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마카롱 에디션
이디스 워튼 지음, 김애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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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랜드 아처는 명망높은 아처 가문의 상속자로서 뉴욕 사교계의 촉망받는 젊은이다. 소설은 그가 어슬렁어슬렁, 사교계의 관습에 따라 다소 늦장을 부린 후 오페라 무대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의 약혼녀(가 될) 메이 웰랜드가 자리한 관람석에 운명의 그녀- 엘렌 올렌스카 부인이 나타나자, 오페라를 보러 왔지만 실은 다른 이들의 동정 살피기에 바쁜 사교계 인사들이 모두 술렁인다. 작가는 이 첫 장면에서 1870년, 뉴욕 사교계의 분위기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올렌스카 백작과 결혼해 프랑스에서 엄청난 명성과 부를 누리다가 남편을 떠나 비서와 도주했다는 소문과 함께 등장한 엘렌, 그녀 주위로 폭풍이 몰아치리라는 예감이 들면서 독자의 흥미를 끈다. 


뉴랜드 아처는 기존의 관습에 의문을 던지며 엘렌을 옹호하는 한편, 약혼녀 메이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 작가는 뉴랜드가 읽는 책들(진보적인 과학서적 등)을 슬쩍 보여주며 그가 틀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의 그런 성향을 폭발시켜 실제 삶에 적용하게 만든, 당연시 여기던 것들에 의문을 던지게 만든 계기는 엘렌이라는 존재다. 엘렌을 향한 욕망은 그 실현을 가로막는 온갖 사교계 관습과 메이라는 인물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마치 눈으로 만들어진 형상 같은 그녀의 순수는, 이를 부수는 지배자의 쾌락을 맛보기 위한, 아처가 원하고 소유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아처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었다.

이건 좀 상투적인 생각이었다. 결혼식을 앞둔 젊은 남자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여기에는 양심의 가책이나 자기 비하가 따르게 마련이나, 사실 뉴랜드 아처에게는 그러한 느낌들조차 없었다. 그는 (마치 새커리의 상류사회 영웅들이 종종 그런 식이어서 아처를 화나게 하듯이) 그녀가 주고자 하는 흠결 없는 책의 한 장에 대한 교환물로, 그만큼 순수하고 하얀 페이지를 건네줄 수 없다고 해서 한탄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메이처럼 자라왔다면, 숲 속의 아이들처럼 인생에서 쉽게 잘 속아 넘어가는 바보들로 살 거라는 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왜 신부에게 자신이 경험해 온 자유가 허용되지 않았는지 아무리 고심해 보아도, (그가 가졌던 일시적 기쁨과 남성적인 허영에 대한 열정 같은) 정당한 이유를 생각해 낼 수 없었다.   - 59쪽


메이의 순수를 높이 여기고 은방울꽃을 선물하던 뉴랜드의 입장 전환. 어쩌면 엘렌에게 다가가기 위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무의식적 노력의 일환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입장을 다진 후, 그는 점점 엘렌에게 다가간다. 그는 (비록 명문가 자제의 의무치레였을지라도) 법률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엘렌의 사촌 메이의 약혼자였기 때문에, 집안의 명예가 달린 엘렌의 향후 처신과 관련하여 조언이나 설득을 부탁받으며 자꾸 엮인다. 엘렌의 태도는 미묘하다.그러나 결국 뉴랜드는 마음을 고백하고, 엘렌의 마음도 확인하게 되는데, 그 순간 도착한 메이의 전보. "결혼식을 앞당기게 되었어!" 두둥~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일일드라마 뺨치는 전개로 끝난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결혼식이 열린다. 뉴랜드는 거의 영혼이 반은 나가있는 상태로 결혼식에 임한다.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전형적이고 답답한 결혼생활이 이어지던 와중, 그는 몇번의 엇갈림 끝에 엘렌과 재회하게 된다. 뉴랜드는 엘렌에게 도망가자고 구애하고, 엘렌은 거절하면서도 흔들린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리라 여겼던 메이는 사실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사교계에는 뉴랜드와 엘렌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이미 파다했던 것. 메이는 엘렌에게 임신을 했다는 거짓말을 하여 엘렌을 떠나게 만들고, 남편에게 돌아가기를 거부한 엘렌을 불편하게 여기던 사교계 사람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그녀에게 환송파티를 열어준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끝났다. 그리고 몇십년뒤, 메이가 먼저 사망한 후 첫째 아들과 함께 엘렌이 살고 있는 파리에 방문하게 된 뉴랜드는 함께 엘렌을 만나자는 아들의 요청을 거절한다.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 마음속에 간직한 애틋한 연정.. 

그런 이야기로만 이 책을 읽을 수 없었던 것은, 메이 웰랜드라는 인물 때문이었다. 

뉴랜드가 화자로서 내세워진 이 소설 속에서 메이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은방울꽃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처녀 메이는 엘렌의 강렬한 매력의 그림자에 가려진다. 뉴랜드는 처녀의 순수성을 잘 지키다가 남편에게 넘겨주는 관습에 의문을 표하고, 여성에게도 그가 누린 만큼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아무리 메이 웰랜드에게 눈을 뜨라고 해도, 그녀가 단지 멍하니 텅 빈 곳을 본다면 어쩔 것인가?"(100쪽) 한탄한다. 그가 메이의 눈을 뜨게 하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가문과 단단하게 엮인 그녀가 가문의 관습에서 벗어나기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메이 웰랜드,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 '가정의 천사'로서 밝은 모습을 유지한다. 그 속이 얼마나 썩어 들어갔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뉴랜드는 메이가 죽기 전 아들에게 '너희 아버지는 나와 결혼하면서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했다'고 말한 사실을 뒤늦게 전해듣고서야 자기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연민한 사람이 메이였음을 꺠닫는다. 뉴랜드가 가장 원하던 것을 포기한 결과 좋은 환경에서 클 수 있었던 아들과 딸. 뉴랜드가 늘 답답하게 여겼던 결혼생활이 포기한 연정보다 가치없는 것일까? 


제목을 <순수의 시대>라고 지은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다. 

우선은 위선과 허위, 허영으로 가득한 사교계 속에서 가장된 순수, 즉 메이 웰랜드가 표상하는 순수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뉴랜드와 메이의 아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세대, 즉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는 시대와 달리, 원하는 걸 가질 수 없는 제약 속에서 오히려 순수하게 보존되는 무언가가 있었던 시대, 바로 뉴랜드와 메이와 엘렌의 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도 느껴지는 듯하다. 작가 자신이 뉴욕 명문가에서 태어나 유럽에서도 오랫동안 살았고, <순수의 시대>는 1862년생인 이디스 워튼이 1920년에 발표했다고 하니 그 자신이 느낀 뉴욕과 유럽, 1870년과 1920년 무렵의 세대 변화를 잘 담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뉴랜드를 보고 있으면 차암 팔자 조오타.. 싶어지긴 하는데, 그럼에도 그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며 읽어나가게 되는 것은 작가의 섬세한 필력 덕인 것 같다.


이디스 워튼을 더 읽고 싶다. 앗, 집에 <기쁨의 집>이 있었지? 하고 찾아보니 2권 밖에 없다.. 잉?

검색해보니 따로따로 사긴 했지만 1,2권 모두 샀는데.. 판 내역도 없는데.. 

본가에 있나 싶어 엄마에게 물어봤지만 없다고 한다. 

오, 그렇다면 이참에 표지갈이?? 하고 찾아봤으나 <기쁨의 집>은 내가 산 펭귄클래식코리아 밖에 안 나와있다..잉??

<순수의 시대>만큼 히트친 작품이 아니라 그런가보다. 할 수 없다. 1권을 다시 살 수 밖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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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4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4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4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4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23-05-04 14: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연정과 맺어졌대도 ‘결혼생활’은 엇비슷해졌으리라는 데에 제… 손가락은 소중하니 ㅋㅋㅋ 제 깎은 손톱을 걸겠어요!!! ㅋㅋㅋ 이 무슨 소리 ㅋㅋㅋㅋ
일케 헛소리 써놓고 생각…하다가 골치가 아파와서, 뉴랜드 바보똥멍충이!!!!!!!!!!! (혹시 메이가 스트레스로 죽은 건 아닐까욥?)

독서괭 2023-05-04 15:38   좋아요 2 | URL
아악 ㅋㅋㅋㅋ 엘렌과 맺어졌어도 결혼생활은 엇비슷 ㅋㅋㅋㅋ 완전 정곡을 찌르신 듯 합니다 ㅋㅋㅋ
난티나무님, 저는 메이가 스트레스로 죽었다는 데에 제 깎은 손톱을 걸어보겠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3-05-04 17:08   좋아요 2 | URL
수하 님의 깎은 손톱이 여기서 나왔군요!!

