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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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열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정당화되어야 할 실수나 무질서로 여겨질 수도 있다. 나는 다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 27쪽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솔직할 수 있었을까. 자기가 겪은 일을 쓰더라도, 소설이라는 형식 뒤에서, 이야기를 변형하고 캐릭터를 꾸며내어 자신을 숨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 나를 온전히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나로서는, 작가의 용감함이 의아할 만큼 신기하게 느껴진다. 강인하구나. 절절한 사랑이야기로 쓸 수도 있었을 테고, 낭만적이고 비극적인 이별이야기로 쓸 수도 있었을 테고, 도덕적 비난에 대한 변명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작가는 오로지 벌거벗은 몸만을 남겨두었다. 아내가 있는 남자와의 짧고 불규칙한 만남과 격렬한 정사, 그리고 그 시간 사이를 채우는 기다림 속에서 미친 사람처럼 갈구하는 욕망의 비이성... 작가는 '나'의 행동을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그 시간 동안 그녀가 행한 비이성적 행위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욕망의 민낯이랄까. 허울을 다 벗겨낸 그것을 직시하는 일은 조금은 낯부끄럽게 느껴지지만, 나이든 여성의 성적 욕망을 수치심 없이 꺼내 놓았다는 점에서 통쾌하기도 하다. 내 몸을 들여다보고 진정한 욕망을 꺠닫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 또한 들게 한다. 작품을 읽다 보면, 도덕적 잣대가 내 손에 쥐어져 있음을 느낀다. 작가는 내 손을 슥 밀어내며 이렇게 묻는 듯하다. "당신의 열정은 안녕하십니까?" 나는 아직 내 욕망을 샅샅이 파헤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는 내 온몸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시간을 헤아리며 살았다.

나는 한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해 얼마만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숭고하고 치명적이기까지 한 욕망, 위엄 따위는 없는 부재, 다른 사람들이 그랬다면 무분별하다고 생각했을 신념과 행동,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스스럼없이 행했다.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세상과 더욱 굳게 맺어주었다.   - 66쪽 


그동안 궁금했고, 한권 사두었지만 읽지 못하고 있던 이 책을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읽게 되어 좋았다. 

하지만 뒤에 실린 해설을 읽으니, <부끄러움>을 비롯하여 '경계인이 느끼는 불편한 자의식'을 그려냈다는 작품들 쪽이 더 궁금해진다. 출신에 대한 수치심이 다시 수치심을 낳는 과정을 그려냈다고 하는데, 얼마나 또 민낯을 드러내 놓았을지. 



'출신 성분과 고향을 버리고 딴 세계에 유배된 망명객'이라는 자의식은 그녀의 작품에서 집요하게 반복된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에는 하층민과 중산층 사이에 낀 경계인이 느끼는 불편한 자의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 76쪽(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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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21 18: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르노 전 작품 추천 하고 싶지만
괭님에게 부끄러움-한 여자-남자의 자리
추천합니다 🤗

독서괭 2022-10-24 13:10   좋아요 2 | URL
스콧님 감사합니다^^ 부끄러움이 많이 궁금하더라고요! 다음번 작품은 이걸로 해야겠어요^^

수이 2022-10-22 0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콧님 말씀에 한표 던져요 독서괭님. 이 작품으로 아니 에르노를 시작했지만 저 역시_ 만일 다른 작품으로 시작했더라면 아니 에르노에 대한 오랜 오해가 쉽사리 사라졌을 거 같아요. 물론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런 오해 따위 모두 사라졌지만요. 저도 다시 읽고 있어요.

독서괭 2022-10-24 13:11   좋아요 2 | URL
오 vita님도 <단순한 열정>으로 아니 에르노를 만나셨군요! 오랜 오해라, 궁금하네요. 해설 읽어보니 그전 작품들과 결이 달라 말이 많았던 것 같던데, 다른 결의 작품들을 만나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10-22 1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아니에르노 책은 두편밖에 안읽었는데 이 책도 읽었는데 ㅋ 뭔가 솔직해서 좋았습니다 ^^ 뭐든 단순한게 좋은거 같아요 ㅋ

독서괭 2022-10-24 13:12   좋아요 2 | URL
ㅎㅎ 새파랑님, 저도 솔직하다는 면에서 좋았습니다. 특히 여성의 욕망을 그렸다는 부분에서요. 저도 더 읽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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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잣대를 들고 다가가는 사람의 손을 슥 옆으로 밀어내며, 이 책은 이렇게 묻는 듯하다. ˝당신의 열정은 안녕하십니까?˝ 불륜에 대한 가치판단도, 정서적 교감에서 오는 낭만성도, 나이도, 사회적 지위도, 모든 걸 가지치기 하듯 쳐내 버리고 오로지 몸과 몸 사이의 끌림을 써내려간 독특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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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10-22 1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 정… 난 읽으면 안되겟군….

독서괭 2022-10-24 13:12   좋아요 0 | URL
ㅋㅋㅋ 왜요 ㅋㅋ

얄라알라 2022-12-11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이 책.다.읽고.다른분들은 이 혼란스런 (독자의) 마음을 어떻게 정리하셨을까 궁금해서 들어 왔는데 놀라워요 괭님 100자평으로 제 혼란 정리됨....넘 멋진100자평!!!^^

독서괭 2022-12-13 18:36   좋아요 0 | URL
앗 얄라님 과찬 감사합니다~^^
 



그로부터 2주 후, 캐시는 내 심리상담실을 방문했다. 강간을 당하기도 했지만, 학교에서 맹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캐시를 성폭행한 남자아이는 재판을 받아야 했기에 소속된 육상팀에서 출장정지 명령을 받았다. 그의 친구들은 캐시가 그 아이를 곤경에 빠뜨렸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 다른 아이들은 그런 파티에 참석했으니 자업자득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고, 한 술 더 떠 캐시가 그 아이를 유혹했다고 수근댔다.  - <내 딸이 여자가 될 때> 143쪽


1993년, 열다섯살이었던 캐시는 친구의 초대를 받아 파티에 간다. 파티가 진행될수록 점점 술에 취하고 섹스하는 아이들이 많아지자 캐시는 파티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코트를 가지러 2층 침실로 향했다. 몰래 따라온 남자아이가 그녀를 강간했다. 

이 이야기가 2015년에 샤넬 밀러에게 일어난 일과 얼마나 비슷한지, 소름이 끼친다. 샤넬 밀러는 성인이었고, 파티에 갔다가 인사불성 상태에서 성폭행(아마도 유사강간)을 당했다는 점에 차이가 있지만, 그후 주변의 반응은 유사하다. 샤넬 밀러에게, 사람들은 유망한 운동 선수인 가해자 브록 터너의 앞날을 망쳤다며 비난한다.  

샤넬 밀러는 사람들이 유독 성범죄에 있어서만 피해자의 행동을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한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나는 강간 사건에서 사람들이 왜 그 남자에게 맞서 싸우지 않았어요?라고 묻는 게 이상하다. 집에서 자다가 눈을 떴는데 강도가 물건을 훔치고 있는 경우에 사람들은 왜 그 남자에게 맞서 싸우지 않았어요? 왜 그 남자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요? 하고 묻지 않는다. 이미 무언의 규칙을 위반하고 있는 남자가 왜 갑자기 이성을 신봉해야겠다고 결심하겠는가. 어째서 그 남자에게 하지 말라고 하면 그 남자가 그만둘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경우 난 의식이 없었는데도 어떻게 이런 질문이 쏟아질 수 있는가? 

