책을 비밀함에 숨긴 후 엄마와 함께 계단을 내려갔고, 지하에 도착하자마자 비밀함에 열었는데.. 그 순간! 잠에서 깨버렸다고 한다. 

애들은 다 꿈을 많이 꾸는건지 나를 닮아 꿈을 많이 꾸는건지 모르겠지만, 내꿈보다는 애들 꿈이 재미있군 ㅋ 

내꿈에서 제일 비현실적인 부분은 테러범이 길 한복판에서 버젓이 복면을 쓰고 서있었다는 것이고,

제일 현실적인 부분은 커플 중 여자 외모가 지극히 평범했다는 것이다..(남자 얼굴은 기억이 안 난다) 


 <빌레뜨> 1권 후반부를 달리고 있다. 평생을 관찰자 역할을 자처하고, 무대 위에는 오르려 하지 않으며 눈에 띄지 않는 고독을 자처해 온 여성, 루시 스노우는 얼떨결에 학교 무대에 주인공 중 한명으로 오르기도 하고, 평소 호감을 품고 있던 존과 우정을 나누게 되기도 한다. 그녀와 정반대되는 사람, 지네브라 팬쇼의 화려한 외양, 경박한 행동과 허영심을 보노라니,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계속 강조하는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양피지 같은 글쓰기'가 떠오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렇게 아름다운 외모를 내세워 구애하는 남성들을 가지고 놀듯 즐기는 여성은 앤 브론테의 <아그네스 그레이>에도 등장한다. 브론테 자매 근처에 모델이 될 만한 여성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그네스 그레이>에서는 로잘리에게 넘어가지 않은 웨스턴이 아그네스와 맺어지는데, 과연 존도 그럴까? 그나저나, 사랑받고 싶고, 좀더 빛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자신은 아름답지 않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반복해 말하면서 뒤로 물러나는 루시 스노우가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당시에는 특별히 아름답거나 매력적이거나 지위나 돈이 있는 여성이 아니라면 "주제 파악"을 하듯 저렇게 처신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지금도 여성에게 "주제 파악"이 강요된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다.


루시 스노우는 존으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는데, 그녀 마음속 '이성'이라는 가혹한 "마녀"가 등장하여 글을 쓰지 말라고 위협한다.


"하지만", 내가 다시 끼어들었다. "육체적으로 보잘것 없고 말솜씨가 형편없는 사람이 떨리는 입술보다 더 나은 전달 수단인 글을 택하는 게 잘못이란 말이야?"

'이성'은 단지 이렇게만 대답했다. "그런 생각을 간직하는 게 위험하다고! 너의 글 어디엔가 그런 생각이 스며 발랄해지는 것도 위험해!"

"하지만 느끼면서도, 절대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절대로!" '이성'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 359쪽 


<다락방의 미친 여자> 5장을 거의 끝내가고 있다. 5장은 특히 힘들었는데, 제인 오스틴 작품 중 <오만과 편견> 밖에 읽지 않은 자로서 따라가기가 힘들었기 때문 ㅠㅠ 오만과 편견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 대표작 아니었음? 그마저도 읽은지 오래되어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말이다.. 훑어보니 <빌레뜨> 이야기는 12장에서 나온다. 빌레뜨 읽고 나면 그 부분은 그나마 읽기가 수월하겠..지? 


오늘밤에는 즐거운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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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29 1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빌레뜨 후반부 루시 스노우의 편지는 내가 다 안타까웠어요. 이성으로 꾹꾹 누르는 모습!
꿈의 내용이 강해서였던 걸까요. 복면인 등장이라니! 저는 요새 꿈을 꾸는지도 모르겠어요. 전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거의 다 평범한 꿈들이라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꿈을 안꿨다고 하기에는 수면의 질도 그닥인데 말이죠ㅎㅎㅎ

독서괭 2022-11-29 17:32   좋아요 2 | URL
끝까지 꾹꾹 누르는군요 ㅠㅠ 어휴..
저는 황당한 꿈 많이 꿉니다. 이게 실제 일어난 일인가 아닌가 긴가민가 할만큼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꿈도 많이 꾸고요. 금방 기억이 휘발되어 그렇지 안 꾸는 날은 일년에 손에 꼽을 정도일 듯요.. 꿈에서 뛰고 그러면 괜히 더 피곤한 것 같기도 ㅋㅋ 꿈 안 꾼다고 수면의 질이 좋은 건 아닌가봐요! 그러고보니 <수면과 꿈의 과학>이었나? 그책 담아놨는데 못 읽었네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11-29 17:36   좋아요 2 | URL
앗! 편지는 1부 후반부라는 이야기였어요^^; 2부 재미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듯^^ㅎㅎㅎ

