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겨레21의 출판기사를 옮겨놓는다. 마크 릴라의 <사산된 신>(바다출판사, 2009)에 대한 서평기사다.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긴 하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몰입하기는 어려운 책이었다. '정치가 저지른 모든 악행의 근원에는 종교가 있다'는 저자의 주장도 좀 지나친 것으로 여겨졌고 은근한 서구 근대 우월주의도 독서를 불편하게 했다. 포인트를 잡지 못해 꽤나 애를 먹으며 쓴 걸로 기억에 남을 만하다.   

한겨레21(09. 09. 14) 인간이 짐승보다 못한 이유, 종교 

‘종교는 왜 정치를 욕망하는가’란 부제가 붙어 있는,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크 릴라의 <사산된 신>(바다출판사 펴냄)은 입장이 분명한 책이다. “인간이 전쟁에서 짐승도 하지 않을 만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신을 믿기 때문이다. 짐승은 먹이나 번식을 위해서 싸울 뿐이지만, 인간은 천국에 들어가려고 싸운다.” 곧, 저자는 인간을 짐승보다도 더 잔혹하게 만드는 것이 광신주의이고 메시아주의적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해서 사고하지 않는, 이른바 ‘정치신학’에서 비롯한다.  

사실 인류사의 대다수 문명과 시대, 지역에서 인간은 정치적 사안의 답을 구하려 할 때 신에게 의존해왔다. 곧 정치신학은 유구한 전통이자 인간 사고의 원시적 형태다. 하지만 서구에서 정치신학은 그에 맞선 17세기 계몽철학자들의 지적 반란과 도전에 의해 무너진다. 기독교 정치신학에서 탈피해여, 신의 계시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인간적인 관점에서만 정치를 생각하고 말하고자 한 새로운 철학이 대두한 것이다. ‘정치신학’에 견주어 말하자면 이것이 ‘정치철학’이다.  

정치신학을 대체함으로써 정치철학은 서구 사회를 정치신학의 반대쪽 강기슭으로 옮겨놓았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많은 문명이 정치신학에 예속된 강 저편에 남아있다는 점이고, 동시에 서구인들이 이룩한 ‘사고혁명’이 아직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다시금 계시와 이성, 독단주의와 관용주의, 신탁과 합의, 신성한 소명과 통속적 가치관 사이의 충돌을 목도하고 있고, 이것은 16세기 투쟁의 되풀이라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그는 정치신학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정치신학과 근대 정치철학의 논쟁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는 관점에서 그것을 재구성한다.    

기독교 정치신학은 신과 인간, 그리고 세상이 신성한 연계를 이루고 있다는 이미지에 의존한다. 그러한 이미지에 가장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철학자가 토머스 홉스이다. 그의 대표작 <리바이어던>(1651)의 목표는 기독교 신학의 전체 전통에 대한 공격과 파괴였다는 것이 마크 릴라의 평가다. 인간을 신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진 피조물이라고 보는 성서의 관점과는 달리 홉스는 인간 자신의 경험에서 모든 것을 끌어내고자 한다. “종교의 징조나 열매가 오직 인간 속에만 있다는 점으로 보아 종교의 씨앗 역시 인간 속에 있다는 점은 의심할 근거가 없다.”고 홉스는 말했다. 그는 정치적이건 종교적이건 간에 모든 인간 행위의 기본 동기는 공포와, 무지, 욕구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법은 정치신학에 기댈 필요가 없었다. 홉스는 ‘지상의 신’이라는 절대 군주 형상으로 충분하다고 보았다. 이렇듯 정치신학의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고 종교와 공익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 것이 홉스의 가장 기여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주의 전통에서 종교가 이전처럼 정치를 위협하거나 광신주의를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자유주의 신학’이 대두한다. 독일의 사례인데,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광신적인 신앙심이 더 이상 근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으리라고 보았다. 다만 그들은 종교의 도덕진리를 근대 정치생활과 화합시키고자 했고, 그것이 그들이 지향했던 목표이자 ‘신’이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아 자유주의 신학은 부르주아 사회와 함께 무너진다. 더불어 그들이 꿈꾸었던 신은 ‘사산된 신’에 불과했다는 것이 폭로된다. 정치적 목적과 무관하더라도 종말론적 구원사상은 정치적 메시아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언제라도 악용됐다.  

따라서 저자가 보기에 ‘종교의 시대’가 끝났으며 사적 신앙은 존재하더라도 정치신학은 부활될 수 없다는 확신은 아직 성급하다. 정교 분리주의는 아직도 도전이자 실험이라는 것이다. 책은 서구의 근대 사상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지만, 서구만이 ‘정치신학’을 극복했다는 서구 우월주의적 편견도 간과하기 어렵다.  

09. 09. 10.  

