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강의할 헤밍웨이의 책이 안 보여서 동네서점(이라기보다는 지역서점이라고 해야겠다. 규모가 다르니)에 갔다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비채, 특별판, 2017)을 손에 들었다. 갖고 있는 책(주홍색)과 색깔이 달라서(연두색) 새로 나온 책인가 싶어 유심히 봤더니 같은 책이고 표지만 다른 듯했다(하드카바). 비닐이 씌어 있어서 속까지는 확인하지 않고, 집에 있는 책이 혹 행방이 묘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도 아니면 선물로 건넬 수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에 구입했다.

검색해보니 지난 여름에 나온 리커버판이다. 언제부턴가 리커버판 붐이 생기면서 이제는 어지간한 출판사의 간판 도서들은 모두 리커버판이 나오는 듯한 분위기다. 책의 용도가 독서에서 소장으로 바뀌어가는 징후인지 일시적 유행인지는 두고봐야겠으나 아무튼 특이한 현상이긴 하다. 나부터도 표지가 달라졌다고 몇권 구입한 사례가 있으니 남 얘기가 아니다.

다만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은 예전에 읽지 않은 글이 많아서 나로선 실제적인 필요에 부합한다. 대표적으로 ‘가즈오 이시구로 같은 동시대 작가가 있다는 것‘ 같은 글은, 얼마 전에 영어 번역으로 읽었지만, 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글이다. 지금은 물론 사정이 달라졌다!

잡문집과 함께 손에 든 건 <먼 북소리>(문학사상사)다. 이 역시 소장하고 있는 책인데(내게는 2014년 이사 이전과 이후로 책이 나뉜다) 당장 읽으려고 하니까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구입하는 수밖에. 1986-89년의 유럽 여행기인데, 하루키는 이 시기에, 그러니까 여행중에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과 <댄스, 댄스, 댄스>를 쓴다. 이번주에 다시 읽으려는 소설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주 늦어지긴 했지만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아직 해가 바뀌었구나란 실감을 갖게 해주는 책은 눈에 띄지 않지만(우리도 아직 설을 남겨놓고 있으니 해가 바뀐 것인지 안 바뀐 것인지 모호한 시간을 살고 있다) 정중동의 분위기는 읽힌다. 아마도 이번주부터는 좀더 강력한 책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1. 문학예술 


문학 쪽에서는 우선 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문학동네)을 고른다. 처음 소개되는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의 소설로 <굴드의 물고기 책>과 동시에 출간되었다. "이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태국-미얀마 간 철도건설 현장에서 살아남은 전쟁포로이자 현재 화려한 전쟁영웅으로 부활한 외과의사 도리고의 기억과 현실을 중심으로 사랑과 죽음, 전쟁과 진실, 상실과 발견의 세계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맨부커상(부커상 시절까지 포함해) 수상작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적은 몇 번 되지 않은데(<파이 이야기>와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 정도가 반응을 얻었던 걸로 기억한다) 플래너건은 어떨지 궁금하다. 여력이 생기는 대로 원서도 구해볼 참이다. 한편, 시는 별다른 경합작이 없다. 지난해 김수영문학상 수상시집으로 나온 문보영의 <책기둥>(민음사). 전체 50편 가운데 42편이 미발표작이라고 할 만큼 풋풋하다. 일단은 일독해보는 걸로.



예술쪽으로는 '근대미학 3부작'으로 알려진 오타베 다네히사의 <서양미학사>(돌베개)를 고른다. 일본 최고 수준의 미학자가 정리한 서양미학사인 만큼 믿어볼 만하다. 그리고 국내 학자들이 공저한 <메시나와 상상력>(서울대출판문화원). '근대 유럽의 문학과 예술 후원'이란 부제가 책의 내용을 가늠하게 해준다. "유럽에서 근대 사회로의 재편이 본격화되는 바로크 시대, 즉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혹은 장르에 따라 18세기에 이르는 시기를 배경으로, 예술 후원 및 생산의 전개 양상 및 그 배후의 작동 원리와 의미를 탐구한다." 이 주제의 책은 희소한 듯싶어서 논문집 형태의 책이지만 관심도서로 고른다. 특이한 책으로는 오브리 파월의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그책)가 있다. "1967년부터 1984년까지 근 30년 동안 힙노시스가 작업한 373장의 음반 디자인 커버"를 수록한 책이다. 그 시절의 팝 음악/음반 팬들을 위한 책. 젊은 독자들에겐 신기한 세계일 수도 있겠다. 



