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문예출판사)는 제목이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덧붙일 것도 뺄 것도 없다. 원제 ‘오늘날의 문제들에 답하는 인류학‘이 번역본의 부제가 되었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근본적 문제에 대해 인류학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1986년 일본에서 현대 인류학의 거장 레비-스트로스가 했던 세 차례의 강연을 담은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는 이 간단하지만 거대한 질문 앞에 제출한 답변이다.˝

레비스트로스의 인터집도 나와 있고 그게 입문서로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강의록 역시 입문서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 무엇을 위한 입문인가? 아무래도 그의 주저들에 대한 입문서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 면에서는 불만이 없지 않다. 레비스트로스의 저작이 국내에 많이 소개된 편임에도 몇 개의 이가 빠져 있기 때문.

간추리면 세 종이다. 먼저 박사학위논문이면서 구조인류학을 시연해보인 <친족의 기본구조>가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그리고 핵심논문들을 묶은 <구조인류학>(전2권)이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과거 1권만이 종로서적에서 나왔다가 오래 전에 절판된 상태다. 그리고 전4권으로 이루어진 대저 <신화학>의 절반이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1,2권만 나온 상태다). 예고는 되어 있지만 기약은 아직 없다.

이런 책들이 마저 소개되어야 한국어 레비스트로스도 버젓한 규모를 갖게 될 터이다. 그런 날이 조만간 올 것 같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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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봄학기를 앞두고 망중한 같은 (강의)휴일이었다. 그렇더라도 막상 내주의 강의자료들을 만들려고 하니 이삼일의 여유도 짧게 느껴진다. 해야 할 일의 최소한이건만. 무겁거나 복잡한 책(‘복닥한 책‘이라고 타이핑했다)을 잠시 제쳐놓고 손이 닿는 대로 집은 책이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스윙밴드)다.

중앙일보 이영희 기자의 에세이집. 이름이 낯익어서 확인해보니 연락처에 이름이 있고 안면은 없지만 몇번 통화한 적이 있다. 문화부에서 출판담당 기자였을 때였나 보다. 책의 서두에서 출판담당 기자의 하루 얘기가 나오니 친숙하게 잘 읽힌다. 지난 2015년 알라딘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된 <어쩌다 어른>이 저자의 첫 책이었다는 걸 프로필을 보고서야 알았다. 어쩌다 지나친 것인지.

‘나는 나와 잘 지내고 싶다‘는 첫 장의 제목이다. 베스트셀러 저자는 이렇게 글을 쓰는구나라고 한 수 배운다. 그렇게 몇장 넘기다가 적는 페이퍼다. 뒷북으로 알게 된 저자이니 널리 알린다는 건 말이 안 되고, 편안한 금요일 저녁시간에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에 말을 꺼냈을 뿐이다. 추천사를 쓴 MBC 김민식 PD는 ˝자고로 사람을 웃기는 데 자학개그만한 게 없다˝고 했다. 아마 이 책의 갈래가 (자학)개그집인 모양이다.

한데 저자의 일상을 자발적 생중계로 들여다보게 하는 터라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이런 게 소설과 에세이의 차이로군. 지금 저자가 <내 인생의 결산 보고서>를 읽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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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강의에서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동아시아)을 다루었다. 한국사회 가족주의(저자는 ‘정상가족주의 이데올로기‘라고 부른다)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신랄하게 지적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다양한 데이터 자료를 활용하고 있는 게 강점인데 그와 더불어 몇권의 책에 대해 관심을 갖게끔 해준다.

두 권만 꼽자면 김덕영의 <환원근대>(길)와 장경섭의 <가족 생애 정치경제>(창비)다. 저자가 사회학자라는 점, 가족주의의 문제를 한국의 근대화과정과 연관지어 살펴보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환원근대>는 소장하고 있기에 책장을 좀 둘러보고 찾으면 되고 <가족 생애 정치경제>는 따로 구입해야 한다.

책을 구하는 건 밥먹듯이 하는 일이라 바로 주문하면 되는데 내일 일본문학기행을 떠나는지라 장바구니에만 넣어두었다. 내주에야 구입해서 읽어볼 수 있을 듯. 이 두 권이 한국의 근대와 가족주의 관련으로 저자가 참고하고 있는 책의 전부다(약간의 논문이 추가될 따름). 그래서 드는 생각이 새삼스럽지 않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책이 너무 없구나라는 것.