P.S. 책은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리바이어선>이라고 표기하는데, 기왕에 번역본들에서의 표기가 <리바이어던>인 만큼 통일시켜주는 것이 좋았겠다. 이 <리바이어던>에 대한 반응을 소개하는 한 대목은 이렇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출간 이후 한 세기 동안 널리 비방을 당했다. 대부분의 비판은 교회와 정치신학자들로부터 날아왔고, 그들은 유럽 독자들에게 유서 깊은 기독교 체제를 벗어날 때 따를 위험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을 때마다 홉스를 희생양으로 이용했다. 인간을 짐승보다 조금 더 나은 존재로 본 홉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인간은 더욱 짐승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96쪽)   

내가 붙이진 않았지만 기사의 제목과도 연관이 있는 대목인데, 번역엔 약간의 착오가 있다. 세번째 문장의 원문은 "Hobbes treated human beings as little more than beasts, they said, and would only make them more beastly if he were listened to."(91쪽)이다. 부정의 뜻을 가진 'little more than'을 'a little more than'으로 잘못 본 듯싶다. "인간을 짐승보다 조금 더 나은 존재로 본 홉스"가 아니라 "인간을 짐승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는 존재로 본 홉스"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게 문맥상으로도 말이 된다...


댓글(2) 먼댓글(1)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09-09-10 04:31 
    [책] '사산된 신' 내용요약 — (via 로쟈)
 
 
펠릭스 2009-09-1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삭 줍는 농부의 마음!

로쟈 2009-09-11 07:01   좋아요 0 | URL
벌써 수확의 계절인가요?^^
 

9월 한달간 고전 읽기 모임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해 강의한다. 이 참에 관련서들을 좀 읽어보려는 것이 개인적인 '계산'이고, 그렇게 읽은 걸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번역본만 일단 다섯 종을 책상 주변에 갖다 놓았다. 대조해가며 다 읽을 성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몇 대목은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니체 관련서는 너무 많기 때문에, 당장에 펴볼 수 있는 책들만 추려놓는다(소장도서 중 상당수는 당장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돼 있어서 리스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승계호 교수의 연구서를 읽어보는 게 개인적으론 가장 큰 목표다. 아래는 러시아어판 문고본의 표지.  


1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레지날드 J. 홀링데일 서문, 홍성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9년 09월 09일에 저장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9년 09월 09일에 저장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최승자 옮김 / 청하 / 1984년 4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9년 09월 09일에 저장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곽복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8월
19,800원 → 17,820원(10%할인) / 마일리지 9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9년 09월 09일에 저장



1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9-09-10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9-09-10 16:28   좋아요 0 | URL
말 그대로 고전 읽기모임이구요, 강의도 특별하진 않습니다. 개요를 설명하고, 주요 대목을 해설하는 식입니다...

2009-09-10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0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1 0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1 0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1 0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1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1 0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펠릭스 2009-09-10 10:46   좋아요 0 | URL
예,,읽고 있습니다.

로쟈 2009-09-10 16:27   좋아요 0 | URL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루체오페르 2009-09-10 16:17   좋아요 0 | URL
음 제가 소장하고 있는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백석현,야그 는 없네요.^^;
저도 원체 버전이 많아서 여러개 둘러보고 이게 가장 나은것 같아서 골랐는데
상당히 만족합니다. 구매 얼마후 품절인가 절판이 되어 보물이 되었죠.ㅎ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써의 세계'도 판이 많아서 고르다 하나 정해 아직
받아만 놓고 있네요. 서양철학에 대해 많은걸 알진 못하지만 니체와 쇼펜하우어가 좋습니다.
저명한 작품은 판이 너무 많아 오히려 고르기가 참 어렵네요. 고려할 것도 많고 그렇다고 다 볼수도 없으니까요,

로쟈 2009-09-10 16:27   좋아요 0 | URL
짜라두짜는 파격적인 시도였기는 한데, 해프닝 정도로 치부된 것 같습니다. 절파된 걸 보면요. 니체는 워낙에 많은 해석과 해석의 거품을 거느리고 있어서,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에 오히려 난점이 많은 듯싶습니다...
 

일주일에 이틀 저녁수업이 있었던 지난 학기에 비하면, 일주일에 이틀 아침 아홉 시 수업이 있는 이번 학기가 조금 더 수월하지만, 그럼에도 개강초의 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듯하다. 귀가 후에 글을 쓰기 위한 '또다른 일과'가 시작되어야 하지만, 대개는 정신을 못 차리고 나가떨어지기 일쑤다(오늘은 영양제를 맞아보라는 충고도 받았다). 하기야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도 체력이 달려서 애를 먹는다고 하는데, '빈곤한' 체력으로 8개월을 버텼으면 할 만큼 한 거란 생각도 든다(더 무리할 수도 있지만, 과로사 증후군도 이젠 고려해야 할 나이다). 그럼에도 일정은 11월까지 빼곡하다. 이러다 연말까지 찌질한 노동'으로 연명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찌질한 연애'에 관한 책에 대해 떠들려다가 잠시 말이 헛나갔다. 최근 각광받는 20대 필자군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뉴라이트 사용후기>(개마고원, 2009)의 한윤형과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레드박스, 2009)의 김현진이다(나는 시사IN의 칼럼으로 처음 알게 됐다). 한 책소개 프로그램에 두 사람의 책을 나란히 후보로 올렸다가 한윤형의 책을 먼저 읽게 됐는데, 김현진의 책도 여유가 되는 대로 읽어볼 참이다. '연애'에 대한 관심은 한참 아랫순위이고 '88만원 세대의 글쓰기'에 대해서 분석해보고픈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온다 싶으면 뭔가 써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기력을 충전하는 게 우선일 테지만. 사실 연애도 그렇지 않은가? 그래도 기운이 생동해야 할 수 있는 것이 연애일 테니까. 최소한 맥 빠진 연애를 하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김현진의 인터뷰 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경향신문(09. 09. 09) “당신만 찌질한 사랑에 아픈 건 아니랍니다”