2. 인문학


연초가 되면 많이 손에 드는 책 가운데 하나가 역사 쪽에서는 사마천의 <사기>인데, 좀 가볍게 읽고 싶다면 대만 작가 장자화의 <사기> 해설서가 좋겠다. 대만에서는 2016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분량으로 봐서는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겠다. 그리고 (안배를 하자면) 일본 쪽으로는 가토 요코의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서해문집).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까지란 부제가 책의 장점을 말해준다. 일본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도쿄대학 가토 요코 교수가 일본의 역사를 세계사와 관련지어 설명하는 방식으로 중고생 대상 특강을 진행했고 그 결과물이다. "그는 강의에서 근대 일본의 침략전쟁이라 불리는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시기를 중심으로, 거의 10년마다 벌어진 큰 전쟁들의 근본 특징, 전쟁이 지역과 국가·사회에 미친 영향과 변화 등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리했다." 이 역시 똑똑한 청소년 독자들도 일독해볼 만하다(일본의 중고생 대상 강의였으니까). 



좀 묵직한 책을 원하는 독자라면 유형원의 <반계유고>(창비)는 어떨까. 실학 선구자로 알려진 반계 유형원의 유고집이다(미스터리한 일이지만 그의 <반계수록>은 현재 읽을 수가 없다. 기존 번역본들은 진작에 절판되고 현재는 나와 있는 번역본이 없어서. 내가 모르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일까?). 말이 나온 김에, 분량 때문에 읽다가 만 책이긴 하지만 제임스 팔레의 걸작 <유교적 경세론과 조선의 제도들>(산처럼)도 다시 좀 읽어봐야겠다. '유형원과 조선 후기'가 부제. 이 책에 견줄 만한 국내 학계의 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철학 분야에서는 나카마사 마사키의 강의책 두 권을 고른다.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을 읽는 시간>과 뒤이어 나온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아르테)이다. 베르그송(베르크손)의 <물질과 기억>(자유문고)도 새 번역본이 나와서(기억에는 세 번째 번역이다)구입했는데, 언제 시간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3. 사회과학


영화 <1987> 덕분에 87년 6월 항쟁사에 대한 관심을 다시 지피게 되었다. 6월 항쟁을 다룬 책이 몇 종 되지만,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김종철의 <촛불혁명의 뿌리를 찾아서>(썰물과밀물)와 이윤섭의 <6월 항쟁과 87년 체제의 성립>(필맥), 그리고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최규석의 <100도씨>(창비) 등이 있다. 모아둔 책들과 함께 설 연휴 전까지는 좀 읽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좀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책이 나온 김에 자살에 관한 책들도 몇 권 추렸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마르치오 바르발리의 <자살의 사회학>(글항아리)이 계기인데, "이 책은 광범위한 비교 연구를 통해 자살을 사회문화적·종교적·정치적 현상으로 검토하고, 그 기저를 이루는 원인과 전 세계 여러 문화에서 자살이 지니는 의미를 탐구한다." 국내서로는 김태형의 <자살공화국>(세창출판사)이 한국의 자살 동기에 대해 짚어보고 있는 책이고, 천정환의 <자살론>(문학동네)은 문화사적 맥락에서 자살을 들여다본 책이다. 



