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7종이 발표되었다. 5개 분야이지만 두 분야에서 공동수상작이 나와서 모두 7종이다(http://www.hankookilbo.com/v/53b1a827ae424d0d8e6d644c18b80d00).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예심과 본심에 참여했는데(더불어 번역분야의 심사평을 썼다), 수상도서는 아래와 같다. 



저술(학술)_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오정근 지음, 동아시아 펴냄)



저술(교양)_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천주희 지음, 사이행성 펴냄), 우리말 절대지식(김승용 지음, 동아시아 펴냄)



번역_나쓰메 소세키 전집(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현암사 펴냄)



편집_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 (김호동 외 지음, 사계절 펴냄)



어린이ㆍ청소년_할머니의 여름휴가(안녕달 지음, 창비 펴냄), 다윈 영의 악의 기원(박지리 지음, 사계절 펴냄)



16.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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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어이없지만, 최고 시청률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한 주가 지나가고 있다. 대다수 국민과 마찬가지로 최순실 게이트 보도가 터져 나왔을 때,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끝났다." 바둑으로 치면 '불계'다. 몇 수 더 두어본다 한들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정치권에서도 퇴진 이후 정치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모든 게 자업자득이다. 이 참에 박근혜 정부의 모토대로(최순실의 모토인가?) '비정상의 정상화'가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MB의 죄과에 대한 심판도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 땅에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그런 날을 보게 돼야 최소한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다. 현 시국에 대한 짧은 소감이다...   



16.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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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였던 세월호 침몰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따르면(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26406.html) 정부 발표와 달리 세월호의 실제 항적은 사고 현장 부근의 섬 병풍도에 바짝 붙어서 운항했고 닻(앵커)를 사용한 걸로 추정된다. 지금까지의 정황증거들은 모두 고의침몰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세월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상을 샅샅이 훑으면서 진실의 조각을 맞춰 다큐멘터리 <인텐션>을 만들고 있는 김지영 감독은, 정부와 군이 밝힌 세월호의 항적에 각각 나쁜 항적, 이상한 항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서 따왔다. 김 감독은, 둘라 에이스호의 기록을 바탕으로 진짜 항적인 ‘좋은 항적’을 추적해왔다.   

 

김 감독의 집요함이 찾아낸 좋은 항적은 충격적이다. 정부와 해군이 밝힌 항적과 달리, 세월호가 사고현장 부근 섬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의 인터뷰에 응한 생존자 최은수씨는 “세월호가 섬을 받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화물기사인 최씨는 세월호 사고 이전 1년 동안 한 달에 세 차례 이상 세월호, 혹은 같은 항로로 운항한 오하마나호를 이용해 제주도를 오간 경험이 있어 항로와 주변 풍경에 익숙한 편인데, 사고 당일 “세월호의 항로가 평소와 달랐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또 해경과 선원이 사고 직후 조타실에서 가지고 나온 의문의 물체(http://goo.gl/QkNmfd, 파파이스 66회 참조)가 음향을 이용해 해심을 측정하는 ‘에코사운더’ 기록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흰색의 사각 물체에 대해 당사자인 박상욱 경장은 지난달 열린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경 쪽은 여전히, 선원인지 몰랐고 승객으로 알고 구조했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병풍도에 바싹 붙은 ‘좋은 항적’과 에코사운더 기록 가능성을 정밀한 해저지형도 위에 얹어보면, 좀처럼 믿기 힘든 가설에 이른다. 섬은 물로 둘러싸인 땅이라, 물 아래에도 육지의 산맥 같은 것이 있다. 김 감독은 “해군 레이더의 기록만 보면 세월호의 항적이 정말 이상하지만, 둘라 에이스호가 지목한 사고현장으로 옮기고 여기에 해저지형도를 겹쳐보면, 물리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급격한 각도의 이동이 기록된 이상한 항적 지점마다 바다 밑에 산 혹은 산맥이 솟아 수심이 낮다.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은 가설이지만, 거기에 세월호의 닻이 걸렸을 때 해군 레이더에 기록된 세월호의 이상한 움직임이 설명 가능하다”고 말했다.(한겨레)

기사에서는 '좀처럼 믿기 힘든 가설'이라고 조심스레 표현했지만, 다름아니라 고의로 침몰을 의도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들이 포털뉴스에서는 사라지고 있어서 나대로는 '방주'에 보존해놓는다. 당장 가질 수 있는 물음은 '왜?'인데, 이미 세월호 사건 초기부터 고의침몰 의혹은 제기돼왔다(다만 확실한 물증을 잡기 어려웠을 뿐인데, 이번에 그런 의혹을 합리적으로 제기할 만한 물증과 정황적 증거들이 확보된 셈이다). 일차적으로 청해진해운이 노릴 만한 것은 보험금이고 이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전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2014년 5월 1일자 일요시사 기사에서는 고의침물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고 했는데(뭔가에 통제된 탓인지 사실은 의혹이 그렇게 번지지 못했다). 최초 출처는 4월 29일의 YTN보도였다(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006).