독서괭 2022-11-29 17:38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ㅎㅎ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11-29 16: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기들 꿈 얘기, 넘 귀여워요~~
떨어지는 꿈은 키 크는 꿈이라고 어릴 때 어른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서점에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 훑어봤는데 거기서 인용되는 책을 읽어야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런 면에서 엄두가 안나서 지금 읽고 있는 책들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어요.
독서괭님의 읽기를 응원합니다^^

독서괭 2022-11-29 17:33   좋아요 2 | URL
ㅎㅎ 우리 쪼그만 둘쨰 키 크려고 그런가 봅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인용책 다 읽을 자신도 없고 안 읽어도 읽을 수 있겠지! 싶어 시작했는데요, 확실히 인용되는 책들 읽고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만, 전부 읽을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흠. 제인오스틴은 작품이 많은데 이것저것 섞어 얘기하니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항상 따뜻한 응원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다락방 2022-11-29 16: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앗.. 그렇다면 저도 12장 읽기 전에 빌레뜨를 읽어두는게 좋겠네요. 사실 저는 관련 책들을 읽어두면 도움이 되겠지만 안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인 오스틴 부분에서 읽은지 얼마 안되는 <설득>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 머릿속에 훨씬 더 잘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아, 읽어두는게 더 나았겠구나 싶었어요.
지금 밀턴 들어가야 하는데 밀턴 먼저 읽고 그 다음에 바로 빌레뜨 가야겠어요. 아 그런데 다른 책 읽고 싶다.. 흑흑 ㅠㅠ

독서괭 2022-11-29 17:35   좋아요 2 | URL
관련 책 안 읽어도 되긴 하지만 읽으면 훨 낫다.. 인 듯 합니다 ㅜㅜ 그런데 밀턴 실낙원 읽으시려고요? 진짜? ㅎㅎ 빌레뜨 읽고 싶어지실 듯요 ㅋ 아 그런데 다락방님은 다른 책도 많이 읽고 계시지 않나요 ㅎㅎ 저는 12월까지는 다락방/관련책에 올인해야 할 듯 합니다. 내년 1월엔 나를 위한 선물을...!!! 빠방~~

단발머리 2022-11-29 18:37   좋아요 3 | URL
밀턴을 계획한 다락방님! 훌륭하시며 대단하시되 그 마음 변치 마시고요ㅋㅋㅋㅋㅋㅋ 저는 세 쪽 읽다가 다운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1-29 1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간 정도까지 읽으면서 이미 읽었던 <프랑켄슈타인>이랑 <폭풍의 언덕> 다시 못 읽은게 안타깝더라구요. 빌레뜨 읽으려고 하는데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 좀 지루하다고 하신 거로 기억나는데 <아그네스 그레이> 궁금하네요. 아니에요, 그냥 <빌레뜨> 어서 읽을게요^^

독서괭 2022-11-30 13:17   좋아요 0 | URL
차라리 안 읽은 게 나은가, 읽었는데도 어라 이런 게 있었나 하는 것보담은.. 이라는 생각도 좀 듭니다^^;; <아그네스 그레이>는 지루한 정도는 아니고 슴슴합니다. <빌레뜨>를 읽으시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ㅎㅎ 빌레뜨도 지루하다고 하신 분 있었던 것 같은데..? 전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2-11-30 15:30   좋아요 1 | URL
여기서 이런 말씀 죄송하지만 ㅋㅋㅋㅋㅋ 저 빌레뜨 작년인가 재작년에 읽었더랍니다. 근데 주텍스트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어보니 예전 기억으로는 안 될 거 같아 재독 시기를 보고 있죠. 책장에서 뽑아 놓았는데 아직 시작도 못 하고 있다는... 슬픈 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2-02 12:44   좋아요 0 | URL
으앗 이미 다 읽으신 분, 단발님..
저도 다락방 미친 여자 읽기 전에 읽었으면 그냥 넘겼을 부분도 유심히 보게 되더라구요. 타락한 이브 비유라든가?
처음 읽을 책도 한가득인데 재독은 정말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제인에어, 폭풍의언덕, 오만과편견 재독해야 하는데 이미 저의 마음은 새로 주문하려는 새책들에 가 있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11-29 1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빌레뜨 1 권 앞부분 지루해서 지지부진 하다가 100 쪽 넘어가니까 이제 좀 속도가 붙었습니다. 이상하게 그 시기 여성 작가들의 소설은 100 쪽을 넘겨야만 흥미진진해 지더군요?? 원래 다른 소설도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왜 그럴까???? 혼자 고민을!!!ㅋㅋㅋ
괭님도 꿈 이야기 적으셨네요? 저도 제 꿈 이야기 적었어요ㅋㅋㅋ
근데 괭님 꿈은 좀 더 스펙타클 합니다.ㅋㅋㅋ
자폭테러???? 복면 쓴 사람들?
혹시 괭님 스트레스 받으시는 일 있으신가요??
왠지 느낌이 그렇게 느껴집니다.^^;;;
둘째는 여전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꿈도 귀엽게 꾸는군요?ㅋㅋㅋ
둘째 떨어지는 꿈 꿨으니 키가 쑥쑥 크겠네요?^^
첫째는 엄마를 많이 좋아하는군요?^^
그것도 책 읽는 엄마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첫째는 꿈 이야기를 동화로 써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쁜 꿈 같아요.
이거 어쩌다 보니 꿈 해몽가??????ㅋㅋㅋ
사이비 해몽이어 신뢰성은 제롭니다^^