4. 과학


과학 분야에서는 먼저 브라이언 콕스와 앤드류 코헨의 <인간의 우주>(반니)를 고른다. '우리의 기원과 운명, 존재에 관한 근원적 질문들'이 부제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인류 최초의 발자국과 인간이 달에 남긴 발자국을 비교하면서 인간의 본질과 언어, 미지의 우주로 향하려는 수많은 노력을 과학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문체로 재조명한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이 쓴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바틀비)은 일반인을 위한 '생활밀착형 과학에세이'다. 가령 "태극기 집회, 사이비 종교, 도널드 트럼프, 메르스 사태, 존엄사 등의 사회 이슈를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왜 지금 우리가 과학적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마크 윌리엄스의 <늙어감의 기술>(현암사)도 보탠다. '과학이 알려주는 나이 드는 것의 비밀'이 부제. 소개에 따르면 "저자 마크 E. 윌리엄스 박사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병원에서 40여 년간 환자들을 만나온 노인의학의 최고 전문가다. 그는 사람들이 가진 노화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수많은 가능성이 낭비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이런 편견을 극복하고 삶의 마지막 날까지 충만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노년과 노화에 관한 책은 적잖게 나와 있다. 2016년에 나왔으니까 이 책은 그 가운데 최신간에 속한다. 



5. 책읽기/글쓰기


글쓰기 쪽으로는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것이긴 하지만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윌리엄 케인의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교유서가)와 함께 <글쓰기 생각하기>(돌베개)의 저자 윌리엄 진서의 책 두 권을 고른다. <스스로의 회고록>(엑스북스)과 <공부가 되는 글쓰기>(유유)다. 이 가운데 <스스로의 회고록>은 '자전적 글쓰기 지침서'. "작가, 편집자, 강사, 여행가, 음악가로서 다양하고 흥미로운 삶을 산 윌리엄 진서가 우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치로 엮은 삶의 기록을 따라가면서 회고록을 쓰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소재 선택, 어조, 문체, 태도 등―에 대한 명쾌한 해답도 함께 얻을 수 있다." 회고록 쓰기에도 눈길이 가는 걸 보면 나도 인생 반고비는 확실하게 넘어섰군...


18. 01. 07.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가벼운 분량의 책을 고른다. 장 자크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강의를 준비하면서 프랑스혁명사에 관한 책들도 읽다 보니 자연스레 혁명사상가 루소의 도전적인 책들에도 눈길이 간다. 촛불혁명 시대의 의의를 성찰해보기 위해서라도 프랑스 혁명사는 루소의 정치사상과 더불어 반추해볼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뒤늦게 올린다. 핑계가 없지는 않다. 주중에야 그동안 1년 넘게 불안정하던 PC 하드를 교체했기 때문이다. 과거 사양에서는 뭔가가 자주 충돌하여 다운되는 일이 잦았고 심지어 두 주 전부터는 먹통이 된 상태였다. 하드를 업그레이드해서 새것으로 교체하니 훨씬 쾌적하고 안정적이다. 다만, 새집에 이사온 것처럼 아직 좀 낯설고 부리는 수족도 내 맘 같지 않다. 그동안 북플 위주로 하던 '서재질'에 변화가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고(모니터 케이블 하나가 맞지 않아서 아직은 하나를 쓰고 있는데, 예전처럼 듀얼 모니터를 쓰게 되면 페이퍼를 쓰는 속도를 좀더 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은 밀린 일부터 처리한다. 올해의 마지막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일이다. 



1. 문학예술


올해 문학동네소설상 당선작이 발표되었는데, 황여정 씨의 <알제리의 유령들>(문학동네)이다. 출판 편집자로도 오래 일한 작가는(그래서 나도 구면이다) 오랜 습작기를 거쳐서 작가지망생 딱지를 이번에 떼게 되었다(당선 소감과 인터뷰는 <문학동네> 겨울호에서 읽을 수 있다). 황석영 작가의 따님이기도 하다. 부모가 작가여서 열두 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지만 등단이 늦어졌는데, 그만큼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이제는 중견이라고 불러야 할 배수아의 신작 <뱀과 물>(문학동네)와 문학동네시인선 100권 기념하여 나온 티저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문학동네)까지도 같이 고른다. 연말은 분주하기도 하기에, 분량 부담이 적은 책들로.



예술 쪽으로는 음악인의 책, 음악가에; 관한 책을 먼저 두 권 고른다(언젠가부터 이 분야의 깊이 있는 책들이 나오고 있다). 필립 글래스의 <음악 없는 말>(프란츠)와 에릭 시블린의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21세기북스, 2017). 전자는 뉴욕의 택시운전사에서 현대음악의 거장이 되기까지의 삶과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후자는 음악애호가들이 사랑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이야기 줄기를 따라 흘러간다. 바흐가 18세기에 작곡한 무반주 첼로 모음곡 매뉴스크립트가 사라진 일, 첼로의 거장 파블로 카잘스가 19세기에 그 악보를 발견하여 대중화시킨 일 그리고 21세기 초에 바흐의 첼로 조곡에 대한 진실을 찾아나서는 작가 본인의 모험이다. 저자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얽힌 바흐와 카잘스의 이야기를 첼로 선율에 맞춰 흥미진진하게 풀어간다."