 

<YTN>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의 전신인 온바다해운은 지난 2001년에도 보험금을 타기 위해 여객선을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즉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같은 목적으로 여객선 침몰을 유도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이날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온바다해운은 시중에서 매긴 선박가격보다 높은 사고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11월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온바다해운 소속 여객선 '데모크라시 2' 인천 옹진군 대청도 근해에서 화염에 휩싸였다. 이때 데모크라시 2호에는 승객 69명과 승무원 7명이 탑승하고 있었다사고 소식을 접한 해군함정은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배 안에 있던 승객 등 76명을 전원 구조했다최초 화재 발생장소는 선박 기관실, 사고 발생 2시간이 채 못돼 여객선은 바다 밑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경찰 조사 결과 데모크라시 2호의 구명장비는 사고 순간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수십 개의 구명벌 중 1대만 펴졌던 이번 세월호 참사와 동일하다

 

당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온바다해운 측에 7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그런데 한 가지 의문으로 남은 점은 승무원과 해군까지 총동원돼 화재 진압 작전을 폈음에도 선박의 불을 끄지 못했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원인은 불씨가 연료통에 옮겨 붙어 불길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누군가에 의한 '고의 방화' 의혹은 끝내 규명되지 않았다.

 

이른바 '데모크라시 2호 사건'은 다행히 배에 타고 있던 인천 중부경찰서 소속 정모 순경(당시 28)의 기민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정 순경은 기관실에서 연기가 새나오는 것을  수상쩍게 여기다가 객실 내로 검은 연기가 밀려들자 승객과 승무원을 출구 쪽으로 우선 대피시키고, 관계당국에 빠른 구조요청을 했다특히 정 순경은 배에 남은 75명을 모두 구조선에 피신시키고, 자신은 끝까지 남아 마지막에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순경이 없었다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지 모르는 데모크라시 2호 사건그런데 불과 두 달 뒤인 3월 초전남 여수항에 정박해 있던 온바다해운 소속 '데모크라시 3'는 원인 모를 화재로 침몰했다. 그날 데모크라시 3호에는 승객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출항 중이었다면 끔찍한 재앙이 우려됐던 상황이다한 여객선 선장은 "화장실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는데 사고 원인을 못 찾았고 당직자는 기관사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야무야된 '데모크라시 3호 사건'으로 온바다해운 측이 챙긴 보험금은 28억원앞서 벌어진 '2호 사건'으로 벌어들인 보험금은 23억원이다이들 여객선 모두는 화재에 취약한 강화섬유플라스틱 선체인데다 중고선박이라 책정된 보험가가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온바다해운 측은 예상가보다 2~3배에 달하는 보상금을 챙겼는데 관련한 내막을 놓고 보험금을 노린 고의 침몰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고 <YTN>은 보도했다.

 

실제로 온바다해운은 지난 2006년 경영난을 이유로 자산과 직원이 청해진해운에 흡수됐는데 청해진해운과 관계된 세모해운 등의 선박은 그간 잦은 고장과 사고를 일으키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하지만 사측은 안전상 위험에도 낡은 선박을 돌려 막는 수법으로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다때문에 세모해운·온바다해운·청해진해운으로 이어지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관련한 재산 증식 과정에 선박사고 보험금이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일요시사) 

영업 적자가 누적되고 있던 세월호도 114억 규모의 선박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약간의 희생자가 나온 단순한 운항사고로 처리되었다면 손실을 보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청해진해운이 내세운 2012년의 세월호 취득원가는 178억원이지만 이는 부풀려진 것이고 실구입가격은 50-70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http://the300.mt.co.kr/newsView.html?no=2014050714137683120). 중개회사를 거쳤다면 127억 가량이고, 청해진해운은 세월호를 구입하면서 100억원은 외부자금으로 동원했다 한다. 그 '외부'가(즉 실소유주가) 국정원이 아니냐는 의혹은 사건 초기부터 제기된 바 있다. 그렇다면 세월호 사건의 이해당사자는 청해진해운(유병언)과 국정원(정부), 양쪽이고 해경이 찬조출연한 모양새다.