독서괭 2022-11-30 13:29   좋아요 1 | URL
ㅎㅎ 책나무님, 속도 내어 읽고 계시군요! 저는 오히려 앞쪽에 폴리나 이야기 나올 때 재밌었고, 중후반부에 살짝 지루했다가 다시 재밌어졌어요^^ 루스 스노우의 관찰자적인 태도가 재미있었는데 갈수록 좀 답답하더라고요. 지금은 안타깝습니다..ㅠ
지금 책나무님 꿈 이야기 읽고 왔어요 ㅋㅋ 제꿈이 더 드라마틱하지만 책나무님 꿈은 더 기분좋은 꿈이네요. 저도 이제 그런 꿈을! 오늘밤엔 책나무님과 눈사람라떼 꿈을!! ㅎㅎ
안 그대로 첫쨰가 꿈 얘기를 하면서 이거 동화로 써도 되겠지! 하길래 그래 어디에 써놓으면 좋겠다 했더니 정말 써놓았어요^^ 매일 저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첫째가 요즘은 안 하는데, 제 반응이 부족했나?? 싶어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ㅎㅎ
책나무님, 오늘도 재밌는 꿈 꾸세요^^

공쟝쟝 2022-11-29 2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안되겠다 빌레뜨 펴고 잠들겠어요!!!

독서괭 2022-11-30 13:29   좋아요 0 | URL
펴고 왜 잠들어요, 읽어야죠 ㅋㅋㅋㅋ

공쟝쟝 2022-11-30 13:34   좋아요 1 | URL
펴고 딥슬립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1-30 14:15   좋아요 1 | URL
침흘리지 말규ㅋㅋㅋㅋ

새파랑 2022-11-29 2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왠지 꿈도 독서괭님다운 꿈을 꾸시는거 같아요 ㅋ 책보다 더 재미있는 꿈 이야기~!!

독서괭 2022-11-30 13:30   좋아요 1 | URL
복면자폭테러범이 저답다고요..? ㅋㅋㅋ 막 도망가고, 숨고, 그런 꿈 많이 꿉니다..왜인가..

mini74 2022-11-29 2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독서괭님과 아이들 꿈이 장르를 넘나드는군요 ㅎㅎ 즐거운 꿈 꾸세요 ~

독서괭 2022-11-30 13:30   좋아요 1 | URL
꿈이란 건 참 요상한 것 같습니다. 좀 잔잔하고 평화로운 꿈을 꾸고 싶은데^^;; 미니님 감사합니다~^^

미미 2022-11-30 1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꿈 이야기 흥미롭네요. 장르가 다른 두 개의 꿈! ㅎㅎ 저도 로멘틱에서
스릴러나 호러로 변할때가 간혹 있어요.

독서괭 2022-11-30 13:31   좋아요 2 | URL
미미님도 꿈 좀 꾸시는군요!! 로맨틱에 스릴러,호러, 액션, 모험, 후후후
 

상처를, 고통을, 눈물을, 분노를, 

어떤 사건으로 인해 유예된 시간을 가슴 한켠에 품고 일상을 유지해본 적이 있는가?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형성했다고, 완치되지 않는 트라우마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더욱 내면의 다른 곳들을 단단하게 닦아 낸 나를, 그렇게 받아들이며 의연히 웃을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가? 

