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을 지나면서 한풀 꺾인 폭염이 그대로 사라지진 않고 다시 기승을 부릴 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빗나간 예보다. 태풍이 지나가면서 살짝 흩뿌려진 비 덕분인지 선선한 기운이 완연하다. 확인해보니 주말아침 바깥 기온이 24도이고 실내 온도는 27도다. 한창때보다 2-3도 떨어졌고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정도면 책읽기에도 나쁘지 않다.

아침을 먹기 전에 다케다 히로나리의 <푸코의 미학>(현실문화)을 손에 들었다. ‘삶과 예술 사이에서‘가 부제. 목차만 봐도 내용은 어림할 수 있는 책이다. 재커리 심슨의 <예술로서의 삶>(갈무리)과 같이 묶을 수 있는 책인데, 심슨의 책은 원저가 신통찮은지 번역의 문제인지(원서를 구하지 않아서 비교해보지 못했다) 별로 와닿지 않았다. 지난번 책이사 때 서가에서 바로 치워버렸다. <푸코의 미학>으로 빈 자리를 채우려 한다.

‘컨템포러리 총서‘ 시리즈는 랑시에르의 <이미지의 운명>으로 시작했는데(‘랑시에르의 미학 강의‘가 부제다), 날씨도 선선해져서 이제는 철학서나 이론서도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눈에 띄는 대로 보이는 곳에 꽂아두어야겠다. 먼저 아침을 먹고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주에 나온 당혹스러운 책은 제럴드 레빈슨이 엮은 <미학의 모든 것>(북코리아)이다. ‘옥스포드 미학사전‘을 옮긴 것인데 이 분야의 유익한 교양서(라기보다는 전문서에 더 가깝겠지만)가 출간된 사실이 당혹스러울 건 없다.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5년전에 책의 일부가 <미학의 모든 것1>로 출간됐었다는 점.

나처럼 책을 구입하고 오랫동안(물론 어느 사이에 잊고 있었지만) 2권을 기다려온 독자에게는 2권 대신 등장한 완역본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건 뮌가. 1권은 내다버리라는 얘긴가? 간혹 1권만 나오고 그 이후는 함흥차사가 된 책들이 없진 않다. 하지만 이렇게 같은 춘판사에서 책을 내면서 1권은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완역본을 내는 경우는 처음 본다. 5년전에는 무슨 생각이었던 것일까.

완역본이 980쪽이고 1권이 462쪽 분량이니 대락 절반이다. 이 경우에는 520쪽 정도 분량의 2권을 내고, 나중에 합본판을 내거나 하는 게 온당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책값이 두권 값보다는 싸다는 것. 2권짜리 분권 형태였다면 5만원 정도는 했을 텐데 완역본은 3만7천원이다. 하지만 이걸로 위안을 삼아야 할는지는 좀더 계산이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권짜리로 나왔던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를 보완하는 책이 나왔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인상주의 편>(휴머니스트). 부제가 ‘미학의 눈으로 보는 현대미술의 태동‘이다. 흔히 현대미술의 출발점으로 간주되기에 인상주의에 관한 책은 나름 적지 않게 나왔지만 진중권표 서양미술사가 이번에도 가장 확실한(인상적인?) 가이드 노릇을 할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굉장히 많은 도판을 수록하고 있어서 인상파 화집으로도 읽을 수 있다. 유럽의 미술관을 결코 많이 둘러본 것은 아니지만 몇 차례 방문하다 보니 인상파 그림도 친숙하게 마주치곤 했는데 어떤 그림을 본 것이고 그 미술사적 의의는 어떠한지 다시 되짚어볼 수 있어서 좋다. 아직 실제로 보지 못한 그림들에 대해서도 사전 숙지용으로 읽어둠 직하다.

인상주의에 대해서 내가 갖고 있는 책도 여러 권이다. 리월드의 <인상주의의 역사>(까치)를 표준으로 생각해왔는데 아직 읽지 않았다. 좀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기본으로 하고 <인상주의의 역사>는 부교재로 삼아야겠다. 이런 정도야 허용될 수 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미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겐 필독 거리가 될 만한 책 두 권이 나왔다. 심경호의 <안평>(알마)과 유홍준의 <추사 김정희>(창비)다. 먼저 한문학자 심경호 교수의 <안평>은 1200쪽이 넘는 분량의 노작이다. ‘몽유도원도와 영혼의 빛‘이 부제.