건수하 2023-05-04 22:16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 난티님이 원조~

다락방 2023-05-04 15: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 기쁨의 집은 민음사 판으로는 <환락의 집> 으로 있으니, 표지갈이 하셔도 된다고 봅니다. ㅎㅎ

2. <이선 프롬>은 한 권짜리인데 강추합니다.

저는 <순수의 시대>에서 아처와 엘렌한테 이입했던 것 같아요. 저는 언제나 사랑 이야기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들의 쪽이거든요. 그런데 오늘 독서괭 님의 리뷰 읽고나니, 아 이번에는 메이의 입장에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어쩜 그렇게 잔인했을까요? 가슴속에 다른 여자 품고 사는 남자와 아이까지 낳고 살아가는 그 마음은 어땠을지. 흑 ㅠㅠ

독서괭 2023-05-04 15:43   좋아요 2 | URL
1. 제목이 달랐다니!!! 생각도 못했어요. 꿀정보 감사합니다~ 신나는 표지갈이~~ ㅋㅋ
2. 이선프롬, 여름 이런 작품들 읽고 싶은데 새책을 사긴 좀 그래서 ㅠㅠ

저도 첨엔 아처와 엘렌한테 이입했어요~ 다 읽고 나서도 그 아련한 감성은 좋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래도 저는 결혼한 여자라 그런지 ㅋㅋ 곰곰 되씹어볼수록 메이에게 마음이 가더라고요. 가슴속에 다른 여자 품은 거 뻔히 알면서 모른척 가정을 유지하는 그 마음 ㅠㅠ 전 남성작가가 이 이야기를 썼다면 메이 캐릭터가 평면적이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디스 워튼이 썼기에.. 그 이면이 보였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잠자냥 2023-05-04 16:16   좋아요 2 | URL
저도 <이선 프롬> 강추....
저는 민음 <환락의 집>으로 읽었어요. 여기도 대환장파티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5-04 16:41   좋아요 2 | URL
이디스 워튼이 쓰지 않았다면 밋밋했을 거라는데 저도 깎은 손톱을 걸겠습니다. 안나 카레니나 읽을 때 (자세히 묘사하려 노력할 수록) 여주에 잘 감정 이입이 안 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락방 2023-05-04 17:08   좋아요 3 | URL
수하 님의 깎은 손톱… 수하님은 개구쟁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5-04 21:06   좋아요 2 | URL
깎은 손톱 걸기.. 유행하나요?ㅋㅋㅋㅋ
이선 프롬 꼭 읽어야겠군요!

책읽는나무 2023-05-06 1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틀 전에 손톱을 깎은 잡니다.
손톱을 괜히 버렸?ㅋㅋㅋ
전 책은 안 읽고, 영화로 봤었거든요.
세 주인공이 모두 피해자이자 답답한 주인공들로 보여졌습니다만...엘렌과 메이 두 여성이 굉장히 속 깊고 현명한 여성들이었기에 자식들이 잘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메이가 안됐더군요. 그런 남편을 말 없이 한평생 지켜보고 살았다는 건ㅜㅜ
전 영화 볼 때 엘렌 넘 얄밉다! 그러면서 봤어요. 아처는 왜 저래? 했구요ㅋㅋ
마지막 장면 엘렌을 만나지 않고 아들과 함께 돌아서는 장면은 좀 아련미가 있긴 했지만, 그 정도의 양심은 갖춰야지 않나? 뭐 그런....^^
저도 기혼자의 시선으로 흐름을 지켜 봤던 것 같네요^^;;;
그리고 책도 읽어봐야겠다! 하면서 손을 놓아 버렸네요^^
리뷰 굉장하네요. 역시 👍

독서괭 2023-05-08 12:49   좋아요 1 | URL
오 책나무님, ˝그 정도의 양심은 갖춰야지 않나?˝ ㅋㅋㅋㅋ 기혼자의 시선 ㅋㅋㅋ
우리 기혼자들에게 연애세포는 사라진 걸까요?^^; 좀 슬프구만요..
전 영화 못 봤는데 궁금해요. 어떻게 표현했을지..
아처를 화자로 내세우면서도 두 여성의 심리를 따라갈 수 있도록 쓴 것 같아서 좀 신기하더라구요. 이디스 워튼은 <이선 프롬>도 남성 화자 작품이던데, 많이들 강추하셔서 매우 궁금합니다.
깎은 손톱은 추후 어디에 걸 일 있을지 모르니 앞으로는 잘 모아두시구요 ㅋㅋㅋ
칭찬 감사합니당^^
 

둘째의 근황을 궁금해하시는 고마운 알라디너님이 계셔서 보고합니다.

귀요미 둘째는 여전히 귀욤합니다. 여전히 택배 뜯기 담당이지만 예전 같은 열정은 없고요. 

애교는 더욱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례1 : 손 잡고 걸어가다가 갑자기 내 손등에 쪽 뽀뽀하고는 쳐다보면 눈웃음 

사례2 : 밥 먹다 말고 갑자기 귓속말로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하고 눈웃음

사례3 : 앉아 있는데 와서 다리에 부비적대길래 "졸립구나?" 하니 "아니 그냥 엄마가 좋아서" 하고 눈웃음 


뭐 이렇습니다.. ㅋㅋ 

힘 조절을 못하고 하도 귀찮게 굴어서 첫째가 화낼 때도 많지만, 둘째가 누나를 많이 좋아하다 보니 첫째도 동생을 귀여워하는 편입니다. 이렇게 계속 귀여워야 할텐데.. 


(존댓말 끝)


그나저나, 2, 3월로 계획했던 <제2의 성>을 4월 중순에야 비로소 끝내고,

4월 책 <나혜석, 글쓰는 여자의 탄생>을 읽고 있다. 그런데 나혜석님, 놀랍다. 한국의 보부아르가 아닐까! 계약결혼 주장, 산아제한 주장 등 시대를 앞서나간 비범한 여성. 하지만 프랑스가 아닌 조선이었으므로 그 삶은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나혜석은 "자기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데˝ 패배 란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고통도 그녀에게는 부차적인 것이었다. ˝우리의 가장 무서워하는 불행이 언제든지 내습할지라도 염려 없이 받아넘길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아무러한 고통이 있을지라도 그 고통 중에서 일신일변할지언정 결코 패배를 당할 이치는 만무하다.˝   - 13쪽 


너무 멋있지 않습니까..? 언니..!! 

나혜석의 단편소설 '경희'에는 당시 신여성을 흰눈뜨고 바라보던 시선이 느껴진다. 신여성은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별 쓸모도 없는 공부나 한다며 나댄다는 시선. 그런 시선을 가지고 찾아온 사돈 마님에게, 경희의 어머니는 경희가 집안일을 얼마나 살뜰히 잘하는지, 또 여자라도 공부를 하니 일본사람이 찾아와 높은 급료를 제시하며 데려가라고 했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자랑스레 한다. 그러나 결국 부모는 경희를 시집 보내지 않고서는 못 배긴다. 시집 가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경희는 말한다.  


˝아버지, 안자[顔子, 안회(顔回)]의 말씀에도 일단사(一單食)와 일표음 (一瓢飮)에 낙역재기중(樂亦在基中)(*한 그릇의 소쿠리 밥과 한 표주박의 물을 마시고 팔베개하여 눞더라도 즐거움이 그 가운데 있다는 뜻)이라는 말씀이 없습니까? 먹고만 살다 죽으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금수이지요. 보리밥이라도 제 노력으로 제 밥을 제가 먹는 것이 사람인 줄 압니다. 조상이 벌어 놓은 밥 그것을 그대로 받은 남편의 그 밥을 또 그대로 얻어먹고 있는 것은 우리 집 개나 일반이지요.˝ 하였다.  - 64쪽 '경희'중


이리 멋지고 당당하게 말해놓고 방에 돌아와서는 울며 내가 뭐라고 부모의 뜻을 거역하나, 공부해서 뭣하나 하는 생각에 괴로워하는 경희의 모습은, 당시 많은 신여성들의 마음을 괴롭혔던 문제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한다. 공부한다고 남자처럼 나대서는 안 되고 기존 여성이 해왔던 일들도 잘 해내야만 겨우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여자 치곤"이라는 의미일 뿐, 여성으로서는 진짜 남자만큼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간한 천재"가 아니면 안 된다고 경희는 자조한다. 