거기에다 영화책으로 요즘 부쩍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 일본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바다출판사)를 어 얹는다. 



2. 인문학 


앨런 라이언의 <정치사상사>(문학동네)는 이달의 읽을 책이 아니라 이달에 읽기 시작할 책이다. 1400쪽의 책을 연말에 읽을 수 있는 독자는 많지 않다. 이런 책은 2년걸이다. 와다 하루키 등이 공저한 <동아시아 근현대통사>(책과함께)도 마찬가지다. 관심 있는 주제의 장들을 읽는 게 이달의 목표다. 이시게 나오미츠의 <일본의 식문화사>(어문학사)는 내달 일본문학기행을 앞두고 있어서 눈길이 간 책. 그렇지 않더라도 일식을 즐기는 독자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그리고 두 종의 3권 세트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휴머니스트)와 페르낭 브로델의 <지중해>(까치). 브로델의 책은 크리스마스까지 구입하기 위해 (기분으로는) 돈을 아끼고 있는 중이다. 



3. 사회과학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책은 <애프터 피케티>(율리시즈). 이 역시 분량상 완독하긴 어렵지만, 25% 독서는 도전 가능하다. 경쟁작은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신작 <유로>(열린책들)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는 유로의 전망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지난 10년 가까운 유럽의 경제 지표는 유로존에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에만 몰두하는 유럽중앙은행과, 긴축을 정책으로 삼은 트로이카의 구조 개혁 프로그램은 이제껏 먹힌 적이 없었다. 스티글리츠는 이따금씩 유로존에 관해 들려오는 장밋빛 전망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어떤 근거에서 나온 우려인가 따라가보는 게 독서 과제다. 덧붙여서 비트코인 과열 현상을 분석한 기사를 알게 된 책인데, <블록체인혁명>(을유문화사)이 올해 초에 나온 바 있다. 무엇이, 왜 문제인지 나처럼 궁금한 독자라면 늦게라도 손에 들어볼 만하다. 



4. 과학  


과학 분야의 책은 넘치는 분위기다. 그래서 얇은 책과 두꺼운 책으로 나누어 고른다. 먼저 얇은 책으로는 '과학 vs 과학철학, 경계를 묻다'를 부제로 한 <과학은 논쟁이다>(반니). 카오스 과학재단에서 진행한 강연과 토론을 묶은 책이다.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사이언스북스)는 우리시대의 과학고전 50권에 대한 서평집이다. 그리고 <김상욱의 양자공부>(사이언스북스)는 지난해에 나온 <김상욱의 과학공부>(동아시아)의 뒤를 잇는 책. 



두꺼운 책으로는 먼저 데이비드 슬론 윌슨의 <네이버후드 프로젝트>(사이언스북스). "세계적인 진화 생물학자이자 인류학자이며, ‘선택의 단위 논쟁’이라는 진화 과학 최대 논쟁의 주도자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슬론 윌슨의 신작으로 진화 과학이 세상을 보다 나은 것으로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강력한 비전으로 가득한 책이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양육가설>(이김)은 '부모가 자녀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탐구'가 부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아이의 성장과 성격 형성에 부모의 양육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아이가 또래집단을 통해 사회화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신념’이 되어버린 양육가설은 신화에 불과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대부분의 연구는 가치가 없음을 넓고 깊은 논증을 통해 설명한다." 논쟁적인 주장을 담고 있지만, 스티븐 핑커가 격찬한 책이다. "<양육가설>은 엄격한 과학적 방법론에 근거한 연구결과다. 나는 이 책이 심리학 역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나머지 한 권은 세스 호로비츠의 <소리의 과학>(에이도스)이다. "동물들의 오감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감각은 바로 청각이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소리와 듣기라는 평범한 주제에서 출발해 귀가 어떻게 탄생했고, 소리와 청각이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빚어냈는지를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5. 글쓰기/책읽기