˝안평대군의 시간 이후 600년이 지나도록 문사와 예인들 사이에서 간단없이 회자되고 칭송되어왔던, 바로 그 안평을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주는 한 문헌학자의 노작이다. 이 방대한 한 권의 책을 통해 안평은 더 이상 정쟁의 희생자가 아니라, 학문과 시와 그림을 사랑하는 예인들과 함께 순수 예술세계를 건설하려던 당대 동아시아를 통섭하는 시대정신의 혁명가로 새로 태어난다.˝

아마도 이만한 저작이 다시 나오기는 어럽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한데 안평이 아니라 추사라면 경합이 될지도. 최완수 선생의 <추사집>이나 <추사 명품>(현암사)이 혀를 내두르게 하는 책이었는데 유홍준 국민 문화유산 길잡이 유홍준 교수가 ‘유홍준표 추사‘를 내놓았다. 가히 마르지 않는 샘이다!

˝탄생부터 만년까지, 주인공의 일대기를 좇는 전기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간 파편적으로 이해되어온 추사의 삶과 예술, 그리고 학문을 총체적으로 그려낸다. 대갓집 귀공자로 태어나 동아시아 전체에 ‘완당바람‘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던 추사가 두 차례의 유배와 아내의 죽음 등을 겪고 인간적, 예술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 역사소설처럼 흥미롭게 펼쳐지는 한편, 그 속에 녹아든 추사 학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여느 학술서 못지않게 탄탄하다. 책에 실린 280여 점의 도판은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이다.˝

적당한 분량과 가격도 <추사 김정희>의 강점이다. 유홍준 교수의 책이 그래왔듯이 대중판 추사도 곧 평정되지 않을까 싶다. 이럴 때는 내가 한국미술 전공자가 아닌 게 다행스럽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prenown 2018-04-2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사 김정희>는 유홍준교수가 이미 낸 <완당평전>의 개정증보판 수준이 아닐까 싶은데,얼마나 바뀌었을지 기대되는군요.

로쟈 2018-04-22 22:31   좋아요 0 | URL
완당평전을 대중화한 걸로 보입니다. 후기가 ‘완당평전‘에서 ‘추사 김정희‘로, 네요.

sprenown 2018-04-22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학고재에서 2권으로 나온 완당평전을 창비에서 1권으로 이름만 바꿔 낸 것이군요 개정축소판으로^^.

로쟈 2018-04-22 22:40   좋아요 0 | URL
완당평전(전3권)을 절판시키고 개정축소판이자 보급판으로 펴낸거같네요.

sprenown 2018-04-2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관심도서를 모두 읽을 수는 없는 형편이라 소위 대기표를 나눠주는 수밖에 없는데, 지난달에 나온 책 가운데 비교적 앞순번에 해당하는 책이 자크 랑시에르의 <모던타임스>(현실문화A)다. 원저는 지난해에 나온 랑시에르의 최신간이어서 놀라기도 했는데 자그레브(크로아티아)에서 나온 영어판이라 알라딘에서는 구매할 수 없다(통상 랑시에르의 책은 영어판도 같이 구입하고는 했는데 이 책은 예외가 되었다).

책의 부제는 ‘예술과 정치에서 시간성에 관한 시론‘이고 네 편의 글로 구성돼 있다. 역자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진행된 랑시에르의 예술-정치 연구를 축도˝한 책이다. 그 연구를 구성하는 책들은 <감각적인 것의 나눔>(<감성의 분할>, 2000)을 포함하여 여러 권이 소개되었다. <영화 우화>(2001), <이미지의 운명>(2003), <미학 안의 불편함>(2004), <문학의 정치>(2007), <해방된 관객>(2008) 등이고 <아이스테시스>(2011)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초기작 <프롤레타리아들의 밤>(1981)과 함께 번역출간을 고대하는 책이다).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책이 <모던타임스>라는 것.

개인적인 관심은 랑시에르의 미학이나 영화론보다 문학론에 있는 편이라 <모던타임스>의 독서도 일단 보류한 상태다. 원저를 구하게 되면 일정이 당겨질지도. 혹은 랑시에르의 영화론에 관심을 갖게 되면 역시 생각보다 일찍 책을 손에 들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자면 같은 이유에서 미뤄놓은 다른 책들까지도 한꺼번에 손을 봐주어야 할지도. 아, 그 책들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