요즘 인터넷과 진보매체에서 ‘글발’을 보여주는 잘나가는 20대 칼럼니스트가 여럿 있다. 하지만 그 중 여성은 김현진씨(27)가 유일하다. 첨예한 사회 이슈에 대해 속시원히 발언하던 그가 최근 돌연 관심사를 돌려 연애에 관한 에세이집을 냈다. 속칭 ‘찌질한 연애’의 모든 것을 모았다는 책 <누구의 연인도 되지마라>이다. 

 

웬 연애 칼럼집이냐는 반응에 김씨는 “몇년 전부터 연애 이야기를 좀 써보고 싶었다”고 했다. “연애를 많이 한 편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연애는 개인과 개인이 다 벗고 충돌하고 깨지기도 하는 것이어서 사람을 가장 많이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데 요즘 자꾸 똑똑하게 사랑하라, 손해보는 사랑은 하지마라고 이야기하는 책들이 쏟아지더라고요. 그런 이야기가 지겹더군요. 20대 여성들이 소개팅 가서, 데이트 하면서 돈을 안썼네 하면서 남자들을 이용해먹는 ‘된장녀’적인 아이콘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은 분위기도 싫었고요.”

사회가 강퍅해지면서 점차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은 없어지고 기회비용을 계산하고 손해 안 보고 상처 안 받으려는 태도가 야무지고 똑똑한 사랑의 방식으로 인식되는 풍토가 싫었다. 책은 ‘찌질한’ 사랑을 해서 자신을 비관하고 있는 20대 여성들에게 건네는 위로다. 물론 자신도 찌질한 연애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실 여자들이 그렇게 따져가면서 손해 안 보는 연애만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남자에게 이용당하고, 손해 보고 끙끙 앓고 심지어 맞기도 하고 임신했다가 애를 떼기도 하고…. 찌질한 연애로 주눅들어 있는 아가씨들이 책을 보고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길 바랐어요.”

이 책은 벌써 김씨의 6번째 에세이집이다. 1998년 고교를 자퇴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진학한 뒤 자신의 청소년기를 되돌아보며 99년 발표한 에세이집 <네 멋대로 해라> 이후 <불량소녀백서> <질투하라 행동하라> <당신의 스무살을 사랑하라> <그래도 언니는 간다> 등을 통해 10대와 20대들에게 조언을 건넸고 잡지와 신문 등 매체에도 시사칼럼을 쓰는 등 꾸준히 글을 썼다.  

“사실 저보다 글 잘 쓰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 분들은 다들 대기업 홍보실에 가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사실 비결 같은 건 없고요, 제 글이 도움이 됐다고 e메일을 보내주시는 분들 보면 그냥 고마울 따름이죠. 제가 여태 살아오면서 박박 긴 ‘삽질’의 기록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위로를 얻길 바랄 뿐, 10~20대의 멘토씩이나 될 자격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하나 그렇게 글을 써도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첫 책은 무려 19쇄나 나갔는데도 말이다. 생활감각이 전무한 부모님을 대신해 집안의 생계를 꾸려가다보니 글값으로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김씨는 웃으며 자신의 글쓰기를 ‘생계형 글쓰기’라 하고 자신을 일러 월 40만원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도시빈민’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그는 조용히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실천을 하고 있다. 얼마 안 되는 자신의 인세, 원고료의 일부를 기륭전자 비정규직 분회에 기부한다. <그래도 언니는 간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의 인세 중 10%,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는 매체 중 두어 군데의 고료는 그를 거치지 않고 분회 쪽에 입금된다. “사실 원고료가 얼만지도 몰라요. 요즘은 가난하다 보니 그 돈도 아쉽기는 하지만, 작년에 기륭전자 언니들이 싸우는 걸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기 때문에 내는 수업료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보니까 소소하게 컵라면이니 생수 등 돈 드는 게 많더라고요. 돈을 더 많이 벌면 다른 곳에도 기부하고 싶은데 저도 도시빈민이다 보니 ‘일단 한 군데만 밀자’ 하고 있어요.”