나를 긁어대는 주장은 또 있었다. 남자애들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소리. 마치 그 남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듯. 나는 대학에 가는 내 딸들에게 말했어요. 대형 트럭 앞을 지날 때는 차에 받힐 걸 예상해라. 트럭 앞으로 걸어 다니지 마라. 네가 남학생 사교클럽 파티에 가면 술과 마약에 취해서 강간당할 걸 예상해라. 남학생 사교클럽 파티는 가지 마라. 네가 남학생 사교클럽에 가서 폭행을 당한 거라고? 뭘 기대한 거야? (...) 남학생은 인간이다. 그들에겐 정신이 있고, 법이 있는 사회 안에서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몸을 더듬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구조화된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통제할 수 있는 인지 행위이다.   - <디어 마이 네임> 86, 87쪽  * 진하게 표시된 부분은 원래 책의 음영을 그대로 반영한 것임


성범죄에 한해서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마치 남자에게는 이성이 없는 것처럼 말한다. 남자는 자제할 수 없다고, 그러니 네가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고. 아니 이성과 합리성에 있어서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주장해 온 긴 역사가 이때만은 홀랑 잊혀지는가? 이렇게 주장할 거면 스스로의 열등함을 인정하고 짐승 유사한 지위를 인정해야 모순이 없는 거 아닌가?

샤넬 밀러는 성폭행 사건을 겪기 바로 전해, 엘리엇 로저가 저지른 '산타바바라 총기난사 사건'을 겪는다. 직접 피해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친구들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 엘리엇이라는 인물이 남긴 유서인지 선언문인지를 보면 기가 찬다. 남탓의 끝판왕이랄까. 



나는 엘리엇의 137쪽짜리 선언문의 시작 부분 일부를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이건 나 엘리엇 로저가 어떻게...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 비극은 일어나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인간들 때문에 내 손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잔혹함에는 서사적인 기승전결이 있었다. 마치 자신은 절대로 자기가 한 짓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억지로 떠밀린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그를 힘들게 만든 건, 그가 징벌의 날을 거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건 여자들이었다. 영상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외로움과 처벌과 채울 수 없는 욕망의 존재 상태를 견뎌야 했어. 그게 다 나한테 전혀 매력을 못 느낀 여자애들 때문이야. 그의 적개심은 자신에게는 마땅히 권리가 있다는 믿음과 자기연민 속에서 태어났다.

내게서 섹스를 박탈한 범죄를 저지른 모든 여자들을 처벌할 거야. 엘리엇의 세상에 있는 무언의 규칙에 따르면 여자들은 그와 섹스를 해야 했고, 우리는 그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만 존재했다.   - <디어 마이 네임> 148쪽  * 진하게 표시된 부분은 원래 책의 음영을 그대로 반영한 것임


야! 왜 내가 너랑 섹스를 해야하냐! 네가 매력 없는 게 내 탓이냐! XX*@#$%^&*!!XX (자체 심의 삭제) 

누구나 엘리엇 로저를 제대로 미친놈이라고, 로저가 아니라 루저라고 생각하겠지만, 수없이 일어나는 이별살인, 스토킹 등의 저변에는 가해자의 이런 생각이 깔려 있다. "네가 감히"라는 생각. 네가 감히 나를 거부해? 네가 감히 나를 우습게 봐? 네가 감히 나를 무시해? 그리고 "네가 감히'라고 '감히'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물론, 여성이라는 존재를 아래로 보기 때문이다. 




<토지>에도 아주 한심한 인물이 나온다. 자신의 불행을 여자탓으로 돌리는 인물, 윤이병이다. 윤이병은 금녀와 좋아하는 사이였으나 금녀는 주정뱅이 아버지에 의해 술집으로 팔려간다. 거기서 김두수에게 넘겨져 원치 않게 끌려다니던 금녀는, 도망쳐 윤이병에게 의탁한다. 그러나 찾아온 김두수에게 윤이병은 매수당하고 어찌저찌하여 결국 파국을 맞는데.. 이자는 모든 게 금녀 때문이라고, 너만 아니었어도! 하며 지랄을 한다. 안 그래도 못났던 인간이 가장 못나 보였던 순간.(이건 8권 내용은 아님. 6권인가..) 


윤이병과 김두수를 생각하면서 문득 든 의문이 있다. 나는 악한 인간보다 약하고 멍청한(한심한) 인간을 더 미워하는가? 김두수는 악인이지만 자기 자신이 나쁘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다. 금녀에게 집착하면서 "너만 나를 받아줬어도.."하는 남탓 모드를 잠깐 보이지만 자기도 그게 아닌 건 아는 것 같다. 윤이병은 김두수에 비하면 피라미, 환경에 따라 악인도 될 수 있고 그냥 무해한 자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다만 약해서 강자에게 무릎을 꿇는 그런 인간이다. 어쩌면 훨씬 평범한 인간. 그런데 왜 나는 김두수보다 윤이병이 더 싫을까? 아무리 윤이병이 한심해도 더 나쁜 놈은 김두수임이 명백한데?


<토지> 8권에서 김두수가 약해지는 장면이 있다. 이 부분을 들으며 아, 내가 왜 윤이병보다 김두수가 덜 미운지 깨달았다. 그건 작가가 인물들에게 지닌 애정의 크기 탓이다. 그전부터도 느꼈지만 이 김두수라는 인물은 작가님이 상당히 애정을 가지고 만든 캐릭터라고, 엉엉 우는 그를 보며(들으며) 확신했다. 윤이병이라고 내게 연민을 느끼게 할 면모가 없었겠는가. 그러나 작가가 보여주는 만큼 볼 수 있는 나는, 나쁜 놈이지만 성장환경부터 어머니에 대한 치유되지 않은 아픔을 지닌 복잡한 한 인물을 이모저모 보여주면 연민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반면 윤이병에 대해서는 애정이 별로 없으셨던 듯 ㅎㅎ 

물론 김두수는 자기가 나쁘다는 걸 인식하고 있고, 윤이병은 못한다는 데도 원인이 있다. 지가 나쁘다는 것조차 모르고, 잘못하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남탓을, 그것도 강자가 아니라 약자를 탓하는 인간은 혐오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많은 성범죄자들이 그렇다. 


나쁜 놈들을 지칭할 때 '개새끼'라고 하는 말을 반대한다. (개한테 미안하니까)

나쁜 놈들을 지칭할 때 '미친놈'이라고 하는 말을 반대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

나쁜 놈들을 지칭할 때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고 하는 말도 반대하겠다. (벌레한테 미안하니까)

요즘 벌레 관찰을 즐기는 아이들을 위해 간만에 신간을 구매했다. 역시나 아주 좋아한다. 




그림이 참 귀여운데, 실제 벌레보다 훨씬 귀여우니 징그러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나는 애들 앞에서 티내지 않으려고 무척 애쓰는 중. 

(하지만 '바퀴벌레는 ................ ' 이건 알고 싶지 않았다.. 알고 싶지 않을 분들을 위해 ...처리 ㅋ ) 

이렇게 슬쩍 신간 소개를. 





이제 피해자 탓하는 가해자는 그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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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0-20 19: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망도서 찾아가래서 오늘 도서관 다녀왔는데 <내 딸이 여자가 될 때> 있더라고요. 제목만 보고 대출 안 했는데요. 독서괭님 이 글 읽고나니 아까비...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독서괭님의 생각에 저도 공감합니다. 이별살인을 비롯한 가정폭력의 기본은 ‘감히 네가...‘라고 지점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건 여자가 남자보다는 못 하다‘는 생각이 바탕인 게 맞는 것 같아요. 무시당해서, 가 또 다른 이유가 될 텐데요. 다시 연결되는 건, 네가 감히 나를 무시해? 라는 생각이 폭력의 사용을 정당화하는 것 같습니다. 덩치 큰 남자, 젊은 남자에게는 큰 소리 못 치지만, 상대가 여성이라면 언제든지 막 해도 되고, 남자에게서는 무시당할 수도 있지만 여자에게서는 무시당할 수 없다는 확신.... 흐미...