나혜석은 실제 남편 이영구와 나눈 대화를 '부처 간의 문답'이라 하여 발표하기도 했는데, 진보적인 여성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남성들을 시원하게 비판한다.



처: 암, 말대로만 하면 어려운 것은 없을 터이니까 누구든지 여자가 입지를 세워 놓고 그거에 대하여 항상 충실한 태도로 있을 것 같으면 일부러 심청(심술) 부리는 남자 아니고야 감복 아 니 할 것이요. 이해 못 할 것이 있겠소? 다 여자 자신에게 달린 것 이지요.
부: 아따, 참 장하시군.
처: 그럼, 장하고말고, 미구에 여자들이 다 나와 같이 자각해 보구려. 그까짓 하나만 알고 둘도 생각지 못하는 남자들 무슨 일이 있답디까?
부: 왜, 남자는 그대로 있나, 남자는 또 그대로 자꾸 진보해 갈 것인데.
처: 다른 나라 남자들은 그러할지 모르거니와 굴레를 벗지 못 하는 조선 남자들에게 진보가 있으면 몇 푼어치가 있겠소? 그중 에도 되지 못한 것일수록 제 앞 하나 꾸리지 못하는 것이 언필칭(말을 할 때마다 이르기를) 여자가 어떠니 어떠니 하는 것을 보면 참 아니꼬와. 3년 전에 먹은 오례송편이 다 나올 듯하지. 실상 학식 있고 인격 있는 남자들이야 다 자기 앞을 꾸려 가려기에 어느 여가에 여자 타령할 여유가 있답디까?   - 125~126쪽 '부처 간의 문답' 중


그러게요. 제말이 그말입니다 언니!!

하지만 '이혼 고백장'을 읽고 있으려니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자유롭고자 했던 여성도 시가와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가 없구나..  



<제2의 성>에 <순수의 시대>가 언급되어 갑자기 읽고 싶어졌다. 마침 가지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아, 이래서 미리미리 책은 사서 쟁여두는 게 답인가.. 




처음 만나는 이디스 워튼. 1870년경 미국, 뉴욕의 사교계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뉴랜드 아처'라는 남성은 뉴욕 사교계의 명문가 자제로서 사교계의 모든 관습들을 충실히 따라왔으며, 누구나 완벽한 결합이라 칭송할 만한 가문의 아름다운 처녀 메이 웰랜드와 약혼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뚜둥~ 오랫동안 미국을 떠나 유럽에서 백작과 결혼하여 지냈던, 메이 웰랜드의 사촌, 올렌스카 백작부인이 뉴욕에 나타나면서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이 흔들리게 되는데... 


뉴랜드 아처(그런데 뉴랜드에 웰랜드라니 웃긴당)는 사실 꽤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뉴욕 사교계의 관습에 순응하던 그에게 엘렌 올렌스카라는 균열은 비판적 사고에 눈뜨게 하는 계기가 된다. 사교계가 원하는 바에 따라 순수하고 천진하게 자란 메이 웰랜드. 그녀를 바라보는 아처의 시선이 변화하는 과정이 섬세하다. 

<순수의 시대>는 사교계 중심에 있는 사람이 사교계를, 남녀관계에서 권력을 가진 쪽인 남자가 그 관계를 스스로 비판하는, 내부고발자적 작품이라 더 흥미롭다. 

 


"여성들은 자유로워야 해요. 남자들이 자유로운 만큼 말이에요˝ 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사실 이는 그가 속한 세계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여겨져야 할 문제의 핵심을 건드린 것이었다. 아무리 학대 당해도, ‘휼륭한‘ 여성은 자유 같은 건 절대로 요구하지 않아야 했다. 그리하여 아처와 같이 마음이 너그러운 남자들이 다른 이들과의 열면 논쟁 속에서 그런 주장에 동의를 구하려는 기사도의 용기를 발휘한다. 이러한 말뿐인 관용은 사실상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전통이라는 구실로 묶어두고 세월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관습을 기만적으로 위장한 것에 불과했다. (...)  ‘품위 있는‘ 남자로서 자신의 과거는 감추고 결혼 적령기 처녀인 메이의 과거는 절대 숨길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혹시 사소한 것들을 알게 되면서 지겨워하고, 서로 화를 내거나 오해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처는 친구들의 (다른 이들이 행복하다고 여기는) 결혼 생활 중, 그가 꿈꾸는 메이 웰랜드와의 열정적이고 부드러운 부부 관계에 대한 답이 될 만한 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러한 관계를 위해서는 경험과 다양한 기교, 그리고 자유로운 판단력을 갖추어야 했는데 메이는 지금까지 이런 것들을 세심하게 배제하는 교육을 받아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결혼이 그러하듯이, 그들의 결혼 역시 한 사람의 무지와 다른 한 사람의 위선으로 유지되는 물질적이고 사회적인 이해관계의 결합이 될 거라는 암울한 예감이 밀려왔다. -  56,57쪽


그녀는 단지 누군가에게 들은 말을 반복하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녀의 스물두 번 째 생일이 곧 다가오고 있었다. 아처는 나이가 몇 살이나 되어야 이 멋진 여성이 자기 주관에 따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겼다.
나이가 들어도 안 되겠지. 우리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는 생각에 잠겨 실러턴 잭슨 씨한테 ˝여자들은 우리만큼 자유로워야 합니다˝ 라고 부르짖던 광기 어린 분노를 기억해 냈다.
메이의 안대를 벗기고 세상을 제대로 보게 해야 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이전 세대 여성들이 그 안대를 벗으려 했다가 실패 한 채 결국 가족의 지하 납골당으로 다시 내려가야 했던가? 그는 과학책에 나오던 새로운 이론 몇 가지를 기억해 냈는데, 사람들이 많이 인용하는 켄터키 지하 동굴 물고기의 사례를 떠올리고는 약간 전율했다. 그 물고기는 눈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퇴화했다고 한다. 아무리 메이 웰랜드에게 눈을 뜨라고 해도, 그녀가 단지 멍하니 텅 빈 곳을 본다면 어쩔 것인가? -100



전통적인 결혼은 여자에게 남자와 더불어 자기를 초월하도록 권하지 않는다. 결혼은 여자를 내재 속에 가두어둔다. 그러므로 여자는 과거의 연장인 현재에 머물며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안정된 생활을 이룩하는 것, 다시 말해 행복을 이룩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을 목표로 세울 수 없다.  - <제2의 성> 612


 결혼으로 인해 내재 속에 갇히게 되는 것은 여자다. 그러나 <순수의 시대>에서 뉴랜드 아처 또한 사교계의 관습이라는 보다 큰 굴레에 갇혀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법률회사에 출근하지만 그것 또한 관습에 의한 의례일 뿐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니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아처는 태연하게 사교계의 관습을 무시하며 그의 세계에 또박또박 걸어들어온 엘렌 올렌스카에게 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1부 마지막, 아처가 그의 마음을 고백하자마자, 전보가 온다. 결혼식이 앞당겨진다는 메이의 전보. 뚜둥~ <순수의 시대>가 당시에도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을 듯. 아주 쫄깃한 재미가 있다. 아처는 메이와 결혼함으로써 꼼짝없이 매여 버린다. 그는 메이와 함께 할수록, 메이와의 거리를 느낄 뿐이다. 체념하고 다시 사교계에 적응해가던 아처, 그러나 아내와 사촌인 엘렌의 소식은 계속 들려올 수밖에 없고, 두사람이 만나게 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이디스 워튼을 이제야 만난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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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4-27 1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얼마나 좋으면 밥 먹다가!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9 10:53   좋아요 0 | URL
뜬금없이 갑자기, 가 애교 포인트 아닌가 합니다 ㅋㅋㅋ

건수하 2023-04-27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둘째는 귀여운데…
그 뒤의 이야기는 귀엽지 않네요 ㅎㅎ

저는 둘째가 없어서 그런가 그렇게 귀여운 모습을 보지 못하였…..

독서괭 2023-04-29 10:59   좋아요 1 | URL
ㅎㅎ 주변에 둘째 있는 분들이 많은데 첫째에 비해 둘째가 애교가 많다는 게 중론입니다. 하지만 항상 예외는 있으니…

우끼 2023-04-27 14: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뉴랜드 웰랜드 이 이름 정말 재밌네요.. 뉴랜드라서 진보적인…??