그는 자신의 기부를 “국세청과 전혀 상관없는 제 나름의 사회에 대한 납세”라고 했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까 연대를 잘 못한다고 괴로워하는데 시간이 없을 땐 ‘현금빵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신자유주의적 시각의 연대긴 하지만, 별달리 시간도 여유도 없을 땐 최선의 연대는 입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부뿐 아니다. 그는 언제나 현장에 달려나간다. 지난해 여름에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륭전자 노조원들의 단식투쟁에 참여해 릴레이 단식을 하고 노조원을 위한 바자를 열었다. 올여름에는 쌍용차 평택공장 파업현장에도 갔다.

“일단 제가 가난하기도 하고, 에세이스트로서의 직업윤리 같은 게 있어요. 공돈 먹을 수는 없다, 이런 거죠. 집에서 그냥 인터넷으로 보고 글을 쓰기에는 제가 많이 부족해서 몸으로 때우는 거죠. 가서 내 눈으로 본 걸 쓰자, 현장 분위기를 몸으로 느껴서 조금이라도 더 진짜인 글을 쓰자고 생각해요.”

냉철한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촌철살인의 유머와 휴머니즘이 담겨 있는 그의 칼럼이 생생한 이유가 거기 있었다. 현재 서울 종암동 철거구역에서 살고 있는 그는 재개발로 변화하는 서울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정말 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일본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걸>을 재밌게 읽었다는 그는 “원래 실없는 농담을 엄청 좋아하고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해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은 생각도 크고요. 한데 요즘 사회 상황이 왠지 결연한 분위기를 유도하네요. 앞으로 전공(그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대학원 과정을 휴학하고 있다)을 살려서 킥킥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짬 내서 읽고 하루하루 살짝 기분 전환이라도 될 수 있는, 그 정도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윤민용기자) 

09. 09. 09.  

P.S. 날짜로만 치면 꽤 의미있는 날이로군(중국의 '구구절'이 오늘인가?). 지면에서의 인기에 비하면 실제 판매량은 두드러지지 않은 듯하다(적어도 알라딘에서는). 책 인세의 10%는 기부된다고 하므로 덩달아 '간접기부'에 참여해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듯싶다. 그래야 우리의 '언니'가 더 오래 갈 수 있지 않겠는가...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푸른바다 2009-09-09 20:18   좋아요 0 | URL
제가 악착같이 읽지 않는 종류의 책이 이런 책이었는데, 인터뷰 기사와 로쟈님 P.S.를 보니 한번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드는군요^^

로쟈 2009-09-09 22:5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연애서 읽을 나이는 아니지만, 젊은 세대의 감각을 엿볼 수는 있을 듯해요...

2009-09-09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9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펠릭스 2009-09-09 22:51   좋아요 0 | URL
가야금연주자 황병기 님이,
"삼복 더위때에 무언가를 하면 큰 일이 되더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붘깡스를 즐겼던 로쟈님이나, 한 여름에 평택공장을 지켰던 작가 님이나
"무언가 큰 일"을 저축하고 있는 듯합니다. 11월을 너머 빼곡히 변화하는
서울을 온 몸으로 담아 낼 것 같습니다.

책읽는 남자가 섹시하듯 신문을 읽는 여자 또한 '누구의 연인'이기를
거부하는 가을 분입니다. 연인이 되기를 열망하는 계절에 B급 연애는
더 생생할 텐데요.

여름내 흘린 육즙으로 이젠 탈진하여 어지럽고 어깨마저 축처집니다.
가을의 숨을 몰아쉬는 야구장과 투쟁 현장과 강의실에서도 1등급 육즙을
공급 받아야만 다음 삼복에도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슴입니다.

로쟈 2009-09-09 22:58   좋아요 0 | URL
네, 여름을 잘 나지 못한 후유증 같습니다. 이제와서 물릴 수도 없구요.^^;

2009-09-09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9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체오페르 2009-09-09 23:20   좋아요 0 | URL
사실 선입견이 있었던지라 로쟈님의 이 글을 읽고나니 왠지 부끄럽네요.
푸른바다님과 같이 저도 악착같이 읽지 않는 책이 여자 뭐뭐~ 시리즈 같은 종류,
칙릿, 시덥잖은 연애학서 같은 종류의 책들인지라 이 책도 딱 제목과 표지만 보고 그런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보지는 못했으니 정확히는 알수없지만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되고 보이면 한번 살펴봐야겠네요. 배우고 갑니다. 글 감사합니다.^^
ps : 제가 그런 책들을 싫어하는 몇가지는 여자 스스로를 약자로 규정해놓고 남자를 비판하는 그런 시각도 싫고 연애학서 보고 손해보지 않는 연애하려고,사랑도 결국 자신 행복하자는 거고 즐겁지 않으면 싫은거라지만...그런게 불편하더라구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그런 책을 통해 당신은 '연애에는 성공할지 모르나, 사랑에는 실패할 것이다' 뭐,저만의 견해입니다.^^;;

로쟈 2009-09-09 23:49   좋아요 0 | URL
저자는 저자를 먼저 봤기 때문에 의외다 싶었는데, 소개를 보면 수긍이 가는 면도 있습니다. 더불어, 저자의 나이도 생각하게 되구요...