<벌레팬클럽> 책 너무 귀엽네요. 동화책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던 예전이 생각납니다.
그 날은 반드시 옵니다. 주말에 혼자 커피숍에서 책 읽는 날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0-21 16:32   좋아요 1 | URL
제목이 초큼.. 그렇죠? 원제는 <Reviving Ophiie>(오필리어 되살리기?) 라는데요. 이게 우리나라에서 잘 안 와닿을 거라는 건 알겠지만 번역 제목도 책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ㅋ vita님은 이미 읽으신 것 같던데, 사춘기를 앞둔 여자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이 읽기 좋은 내용입니다.
도대체 ˝네가 감히˝ ˝네까짓 게 감히˝가 얼마나 강하게 내재되어 있으면 ˝내게 매력을 못 느낀 너희 여자들 탓˝이라며 총기 난사를 정당화 하는 걸까요? 너무 끔찍하지요.
벌레 팬클럽 책 귀엽습니다. 바퀴벌레는 너무 싫지만요 ㅋㅋㅋ 주말에 책 읽을 그날을 기다리며!!^^ 단발님 감사해요~~

건수하 2022-10-20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레팬클럽으로 어쩜 이렇게 매끄럽게 이어지는거죠?! ㅎㅎ 저 얼마전 깻잎순에서 귀뚜라미가 뛰어나와서 혼자 비명 지르고 난리가 났었답니다 (….)

저도 딸이 있으니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던 책인데 반가워요.

섹스가 아니라도 데이트 부터도 거부당하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네요 (부들부들)

독서괭 2022-10-21 16:36   좋아요 1 | URL
ㅋㅋㅋ 수하님도 벌레 무서워하시는군요. 전 다리 많으면서 빠른 벌레들(지네, 돈벌레)이 정말정말 싫고요, 나방처럼 크면서 날아다니는 것도 싫고, 바퀴벌레는 정말 너무 싫습니다 ㅠㅠ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즘은 그런 벌레들이 별로 안 보여요.. 애들이 동네에서 관찰하는 건 주로 공벌레나 지렁이, 개미, 파리, 거미, 그 외 이름모를 쬐끄만 벌레들이라 다행입니다;;
<내 딸이 여자가 될 때>는 하나하나의 얘기는 인상적이고 좋은데 이걸 하나로 모아가는 힘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드는데, 끝까지 읽고 평가해보려고 합니다^^
과거의 일들 주마등 ㅠ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이 여러사람 피해주는 거 아닌가 싶네요 ㅠ

청아 2022-10-20 2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결같죠. 외국도 우리도. 특히 성범죄에 있어서는 유독 꽃뱀이다, 무고다부터...
강자위주의 논리,사고방식.
말씀끝에 귀여운 벌레그림으로
욕에도 이미 약자(동물,장애인,벌레,...)에 대한 비하가 들어있다는걸
알려주신 괭님👍

독서괭 2022-10-21 16:38   좋아요 2 | URL
네 정말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 같아서 슬펐어요 ㅠㅠ
그래도 샤넬 밀러 곁에는 좋은 가족과 훌륭한 남친(믿을 수 없을 만큼!)과 배려깊은 수사관 등이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예요. 조금씩 더 나아지겠죠?
개나 장애인은 전에도 인식을 했었는데, 벌레 팬클럽 책을 보다보니 벌레에게도 미안해지더라고요 ㅋㅋ 대체용어로 ‘썩을 놈‘, 더 강하게는 ‘찢어 죽일 놈‘을 제안해봅니다 ㅋ 미미님 감사해요~

mini74 2022-10-20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화가 나네요. 그런데 여전히 그런 말 하죠. 창창한 앞길을 막았다는 둥 ㅠㅠ 벌레는 너무 싫어요 ㅎㅎㅎ 그나마 벌레 그림책하면 혼자서도 신나벌레는 정말 신났어 ㅎㅎ 아이랑 재미있게 읽었던 그림책 생각나네요 *^^*

독서괭 2022-10-21 16:42   좋아요 2 | URL
‘창창한 앞길‘ 진짜 ㅠㅠ 아니 피해자의 멀쩡했던 앞날은 어쩌라는 건지요.
오 혼자서도 신나벌레는 정말 신났어 라는 책이 있군요! 찾아보니 권윤덕 작가님 책이네요? 절판됐지만 ㅠ 도서관에 있으면 봐야겠습니다. 미니님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10-21 06: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하면서 또 미간주름 팍!!! 그리면서 앞부분 읽다가, 점점~~ 벌레 그림책에서 미간주름 가로, 세로 주름들이 다 펴졌어요ㅋㅋㅋ
피해자 탓하는 가해자들!!!ㅜㅜ
벌레들아!!!!!!
출동해서 우리 가해자들 혼내주러 갈래???

독서괭 2022-10-21 16:43   좋아요 2 | URL
포르노랜드 읽느라 힘드신 분에게 제가 미간주름을 더 드려버렸군요! 하지만 벌레팬클럽으로 펴지셨다니 다행입니다 ㅋㅋ 벌레들이 출동해서 응징해주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 책나무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10-21 0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벌레...>로 끝나는 것은 독서괭님의 은유법으로 읽힙니다.
참고 읽으셨다는 말도, 위에서 더 참기 힘드셨다는 뜻으로...ㅠ

독서괭 2022-10-21 16:44   좋아요 2 | URL
어설픈 글을 은유법으로 곱게 해석해주시는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ㅎㅎㅎ
샤넬 밀러 책에도 열받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내 딸이 여자가 될 때>에도 곳곳에 여자애들이 당하는 성희롱이 등장합니다 ㅠㅠ

공쟝쟝 2022-10-22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찢죽놈…. !
니가 감히… 족속들은 왜 태어나는 걸까… 죽이지만 않을 뿐 비슷한 인간 너무 많이 봄… 어디 감히….

독서괭 2022-10-24 13:13   좋아요 2 | URL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은 드물어졌지만 내심에 있는 것 같아요. 어디 감히~~

독서괭 2022-10-24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르노랜드>를 읽다보니 ˝그들은(...) 포르노의 세계관이 여성을 언제나 접근 가능한 존재로 그리는 탓에 거절에도 몹시 당황한다. 그들은 대개 여자와 자지 못하는 자신의 부족함에 깊은 수치심을 표출하며, 이 수치심은 ‘야동녀‘와는 다르게 ‘싫어‘라는 어휘를 가진 여자 학우들을 향한 분노로 바뀐다.˝ (196쪽)라는 내용이 나온다. 포르노의 유해성은 어디까지인가 ㅠㅠ

공쟝쟝 2022-10-24 13:27   좋아요 1 | URL
진짜 어휴 ㅡ ㅋㅋㅋ
 

연휴를 두번 치르고 나니 10월 중순이라니. 말도 안 돼.. ㅠㅠ 

연휴가 두번이나 연달아 있었고, 그만큼 줄어든 업무시간 때문에 더 빡빡하게 일하느라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서재에도 접속을 못하고, 북플로 간신히 몇 개 읽은 게 전부. 드디어 5일 근무할 수 있는 주가 돌아와, 오랜만에 글을 쓴다. 휴일에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언젠가 나에게도 오려니...
















<토지> 7권 리뷰를 써야 했는데, 이미 시간이 흘러 8권이 중반부를 향해가버려서 리뷰는 건너 뛰기로 했다. 대신 <토지>에 나오는 어린아이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토지>는 워낙 긴 대하소설이기 때문에 웬만큼 중요한 등장인물은 어린 시절부터 나온다. 도입부에 어린아이였던 서희, 봉순이, 길상이도 있고, 그때 이미 어른이었던 용이, 월선이 등도 회상을 통해 어린시절을 조금씩 엿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이제 7, 8권에서 서희, 봉순이, 길상이 등은 다 어른이 되었고 이제 다음 세대의 어린아이들이 등장한다. 그 중간쯤에 있는 홍이(용이와 임이네 사이의 아들)와 두메(귀녀와 강포수 사이의 아들)도 있다.