독서괭 2023-04-29 10:59   좋아요 2 | URL
여자가 남자 성을 따르니 메이 아처가 되었지만, 반대였다면 뉴랜드 웰랜드가 될 뻔 했어요 ㅋㅋㅋ

다락방 2023-04-27 16: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둘째들은 애교를 타고나는가 봐요. 저희 둘째 조카도 남자 아이인데 엄청 애교가 많거든요? 그런데 첫째는 애교는 커녕 차갑고 도도하기가... 하하하하하. 둘이 엄청 싸워요 ㅠㅠ 둘째는 누나바라기인데 누나는 동생을.... ㅠㅠㅠㅠㅠ 그런데 다른 분들 얘기 들어보니 그것도 둘째가 좀 더 크고 나면 괜찮아진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순수의 시대 저도 좋아해요! 저는 민음사 고전으로 읽었어요. 이 소설 읽고 ‘마음 속 성소에 사람을 묻어둔다는 것‘에 대해 고개 끄덕였어요. 누구나 자기 마음 속 성소가 하나쯤 있지 않나,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도..

ㅋ ㅑ ~

잠자냥 2023-04-27 17:19   좋아요 7 | URL
저도 즤 집에서 둘째입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4-27 18:01   좋아요 8 | URL
………네? 🙄

은오 2023-04-27 21:25   좋아요 7 | URL
헐....

독서괭 2023-04-29 11:14   좋아요 2 | URL
대체로 첫째는 애교가 없고 둘째가 애교가 많은 듯 합니다. 생존본능이 아닐까요?? 둘째는 누나바라기인데 누나가ㅋㅋㅋㅋ 동생들의 운명이 아닐까 합니더..
다락방님도 순수의시대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지금 2/3 정도 읽었는데 좋습니다.캬~ㅋㅋ
/ 충격! 잠자냥 둘째로 밝혀져.. 둘째 애교유전자를 주장하던 독서괭 동공지진 ㅋㅋㅋ
혹시 잠자냥님 동생도 있으신가요? 위에 형제랑 나이차가 많다든가??

햇살과함께 2023-04-27 17: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 귀엽던 둘째가 보고 싶네요^^
요즘 점점 말 안 듣는 둘째 보고 맨날 그 귀엽던 아이는 어디 갔냐고, 돌려 달라고 ㅋㅋㅋ

독서괭 2023-04-30 10:50   좋아요 1 | URL
햇살님 둘째도 귀여웠…지요? 말 안 듣는다 하시니 저의 미래가 보이는 듯한 ㅋㅋㅋㅋㅋ

은오 2023-04-27 21: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매는 애기땐 친하다가 이제 좀 크면....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남매인데욬ㅋㅋㅋㅋㅋㅋㅋ곧 동생이나 누나가 방에 들어오면 아 꺼지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ㅋㅋㅋㅋ

독서괭 2023-04-30 10:50   좋아요 0 | URL
남매의 한계가 있는 듯요 ㅠㅠ 어릴때라도 친하면 다행 ㅋㅋㅋ 은오님도 남매이시군요. 둘째신가요?

psyche 2023-04-28 0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둘째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너무너무 귀엽네요! 저희집을 보면 다 커도 큰 애의 동생 사랑은 계속 됩니다만... 남동생이 누나에게 시쿤둥,무뚝뚝해 지더라고요. 속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독서괭 2023-04-30 12:20   좋아요 0 | URL
큰 애의 동생 사랑이 계속된다니 기특하네요~~ 동생도 속에는 사랑이 있겠지요? 저희 애들은 크면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책읽는나무 2023-04-28 06: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둘째 넘 사랑스럽네요. 어쩜~♡
전 남동생이 둘이나 있는데요.
어릴 땐 엄마가 데리고 놀라고 누나의 의무감을 심어주어 한 번씩 고무줄 뛰기할 때 데리고 논다는 전제하에 친구들이랑 동생 다리에 고무줄 끼워 세워 놓았던 막내 동생이 너무 가여웠던 기억이 늘 떠오릅니다ㅋㅋㅋ
사춘기 때는 종종 싸우기도 했었는데 그 양심적 기억 때문인지? 성인이 되어서도 남동생들은 좀 이쁜 것 같아요.
이젠 엄마가 없으니 동생들도 저에겐 엄마처럼 대하는 것 같구요.
괭 님네 아가들도 성인이 되어서도 속으로 은근하게 생각하며 잘 지낼 것 같아요.
둘째는 여전히 엄마를 좋아할 것 같네요.^^
저렇게 밥 먹다가도 애정 표현하는 아들이라니? 부럽습니다.
울 큰 아들은 밥 언제 차려 주나? 그것만 생각하는 것 같던데.....ㅋㅋㅋ

독서괭 2023-04-30 16:40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고무줄 끼워 세워 놓은 동생 ㅋㅋㅋㅋㅋㅋ 너무 상상됩니닼ㅋㅋㅋ 저도 언니에게 어릴 때 많이 당한(?) 기억이.. 고무줄은 아니었지만요 흠흠
사춘기 때야 다들 싸울 것 같고, 사춘기 이후에는 언제 밥 차려줄지만 생각하는것도 다들 그럴 것 같네요 ㅋㅋ 다 커서 저렇게 애정표현하면 좀 징그러울 듯도요 ㅎㅎ
저희 첫째가 책나무님처럼 좋은 누나가 되어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형제는 큰일이 있을 때 든든한 것 같긴 합니당^^
 

거창한 제목입니다..ㅋㅋ

하지만 오랫동안 충동구매를 참아온 독서괭을 무너뜨린 굿즈가 있어, 자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어제 일하다가 문득, 종이를 눌러 놓을 문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게 세상 급한 일인 것처럼 허겁지겁 알라딘에 들어가 책과 문진을 담았습니다.

얼마나 급하게 했는지 오랜만의 땡투 기회도 깜박 ㅠㅠㅠ 

주문한 날 밤에 땡투를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읽지 않은 책장을 바라보며 충동구매를 후회했더랍니다.

하지만 어제! 포장을 뜯고 문진을 확인한 순간 후회는 날아가고!! 

이거다! 역시 알라딘은 굿즈 천재다!! 하며 내면의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바로 이거! 




앨리스 문진! 

다른 분들 서재에서 몇번 봤지만 예쁘다 생각하면서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실물을 보니 정말 마음에 쏙 듭니다. 

애들이 볼까봐 얼른 숨겨서 ㅋㅋㅋ 회사로 챙겨옴. 아아 오늘은 더욱 일이 잘 될 것 같아요♥


문진을 사기 위해 산 책들은 요거. ㅋㅋ



  













<한자의 풍경>은 좀 생뚱맞지만, 얼마전 신간 소개에 혹하여 담아두었던 책. 두껍습니다..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는 잠자냥님 강추로 얼떨결에 담아뒀던 책인데 예상보다 너무 빨리 샀네요 ㅋㅋ 

하지만 땡투 깜박... 적립금 플렉스 잠자냥님은 쿨하시지만 제가 억울 ㅠㅠ 

<우다다 꽁냥파크>는 어제 첫쨰가 바로 붙잡고 다 읽었는데, 아주 재밌어했습니다. 2권 나오면 살 예정. 

문진 외에도 흄세 시즌4, 우다다 꽁냥파크 엘홀더도 받음..


어쩌다 보니 4월에 책을 4권이나 사버렸다??(얼마전 2권 삼) 

다시 한번 새해 계획을 되새기며 5월부터는 자린고비 독서괭으로 돌아가겠다 결심해 봅니다. 


참, 오늘 아침 <제2의 성> 밑줄을 옮기느라 한참 걸렸는데, 밑줄이 워낙 많지만 그래도 아이폰 새 기능 덕에 무난히 완료! 

일전에 미미님이 알려주셨던가요? 카메라 자체에 텍스트 복사 기능이 생겼다고. 업그레이드를 하고 나니 그 기능이 생겨서 이용중인데 아주 편합니다. 특히 카메라 찰칵 소리가 나지 않으니 공공장소에서 더 유용할 듯요.