루체오페르 2009-09-09 23:22   좋아요 0 | URL
앗 제가 남기는 순간 다른분의 글과 로쟈님의 댓글이 와르륵 달려 나타나네요. 지금 같은 글을 보고 있다니 왠지 기분 재밌습니다. ㅎㅎ

다락방 2009-09-09 23:34   좋아요 0 | URL
저는 아침에 경향신문을 읽고 회사일을 시작하는데, 로쟈님이 가끔 이렇게 경향신문 기사를 올려주시면 한번 더 보게 되는거에요.

저도 위에 루체오페르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계발류의 시리즈 책은 전혀 읽고 싶지 않은데, 그래서 이 책도 제목만 보고 그런책이거니 하고 넘기려다가 저자가 김현진이란걸 알고 오늘 부랴부랴 주문했어요. 시사인에 기고하는 그녀라면 연애에 대한 얘기도 제법 신랄하지 않을까 싶어 기대하고 있습니다.

로쟈 2009-09-09 23:48   좋아요 0 | URL
저도 보통은 전철역에서 사서 읽는데, 오늘은 버스를 이용한 탓에 사보지 못하고 온라인에서 읽었습니다. 마땅한 기사다 싶어서 옮겨놓았는데, 반응이 좋군요...

라로 2009-09-10 03:17   좋아요 0 | URL
저도 선입견과 편견이 강한 인간이라 "저런책~?!..."이라며 들춰보지도 않고 제목과 표지만 보고 지나쳤을텐데,,,,,,,로쟈님,,,흑

라로 2009-09-10 03:24   좋아요 0 | URL
지금 책을 보관함에 담으며 보니 알라딘에 올라온 리뷰는 대부분 참 가혹하네요,,,

로쟈 2009-09-10 16:30   좋아요 0 | URL
'찌질한 연애담'에 대한 거부감도 한몫하는가 봅니다...

필로우북 2009-09-10 10:35   좋아요 0 | URL
저도 김현진 님 팬이에요. 예전에 '또 하나의 문화'시리즈에 글을 쓰던 십대 시절부터 글을 참 잘 썼었죠. 동시대에 같은 나이를 살면서 글로 표현해 주는 게 고맙기도 했구요. (그녀는 절 모르지만 제 중학교 1년 선배이기도 해서)그 뒤의 행보를 지켜는 보고 있었지만, 얼마 전 '20대 여자들을 위한 자기격려서' 라는 부제가 붙은 <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 를 읽고 다시 팬이 되었습니다. 20대를 포함한 모두, 계발에 앞서 자기를 격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



로쟈 2009-09-10 16:32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세대가 달라서 자기세대에 대한 연민이나 격려에는 거리감을 느끼지만, 맛깔나는 자기 문체를 갖고 있어서 좋아합니다...

순오기 2009-09-10 10:45   좋아요 0 | URL
20대인 우리 딸이 보면 딱 좋겠다 싶은데... 대학도서관에서 경향신문을 챙겨본다니 기사는 읽었겠네요. 저는 '언니가 간다'가 더 땡기는데요.^^

로쟈 2009-09-10 16:33   좋아요 0 | URL
<언니가 간다>는 칼럼모음집인 듯해요...

2009-09-10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0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침에 만원 지하철에서 읽은 경향신문의 칼럼을 스크랩해놓는다. '어제의 오늘' 꼭지인데, 1941년 9월 8일은 독일군이 레닌그라드 공습을 감행된 날이라 한다. 이미 6월에 독일군이 침공해들어왔을 때, 당시 소련은 히틀러와 비밀리에 체결한 불가침 협정만 믿고서 전혀 무방비상태에 있었기에 피해가 더욱 컸다(스탈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미스터리다). 결국은 독일군을 격퇴하지만 2차 대전 중 가장 많은 전사자를 낸 곳이 동부전선이었다. 칼럼은 레닌그라드 봉쇄의 눈물겨운 사연을 전하고 있다.

경향신문(09. 09. 08) [어제의 오늘]1941년 독일군에 포위당한 레닌그라드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역사와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유서 깊은 러시아 제2의 도시다. 18세기 러시아의 개혁군주 표트르 대제가 유럽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러시아 북서부 네바강 하구 삼각주에 건설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소비에트연방공화국 수립 이후 1924년 레닌그라드로 개명했다가 1991년 소련 해체후 원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6월 독일이 300만 병력을 동원해 소련을 침공하면서 대독전선 전방에 위치한 레닌그라드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파죽지세의 독일군은 개전 두달여 만에 레닌그라드 부근에까지 이르렀으나 시민들이 2만5000㎞에 달하는 참호를 파며 항전의지를 불태우자 점령 대신 포위전으로 전환한다. 히틀러도 독일군에 레닌그라드의 항복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특별지시를 내린다. 