서희의 어린시절은 주요 줄거리이기 때문에 익히 알려져 있다. 싸늘하고 냉정한 아버지 최치수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별당아씨와 할머니 윤씨부인, 다정한 침모 봉순어미와 충직한 종복들 사이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고 있었던 서희의 운명은, 어머니가 환이와 도망을 치면서 1차로 뒤집어진다. 울고불며 어머니를 찾던 서희의 모습에 눈물지은 독자들이 많을 것. 그러나 더 큰 비극은 아버지 최치수가 살해당한 사건(2차 뒤집어짐), 이어 찾아온 호열자에 의해 봉순어미를 비롯한 충복들과 윤씨부인까지 사망한 사건(3차 뒤집어짐)이었다. 서희의 곁에는 비슷한 나이의 봉순과 길상 뿐, 의지할 곳 없이 조준구 부부에게 집안을 통째로 빼앗기고 만다. 

서희가 늘 사람에게 벽을 치고 쉽게 믿지 않는 것, 마음을 열지 않는 것, 오로지 가문의 재건이라는 목표를 위해 독하디 독하게 마음을 다잡으며 나아가는 뒤의 이야기는 이런 서희의 어린시절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어린시절을 지켜보지 않았다면, 독자들이 지금의 서희를 이해하고 아껴줄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우다보면 유년기의 발달에 많은 관심을 쏟게 된다. 유년기는 딱 몇살부터 몇살까지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초등 저학년 때까지를 의미한다고 한다. 유년기의 신체 발달, 행동 발달에 관심을 두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 많은 심리학 서적들이 쏟아지면서 유년기의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므로, '유년기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가장 중대한 책임을 떠맡고 있는 엄마로서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신기한지. 갓 태어나 눈 깜박이고 젖 빨고 바르작거리고 변을 보는 것 외에는 할줄 아는 게 없었던 모습이 아직 생생한데, 얼마전까지 엄마라는 말밖에 못하고 아장아장 걸어다녔는데, 어느새 자라서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양심을 버렸네"라 말하고(첫째), '앞집 개야 짖지 마라 우리 아기 잠을 깰라'하는 자장가를 듣다가 "못 짖게 하면 개가 속상할 텐데"라고 걱정하는(둘째) 아이들에게 깜짝깜짝 놀란다. 아이들에게는 매일매일 많은 것들이 새롭고, 궁금하고,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생각들이 그 작은 머리속에서 굴러가고 있다. 아침에 엄마아빠에게 많이 혼나면 그때는 화를 내지만 저녁에는 사랑한다는 편지를 주고 집안일을 도와주며 사랑을 확인한다. 형제 중 한명이 고집부리며 혼나는 걸 보면 다른 한녀석은 옆에서 자기는 잘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칭찬받으려 애쓴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한 행동을 가끔 하기도 하지만, 점점 제한 범위 내에서 타협할 방법을 찾는다. 평일에는 엄마아빠는 일하러 가고 자기들은 등원해야 하며, 주말에는 재미있는 곳에 놀러갈 수 있다는 걸 안다. 갖고 싶은 걸 다 가질 수 없지만, 특별한 날에는 좋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안다. 엄마아빠가 두고 간다고 으름장을 놓아도, 결코 진짜로 두고 가지 않는다는 걸 안다.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안다. 


<토지>에는 많은 유년이 불우하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피해가기 어렵기도 했겠고, 또 시대가 가진 어린아이에 대한 태도 탓도 있을 터다.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봉순이는 호열자에 엄마마저 잃는다. 길상은 부모를 모른 채 절에 맡겨져 자라났다. 그나마 이들은 엄마 혹은 키워준 스님들에게 정을 듬뿍 받고 자랐다. 홍이는 무심한 아버지 용이와 모질고 무정한 엄마 임이네 사이에서 눈치보며 자란 아이다. 하지만 월선이와 같이 살게 되면서 친모자보다 더한 사랑을 쌓게 된다. 두메는 어머니를 모르고 아버지와 둘이서 살았는데,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해 마음에 큰 멍울이 졌다. 

하지만 이들 중요인물 외에, 내게 <토지>의 어린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 건 임이의 아들, 그러니까 용이의 두번째 부인 임이네의 딸 임이가 낳은 아이 이야기였다. 어느날 임이는 집을 나가고, 남편인 허서방이 여섯살 정도 된 아이를 데리고 임이네를 찾아와 임이의 행방을 묻다가 자기는 임이를 찾으러 갈테니 아이를 돌봐달라며 두고 간다. 그 과정에서 임이네와 허서방 사이에 아이를 상대방을 향해 밀쳐대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그 후 아이는 눈물과 콧물과 땟국이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서 양지바른 곳에 쭈그리고 앉아 "아방이.."하며 울곤 했다.

  

그것은 찢기고 할퀴우고 상처투성이가 될 한 생장의 출발이기도 했다. - <토지> 8권 7장 '벌목장의 오두막' 중 


이 아이는 어떻게 자랄까. 자라서 과거의 이 장면을 어떻게 기억할까. 이 큰 상처를 잘 보듬어낼 수 있을까? 

한편으로, 김평산의 아들 거복이/한복이를 생각하면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유년기를 같이 보낸 형제도 이렇게나 다를 수 있으니, 역시 타고난 성정이 많은 걸 좌우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거복이는 김두수라는 이름으로 용정에 나타나는데, 아주 잘나가는 일본의 밀정으로, 정말 나쁜 놈이다. 하지만 거복이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는 독자로서는 마냥 미워하기에는 복잡한 마음이 든다. 어릴 때부터 질이 나쁘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살인죄인으로 처형당하고 어머니가 목을 맨 후 어머니를 땅에 묻고 나무에 머리를 박으며 통곡하던 그를 알기 때문이다. '살인죄인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만 했던 그의 과거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게 자라난 한복이도 있다. 그러니 환경의 탓이라고, 자식의 나쁜 짓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나쁜 본만을 보여준 아비의 탓이라고, 연좌제를 적용한 시대의 탓이라고 변호하며 그가 김두수로서 저지르는 더러운 행각에 면죄부를 줄 생각은 없다. 다만 한 인간이 구부러지고 비틀린 흔적을 살피는 일은, 인간 존재에 대한 연민을 유지하고 이 사회가 행해야 할 노력의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하다. 임이의 아이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가 지금이라고 없을까? 이혼법정에서는 서로 양육의 책임을 미루는 행태도 일어난다. 억지로 떠맡아진 아이에게 기본적인 의식주 외에 정서적 돌봄을 기대할 수 있을까. 거복/한복이같은 연좌제의 희생자 또한 지금이라고 없을까? 옛날에는 이름을 바꾸고 숨기라도 했지,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 내 정보를, 과거를 숨기고 지우는 건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했던가. 불우한 성장환경을 가진 범죄자에 대한 연민은, 그에 대한 처벌을 가볍게 하는 방향이 아니라 제2의 범죄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주변을 살피는 태도로 향해가야 한다. 가벼운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을 그냥 그가 겪고 있는 문제들 속으로 돌려보내는 게 아니라, 문제를 살펴보고 함께 고민해주려는 어른들, 그걸 뒷받침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개입하면 아이들은 특유의 유연성으로 변화할 수 있다.

"찢기고 할퀴우고 상처투성이가 될 한 생장의 출발"을, 뻔히 알면서 두고볼 수는 없지 않은가... 




먼 훗날의 너에게

                                    유하 


한때 너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바다 어느 곳에도

미지의 새는 없다고

제비갈매기 가마우지 바다직박구리 꼬마물떼새...