저는 이제 앨리스 문진와 함께 신나는 업무시간을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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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4-26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텍스트 복사 은오 님이 페이퍼 작성하셨던 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문진을 갖고 싶은 생각이 들질 않아서 정말 다행이지 뭡니까! 저는 파우치 받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6 10:36   좋아요 0 | URL
앗 그러게 은오님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락방님 기억력!
문진 욕심은 없으시군요?(의외) ㅋㅋㅋ 파우치도 좋아보이더라고요..하지만 집에 많아서..문진은 한개도 없거든요 ㅋㅋㅋ

다락방 2023-04-26 11:15   좋아요 2 | URL
저는 펀치라든가 주변 도구를 문진 대신 이용하기 땜시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6 13:1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랬습니다만.. 갑자기 필수품 처럼 느껴지지 뭡니까? 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4-26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진에 여러 분께서 유혹을 당하신듯요^^ 앨리스 문진 이쁘네요ㅎㅎㅎ <한자의 풍경>은 저도 샀습니다! 4월이니 4권, 5월엔 5권 어떨까요?^^*

독서괭 2023-04-26 10:37   좋아요 2 | URL
제 기대보다 더 예뻐서 대만족입니다^^
오 화가님 <한자의 풍경> 사셨군요! 저보다 빨리 읽으실 듯요 ㅋㅋ
5월엔 5권이라니 새파랑님 같은 말씀을 ㅋㅋ

거리의화가 2023-04-26 10:39   좋아요 1 | URL
ㅋㅋ 새파랑님을 소환해보았습니다. 아마도 나중에 등판하실 것 같지만!ㅋㅋㅋ 저는 윤동주 문진으로 골랐어요ㅎㅎㅎ

독서괭 2023-04-26 13:1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윤동주 문진 구경하고 왔습니다!

자목련 2023-04-26 1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앨리스 문진, 보며 볼수록 예쁩니다. 문진이 필요하냐고 계속 묻고 아니라고 답하고...
대리만족으로 참아볼까 합니다. ㅎ

독서괭 2023-04-26 10:37   좋아요 1 | URL
제말이 그말입니다 자목련님, 문진이 필요하냐..진짜 필요하냐? ㅋㅋㅋ 근데 갑자기 필요한 것 같은, 필수품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ㅋㅋㅋ 급히 샀답니다. 홀린 거지요..하지만 후회하지 않겠어요!

건수하 2023-04-26 1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앨리스도 예쁘고, 지구에서 달까지 도 예쁘지만…. 유혹을 이겨냈습니다.

의지의 독서괭님이 무너지셨다는데 왜 반갑죠 ㅎㅎ :)

독서괭 2023-04-26 10:38   좋아요 4 | URL
ㅎㅎ 수하님 지구에서 달까지 고민한다고 하셨던 댓글 봤어요. 참아내셨군요!! 지구에서 달까지는 다 나갔는지 선택지에 없었던 듯??한데 저는 앨리스가 더 맘에 들더라고요.
반갑다고 하셔도 자주 무너지지는 않겠습니다.. 진짜요.. ㅠㅠ

잠자냥 2023-04-26 12:03   좋아요 4 | URL
헉 지구에서 달까지 그새 품절이에요? 아아.........
다행이다.. 이번달엔 그만할게요.
근데 그거 갖고 싶네.. 지구에서 달까지............ㅠㅠ

독서괭 2023-04-26 13:19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도 앨리스 문진 사셨었죠?

책먼지 2023-04-27 10:39   좋아요 1 | URL
유일하게 지구에서 달까지만 갖고 싶었는데!! 책 좀 그만 사라고 온 우주가 다그치네요

독서괭 2023-04-27 13:19   좋아요 2 | URL
책먼지님/ 오 딱 품절된 그것! 제일 인기가 많았나 봅니다. 다시 나오지 않을까요? ㅋㅋ

건수하 2023-04-27 13:44   좋아요 1 | URL
제가 친구한테 문진을 보여줬더니 두세달 안에 알라딘 오프매장에 풀릴 거라고 예언하더군요. 과연…?;;

햇살과함께 2023-04-26 1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진도 독서대도 잘 안쓰는 저는 굿즈 땜에 책 사는 경지는 아직은 멀었네요 ㅋㅋㅋ
이쁘지만 갖고 싶진 않고 플친님들 산 거 구경하는 건 좋네요~
저는 지하철뿐만 아니라 책상에서도 책을 한손으로 들고 읽는게 버릇이라^^

독서괭 2023-04-26 13:20   좋아요 1 | URL
햇살님 굿즈 땜에 책 사는 경지가 멀었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한창 굿즈 땜에 책을 사던 시기를 지나 작년부터 매우 절제하고 있습니다만.. 오랜만에 굿즈 욕심에 책을 샀네요 ㅎㅎ
그래도.. <제2의 성> 같은 건 한손으로 들고 못 읽지 않으셨나요? 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4-26 17:16   좋아요 2 | URL
그건 두 손이 필요 ㅋㅋㅋ

공쟝쟝 2023-04-26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찰 칵 소리가 나지 않으니 회사에서 몰래 페이퍼 쓰기가 매우 편하다는 뜻으로 읽고 제2의 성을 기다리겠나이다 🙏

독서괭 2023-04-26 13:2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회사에서 몰래 하기 좋은데 오늘 아침 일찍 해버렸네요 ㅋㅋ 제2의 성 발췌한 게 너무 많아서 큰일입니다 뜨아..

잠자냥 2023-04-26 12: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왈 : ˝문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멋지다 문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6 13:21   좋아요 1 | URL
우리 문지니~~♥ 쓰담쓰담

잠자냥 2023-04-26 1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진은 지금 보니 제가 제일 갖고 싶던 것과 제일 안 갖고 싶던 거 딱 2종류만 남았네요.....
내 취향 무엇?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구에서 달까지 가도록 갖고 싶다......미치도록.. ㅠㅠ)

독서괭 2023-04-26 13:22   좋아요 2 | URL
오호 잠자냥님 제일 갖고 싶었던 것이 앨리스인가요? 달까지는 품절이 맞나 보네요. 미치도록 갖고 싶으시다니 안타깝 ㅠㅠㅠ 알라딘아 다시 내줘라!!

잠자냥 2023-04-26 13:2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네, 앨리스로 받아두고....
정작 그거 머리맡에 두고 고양이한테 자랑용.... 그리고 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7 13:19   좋아요 1 | URL
고양이 코웃음 치고 바닥에 털만 묻힐 것 같은데요 ㅋㅋㅋ

그레이스 2023-04-26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보니 문진 넘 예뻐요
책 사는데만 지출하는 터라 웬만하면 굿즈는 안사는데,,, 이건 탐나네요^^

독서괭 2023-04-27 13:20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저도 최근 굿즈 별로 안 샀는데.. 홀랑 넘어갔습니다. 많이 쓸 일 없을 거라 예상되지만 그래도 만족이요 ㅋㅋ

새파랑 2023-04-26 14: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진 너무 맘에 들더라구요. 하나 더 받을까 고민중입니다 ㅋ
5월에 0권 6월에 1권 구매하시면 됩니다~!!

독서괭 2023-04-27 13:22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은 문진 뭘로 받으셨나요?^^
5월에 0권 6월에 1권이라니 새파랑님 답지 않은 말씀이시네요 ㅋㅋㅋ

새파랑 2023-04-27 18:18   좋아요 0 | URL
전 별헤는 밤 받았습니다 ㅋ

단발머리 2023-04-26 2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들이 볼까봐 얼른 숨겨서 ㅋㅋㅋ 회사로 챙겨옴. 아아 오늘은 더욱 일이 잘 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역시 독서괭님 ㅋㅋㅋㅋ 저도 좋은 건 일단 제가 합니다. 특히, 요건 양보 못 하죠.
저는 앨리스 구매했고요. 저도 곧 책사진 올리고 싶으나 언제가 될지.... 곧 돌아올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7 13: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모처럼의 나를 위한 구매인데 절대 양보 못하죠!! 애들이 막 굴릴까봐 걱정되어 상자에 다시 담아서 잘 들고 왔습니다.
단발님도 앨리스!! 빨리 올려주세요^^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유가영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한동안 꽤 친하게 지냈던 지인이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년 동안 별로 연락을 못하고 지냈는데, 늘 활달하고 씩씩하고 멋있던 사람이 아파서 요양중이라는 이야기를 갑자기 듣게 된 것이다. 크게 충격을 받고, 남은 오후 업무시간 동안 화장실을 드나들며 몰래 울었다.

그러고는 나도 며칠 심한 감기를 앓았다. 후두염이 유행이라더니 목이 붓고 아파서 잠도 푹 못자고, 애들에게 옮길까봐 노심초사(애들은 이미 감기에 걸려 있었지만..). 비몽사몽한 시간을 보내며 고통에 대해 생각했다.


고통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한 사람이 겪는 고통을 다른 사람이 100%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똑같은 일을 동시에 겪어도 실제 감각하는 고통의 정도는 서로 다르다. 설령 객관적인 고통의 강도가 완벽하게 동일하다 하더라도(그런 객관성이 존재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지만) 이를 겪어내는 사람의 육체적.정신적,사회적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체감도는 달라질 수 있다. 재벌에게도 병마는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 그러나 최고의 의료 환경에서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병을 앓는 사람이 체감하는 고통은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사람이 체감하는 고통과 크게 차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인이 겪는 고통을 지켜볼 때, 우리 속에서는 이런 것들이 튀어나온다.


