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강의준비를 하다가 생각이 나서 이사야 벌린의 대표 에세이의 하나인 <고슴도치와 여우>(애플북스)를 주말에 다시 주문했다. 내가 갖고 있는 건 2007년판인데 현재 유통되고 있는 건 2010년 개정판이어서다. 2007년판은 오류(오역과 오탈자)가 많아서 추천하기 어려웠는데 개정판에서 개선이 되었는지 확인하려는 차원이다.

벌린의 에세이가 <전쟁과 평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톨스토이의 역사관에 대하여‘가 에세이의 부제인 것에서 연관성을 곧바로 알 수 있다. 참고할 만한 게 아니라 필독서인 것. 사실 이 에세이의 번역은 한 종 더 나와있다. <러시아 사상가>(생각의나무)에도 수록돼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문학과 사상을 이해하는 데 아주 좋은 책이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고슴도치와 여우‘의 번역만 하더라도 애플북스판보다 훨씬 낫지만 새로 구해볼 수 없다는 게 함정.

그래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애플북스판을 손에 들 수밖에 없다. 입수하는 대로 검토해보고 추천여부를 결정하려 한다. 참고로 벌린의 에세이 원문(영어)은 인터넷상에서 어렵지 않게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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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희곡 <어둠의 힘>(뿌쉬낀하우스)이 새로 번역돼 나왔다. 몇 차례 번역본이 나왔던 작품이지만 모두 절판된지라 강의에서 다루기 어려웠다. 작가정신판 톨스토이 전집에서도 처음 기획에서와 달리 희곡집이 빠지면서(<전쟁과 평화>도 불발로 끝났다) 희곡 작가 톨스토이는 그간에 접해볼 수 없었던 것. <어둠의 힘>은 1887년작으로 톨스토이의 대표 희곡이다.

 

"똘스또이가 1887년에 발표한 희곡 작품으로 뚤라 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작품의 줄거리는 주인공 니끼따가 병약한 부농의 아내인 아니시야와 불륜의 사랑을 시작하면서 절도, 근친상간, 살인 등의 온갖 범죄를 저지르지만, 훗날 의붓딸의 결혼식장에서 자신의 모든 죄를 고백하고 참회한다는 내용이다. 5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품의 검열 단계에서 4막이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연극 무대 상연으로 다소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 4막의 뒷부분에 대한 이본이 추가되었다."

 

 

한편 이번 번역본은 '레프 똘스또이 전집'의 보급판 '똘스또이 클래식' 시리즈의 하나인데, 여섯번째 책이라고는 하지만, 전집 규모로 완간되려면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중편 정도 분량이 책 한권으로 나오고 있는 터여서 장편소설의 경우에는 어떤 형태로 나올지 궁금하다. 그보다는 이렇듯 다른 전집에 빠진 작품들이 발 빠르게 재번역되면 좋겠다...

 

17. 0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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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미성년>(1875)에 대한 강의를 마치고 귀가하여 윌리엄 케인의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교유서가)를 펼쳐들었다. ‘작가 지망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에서 저자가 한 장을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처럼 써라‘에 할애하고 있어서다. 결미에서 핵심을 이렇게 요약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작가를 위한 작가다. 그의 작품이 현대의 취향에서는 다소 장황해 보일지 몰라도 작가들에게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다. 그 어떤 소설도 등장인물의 마음과 영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서는 완벽할 수 없다. 도스토옙스키는 우리에게 그 방법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장면전환과 독자가 좋아할 만한 목소리 만드는 법, 강렬한 감정에 휘둘리는 인물의 외모와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것이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유산이고 그가 현대작가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주로 기법 차원에서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배울 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저자가 겨냥하는 작가지망생이라면 숙지해볼 만하다. 하지만 관심사가 좀 다르기에 나는 강의에서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현재성과 함께 <미성년>이 장편소설 사이클에서 갖는 위상과 의의에 초점을 맞추었다.

흔히 도스토예프스기의 ‘4대 장편소설‘이라고 하면 <죄와 벌>(1866)부터 <백치>(1869), <악령>(1872), 그리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80)까지 <미성년>을 제외한 네 편을 가리킨다. <미성년>은 부수적인 작품으로 간주하는 셈인데, 실제로 오랫동안 다른 네 편에 비해서는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무래도 마지막 걸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워낙 강력한 작품이어서 상대적으로 묻힌 면도 있다. 그렇지만 나의 관점은 그의 다섯 장편이 일련의 연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죄와 벌>로부터 이어지는 그의 장편들은 앞선 작품의 주제와 문제의식을 변주하면서 심화해나간다. <미성년> 역시 이 연결고리에 하나이기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아르카지 돌고루키의 1인칭 수기가 더 완성도 높은 3인칭 서사로 구현된 것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인 것이다.