바다 그 어느 곳에도, 미지의 새는 없다고


너는 서툰 입술로, 이 세상

삶의 이름들을 하나둘 발음하려 한다

네 눈앞에 무지개가 떴구나

한 아이의 마음이 경이로움을 더듬더듬 발음하는 순간,

무지개는 영원한 네 것이다

네가 삶의 이름들을 하나둘 취해갈 때

너의 설렘은 내 가슴으로 흐른다, 생애 첫 강물처럼

그래,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로다 


이제 먼 훗날의 너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구나

드넓은 바다 그 어드메쯤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남겨놓으라고,

설렘이 멈추면 무지개도 사라지는 것

늙은 지혜보다는 철없는 설렘이 더 소중하나니

드넓은 바다 그 어드메쯤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남겨놓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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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17 1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린나이에 죽은 용이 누이 생각이 나네요. 자신도 용이처럼 해달라고 울며 조르던게 살고싶단 말처럼 들려서요. 그래서 토지의 아이들이 커서 어떤 인물들이 되든 감정의 끝엔 짠함이 남는거 같아요. ~ 글도 좋고 시도 좋고. 유년의 이야기가 슬프기도 하고 그렇네요 *^^*

독서괭 2022-10-19 12:13   좋아요 1 | URL
아, 저도 용이 누나 얘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너무 슬프고.. 누이의 죽음 때문에 용이의 여성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 되었나(보호가 필요한 약하고 불행한 여성에게 끌리는?) 싶기도 하고요.
‘감정의 끝엔 짠함이 남는다‘는 말씀이 딱이네요^^ 이 시집에서 이 시가 제일 맘에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니님^^

잠자냥 2022-10-17 2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토지>의 어린이들 이야기! 넘나 재밌습니다. 그리고 “못 짖게하면 개가 속상할 텐데.” 둘째 귀요미 어떡해요…. 아이고 귀여….

공쟝쟝 2022-10-17 22:06   좋아요 3 | URL
왜 모든 둘째는 귀요미인가…

독서괭 2022-10-19 12:14   좋아요 3 | URL
저희 둘째가.. 좀 귀엽습니다 ㅋㅋㅋㅋ 스윗한 아들내미(헤헷).
첫째보다 둘째가 귀엽고 둘째보다 셋째가 귀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진리.. 첫째 쟝쟝님 넘 서운해하지 마세요 ㅋㅋ

잠자냥 2022-10-19 14:1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즤집 둘째 아들내미도 넘나 귀여움.
근데 셋째도 귀엽고...
요즘엔 육고 막내 넘나 귀여움..... 막내 딸래미 업고 다니고 싶을 정도인데......
문제는 나만 보면 도망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0-19 14:46   좋아요 1 | URL
자냥… 막 좋다고 괴롭히고 뽀뽀 너무 많이하고 들이대고 그랬군요?ㅋㅋㅋ

잠자냥 2022-10-19 15:16   좋아요 1 | URL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남발하면서 간식 젤 많이 주는데 ㅋㅋㅋ 간식만 얻어먹고 냉큼 도망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0-20 12:10   좋아요 1 | URL
ㅋㅋㅋ 바람직한 고양이네요 ㅋㅋ 여섯 중 막내라니 얼마나 귀여울지~~^^

책읽는나무 2022-10-17 2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기들이 엄마 닮아 똑똑하네요ㅋㅋ
양심을 버렸네!!
못짖게 하는 개를 걱정하고!!
😅😁😄
지금 한창 시인 아가들 얘기에 감탄할 시기!!
괭님 좀 부럽습니다^^

독서괭 2022-10-19 12:15   좋아요 2 | URL
양심을 버렸네는 진짜 이해하고 말한 건지 약간 의문이 ㅋㅋ
둘째가 좀 다정다감합니다^^
시인 아가들! 그러게요. 어록 좀 적어놔야 하는데 자꾸 잊어버립니다;; 나중에 돌아보면 이때가 제일 좋았다 싶겠지요?^^ 책나무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10-18 04: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꾸준히 토지를 듣고 계시는군요 ~! 그렇게 하기 쉽지 않으실텐데 대단하십니다 ㅋ
오히려 연휴가 책 읽기에는 더 안좋은거 같아요 ㅜㅜ

독서괭 2022-10-19 12:16   좋아요 2 | URL
여러 작가 전작하시는 새파랑님이 더 대단하세요 ㅎㅎ
새파랑님도 연휴에 별로 못 읽으셨나 봅니다.. 뭐, 어떻게 책만 읽고 살겠어요?^^ 남은 10월도 힘내서 읽어보아요~~

다락방 2022-10-18 0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토지 2권 읽다가 멈춰 있었는데 다시 들어야겠어요.
독서괭 님, 아주 좋은 글이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이런 글을 써주시다니.. 독서괭 님 넘나 좋은 분 ♡

독서괭 2022-10-19 12:17   좋아요 1 | URL
아니 벌써 멈추시면 아니되옵니다 ㅋ 끊기면 못 들어요.
좋은 글이라 칭찬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최고♡

거리의화가 2022-10-18 0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의 아이들 이야기 역시 좋네요^^
저는 한복이가 참 바르고 올곧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당시 상황도 그렇고 짠해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저는 이제 6권 시작했습니다! 괭님의 꾸준한 듣기 응원할게요^^*

독서괭 2022-10-19 12:19   좋아요 2 | URL
저도 한복이 자라는 거 보면서 참 감탄했어요. 평사리에 돌아왔을 때 두만네가 보듬어준 덕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한복이 뒤에 가면 또 나오겠죠? 기대됩니다 ㅎ
화가님 너무 빨리 따라오셔서ㅋㅋ 저는 거북이 된 기분으로 천천히 가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가요^^

햇살과함께 2022-10-18 2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 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주말에 혼자 카페에서 책 읽을 날이 옵니다~ 그날이 옵니다~

독서괭 2022-10-19 12:19   좋아요 2 | URL
햇살님 감사합니다~~ 주말에 혼자 카페에서 책을 읽다니 아 꿈같은 이야기네요!^^

scott 2022-10-19 2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 아이들의 뛰어난 언어 능력은 괭님이 꾸준히 동화책을 읽어주셔서 인것 같습니다.

근데 막둥이 눈에 밟혀서 괭님 어떻게 출근을???ㅎㅎ
˝못 짖게 하면 개가 속상할 텐데˝

사랑둥이들 ^^


독서괭 2022-10-20 12:11   좋아요 2 | URL
아니, 스콧님, 감사합니다. 정말 제가 동화책을 열심히 읽어준 영향이면 좋겠어요 ㅎㅎ
둘째가 강아지를 아주 좋아해서 인형도 맨날 강아지 안고 다녀서 감정이입을 했나봐요 ㅋㅋ

단발머리 2022-10-20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형제 중 한명이 고집부리며 혼나는 걸 보면 다른 한녀석은 옆에서 자기는 잘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칭찬받으려 애쓴다.

독서괭님댁 아가들 착한 것 좀 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 보통 형이나 동생, 누나나 동생이 혼나면요. 일단 한 번 쓰윽 웃습니다 ㅋㅋㅋ 고소하다, 하는 그 눈빛 ㅋㅋㅋㅋㅋ 그 담에 자기는 잘하고 있음을 강조하지요 ㅋㅋㅋㅋㅋㅋ 얼른 자라거라, 아가들아!!!

독서괭 2022-10-21 16:28   좋아요 0 | URL
착한가요? ㅋㅋㅋ 고소하다 하는 눈빛을 제가 혼내는 데 집중하느라 못 본 건 아닌지 갑자기 의심이..-_-;; 한번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ㅋㅋ 자기는 잘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부분은 다 매한가지인 듯요 ㅋㅋ 내가 볼 땐 귀엽지만 혼나는 아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얄미울지;;

거리의화가 2022-11-09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 역시 당선될 줄 알았던 글입니다! 괭님 이달의상 2관왕 축하드려요.

그나저나 토지 7권 다시 시작해야하는데 어휴... 5, 6권 읽으면서 점점 화가 고조되어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가면 갈수록 더할텐데 그쵸? 그래도 완독 목표가 있으니 이달에 하나라도 들으려구요.