1.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연민

2.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

3.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


이 책,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를 쓴 유가영 작가는 가장 큰 상처를 준 말로, 참사를 겪은 단원고 학생들에게 대학 입학 특례제도를 마련해준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자 달린 댓글, 

"이럴 줄 알았으면 세월호 탈걸 ㅋㅋㅋ" 을 꼽았다. (지금 책이 딴데 있어서 워딩이 정확치 않음) 

이 댓글을 쓴 자에게는 1번 연민이 없을 뿐만 아니라 2번은 휘발되었고(참사 무렵에는 있었을 것이다) 3번은 왜곡되었다.

참사의 순간,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겪어야만 했던 공포나 같은 학년 친구들의 사망 소식이 가져다주었을 충격, 살아남은 자로서 느껴야만 하는 죄책감과 후회.. 그런 것들을 상상할 능력은 없으면서, "비극을 겪은 나"라는 자기연민을 바탕에 깔고 공부 안해도 대학에 쉽게 갈 수 있는 자신을 상상할 뿐. 그러고 나면 희박했던 2번 안도의 감정은 휘발되고 그것이 혜택을 못받는 억울함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일 것이다. 


매우 유아적인 수준의 댓글을 단 누군가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유가영은 책의 시작 부분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놀러 갔다 죽은 건데"라는 등의 말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모습에 많이 슬펐다고 썼다. 


개인적 고통이 사회적 고통으로 치환될 때가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사회적 고통은 사회적으로 유발된 고통이다. 개인적 고통은 대체로 평등해서, 누구도 고통이 자신을 피해가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적 고통은 특정한 집단이 가진 조건에 의해 발생하므로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다. 위생 문제로 발생하는 질병이라든지, 인종,성별,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겪는 차별 등이 주는 고통이 예가 되겠다. 이 경우 2번의 안도가 해당 외 집단의 구성원에게는 작동하지 않는다. 내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3번으로 나아가지도 않는다. 물론 사회적 고통으로 인식되어야 사회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개인적 고통이 소거되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와 같이, 책임 소재가 문제되는 순간 정치권에서는 이를 소수 집단에 한정된 고통으로 몰고 가려 한다. 그리고 사건과 정치를 엮는다. 그렇게 사회적 고통으로 만듦으로써 개인적 고통들은 축소하고 희석시킨다. 이를 지켜보는 대중들을 지치게 만들어 1번 연민조차 엷어지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고통을 호소하는 희생자들을 향하는 시선에 남는 건 "그만 좀 해"가 되는 게 아닐까. 결과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들만 득을 보는 꼴이다. 


그러므로 연민과 안도와 상상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고통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고통스러울 때 사람은 고독해진다. 하지만 사람은 다른 사람 없이 살 수 없음을 깨우쳐주는 것 또한 고통이다. 나의 고통과 당신의 고통은 매우 다르지만, 고통스러울 때 어떤 마음과 손길이 필요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당신의 고통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100%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을 그 자체로 수용하고자 하는 마음.   

"타인을 이해하려고 얘쓸 때 우리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값어치를 가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요?" (<이토록 평범한 미래> 中 '진주의 결말' 88쪽) 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가능하다"고 답하고 싶다. 불가능하다고 답하는 많은 이들의 내심에는, "이해='완전한'이해"라는 등식이 깔려있지 않을까? 완전이나 완벽이 세상에 존재하기란 거의 완전이나 완벽하게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완전이나 완벽을 상정하곤 한다. 10%만 이해하면 어떤가. 아주 많이 노력하면 50%를 넘어, 70이나 80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는 일이 연민과 안도와 상상력을 보존 내지 강화시켜 준다면. 어차피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해, 라는 말로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진주의 결말' 속 진주와 같이 "달까지 걸어가는 것처럼" 희망을 걸어보는 편이 아름답지 않을까.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풀어내기까지 유가영 작가가 감당했을 고통을 100% 가늠하기란 어림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일은 아주 조금만, 조금만 더, 거기에 닿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될 것이다. 책을 써 주어 고맙다. 살아있어 주어 고맙다. 타인의 고통을 향해 눈돌리는 당신의 노력에 아주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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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8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8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4-18 22: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괭님은 요즘 썼다하면 이달의 당선작이네요!

독서괭 2023-04-19 23:17   좋아요 4 | URL
잠자냥님 이달의당선작 선정위원이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3-05-10 15:10   좋아요 1 | URL
헐 나 맞혔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성지순례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5-10 15:52   좋아요 0 | URL
ㅍㅎㅎ 잠자냥님 덕에 된 게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잠자냥님 글들은 당선감이 많아서 맞추기 어려워요 ㅋㅋ

잠자냥 2023-05-10 17:30   좋아요 0 | URL
제 덕이라니요. 괭님의 글이 좋아서지요. ㅎㅎ

2023-04-18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9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4-19 09: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통은 개인적인게 맞는거 같아요 ㅜㅜ
그래서 타인의 고통을 함부러 낮게 가하면 안될거 같습니다~~ 지인의 소식에 많이 힘드셨겠네요 ㅜㅜ

독서괭 2023-04-19 23:21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위로 감사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지요…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역시 소설을 읽어야 하는 듯 합니다!!(아 소설 읽고프다…)
 


살아있다는 건 아름다운 거야. 우리 물기 빠진 나무는 되지 말자.

 - <토지> 14권 제2편 9장, 길여옥이 명희에게 



<토지> 13,14권에서 임명희의 불행한 결혼생활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조용하의 정신병적인 집요함에 대하여, 명희는 결혼생활 내내 무심한 태도를 견지하며 버텼다. 그러나 명희가 친구 여옥과 기차역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헤어진 후, 기차에서 내린 조찬하와 우연히 만나 함께 집으로 오게 되자, 그걸 빌미로 조용하는 (실제로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들을 괴롭히기 위해 둘이 불륜을 저질렀으므로 이혼하겠다는 말을 한다. 여기에 그동안 참아왔던 조찬하도, 명희도 한계에 이른다. 명희는 집을 나간다. 

그러나 부인이 집 나간 사실을 견딜 수 없는 조용하는 명희를 붙잡아 차에 태우고 별장으로 간다. 

이후 명희는 심신이 탈탈 털린 상태로 길여옥이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자살시도에 이어, 시골 교사로 취직. 새로운 삶을 꿈꾸며 희망을 품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명희를 찾아 시골로 내려간 유인실과 오가타, 조찬하가 만난 것은 "물기 빠진 나무"같은 모습 뿐이다. 친구 여옥이 명희에게 한 말은 그래서 더욱 서글프다. 이미 명희는 물기가 빠질대로 빠진 후이기 때문이다. 


역관의 사랑받는 막내딸로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란 임명희. 동경유학까지 다녀온 신여성 임명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임명빈이 옥고를 치른 후 동생 명희에게 시집가라는 말을 할 때, 신여성론을 들먹이며 말할 때 그녀는 딱히 반박을 하지 못한다. 자신 없는 태도. 무기력한 수동성. 적극적으로 주장할 건 없고 다만 반대할 뿐인 입장. 그건 무엇 때문일까? 


그녀들은 세계에 군림하여 날마다 세계를 정복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세계에서 분리되어 내재와 반복에 바쳐져 있다. 그녀들은 자신이 실추 되었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녀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일반성 속에 삼켜져 버렸다는 것, 즉 아내나 어머니나 주부나 수백만의 다른 여자들 가운데 한 여자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이와 반대로 각자 자기가 처한 조건을 독자적으로 살았다. 그녀는 자기의 인생 수업과 친구들의 그것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을 모르고 있었다.
 - <제2의 성>, 861쪽



임명희는 보부아르가 지적한,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닐까? 그녀는 그 시대 신여성이 배울 수 있는 만큼 배웠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여학교 선생이 되었지만 그녀는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찾지 못한다. 배운 여성으로서 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을 택했을 뿐.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도 선택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녀에게 반해버린 조용하에 의해 결혼은 순식간에 진행된다. 명희는 조용하에 의해 별장에 끌려가서야 비로소, 자신의 선택에 대해 돌이켜 본다.



쾌적한 곳에서 풍파 없이 자신을 달래가며 살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상황은 꽃과 관계가 없고 저 푸른 하늘과도 관계가 없고 음악회, 그 분위기와 관계가 있었는지 모른다. 고급 레스토랑의 하얗게 풀먹인 식탁보와 관계가 있었는지 모른다. 아, 하며 명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수치 때문에 비로소 입술을 깨문다.  