마침내 9월8일 독일군은 라도가 호수를 제외한 보급선을 완전히 차단하고 공습을 시작했다. 인구 300만명의 레닌그라드에 대한 보급이 차단된 뒤 한달여 만에 시민들은 극심한 기아상태에 빠졌다. 밀가루가 떨어지자 톱밥, 목화씨는 물론 말 사료로 쓰던 귀리까지 먹어야 했다. 소련 해군함대가 보낸 곡물수송선이 라도가 호수에서 격침되자 배를 인양해 썩은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9월말에는 석유와 석탄이 떨어져 공장가동이 멈췄고 11월에는 교통수단 통행이 중단됐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아사자들이 속출했고, 사람들은 인육에까지 손을 댔다. 하지만 강원도만한 크기의 라도가 호수가 얼어붙으면서 최악의 사태는 모면했다. 말이 이끄는 수송부대가 호수를 통해 레닌그라드에 물자를 실어 날랐고, 이듬해 4월까지 50만명의 시민들이 결빙상태의 호수를 건너 탈출했다. 1942년 여름에는 라도가 호수 밑바닥으로 석유 파이프라인이 건설되기도 했다.

1944년 1월27일까지 900여일 가까이 상상조차 어려운 굶주림과 추위, 폭격에 맞선 레닌그라드 시민들의 분투는 소련국민에게 용기를 심어줬고, 스탈린은 1945년 레닌그라드에 ‘영웅도시’의 칭호를 부여했다. 포위기간에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뜨거운 동지애와 전우애로 서로를 격려하고 저항을 이어갔다. 나이 많은 시민들이 “꼭 싸워 이기라”며 젊은이들에게 배급을 양보하고 희생을 자처했다는 일화도 있다. 세계적인 음악거장 쇼스타코비치는 레닌그라드 시민들의 투쟁과 애국심을 찬양하는 레닌그라드 교향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독일군이 패퇴한 뒤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트로이도 로마도 함락됐지만, 레닌그라드는 함락되지 않았다”며 만세를 불렀다. 포위전의 희생자는 소련정부의 공식발표로는 67만명이지만 최대 120만명이라는 설도 있다.(서의동기자) 

09. 09. 08. 

 

 

P.S. 찾아보니 레닌그라드 대봉쇄를 다룬 책들은 예상대로 많이 나와 있다. 어떤 책이 가장 정평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두 권은 소개됨 직하다.

  

국내에 소개된 책은 데브라 딘의 실화소설 <레닌그라드의 성모마리아>(랜덤하우스코리아, 2007)가 있다.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나치 치하 900일동안, 레닌그라드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지켰던 한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 그리고 네덜란드 작가의 <레닌그라드의 기적>(다림, 2007)도 나와 있는데, 어린이용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와 독일 사이의 레닌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열두 살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물론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을 다룬 책들은 기본서일 텐데, 또다른 격전지인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그린 안토니 비버의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서해문집, 2004)는 "2차 대전의 향방을 뒤바꾼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대한 생생한 다큐멘터리". 소개만 읽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책이다. 찾아보니 동부전선에 투입된 독일병사의 회고록과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에서의 전차전에 관한 책도 소개돼 있다.    



1941년 6월 22일 히틀러는 '바르바로사 작전'이라 이름 붙여진 소련 침공을 실행에 옮긴다. 이로써 불붙은 독일과 소련의 전투는 역사상 최대의 시가전으로 기록될 만큼 양국에 막대한 피해를 안기며 2차 대전의 향방을 뒤집는다. 전체 전사자 중 80%를 이곳에서 잃은 독일군은 이 전투 이후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2차 대전은 연합군의 승리로 기울었다.

어떻게 스탈린 체제의 비효율적인 공포정치에 익숙해진 소련이 그토록 막강한 독일군을 이길 수 있었을까? 흐루시초프는 이 전쟁에 대해 "소련은 스탈린 덕분에 독일에 이긴 것이 아니다. 스탈린이 있었음에도 이긴 것이다."라고 평했다. 이 전투의 주인공이 스탈린이나 히틀러가 아니라 이름조차 없이 사라진 무명용사들이라는 것.

이 책은 이같은 입장에서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들여다본다. 전투 현장의 양쪽 군인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전투에 휩쓸린 보통의 사람들이 이 전투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견뎠는지를 담아낸 한편의 다큐멘터리와 같다. 이를 위해 양측 군인의 일기와 편지, 군목들의 보고서, 개인적 메모 등 다양한 사료들을 동원했다.  

겸사겸사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도 감상해본다(http://www.youtube.com/watch?v=m3G9ZqxcReU)...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른바다 2009-09-08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러시아 사람을 작년에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사람 왈 레닌그라드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정확한 러시아 발음은 어떻게 되나요?^^)로 복귀했지만 스탈린그라드는 아직 스탈린그라드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스탈린그라드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기에, 그리고 너무나 많은 사람이 스탈린그라드 대회전과 관련되어 있기에 이름을 바꿀 수 없다고 하던데, 전 사실 금시초문이었습니다^^ 러시아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 하니 갑자기 내가 제대로 알았나 의문이 들기도 하고... 아무튼 반박을 못했는데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1961년 이후 볼고그라드로 복귀된 걸로 되있네요.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할리는 없을 테고, 행정적으로는 볼고그라드지만 아직 많은 러시아인 기억에는 스탈린그라드로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Sati 2009-09-08 20:34   좋아요 0 | URL
검색해보니, 러시아공산당을 중심으로 개명운동이 매년 꾸준히 펼쳐지고 있는데, 아직 공식적으로는 볼고그라드입니다. 2004년에 푸틴이 국민정서를 고려하여 모스크바 크레믈린 옆 무명용사의 묘역에 있는 '볼고그라드' 명판을 '스탈린그라드'로 바꾼 일이 있었네요.