분명 너무도 많은 책들이 나와 있고 또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제를 좁혀서 뭔가 읽으려고 하면 막상 손에 잡히는 책이 드물다. 풍요 속의 빈곤? 우리 독서 현실의 씁쓸한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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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후마니타스연구소의 서평강좌 개강이 있었다. 오늘은 서평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에 이어서 다카다 아키노리의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바다출판사)을 다루었다. 매우 실전적이라는 게 책의 특징이자 강점인데 개인적으로 특히 공감한 대목은 ‘읽지 않는‘ 독서의 의의를 강조한 부분이었다. 언뜻 모순으로 들리지만(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떠올린다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사정을 보게 되면 당연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하려는 목적으로 ‘읽지 않기‘란 사실 독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독서는 ‘읽는 것‘이라고 다들 생각한다. 그러나 오히려 책 읽는 기술의 진면목은 ‘읽지 않기‘에 있다. 독서를 할 때 무엇이든 다 읽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이는 ‘무엇을 읽지 않을 것인가‘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특정 서적을 ‘읽지 않는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정 서적의 ‘어느 부분을 읽고 어느 부분을 읽지 않을 것인가‘라는 의미에서 ‘부분‘도 포함된다.˝(83-84쪽)

저자는 그렇게 읽지 않고 건너뛰는 읽기를 ‘펼쳤다‘나 ‘바라봤다‘로 표현하는데 ‘만졌다‘고 해도 좋겠다(내가 즐겨 쓰는 표현은 ‘보다‘나 ‘만지다‘이다). 읽지 않는 독서는 책을 읽는 대신에 차례와 장제목을 꼼꼼히 보거나 책장을 대충 넘겨보며 어쩌다 집히는 대목만 읽는다. 이것이 또한 ‘책벌레‘들 특유의 독서법이다(나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작업에 비상식적일 정도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책벌레‘의 습성이다.˝

˝개인적인 야심을 말하자면 연간 5,000권 이상 책을 ‘펼치고, 바라보고‘ 싶다(이는 목표로 정한 희망 사항으로서 실제로 일주일에 두 번 총 40권 정도의 신간을 ‘만지고‘ 있으니 연간 2,000권 정도가 된다). 5,000권이라고 해도 전체 서적의 약 10%지만, 사실 나머지 90%는 ‘도서명이나 저자명을 보기만 해도‘ 쓸데없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본인과 전혀 관계가 없는 분야도 많다.˝(86쪽)

내가 놀란 건 사정이 비슷해서다. 나도 연간 2,000권 정도는 만지는 축에 속하기에. 차이라면 5,000권 이상을 만져보겠다는 야심은 전혀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 2,000권을 만지는 일만으로도, 곧 2,000권을 읽지 않는 일만으로도 시간과 에너지가 턱없이 모자란다(게다가 비용은?). 그럼에도 비슷한 처지의 동병상련은 느낄 수 있어서 위안이 된다. 저자의 마무리에도 전적으로 동감인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오히려 ‘과거에 출판된 책‘이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에 적어도 수만 권의 ‘의의가 있는‘ 책이 출판되었을 터인데 이들을 어떻게 하면 파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물론 ‘모두 다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역시 ‘읽지 않는‘ 독서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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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 나를 놀라게 한 책 중의 하나는 박홍규 교수의 신작 <헤세, 반항을 노래하다>(푸른들녁)이다. ‘박홍규의 호모 크리티쿠스‘의 네번째 책. 이 시리즈는 지난해 9월에 <니체는 틀렸다>가 첫 권으로 나온 이후 <헤세>가 12월에 출간되었으니 한달에 한권 꼴이다.

그렇더라도 <니체>와 <오웰>은 저자가 앞서 낸 책의 개정판이어서 표지가 깔끔하게 바뀐 걸 제외하면 놀랍지 않은데 <릴케>와 <헤세>는 의외인데다가 연거푸 출간돼 놀랍다(가장 놀라운 건 <릴케>다. 저자가 시인까지 다룰 줄은 몰랐다). 아마도 원고가 다 준비된 상태에서 출간시기만 간격을 두는 걸로 보인다.

아무튼 인물평전 분야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늘 내온 저자의 오랜 공력이 이 시리즈에서 완성태를 보여주는 듯해서 독자로서도 흡족하다. 저자의 인물평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윤곽과 쟁점을 짚어주기에 유익하다. 헤세의 작품에 대해서는 나도 강의에서 자주 다루었고 앞으로도 다룰 예정이라(당장 다음주에도 대구에서 강의가 있다) 참고해볼 참이다.

한달에 한권이라면 이달에는 무슨 책이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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