독서괭 2022-11-10 14:53   좋아요 1 | URL
헤헤 2관왕이라니 이런 경사가! 감사합니다^^
화가 고조돼죠 ㅎㅎ 그래도 재밌으니 계속 가시는 겁니다!! 저는 9권 끝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잠자냥 2022-11-09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될 줄 알았다요. 축하해요~

독서괭 2022-11-10 15:00   좋아요 1 | URL
축하 감사해요 잠자냥님^^

페넬로페 2022-11-10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2관왕 축하드려요.
일하시고, 아직 어린 아이들 키우시고, 책 읽고 글 쓰시고
넘넘 정말 아주 대단하세요. 감탄 중입니다**

독서괭 2022-12-02 15:54   좋아요 1 | URL
앗, 페넬로페님 이 댓글을 왜 이제야 봤을까요. 축하 넘 감사합니다^^ 늘 과분하게 칭찬해주신,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ㅎㅎ 즐거운 12월 보내세요^^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괴테와 마주앉는 시간
전영애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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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책 같은 건 없어도 살 듯한 세상이지만, 저는 책이 있어 산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달리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며 사는 사치까지 누렸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좋은 글을 찾아 읽게 되고, 그런 글을 쓴 사람을, 시공과 무관하게 만나게 됩니다. 잠깐 차 한잔을 나누어도 가까워지는데, 누군가가 온 힘을 쏟아, 때로는 인생을 다 바쳐 쓴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입니다.   - 195쪽 



전영애 선생님이 지난/현재의 삶- 학문을 향한 사랑으로 달려온 길과 꿈을 펼쳐내며 다듬어가는 시간들- 을 소박하고 온화하게 들려주시는 이 책을 읽는 것이 내게는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나태해진 정신을 번쩍 일으켜주었고 시들했던 열정을 다시 불사르기 위해 불쏘시개를 모을 힘을 주었다. 앞으로 나태해질 때마다 다시 펼쳐보려 한다. 그리고 몇 년 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데리고 '여백서원'에도 방문하고 싶다.



전영애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파우스트> 전체를 한 줄로 요약하라면 누구나 서슴없이 택하는 구절"(13쪽)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구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생님은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고 번역하셨다. 후자가 훨씬 와닿는데??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면, 노력하기 싫은데? 하는 마음이 들지만,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고 하면, 지금 방황하더라도 지향하는 어떤 지점에 언젠가는 가닿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긴다. 이 첫부분에서 이미 전영애 선생님의 이 책이 좋아졌고, 선생님이 번역한 <파우스트>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집에 민음사판이 있는데, 1권은 확실히 읽었는데 2권은 기억이 안 남.. 완독은 못했던 듯.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그저 단순한 악이 아닙니다. 이 악마는 내 마음속에 있는 "부정否定만 하는 영靈",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활동은 너무도 쉽게 느슨해질 수 있고/ 인간은 곧 무조건의 휴식을 사랑"하기에, "자극하며 작용하고, 악마로서, 이루어주고 마는 동무"로서 신이 인간에게 주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바깥에서 온 어떤 거대한 악이 아니고, 내 마음속의 꼬여 있는 부분이지요.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작심삼일을 극복하게 하는 조력자로 설정된 것입니다.  - 18,19쪽 


작심삼일을 극복하게 하는 조력자라고!! 언뜻 생각하기에는 내가 열심히 살려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데, 악마가 와서 속살대며 다른 길(유튜브, 넷플릭스?)로 유혹할 것만 같은데. 너무 느슨해지고 모든 것에 지루해하며 냉소하지 않도록, 영혼에 자극을 주는 존재라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좀 이해가 된다. 괴테는 노년까지도 학문에 대한 열정, 세상에 대한 호기심, 여성을 향한 사랑까지 멈추지 않았다고 하니. 괴테는 문인이었지만 장관이기도 했고 다방면의 예술문화에 관심이 많았으며 연구도 많이 한 모양이다. 아니 대체 몸이 몇개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가만히 살펴보면, 문인 괴테는 인간 괴테의 한 면모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평생, 작은 나라이기는 했지만 바이마르 공국의 현직 4부 장관이었습니다. 교육, 문공, 산업(광산), 세무가 그의 주관 분야로, 산업부흥과 문화증진을 통해, 위로부터의 개혁을 통해 민생을 개선하고 또한 대학을 보살피며 교육을 통해 작은 나라를 이끌어올리고자 했던 정치인이며 26년간 극장을 이끌었던 연극인이고, 38년간 도서관 감독을 하면서 온갖 세계 신간을 모아들여 작은 공국을 문화의 한 메카로 만들면서, 당대의 세계 문물, 세계 지성과 교류를 활발히 했던 전인적 지성입니다.

 대체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그것도 신기한데, 그런 막중한 사람이 하는 말이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내가 살아 있는 것, 알게 되었네"라니요.   - 200쪽 

그 어떤 요인이든 우리 누구나가 어린 시절에 가졌던 그 아름다운 호기심이며 지식욕을 잃을 때, 이즈음처럼 너무도 일찍이 부과되는 것들로 하여 자발성을 상실할 때 그 무덤덤, 무감각, 무신경의 인생은 얼마나 황폐하며, 얼마나 가여운가요. 얼마나 불행한가요. 그 모든 것을 세상 탓이라고 밀쳐놓고 자신을 피해자의 자리로 옮겨놓고 그 자리를 요지부동으로 고수하면서 어딘가를 향해 목청 높이는 삶은 또 얼마나 옹색하고 불행한가요.   - 25쪽 


이렇게 말씀하시는 전영애 선생님이야말로 작심삼일과는 백만광년 떨어진, 열정과 근성으로 똘똘 뭉치신 분 같다. 얼마전 페이퍼에도 담았지만, 이분이 수십 년 전에 여성으로서 학문을 하기 위해 겪었던 수많은 고난들을 읽고 있으면 스스로가 엄청 부끄러워진다. 그때도 썼지만 선생님은 읽는 이더러 부끄러우라고 쓰신 게 아닐테지만..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무릎 꿇고 정좌하게 된다;; 나태한 자에 대한 죽비인가. 죽비 치고는 부드럽고 조곤조곤 하지만, 효과는 비슷한 듯. 



10년이 되어 그간 대략 수합해놓은 책 한 권 한 권의 후기를 복사하여 작은 거실 바닥에다 구불구불 늘어놓고 그 사이를 거닐던 순간이 잊히지를 않습니다. 젊은 날이 참으로 캄캄했었는데, 한 치 앞이 안 보이게 캄캄했었는데, 시간 순으로 늘어놓은 그 구불구불한 종이의 열列을 따라 이리저리 걸어보자니 마침내 길 같은 것이 보인 것입니다. 

눈 앞이 캄캄한 채로, 그 어떤 등댓불도 없이, 그러나 눈앞의 일만은 그저 힘껏 했었는데 돌이켜보자니 그 '힘껏'이 길을 만들어놓은 것이었습니다.  - 53쪽 


'눈앞의 일만은 그저 힘껏'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뭘 하다가도 중간중간 자꾸 핸드폰 들여다보고 딴짓 하는 사람(나)은 이 부분 인용하면서 다시 무릎 꿇는다. 죄송합니다.. 

위 인용문에서 언급한 후기들을 모아 낸 책이 <맺음의 말>이라고 하는데, 일단 담아뒀다. 



그는 유연했습니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입장 중에서 가장 굳을 수밖에 없는 것, 그렇다고 우리가 아는 것, 즉 종교에 대한 태도까지 그러했습니다. (...) 그러나 그런 '열림'이 쉬웠겠습니까. 청년 괴테는, 그의 '열림'이 어떠했는지를 이렇게 썼습니다.


 조개들이, 살을 껍질 밖으로 펼쳐낼 때 물에 뜨듯이, 그렇게 나는 사는 걸 배웁니다.