 - <토지> 13권 제2편 2장



제인 에어가 로체스터와 그대로 결혼했다면


임명희의 결혼생활을 보며 <제인 에어>를 생각한 것은, 제인 에어가 다락방의 미친 여자, 버사의 존재를 모른 채 그대로 로체스터와 결혼했더라면, 임명희처럼 되지 않았을까 여겨져서였다. 로체스터는 제인에어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부터 소유욕을 드러내며 그녀를 자기 마음대로 치장하려 든다. 제인 에어는 임명희처럼 귀족 가문에 편입되어 귀부인 행세를 해야했을 것이다. 로체스터는 다행히도(?) 불운을 겪고 추락하면서 변화하지만, 조용하는 임명희를 잃고 나서 추락에 추락을 거듭한다. 슬픈 것은, 그 추락의 과정에 임명희를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져 명희까지 동반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진짜 써글놈이다. 


보부아르가 말하는 실존주의 철학의 언어를 빌리자면, 명희는 철저하게 내재에 갇혀있다. 반면, 제인 에어는 초월을 향해 나아간다. 그녀는 로체스터가 보장해 줄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무작정 길을 떠난다. 존이 제시하는 전도사의 길에 마음이 흔들린 것도 초월에의 욕망 떄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자신을 도구로서 이용하려는 존의 제안을 결국 거부하고, 불운에 처한 로체스터에게 돌아가 서로가 대등하게 관계 맺는 이상적인 부부가 된다(고 보인다). 그러나, <제인 에어>의 해제를 보면 과연 제인 에어가 초월에 성공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지금까지 제인에게 공감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 온 독자로서는 제인의 행복을 믿어 주고 싶다. 그러나 제인의 ‘완전한 화합'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제인이 ‘자유와 변화‘에 대한 열망을 지녔고 여성 전체가 ‘엄격한 속박과 너무 심한 정체‘에 시달리는 것을 개탄했던 것을 생각하면, 펀딘이라는 -로체스터가 버사를 가두기조차 꺼려했던 - 폐쇄적인 세계가 그녀가 바라던 더 넓은 세계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극히 의심스럽다.
더욱이 제인과 로체스터의 관계는 로체스터가 제인에게 의존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녀가 펀딘에서 얻은 권위는 이상화된 아내이자 어머니의 권위와 통하는 것이며, 그녀는 남성의 정신적 ‘지주이자 지도자‘라는 당대 여성에게 부과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한다.   - <제인에어>, 해설 712쪽



브론테의 작품은 신화적이고 환상적인 면모를 많이 보인다. 반면에 <토지>는 대단히 현실적이다. 브론테는 당대 여성의 현실을 초월하는 방법을 고심했다. 비록 그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판타지라 하더라도, 여성이 지금처럼만 살 필요는 없다며 다른 길을 제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인에어가 세속의 기준에서 어느 모로 보나 우월한 로체스터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는 건 신나는 일이다. 현실적인 <토지>를 읽는 일은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깝고 화가 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작가의 통찰과 필력은 확실히 경외를 느끼게 한다. 

  


<토지>의 제인 에어, 유인실


한편, 제인 에어는 임명희보다 성격이 적극적이고 분명한 편이라, 부자 로체스터와 결혼했더라도 임명희와는 달랐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제인 에어는 명희보다는 유인실과 닮은 것 같다. 독립운동에 관여하여 수감되었다 풀려나, 동경유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야간학교 선생으로 취직한 유인실은, 똑똑하고 강인한 여성의 표본이다. 그녀는 일본에서 만난 오가타 지로- 그는 일본인이지만 일본의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조선인들을 도와주는 인물이다 - 를 사랑하지만 애국심 때문에 그와 맺어지지 못한다. 

일본 여자와 결혼한 조찬하와 달리, 일본 남자와 만난다는 이유만으로 유인실은 많은 뒷담화를 감당해야 했다. 이같은 불균형은 어디에서 오는가. 



가부장제 문명은 여자에게 순결을 강요했다. 남자에게는 성욕을 채우도록 다소 공공연하게 그 권리를 인정했지만, 여자는 결혼 속에 갇혀 있게 된다. 그녀에게 육체적 행위는 법이나 의식에 의해 신성화되지 않으면 과실이고 타락이며, 패배이자 약점이다. 그녀는 자기의 정조와 명예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그녀가 '몸을 허락'하거나 '타락'하면 그녀는 멸시당하게 된다. 그녀를 정복한 남자에게 가해지는 비난에는 찬탄도 들어 있다. (...) 남자가 열등한 존재들을 지배하고 소유하는 일을 금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녀와의 정사는 언제나 허용됐지만, 운전기사나 정원사에게 자기를 내맡기는 부르주아 여자는 사회적으로 지위를 박탈당한다. 그토록 맹렬한 인종주의자인 남부 미국인들은 남북전쟁 이전이나 오늘날이나 변함없이 관습에 의해 흑인 여자들과 동침하는 것이 허용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 권리를 귀족처럼 위풍당당한 교만함으로 행사한다. 백인 여자가 흑인 남자와 성관계를 하면 노예 시대에는 살해당했을 것이고, 오늘날에는 집단폭행을 당할 것이다. 남자들은 여자와 동침했다고 말하는 대신에 그녀를 '소유했다'거나 '가졌다'고 말한다.   

 - <제2의 성> 514쪽  * 없는 것 없는 제2의성..*



보부아르가 지적하였든, 이것은 여성과 남성 각각의 육체적 행위에 대한 평가가 전혀 다르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유인실과 오가타 지로가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온 후, 육체관계를 의심하고 분노를 표시하는 조찬하의 태도는 정말이지 모순적이다. 피지배민족으로서 일본여자를 취하는 것은 일종의 승리고, 반대로 일본남자가 조선여자를 취하는 것은 패배, 수치, 타락이 된다. 


오가타 지로와 처음이자 마지막 밤을 보내고 헤어진 유인실.. 그녀가 자기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길 바랐건만, 운명이 그녀의 발을 붙잡는다. 바로.. 임신이다!! ㅠㅠㅠㅠㅠ 그녀는 오가타에게 말하지 않는다. 오가타는 알지 못한다. 피임도 안 했으면서 임신한 건 아닌지 한번쯤은 의심해봐야 하는 거 아니니..? 오가타도 나름대로 인실을 찾다니지만 아이가 태어나 다른 곳에 맡겨질 때까지 전혀 모른다. 인실은 아이를 낳고, 몸도 마음도 망가진 상태로 떠난다. 아마도 중국으로. 

하.. 결국 명희와 비슷한 상태에 이르러버린 인실 ㅠㅠ 두 여자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여기까지 쓰고 며칠 묵혀 두었는데, <토지> 15권에서 유인실이 변신하여 돌아온다!! 따단~ 

유인실은 진정, 여성조건에서 벗어나 본질적 주체로서 자신을 확립한 여성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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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4-12 1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악 독서괭님 쩐다!!!!!!! 😫😫😫😫😫😫😫 근데 토지 진짜 대작이네요!!!
그나 저나 초월은 한 번 하면 끝없이 초월이라 ㅋㅋㅋㅋ 저도 유인실님의 미래가 기대 됩니다 ㅋㅋㅋㅋㅋ 어제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에서 메데이아 편이 생각 나요. 자유의 고통. 흥미진진하고 나도 토지!!! 읽어야지 ㅋㅋㅋㅋㅋ(언제?ㅋㅋ)

독서괭 2023-04-12 13:06   좋아요 1 | URL
토지 정~말 대단합니다. 그야말로 대하소설 중의 대하소설이랄까.. 너무 멋져요. 쟝쟝님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아서 ㅋㅋㅋ 저도 오디오북 아니었음 도전 못했을 듯요!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 재밌을 것 같아요.

잠자냥 2023-04-12 1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글 쓰고 이달의 페이퍼를 남기고 간 괭......

공쟝쟝 2023-04-12 11:16   좋아요 3 | URL
자주 막 쓰는 저랑 다르죠?