먼저 작가지망생들을 위한 책으로 헤밍웨이와 포크너 샐린저 등의 작법을 분석한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교유서가). <거장처럼 쓰라>(이론과실천, 2011)의 개정판이다. 장정일의 <위대한 서문>(열림원)은 저자가 쓴 책이 아니라 엮은 책이다. 편자가 고른 서른 편의 서문을 묶었는데, 글쓰기 노역이라고 생각하는 저자가 '손에 물 안 묻히고 펴낸' 책으로 "순수한 기쁨"을 맛보았다고(그래도 인세는 편자에게?).


17. 12. 10.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 역시 정해져 있는 책이다. 이번에 완간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다. 당장 이달 말부터 오랜만에 나온 이 대작에 대한 강의에 들어가기에 나도 다시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부쩍 한반도 주변에서 전쟁 얘기가 많이 나왔던 한해였는데, <전쟁과 평화>를 읽는 분위기로서 의미가 있다. 150년 전 톨스토이의 고민과 성찰을 되짚어보도록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래 숙제로 남아있던 페이퍼를 적는다. 지난주에 올리지 못한 '이달의 읽은 만한 책'이다. 오늘도 올리지 못하면, 중순을 넘기게 될 것이고, 아마 멋쩍은 기분에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목숨 걸고 쓰는 것은 아니고, 마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쓰는 것이다. 



1. 문학예술


알라딘의 '11월의 작가'가 가즈오 이시구로다. 나도 현재 강의를 진행중이라(12월까지는 그의 전작을 읽게 될 예정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남아있는 나날>도 부커상을 움켜쥐었지만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나 <우리가 고아였을 때>, <나를 보내지 마>도 후보작이었다. <남아있는 나달>부터 세 작품은 이달에 차례로 읽고 강의하게 된다. 



예술분야에서는 여성사 분야에도 속하는 책으로 '우리 여성의 앞걸음' 시리즈의 첫 두 권이다.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과 <노라노: 우리 패션의 시작>(마음산책, 2017). 일종의 '인생 다큐' 시리즈인데, 목록이 좀더 이어지면 자료로서도 의미가 있겠다.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다룬 그래픽노블 <에이다, 당신이군요. 최초의 프로그래머>(곰출판, 2017)도 거기에 더 얹는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의 추천사다. "배비지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컴퓨터 창시자보다 러브레이스라는 낯선 여인이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이 땅에서 부당하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대단하고 매력적인 여인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2. 인문학


인문 쪽에서는 릴케의 로댕을 다룬 평전, 레이첼 코벳의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뮤진트리, 2017)와 세계 지성과의 인터뷰집, 안희경의 <사피엔스의 마음>(위즈덤하우스, 2017), 그리고 '지식 큐레이터' 전병근의 <지식의 표정>(마음산책, 2017)을 고른다. "저널리스트를 지낸 ‘북클럽 오리진’의 지식 큐레이터 전병근이 지식문화 분야에서 고유한 입지를 다져나가는 화제의 인물들과 나눈 인터뷰를 엄선, 전면 개고하여 엮었다"



역사 쪽으로는 올랜도 파이지스의 <혁명의 러시아 1891-1991>(어크로스, 2017)과 존 허스트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위즈덤하우스, 2017), 그리고 로저 클라크의 <유령의 자연사>(글항아리, 2017)를 고른다(이것도 역사서인가?). 유령에 대해서는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지만, 나로선 유령이 나오는 문학작품들 때문에 읽어보려고 한다. 