조개가 연한 살을 내미는 곳은 짠 바닷물입니다. 우리의 세상과의 만남은 연한 살이 소금물에 닿을 때처럼 아플 수 있습니다. 언제나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면서, 상황에 따라, 그 상황이 어떻든 자신의 사고를 유연하게 열고 옮길 수 있는 힘, 그런 힘이 진정 큰 힘인 것 같습니다.   - 70, 71쪽 

언제든 그 순간에, '현재'에, '지금 여기'에 충실했다는 것입니다. 당면한 문제를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씀으로써 하나의 이미지로 모아서 문제를 선명하게 파악하고, 늘 그런 식으로 그 한 문제를 넘어섰습니다. (...) 글로 쓴 그림, 그것이 예로부터 시詩 아닌가요. 괴테는 어려운 문제도 그렇게 정리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포착했습니다.

(...)세상의 문제에 원천적으로 답은 없습니다. 답이 있고 해결책이 쉬이 있으면 그게 문제이겠습니까. (...) 그런데 그 문제가 무엇인지 알면, 문제의 전모를 바르게 파악하면, 기이하게도 생겨나는, 문제를 감당해가는 힘. 그 힘이, 답은 없지만 그중 답의 근사치일 수 있습니다.  - 116, 117쪽 


최근 <내 딸이 여자가 될 때>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다소 심난하다. 여자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면서 겪는 많은 정신적 혼란, 문제들을 분석하면서, 그 와중에도 단단한 '진짜 자아'를 가진 아이는 이 시기를 수월히 넘긴다는 것. 결국 내 아이를 어떻게 진짜 자아를 가진 아이로, 자기 삶의 키를 잡고 스스로 조종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울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위 인용문의 '문제를 감당해가는 힘' 그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일전에 어떤 심리학 책을 소개하는 팟캐스트에서 들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사소한 좌절'의 경험이라고 한다. 길을 잃어 물어물어 찾아가는 일(스마트폰 지도 켜면 되므로 좌절 없음) 같이, 사소한 실패를 겪고 이걸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회복탄력성을 키워주는데, 요즘 아이들은 미리미리 그런 실패의 경험을 차단하므로(부모나 스마트폰 등이) 그런 경험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영애 선생님이 첫 꼭지에서 얘기하신 에피소드는 서울에서 여백서원(여주)까지 혼자 책 한권 들고 길을 찾아온 열한살 남짓한 아이 이야기다. 내 아이가 이 아이처럼 크면 좋겠다. 하지만 세상이 너무 험해.. 과연 내가 혼자 보낼 수 있을까? ㅠㅠ 



제가 보여주려는 것은, 단순히 우리에겐 조금 낯선 인물인 괴테가 아닙니다. 첫째, 사람이 뜻을 가지면 얼마나 크는가. 둘째, 그런 사람은 자기를 어떻게 키웠는가.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어 생각하는 가운데 계획이 조금씩 세워졌습니다. 서원 안에 있는 '여백 어린이 도서관'을 찾아오는 어린이들이 참 예뻐서, 그런 아이들이 더 커서도 찾아오고 지켜갈 수 있는 곳을 떠올리던 생각의 끝자락에 맺힌 그림입니다.   - 149, 150쪽 

크게 소리는 못 내는 채로, 한마디 말이 내내 마음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바로 "손 놓지 말고"입니다.

(...) 무엇을 시작하든 첫 마음을 잃지 않고, 세상을 걱정하며 잡았던 서로의 뜨거운 손을 놓지 말고, 무엇보다 누구든 제자리에서 하던 일에서 손을 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각자 자기 일을 성심껏 해가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불의에 대해 눈 부릅뜰 줄 알아야겠지만 주변 또한 돌아볼 줄 알고, 분수 넘게 이것저것 사느라 혹은 허겁지겁 남 따라가느라 허덕이던 손길로 제 옷깃도 좀 여며볼 줄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 우리의 자긍심을 세우는 일이 아닐까요. 모두가 뜨거운 가슴으로 자기 안의 등불을 켜는 시간이야말로 그 모든 것을 위한 성찰의 시간이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161, 162쪽 


세상 어딘가에 '손 놓지 말고'라는 마음으로 성심껏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든든한 기분이다. 생애 끝까지 깨어 있으며 경탄하는 능력을 잃지 않았다는 괴테처럼, 전영애 선생님처럼, 나도 성심껏 내 일을 하면서 읽고 쓰고, 꺠어있기 위해 노력하며, "내가 받은 유산"인 시간을 소중히 써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꿈을 일상의 삶 속으로 적절히 조제해넣"(113쪽)어 오신 선생님의 발자취가 아름답다. 해외 문사들, 연구자들과 활발히 교류해오신 경험담들을 보고 있으면 와 너무 멋지다..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여백서원' 소개영상을 공유하려고 했는데, 타웹사이트에서 재생되지 않도록 설정된 모양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보시면 좋겠다. 

링크: https://youtu.be/TgGtcriXooE


책에 인용된 괴테의 시구들도 얼마나 좋은지. 밑줄긋기로 넣어둔다.

"그대 ‘선‘에 대하여 보답을 받았던가?"
나의 화살은 고운 깃 달고 날아갔다오.
온 하늘 열려 있었으니
어디엔가 맞았을 테지요. - P30

바로바로 보답이 있기 어렵고, 바로 그곳에서 사례하기는 어려운 이 시간 차, 이 장소 차가 어쩌면 세상이 얽혀 있게끔 세상을 지탱해주는 넓은 그물망인지도 모릅니다. 받은 사람이 베품는 사람으로 크는 시간이고, 세상이 넓혀지는 시간입니다. - P82

내가 받은 유산 얼마나
찬란하고 얼마나 넓디넓은지
시간이 나의 재산,
내 경작지는 시간 - P43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건 초조,
더더욱 쓸모없는 건 후회
초조는 있는 죄를 늘이고
후회는 새 죄를 만들어낸다 - P47

가슴 열렸을
그때만 땅은 아름답다
그대 그토록 찌푸리고 서 있었으니
바라볼 줄을 몰랐구나. - P65

올바른 목적에 이르는 길은
그 어느 구간에서든 바르다 - P101

사랑이 빠져 있는 모든 것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괴테는 일찍이 파악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사랑이 참 유난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것이든, 자연에 대한 것이든 다 그랬습니다. 언젠가 한번 마음을 끈 것, 그 마음에 위로를 준 것은 오래오래 사랑했습니다. 눈여겨보았던 꽃에 대해서는 평생 식물 연구가 이어졌고, 언젠가 마음을 의탁했던 바위에 대한 추억은 평생 지질 연구를 하게 했고, 언젠가 한번 신비롭게 본 색채 현상에는 40여 년 동안의 광학 연구가 이어집니다. 남겨진 업적들은 사람과 자연에 대한 그의 사랑으로 요약될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더구나 사랑이야 말해 무엇할까요. 한 사람에게 1800통이 넘는 편지를 보내며 괴테는 말합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편지의 자모 하나하나가 당신에게 그 말을 할 거예요." - P104

"꿈을...... 일상의 삶 속으로 적절히 조제해넣을 수 있으면 좋겠지요. 꿈과는 까마득히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꿈을 실현하겠다고 물불 안 가려선 무리가 따르는 법입니다. 좋은 꿈이라고 해서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을까요. 삶에다, 마치 조제약에다 한 가지를 첨가하듯 꿈을, 어떻게든 조금씩이라도 섞어가면, 삶이 견디기 낫고 사람도 반듯해지고 꿈도 단단해지겠지요." - P113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놀라워함, "전율"이 "인간의 가장 양질의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긴 생애의 끝까지 괴테에서는 이 놀라움, 경탄의 능력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논설이, 문학이, 시가 결정結晶처럼 서서히 맺혔지요. 깨어 있었습니다. 혹은 그렇게 살아 있었습니다. 생애 끝까지 말입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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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책 구출기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10-05 21:11 
    일전에 존경하는 독서괭님 서재에서 전영애 교수님의 책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에 대한 글을 읽고 크게 감동받은 나였다. 바로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 왔다. 대출에(만) 큰 의의를 두는 사람답게 대출만 하고 읽지 않고 있어서 (언젠가는)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오늘 독서괭님 서재에 댓글을 달면서 “(그 책이) 책탑 아래쪽에 깔려 있어요.”라고 실토했더니 독서괭님이 안타까워하시며 구출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 다정한 마음 잘 접수되었음을
 