여기, 고통스런 경험을 딛고 회복의 동력을 타인들에게까지 확장시키는 데 성공한 두 사람이 있다. 

한국의 마녀 D와 미국의 샤넬 밀러다. 




 













샤넬 밀러는 2015년 1월, 동생과 함께 집 근처 스탠포드에서 열린 남학생 사교클럽 파티에 참석한다. 술을 마시다가 기억이 끊긴 후 깨어난 곳은 병원.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화장실에 갔다가 팬티가 없다는 걸 깨닫고, 머리카락과 옷에 수많은 낙엽들이 붙어있다는 걸 깨달을 뿐. 그녀는 자신이 파티가 열린 곳 바깥, 쓰레기통 뒤에서 반라의 상태로 발견되었음을 알게 된다. 만취한 그녀의 몸을 붙들고 그녀의 몸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있다가 지나가던 행인들에게 붙잡힌 가해자의 이름은 브록 터너, 유망한 수영선수다. 

1심 재판의 최후변론에서, 샤넬 밀러는 '에밀리 도'라는 가명으로 법정에 서서 피해자 진술서를 낭독한다. 이 피해자 진술서는 이후 온라인에 공개되어 널리 퍼져나갔다. 비록 1심 판사는 브록 터너에게 불과 6개월의 형을 선고하였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샤넬 밀러는 성폭력 피해자, '생존자'들의 연대에 눈을 뜬다. 작가로 변신한 샤넬 밀러가 쓴 <디어 마이 네임>은 사건 이후 그녀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을 섬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1년 내내 외로움이 나를 따라다녔다. 직장 계단참에서, 필라델피아에서, 나무로 된 증인석에서, 거의 비다시피 한 내 청중석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하지만 자기 침실에서, 차에서, 층계참에서, 아파트에서, 줄곧 나를 지켜보고 나를 응원하는 눈들이 있었다. 우리 모두 우리의 고통, 우리의 두려움, 우리의 익명성 안에 은폐되어 있었을 뿐이다. 내 주위에는 생존자들이 있었다. 나는 어떤 우리의 일부였다. 그들은 나를 대수롭지 않은 인물로, 말 없는 육체로 보게 만드는 농간에 걸려들지 않았다. 나는 전선에서 싸우는 지도자였고, 내 뒤에는 보병대가 있었다. 그들은 내가 정의를 찾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승리는 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주에 있는 마을의 방 안에서 조용히 박수갈채를 받을 것이다.    - <디어 마이 네임> 332쪽 


'마녀 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그녀 역시 성폭력 생존자다. 그녀는 사법시스템의 부당함을 느끼고 이후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활동을 시작한다. 책을 읽으며 D의 연대활동의 범위가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얼마나 세심하게 여러 측면을 고려하며 활동하고 있는지에 놀랐고, 생계를 위한 직업이 따로 있다는 점에 또 놀랐다. 힘들었을 텐데. 다른 이를 돕는 일이 나 자신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겠지만, 내 상처를 다시 후벼파는 일이 될 때도 많았을 텐데. 그냥 다 잊어버리고, 없었던 일로 치부하며 자신을 속이고, 무력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었을 텐데. 대단하다고밖에 못 하겠다. 개인의 영달, 유명세, 그런 것에도 등돌린 채 시스템을 구축하여 "대체 가능한 연대자"가 되겠다는 소망을 품는 사람.  



연대 초기에는 '잊히기 위해' 연대한다고 했다. 물론 이는 내가 연대한 피해자들이 나와의 연대마저 잊고 일상을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연대 활동의 중단을 염두에 둔 발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연대자로서 내가 수행해야 할 공적 활동과 책임을 의미하는 말로 바뀌었다. 피해자가 편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른 피해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그리고 시스템 감시와 변화를 위해 연대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내가 없어도 이런 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연대자로서의 나는 잊혀도, 내가 한 활동이 피해자를 위해 남아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대체 가능한 연대자가 되기를 원한다.    -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384쪽 


이 두 권의 책을 비슷한 시기에 읽으니 어쩐지 한 가지 주제를 다룬 문학(디어마이네임)과 비문학 실용서(그림자를 이으면), 또는 피해자를 위한 지침서: 심리편(디어마이네임)과 절차편(그림자를 이으면)을 본 느낌이다. <그림자를 이으면~> 뒤에 실린 깊이 읽기 위한 자료 중에는 <디어 마이 네임>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다만, <디어 마이 네임>은 자신의 경험을 위주로 썼고, 종류가 직접적인 성폭력인 반면, <그림자를 이으면~>은 연대 경험 위주로 썼고, 종류가 직접적 성폭력보다는 디지털 성폭력(불법 촬영, n번방 사건 등) 중심이라는 점, 전자는 '문학'이라고 표현할 만큼 풍부한 비유와 묘사들로 가득한 반면 후자는 '실용서'라고 표현할 만큼 매우 꼼꼼하게 사법 절차를 분석하고 비판해 놓은 점 등에서 결이 다르다. 