3. 사회과학


국제정치 쪽의 책으로 남태현의 <세계 정치는 어떻게 움직이는가>(창비, 2017), 그리고 일본의 문제적 정치인이 된 아베와 아베의 일본을 다룬 책으로 길윤형의 <아베는 누구인가>(돌베개, 2017), 아오키 오사무의 <아베 삼대>(서해문집, 2017)를 고른다. <아베 삼대>는 "아베 가문 3대의 파란만장한 사연을 통해 무의미한 침략전쟁과 처절한 패전, 그리고 급속한 전후 부흥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 120년간의 일본 현대사를 압축해 소개하는 역사서이자 일본의 정치가 왜 이렇게 퇴락하고 말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4. 과학


과학분야에서는 유전자가위를 다룬 책 세 권을 골랐다. 난이도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김홍표의 크리스토퍼 혁명>(동아시아, 2017), 전방욱의 <DNA혁명 크리스토퍼 유전자가위>(이상북스, 2017), 그리고 국내 학자 5인의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동아시아, 2017) 등이다. 생명과 인류의 앞날에 대해서 복잡한 심경을 갖게 하지 않을까 싶다. 



5. 책읽기/글쓰기  


먼저 '로고스 고전학교'의 첫 두 권으로 나온 전병국의 <천년의 독서>와 <고전 읽는 가족>(궁리, 2017). <고전 읽는 가족>은 '세상의 모든 지식에 도전하는 가족 학교 이야기'로서 학교 교육 대신에 '고전 읽는 가족'을 선택한 가족의 이야기다. 모험적이면서 실험적인 사례 보고서로도 읽어볼 만하다. 거기에 신병주 교수의 <책으로 읽는 조선의 역사>(휴머니슽, 2017)도 추가하고 싶다. 400쪽이 넘긴 하지만 목차만 봐도 주요 책들이 빠져 있다(가령 정약용). 그리고 각 저서에 대한 설명도 분량이 길지 않은 만큼 그렇게 자세하지는 않다. 전체를 일별하게 해주는 데서 의의를 찾아야 할 것 같다. 


17. 11. 12.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일본 현대사의 고전으로 꼽히는 도널드 킨의 <메이지라는 시대>(서커스, 2017)를 고른다. 원제는 <일본의 황제: 메이지와 그의 시대>다. 초점은 메이지 천황이 아니라 '그의 시대', 곧 '메이지라는 시대'다. 일본문학 기행도 준비할 겸 나대로 독서 일정에 포함한 책이고, 어제 원서도 배송받았다. 나쓰메 소세키도 몇 작품 다시 읽어볼 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홀가분한 연휴를 보내기 위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서두러 골라놓는다. 지난 독서의 달 실적이 부족한 분들은 이번 연휴가 만회할 좋은 기회라 여겨진다. 연말이 오기 전에 바짝 분투해보기로 하자. 



1. 문학예술


문학 쪽으로 이달에는 세 권의 시집을 고른다. 세사르 바예호의 <오늘처럼 인생이 싫어던 날은>(다산책방, 2017)은 이미 한 차례 소개한 바 있는데,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는 구절을 내내 중얼거리며 다니게끔 하는 마력이 있다. 이병률 시인의 신작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7)도 나왔다. 지난 여름바다의 안부가 궁금한 분들은 필독해볼 만하다. 그리고 신예 시인 신철규의 첫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문학동네, 2017). 대놓고 신파적이라고 거꾸로 기대가 된다. 요즘 드물었기에. 



예술 쪽으로는 호퍼의 그림을 소재로한 단편모음집 <빛 혹은 그림자>(문학동네, 2017)를 우선 고른다. 그림과 이야기의 콜라보? 그리고 문학이론가 츠베탕 토도로프의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아모르문디, 2017)는 우리에게는 지난 2월에 세상을 떠난 저자의 유작이 됐다. 프랑스 혁명기의 화가 고야의 미술세계를 재조명한다. "나폴레옹 침략과 스페인 독립전쟁 시기 계몽주의 사상의 빛과 그늘을 수많은 데생을 통해 고발한 증언자이자 철학자로서의 고야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아방가르드 프런티어>(그린비, 2017)는 러시아혁명기 러시아 아방가르드 운동을 역시나 재음미하게끔 한다. 



2. 인문학


올해는 1972년 10월 유신, 혹은 유신 쿠데타 45주년이 되는 해이다. 서중석 교수의 현대사 이야기 가운데, 9-11권이 바로 이 유신 쿠테타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유신의 망령이 아직도 떠도는 즈음이라 필독의 의이가 있다.


 

더불어, 피터 버크의 <지식의 사회사>(민음사, 2017) 시리즈도 <지식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는가>(생각의날개, 2017)와 같이 일독해봄직하다. 이런 책은 연휴가 아니면 또 시간을 내기 어렵기도 하고. 