 
거리의화가 2022-10-05 13: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괭님 이 책 참 좋네요~ 아주 오래전 저도 파우스트 읽다가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괭님의 아이에 대한 고민이 이해가 되요. 그러고 보면 예전엔 자동차라도 네비가 없어서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야 했고 저 같은 뚜벅이라면 걸어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했겠죠.
10년도 훌쩍 전에 독일에 혼자 여행간 적이 있었어요. 첫 해외여행인데다가 워낙 심한 길치여서 지도보고 가는데도 방향을 모르겠더라구요. 어둑어둑해지는데 길 잃어버릴 뻔한 적도 많고 다행히 현지인들에게 묻고 물어 여행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그 경험이 저는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거든요. 고생을 하고 얻은 경험은 오래 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부모님들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자립심을 키워주고 싶어도 사회 환경이 그리 녹록치가 않잖아요. 험한 세상이라 참...ㅠㅠ

독서괭 2022-10-07 18:02   좋아요 2 | URL
화가님도 파우스트 중도포기 하셨다니, 동질감이!! ㅋㅋ
혼자 여행가서 많이 헤매신 기억이 있군요. 저도 예전에 자유여행 갔던 거 생각하면, 헤매고, 기차 놓치고, 그런 기억이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아이들도 그런 자잘한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 같은데, 매일 뉴스에 험악한 사건사고가 보도되는 마당에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ㅜㅜ 어쩌면 옛날보다 안전한 면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흠... 아직은 혼자 내놓을 나이가 아니라서, 차차 고민해봐야겠습니다.

scott 2022-10-05 14: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교수님 강의 학교 에서 수강신청이 가장 치열했던 강의 였다고 합니다
힘든 환경 속에서 글쓰고 강의하신 이력 대문호 괴테보다 위대한것 같습니다

독서괭 2022-10-07 18:03   좋아요 1 | URL
오오 강의력도 대단하셨던 모양입니다. 강의 궁금하네요~~
대문호 괴테는 육아의 부담은 안 졌을 것 같아요 ㅎㅎㅎ
스콧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10-05 15: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독서괭님도 북플에 쓰신 후기를 모아 책을 내셔야합니다~!!
이 글을 읽다보니 갑자기 나태한 나를 반성하게 되네요 😅

독서괭 2022-10-07 18:04   좋아요 3 | URL
책으로 낼 만한 글은 아니지만, 지인을 보니 블로그글을 모아 자비로 소량출판해서 주변사람들 나눠주더라고요. 그런 거하면 재밌을 것 같긴 하네요 ㅎㅎ
새파랑님도 죽비 맞으셨나요^^

수이 2022-10-05 15: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영애 선생님 이 책, 읽어야지 하고만 있었는데 독서괭님 리뷰 읽으니 얼른 읽고 싶어졌어요. 저도 차근차근 읽어보도록 할게요.

독서괭 2022-10-07 18:04   좋아요 1 | URL
흐흐 비타님도 단발님과 함께 이책 읽으시나요! 분량은 많지 않습니다^^

2022-10-05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7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9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7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10-05 2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더구나 사랑이야 말해 무엇할까요. 한 사람에게 1800통이 넘는 편지를 보내며 괴테는 말합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편지의 자모 하나하나가 당신에게 그 말을 할 거예요.˝ - P104


저번에는 무릎 꿇고 오늘은 기립합니다. 사랑은 괴테처럼 뜨겁게. 공부는 전영애님처럼 가열차게. 아..... 상상만으로도 엄청난.....

독서괭님, 저 내일부터 이 책 읽어요. 너무 기대됩니다. 좋은 책, 좋은 글 감사해요. 굿나잇^^

독서괭 2022-10-07 18:06   좋아요 1 | URL
전 저 에피소드 읽으면서 으아..스토킹은 아니겠지? 했는데, 다행히 내용 보니 받은 분도 편지를 많이 아꼈던 것 같아요 ㅎㅎ 다행이다..(휴)
무릎 꿇고 기립하고 바쁘시네요 ㅋㅋㅋ 단발님, 제가 대댓을 늦게 달아 이미 시작하셨겠군요! 감상이 기대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다락방 2022-10-06 0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부터 마리 루티의 책 <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을 읽기 시작했거든요. 서문에서 마리 루티가 이런 말을 합니다. ‘난 오랫동안 최고의 이론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했다‘ 라고요.
오늘 독서괭 님의 이 글을 읽으니 전영애 선생님은 괴테를 번역하면서 수차례 읽고 생각하면서 스스로의 이론을 세우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은 독서를 포함할테니 말이죠.

독서괭 2022-10-07 18:08   좋아요 1 | URL
마리 루티~~~ 제가 곧 소장하게 될 책의 작가가 아닙니까?? ㅎㅎㅎㅎ
저는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그 책이 계속 궁금했었는데, 이제 신간으로 만나게 되어 더욱 기쁘네용 ㅎㅎ
전영애 선생님 괴테의 글들을 곱씹으며 완전히 나의 것으로 소화하셨을 것 같아요! 쉽게 쓰신 에세이에서도 내공이 느껴집니다. 멋있어요...

레삭매냐 2022-10-10 12: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문호라는 괴테의 책이라고는
그가 이십대에 썼다는 <젊은 베
르테르의 슬픔>을 고작 읽어 보
았네요.

집 어딘가에 <파우스트>가 있지
않나 싶은데...

과연 언제나 괴테 샘을 다시 만나
게 될까요.

독서괭 2022-10-17 17:30   좋아요 0 | URL
저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읽었고 <파우스트> 중도 포기^^ ;;
레삭매냐님 서재에는 분명히 파우스트가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ㅋㅋ
전영애 선생님 번역으로 읽어보고 싶어서 최근에 나온 괴테전집 중 파우스트를 찾아보니, 아니 글쎄 원문이 같이 실려 있지 뭔가요?;; 그래서 두껍고 가격도.. 아무리 그래도 원문은 필요없는데요.. ㅠㅠ 연구자들은 좋겠지만..

그레이스 2022-10-12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
끄덕끄덕!^^

독서괭 2022-10-17 17:30   좋아요 0 | URL
그쵸, 좋은 말이죠?^^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scott 2022-11-09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괭님 이달상 추카!
11월 괭님 사랑둥이들과 꿈꾸며 사랑하고!
건강 잘 챙기세요 ^^

독서괭 2022-11-10 14:29   좋아요 0 | URL
축하 감사합니다 스콧님! 스콧님도 축하드리고 건강한 11월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2-11-09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괭님 이달의상 축하드립니다^^
정말 좋았던 리뷰였어요. 덕분에 전영애 선생님의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독서괭 2022-11-10 14: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화가님~ 전영애 선생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어 좋았어요^^

이하라 2022-11-09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기분 좋은 시간 되세요.^^

독서괭 2022-11-10 14:30   좋아요 1 | URL
이하라님 축하 감사합니다^^ 즐거운 11월 보내세요!

thkang1001 2022-11-09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독서괭 2022-11-10 14:31   좋아요 0 | URL
thkang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11월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2-11-09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이 책 많은 분들이 좋다고 하셔서 저도 읽고 싶어서 찜해놓은 책이랍니다.

독서괭 2022-11-10 14:31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축하 감사합니다^^ 이 책보다 시인의집이 더 좋다고 하는데, 이 책이 얇아서 시작으로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하나의책장 2022-11-09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2-11-10 14:32   좋아요 0 | URL
하나의책장님 축하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2-11-10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제가 좋아했던 페이퍼네요. 흐뭇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