  

자, <디어 마이 네임>의 자세한 내용은 따로 리뷰로 쓸 예정이고, 여기에서는 두 책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들만 써보겠다. 그 전에, 함께 분노할 만한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나는 이 일이 결코 남일같이 여겨지지 않는다.



Q씨를 처음 만난 건 2016년 11월이었다. 그때는 이미 법적 싸움이 마무리된 후였다. 전 남자친구인 가해자의 불법촬영과 영상 유포로 고통받던 그는 가해자를 고소했고, 가해자는 촬영에 한해서만 기소된 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유포는 증거가 없어 기소조차 안 되었다고 한다. (...)

재판에 들어가서도 가해자는 대학원생이라는 신분을 부각하며 '성실한 학교생활'을 했다고 강조했으며,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탄원 등 선처를 위한 다양한 양형자료를 제출했다. 20대 후반 남성의 '미래'를 감안한 재판부는 벌금형을 선고했고, 검사는 항소를 포기했다. 피해자의 엄벌 요구는, 피해자의 미래는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

Q씨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자신의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성실한 장녀로 집안의 기둥이었다. 가족은 그에게 부양할 대상이었지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

2017년 1월, 그는 또다시 자신의 영상이 올라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의 직원에 의해서. 남성 직원들이 자신을 보며 수군대는 일이 잦아지던 어느 날, 그중 한 명이 피해자에게 사적 만남을 요구했고, 피해자가 거부하자 '걸레'라고 모욕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봤다고 피해자에게 말한 것이다. 삭제 작업을 외부에 맡기고 이제 좀 숨을 쉬려 했던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랑하던 이와 보냈던 그 시간이 영원히 박제된 채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며 자신을 옭아맬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는 절망했다.   -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313-315쪽 


1. 피해자에게만 적용되는 엄격한 기준


  가해자보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더 엄격하게 요구되는 무결성, '피해자다움'이라는 이미지. 피해자는 사건 이후 재판까지 이어지는 혼란 속에서 자신의 무결성을 입증하기 위한 태도를 요구받는다. 하지만 무결한 피해자란 누구인가? 어린아이 외에 누가 완벽하게 무결할 수 있단 말인가? '무죄 추정의 원칙' 아래, 한번의 거짓말(또는 착각에 의한 잘못된 증언)도 피해자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 있다. 피해자는 일상이 무너지는 바람에 생계에도 타격을 입지만, 섣불리 피해보상을 받을 수도 없다. 합의하는 순간, 돈을 노린 '꽃뱀'이 되기 일쑤. 


이번에 나는 피해자에게는 어떤 태도가 허용되는지 궁금했다. 어떤 톤이요? 아라레는 화를 내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나는 화를 내면 방어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배웠다. 단조로운 어조는 무심해 보인다. 너무 명랑하면 미심쩍어 보인다. 울면 신경질적으로 보인다. 감정에 치우치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되지만 감정이 너무 없으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처럼 보인다. 내가 그 모든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한단 말인가? 침착해. 내가 나에게 말했다. 차분하게. 하지만 심리를 하는 동안 나는 자제력을 잃었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는 어쩌지? 배심원들은 내가 힘든 일을 하고 있음을 이해한다고 검사가 상기시켜주었다. 그냥 당신 자신이 되세요. 그녀가 말했다. 어떤 자신이요? 나는 되묻고 싶었다.  - <디어 마이 네임> 235쪽

피해자는 거짓말을 하면 종종 자동으로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가해자가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는 낙인이 찍히지 않는다. 우리는 어째서 피해자가 잘못된 기소를 할지에 대해서는 경계하면서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자기 행동에 대해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지, 자신의 행동을 축소하는지, 다른 사람들을 조종해서 자기 행동을 덮는지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 걸까?   - <디어 마이 네임> 301쪽 