 

 

이제 다시금 요구되는 것은 유야무야되고 있는 사건의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이다. 정부기관이 이해당사자이기도 하다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지만 관건은 다수 국민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달려 있다. 올해야말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아까운 죽음들을 위로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눈먼자들의 국가'는 이제 지긋지긋하지 않은가...

 

16. 01. 17.

 

 

P.S. 오늘까지도 '세월호 고의침몰'에 관한 뉴스기사가 단 한 건도 포털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눈 뜨고도 진실을 볼 수 없는 사회가 눈먼 사회이고, 눈 뜨고도 진실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는 국가가 눈먼 국가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가 보여주듯 눈먼자들의 삶은 짐승의 삶이다. 헬조선은 짐승들의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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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포털에서 읽은 기사를 옮겨온다(제목만 보고 다시 찾으려고 했을 때 이미 포털 메인에서는 사라졌다). 미국의 한 여성학 교수가 기고문을 통해서 한일 간의 위안부 합의를 보도한 뉴욕타임스의 기사 내용 오류를 지적했다는 게 골자다. 핵심은 일본군에 종군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 여성들이 실상은 상당수가 13-14세의 소녀들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행위는 전쟁범죄일뿐만 아니라 어린이에 대한 인신매매와 성범죄였다." 이런 사실을 일본 교과서에 적시하고 서구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는 한 '정의'는 없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전폭 공감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한국 정부가 얼마나 모자란 짓을 저지른 것인지 다시금 개탄하게 된다(성의 없는 사과와 100억 보상금 따위에 눈이 멀었단 말인가?).

델라웨어 대학 마가렛 D 스테츠 교수는 1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뉴욕타임스가 구랍 29일 보도한 기사에서 일본 군대에 '한국 여성들'이 끌려갔다고 했지만 피해자는 대부분 미성년자였으며, 이같은 성범죄가 일본 교과서를 통해 교육되어야 정의가 바로 세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테츠 교수는 "뉴욕타임스는 이날 기사에서 2차대전때 일본 군대 매음굴에 속여서 혹은 강제로 끌고 간 '한국여성들'에 관한 분쟁을 타결지었다고 했다"며서 "생존자들이 증언했듯이 잔혹한 성노예 시스템의 대상은 어른들이 아니라 13세, 14세의 소녀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짐짝처럼 배에 실려 아시아 각지의 전쟁터로 끌려가서 매일같이 강간을 당한 소녀들은 초경조차 치르지 않은 어린 나이였다"고 덧붙였다.

스테츠 교수는 "일본의 행위는 전쟁범죄일뿐만 아니라 어린이에 대한 인신매매와 성범죄였다. 이러한 사실들이 일본의 교과서에 기술되고 서구의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는 한 희생자를 위한 진정한 정의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마가렛 스테츠 교수는 하버드대 박사출신으로 버지니아대학과 조지타운대학을 거쳐 2002년부터 델라에워 대학 영어학과에서 주로 여성학을 가르치고 있다. '2차대전 위안부의 유산'(2001) 공동저자이기도 하다.(뉴시스)

 

찾아보니 <2차대전 위안부의 유산>은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한국계 교수와의 공저다. 이런 책이 더 널리 알려져야 할 듯싶은데, 국내에도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일본의 양식 있는 학자나 지식인의 책은 국내에 몇 권 소개돼 있다. 이시카와 이쓰코의 <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삼천리, 2014), 우에노 지즈코의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현실문화, 2014) 등이다. 두 권 모두 오랜만에 나온 개정판들이다(이를 넘어서는 책이 아직 없다는 뜻으로도 이해된다). 국내 학자의 책은 지난해 논란이 되었던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뿌리와이파리, 2015)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책이 드물다.

 

 

<그들은 왜 일본군 '위안부'를 공격하는가>(휴머니스트, 2014)가 "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쟁점들을 정리하고 현주소를 날카롭게 분석, 비판"한 책이다. 일본의 시민단체 '전쟁과 여성 대상 폭력에 반대하는 연구행동센터'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함께 엮었다. 주로 여성학자와 사회운동가들이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인데, 스즈키 유코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젠더>(나남, 2010)도 그런 시야에서 문제를 다루고 있다.

1995년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발족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이 실제는 '국가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은폐하기 위한 꼼수임을 치밀하게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일본군 위안부 범죄를 부인하는 우파 정치가들과 자유주의사관 학자들, 특히 국민기금 관련자들에 대해 젠더 관점에서 분석하고 비판한다. 또한 국민기금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국민기금이 추진했던 역사청산 과정과 실천사례를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요컨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더 정확히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다루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나 태도는 결코 신뢰할 만하지 않다. 불행히도 한국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16.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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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이 발표되었다(http://www.hankookilbo.com/v/71a8d1c527f34b05b67ab79440d8f986). 공동수상작이 있어서 5개 분야의 7종이다. 올해는 예심과 본심에 참여해 의견을 보탰기에 나로서도 의미가 깊다. 수상작 도서 목록과 함께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의 총평과 내가 맡아서 쓴 번역 부문 심사평을 옮겨놓는다.