로쟈 2009-09-08 23:41   좋아요 0 | URL
'뻬쩨르부르그'라고 표기하기도 합니다. 러시아지명에 대해선 러시아인들도 모르는 수가 있군요.^^

푸른바다 2009-09-09 16:5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Sati 님 감사합니다^^ 그런 움직임들이 있군요... 업무상 러시아 인들을 만날 일이 있는데, 소련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답을 회피하더군요^^ 스탈린그라드에서의 싸움을 영웅적인 행동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시 이름을 바꾼다는 건 그 싸움의 명분이 상당부분 사라지는 것을 상징하기에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델러웨이부인 2009-09-08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음악 잘 들었습니다~

로쟈 2009-09-08 23:40   좋아요 0 | URL
중국엔 잘 다녀오셨나요?^^

노이에자이트 2009-09-08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오래전 번역된 것도 있고 국내 저자가 쓴 것도 있지만 레닌그라드 공방전 자체만을 다룬 것은 단행본으로 나온 게 없어요.해리슨 솔즈베리 것이 영어권에선 꽤 유명한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번역되지 않았구요.좀 오래된 것 중 윌리엄 샤이러<제3제국의 흥망>이 자세한데 60년대에 번역된 것은 일본어 중역이라 가타카나 발음으로 나와서 좀 어지럽지요.

최근 나온 것은 데이빗 글랜츠<독소전쟁사>가 군사전문가 쪽에서 많이 읽히고 있습니다.오버리는 러시아어를 모르는데 글랜츠는 러시아어를 안다는 잇점이 있지요.그리고 전투 묘사에 더 치중하고 있습니다.

로쟈 2009-09-08 23:39   좋아요 0 | URL
언젠가 서점에서 본 듯한 책이군요. 덕분에 챙겨둡니다.^^

펠릭스 2009-09-09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소피아로렌 주연 "해바라기(sunflower)"가
"스탈린그라드 전투(1942년)" 전을 배경으로 한
이탈리아 군인의 얘기가 아닌가요?
*'독소전쟁사' : '독소(toxin)전쟁사'로 오인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9-10 23:02   좋아요 0 | URL
마츠첼로 마스트로얀니가 독일군의 동맹군으로 소련에서 전투 중 낙오되어 현지여인과 결혼한 이탈리아 남자로 나오지요.그 소련 배우가 미녀로 유명한 루드밀라 샤벨리에라입니다.배경은 우크라이나입니다.현지에서 직접 찍었지요.촬영당시는 소련 시절이라 우크라이나가 소련 내 공화국이었습니다.

펠릭스 2009-09-12 09:5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접경이군요. 주위에는 동유럽국인 '벨로루시,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가 있군요.
현재 동유럽은 '경제.금융상의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합니다.
1) 외부 유입된 부채에 의한 경제구조.
2) 사회복지에 대한 많은 재정적자.
3) 정치불안,'우크라이나'경우 은행개혁과 정부 예산 수정 등 각종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미미한 상태로 201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쟁으로 인해 혼돈 심화.(조선,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2009-09-11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1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명한 탈식민주의 이론가 호미 바바 교수가 내한하여 강연을 가졌다 한다. 동정을 소개하는 기사가 있기에 스크랩해놓는다. 또 한주일이 시작되는군...  

한국일보(09. 09. 07) 호미 바바 미하버드대 인문학연구소장 방한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누가 소외되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세계화는 경제적인 프로젝트인 동시에, 윤리적·도덕적 차원의 프로젝트로도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탈식민주의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호미 바바(60) 미국 하버드대 인문학연구소장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3일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바바 교수는 자크 라캉, 에드워드 사이드 등과 함께 탈구조주의 문화이론을 대표하는 학자로 시카고, 런던대 등을 거쳐 2001년부터 하버드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5년 뉴스위크에 의해 '차세대 미국인 100인'에 뽑힐 정도로 정교한 학문체계뿐 아니라 왕성한 사회적 발언도 평가받는다.

그는 4일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과 이화여대 탈경계인문학연구단이 각각 주최한 세미나에 잇달아 참석, 지구촌이 당면한 현실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 사유의 결과를 선보였다. 세계화와 극단적 폭력, 다문화적 혼융 등 현대 사회의 혼란을 헤쳐갈 방편으로 바바 교수는 "거대 담론에 매몰되지 않고 끊임없이 성찰과 변혁을 추구하는 인문학적 사고"를 제시했다.