잠자냥 2023-04-12 11:55   좋아요 2 | URL

공쟝쟝 2023-04-12 12:39   좋아요 3 | URL
😷

책읽는나무 2023-04-12 12:42   좋아요 1 | URL
단호한 자냥님ㅋㅋ

공쟝쟝 2023-04-12 12:55   좋아요 4 | URL
무척 기분이 상했으므로 두달동안 땡투 하지 않도록 하갰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4-12 13:00   좋아요 3 | URL
앗! 안 돼...삐지지 말아요.
전 쟝님 글도 좋아합니다^^

넘 늦었나요?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4-12 13:02   좋아요 3 | URL
쟝님 댓글에만 금방 좋아요! 눌렀어요.
제가 쟝님 글도 이렇게 좋아합니다^^

공쟝쟝 2023-04-12 13:05   좋아요 4 | URL
아닠ㅋㅋ 나무님 ㅇ 잠자냥한테 상함ㅋㅋㅋㅋㅋ 나무님 무질이 땡투 갑니다 ㅋㅋㅋ

독서괭 2023-04-12 13:08   좋아요 2 | URL
잠자냥/ 2,3월 못 썼더니 이달의 리뷰,페이퍼 당첨금을 못 받았는데 ㅋㅋ 감사합니다 ㅋ
공쟝쟝/ 자주 막 쓰지만 양질의 글이죠! 폰으로 막 써도 말야~ 부럽습니다.
책나무/ 쟝쟝님은 나무님에게 삐지지 않았다니 안심하십셔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4-12 13:08   좋아요 2 | URL
자냥님 바쁘신 거 같아 제가 대신 달래야 할 것 같았어요ㅋㅋㅋ
무질이는 읽는 그 순간 구입하시길^^

잠자냥 2023-04-12 13:2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쟝 놀리는 맛 세상 재밌어 ㅋㅋㅋㅋㅋㅋㅋ
ㅇ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4-12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기다린 보람이…!!

임명희는 시대의 한계도 있지만 좀 약한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이상현에게 실연당한 충격도 있었겠지만. 제인 에어는 임명희 같지는 않을듯요… 일단 로체스터도 기가 꺾인 상태라서.

유인실의 미래가… 읽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납니다 ㅎㅎ 기억나도 말 하면 안되겠지요 :)

독서괭 2023-04-12 13:1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수하님^^
전 임명희 캐릭터가 답답하면서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상현에 대해서도 약간 밍숭맹숭 하다가 나중에서야.. 그 시대 많았을 여성캐릭터 아닐까 싶습니다. 로체스터 기가 살아나는 와중에 제인이 아주 확 꺾어버렸쥬 ㅋㅋㅋ
유인실 따단 나타나는데 넘 흥분됐어요 ㅎㅎ 앞으로 잘 지켜보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4-12 1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인에어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가 여성의 입장에서 완전한 판타지로 가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한 느낌이었어요. 토지의 현실성 지극히 공감합니다! 읽으면서 분통터질 때도 많지만 그래서 저는 더 읽는 맛도 있는 것 같아요. 15권 다시 열청중입니다. 기다린 만큼 멋진 분석 글 감사합니다. 역시 괭님 최고!!!*^^*

독서괭 2023-04-12 13:12   좋아요 2 | URL
맞아요. 화가님. 해설에서 로체스터가 눈과 팔을 다치면서 남성성을 거세당하는데, 그 상태에서 제인과 이상적인 사랑을 이룬다는 것이 현실에서 있기 힘든 일이라고 했던 듯요.. 공감..
화가님과 토지 함께 듣고 있어 너무 좋습니다. 제가 약한 역사 부분 정리해주셔서 더 좋아요! 감사합니다^^

햇살과함께 2023-04-12 1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독서괭 2023-04-12 13:1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햇살님~^^

망고 2023-04-12 1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토지에서 신여성들을 보는 먹물든 남성들의 시선이 참 적나라하게 나오죠 유인실에대한 수근덕거림도 그렇고 남녀평등에 대한 칼럼 좀 썼다고 강선혜를 왕따시키는 것도 그렇고...근데 유인실의 미래는 정확하게 끝맺음해주지 않았던 기억이 나는데요ㅎㅎㅎ제가 기억을 못 하는걸지도ㅜㅜ

독서괭 2023-04-12 13:13   좋아요 2 | URL
오 망고님 완독자이시군요. 맞아요 강선혜 따돌리는 것도 참 보기 그렇더라고요. 강선혜도 그리 호감형 인물은 아니지만요. 유인실 미래가 끝맺음이 안 된다고요?? 그래도 유인실이 몸과 마음이 너덜해진 상태로 떠났는데, 몇년 후에 따단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제가 끝까지 듣고 알려드리겠습니다 ㅎㅎ

다락방 2023-04-12 12: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인실이, 그 대사 하는 인물 아니던가요? 사랑했던 남자에게 ‘당신을 잊는 것은 나의 의지이지 마음이 아니지 않아요?‘ 이런 뉘앙스의 대사였는데. 제가 그 대사에 완전 치여가지고 박경리 님 천재.. 그랬었는데 말입니다. 유인실의 대사 같은데 기억이 불분명 합니다. 하도 오래전의 일이어서요.

아 그나저나 독서괭 님, 진짜 명품 페이퍼 쓰셨네요. 제2의 성을 뭐랄까 아주 맞춤한 시기에 똭- 읽고 또 맞춤한 문장들을 똭- 가져오고, 소설속 인물들을 비교하여 이렇게 멋진 글을 쓰시다니.. 독서괭 님 짱입니다. 투비라면 응원 500원 놓고갔을 겁니다. 독서괭 님, 만세!

계속 읽고 쓰셔야겠어요, 독서괭 님. ㅋ ㅑ -

독서괭 2023-04-12 13:15   좋아요 1 | URL
오옷 정확한 워딩은 기억 안 나지만 유인실이 오가타에게 했던 말 같은데요?? 유인실이 참 멋있어서 좋아하다가 임신으로 힘들어하는 모습 보고 안타까웠는데.. 변신하여 너무 좋습니다.
명품 페이퍼라니 과찬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제2의 성>을 계속 읽다보니 이런저런 다른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 관련시키게 되더라구요. 1도 모르는 실존주의에 대해서도 아는 척- ㅋㅋ 500원 마음으로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3-04-12 14:04   좋아요 2 | URL
괭님 저라면 괭님 투비에 응원 5000 포인트 놓고 갔을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12 15:02   좋아요 2 | URL
저 투비 안 한다고 막 던지시는 거 아닌가요 자냥님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4-12 12: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토지 읽어야 하나? 괭님 후기 읽으면 늘 왔다 갔다 하던데, 오늘은 읽어! 뭐해? 이런 느낌이랄까요?^^
같이 읽은 책들과 연관성! 그것도 토지랑 보부아르 책이랑 제인 에어랑 찰떡궁합이라니?
사고의 폭이 무한정이시군요^^
이쁜 알라디너들 넘 많다!!!

독서괭 2023-04-12 13:18   좋아요 2 | URL
오늘은 읽어! 뭐해? ㅋㅋㅋㅋ
그러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늘은 들으시라고요^^ 진짜 <토지> 오디오북 연기자들 연기도 명품이예요. 사투리도 얼마나 잘 하시는지~ 감정연기도 최고~ 강추입니다.
명희의 삶이 너무 안타까워서, 제인에어 도망간 게 얼마나 잘한 일인가 새삼 생각했어요 ㅎㅎ 명희는 자기자신을 너무 존중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책나무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3-04-12 1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토지괭님~!
토지가 대작이긴 대작이나 봅니다. 찾아보니 22권짜리 이군요 ㅋ

독서괭 2023-04-18 14:25   좋아요 1 | URL
대작이죠.. 종이책으로도 가지고 있는데 자리를 너무 차지해서 본가에서 못 가지고 오고 있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3-04-12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너무 좋네요! <제2의 성>이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하니 역시 명작이고, 그런 명작을 빛나게 하는 독서괭님표 명페이퍼입니다.
저, 토지 다시 읽어야겠어요. 정말 1도 기억이 안 나는데 독서괭님 따라 읽으니 너무 궁금한 거 있죠!!

독서괭 2023-04-18 14:26   좋아요 0 | URL
명페이퍼라니 과찬 감사합니다 단발님 ㅎㅎ
토지 재독하시려면 오디오북을 강추 드립니다. 성우님들 목소리며 연기며 너무 좋아요!^^

난티나무 2023-04-13 0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토지 읽고 싶어지는!!!!!! 그동안 잘 외면(?)했는데요!!!! ㅎㅎㅎㅎ
조용히 기다린 보람 저도 느낍니다~~~~~^^
👏👏👏

독서괭 2023-04-18 14:26   좋아요 0 | URL
그동안 왜 외면해 오셨나요? ㅋㅋㅋ 난티나무님도 한번 다시 도전해보시는 겁니다! 오디오북 강추예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