가해자들이 수사와 재판의 과정에서 '합의'를 이용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수사 과정에서는 소의 취하를 유도하기 위해 합의를 요구하지만, 실상 합의에 실패해도 불리할 것이 없다.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가 금전적 요구를 했거나 금전적 보상 제안에 응했다면, 그 사실을 내세워 피해자가 돈을 노리고 접근한 것으로 몰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는 합의해야 공소사실(범행 내용)을 인정하겠다고 버티거나, 합의를 해야 법정 싸움이 길어지는 걸 막고 피해의 일부라도 회복할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밀어붙인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도, 합의에 실패한 피고인은 불리하지 않다. '진지한 노력'을 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한국 법원은 합의에 성공해도, 합의에 실패해도 피고인에게 유리하도록 판단한다.   -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106, 107쪽


2. 가해자의 미래를 생각하라는 요구


  성폭력 사건만 발생하면 등장하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론! 바로 그것이, 브록 터너 사건에서도 생생하게 나타난다. 그는 앞날이 창창한 수영 유망주다. 장래에 올림픽에 출전할 수도 있다! 그는 10년 동안 외과의사의 꿈을 품어왔는데, 수영선수로서 성취가 끝나면 외과의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네가 망쳐놨다! 앞서 Q씨의 사례에서도 재판부는 가해자의 미래를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반면, 피해자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라고 표현되지 않는다. 정작 불의의 타격으로 앞날 뿐 아니라 현재의 생활이 무너진 사람은 누구인가? 



피해자가 도움을 얻고 싶어서 나설 때 사람들은 보통 폭행범을 공격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별개다. 도움을 구하는 것이 그녀의 일차 동기이고, 가해자에게 악영향이 미치는 것은 부차적인 효과다. 하지만 네가 떠들어대면 그에게 나쁜 일이 벌어진다는 훈계를 듣는다. 당신은 그가 얻지 못한 모든 직장에 대해, 그가 뛰지 못한 모든 경기에 대해 비난을 뒤집어쓰게 된다. 그의 가족, 친구, 공동체, 팀이 당신에게 지옥을 풀어놓을 텐데 당신은 그걸 원하는 게 확실한가?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이 그녀의 인생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고민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너의 행동이 그의 인생에 어떤 의미일지 치열하게 생각해보라고 강요한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린 한 번도 그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걸 본 적이 없어. 네가 거짓말을 하는게 분명해. 이런 정서는 브록의 누나가 작성한 탄원서에서도 똑같이 느껴졌다. 재판 과정에서 제시된 증거와 그의 성격에 대해 내려진 결론은 그의 일생에서 단 하룻밤을, 그를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건 브록이라는 존재의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피해자는 빙산의 일각이 아니다. 우리는 빙산 전체다.  - <디어 마이 네임> 442, 443쪽 


나는 그들의 눈에는 피해자가 그 20분이라는 시간 안에 영원히 살면서 정체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지 궁금했다. 브록은 점점 다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고, 그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삶과 추억의 스펙트럼이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그녀는 냉동되어 있었다. 그는 한 인격이 되었다. 그녀가 구원받은 이야기는 어디 있나? 누구도 그녀가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나는 내 고통을 다 드러내 보였지만 나에게는 핵심 요소가 없었다. 판사는 내게로는 전혀 확장되지 않을 무언가를 브록에게 선사했다. 그것은 바로 공감이었다. 내 고통은 그의 잠재력보다 결코 더 중요하지 않았다.   - <디어 마이 네임>376, 377쪽


가해자에 대한 엄벌과 배제로는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들 한다. 모두 구조의 문제란다. 그래서 가해자도 그 구조의 피해자란다. 가해자를 용서하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공동체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한다. 참 이상적인 말이다. 그래, 그러니 성폭력 가해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작업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가해행위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며, 책임질 수 있게 만들고 있는가? 가해자에 대한 응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 회복과 일상 재구성을 위해서는 피해 사실을 잊고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이 낫다고 피해자에게 강요하는 것은 합당한가?    -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261쪽 


3.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상실의 크기


  성폭력 피해를 축소하려 드는 이들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 샤넬 밀러의 경우, 그녀는 집에서도 편안하게 잠드는 데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는다. 문앞에 물건을 쌓아 막고, 호신용품을 준비하고, 긴장 속에서 아침을 맞이한 후에야 잠이 든다. 사람들은 너는 집 안에 침입한 자에게 폭행을 당한 게 아니잖아? 하고 의문을 표하지만, 샤넬 밀러는 자신은 잠 든 상태의 취약성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대답한다. 아무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당한 폭행, 뉴스에서 보고서야, 법정 기록을 통해서야 알게 된 자신의 드러난 몸의 형태와 증거사진들.. 그녀는 단지 남학생 사교클럽만 피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취약한 상태에서 저항할 수 없이 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는, 나아가 그런 경우 그녀의 전후 행동이 낱낱이 조사되고 심판대에 올려질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야 한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특히 유포된 영상의 피해자는? 그 두려움과 불안을 감히 재단할 수 있을까? 이런 두려움과 불안, 긴장은 인간관계에도 당연히 영향을 끼친다. 피해자는 고립되기 쉽다. 