 

 

-저술-학술: 정병준,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돌베개, 2015)

 

 

-저술-교양: 박점규, <노동여지도>(알마, 2015), 김범준, <세상물정의 물리학>(동아시아, 2015)

 

 

-번역: 수징난 지음, 김태완 옮김, <주자평전>(역사비평사, 2015)

 

 

-편집: <자기록: 여자, 글로 말하다>(나의시간, 2014),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2015)

 

 

-어린이청소년: 장석주 시, 유리 그림, <대추 한 알>(이야기꽃, 2015)

 

 

 -심사 총평

 

올해 국내 출판시장의 최대 화두는 ‘책의 발견과 연결성’이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책의 전체 발행종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독자는 꼭 필요한 책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의 책 소개 지면이 크게 줄어들었고, 독자가 실물 책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서점도 많이 사라졌다. 그런 면에서 좋은 책을 골라 제대로 소개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 56회째를 맞이하는 국내 최고의 연륜과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출판문화상이 어떤 책을 선정하는가는 지적 생태계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그래서인지 올해에도 분야별 수상작을 선정하는데 많은 애로가 있었다. 거의 전 분야에서 마지막 최종 후보 두세 권을 놓고 장시간 토론해야 할 정도로 수상작 선정이 어려웠다. 결국 세 분야에서 공동 수상을 검토했지만, 번역 부문에서는 단골 후보인 노승영씨가 단지 젊고 유망한 사람이기에 곧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 탈락시켜야만 했다.

       

전반적인 교양서의 약진 속에 특히 수준 높은 과학서가 많았다는 것이 기뻤다. 과학서의 약진은 과학기술 혁명 시대에 과학이야말로 인문학이라는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일 터이다. 다만 특수한 분야로 집중된다는 한계는 여전했다. 수준 높은 해외서를 수준 높게 빨리 번역해내는 능력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음은 확인되었지만 국내 학문 수준을 가늠하는 학술서의 부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그림책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과 논픽션 청소년 도서의 약진을 확인할 수 있어 놀라웠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청소년 도서가 많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정보의 생산과 소비는 점차 모바일로 집중되고 있다. 이제 스마트기기는 도서관과 시장과 사교클럽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스마트기기는 인간이 일과 놀이를 함께 즐기는 결정적인 매체이다. 그들은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검색으로 인류가 생산한 모든 지식에 접근하고, 언제 어디서나 엄지손가락으로 글을 써서 모든 사람과 소통하며,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이런 세상에서 책은 변해야 한다. 머리(이성)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감성)까지 동원해 즉각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유혹하려면 하나의 키워드에 합당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힘 있게 밀고나가는 흡인력이 있는 책이어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확실한 결론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작년에 이어 이런 책들이 수상작이 되고 있다. 벌써 내년이 기대된다.(한기호)

 

-번역 심사평

 

심사에서 원저의 가치와 번역의 완성도, 번역출판문화에서 갖는 의의 등을 고려했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책은 김태완이 옮긴 수징난의 ‘주자 평전’과 노승영이 옮긴 대니얼 데닛의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이다. 두 권 모두 ‘올해의 번역서’로 꼽을 만했다.

 

무려 2,000쪽이 넘는 ‘주자 평전’은 주자의 생애와 사상을 문화심리학적으로 생생하게 조명한 걸출한 저작이다. 중국에서도 이만한 저작이 드물다는 원저를 역자는 약 5년의 기간 동안 공을 들여 원저의 무게감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번역과정이 얼마나 지난했을지 충분히 짐작되는데 수월하게 읽힌다는 점도 미덕이다. 더불어 편집자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낸 책의 만듦새와 완성도는 번역서의 모범이 될 만하다.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는 대표적 인지과학자의 수준 높은 저작을 능숙하게 소화하여 우리말로 옮긴 역자의 노고가 높은 평가를 끌어냈다. 난해하기로 이름난 저자의 책을 역자는 일반 독자가 능히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탈바꿈해놓았다. 원저작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한국어에 대한 많은 궁리와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번역이다. 토론 끝에 ‘주자 평전’이 역자에게는 일생일대의 작업이리라는 판단에서 올해의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후보에 오른 모든 역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이현우)

 

1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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