이러한 연쇄는 톨스토이의 장편들과도 대조가 된다.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부활>로 이어지는 세 장편을 나는 연속적으로 읽기 어렵다. 세 작품을 떠받치고 있는 작가적 세계관이 모두 다르기에, 이 장편들을 각기 다른 세 작가가 썼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차이점 가운데 하나다(강의에서는 두 작가에게서 ‘깨달음‘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도 비교했는데 조금 자세하게 설명해야 해서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번에 <미성년>을 다루면서 나대로 배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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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강의를 끝으로 올해의 강의가 일단락되었다. 대단한 역주는 아니었더라도 완주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 다소 무리한 면도 있었지만 많이 읽고 또 배운 한해였다(강사도 강의를 통해 배운다). 몇몇 결과는 내년에 책으로 묶여서 나올 것이다. 무엇을 배운 것인지는 책을 내는 과정에서 다시금 복기하고 정리할 예정이다. 당장은 휴식.

내일 하루 정도는 휴식을 취할 예정이지만 그래도 책을 손에서 놓기는 어렵겠다. 편안하게 읽느냐 긴박하게 읽느냐의 차이일 뿐. 무엇을 읽을지는 아직 미정인데(내키는 대로 읽자면 십수 권은 읽어야겠기에), 후보 가운데 하나는 저명한 러시아사학자 쉴라 피츠패트릭의 <러시아 혁명 1917-1938>(사계절)이다. 올해 러시아혁명 관련서가 다수 출간됐으니 한권 더 추가된 게 대단한 뉴스는 아니다. 다만 저자가 다루는 시대 범위가 눈길을 끄는데 1938년 스탈린 공포정치기를 1917년 혁명의 일단락으로 보았다. ˝러시아혁명에 대한 간결하고 통찰력 있으며 독창적인 분석˝이라는 평도 이런 구분설정과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비교해보자면 에드워드 카는 1917-1929년까지를 러시아혁명사의 대상으로 보았다. 그리고 올랜도 파이지스는 1891-1991년을 ‘혁명의 러시아‘로 제시했다. 피츠패트릭의 구분은 그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올랜도 파이지스 자신이 피츠패트릭의 책에 대해 추천평을 적고 있는데 참고할 만하다. ˝소비에트 체제에 가장 정통한 학자가 쓴 간결하고 절묘한 해석이다.˝ 간결해서도, 그리고 절묘해서도 일독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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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서프라이즈‘라고 할 만한 책이 출간되었다. 구소련의 SF작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대표작 <노변의 피크닉>(현대문학)이 번역돼 나온 것.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스토커>의 원작소설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비에트 SF 작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전설적인 고전. 한국에 형제의 작품이 첫선을 보인 후 거의 30년 만의 사건이다. 이번 한국어판 <노변의 피크닉>은 스탈케르출판사의 2003년판 <스트루가츠키 형제 작품집> 11권 제2쇄(2차 수정본) 원고를 저본으로 삼았다. 

1977년 맥밀런출판사 영역판에 실린 ‘시어도어 스터전 서문‘과 2012년 시카고리뷰프레스 영역판에 실린 ‘어슐러 K. 르 귄 추천사‘, 그리고 2003년 동생 보리스 스트루가츠키가 펴낸 회상록 ‘지난 일들에 관하여‘의 ‘노변의 피크닉‘ 부분 ‘후기‘」를 함께 수록했다.

<노변의 피크닉>은 외계 생명체나 외계 문명과의 첫 접촉을 다루는 ‘퍼스트 콘택트‘ 유의 소설에 속하지만, 통상 이들 작품이 평화적인 혹은 공격적인 외계의 접근 형태를 그리는 것과는 달리 그들로부터의 아무런 의사 표시가 없었다고 상정한다.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이 작품은 외계인의 지구 ‘방문‘ 이후의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아무래도 영화 <스토커>를 먼저 보고 궁금해 한 원작인데, 이 영화에 대한 제프 다이어의 에세이 <조나> 때문에 다시 생각나기도 했다. 타르코프스키에 대해서 관련서들을 이번 겨울에 자세히 읽어볼 예정이라 더욱 반가운 출간이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와 마찬가지로 원작과 영화를 비교해봐도 좋겠다. 그런 기회도 마련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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