3. 사회과학


일단 적폐 청산이란 직면 과제 처리부터(생각해보니 한국현대사의 적폐 키워드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이명박'이다). 안원구 전 대구국세청장의 <국세청은 정의로운가>(이상, 2017)와 잊혀진 책 <잃어버린 퍼즐>(초이스북, 2012), 그리고 <주진우의 이병박 추격기>(푸른숲, 2017)까지가 '이명박 패키지'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도 나는 스웨덴 적폐 추격기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4권은 따로 더 이어지기에 라르손이 쓴 3권까지만으로 끊었다). 국부를 빼돌리는 이명박의 수법은 밀레니엄 시리즈에서도 읽을 수 있다(이게 '선진' 자본주의의 수법인 것).해서 <이명박 추격기>와 <밀레니엄> 시리즈를 같이 읽는 것도 추천한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벨 훅스의 남성론,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책담, 2017)과 함께 남성 저자들의 페미니즘론으로 서민의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다시봄, 2017)와 박가분의 <포비아 페미니즘>(인간사랑, 2017)도 독서목록에 올려놓는다. 박가분의 책은 메갈리아 신드롬을 다룬 <혐오의 미러링>(바다출판사, 2016) 후속작이다. 



4. 과학


과학 쪽으로는 캐시 오닐의 <대량살상 수학무기>(흐름출판, 2017)를 먼저 꼽는다. 제목만으로는 감을 잡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가 부제. "하버드 출신의 수학자이자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 퀀트, 실리콘밸리의 데이터과학자였던 캐시 오닐은 수학과 빅데이터의 결합으로 탄생한 ‘대량살상수학무기’가 어떻게 교육, 노동, 광고, 보험, 정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지 날카롭게 파헤친다."


과학책 전문번역가이자 칼럼니스트 김동광의 <생명의 사회사>(궁리, 2017)는 "생명의 분자적 패러다임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그 패러다임의 특징이 무엇인지 살펴보려는 책"이다. 부제대로 '분자적 생명관의 수립에서 생명의 정치경제학까지'의 전개과정을 넓은 시야로 조망하게끔 해준다. <아인슈타인 일생 최대의 실수>(까치, 2017)는 베스트셀러 <E = mc2>의 저자인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신작이다. "전작에서 아인슈타인의 최대 성과인 E = mc2의 일대기를 다루었던 저자는 이번에는 아인슈타인의 실수로 눈을 돌려서 그의 잘못된 결정과 오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5. 책읽기/글쓰기


다시 확인해보니 지난달에는 '책읽기/글쓰기'를 건너뛰었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은유가 된 독자>(행성비, 2017)는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는 책. <초역 니체의 말>의 편자인 시라토리 하루히코의 <지성만이 무기다>(비즈니스북스, 2017)은 자기계발서 범주에도 속할 만한 책이지만, '읽기에서 시작하는 어른들의 공부법'이란 부제대로 책읽기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보니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마음산책, 2017)도 이 범주에 들어 있다. 자기 책을 추천하는 건 멋쩍은 일이지만, '니체의 작가들'을 읽는 가이드북으로는 유용하다. 강의에서 다시 읽다 보니 미진한 부분들도 눈에 띄지만, 나로선 다음에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룰 수 있는 '최소한'은 마련한 것이라 의의가 있다. 이달에는 몇 곳에서 강의도 예정되어 있으니 내게는 '이달의 책'이기도 하다...


17. 10. 0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고른다. 이미 읽은 독자가 많고 나도 강의에서 몇 차례 다룬 작품이지만, 연암서가에서 나온 새 번역본으로 다시 읽으려고 한다. 장석주 시인의 독서록 <조르바의 인생수업>(한빛비즈, 2017)도 찾아서 읽을 예정이다(며칠째 못 찾고 있다). 카찬차키스의 작품을 일부러 다시 읽는 건 혹 그의 여정을 좇아 크레타섬에라도 가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서다. '카잔차키스 문학기행'도 염두에 두면서 <영혼의 자서전>도 시간을 내서 다시 읽어볼 작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