폭행이 일어난 그 밤은 내게서 어떤 속 편한 감정을 앗아갔다. 즉흥성과 무모함은 어떻게 다를까? 알몸 상태가 문란함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까? 조심성과 피해망상의 경계는 어디일까? 나는 이 점이 애통하다. 어떻게 해야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디어 마이 네임>  402쪽 

아무리 만만찮거나 자신감에 넘치더라도 나는 언제나 올챙이일 것이다. 나는 피해자가 된다는 건 그런 거라고, 당신 안에 그 작고 까탈스럽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품고 사는 거라고 믿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달이 선형이라고 말하지만, 생존자들에게 발달은 순환이다. 사람들은 위로 성장하고, 피해자는 돌면서 성장한다. 우리는 상처의 장소를 돌면서 강해지고, 나이가 들고 더 옹골차지지만, 취약한 핵심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생존은 개구리가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 바들바들 떠는 올챙이와 함께 영원히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거라고 믿는다.   -  <디어 마이 네임> 472쪽 

성폭력 피해로 생긴 부수적인 상실로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일이 어려워진 것,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기 힘들어진 것 등이 있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타인을 신뢰하고 고민을 털어놓으며 책임을 분담하는 일을 꺼리게 되었다. 또한 감각과 감정을 인지하고 조절하는 일 모두 엉망이 되었고, 문화와 예술 등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일상에 부재하거나 결핍되면서 삶이 상당히 단순해졌다. 모난 인간, 재미없는 일상, 사라지지 않는 상흔, 홀로 멈춘 것 같은 기분. 피해 이후 일상이 무너진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내 주변에는 누가 있었는지, 무엇에 흥미를 갖고 재미를 느꼈는지, 도통 모르는 것 일색이었다.   -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334쪽 


샤넬 밀러와 마녀 D의 앞으로의 활동을 응원한다. 피해자가 미래를 가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시스템이 바로서지 않으면, 정의는 구현될 수 없다.



이제까지 한국 사회는 망각을 선택했고, 피해자들에게는 기억을 강요했다. 가해자들이 미래를 계획할 때 피해자들은 과거에 머물렀다. 이제 법적 싸움이 끝난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선택권을 갖고 자신의 삶을 구상할 수 있게 조력해야 한다. 그들이 더이상 피해자로만 머물러 있지 않도록 그들의 말, 시간, 자리를 함께 지키고 찾아야 한다. 사회가 기억하고 개인은 잊을 수 있도록, 그들의 피해 회복과 일상 재구성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   -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4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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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11-23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된 글과 내용 모두 참.. 할 말이 많지만 하~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습니다.. 꾸준히 싸우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이 성으로 이루어지는 폭력은 여타의 다른 물리적 폭력들과 함께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연대하고 함께 싸울테다! 좋은 글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자...> 책을 읽고 페이퍼 한 번 더 읽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2-11-24 10:14   좋아요 0 | URL
네 건강해야 합니다, 쟝쟝님! 잘 먹고 운동하고 건강해야 싸움을 지속할 수 있지요!
그림자~ 사두셨군요. 촘촘하고 법률 얘기가 많이 나와서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디어 마이 네임> 쪽이 읽기 쉬우실 거예요.

다락방 2022-11-24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 읽기 힘든 책을 읽으셨네요. 저는 준비해 두고서도 읽기가 겁나더라고요.

오늘 페이퍼 읽으니 ‘캐리 멀리건‘ 주연의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생각이 납니다.
영화속에서는 여주인공의 친구가 위에 말씀하신 것처럼 술을 마셨고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자살을 합니다. 우리의 여주인공은 그들에게 복수를 준비하고요. 그때 그 피해를 학교에 알렸었지만 모두가 다 가해자의 미래가 약속되어 있다, 전도유망하다고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그렇다면 피해자의 미래는?‘ 을 묻는 영화라고 해요. ‘프라미싱 영 우먼‘ 은 성폭행 가해자를 풀어줄 때 했던 ‘프라미싱 영 맨‘에 대한 표현이고요.