바바 교수는 난해한 탈구조주의 이론보다는 세계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논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그는 세계화를 "로마로부터 21세기까지, 역사의 과정 속에 되풀이되는 흐름의 하나"로 파악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윤리'라는 부분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얼마나 많이 수출하고 수입하느냐, 얼마나 많은 NGO의 네트워크를 갖느냐보다 각국에서 온 외국인을 어떻게 취급하느냐" 하는 척도가 "세계화의 수준과 윤리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바바 교수는 세계화의 긍정적인 측면을 도외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지속가능성, 그리고 평등과 함께 추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세계화의 역기능에 시달리는 신생 개도국들은 탈식민지 과정과 냉전 상황을 거치며, 발전이 덜 된 상태에서 세계화의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20세기 초의 식민의 유산을 간직"한 상태에서 "IT 혁명을 찬양하고 글로벌 마켓의 유연화를 찬양하는 흐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바바 교수는 그러나 "지구가 평평하고 공평하다는 생각의 반대편에는 유례없는 차별과 고통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세계화와 함께 현대 사회의 특징을 상징하는 '다문화'에 대해서는 "평등한 입장에서의 포용적 관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월한 문화는 없다는 전제 하에, 문명충돌 같은 아이디어를 버려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는 20세기 중반 조국인 인도에서 보낸 유년기와 청년기의 경험으로 설명을 보탰다. 그가 태어나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의 시간은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직후의 혼란과 파키스탄의 분리 과정에서 빚은 갈등의 시기와 겹친다.

바바 교수는 "그 시절은 긍정적 감정과 적대감을 동시에 일으키던 시기였다. 탈식민지운동의 반대편에서는 유럽의 아방가르드 문화를 흡수했다. 한편으로는 굉장한 소속감을 느끼면서, 또 한편에선 나 자신의 존재 근원에 의문을 제기하는 아이러니한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역사의 문은 열려 있지도 닫혀 있지도 않고,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며 "무엇을 들여보내고, 내보낼지를 결정하며, 민주주주의 취약한 점을 보완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리주의의 관념으로 구성된 현대 정치에 내러티브, 혹은 감성의 언어를 가미할 것도 제안했다. "세계화, 문화 정체성 등과 관련해 너무 단순화·도식화한 개념들은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형식의 올가미와 차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바 교수는 "모든 유전자, 모든 문화는 고유한 이야기와 역사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모두가 주체가 될 수도 객체가 될 수도 있다는, '세계적 회의'(global doubt)로부터 출발하는 인문학의 필요"를 강조하며 강연을 끝맺었다.(유상호기자) 

09. 09. 07.  

 

P.S. 강연인 만큼 대체로 '좋은 말씀'으로만 채워져 있어서 건질 게 별로 없지만, 마지막 문단의 내용은 흥미를 끈다. "합리주의의 관념으로 구성된 현대 정치에 내러티브, 혹은 감성의 언어를 가미할 것도 제안했다"는 대목. 사실 '제안' 수준을 넘어서는 뭔가를 기대하게 하지만, 더이상은 확인하기 어렵다. 국내엔 <문화의 위치>(소명, 2002)만 출간돼 있으나 그의 또다른 주저는 <민족과 서사(Nation and Narration)>이고, 나의 개인적인 관심사도 거기에 닿아 있다(이 책은 번역된다는 것 같기도 한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기사에서 "자크 라캉, 에드워드 사이드 등과 함께 탈구조주의 문화이론을 대표하는 학자"로 소개됐는데, 자크 라캉의 이름이 포함된 건 의외이다. 바바는 '탈구조주의 문화이론가'라기보다는 보통 가야트리 스피박까지 포함하여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탈식민주의 '3총사'로 불린다. 사이드의 서거로 이제 두 사람이 남은 셈이지만. 탈식민주의 이론에 대한 좋은 입문서로는 보통 바트 무어-길버트의 <탈식민주의! 저항에서 유희로>(한길사, 2001)와 로버트 영의 <백색신화>(경성대출판부, 2008)가 꼽힌다. 호미 바바만을 단독으로 다룬 소개서들도 영어권서에는 서서히 나오는 듯싶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팀전 2009-09-07 14:15   좋아요 0 | URL
^^ 호미 바바 사진을 신문에서 얼핏 보더니 예찬이 왈...
"아빠 저 할아버지가 수염을 뽑아요. 어...왜 자기 수염을 뽑아요?"
..
원근법을 무시하고 보면 수염 뽑는 것 같아요 .

새학기가 시작되서 더 바쁘시겠습니다. 지난 주에 인디고서원에 가서 로쟈님 책이 얼마나 팔리나 봤더니 4쇄판이 나와 있더군요..잘된건가요? ^^

2009-09-07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펠릭스 2009-09-08 18:40   좋아요 0 | URL
소크라테스 같습니다.
탈식민주의 이론은 문화DNA에 대한 평등성을 주장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경제력을 업은 과학이 '우수DNA' 획득을 위한
'형질변환'로드를 무한질주하는 시대입니다.

로쟈 2009-09-08 23:51   좋아요 0 | URL
평등은 당위적인 가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