왜 다들 성폭행 가해자의 미래가 스러질까 두려워할까요? 피해자의 미래는 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걸까요?

힘든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독서괭 님.

독서괭 2022-11-24 10:18   좋아요 1 | URL
오 프라미싱 영 우먼? 그런 영화가 있군요. 프라미싱이 뭔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Promising‘이네요 ㅎㅎ 어떤 복수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수사와 재판이 시작되면 가해자에 대한 처벌로 시선이 집중되어서 그런 건지.. 가해자가 휘저어놓은 피해자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폭행 가해자의 미래는 일단 합당한 처벌을 받은 후에 사회가 고민할 문제가 아닐런지요.
<디어 마이 네임>은 힘든 책이지만 또 필력이 좋아 읽기 쉬운 책이기도 합니다. 샤넬 밀러가 좋은 가족과 친구들, 심지어 좋은 남친(!!)을 주변에 두고 있어서 다행스럽기도 하고요. 한번 시작해보세요^^

공쟝쟝 2022-11-24 10:26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까 진짜 이상하고, 이해가 안돼요 .. 가해자 걱정하고 두둔하는 거… 진짜 성폭행 사회네요… 징글징글

건수하 2022-11-24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회가 기억하고 개인은 잊을 수 있도록... 정말 따뜻한 말이에요.
사회가 기억할 때에야 개인은 비로소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이 책을 자꾸 깜박하게 되는데,
알라딘 북토크에서 모자를 쓰고 나오셨던 마녀 D님이 생각납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많은 것이 담겨 있었던 북토크였어요.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제2의성, 가부장제의 창조, 페미니즘 철학 입문...
내년에 읽어야 할 책이 많네요. (올해는 일찍 포기..)

독서괭 2022-11-24 12:49   좋아요 1 | URL
수하님,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는 두번 읽으시려는 거죠? ㅋㅋㅋㅋ (놀림)
저는 가부장제의 창조는 읽었지롱~요!^^ 저도 페미니즘 철학 입문 담아놓긴 했는데, 내년에는 또 내년의 여성주의책읽기 도서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일단 페미니즘 서적은 그거랑 이미 사둔 책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 백래시도 있고 페미니즘의 도전도 아직 못 읽고 가지고만 있어요.
북토크는 못 봤는데 익명으로 활동하시는데 어떻게 나오실지 궁금했어요. 모자를 쓰셨군요.
수하님 올해 아직 안 끝났어요, 화이팅~^^

건수하 2022-11-24 13:08   좋아요 1 | URL
앗 왜 두 번 있는 거죠 ㅋㅋㅋㅋ 읽겠다는 강한 의지를 무의식적으로 표현한…?;; (수정했어요 ㅋㅋ)

참 D님은 모자가 아니고 가면? 을 쓰고 나오셨어요.

저는 이미 사둔 책이 너무 많아요. 이러다가 안 읽고 관심사가 바뀌는 일을 몇 번 경험했기에 자제중입니다. 페미니즘은 안 그럴 거라 생각은 하지만.. 언제 사놓고 안 읽은 책 점검 들어가야겠어요 :)

독서괭 2022-11-29 11:08   좋아요 1 | URL
가면을 쓰고 나오셨군요. D님이 더이상 분투하지 않아도 되도록 시스템이 많이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안 읽고 관심사가 바뀌는 일 저도 많이 ㅋㅋㅋ 쌓여있는 벽돌들 어떡하죠? ㅠㅠ 내년엔 안 읽은책들 좀 열심히 읽고 치워보려합니다.

그레이스 2022-11-28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너무 의미가 좋아서 한참 생각했습니다.
대체 가능한 연대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말도!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글들이네요.

독서괭 2022-11-29 11:09   좋아요 1 | URL
이런 마음을 품고 활동하신다는 게 놀랍고 신선하더라고요^^
개인이 이렇게 분투해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고요..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2-11-30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독서괭님 이 페이퍼 읽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정리하시려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어요. 작가의 노고도 엿보이고요.


읽는 것만으로도 연대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정희진


정희진쌤 말씀이 딱 맞네요. 독서괭님의 연대에 저도 함께합니다.

독서괭 2022-12-02 12:45   좋아요 1 | URL
읽는 것으로 연대한다니, 참 책읽기에 힘이 되는 말씀이네요^^
우리는 읽는 데다가 공유하기까지 하니! 한단계 업! ㅋㅋ
함께해서 좋습니다 단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